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은 허튼소리를 하는 수인을 발로 걷어찼다. 맞은편의 시윤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왜 그러세요? 도준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거예요?”수인은 옆구리를 감싼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답을 듣지 못한 시윤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제가 지금 그곳으로 갈까요?”그녀가 정신이 없을 때 핸드폰 너머에서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장난친 거야. 나 괜찮아.]시윤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앉아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도준 씨는 장난치고 있는 걸 보고만 있었던 거예요?”도준은 시윤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듣자 눈썹을 찡긋거렸다. ‘지난번엔 내가 구애한다니까 뭐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더니, 이젠 잘못한 걸 알고 애교 부리고 있는 거야?’도준은 시윤을 상대하지 않고 손가락 사이의 담배를 한 모금 피운 뒤 말했다.[애교 부리지 말고 하려던 사과나 해.]시윤은 자신의 작전이 들켜버리자 몇 마디 중얼거리며 다시 사과하기 시작했다.“제가 잘못했어요.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도준 도련님을 오해해서 정말 미안해요.”[그래.]도준의 단답에 시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준 씨는 저한테 할 말 없어요?”[내가 뭘 말해야 되는 거지? 내가 어떻게 성은우를 괴롭혔고 또 어떻게 임우진을 괴롭혔는지 말해줘?]시윤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요...”그 후 시윤은 또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전에 하셨던 말을 아직 유효인 가요?”[어떤 말을 묻는 거야?]“저, 저한테 구애한다고 했던 말이요.”시윤이가 이 이야기를 언급하자 도준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도준은 담뱃재를 털며 느릿느릿하게 대답했다.[난 아직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 누군가가 다신 나랑 만날 리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누가 그런 말을 했었지? 네가 대신 생각 좀 해줄래?]시윤은 자신이 했던 터무니없는 말들을 떠올리자 너무 민망했다. 하지만 핸드폰을 통하여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아예
‘카메라랑 배우는 준비되었는데 어떻게 찍어야지?’시윤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도윤은 짧은 눈썹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장난감 더미에서 도준이가 조립했던 로봇을 꺼냈다.시윤은 깜짝 놀라더니 도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시작 버튼을 누르며 도윤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카메라 속의 도윤은 잠시 놀다가 갑자기 넋을 잃고 손에 든 로봇을 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시윤은 눈시울을 붉히는 도윤을 보자 급히 동영상을 끈 후 도윤을 품에 안았다.“도윤아, 엄마가 괜히 아빠 생각나게 해서 미안해. 우리 도윤이 뚝 하자.”시윤은 도윤이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울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도윤은 곤혹스러운 눈빛을 드러내며 시윤을 쳐다보았다.시윤이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어리둥절해하자 도윤은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어, 엄마. 안아...”시윤은 도윤의 천사 같은 목소리에 빠져 대답했다.“그래, 엄마가 안아줄게.”도윤은 가끔 기분이 좋을 때만 엄마라고 부른다. 시윤은 도윤의 말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도윤을 재운 후 그녀는 침착하게 동영상을 도준에게 보낸 후 문자를 남겼다.[도윤의 로봇이 조금 고장 난 것 같은데 와서 좀 봐주실 수 있어요?]시윤은 뭔가 어색한 것 같아 한마디 더 보충했다.[도윤이가 이 로봇을 잘 가지고 놀 뿐만 아니라 아빠를 엄청 그리워하기도 해요.]도준은 몇 시간 넘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시윤은 기다릴수록 초조한 기분이 들어 두 사람이 나눴던 대화 내용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창밖의 구름 사진을 찍으며 문자를 보냈다.[너무 이쁘네요. 모양이 꼭 심장 같네요.]도준은 자기 쪽 창밖 풍경을 찍어 보냈다. 경성은 날이 좀 더 일찍 어두워졌기에 그쪽은 이미 어두컴컴했다.[까맣네.]이를 본 시윤은 그가 일부러 이런 답장을 보낸 것은 아닌지 의심되었다. 시윤은 이처럼 계속 자신이 먼저 들이대는 것이 너무 피곤했다.도준은 정말 다시 시작하려고 시도하였지만 시윤의 섣부른
