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비단 상자 안에는 상등의 옥으로 만들어진 백옥 반지가 들어 있었는데, 심지안의 어머니가 생전에 친정에서 가져온 물건이었다.심지안은 심연아의 행동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며 그저 아무 말 없이 웃었다.고작 이런 물건으로 그녀를 보내려 하다니, 참으로 웃길 일이었다.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녀는 너무 어려서 구체적으로 얼마의 혼수를 남겼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또 그녀에게 준 그 계약서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린 나이에 그런 것들을 알 리가 없었고, 지금에 와서야 겨우 하나둘씩 알게 되었지만, 이미 혼수를 다 빼앗겨 버렸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심연아가 준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아직도 만족하지 못해?”심연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심지안이 혐오스러워 났다. 심지안이야말로 욕심이 끝없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심지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왜 만족해야 하는데? 이것들은 원래 모두 내 것이잖아. 난 다 돌려받아야겠어. 손가락 하나도 건드릴 생각 하지 마.”“너 이게 무슨 뜻이야? 우리 집에서 힘들게 널 지금까지 키웠어... 엄마는 널 하나부터 열까지 돌봐주셨고, 아빠도 널 먹여 살렸어, 넌 어떻게 감사함을 몰라?”“감사드리는 거랑 도둑질은 별개의 일이야.”심연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눈시울을 붉히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하지만 상대하기조차 귀찮은 심지안은 심연아가 들고 있는 비단 상자를 힘껏 빼앗고는 일어나 떠나가려고 하였다.심연아는 협상에 실패하자 손을 뻗어 다시 빼앗아 오려고 하다가, 계속 옆을 주시하고 있던 강우석과 눈이 마주치자 내민 손의 방향을 바꿔 탁자 위의 종이를 한 장 뽑아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강우석은 눈물을 닦고 있는 심연아를 보고는 얼른 달려가 심지안을 가로막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연아에게 사과해.”심지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난 잘못한 것 없어.”“연아의 물건을 빼앗고서 잘못한 게
심지안은 강우석의 다급해진 얼굴을 쳐다보며 말 못 할 큰 상쾌함이 밀려왔다.그녀는 급히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이마의 잔머리를 귓가에 쓸어 넘기며 웃으며 말했다.“다 알았네?”과연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성연신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 그녀를 천 리 밖에서까지 구하려 했을 때 분명 그녀와 강우석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심지안은 마음이 간질간질하며 무슨 느낌인지는 정확히 형용할 수 없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너무 좋았다.“심지안! 너 정말 뻔뻔하구나?”강우석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가슴이 아파 났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목소리가 커지자, 주변 하객들이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심지안은 흰토끼처럼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많은 사람은 상황을 잘 알지 못했고, 그중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보고 말했다.“어머, 심씨 집안의 막내딸인가 보네요...”“심씨 집안에 아이가 둘이나 있었어요? 줄곧 심연아만 있는 줄 알았어요.”“심연아보다 훨씬 예쁘고 분위기 있어 보이는군... ”이렇게 말하자 모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오늘 심연아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정교한 화장을 하여 꽤 아름다웠지만 맨얼굴에 청순한 미모의 심지안과 비교하면 무기력했다.화장을 한 심연아와 안 한 심지안의 상태는 서로 비교할 수가 없었다.마침 이 말을 들은 심연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애써 괴로움을 감추며 하객들을 헤치고 들어가 강우석의 손을 잡았다.“그만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잖아.”“심지안이 우리 몰래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강우석은 이를 갈며 심지안을 가리켰고 심연아는 그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났다. 하지만 입을 열어 상황을 묻기도 전에 심전웅이 와서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무슨 짓들이야? ”엊그제 일어난 일 때문에 심지안은 그를 보고 싶지도 않았고 혼수를 되찾으면 더 이상 심씨 집안과 연락하지 않을 예정이었다.이성을
잠시 고민하던 진현수는 심지안을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지안 씨, 적당한 타이밍을 기다려요.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줄 수 있어요?”그는 어제 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으며 그중에는 심 씨 가문이 심지안에 대한 태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진현수가 심지안을 보러 병원에 가지 못한 건, 그녀에게 자신이 바로 강우석 삼촌이라는 것을 말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으며 이 관계가 알려지면 앞으로 심지안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오늘 약혼식에 진현수는 참석하지 않았고 점심을 먹을 때 혹시라도 심지안이 오지 않았을까 걱정돼서 한 번 와봤는데 그녀가 진짜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전 진짜 괜찮아요. 저와 심 씨 가문, 그리고 강우석은 이제 다 지나간 과거뿐이에요. 현수 씨는 그런 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어요.”