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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계산하러 가려는데 갑자기 온화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강 대표님? 여기서 또 만나네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보니 어느 부잣집 딸인지, 새하얀 피부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장소월은 이 여자를 모르지만, 그녀 옆에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허이준, 바로 장소월과 같은 반 학생, 전교 1등 허이준이었다.

장소월은 허이준을 보며 아마 두 사람이 남매일 것이라 짐작했다. 두 사람의 이목구비가 비슷해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허이준은 장소월과 시선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눴다.

강영수는 허이경을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소월의 시선을 눈치챘다.

“아는 사이야?”

장소월은 사실대로 말했다.

“같은 반 친구야.”

강영수는 찡그렸던 미간을 조금 풀었다.

카운터 직원은 계산서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 계산서입니다. 확인해주세요. 네 분 함께 오셨나요?”

장소월이 입을 열려고 하자 강영수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잘 모르는 사이에요.”

그리고 몸을 약간 돌리고는 장소월에게 말했다.

“지갑 외투 주머니에 있어.”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말투였다.

허이경은 애써 웃으며 난처함을 달랬다.

“우리는 12번 테이블이에요. 얼마죠?”

“네, 잠시만요.”

장소월은 손을 뻗어 그의 외투에서 검은 지갑을 꺼냈다. 지갑을 열고 보니 안에는 그녀의 사진이 끼어있었다.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타고난 곱슬머리의 그녀였다. 손질하기가 귀찮아서 파마를 했고 길면 자르곤 했다.

“어느 카드?”

장소월은 지갑에 자신의 사진이 있는 줄 몰랐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니 순간 귀가 따가웠다.

“아무거나.”

장소월은 아무 카드나 뽑았고, 강영수의 눈빛이 조금 변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네 사람은 함께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강 대표님 기억력이 이렇게 나쁜 줄은 몰랐네요? 우리 저번 파티에서 만나서 얘기를 나눴었는데.”

말하면서 허이경은 또 시선을 장소월에게 돌렸다.

“이분은 동생?”

동생?

대체 어디를 봐서 남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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