시윤은 핸드폰을 잡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흥, 알면서 뭘 물어요.”핸드폰 너머 들려오던 도준의 웃음소리에 시윤은 긴장이 조금 풀렸다.“그만 웃어요. 내일 올 거죠?”[아니.]시윤의 배배 꼬던 다리는 순식간에 경직되었다.“안 온다고요?”[응, 내일은 안 가.]시윤은 화가 나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그래요,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요! 전 졸려서 이만 잘 게요!”막 전화를 끊으려던 참에 맞은편에서 남자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날 못 만나서 화난 거야?]“화나긴요, 그럴 리가요. 너무 좋아서 그래요. 하하하, 이제 만족해요?”화가 나서 펄쩍 뛰는 시윤과 반대로 도준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엄마라는 사람이 그렇게 인내심이 없어서 되겠어?]“네, 저 인내심 없어요. 됐죠?”도준은 시윤이가 정말 화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달래듯이 말했다.[내일 안 온다고 한 게 무슨 뜻인지 알아맞혀 봐.]“내일 안 오면 안 오는 거지 뭘 알아맞히...”시윤은 갑자기 뭔가 알아차린 듯이 물었다.“설마 오늘 해원에 도착한 거예요?”[그래.]시윤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곧 기침을 두 번 하였다.“그럼 내일 몇 시에 올 거예요?”[난 다 괜찮으니 네 맘대로 해.]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진 시윤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제가 몇 시라고 하면 몇 시에 올 거예요? 그럼 지금 오시든지.”시윤이가 복수하듯이 말하자 도준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문 딸 줄은 모르니까 내려와서 문 좀 열어.]시윤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지금 저희 집 밑에 있어요? 어, 언제 오신 거예요?”아래층의 남자는 손목시계를 보며 대답했다.“얼마 되진 않았어, 방금 도착했어.”‘방금 도착했다는 건 방금 내가 보낸 동영상을 보자마자 출발했다는 거잖아.’시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은 채 외투를 걸치고 집 밑으로 내려갔다.집 밑.도준은 차 옆에 기댄 채 굳게 닫힌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직 여름이 되지 않았는데, 늦바람이
시윤이가 머리를 쳐들고 허세를 부리자 도준은 움직이지 않은 채 차에 기대어 그녀의 치마 밑의 가녀린 종아리를 따라 위로 훑어보았다. 도준이가 마치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시윤은 자기도 모르게 외투로 몸을 감쌌다. 도준은 그제야 담배꽁초를 끄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왔냐고 물은 거야? 당신이 오라고 한 거 아니었어? 당신은 이 밤중에 날 왜 부른 거야?” 멀쩡한 말들은 도준의 입을 거치자 왠지 모르게 매혹적이었다. 시윤은 자신이 잠옷 차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색한 마음에 목소리를 낮췄다.“저도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그럼 먼저 돌아가 볼게요.”시윤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다시 한번 물었다.“저 정말 갑니다.”도준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턱을 치켜세웠다.“그래.”시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그게 다야?’시윤은 화가 나기도 했는데 왜 화가 났는지 말할 수 없었기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이 밤중에 저희 집까지 오셨는데 하실 말씀은 없으신 거예요? 그냥 헛걸음하신 거예요?”“헛걸음 아닌데?”도준은 달빛 아래에 서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당신 만났잖아.”도준이가 무심코 내뱉은 말은 시윤의 마음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 어두운 불빛마저도 시윤의 붉어진 귀를 덮을 수 없었다.시윤이가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자 도준은 눈썹을 찡긋거리며 물었다.“안 가고 뭐해?”시윤은 설렌 마음을 애써 가라앉힌 뒤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몇 시간을 들여오셨으니 조금만 더 보여주죠.”도준은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착하네, 그럼 상을 조금만 더 주면 안 돼?”시윤은 자신을 향해 들고 있는 손을 보자 망설이기 시작했다. 이 밤중에 찾으러 왔다는 생각에 악수쯤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시윤은 손을 들어 악수를 하려고 했다. 두 손이 닿은 순간 도준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차 앞에 가두었다.시윤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뭐 하시는 거예요!”두 사람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기에 시윤은 도준
