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가 저택에 도착하자, 집사는 이미 문 앞에 나와 있었다.준호가 온 것을 보자, 집사는 준호를 끌고 들어갔다.“도련님, 얼른 저 따라오세요.”준호가 뿌리치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난 거야? 아버지 아직 병원에 계시는데, 무슨 일이 생겨서 나보고 꼭 오라고 한 거야?”집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국장님의 병세에 관한 겁니다.”집사는 준호를 데리고 곽도원의 방으로 간 것이 아니라 아현원으로 데리고 갔다.“왜 고은지가 사는 데로 날 데리고 왔어? 아버지 병에 관해 얘기한다면서?”“맞아요. 국장님의 병이 은지 씨와 연관이 있어요.”준호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은지가 아현원에서 몇 달을 살았는데, 물건이 아주 적어서 은지가 방에 있지 않을 때는 마치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았다.집사는 은지의 서랍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상자를 꺼냈다.“국장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시고 의사 선생님도 병인을 아직 알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국장님 계속 아주 건강하셨어요. 그래서 전 누가 국장님을 일부러 저렇게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국장님께서는 항상 경각심을 품고 계시는 분이시기에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꼭 집 안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도우미들을 시켜서 집을 다 수색하자, 은지 씨 방에서 이 상자를 찾았고요.”준호는 집사가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이건, 공태준이 준 상자?’“안에 뭐 있는데?”집사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향수가 들어 있었다.굳었던 몸이 풀리더니 준호는 그 향수를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그냥 향수 아니야?”“향수 맞아요. 근데 희진의 말을 들어보니까, 은지 씨가 국장님을 만날 때만 이 향수를 꺼낸다고 하더라고요.”준호는 이상한 감을 느꼈지만 계속 반박했다.“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일부러 쓴 거 아니야? 향수 하나 가지고 아버지 쓰러지게 만들 수 있어?”집사는 준호가 계속 은지를 위해 반박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 전에는 준호가 계속 은지한테 싸움을 걸었는데 지금은 에
준호가 이렇게 말하자, 집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된 듯 묵묵히 준호를 바라보았다.“도련님, 국장님께서 오랫동안 가정에 소홀했지만, 도련님 아버지신데, 이렇게 이유도 모르고 가시게 할 겁니까?”“절 믿기 싫으시면 국과수에 맡겨서 검사해 보세요. 혹시 정말 제가 은지 씨를 오해한 거라면 절이라도 해서 사죄할게요. 근데 정말이라면 은지 씨라는 존재 자체가 시한폭탄이라고요!”집사가 간 뒤, 준호의 귀에 집사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준호의 눈앞에 은지를 처음 만났던 장면이 보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던 준호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미워하면서 좋아하는 장면도 보였다.그리고 지금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준호의 모든 신경이 다 은지한테 쏠렸지만, 사실 은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은지는 태준도, 곽도원도, 준호도 사랑하지 않아 보인다.‘고은지는 왜 우리 집에 왔을까? 도대체 뭘 하려고?’...오늘 밤에는 달이 보이지 않았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비를 내뿜고 있었다.은지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나서 문을 잠가 버렸다.은지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 누워있는 곽도원을 내려다보았다.지금 다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은지는 드디어 억눌렀던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다.은지는 자신의 가슴팍에 달고 있던 브로치의 망가진 부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이건 이성희가 망가뜨린 건데, 당신이 이성희한테 다리로 갚으라고 했지. 브로치는 망가졌고 이성희도 다리를 잃고.”은지는 브로치를 땅에 팽개쳤다.그녀는 하이힐로 브로치를 짓밟았다. 곽도원이 30여 년을 애지중지 보관해 온 브로치가 산산조각이 났다.은지의 목소리는 창밖의 바람 소리와 섞여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내가 지금 염옥란의 브로치를 산산조각 냈으니 날 토박 낼 건가?”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은지가 담담히 말했다.“밖에서 쓰러져서 운이 좋았지만, 이렇게 의식이 없으면 나랑 준호 사이의 일에 관해 얘기해 줄 수 없잖아. 원래 난 당신이 이 일을 알았으면 했는데.”은지는 심
