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뭇사람들은 문 앞에 서 있는 최서준에게 시선이 쏠렸다.“뭐야 이 녀석은?”손 신의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내가 누군지는 알 것 없어요.”최서준이 한 걸음 나아가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침대에 누워계신 이분은 적어도 2년은 더 살 수 있는데 왜 가망이 없다고 하는 거죠? 사람 목숨이 하찮아 보여요?”낯선 이의 생사는 원래 그와 아무 연관이 없지만 상대가 의사라 납시고 영감탱이를 비하하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최서준의 사부님이 바로 한때 이름을 떨쳤던 ‘천재 의사’이고 지금은 그 명예를 최서준에게 물려주었으니 절대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최서준이 사람 목숨을 왜 하찮게 여기냐고 반박하자 손 신의는 버럭 화냈다.“새파랗게 어린 것이 지금 뭐라고 했어?”뭇사람들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손 신의의 본명은 손지명이고 백 년 된 의학 가문에서 태어나 의정의 명의라 일컫는다. 무수한 생명을 구했고 한때 국가의 지도자도 치료했다고 하는데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감히 그를 질의하다니.“이봐요, 지금 우리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고 하셨나요?”앞에 있던 젊은 여자가 눈물을 닦으며 희열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물론이죠.”최서준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대답했다.“제가 어르신을 구할 뿐만 아니라 2년은 더 연명하도록 치료할 수도 있어요.”“뭐라고요?”뭇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젊은 여자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저는 주하은이라고 해요.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우리 주씨 일가에서 반드시 제대로 보답해드릴 겁니다!”“하하하.”이때 손 신의가 불쑥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젊은이가 눈에 뵈는 게 없구먼. 한의학이 얼마나 심오한 의학인지 알기나 해? 배움의 경지가 끝도 없어. 나도 반평생을 배워서 지금의 실력을 얻었을 뿐이야.”그는 앞으로 나서며 음침한 눈길로 최서준을 노려봤다.“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엄마 뱃속에서부터 배웠다고 해도 인제 고작 입문 단계일 텐데 어딜 감히 내 앞에서 허세를 부려?”“지당한 말
최서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불쑥 일곱 대의 은침이 나타났다.“하!”그가 팔을 휘두른 순간 일곱 대의 은침이 어르신의 일곱 개 혈 자리에 나란히 꽂혔다.손 신의는 놀라서 몸이 움찔거리고 입이 쩍 벌어졌다.“아니 이건... 공수침이란 말이야?!”일곱 대의 은침이 어르신의 혈 자리에 꽂힌 순간 일제히 흰 빛을 내뿜더니 북두칠성의 모양을 이루며 별처럼 눈부시게 빛났다.“만수무강할 운명을 타고났고 가슴팍에 칠성문도 찍었으니 저승사자가 와도 내가 절대 놓아줄 수 없지! 이젠 일어날 때가 되었어요, 어르신!!!”최서준은 마치 주술을 외우듯 어르신의 생사를 좌우하고 있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혼미상태에 빠져 있던 어르신이 갑자기 검은 피를 내뿜더니 격렬하게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모든 이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고 넋이 나가버렸다.“헐... 진짜 어르신을 살렸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주하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냉큼 외쳤다.“할아버지...”어르신은 흐린 눈을 천천히 뜨며 무기력하게 말했다.“하은아... 나 아직 안 죽었어? 방금 꿈에서 너희 할머니가 나 데려가겠다고 했는데...”“할아버지 아직 살아있어요. 저 사람이 할아버지를 구해주셨다고요.”주하은이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너무 잘 됐어요. 진짜 너무 잘됐어요 할아버지.”뭇사람들도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며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어르신을 바라봤다.“기사회생이야. 이게 바로 진정한 기사회생이라고.”손 신의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의사 생활을 수십 년 해오면서 이런 광경은 또 난생처음이었다.어르신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고맙네, 손 신의. 자네가 날 구했어.”손 신의는 얼굴이 빨개지고 재빨리 손사래 치며 말했다.“아닙니다, 어르신. 제가 어르신을 구한 게 아니라 저기 있는 저분이에요.”“그래요, 할아버지. 바로 이분이 할아버지를 구해주셨어요.”주하은은 손으로 최서준