심지안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심지안은 진현수와 그저 보통 친구라고 생각했고 그와 더 깊은 관계로 발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기에 강우석의 친척이라고 해도 상관없었지만 그녀가 덤덤하게 얘기할수록 진현수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그렇게 많은 고통을 받고도 괜찮다는 한마디로 흘려보내는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으며 지금 자신의 이 난감한 신분만 아니면 진현수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를 품에 꼭 안아주고 싶었다.“나중에 강우석이나 심 씨 가문에서 또 괴롭히면 저한테 얘기해요. 제가 복수해 줄게요.”결국 진현수는 심지안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고 심지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대꾸했다.“복수해 주실 필요는 없는데 막지만 마세요.”“알겠어요.”진현수도 웃으며 대답하자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면서 살짝 믿지 않는 눈치였으며 속으로 진현수와 강우석은 별로 친하지 않은 친척인 건가 싶었다.“약혼식이 시작된 거 같은데 들어갈 거예요?”“당연하죠.”중요한 일을 까먹을 뻔한 심지안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연회장 문 앞에 도착하자 고개를 돌려 진현수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절 막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진현수는 심지안이 그에
하객들은 심연아와 강우석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고 두 사람은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심전웅이 진행자를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얼른 꺼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스크린을 꺼버렸고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며 바로 이때, 심연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지안아, 너무 미안해. 내가 우석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 다 내 잘못이야. 우석이를 원망하지 마.”“연아야, 그런 말 하지 마. 네 잘못 아니야. 내가 너를 너무 원해서 그랬어.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도 속 시원해. 난 오래전부터 헤어지고 싶었는데 지안이 네가 너무 바빠서 내가 말할 타이밍이 없었던 거야. 연아가 나에게 더 어울리는 사람이야.”하객들은 너도나도 수군거리기 시작했으며 연회장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했다.“어머, 심지안과 강우석이 서로 연인 관계였어?”“대박이다! 강우석 대단하네. 심 씨 가문 두 자매를 다 만나봤다니!”“근데 중요한 건, 심연아가 나중에 끼어든 거잖아. 남자들 포인트가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녹음 파일이 계속 들리자 사람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의논하였고 은옥매는 곁에서 동영상과 녹음이 전부 조작된 것이니 이상한 소문을 내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잠시 후, 현장은 겨우 조용해졌고 심연아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로 호소했다.“지안이가 어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석이는 지안이를 그저 친한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심연아의 말에 은옥매도 딸 심지안에 대해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보탰다.“맞아요. 지안이가 우석이를 계속 좋아하고 있었지만 우석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연아였어요. 그래서 지안이가 관심을 끌기 위해서 계속 이런 짓궂은 장난을 치거든요. 지안이가 어려서 저지른 실수이니 다들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근데 오늘은 연아에게 결혼식만큼이나 중요한 날인데 지안이가 이렇게 철이 없는 행동을 할 줄은 몰랐어요.
흠칫 놀란 심지안이 고개를 돌렸지만 성연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진현수만 발견했기에 가슴을 툭툭 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너 잘못 본 거야. 깜짝 놀랐잖아.”“잘못 본 게 아닌데?”진유진이 손가락으로 심지안에게 가리키려 했지만 진현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에 진유진은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진짜 내가 잘못 본 건가?”“네가 요즘 날 돌보느라 병원과 회사를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가끔 남자친구도 보러 가야 해서 살짝 정신이 나간 걸 수도 있어. 내가 바쁜 것만 마무리하면 너한테 진짜 잘할게.”심지안이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진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오늘 강우석 삼촌은 안 왔어?”진유진은 심지안을 호텔에 데려가자마자 남자친구와 합류하기 바빴고 모든 걸 해결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친척 하객 테이블을 유심히 쳐다봤지만 진현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안 왔어. 마침 오늘이 그 사람 할아버지 건강 검사하는 날이거든. 안 그러면 내가 이렇게 대놓고 일을 저지르겠어?”“하긴, 너희 두 사람 발전 속도로 봐서는 네가 그렇게 빨리 그 사람을 네 남자로 만들었을 리가 없지.”진유진의 말에 심지안은 순식간에 시무룩한 얼굴이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성연신이 넘어오지 않아 너무 골치가 아팠다.“네가 그 사람과 결혼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며칠 전에 강우석 삼촌보다 훨씬 잘생긴 남자를 봤거든. 네가 보면 진짜 침을 질질 흘렸을 거야.”“말도 안 되는 소리. 강우석은 그냥 평범하게 잘생겼지만 그 사람 삼촌은 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외모야. 적어도 내가 20년 넘게 산 동안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 봤어.”“네가 그 남자를 만나보면 그런 말 못 할 거야.”진유진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고 자신만만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심지안은 왠지 모르게 궁금해졌으며 어디서 봤는지 물어보려고 하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처음 보는 낯선 번호였다.“안녕하세요. 누구세요?”“그쪽이 저한테 전화하셨잖아요?”전화기 너머 느긋한 남자의