은지가 향수를 곽도원의 코 아래쪽에 놓으려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고은지! 문 열어!”은지는 눈썹을 찌푸렸다.‘또 얘야.’은지는 곽도원을 한번 보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향수를 치웠다.은지는 복수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희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은지의 인생이 곧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은지는 문을 열고 물었다.“왜?”준호는 말하지 않고 은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두 눈이 마주치자, 은지는 준호의 상태가 이상함을 발견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집 간다면서 왜 벌써 왔어?”준호는 대답하지 않고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은지를 훑어보고 있었다.“왜 문 잠갔어?”“네가 갈 때 나보고 저녁에 사람들이 와서 곽도원 병세에 관해 물어볼 거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준호는 텅 비어 있는 병실을 둘러보며 말했다.“간병인 두 명 있었잖아. 다들 어디 간 거야?”“그분들보고 복도 쪽을 지키라고 했어.”은지가 당황하지 않고 도리 있게 대답하는 모습에 준호는 조금 시름을 놓았다.준호는 걸어 들어가면서 얘기했다.“오늘에는 내가 여기 지킬 테니까 넌 들어가서 쉬어.”준호가 냄새를 한번 맡더니 급히 은지의 손목을 쥐었다.손목이 휘적여지니 그 냄새가 더 강하게 났다.아까 병실에서 나갈 때 준호가 은지를 안았었다. 그때에는 분명히 은지의 몸에서 이런 향이 나지 않았다.속았다는 생각에 준호는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 몸에서 나는 냄새 뭐야?”‘냄새’라는 말을 들은 은지는 조금 당황했지만, 다른 쪽 손을 준호의 어깨에 올려놓고 말했다.“아까 샤워하고 향수 좀 뿌렸어. 이 향 싫어?”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준호는 옛기억이 떠올랐다.‘처음, 이 냄새를 맡았을 때, 고은지가 밤에 내 방에 와서 약 발라주던 땐데? 만약 이 향으로 정말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다면, 그날 나도 죽일 대상으로 생각했던 건가? 나도 죽이려고?’은지가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는 생각에 준호는 화가 치밀어 그녀의 머리를 꽉 잡았다.“고은지, 넌
준호는 은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챘다.준호는 이런 수단으로 준호의 의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은지가 미웠지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결국 준호는 은지의 머리를 잡고 더 깊게 입을 맞췄다.준호는 은지의 차가운 입술을 피가 날 때까지 깨물었다.준호는 은지의 허리를 꼭 안고 비틀었다.두 사람이 그렇게 붙어 있을 때, 호통 소리가 들렸다.“뭐 하는 짓이야!”고개를 돌리자, 침대에 언제 깨어났는지 모르는 곽도원이 화가 난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다른 일이었다면 변명이라도 했을 텐데, 준호는 아무런 변명을 할 수 없었다.곽도원은 옷이 헝클어진 은지를 보고 또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준호를 보며 하늘과 땅이 맞붙는 것 같았다.아까 모습을 보면 전에 여러 번 이런 적이 있는 듯했다.곽도원은 자기 아들이 자신의 새 아내와 이런 사이가 됐을 줄 생각도 못 했다.곽도원은 자연스럽게 그 두 사람이 언제부터, 몇 번이나 자신을 속이고 이런 짓을 벌였을지에 대해 생각했다.전에 그저 넘겼던 사소한 부분들이 떠올랐다.준호가 곽도원과 은지의 신혼 첫날밤을 파괴한 것과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을 싫어했는지 등등 말이다.준호가 그랬던 것은 신옥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지를 위한 것이었다.반백 년을 살아오면서 곽도원은 처음 이렇게 모욕을 당했다. 그것도 남이 아닌 자기 아들한테서 말이다.곽도원의 얼굴을 완전히 짓밟아 놓은 것이다.곽도원은 은지를 손가락질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널 죽여버릴 거야!”어디서 나온 힘인지 곽도원은 침대에 서서 옆에 걸려있던 외투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은지를 향해 겨누었다.준호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은지의 앞에 막아섰다.“제 탓이에요. 쏠려면 절 쏘세요!”준호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은지를 감싸자, 곽도원의 두 눈이 충혈되었다.“너!”“내가 너 안 죽이고 싶은 줄 알아? 네가 내 아들만 아니었어도 당장 죽이는 건데!”“저리 비켜!”준호는 여전히 은지의 앞에 서 있었다.“싫어요. 아버지 분명 은지 안 좋
