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는 그가 이해할 수 있었다. 젊고 혈기왕성한 성연신은 심지안을 잊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썼을 것이다.그러나 후자는 그저 어린애일 뿐이었다. 겨우 다섯 살짜리.그는 어떻게 사람을 시켜서 이 어린애를 유괴하려고 했을까.이건 법에 저촉되는 일이었다.그는 그가 애지중지 키운 후계자가 이 끔찍한 꼴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지팡이는 나무로 만들어서 맞으면 무척 아팠다. 고청민은 아파서 끙끙 소리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그는 지금 별다른 수가 없자 이를 악물고 말했다.“할아버지, 전 결백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동철은 지팡이를 들어 그의 몸을 다시 몇 차례 호되게 때렸다.한번 때릴 때마다 온 힘을 다해 쳤고 화가 났지만 그는 고청민이 잘못을 깨우쳤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고청민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사당에 가두어 놓고 세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해라. 성씨 가문에는 이렇게 악독한 자의 집권을 허락하지 않는다!”성동철은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차 몸을 바르르 떨며 하인을 시켜 고청민을 가두라고 했다.“할아버지도 알잖아요. 제가 왜 한동안 성씨네를 참아왔는지에 대해서요.”성동철은 고청민의 순진한 얼굴만 봐왔었기 때문에 확 변한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너....”“저는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복수할 거에요. 그가 내 좋은 꼴을 못 본다면 나도 그의 눈에서 피눈물을 나게 해줄 거에요. 성우주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그건 상씨네 가족이 잘못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에요.”“입 닥쳐!”고청민은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사당으로 갔다.---------------늦은 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빗물과 함께 휘몰아치는 바람에 심지안의 치맛자락은 흩날렸고 그녀는 젖은 도면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비밀 조직의 입구를 찾았다.그녀는 추위에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고 밖으로 드러낸 하얀 피부는 가라앉은 황혼 속에서 절정의 아름다움을 그려냈다.장학수는 비밀 조직의 위치를 알고 있었지
밖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달빛으로 어렴풋이 보였다. 돌집은 어두컴컴했고 발밑은 울퉁불퉁해서 발을 잘못 디디면 넘어지기 십상이였다.심지안은 벽에 붙어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삐걱삐걱--”발이 무엇을 밟았는지 삽 시에 천지가 무너지고 돌집이 심하게 흔들리며 무중력상태에 있는 듯했다.심지안은 벽을 짚고 구석에 웅크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척 당황했다.위험이 가득할 줄 알았지만 성연신을 보지도 못하고 죽을 수는 없었다.큰 돌 하나가 사방에서 떨어지는 데다가 잘 보이지도 않았다. 큰 돌은 몇 번이나 심지안을 칠 뻔했고 심지안은 죽음의 문턱에 걸쳐있었다.“죽고 싶어서 작정했어요?”갑자기 거칠고 큰 손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고 누군가의 차가운 향기가 온몸을 휩쓸었다.심지안은 그 사람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성연신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드디어 긴장이 풀렸다.“괜찮아요? 철수씨 말로는 당신이 다쳤다고 그러던데...”어둠 속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바스락대면서 야시경을 그녀의 정교한 콧등에 걸어주었다.그녀의 시선이 확 트이면서 눈앞의 모든 것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심지안은 그제야 성연신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얼굴 왜 이렇게 빨개요?”성연신은 눈앞의 어린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중독되었어요.”“네? 무슨 독이요? 심각해요?”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하얗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몸을 이리저리 만졌다.성연신은 근육들에 힘을 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어둠 속에서 욕정이 일렁거렸다.“만지지 마요.”성연신의 말에 심지안은 그가 정말 다친 줄 알고 고양이처럼 그의 몸속을 마구 파고들었다.옷감을 사이에 두고도 그의 몸에서 전해오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심지안은 작은 손을 움츠리고 똘망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면서 물었다.“열나요?”“아니요.”성연신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그녀의 눈을 마주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중독된 거예요.”“네?”심지안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어찌할 바