애초에 최서준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진짜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는데 가소롭게도 그런 귀인을 사기꾼으로 몰아가다니.주씨 일가의 임원들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부터 전부 나가서 찾아. 남양을 싹 다 뒤집어서라도 아까 그 신의를 찾아내. 못 찾으면 돌아올 생각 마!”다음 날 아침 도현수가 또 전화 왔다.“서준아, 지금 어디야? 연우가 오늘 너 데리고 회사 가서 면접 보겠다는데 주소 보내줘. 연우한테 너 데리러 가라고 할게.”“네, 아저씨.”최서준은 나인원 크라운 별장 주소를 도현수에게 보냈다.도씨 일가 대문 입구.흰색 벤츠 C260 세단 옆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연우야, 너 그 촌놈 약혼자 너무 허세 부리는 거 아니야? 우리 지금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아영아, 그만해. 나도 지금 미쳐버리겠단 말이야.”도연우도 짜증스럽게 불평을 늘어놓았다.‘아빠도 참, 굳이 그 촌놈을 회사에 들여보내라더니 이젠 또 이렇게 한참이나 기다리게 해?’두 사람이 한창 투덜거리고 있을 때 도현수가 전화 왔다.“연우야, 서준이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있대. 지금 바로 서준이 데리러 가.”도연우가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다 보니 옆에 있던 진아영도 엿듣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 자식이 나인원 크라운에 산다고?”“그게 왜?”도연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나인원은 남양의 최고급 별장 구역이야. 특히 나인원 크라운 별장은 남양에서 손꼽히는 별장이라 가격이 무려 천억이라고.”진아영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연우야, 그 자식 촌놈이라며? 어떻게 나인원 크라운에 살아? 뻥 치는 거 아니야?”도연우는 화들짝 놀랐다.뭐라고?가격이 무려 천억이라니?!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가자, 뻥인지 아닌지 가보면 알 거 아니야.”최서준은 주소를 보낸 후 별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산정상의 경치를 감상했다.풀숲에 버려진 빈 음료수병을 보더니 그는
최서준이 고개를 내저었다.“내가 산 거 아니에요.”“그럼?”두 여자는 어안이 벙벙했다.진아영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서준 씨 참 겸손하시네요.”그녀는 문득 최서준이 들고 있는 봉투를 보더니 두 눈을 반짝거렸다.“서준 씨 이 안에 현금 들어있죠? 부자들은 현금 쓰는 걸 제일 좋아한다던데 역시 듣던 대로네요.”최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선뜻 앞으로 다가가 봉투를 가져와서 열어보았다.순간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안에 든 것은 돈이 아니라 빈 깡통이라 역겹고 악취가 풍겼다.“방금 주운 쓰레기예요.”최서준이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쓰레기를 주웠다고요?”진아영은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네.”최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녀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뭐야?! 결국 쓰레기 주우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 휴지로 손을 미친 듯이 닦았다.“진짜 기분 잡쳐. 그냥 거지잖아. 좋았다 말았네! 연우야, 너희 아빤 대체 왜 저런 녀석을 찜하셨대? 쓰레기나 줍는 촌놈을 네 약혼자로 정하다니 이게 말이 돼?”그녀는 야유에 찬 눈길로 최서준을 째려보며 좀 전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도연우도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이 녀석이 진짜 여기 지내는 줄 알았는데 쓰레기 주우러 온 거라니...젠장! 촌놈 때문에 그녀의 체면이 한없이 구겨졌다!화가 난 도연우는 이 한마디만 내던졌다.“가자 얼른.”몇십 층에 달하는 이퓨레 그룹 빌딩 입구에서.“여기서 일단 기다리고 있어. 내가 들어가서 얘기하고 올게.”도연우는 최서준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곧장 진아영과 함께 로비로 들어갔다.최서준은 회사 이름을 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퓨레 코스메틱? 이건 최우빈이 그에게 양도한 회사인데?!로비에서 다섯 명의 젊은 남녀가 함께 모여 수군거렸다.“연우야, 걱정 마. 내가 이미 외삼촌한테 얘기했으니 그 자식 절대 면접 통과 못 해.”가슴팍에 마케팅팀 매니저라는 명찰을 달고 베르사체 정장을 입은 오민욱이 차가운
