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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현관에 들어서자 군화를 신고 대리석 바닥을 내딛는 그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거실에 울려 퍼졌다.

바람이 구름층을 한껏 헤집어 놓은 하늘, 반달이 빛을 내뿜는 유리창 아래, 남자의 그림자가 유난히 길게 어른거렸다.

강지훈이 복고풍의 계단을 오르려고 한 순간, 2층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강지훈은 2층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걸음을 멈추고는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다.

몇 초 뒤, 소현아의 모습이 그의 시선 속에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내리뜨리고 흐릿한 정신으로 손에 토끼 인형을 안고 걸어오고 있었다.

천천히 내려와 마지막 계단을 밟을 때까지도 그녀는 강지훈을 발견하지 못한 듯 그의 곁에서 스쳐 지나갔다.

문을 나서니 바깥에선 아직도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에 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바람 속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정처 없이 걸어갔다.

강지훈은 차분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의 걸음이 돌연 좁디좁은 창고 앞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조명도 켜지 않은 어두운 창고 안에 들어가 한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강지훈은 이마를 찌푸리고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한 번도 청소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었고 불쾌한 냄새까지 진동했다.

강지훈이 음산하게 눈을 내리뜨렸다.

“일어나.”

소현아가 말했다.

“말 잘 들을게. 나한테 먹을 것 안 주면 안 돼.”

“말 잘 들을게...”

그 말에 강지훈의 이마가 더 깊게 찌푸려졌다.

“현아 때리지 마. 아파...”

소현아는 인형을 안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강지훈은 소현아가 몽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늘 천진난만하던 소녀가 이렇게나 슬프게 울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어둠 속 그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남자가 허리를 굽혀 손으로 아직 울고 있는 소현아의 아래턱을 들어 올렸다.

“내가 널 지켜줄게. 나랑 함께 가지 않을래? 응?”

“매일 약 안 먹어도 돼요? 현아 약 먹기 싫어요. 하지만 약 안 먹으면 현아는 영원히 총명해지지 않을 거예요...”

“응. 먹기 싫으면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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