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 도착했다. 주위는 산들로 이어져 있는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었다.오는 길에 카메라 한 대도 없고, 차도 한 대 보이지 않았다. 차가 멈추자 장소월은 안전벨트를 잡고 몸을 움츠렸다.“뭐 하려는 거야?”남자의 하얀 손가락은 핸들에 살짝 걸치고 있었다.“윤서 언니 일은 나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백윤서이니, 장소월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설명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몸을 숙이더니 긴 손가락으로 여자의 머리를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읍!”장소월은 가볍게 소리를 내고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교복도 그에 의해 헝클어지고 말았다.단추가 열리는 것을 느낀 그녀는 힘껏 그를 밀어내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얼굴에 뺨을 한 대 때렸다. 입고 있는 옷을 꽉 움켜쥐고 속눈썹에 영롱한 눈물을 글썽이며 애써 진정하려고 노력했다.“전연우. 제발 이러지 마! 윤서 언니랑 사귀고 있잖아!”전연우의 눈빛은 너무 어둡고 깊어 그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입꼬리를 올리고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 입가의 액체를 닦아주었다.“그게 뭐 어때서? 너도 좋아하잖아? 네 몸이 반응하고 있어. 대체 뭐가 무서운 거야? 소월이는 오빠를 가장 좋아하잖아.”“난... 아니야!”장소월은 시선을 돌리며 그의 어떤 말도 듣지 않으려 했다.“거짓말.”전연우는 그녀를 확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만지지 마!”여자의 체향을 맡았지만 예전의 달콤한 향기는 사라지고 다른 남자의 차가운 냄새만 가득했다.남자의 눈에는 온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강한 소유욕만 타올랐다.그의 손이 치마 안으로 들어가 얇은 옷감을 헤치고, 거친 손바닥이 민감한 곳으로 향하는 것을 느낀 장소월은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내가 영수한테 말할까 봐 겁나지도 않아?”강영수라는 이름을 듣고, 남자는 동작을 멈추었다.장소월은 여전히 그를 밀어낼 수 없었고, 눈물 젖은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고 흐느꼈다.“대체 왜... 전에는
백윤서를 제외하고 그는 거의 아무런 약점이 없었다.하지만 이런 이유로 백윤서는 그의 가장 큰 약점이 되었다.전연우와 백윤서가 사귀게 된 것은 장소월이 예상했던 일이다.만약 백윤서가 없었다면 전연우는 반드시 인시윤과 사귀었을 것이고, 그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을 것이다.그의 수단은 늘 다른 사람의 상상을 초월했다.“언제부터 나에 대해 이렇게 잘 알았지? 응?”전연우는 아무 감정 없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녀의 귓가에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녀의 순수하고 맑은 눈엔 여전히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녀가 이런 모습일수록 전연우는 더 더럽히고 싶었고, 가장 저급한 방식으로 그녀를 침대에 눕혀 죽도록 울리고 싶었다.이런 더러운 마음은 그의 꿈에 종종 나타나곤 했다.하지만 아직은 행동에 옮길 수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을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지금 전연우의 마음은 마치 하수구에 있는 도랑에서 뒤틀리는 구더기 같았다. 장미꽃 가지 위로 조금씩 기어올라 그 꽃잎을 천천히 먹어 자신의 일부로 만들려 했다.“소월아, 잊지 마.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야.”전연우의 갑작스러운 부드러운 행동에 장소월은 오히려 몸 둘 바를 몰랐다.“강영수... 진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어? 왜 여전히 이렇게 순진해?”장소월은 단번에 반박했다.“영수는 날 해치는 일을 절대 하지 않으니까. 너만 계속 나한테 상처를 주고 있어. 내가 수술을 했을 때, 영수는 내가 아이를 못 가져도 개의치 않는다고 했어. 나와 결혼하는 날을 기다린다고 했어.”“그래서 흔들렸어?”“맞아!”장소월은 그를 바라보며 목소리가 떨려왔다.“지금 상황을 아버지가 아시게 되면 난 어떤 처지에 이를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영수는 날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한테 흔들리는 건 당연하잖아? 적어도 영수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강요하지 않아!”“넌 절대 영수랑 비교가 안 돼!”만약 전연우가 오늘 정말 여기서 그녀에게 무리한 행동을 한다면, 그녀는 높은