성연신은 그녀의 못된 짓을 막지 않았다. 그도 눈빛이 이상해져 색기가 돌았다.원래는 혼자 참으면서 돌집을 깨는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그녀가 왔는데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그 누가 와도 못 참을 거다.심지안은 나쁜 생각을 하면서 침을 삼키며 말했다.“당신은 나쁜 놈이지만 정말 잘생겼어요.”그녀는 처음에 그의 얼굴에 반해버렸다.성연신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매혹적인 톤으로 말했다.“힘들지 않아요?”“괴로워요.”심지안은 그의 품에 푹 웅크리고 앉아 매력적인 눈빛을 보냈다.“더워 죽겠어요. 옷을 벗고 싶어요.”그녀는 진짜 자기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성연신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지금 날 꼬시는 거예요?”“아니에요. 아니에요. 헛소리하지 말아요.”심지안은 세 번이나 부정했다.“우리는 볼 거 안 볼거 이미 다 본 사이잖아요?”이 말이 성연신에게 강열한 화면을 불러일으켰다.그는 자신을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게 억제하였지만 심지안이 행동에 눈빛이 달라졌다.그는 품에 안겨 있는 심지안을 내려다보며 야한 말을 내뱉었다.“아니면 우리 서로 솔직해져요. 서로를 구해주는 거예요.”눈을 깜박거리던 심지안은 독소가 몸에 들어온 탓인지 잠시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우리는 사랑을 나누지 않고 서로 구해주기만 하는 거예요.”평소 같으면 뺨을 세게 때렸을 텐데, 지금은 달랐다.그녀는 정말 매우 괴로워 온몸이 불구덩이가 된 것 같았다.계속 버티야해. 방언니를 찾기도 전에 쓰러지면 안 돼.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데를 찾지 못했다.“여기서요?”여기는 침대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누워만 있어도 떨어지는 돌에 맞을 정도로 목숨이 위협을 받는 곳이었다.성연신은 몸을 숙여 그녀의 가냘픈 목덜미에 뜨거운 입맞춤을 했고 뜨거운 입김으로 그녀를 간지럽혔다.“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사각지대라 돌이 안 맞아요.”심지안은 목을 움츠리고 상기된 얼굴은 핑크빛 복숭아처럼 변했다.“서...서서요?”“네, 절 못 믿어요?”
안철수는 밖에서 급히 서성거리며 성연신의 전화를 놓칠까 봐 폰을 계속 쳐다봤다. 잠시 후 돌집에 머리를 대고 마치 깡패처럼 소리를 들었다. “철수 형, 뭐 들었어요?”“그냥 들어갈까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좋겠어요.” “맞아요, 형 우리 쪽에 사람이 더 많으니 우리가 가는 게 대표님에게 좋을수도 있어요.”다른 사람들의 말에 안철수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뭉쳐야 산다고 했다. 심지안은 여자지만 대표님을 위해 혼자 뛰어들어 갔는데 사나이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안철수는 굳게 닫힌 돌집을 바라보며 마음먹고 움직이려 하는데 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나야 장학수.”“형님, 무슨 일이세요?”“심지안이 너를 찾았어?”“네, 이미 대표님에게 가셨어요. 근데 저희는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요. 제가 직접 들어가서 찾아야겠어요.”“그러지 말게 성연신을 방해했다가 너도 맞을 수 있어.”“성연신이 바보도 아니고 도움이 필요한다면 무조건 말했을 거야.” “어쩌면 안에서 심지안과 옛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몰라.”안철수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정말요? 근데 저는 대표님이 너무 걱정돼요.”“지시를 따라, 내 말이 틀림없을 거야.”‘그에게 일이 생겼다 해도 저승길을 외롭게 가지 않게 해 줄 거야.’안철수는 자신의 수염을 만지며 고민하였고 결국 장혁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표님의 목숨보다 자신이 한대 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두 시간후 심지안은 땀에 듬뿍 젖은 채로 두 눈을 감고 성연신 품에 누워 있었다.가냘픈 몸은 껍질을 벗긴 달걀처럼 희고 부드러우며 매력적이었다.성연신은 눈동자가 다시 커졌다. 방금 그는 성욕을 풀었지만 이런 그녀를 보면서 성연신은 또 거절할 수 없었다.만약 피곤해서 잠들지 않았다면 그는 그녀가 자신을 유혹한 다는 것을 이유 삼아 그녀를 괴롭힐 수 있었다.그러나 성연신은 자고 있는 그녀를 못살게 굴고 싶지 않았다.그는 부드럽게 옷을 입혀주며 그녀가 달콤하게 자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
