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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소현아는 금방 잠에서 깨어난 탓에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손엔 토끼 인형의 귀를 잡고 있었다. 앙증맞고 귀여운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가 강지훈을 향해 달려가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소현아는 그의 허리에 찬 벨트를 잡고 그의 등 뒤에 몸을 숨겼다. 강지훈이 그런 그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손을 뻗자, 소현아는 그의 팔 사이로 머리만 들이밀고는 두 손으로 그의 옷깃을 꽉 잡았다.

“강지훈 씨... 저 나쁜 사람들이 절 이곳에 가두었어요. 조금 전 괴롭히기도 했어요.”

강지훈 등 뒤의 부관들은 모두 험악하게 굳은 얼굴로 주인님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는 그녀를 보며 못마땅한 듯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

범인을 심문하던 사나운 눈빛이 모두 소현아에게 집중되어 있으니, 보통 여자였다면 일찌감치 겁을 먹고 잔뜩 움츠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천진난만한 얼굴로 강지훈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말해봐. 누가 널 괴롭혔어?”

강지훈이 눈을 내리뜨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말에 도우미들은 염라대왕이 온다는 말이라도 들은 듯 아연실색했다.

도우미가 다급히 걸어와 그의 앞에 무릎 꿇었다.

“어르신, 아가씨께서 의관이 정제하지 못하고, 신발도 신지 않아 챙겨드리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것입니다.”

“신발을 안 신었어?”

강지훈이 시선을 돌리자 소현아는 맨발을 꼼지락거리며 부끄러운 듯 목을 살짝 집어넣고 그를 쳐다보았다.

소현아는 그가 화를 내는 줄 알고 얼른 그의 허리 위에 올렸던 손을 내려놓고 눈치를 살폈다.

강지훈은 소현아를 번쩍 안아 들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사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데 어디에 쓰겠어.”

도우미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듯한 한 마디였다.

그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주인님... 제발...”

“주인님...”

이곳에 있는 도우미들은 모두 반반한 미모를 갖고 있었고 나이도 고작 스무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그들에겐 말할 기회도 없었다. 이미 부관들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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