장소월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소현아는 주위를 돌려본 후에야 장소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강용이 6반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설채윤도 함께 갔어.”이 소식을 들은 장소월은 담담했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강용의 일은 나한테 말하지 않아도 돼. 나 화장실 갔다 올게.”...“이건 왜 찾는 건데? 아무리 찾아도 답은 똑같아.”서철용은 들고 있던 노란 서류 가방을 맞은편 남자 앞에 놓았다.맞은 편 남자의 어두운 안색을 바라보며, 서철용은 더욱 흥이 났다.타인의 고통은 곧 그의 희열이었다.그는 옆에 있는 요염한 옷을 입은 여자를 껴안고 다리를 꼬았다.“네 요구대로 십여 번을 반복 검사했어. 결과는 다 똑같아. 만약 못 믿겠다면 촬영한 영상을 보내줄까?”남자는 아무 말 없이 서류 가방을 들고 일어나며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입 조심해.”“걱정 마, 나 입 무거워. 전연우, 조심해.”전연우가 떠나고, 옆에 있던 여자가 남자의 품에서 아양을 떨었다.“자기야, 저 사람한테 뭐 준 거야?”서철용은 여인의 귀에 대고 숨 쉬며 따뜻한 온기로 말했다.“비밀!”곧 옆방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서철용을 보더니 안색이 급변하여 옆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더니 급하게 화장실로 갔다.서철용은 옆에 있던 여자를 두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따라나섰다.“자기야, 어디가?”서철용은 대답하지 않았다.배은란은 화장실에 꽤 오래 머물렀다. 지난번, 누군가 그녀의 술에 약을 탔고, 서철용과 관계를 맺었다.그녀는 서철용의 형수였으니,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 관계였다.30분이 지난 후, 배은란은 그가 이미 떠났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하고 화장실을 나섰다. 하지만 출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남자를 보았다.배은란이 겁에 질린 듯 고개를 돌려 뛰려 하자, 남자는 빠른 속도로 그녀를 반대편 비상계단 쪽으로 끌고 갔다.남자는 그녀의 두 손을 벽에 누르고, 여자의 목덜미에 키스했다.배은란은 꼼짝도
“좋아. 어떻게 가만두지 않을 건데? 날 깨물 건가? 아니면 단단히 끼워서 나오지 못하게 할 건가? 응?”배은란은 수줍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서철용!”“형수, 또 하고 싶어?”배은란은 서씨 집안에서 늘 순한 성격이어서 시부모님이 꾸짖어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손에 든 가방을 그대로 내려치고, 하이힐을 신은 발로 그의 발등을 힘껏 밟았다.서철용은 숨을 들이켜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배은란은 얼굴을 붉히며 가방을 들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망갔다. 뒤에 있는 사람이 행여나 쫓아올까 봐 두려웠다.차에 앉아 거울을 통해 목에 남은 자국을 보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파운데이션을 꺼내 치욕스러운 붉은 자국을 가렸다.지난번 그날 이후로 그녀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심지어 거짓말을 하고 외지에 가서 진찰을 받고 일주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시동생과 관계를 맺은 사실을 집안 사람들이 알게 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다.‘절대 이대로는 안 돼.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깔끔하게 정리해야겠어.’남천 그룹.기성은은 서류를 전달하려고 노크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하지만 전연우는 보이지 않고 우연히 그 문서를 보았다.DNA 감정서.누구와 유전자 검사를 한 것일까?“뭘 보는 거죠?”전연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휴게실에서 나오더니, 휴지로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아닙니다!”기성은은 바로 시선을 옮겼다.“대표님, 이건 오늘 정리한 회의 문서입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사인하셔야 할 프로젝트도 있습니다.”“알겠어요.”기성은이 사무실을 떠난 후, 전연우는 그 문서를 분쇄기에 넣었다.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적어도 영수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강요하지 않아.”“넌 절대 영수랑 비교가 안 돼!”전연우는 지금처럼 짜증 나고 마음이 심란한 적이 없었다. 저녁 8시, 그는 전화를 받고 사무실을 나왔다.기성은이 마침 문밖에 있었고, 그는 전연우의 뒤를 따라갔다.“대표님, 지금 누군가
