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90화

“얼마 전, 현아가 구영관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했대. 알아보니 우리 회사와 계약했던 모델들이라 처리하려고 알아봤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더라고.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서를 보냈는데도 미동 하나 없어.”

“뭐라고요? 현아가 바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요? 그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

소현아 엄마의 초점은 자신의 딸에게 맞춰져 있었다.

소정국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걱정할까 봐 그랬지. 됐어... 이제 자자. 내일 또 회사에 회의가 있어.”

엄마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분출할 데가 없어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목욕물 받아놓았어요. 씻고 주무세요.”

“다른 할 일 있어?”

그녀가 입을 막고 하품을 하며 말했다.

“내일 현아 먹일 한약을 끓여야겠어요. 한의사 선생님이 중간에 끊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 일은 도우미한테 시켜.”

“현아에 관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마음이 안 놓여요. 집안에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쉬어요. 저도 곧 갈게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새벽 3시.

인형을 안고 잠든 소현아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속 그녀는 온통 식인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수림 속에 갇혀 있었다. 등 뒤에서 날개 달린 이리 한 마리가 그녀를 잡아먹으려 뒤쫓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리 뛰어도 수림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안개가 자욱이 내린 수림 속, 소현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바짝 쫓아온 이리가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그녀를 삼키려 했다.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약을 들고 올라가던 그녀의 엄마는 소리를 듣고 급히 안으로 들어가 벽을 더듬어 조명을 켰다. 화려하게 꾸며진 공주방, 단정히 정리된 침대에 소현아가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고, 얼굴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실려 있었다.

엄마는 얼른 한약 그릇을 내려놓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