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매향은 안전을 위해 고택으로 이사한 뒤 꽃을 가꾸고 정원을 다듬으며 집 안에 머물렀다. 그녀는 성격이 차분해서 외출을 즐기지 않았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안철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고 자기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급히 방매향을 보호하던 그 부하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연결음만 들릴 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망했다,큰일 났다...’안철수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대표님,제가...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갔어야 했는데, 경솔했습니다.”성연신은 격한 감정을 억누르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침착하게 명령했다.“군대를 두 부분으로 나누고, 철수 씨는 우리 어머니를 찾아가세요. 여기는 제가 맡을게요.”“대표님, 너 혼자 괜찮겠습니까?”“제가 알아서 합니다.”안철수는 그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고택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또다시 성연신의 부름을 받고 말았다.“우주도 과외시키지 말고 집에 데려다주세요.”안철수는 두려움에 빠져 자기 행동을 반성했다.“대표님, 그들이 도련님께도 손을 쓸 것 같습니까?”성연신이 차갑게 경고했다.“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안철수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켰다. 그는 즉시 과오를 상쇄하고 더 이상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제발 무사하길 바랍니다...’성연신은 송준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서리가 내린 것 같았다.“심지안을 유괴한 것은 당신과 변혜영의 작품이야?”휴대폰 저편에서는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하하, 혜영 씨와는 상관없어. 내 아이디어야, 네가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몰랐어.”“당신의 진짜 목표는 우리 어머니고?”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사실을 말함으로써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송준의 입가에는 웃음이 맴돌았다.“넌 정말 재미없어. 게임에 임할 자세가 안 돼 있어.”“죽고 싶어? 감히 지안 씨를 건드려?”성
심지안은 소름이 돋으며 정신을 차리고 가장 가까운 어린이용 요트로 향했다.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단조롭고 뚜렷해서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심지안은 뒤따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숨을 죽인 채 웅크렸다.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자, 머리가 더 아파왔다.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졌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누가 자신에게 약을 주었고, 누가 자신을 풀어준 것인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수많은 의문이 명확한 해답 없이 머릿속에 얽혀 있었다.나뭇잎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심지안 떨고 있는 자신을 한사코 껴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날카로운 돌을 손에 쥐었다.흔들리는 꽃봉오리처럼 가냘픈 몸매에 발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자신을 발견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할 뿐이었다.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서 그녀의 곁에서 멈추었다.심지안 입을 틀어막고 호흡마저 멈췄다.그때 하얀 얼굴을 한 사람이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기어들어오자, 심지안은 놀라서 용기 있게 손에 든 돌멩이로 상대방의 눈을 호되게 찔렀다.고청민은 차마 피할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지안 씨, 나야.”심지안은 얼떨떨해지며 비로소 앞에 있는 사람이 고청민임을 분명히 알아보았다. 손에서 힘이 빠져 돌멩이를 떨어트린 뒤, 견디지 못하고 온몸이 무거워져 땅에 주저앉았다.고청민은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부축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심지안이 볼 수 없는 그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지안 씨. 당신을 구하러 왔어요. 집으로 모셔다드릴게요.”“어떻게 날 찾아냈어요?”심지안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불안이 가득했다.하지만 고청민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지안 씨는 강도에게 납치되었어요. 변혜영은 운 좋게 탈출할 수 있었고, 그녀가 돌아와서 보고한 덕분에 우리가 당신의 상황을 가장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심지안
성연신은 주먹을 꽉 쥐고 싸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자기 외투를 벗어 심지안의 몸에 둘렀다.“먼저 가겠습니다.”심지안은 마치 자동기계처럼 그의 뒤를 따랐고,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고청민의 비웃음 섞인 눈빛을 두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다.“성연신, 지안이를 두고 가!”성동철은 지팡이를 짚고 멀리서 달려왔다. 그는 등장과 동시에 불쾌함을 드러냈다.그러나 성연신은 심지안의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여기서 말하기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어르신은 잘 모르실 겁니다.”“말할 것 없어. 우리 집안일은 우리 집안 내에서 해결하면 돼! 지안이는 지금 청민이와 혼인을 했으니, 지안이를 남겨두고 가.”성동철의 말에는 무게가 실렸고, 그의 노련한 눈빛은 위엄을 띠었다.“오늘 발생한 모든 일이 고청민의 계획이라는 걸 모르세요?”성연신은 두려움 없이 대답했고, 그의 말은 차가웠다.“오늘 지안 씨를 돌려보낸다면, 그것은 호랑이 굴로 들여보내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더 이상 지안 씨를 혼자 두지 않을 겁니다.”고청민이 심지안을 먼저 찾아냈다는 사실은 그가 이미 심지안의 행방을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음을 의미했다.성동철이 전화를 걸기 전에 이미 고청민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평범한 상황이 아니며, 마치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한 귀신같은 존재처럼 보인다. 불행하게도 그의 계획은 이미 들통난 것이다.고청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성동철에게로 돌렸다.“저는 법과 경찰을 믿습니다. 앞으로 성씨 가문의 일에 당신이 개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가문의 체면이 깎여 고개를 들 수 없게 됩니다.”성동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하인이 따라와 심지안을 부축해 차에 태우고 급히 현장을 떠나갔다.고청민은 다른 차의 뒷좌석에 가볍게 몸을 기대고,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할아버지의 신뢰를 깨뜨리지 마세요. 우리가 수십