전연우는 차가운 눈으로 황준엽의 옆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인턴사원을 보며 다가갔다. 기획부 팀장도 바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이 여기 앉으시려 하잖아? 얼른 일어나지 않고!”이유미는 구세주를 만난 듯 서둘러 말했다.“네, 팀장님.”하지만 그녀가 일어나기도 전에, 황준엽은 그녀를 석 잡았다.“참, 대표님이 앉으면 앉는 거지 너는 왜 일어나? 술도 못 마시면서 앞으로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 보아하니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네? 자... 내가 가르쳐줄게.”“저희 회사 직원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전연우는 황준엽의 손목을 덥석 잡고 점점 힘을 주었다.갑자기 분위기는 굳어졌다.황준엽은 손목의 통증을 느꼈지만, 많은 사람들의 앞이라 체면 때문에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고 그저 헤헤 웃으며 말했다.“방금 장난이었어요. 전 대표님 여기 와서 한 잔 받아요. 오해를 풀자고요.”이유미는 곧 기획부의 팀장에 의해 끌려나갔고, 몇 명의 고참 직원만 남았다.몇 년 전, 황준엽은 실수로 사람을 치어 죽였는데, 상대 가족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고, 장씨 가문에도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장씨 가문의 일 처리 수단에 대해서 황준엽은 잘 알고 있었다.서울 지하세계의 왕이라 위에서도 개입하기 어려웠다.그는 전연우를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경멸하고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장씨 가문은 그저 지하세계의 통치자일 뿐이니... 언젠가 무너질 것이다.황준엽은 엄청난 재벌은 아니지만, 적어도 출신만으로 전연우를 발밑에 밟을 수 있었다.전연우와 같은 신분은 평생 열심히 노력해도 그를 따라올 수 없었다.업계 협력 미팅의 절차에 따라, 그들은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그다음은 천하일성의 카지노로 향했다. 이곳은 영업 허가증도 있는 정규적인 카지노였다.세 시간 후, 엘리베이터 안은 온통 황준엽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전 대표님,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요. 자그마치 2억을 잃게 했네요. 이 프로
“다시 올라가서 갈아입고 올게요.”“그럴 필요 없으세요. 아가씨만 좋아하신다면 옷이 타버렸다고 해도 도련님은 신경도 안 쓰실 겁니다.”기성은은 전연우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오늘 카지노에서 그의 행동은 확실히 일부러 황준엽에게 져준 것 같았다.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든, 항상 알 수 없는 믿음을 주었다. 그를 따라다니며 사람을 죽이고 방화를 저지른다고 해도 기성은은 그를 철석같이 믿을 것이다.“대표님?”기성은은 옆에서 정신이 팔린 전연우를 불렀다.백윤서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까?‘그래, 윤서 씨와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서 정이 깊은데, 인씨 집에서 그런 일을 당했으니.”오늘 밤 황준엽은 온 세상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자만했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전연우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이번 황씨 가문과의 협력은 구덩이를 파서 황준엽이 직접 뛰어내리게 만든 것이다.기성은이 전연우의 옆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따라다녔는데, 어떻게 그의 성격을 모를 수 있겠는가?전연우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독한 사람이지만, 자신에게도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는 사람이다.신분의 우세로 잘난 체하는 부잣집 자식들은 전연우의 눈에 그저 햇병아리에 불과했다. 그들을 조종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기성은은 그들이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회상했다.전연우는 유일하게 자신이 기꺼이 복종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이었다.차를 몰고 돌아가는 길에 전연우는 눈썹을 찡그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위병이 도진 모양이다. 불규칙한 식사로 얻은 위병이 아니라, 몇 년 전에 ‘화물 운송’을 할 때 누군가의 칼에 마침 위가 찔려 남은 후유증이었다. 오늘 전연우는 술을 꽤 많이 마셨다.그의 모습을 본 기성은은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30분 후, 전연우가 어렴풋이 깨어났고, 서철용이 병상 옆에 서서 수액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운이 좋았어. 조금만 더 늦었으면 수술방에 들어갔을 거야. 다행히 아직 위출혈은 없어.”“마시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 그렇게 많이 마셨어?