민채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최선을 다할 거지만 대표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녀가 마신 독은 오장 육부에 다 퍼져서 치료하기 어렵습니다...환자가 본인이 삶의 의욕은 매우 낮으니 의사가 치료하기 어려워요.”성연신은 입구에 서서 약한 숨을 쉬고 있는 방매향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했다. 비밀 조직에 끌려 간지 하루 만에 그녀는 죽으려고 했으니 아마 두 번 다시 잡혀갈 것을 예상하고 자결했을 것이다.성연신은 눈을 감고 말했다.“그녀를 살려줘, 부탁해.”민채린은 머리를 끄덕이었다.“최선을 다할게요.”키가 190되는 사내 안철수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애원했다.“네 의술이 제일 좋은 거 알아. 예전 일은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내가 이렇게 빌게. 꼭 방매향 씨를 살려줘. 옛일은 묻어둬.”“...”민채린은 생각했다.‘이 자식 나를 뭐로 보고...’하지만 민채린은 알고 있었다. 안철수는 단순한 사람이었다. 그는 꿇는다면 꿇는 사람이었다.심지안이 깨어났을 때 옆에는 두 마리의 귀여운 큰 보더콜리가 둘러싸고 있었고 혀를 날름거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흥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강아지들은 마치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심지안은 멍해 있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들의 머리를 만졌다.“원이 오레오...”“멍!”원이는 유달리 환하게 반응하였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열정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강아지들은 언제나 인간에게 열정적이다.심지안은 마치 격세지감인 기분이 들었고 갑자기 5년 전 선 씨 집안에 살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맞다. 그녀는 비밀 조식 돌방에서 춘약에 중독되어 쓰러진 것이 아닌가.“엄마, 엄마”성우주는 급하게 뛰어와서 심지안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빨리 저를 따라 오세요. 할머니가 깼어요. 엄마를 보고 싶어 해요.”심지안은 놀라서 신발을 신으며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성연신이 방언니를 구해왔어?”“맞아요. 근데 할머니
방매향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무방했다. 민채린은 심지안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말했다.“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닫고 나갔다.심지안은 방매향의 손을 꼭 잡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그렇게 고통스럽지도 않고 마음이 홀가분하네요. 전 이미 살 만큼 살았어요.”방매향이 농담조로 말하며 달래주었다.힘들었던 삶에서 드디어 해방될 수 있다.단 한 가지 예상치 못한 것은 성연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비밀 조직으로 와서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이다.“그런 말 하지 마요. 괜찮아질 거예요. 채린 씨 실력 있으니까 치료해 줄 수 있을 거예요.”“치료 못 하는 거 다 알고 있어요.”산소호흡기를 쓴 방매향이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전 오히려 그쪽이 걱정되는데요. 몸 잘 돌봐요. 시간 끌 수록 상황은 나빠져요.”“두통은 잔병인걸요. 휴식만 잘 하면 돼요.”“아니요. 의사 선생님 말씀이 다 맞아요. 지안 씨는 확실히 정신과 의사를 만나 봐야 해요.”심지안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정신상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을 싫어했다. 물론 시어머니인 방매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별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녀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기에 반드시 성연신을 대신해서 진실을 말해야 했다.방매향은 심지안이 강인할 것이라고,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닐 것이라 굳게 믿었다.“왜요? 어머님도 제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심지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네... 우리도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사탕 발린 말을 귀담아듣지 말아요.”심지안은 잠시 당황스럽고 막막했지만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을 곰곰이 곱씹었다.“알겠어요. 정신과에 꼭 가볼게요. 그럼 어머님도 채린 씨 치료에 잘 협조하겠다고 약속해 줘요. 연신 씨나 우주나 모두 어머님을 필요로 해요.”방매향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달싹였다. 무언가 말하려 한 것 같