임시연은 비명을 지르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청민을 향해 외쳤다.“미쳤어요?”고청민은 차분하게 대답했다.“미친 건 당신이야!”고청민은 몸을 조금 숙여 그녀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심지안에게 난 상처는 당신 소행이에요?”“변혜영에게 돌아가서 보고해요. 송준이 심지안을 때릴 수 없다는 건 너도 알잖아. 오로지 임시연만이 그럴 수 있어.”임시연은 자신이 납치범과 싸우다가 탈출했다고 주장했다.“나는 당신들을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잖아요. 심지안을 납치한 범인들에게 끌려갔는데, 어떻게 무사히 도망칠 수 있겠어요? 나중에 날 찾는 건 어떤 재주일까요? 강을 건너고 다리를 건설할 수 있으려나?”그녀는 화를 내며 불만을 토로했다.“정말이지, 날 바보로 아는 거예요? 내가 처음부터 심지안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왜 따르지 않은 거죠?”고청민은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건 송준이 계획한 일이에요. 어째서 그에게 가서 따지지 않고, 나 같은 여린 여자만 괴롭히는 거죠?”임시연은 이마에서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고, 얼굴에는 다소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때 왜 심지안을 죽이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했다. 단지 몇 번 발로 찼을 뿐인데 이렇게 찾아온 거라면, 만약 그가 죽었다면 고청민은 지금 울며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고, 그녀를 괴롭힐 여력 따위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수모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황족의 핏줄을 품고 밖에서 다쳤으니, 변석환에게 가서 고자질하면 성씨 가문은 풍비박산 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도 큰일을 겪어본 사람이니, 고청민이 배만 건드리지 않으면 나머지는 두렵지 않았다.“당신의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요.”고청민은 움직이지 않았고, 밖에서 지키던 사람에게 손짓하며 불러들였다.임시연은 두 명의 우람한 사나이를 보고 흠칫 놀랐다.“뭐 하려는 거예요?”“변석환에게 돌아가서 이르기라도 하려고요?”임시연
타이밍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었다.공포, 두려움, 잃어버린 영광...이 순간 임시연은 이어서 자신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고통보다 창피함이 더 걱정되었다.“안돼. 나한테 이러면 안 돼요. 난 뱃속에 변석환 씨의 아이를 임신했어요.”“그럼 변석환 씨도 당신한테 5살짜리 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 아이는 지적으로 문제까지 있잖아요. 말해봐요. 혹시 당신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고청민은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살짝 나온 임시연의 배로 향하며 담담하게 사실을 얘기했다.김민수는 건강 검진을 받아 자기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 아이에게 지적 문제가 생긴 것은 엄마 쪽의 유전자가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이었다.그렇기에 이번 아이도 지적 문제가 있을 확률이 있었다.왕실에서는 지적 문제가 있는 아이를 낳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왕실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문제였기 때문이다.고청민은 임시연의 정곡을 찔렀다. 임시연은 이미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죽을 듯이 입술을 깨물고서는 인정하지 않았다.“김민수가 날 가질 수 없으니까 깎아내리려고 하는 거예요. 그 아이가 지적 문제가 있는 건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고청민은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임시연 씨가 직접 변석환에게 말해요. 어차피 곧 있으면 모두 알게 될 거예요.”이 한마디를 남긴 뒤 그는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30분 후 임시연이 닭장에 갇혀 있는 사진이 궁 인트라넷에 게시되었다.사진 속 그녀는 밝은 옷을 입었지만 초라한 모습이었다. 이마의 상처에는 마른 핏자국이 보였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머리에 붙어있는 닭털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닭을 훔치다 잡힌 도둑 같아 가엾기보다는 우스웠다.모니터 너머로 닭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하하하, 코스프레 하는 거지? 독특한 스타일을 했네.][ 얼굴은 왜 이렇게 예쁜 거야. 이런 모습도 너무 매
“대표님, 저희가 이러는 건 너무 무모하지 않을까요? 어머님이 잡혀간 다음에 루갈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혹시 함정에 빠지지는 아닐까요?”안철수는 자기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성연신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걱정이 되었다.보육원에서 지내던 그를 성연신이 구해주었다. 말이 보육원이지 그곳은 비밀리에 아동 인신매매를 하는 곳이었다.그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서 보육원에서 온갖 일을 다 했다. 그랬기에 보육원 원장은 그와 같은 공짜 인력을 팔아버리기에는 아까워 계속 데리고 있었다. 그래서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하지만 보육원에서 지내는 건 죽는 것보다 못했다. 한 끼조차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마침 사춘기에 성장기였던 그는 키가 1.8미터에 몸무게가 48킬로였다.조금 오바해서 말하면 걸어 다니는 해골과 다르지 않았다.만약 성연신이 그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처럼 좋은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그의 목숨은 성연신이 준 것이었기에 그는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성연신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하지만 성연신은 달랐다. 그는 하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루갈 형제들의 미래가 달려있었고 또한 성씨 가문의 수장이었다.목숨에도 귀천이 존재한다.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식지를 구부려 안철수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아. 이미 일어난 일이야. 더 말해봐야 소용없어. 뭔가 행동을 해야지.”어머니가 수년간 비밀리에 살아오며 새로운 삶을 얻었다. 이번에 잡히면 마음속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가벼우면 우울증이나 멘탈이 조금 무너지겠지만 심각하면 자살 시도를 할 수도 있었다.그는 안철수가 의도치 않게 산에서 호랑이를 쫓아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탓을 할 필요는 없었다.성연신은 그 누구보다도 루갈에 대한 안철수의 충성심을 알고 있었다.“예 대표님.”안철수는 더 이상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그럼 제가 가서 루갈의 형제들을 소집하고 내일 행동 계획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가봐.”