이성희라는 이름이 갑자기 곽도원의 머리에 떠올랐다.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이성희의 얼굴도 잊어버렸다. 그저 이성희가 염옥란과 아주 닮았다는 것만 기억했다.그때 곽도원이 나이가 어렸기에 돈으로 사지 않고 옛 방식으로 이성희를 쫓아다녔다.곽도원은 이성희의 얼굴이 점차 빨개지는 모습을 보고 공천하가 없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염옥란을 쫓아다녔고 그녀도 이렇게 반응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내가 선물을 주면 기뻐하고 날 집중해서 바라봐주고 사랑스럽게 봐주고.’이성희는 곽도원이 염옥란의 대체품으로 찾은 첫 번째 사람이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정력을 써서 이성희를 쟁취했기 때문에 그녀는 곽도원이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후에 이성희가 사실을 알게 되고 난장판을 벌여서 곽도원이 그녀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했었다.그러나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든 염옥란의 대체품이었기에 곽도원은 그녀를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했다.그렇게 지내는 것이 좋았는데, 이성희가 염옥란한테서 온 편지를 몰래 없애버렸다.이 사실을 알고 곽도원이 공씨 집에 달려갔을 때, 염옥란이 이미 세상을 뜬 상황이었다.곽도원이 집에 돌아왔을 때, 이성희가 아직도 떼를 쓰고 있었고 자신이 끼던 브로치가 염옥란의 것인 줄 알고 땅에 던져버린 것이다.이성희가 염옥란이 이미 죽었으니까 아무리 그리워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죽었다고? 네가 그 편지만 안 숨겼어도 염옥란 죽지 않았을 거야.’곽도원이 이성희의 옷에 달고 있던 브로치의 망가진 부분을 보더니 아랫사람을 시켜 그녀의 다리를 끊어버리게 했다.그리고 다른 사람을 시켜 이성희의 얼굴에 흠집을 내게 한 후, 그녀를 농촌에 버렸다.곽도원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미움을 사면 좋은 생활은 할 수 없는 것이 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이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자, 곽도원은 깜짝 놀랐다.‘왜 이 기억이 떠오르지?’수많은 기억 중에서 곽도원은 또 파티에서 피아노를 치던 여자를 떠올렸다.그 여자가 피아노
준호는 슬픔을 억누르고 말했다.“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건 잠지 비밀로 할게요.”“네.”의사는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곽도원의 죽음은 곽씨 집안이 곧 하락 선을 긋게 되리라는 것을 예견하고 해성시의 주력이 바뀐다는 것을 설명한다.준호가 서명하고 곽도원의 위로 하얀 천이 씌워진 사이에 준호는 신옥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준호는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셨어요. 마지막으로 한번 보실래요?”준호의 말을 듣고 신옥영 쪽에서 무엇인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30년을 부부로 살았으니 이런 말을 듣고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 없었다.그래서 준호도 결심하고 신옥영에게 결정권을 주려고 물어봤다.한참이 지난 후, 신옥영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 장례식 할 때 가면 돼.]“알겠어요.”...곽도원이 갑자기 세상을 뜨니 오늘 밤은 누구도 잠에 들 수 없다.준호는 곽도원의 편이었던 아저씨 몇분과 믿을만한 부하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곽도원이 돌아갔다는 말을 들은 부하 직원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어떻게 이런 일이.”준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우리 아버지가 가장 믿던 직원으로서 아버지가 갖고 있던 것 중에 어떤 걸 없애야 할지 잘 알고 있겠죠? 아직 말이 안 새어나갔으니 우리 하나하나 처리합시다.”곽도원처럼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누구나 들켜서는 안 되는 것들이 존재할 것이다. 일단 자리에 사람이 사라지면 그것들은 곽씨 집안을 망치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직원도 상황이 긴박하다는 것을 깨닫고 열쇠를 준호에게 건네주며 엄숙하게 말했다.“이건 국장님 사무실 금고의 열쇠입니다. 도련님께서 가서 처리해 주세요. 저는 밖에 일을 처리하겠습니다.”“네, 각자 맡은 걸 잘해 냅시다.”준호가 떠나기 전, 은지를 보고 두 직원에게 일렀다.“저 여자 잘 지켜, 병실 밖에 절대 나가게 하지 마.”준호가 새엄마를 가두어 놓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순순히 명령을 받들었다.“네!”사람들이 다 자신이