“뭐가 그리 급해? 다들 이제 곧 동료 될 텐데 미리 알아가는 것도 좋잖아.”오민욱의 눈가에 한기가 스쳤다. 그는 선뜻 최서준에게 손 내밀며 으스댔다.“반가워요, 오민욱이에요. 현재 마케팅 2팀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고 연우 동료이자 상사에요.”최서준은 그의 사악한 미소를 바로 알아챘지만 똑같이 손 내밀며 무표정하게 말했다.“최서준이에요.”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에 곽정원은 속으로 깨고소해했다.오민욱은 손힘이 세기로 유명해 전에 그와 한번 악수하다가 하마터면 손이 부러질 뻔했고 그 뒤로 족히 사흘을 아팠다. 심지어 그것도 오민욱이 자제한 결과였다.이젠 드디어 이 촌놈이 망신당할 차례가 됐다.아니나 다를까 최서준은 악수하는 순간 거대한 힘이 압박해오는 걸 느꼈다.오민욱의 표정을 보자 야유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도연우 앞에서 최서준에게 망신 주어 제 앞에 무릎 꿇고 빌기를 바랐다.다만 아쉽게도 아무리 힘을 줘봤자 최서준은 줄곧 담담한 표정이었다.‘이 녀석 변태 아니야?’오민욱이 속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곧이어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충격과 고통으로 뒤바뀌었다. 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최서준은 마치 집게처럼 되레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오민욱은 손이 으스러질 것 같아서 얼른 빼내려 했지만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그가 간신히 고통을 참는 모습에 최서준이 배시시 웃었다.“오 매니저, 괜찮아요? 무슨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려요?”“이 손... 놔요.”오민욱은 피를 토할 것처럼 이를 꽉 깨물었다.“에이, 그럼 안되죠.”최서준이 진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오 매니저가 마치 옛친구처럼 반가울 따름인데 좀 더 잡고 있어요 우리.”옛친구는 개뿔!오민욱은 울상이 되어 험상궂은 얼굴로 변했다.“손 놔, 당장 이 손 놓으라고!”“이봐요 최서준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곽정원이 드디어 수상함을 느끼고 황급히 질책했다.“오 매니저가 나랑 더 악수하고 싶지 않으니 어쩔 수 없네요.”최서준은 장난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대표님, 저는 이퓨레 코스메틱 부대표 임상아라고 합니다. 편하게 말 놓으세요. 어제 회사 주주총회에서 지오 그룹 최우빈 대표님이 수중의 75퍼센트 지분을 최서준 대표님께 양도한다고 발표하셨어요. 즉 어제부터 대표님은 우리 회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선정되셨어요. 최우빈 대표님께서 대표님 사진이랑 일부 자료들도 저한테 보내주셨어요. 앞으론 제가 대표님을 보좌하겠습니다.”최서준은 그제야 깨달았다.“알았어. 나 지금 바로 회사야. 무슨 일 있으면 임 대표한테 분부할게.”부대표이사 사무실.전화를 끊은 후 임상아는 곧장 비서를 불러와 명령했다.“우리 회사 신임 대표 최서준 대표님이 지금 회사에 와 있어. 아마 비밀리에 방문하고 있을 거야. 당장 각 부서 담당자들한테 말해서 직원 단속 잘하라고 해. 가장 바람직한 업무 자세를 보여야 해. 미리 말하는데 누가 감히 최 대표님 눈에 나면 당장 해고당할 줄 알아!”“알겠습니다, 대표님!”비서도 식겁하며 재빨리 부대표의 명령을 전달했다.회사 로비에서 도연우 일행은 최서준이 나오길 기다리며 기대에 찬 얼굴로 줄곧 희희덕거렸다.이때 오민욱이 전화 한 통 받더니 갑자기 긴장감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 민욱아?”진아영이 궁금한 듯 물었다.오민욱은 숨을 깊게 몰아쉬며 말했다.“방금 팀장님한테 전화 왔는데 우리 회사 신임 대표 최 대표님이 이미 비밀리에 회사를 둘러보고 계신대. 우리더러 열심히 업무에 임하래. 만에 하나 경솔하게 굴면 바로 해고래.”“뭐?”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도연우가 이해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민욱아, 우리 회사 대표님은 이씨 성 아니야?”“지금은 아니래.”오민욱이 고개를 내저었다.“외삼촌이 그러는데 어제 급하게 주주총회를 열어서 원래 하던 이 대표가 퇴임하고 새로 온 최 대표가 대주주이자 대표직을 맡았대. 아직 소식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너무 급하게 결정된 일이다 보니 너희들한테 미처 얘기하지 못했어.”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정세훈은 어이가 없어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누굴 동성애자라는 거야! 너야말로 동성애자 아니야? 너희 온 가족이 동성애자야. 꺼져, 썩 꺼져버려.”최서준이 되물었다.