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87화

소현아는 머리를 축 내리뜨리고 더는 말하지 못했다. 강지훈은 이미 그녀의 다리 위에 돈을 놓아두었다.

“이건 네가 응당 받아야 할 돈이야. 난 다른 사람에게 빚지는 거 질색이야.”

“받을 테니까 저 때리지 마세요.”

소현아는 허둥지둥 그가 준 돈을 가방 안에 쑤셔 넣었다.

이런 자극적인 상황에 놓이니, 그녀의 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좋아하면 이 그릇 안의 밥 다 먹어. 아니면 이곳에 가둬놓고 개 짓는 법을 배우게 할 거야. 말 듣지 않으면 때려죽일 테니까 알아서 해.”

그녀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이 돌연 떠올라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그녀는 차에 웅크리고 앉아 더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지훈은 너무나 조용한 공기에 갑자기 흥미가 뚝 떨어졌다.

“차 세워.”

정차하자 강지훈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담배를 꺼냈다.

“내려. 혼자 택시 타고 가.”

강지훈의 그 한 마디에 잠금이 열리자, 소현아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곧바로 문을 열고 도망쳐버렸다. 내리기 전, 강지훈이 준 돈은 한 장도 빠짐없이 자리에 남겨 놓았다.

소현아는 머지않은 곳 구영관 가게 안에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사나운 호랑이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머리에 올려두었던 진주 머리띠는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누군가의 발에 차여 쓰레기통 옆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그녀는 호랑이 아가리에서 도망쳤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구영관에 들어서니 향긋한 음식 냄새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조금 전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

아직 너무 늦은 시간은 아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소현아는 6만 원가량의 음식을 시키고 4만 원은 집에 돌아갈 차비로 남겨두었다. 그러고는 구석에 앉아 레몬차를 홀짝거렸다.

그녀는 구영관 앞에 검은색 군용차가 아직 떠나지 않고 서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강지훈은 창문을 반쯤 내리고 다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천진난만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