두 사람의 그림자는 가로등 아래에서 뒤엉켜 더욱 야릇해 보였다.도준을 막기 위해 입었던 외투는 어느덧 열려 있었고 안의 잠옷은 도준의 손에 의해 흐트러졌다. 도준의 손이 시윤의 허리 아래로 내려가려 하자 시윤은 그를 막았다.“뭐 하시는 거예요!”눈꼬리가 붉어지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어깨끈이 흐트러진 시윤을 보자 도준은 마음을 애써 가라앉힌 뒤 옷을 정리해 주었다.“미안해, 잠시 이성을 놓았나 봐.”사과하는 말은 전혀 시윤의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도준을 탓할 수는 없었다. 시윤조차도 방금 전 상황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시윤은 못난 자신을 한 마디 욕한 뒤 단추를 채우고 도준을 밀어내며 황급히 집안으로 달려들어갔다.도준은 이렇게 시윤의 뒷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갑자기 그는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위층을 올려보았다. 2층에서 두 사람을 훔쳐보고 있었던 수아는 재빨리 커튼을 닫았다.수아가 놀란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훔쳐보니까 좋아?]수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오빠랑 형수님이 다시 잘 만나는 것 같아 너무 좋아서 그래. 두 사람 부디 오랫동안 행복하고 알콩달콩 하게 지내길 응원할게!” 도준은 친절한 말투로 말했다.[그래, 참, 너도 얼른 돈을 모아 민지훈과 만나길 응원할게.]이 말을 들은 수아는 입꼬리가 귀까지 걸렸다.“하하, 고마워 오빠.”[고마워할 필요 없어, 나도 그냥 해본 말이야. 참, 강원 최고의 부자잣 딸이 민지훈과 결혼하기 위해 6,000억을 들였다고 들었는데, 이제라도 포기하고 축의금 낼 준비하는 게 어때?]‘뭐? 6,000억?’수아가 놀라고 있을 때 도준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 수아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민지훈에게 60초 넘는 음성 메시지를 전송하였는데 연락처는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 수아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날 저녁, 시윤이가 방금 상황을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때 수아가 방 안으로 달려들어와 통곡했다.“언니,
시윤은 긴장된 마음에 밤새 잠들지 못했다. 겨우 잠에 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려왔다.어젯밤 늦게 잔 탓에 마침 졸렸던 시윤은 몸을 뒤척이며 계속 자려고 했으나 침실 문이 열렸다. 양현숙은 잘 자고 있는 시윤과 이미 깨어나 뒤척거리고 있는 도윤을 보자 화를 내며 이불을 들추었다.“도윤이도 깨어났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아직 자고 있으면 어떡해!”시윤은 너무 졸린 나머지 이불 속으로 움츠리고 횡설수설했다.“너무 졸려서 좀만 더 잘 테니 엄마가 대신 엄마 노릇 좀 해주세요.”양현숙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내가 엄마 노릇은 할 수 있지만 아내 노릇을 대신할 순 없잖아. 민 서방이 왔는데도 안 내려갈 거야?”“도준 씨가 왔다고요?”시윤은 순식간에 정신이 들었다.“왜, 왜 오신 거지? 아니, 왜 이렇게 일찍 오신 거야...”“벌써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는데 뭐가 일찍이라는 거야. 빨리 내려가 봐.”시윤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저기, 엄마 먼저 좀 내려가 봐요. 잠깐 정리 좀 하고 내려갈게요.”양현숙이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시윤은 급히 세수를 하고 연하게 화장을 했다. 그리고 예쁜 치마를 입자 꾸민 것이 너무 티났기에 흰색 치마로 갈아입고 만족스럽게 내려갔다.시윤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도준이가 도윤의 망가진 로봇을 수리하고 있었다. 도윤은 도준이가 망가진 부분을 하나하나 뜯어내고 또 빈틈없이 조립하는 걸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았다. 도윤은 점점 숭배하는 눈빛으로 도준을 쳐다보았다.이 상황을 본 시윤은 그제야 긴장된 마음이 풀렸다.이때 도준은 그녀를 발견하고 눈썹을 찡긋거리며 로봇을 들고 시윤을 향해 흔들었다.“당신 말대로 다시 조립했어.” 도윤은 로봇을 잡으려다가 하마터면 소파에 곤두박질칠 뻔했다. 아무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자 도윤은 또 아무렇지 않은 듯 똑바로 앉았다.시윤은 내려온 뒤 로봇을 도윤에게 쥐여주며 말했다.