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누군가가 화염 수정을 꺼내왔으니 그들에게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행운이 모두에게 있을까?가게 주인은 약간 아쉬워하면서 포장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화염 수정을 넣고는, 최서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젊은이 잘 가요. 다음번에 돌을 자를 때도 우리 가게에 와주면 내가 50% 할인 해드릴게요.""사장님, 감사합니다.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이 돌이 어디서 온 건지 아세요?"최서준은 물건을 받으며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젊은이 그건 확인하기 어려워. 여기 있는 돌은 내가 다른 곳에서 직접 구해온 거라 출저를 알지만 그 돌은 고정된 출처가 없어. 그 돌의 출처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울 거야."가게 주인은 난처한 듯 말했다.최서준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결국 인연이 없었던 것이었다. 최서준은 본인이 운이 좋아서 이 돌을 따라가면 더 많은 영석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한 조각만으로도 그의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최서준은 임지아와 함께 천천히 떠났다. 돌 거리에서 얼마 가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급히 뒤따라오는 것을 눈치챘다.최서준은 갑자기 멈춰서서 뒤쪽을 향해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나와서 말하세요. 이렇게 몰래 따라다니지 말고.""사실 제가 따라오려던 건 아니고 제가 걷는 속도가 느려서."목소리는 다소 노인의 목소리였다. 서준이 천천히 몸을 돌리자 한 노인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이마 위의 주름이 귀 뒤까지 이어져 있었다.최서준이 눈앞의 노인이 누구인지 생각하던 찰나 노인의 뒤에서 임지석이 나타났다.임지아는 자신의 오빠를 보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오빠, 어디 갔었어? 방금까지 걱정했잖아."그러나 임지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노인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최서준에게 말했다. "젊은이 좋은 물건을 발견했다고 들었는데 이 노인네에게 한번 보여줄 수 있겠나?"노인의 말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최서준은 노인이 그의 물건을 강탈하고도 자기를 가르치려 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얼굴에 침을 뱉어도 모르는 늙은 짐승 같은 놈!"다음 순간 최서준은 노인의 손바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퍽!"이 주먹으로 최서준은 손쉽게 노인을 물러나게 했다.최서준은 손을 휘저어 노인의 허리에서 그 화염 수정을 찾아냈다."노망난 늙은이, 다시 덤비면 목숨을 앗아갈 테니 조심해.”최서준은 노인이 다시 일어서려고 하자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임지석이 말했다.“최서준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 이 보석 거리뿐만 아니라 대하 전체 고미술계에서도 손 어르신은 태산 같은 인물이야. 네게 값을 매기라고 한 건 너를 존중해준 거라고. 그런데도 어르신을 다치게 하다니. 이 진릉에서 계속 살고 싶지 않은 거야?”"그래서 네가 저자를 데려온 거야?"최서준이 임지석에게 물었다."그래, 그래서 어쩔 건데?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건 전적으로 손 어르신 덕분이야. 손 어르신이 가주님의 생신 선물로 드릴 보물을 찾으려고 하니까 내가 신경을 쓴 거야." 임지석은 부정하지 않고 노인을 부축하며 말했다.최서준이 얻어낸 이 화염 수정은 생일 선물로 딱 맞았다."당신이 손씨 가문 사람인가요?" 최서준이 무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젊은이, 네 나이에 손씨 가문을 알고 있다니 의외군. 그래 나는 무인 손씨 가문 사람이다. 피서옥을 관리하고 있다네." 노인은 다쳤어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젊은 데도 깊은 실력을 지닌 이 젊은이가 도대체 누구일지 생각했다.비록 자기가 무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기연으로 통맥경에 올랐는데 이 젊은이의 한 방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이 젊은이는 이미 통맥경 말기까지 오른 강자인가?손씨 가문은 진릉시에서 가장 강력한 무인 가문이고 이 보석가 거리도 손씨 가문의 산업이었다.최서준은 어떻게 그 생일 잔치에 끼어들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긴 것이아닌가?최서준이
