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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한지음은 아버지의 바람과 자신이 이유영을 어떻게 함정에 빠뜨렸는지만 쏙 빼놓고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진술했다.

그녀는 전혀 반성하거나 찔리는 어투가 아니었다. 이미 강이한이 이 질문을 할 줄 알고 반복해서 연습한 결과였다.

“지금 보면 유영은 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이런 모습이 되지도….”

한지음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울먹이며 고개를 속였다.

강이한은 한지음을 그토록 증오하던 이유영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한 오빠, 그 여자는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제 혈육이기도 하지만 저는 용서해 줄 수 없어요.”

“그 여자가 저와 제 엄마를 증오하는 거 알아요. 저와 제 엄마가 자신의 가정을 파탄냈다고 생각할 거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제 엄마의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간 건 그 여자의 엄마였어요.”

강이한은 혼란스러웠다.

중재하려고 해도 두 여자 사이에는 이미 증오밖에 남은 게 없었다.

그래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유영은 한지음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었다.

“유영의 엄마는 우리 엄마의 존재를 알고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렸어요. 그래서 유영은 가족을 잃은 뒤에도 생활에는 부족함이 없었죠. 하지만 저는 어땠을까요?”

한지음이 어떻게 자랐는지 강이한도 조사해 본 바가 있어서 알고 있었다.

“정말 좋은 엄마를 두었더군요. 다른 사람의 남자를 빼앗아가고 죽더라도 자기 자식에게는 먹고 살 걱정 없이 모든 걸 처리해 놓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딛고 성립된 거죠. 처음에는 미운 감정이 들지도 않았어요. 저한테 무슨 짓을 해도 가만히 있었죠. 제가 언제 반항한 적 있나요? 하지만 이번은 달라요. 어떻게 우리 엄마한테….”

그러고 보면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한지음은 먼저 강이한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한 적 없었다.

그녀가 요구한 것은 사과뿐이었다.

강이한은 혼란에 빠졌다.

한지음과 이유영의 관계는 그가 처음 이유영에게 정국진이라는 외삼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보다 더 충격이었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눈을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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