“어차피 그쪽 아들이기도 하잖아요.”이때 양현숙이 아침을 먹으라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시윤의 가슴골을 쳐다보았다.이를 알아차린 시윤은 재빨리 가리며 말했다.“변태!”시윤은 물건을 정리한 뒤 아이와 물건을 도준에게 맡기며 말했다.“이제 가보셔도 돼요!”도준은 한 손으로는 도윤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가방을 들며 눈썹을 찡긋거렸다. 시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밖으로 내쫓았다.“아들 데리고 빨리 가요! 다신 돌아오지 마세요!”집에서 쫓겨나게 되자 도윤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시윤은 그제야 도준을 내쫓으려는 손을 거두고 도윤의 말랑한 손을 잡고 달랬다.“우리 도윤이한테 한 말이 아니라 아빠한테 한 말이야!” 도윤은 이 대답을 듣고도 계속해서 슬프게 울었다. 시윤이가 안고 달래려 할 때 도윤은 갑자기 도준의 옷깃을 잡고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아빠.”도윤이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하자 시윤은 물론 도준도 조금 놀랐다. 겨우 한 살 남짓한 도윤이는 일상생활에서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을 듣고 간단한 말만 따라 했다.예를 들어, 시윤은 엄마라고 부르고 양현숙은 외할머니라고 부르며 수아는 아라고 불렀다. 도윤이가 이렇게 정확하게 아빠를 부를 수 있었던 것 그만큼 이유가 있었다.도준은 씩 웃으며 시윤에게 물었다.“도윤이 앞에서 내 얘기 많이 했었나 봐?”매일 도윤이 앞에서 도준을 언급했었기에 시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들켜버리게 되자 시윤은 창피한 마음에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이때 도준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어디 가? 아들 필요 없나 봐?”이 말을 들은 도윤은 시윤의 치맛자락을 잡고 입을 삐죽거렸다.“엄마.”시윤은 자신의 어깨를 감싼 손과 치마를 잡고 있는 말랑한 손을 보자 두 사람한테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 시윤은 곧 화를 내며 대답했다.“네, 얘기 엄청 많이 했어요. 우리 도윤이가 그쪽 닮아 안 좋은 버릇이라도 생길까 봐 가르쳤거든요!”시윤은 말을 마친 후 크고 작은 두 손을 뿌리치고 도망갔다. 계단 위로 사라지는 시윤
두 사람의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지자 시윤은 당황해하며 뒤로 도망치려 했다.“그, 그게... 모자간에 텔레파시가 있거든요!”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한 손으로 뒤로 도망치려는 손을 잡은 뒤 다른 한 손으로 시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날 보고 싶어 하던 사람은 당신이잖아. 아들을 핑계로 삼는 게 부끄럽진 않나 봐?”이때 시윤은 도준의 몸에 깔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기에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화를 냈다.“그래요! 그쪽은 저한테 관심조차 없는데 전 바보같이 보고 싶었거든요. 이제 만족해요?”말을 마친 후 시윤은 억울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도준은 여유가 넘쳤지만 그녀는 또다시 깊이 빠져들었다. 시윤이가 먼저 문자를 보내면 도준은 항상 얼버무리며 대답하고 시윤이가 먼저 찾지 않으면 도준은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도준의 이런 태도에 시윤은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시윤이가 눈시울을 붉히자 도준은 눈썹을 찡긋거렸다. 그저 장난치려던 것뿐인데 시윤을 울리고 말았기 때문이다.도준이가 몸을 일으키자 시윤은 재빨리 돌아앉아 눈물을 닦았다. 방 안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문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도준은 이미 떠나버렸다.텅 빈 방을 마주한 시윤은 덩달아 마음이 아파 침대에 엎드려 울면서 욕했다.“나쁜 놈, 못 돼 처먹은 놈...”2분 정도 지난 후 고개를 들자 도준이가 휴지 몇 장을 들고 눈물을 닦아주었다.“안 갔어요?”도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설마 우는 사람을 두고 그냥 가버렸겠어?”도준은 손가락으로 시윤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물었다.“말해 봐, 내가 뭘 잘못했는데?”“아무것도 아니에요...”“말 안 한다는 거지? 그럼 다른 방식으로 물어봐야겠네.”도준은 말을 마친 후 시윤의 머리를 붙잡고 침대에 천천히 눕혔다. 당황한 시윤은 재빨리 멈춰세웠다.“말할게요!”시윤은 남자의 손을 밀친 후 화를 내며 말했다.“제가 최근 바쁜 탓에 며칠 동안 연락을 안 했었잖아요.” 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윤이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