"괜찮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손가주님의 생일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 초대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혹시 집사님께서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서준이 말을 이었다."그건 쉬운 일입니다. 며칠 후에 저와 함께 축하하러 가면 됩니다!" 손 집사도 흔쾌히 대답하며 며칠 후 최서준과 함께 손씨 가문에 가기로 했다."그렇게 하기로 하죠. 이 화염 수정은 제 생일 선물로 할 테니 손 집사님께서 좋은 선물을 다시 찾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서준이는 농담처럼 말하고는 작별을 고했다.임지석은 손 집사와 몇 마디 소곤거리고는 최서준이의 발걸음을 따라갔다.길을 가던 중 임지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오빠, 왜 그랬어?"“오빠도 임씨 가문을 위해서야. 손씨 가문이 진릉시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잖아. 그들은 진릉시의 왕이란 말이야! 됐다. 네가 이해할 리 없지. 더 이상 묻지 말고. 너는 네가 할 일을 하고 그냥 스타로 잘 살기만 하면 돼.”임지석은 무언가 생각난 듯 더 이상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그저 설득했다. "지아야, 임성호텔로 돌아가자.""오빠 변했어.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 오늘 일어난 일들 때문에, 오빠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난 그냥 집으로 돌아갈래.""집? 임성호텔이 네 집이잖아. 너 그 작고 허름한 곳에 굳이 가야겠어? 요즘 진릉시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워.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널 보호해?" 임지석은 임지아의 거절에 목소리를 높였다."호텔이랑 집이랑 비교가 돼?" 임지아는 맞받아쳤다."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가도 돼. 대신 내가 너를 보호할 사람들을 붙여줄게.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그럴 필요 없어. 서준 씨가 나를 보호해 줄 거야." 임지아는 거절하며 최서준의 손을 잡고 바로 뛰어갔다.임지석은 혼자 남아 멍하니 서 있었다."서준이라. 두고 보자. 내 동생 곁엔 나 말고 아무도 있을 수 없어. 지아는 내 거야." 임지석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시야에서 더 이
최서준의 눈동자가 반짝 빛나더니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어르신, 원하시는 게 더 있나 보군요.”“젊은 총각, 몸에 좋은 걸 지니고 다니는구먼.”어르신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최서준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만약 여자가 최서준을 이렇게 만진다면 최서준도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노인네가 이렇게 애매하게 쓰다듬자 이상하면서도 기괴했다.최서준은 단번에 노인네의 손목을 낚아챘다. 노인네의 피부는 어딘가 푸석푸석했고 손목에는 뼈밖에 없었다.“도대체 왜 이러시는지.”최서준이 입술을 앙다문 채 노인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노인네가 갑자기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우리 술집에서는 원하는 게 있으면 대가를 지급해야 하거든. 이 작은 물건을 나에게 남겨주면 어떻겠나?”노인네가 가리킨 곳엔 최서준의 화염 수정이 있었다.“어르신은 이게 무엇인지 아시나 보군요.”최서준은 노인네의 손을 놓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손바닥이 어딘가 오싹했다. 미녀의 손을 잡은 것도 아니니 소름이 끼칠 만도 했다.“그냥 그 물건만 내게 남겨주면 되네.”노인네는 어떻게 말해야 최서준이 화염 수정을 내줄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이걸 지닌 자네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 건가?”노인네는 최서준이 모른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걸 알고 있다고?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군.’최서준의 눈동자가 묘하게 빛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최서준에게는 분명 그저 화염 수정인데 노인네에겐 다른 용도가 있는 것 같았다.최서준은 머리가 아팠다. 술을 마시고 있었을 뿐인데 또 성가신 일이 일어났다. 술집이 이상해서 그런가?“이건 어르신이 신경 쓰실 게 아닙니다. 임지아가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최서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우리 술집에 있는 건 맞지만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니 조심하게.”노인네는 이 말을 뒤로 장부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일부러 최서준에게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우리 술집에 들어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백건호가 임지아를 쫓아다녔던 건 맞다. 하지만 욕을 바가지로 먹은 다음부터는 아예 마음을 접었다.