“난 당신을 보내줄 수도 있고 그와 동시에 당신의 아이를 치료할 국내 최고 의사를 찾아줄 수도 있어요.”“당신이 성동철을 만나 오늘 고청민이 시킨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한다면 말이죠.”김민수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난 당신을 믿을 수가 없어요.”김미희는 1년 동안 아프지 않았고 지적 문제를 제외하면 평범한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 딸한테 문제없을 거야. 없을 거야...’김민수는 창백해진 얼굴로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그는 면도도 하지 않은 초췌한 모습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30대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젊음의 의욕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온몸에 피곤함이 가득해 보였다.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피곤함 속에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기대는 모두 그의 딸에 대한 것이었다.성연신은 시선을 거두며 문 앞의 사람에게 그를 살피라고 말했다. 그도 같은 아버지로서 김민수에게 연민을 느꼈다.성씨 본가는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었고 정욱도 바쁘게 업무를 처리했다.정욱은 루갈의 사람은 아니었기에 이번에 성연신이 며칠 동안 다녀오는지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것도 몰랐다.보광 그룹과 성원 그룹 사이의 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정욱이 이곳에 머문다면 성연신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서재 앞.성우주는 작은 몸을 뒤에 숨겨 안에서 들려오는 대회 소리를 엿들었다. 어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할머니를 모셔올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일이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알 수 있었다.알 수 없는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거고 그것들 때문에 자기는 아빠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눈치챘다.성우주는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떼를 쓰진 않았다. 울며불며 성연신에게 가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계단으로 조용히 1층에 내려가서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우주는 엄마에게 아빠를 보러오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만약 아빠에게 정말 사고가 난다고 해도 아빠 마음속에 후회가 남지 않길 바랐다.전화에서 연결음이 계속
성우주는 눈물이 가득 담긴 눈을 깜빡거렸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성연신의 봉황 눈을 똑 닮았다. 어린 나이에도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할 아우라를 갖고 있었다.지금은 성연신과 함께 있으니 완전히 긴장을 풀어 자기 아빠를 억울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오히려 귀여웠다.“무슨 미션인데요?”“오늘 누군가 널 납치하려 했잖아. 그 과정을 전부 기억하니?”성우주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억해요.”학교가 끝나서 운전기사 아저씨가 데리러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도착하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맞아 쓰러졌고 한 낯선 남자가 차를 운전했다.그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뒤돌아 학교로 달려가려 했지만 낯선 남자가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다행히 안철수 아저씨가 타이밍 좋게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다시는 아빠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성연신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아침 일찍 할아버지와 엄마를 찾아가. 가서 어제 납치당할 뻔한 일을 전부 엄마한테 얘기해.”“알겠어요 아빠. 기억했어요.”성우주는 작은 머리를 들어 성연신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한테 가서 고자질하라는 거예요?”성우주도 엿들어서 자기를 납치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아빠와 사랑의 라이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성연신의 눈빛에 미묘한 웃음기가 깃들었다.“그렇게 이해해도 되지만 엄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엄마가 누가 사람이고 누가 귀신인지 제대로 알길 바라서야.”사실 심지안에게 가서 고자질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일부분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성연신은 자기 할아버지를 우주와 함께 보내서 성동철과 얘기를 나누게 하고 싶었다.어제 학교 앞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도 이미 확보했으니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얻은 셈이었다.고청민이 아무리 교활한 변명을 늘어놓아도 소용없을 것이다.하지만 이 녀석에게 가서 심지안에게 고청민의 험담을 하라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미션은 반드시 성공할게요. 근데 아빠도 나한테 약속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