준호는 목이 메어 뒤에 말을 겨우 뱉었다.“그럼, 넌 우리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니까, 난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은지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이 듣고 있었다.준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차 아래 있으니까, 집에 가자!”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닫힌 공간에 두 사람만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된 은지는 눈을 아래로 깔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은지가 준호 차로 다가갈 때, 준호가 자연스럽게 은지에게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손잡이를 잡자마자 준호는 눈앞의 이 여자가 곽도원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준호는 은지를 신경 쓰지 않고 차에 탔다.그리고 힘껏 문을 닫아버렸다.그러나 은지는 준호의 행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다른 쪽으로 차에 탔고 안전벨트까지 했다.차에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준호가 눈썹을 찌푸렸다.‘이상해, 너무 이상해.’준호가 계속 시동을 걸지 않자, 은지는 준호를 보았다.준호가 어릴 때부터 곽도원의 곁에 붙어 있었고 또 부대에서 여러 해 근무했기에 주위의 환경에 아주 민감했다.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준호는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고 느꼈다.이럴 때는 보통 적이다.이런 생각을 하자, 준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시동을 걸었다.“누군가 지금 우리를 미행하고 있어. 조금 있다가 무슨 일이 나든 소리 내면 안 돼.”준호는 이 말을 뱉고 나서 쓸모없는 말을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은지는 원래 아무말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시동이 걸리자, 조용하던 주차장에 준호의 차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차가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내가 잘못 느낀 건가?’그러나 준호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고 경각심을 세웠다.차가 병원에서 나온 뒤, 준호는 평소대로 집을 가지 않고 여러 번 돌아서 가려고 했다차를 몰다 보니 준호는 교외에 와 있었다.차가 점점 적어지자, 준호는 뒤에 따라오던 차 두 대를 발견했다
그 사람들은 시선을 교류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댔다.상대 쪽에 사람이 많았지만, 준호는 어렸을 때부터 싸움하는 방법을 배웠기에 무섭지 않았다.그러나 상대 쪽에서 전혀 사람을 죽이려 들지 않아, 준호도 총을 거두고 진압하는 쪽으로 움직였다.그러나 싸움할수록 준호는 이 사람들이 자신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못 가게 막는 것 같았다.‘뭔가 잘못됐다.’준호는 앞에 있던 두 사람을 밀치고 차 쪽으로 달려갔다.사람들이 준호를 막으려 했는데, 실패하자 급히 차로 복귀해서 차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차 문이 열리자, 조수석에는 아무도 없었다.거대한 공포가 준호를 감쌌다. 준호가 은지를 큰 소리로 불렀지만, 대답은 오지 않았다.장애물의 반대편에서 세 번째 차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무전기에서 찌륵찌륵 소리가 난 뒤,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준호가 이미 발견했습니다.”운전석에 있던 남기가 눈썹을 찌푸렸다.“알겠어요.”남기는 한쪽으로 액셀을 밟으며 대답했다.“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엄청나게 빠르네요.”“괜찮아요.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죠.”백미러가 흔들리더니, 은지가 뒷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이것은 은지가 마음속으로 수백 번 시물레이션해 봤던 계획이었다.신분을 어떻게 가질지, 곽씨 집안에 어떻게 들어갈지, 곽도원을 죽이고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대해서 말이다.어떤 부분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지만, 총체적으로는 만족했다.현재 마지막 부분이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이 남았다....장애물을 옆으로 옮기자, 뒤에서 따라오던 부하가 말했다.“도련님, 여기 길을 수리한다는 말이 없었어요. 이건 다 인위적으로 놓아진 것입니다.”‘인위적으로?’준호는 자신이 당한 것을 알고 주먹으로 차를 확 쳤다.“각 출구를 다 막아! 오늘 누구도 나가게 해서는 안 돼! 단 한 명도!”준호는 한숨도 쉬지 않고 은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은지의 핸드폰은 여전히 꺼진 상태였다.‘잡혔으면 좀 소리라도 치던가! 위험하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쳐야지!’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