게다가 지금은 기분도 좋아 보이지 않는데 굳이 가서 미움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안 가면 말고요. 나라도 가야지.”안 가면 말지 성질낼 건 뭐야? 점잖은 날라리 이민수가 잘난 척이란 척은 다 하며 임지아 앞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예쁜 아가씨, 혹시 합석해도 돼요?”임지아는 실눈을 뜨고 가까이 다가온 이민수를 쳐다봤다. 아직 사람을 알아볼 정도는 되는지라 이렇게 말했다.“꺼져요.”이민수는 못 들은 척 임지아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혼자 술 마시면 너무 심심하잖아요. 누가 옆에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테이블을 더듬거리던 임지아는 드디어 빈 병사리를 찾아냈고 그대로 이민수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신지라 눈앞이 흐릿해져 이민수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아가씨,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내 방으로 가서 좀 쉴래요?”아직 뭘 하기도 전인데 벌써 취하다니, 이민수의 입꼬리가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역시 여자는 멍청하다니까.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임지아는 아무 예고 없이 테이블에 쓰러졌다. 아무리 눈을 뜨려 해봐도 이미 완전히 취해버린 건지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대답 안 하면 수락한 걸로 알게요.”이민수가 빙그레 웃더니 임지아의 어깨에 손을 올려 쓰러진 임지아를 들어 올렸다. 정말 보기 드문 여자였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손끝으로 전해지는 전율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민수는 오늘 땡잡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임지아를 안고 돌아서자마자 이민수는 머리 위에서 뭐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술과 피가 한데 섞여 이민수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민수가 눈알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품에 안고 있던 임지아도 따라서 바닥에 쓰러지는데 백건호가 얼른 임지아를 품에 안더니 임지아의 볼을 톡톡 치며 깨우려고 했다.“지아 씨, 지아 씨, 정신 좀 차려봐요!”이민수가 눈을 감
한편, 술집 옆에 있는 한 호텔.여긴 어디지?잠에서 깬 임지아의 손끝에 호텔에서 쓰는 시트가 만져졌다. 이에 임지아가 얼른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주변을 둘러보니 방엔 욕실도 있었다. 누군가 안에서 샤워하는지 물소리가 들려왔다.임지아의 기억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데에 멈춰 있었다. 어쩌다 호텔까지 온 거지?얼른 몸을 살펴봤지만 다행히 아직 옷은 그대로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임지아가 한시름 놓고는 방에서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걸어갔는데 욕실 문이 열렸고 아래에 달랑 수건만 걸친 백건호가 걸어 나왔다. 그는 한 손으로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닦으며 물었다.“어디 가려고요?”“백건호 씨? 당신이었어? 다가오지 마요!”임지아가 이렇게 말하며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뒤따라온 백건호가 그녀를 덮쳤던 것이다.백건호늘 임지아를 마구잡이로 안아 침대에 내동댕이쳤다.임지아는 작은 맹수처럼 발버둥 치며 두 손을 허공에 마구 휘젓는 것으로 백건호를 물리치려 했다.“지아 씨 아직 나 기억하고 있네. 아까 술집에서 당신을 구해준 건 나예요. 나 아니었으면 벌써 나쁜 사람한테 당하고도 남았을걸요?”“게다가 전에 그렇게 좋다고 쫓아다녔는데 좀 안으면 안 돼요? 그냥 안고만 있을게요. 다른 건 일절 안 하고.”백건호는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임지아의 몸에 이리저리 손대고 있었다.“사실 지아 씨도 나 좋아했던 거죠? 아니면 왜 이 술집에 왔겠어요? 이 술집 처음 데려온 사람 나잖아요. 임지아 씨, 나 믿어요. 정말 안기만 할게요. 이렇게 안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백건호는 두서없이 장황하게 말했다. 너무 절박했다. 그런 절박함이 사람을 너무 소름 끼치게 했다.복싱 선수에 여러 상을 휩쓸었던 그에게 임지아의 주먹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짐승 같은 놈, 이거 놔!”“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임지아는 격렬하게 반항하면서 절망에 찬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마음껏 소리쳐요. 목이 터지도록 불러도 아무 소용 없어요.”백건