전연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폭탄을 투하해 버리고 유유히 떠나는 서철용을 쳐다보았다. 그 말을 들은 백윤서는 곧바로 전연우에게 캐물었다.“연우 오빠, 왜 소월이에 대해 얘기한 거예요? 소월이한테... 무슨 일 있는 거예요?”기침 몇 번에 또다시 위통이 몰려왔다. 전연우는 이토록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을 아무한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예전 그의 위병은 좀처럼 도지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장소월이 항상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전연우에게 술을 권할 때마다 장소월은 상대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었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망치고 돌아오면 항상 장해진의 엄벌을 받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연우가 한 잔이라도 덜 마시도록 노력했다.아침, 점심, 저녁, 그녀는 매 끼니마다 직접 그에게 음식을 챙겨주기도 했다.장소월이 그를 멀리한 이후, 전연우는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시간이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백윤서는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는 전연우의 모습에 실망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녀가 전연우의 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악몽을 꾼 탓에 잠이 안 와요. 그래서 나와서 걷고 있었어요.”전연우가 큰손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리고 쓰다듬었다.“들어가서 자. 내일 학교에 가야 하잖아?”“내가 죽을 먹여줄게요. 술만 먹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잖아요.”백윤서가 보온병을 열어 따끈따끈한 야채죽 한 숟가락을 떠 호호 불고는 전연우의 입가에 가져갔다.전연우는 그녀의 눈가에 어려있는 기대감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다 먹고 나니 어느덧 새벽 3시였다.백윤서는 그제야 느릿느릿 정리하기 시작했다.전연우가 말했다.“곧 날이 밝아. 여긴 기성은이 치우면 되니까 돌아가서 쉬어.”백윤서가 침대 옆에 고개를 숙이고 서서 말했다.“오빠, 혼자 자기 무서워요. 잠깐만 옆에 누워 있어 주면 안 돼요? 어렸을 때도 항상 제 옆에 있어 줬잖아요. 오빠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백윤서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서, 백윤서는 뾰로통한 얼굴로 조수석에 앉아있었고 전연우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두 사람은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차 안을 짓눌렀다.학교에 도착하자 백윤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기성은이 말했다.“윤서 씨, 아침밥을 가져가세요.”백윤서는 그의 말을 무시해버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기성은이 걱정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대표님, 윤서 씨는 아직 어린 아가씨입니다. 그냥... 먼저 사과하는 게 어떨까요?”전연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눈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장소월이 만두를 들고 우유를 마시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강아지 한 마리가 그녀의 옆으로 달려와 사납게 짖어댔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만두와 우유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황급히 학교 안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경비원은 다급히 강아지를 쫓아냈다.그녀는 한동안 달린 뒤 고개를 돌려 강아지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몇 년 전 그녀는 광견에게 하마터면 물릴 뻔했었다. 하여 강아지에게 떨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자리 잡은 것이다.겁에 질려 우왕좌왕하는 장소월의 모습에 전연우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피어올랐다.장소월은 교실로 가던 중 다시 6반에 돌아가 책상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는 강용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소월아, 소월아, 소월아!”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장소월이 고개를 돌렸다. 소현아가 만두 두 봉지와 우유를 들고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장소월은 걸음을 멈추고 소현아를 기다렸다.소현아가 들고 있던 음식을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네 것이야. 조금 전 강아지 때문에 놀라 떨어뜨리는 거 봤어. 그래서 내가 같은 거로 사 왔어.”소현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고마워.”이미 사 왔으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장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