“동성애자가 아닌데 왜 별자리로 직원 채용해요?”“내가 인사팀 매니저니까 내 맘대로 정해. 네가 뭘 어쩔 건데? 왜? 때리기라도 하게?”정세훈이 거만을 떨며 비아냥댔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찰진 귀싸대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정세훈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얼굴을 감싸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최서준을 쳐다봤다.“야 이 새끼야, 네가 감히 날 쳐?”“어디 그뿐이겠어? 지금 당장 널 해고할 수도 있는데, 왜? 내 말 안 믿겨?”최서준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정세훈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뭐라고? 이 새끼가 어딜 감히? 네가 뭐 새로 온 대표님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나 때렸지 방금? 넌 이제 끝장이야 새끼야. 딱 기다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야, 조규찬, 당장 경호원들 데리고 내 사무실로 와. 여기 누가 소란 피우고 있어.”곧이어 덩치 큰 사내 다섯 명이 안으로 뛰어왔다.“규찬아, 여기 이 자식 당장 끌어내.”정세훈이 최서준을 가리키며 앞장선 경호원에게 말했다.다섯 경호원은 손에 전기봉을 들고 험상궂은 얼굴로 최서준을 둘러쌌다.“그냥 혼자 나갈래 아니면 우리가 끌고 나갈까?”그 순간 정세훈은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최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오케이, 너희들 모두 회사에서 꺼져야겠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임상아 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지금 인사팀 매니저 사무실인데 5분 줄게, 당장 이리로 와!”정세훈은 그가 전화하는 걸 말리지 않고 오히려 통화를 마친 후 계속 비아냥댔다.“자식, 전화로 사람 부르게?”그는 코웃음 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계속해봐, 몇 명이나 부를지 보자. 대체 누가 널 지켜줄지 몹시 궁금해지는데.”경호 팀장 조규찬이 곧장 아부를 떨었다.“그러게 말입니다. 매니저님은
“5분 20초...”최서준이 담담한 눈길로 임상아를 쳐다봤다.“지각이야.”“죄송합니다, 대표님.”임상아는 가슴이 움찔거렸다.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그녀의 일련의 행동에 모든 이가 충격에 휩싸였다.그중에서도 정세훈이 가장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임상아는 회사 부대표라 대표님 바로 아래 직급이다.잠깐...방금 뭐라고 불렀지?대... 대표님?!정세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최서준을 쳐다봤다.“너... 네가 바로 새로 온 최 대표야?”헐?이 녀석이 바로 신임 최 대표라니?조규찬 일행도 식겁하여 몸을 벌벌 떨었다.최서준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방금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널 때릴 뿐만 아니라 해고할 수도 있다는 말. 이젠 드디어 믿겠어?”정세훈은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는 제 뺨을 연신 후려치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제가 감히 대표님도 못 알아뵙고...”조카가 꼽주라던 사람이 신임 대표님일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치 못한 일이다.대표님일 줄 알았다면 대체 무슨 엄두로 이런 짓을 벌였겠는가.“다들 간이 배 밖으로 튀었어? 감히 대표님 심기를 건드려?!”임상아는 드디어 사건 경위를 알아채고 정교한 얼굴이 한없이 싸늘해졌다.다들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절대 최서준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건만 감히 최서준의 총구에 들이받을 줄이야.그녀는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정세훈과 조규찬 일행은 얼굴이 잿빛이 되었고 눈가에 후회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임상아가 그들에게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 말하려 할 때 최서준이 담담하게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모두 전에 날 본 적이 없잖아. 오늘 일은 이쯤에서 끝내. 그렇지만 오늘부로 감히 또 같은 착오를 범한다면 그땐 진짜 가차 없이 내쫓을 줄 알아. 아참 그리고 방금 있은 일은 절대 외부에 떠벌리지 마. 특히 내 신분은 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