백건호는 최서준에 의해 자존심이 뭉개진 거나 다름없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처참히 당한 꼴이라니.오늘만 일단 강압적인 수단을 쓰고 앞으로 잘해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임지아도 별로 문제 삼지는 않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못 한 것도 모자라 임지아가 보는 앞에서 오히려 발리고 말았다.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최서준의 발밑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백건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목에 핏대가 섰다.“아까 하마터면 저 자식한테 당할 뻔했어요.”임지아는 바닥에 침을 뱉고 나서도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지금은 단 한시라도 백건호를 보고 싶지 않았기에 최서준의 팔을 당기며 이렇게 말했다.“이제 가요.”“그래요.”최서준이 발을 치우더니 임지아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다시 그 술집을 지나치는데 최서준은 자꾸만 그 술집이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뭐가 기괴한지는 알 수 없었다.카운터를 지키던 노인네가 지금은 낡아빠진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다.“사람은 찾았나?”노인네가 관심 어린 말투로 이렇게 물으며 임지아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흠, 젊은 총각, 여자 복이 넘치는구먼.”“무슨 뜻으로 하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 사람을 데리고 가봐야 해서요. 어르신,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나요.”최서준은 더는 쓸데없는 말로 입씨름을 하기 싫어 노인네를 피해 가려 했다.“아직은 갈 수 없어.”노인네가 테이블을 몇 번 톡톡 쳤다. 이에 노인네 눈가의 주름이 더 깊게 패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물건을 남겨둬야 갈 수 있다네.”노인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최서준은 듣지 못했다. 마치 일부러 노인네의 말을 차단한 듯 임지아를 데리고 골목 입구까지 걸어갔다.이때 발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골목을 물샐틈없이 가로막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 무거운 몽둥이나 서슬 퍼런 칼을 들고 있었다.하지만 이 사람들은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술집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피를 보는 건 안 되지. 이 골목이 얼마나 좋은가. 걱정은 붙들어 매게. 골목 뒤편은 술집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여기서 두 사람 정도 죽어 나가도 아무도 모를걸세.”노인네가 이렇게 협박했다.“어디서 감히! 나 누군지 알아요?”임지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연예인 신분과 임씨 집안 출신이라는 것도 같이 털어놓았다.“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지 말고.”“어이구.”노인네는 세상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아가씨, 내가 유명 연예인 못 만나본 것처럼 보이나?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 술집이 뭘 숨기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그... 그게...”순간 말문이 막힌 임지아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두려운 기색을 드러냈다.\“걱정하지 말게나. 임씨 집안 사람이라니 건드리지는 않겠네. 하지만 말이야.”노인네가 시선을 최서준에게로 홱 돌리더니 얍삽하게 웃기 시작했다.“이 젊은 총각이 자꾸 고집을 부린다면 좀 쓴맛을 보는 수밖에 없겠지. 총각, 나는 이미 많은 기회를 줬다네.”“당신!”임지아가 뭔가 덧붙이려는데 최서준이 얼른 임지아를 잡아당기며 눈치를 주었다.“나 믿어요.”최서준의 눈빛에 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하하하.”큰소리로 웃던 최서준이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르신, 이거 드릴게요.”“참말인가? 이렇게 빨리 생각을 바꾼다고?”노인네는 그런 최서준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까만 해도 절대 줄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노인네가 푸석푸석한 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건드리더니 잠깐 고민했다.“그럼 물건을 이리 내놓게.”최서준이 싱글벙글해서 품속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끝내 손수건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여기요.”노인네가 손수건을 건네받았다. 열어보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또 당하고 만 것이다.“총각,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먼.”노인네의 말이 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