성연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밖이 시끌벅적하더니 송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병실로 들이닥쳤다.송준의 음험한 얼굴에 득의양양한 웃음이 번졌다. 그는 옆으로 물러나 뒷사람들에게 길을 터주었다.하얀 트레이닝복을 입은 송석훈이 뒤에서부터 걸어 나오더니 거짓 웃음을 지으며 성연신을 응시했다.“초대하지도 않은 손님이 내걸 가져가는 건 무례한 행동이지.”“그러니까요. 만나고 싶으면 나한테 말 하지. 그럼 예약이라도 해줬을 텐데. 명문가 성씨 집안에서 요청하면 몰래 봐주는 거야 쉽지.”송준이 비아냥거렸다. 마치 비밀 조직에서 먼저 사람을 강제로 데려간 것은 까먹은 것처럼.성연신은 그들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조용히 병상 곁을 지키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창밖의 아름드리나무 그림자가 창 너머로 그의 옆얼굴에 드리워져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병실 안의 다른 사람들도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송준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안을 힐끗 보았다. 시야에 심전도 모니터의 직선이 들어오자 문득 섬뜩해졌다.“아버지... 그런데 부인이 좀...”송석훈이 냉소했다.“왜, 또 죽은 척하냐?”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이런 수법을 쓰나. 질리지도 않나?“아뇨... 진짜 죽은 것 같은데요. 심전도 모니터에 파동이 없어요.”송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리가 후들거렸다.만일 방매향이 성씨 집안에서 죽은 거라면 그와 아무 관계가 없었지만, 비밀 조직에서 일이 생긴 거라면...송석훈이 멈칫하며 침대 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그는 방매향이 쥐 죽은 듯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그녀는 조금의 화난 기색 없이 목석처럼 누워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어 방매향의 맥박을 짚어보았다.그리고 심장박동이 없음을 확인한 송석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죽은 방매향의 손을 마구 흔들었다.“죽은 척 하지 마. 안 죽은 거 아니까 일어나 빨리.”멀쩡하게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었다. 자신과 오랫동안 싸워왔
충직한 안철수가 막아서며 냉랭하게 말했다.“그쪽도 도망가면 안 되죠. 다음 차례는 그쪽이에요.”“웃기시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죽을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 막아?”방매향은 자유는 잃었지만 비밀 조직에 오래 있으면서 아버지께서 먹고 마시고 입는 데 대해서는 부족하게 한 적이 없었다.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그녀의 자업자득이 분명했다.“아직도 허튼소리 하네. 함부로 입 나불댄 후과가 어떤지 똑똑히 보여줄게.”“나가.”성연신이 갑자기 호통치며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았다.안철수는 바로 행동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심지안은 성연신에게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기 위해 얼른 눈물을 닦고 우주의 손을 잡고 나갔다....빗줄기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하염없이 주룩주룩 내렸다.심지안은 우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주는 깊은 밤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고 여전히 잠꼬대처럼 할머니를 중얼거리고 있었다.그러나 심지안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주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조용히 방을 나왔다.빗물이 사정없이 발등 위에 떨어졌다. 심지안은 비를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맞으며 멍하니 먼 곳을 응시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잠시 후 심지안은 휴대폰을 켜 인터넷으로 사흘 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예약했다....방매향의 발인 후, 비밀 조직과 성씨 집안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송석훈은 그 일 이후 크게 앓고 나서는 성씨 집안을 건드리지 않았다.송준은 정식으로 비밀 조직 사업을 물려받게 되었다.“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비밀 조직은 당연히 제가 물려받아야죠. 아버지께서 전에 약속하기도 했고요.”송준에게 몸을 반쯤 기댄 임시연의 눈에는 악의가 가득 숨겨져 있었다.송준이 그녀를 밀어내며 느긋하게 커피를 홀짝 마셨다.“이런 거 저한텐 안 먹혀요. 전 임신한 여자한텐 관심 없거든요.”“이제 와서 발뺌하려고요?”임시연도 화가 났다.“지난번에 당신들 맞춰주다가 고청민한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그 닭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