”네가 진작 말해줬으면 내가 수임료 안 받는다고 했을 텐데.”장학수가 경악에 찬 눈빛으로 성연신을 쳐다보며 말하자 흠칫하던 성연신이 물었다.“수임료? 벌써 너한테 연락 갔어?”외국에서 회의를 하다가 중단되어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성연신은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에 바쁜 일이 끝나면 그때 장학수에게 심지안에 관한 일을 얘기하려고 했으며 수임료도 대신 지불하려고 했는데 심지안이 이렇게 급하게 장학수에게 먼저 연락했을 줄은 몰랐다.“어제 전화가 왔어. 그 여자가 내 형수인 줄 알았다면 절대 돈 안 받는다고 했지.”“그 사건 네가 맡아줘. 수임료는 비서에게 얘기해서 입금할게.”성연신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손남영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놀리기 시작했다.“어머, 어머, 전에는 그 여자가 별로라고 하더니 우리 몰래 결혼까지 했네. 이건 네가 할만한 행동이 아닌데.”그러고 보면 심지안은 얼굴도 예쁘고 남자를 꼬시는 수단도 뛰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는 성연신 같은 돌덩어리가 절대 반할 리가 없다.“당연히 내가 할만한 행동이 아니지. 우린 계약 결혼이니까.”“무슨 말이야?”장학수와 손남영이 화들짝 놀라서 묻자 성연신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아버지가 결혼을 재촉한 사실을 그들에게 말했다.“너 비즈니스 결혼을 안 하려고 아주 발악을 했구나.”“그렇다고 평생 연기할 수는 없잖아. 어르신이 이제 손주를 보려고 계속 재촉할 텐데.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업계 골든 변호사로 불리는 장학수가 단 번에 포인트를 짚어냈다. 사람들은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욱 많은 거짓말을 하다가 꼬리를 잡히는 법이다.어르신은 단지 나이가 많을 뿐, 머리가 나빠진 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것이다.“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가짜 결혼을 진짜로 만들면 되지.”손남영이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장학수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기 시작했다.“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네가 수임료까지 내주는 걸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너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거 아니야? 너희 두 사람은 원래 한 쌍의 바퀴벌레야.”“너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심지안이 비꼬는 듯이 대답하자 강우석은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흐트러진 정장까지 더해져서 그 모습이 매우 비참해 보였으며 심연아와의 약혼식은 순조롭지 못했던 것 같았다.“우리 엄마가 나에게 남겨준 혼수를 되찾으려는 거야.”“네가 이미 가져갔잖아?”“내가 언제 가져갔는데?”“연아가 너에게 비단 상자를 건네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강우석은 심지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녀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건 강 씨 가문의 재산을 얻기 위한 발악이라고 여겼다.“우리 엄마가 나한테 고작 그 물건만 남겨줬을 거 같아?”흠칫하던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그럼 뭐가 더 있는데?”“제발 머리를 좀 굴려봐.”심연아는 그녀에게 혼수를 돌려준 게 아니라 그녀를 모욕했던 것인데 멍청한 강우석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럼 말해봐. 연아가 너에게 돌려주지 않은 게 또 뭐가 있어?”강우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많아. 걔가 지금 목에 걸고 있는 그 백옥 목걸이도 포함이야. 진심으로 알고 싶으면 돌아가서 직접 물어봐.”심지안의 대답에 강우석이 잠시 머뭇거렸다.“네 물건만 돌려주면 앞으로 우리를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심지안은 강우석의 자신감이 너무 우스웠다.“그래, 네가 우리 엄마가 남긴 혼수를 전부 나한테 돌려줄 수 있다면 내가 약속할게.”“알겠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넌 반드시 우리 삼촌 곁에서 떠나야 해.”“그건 네 삼촌한테 가서 말해. 그 사람이 나한테 떠나라고 하면 떠날게.”“너!”“내가 뭐? 일단 심연아한테 가서 내 혼수나 가져오고 나서 나한테 조건을 걸어. 안 그러면 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어.”심지안은 잔뜩 화가 난 강우석을 뒤로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시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산 심지안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 여덟 시가 되자 성연신이 집에 들어섰다. 현관
두 눈이 마주치자 성연신은 그제야 병원에 며칠 입원한 심지안이 전보다 조금 마른 것을 발견했다.“아 참, 오늘 장학수 변호사가 저에게 수임료를 안 받고 사건을 맡아준다고 했는데 혹시 연신 씨가 저 대신 돈을 지불할 거예요?”“네.”마음이 착잡한 심지안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금액이 너무 커서 못 돌려줘요. 장학수 변호사한테 괜찮으니까 제 사건은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말 좀 해줘요. 수임료가 낮은 변호사 찾아볼게요.”“안 갚아도 돼요.”“안 돼요. 연신 씨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연신 씨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160억은 제가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 거예요.”심지안이 진지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녀는 숙모가 되고 싶은 거지 돈을 버는 기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지안 씨가 3년 안에 부용 그룹 디렉터가 되고 5년 안에 전 구역 관리자가 되면 160억이 조금 힘들긴 해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고개를 들어 심지안을 빤히 쳐다보던 성연신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하자 심지안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그 정도로 저한테 자신 있어요?”“전 평범한 직원들에게 더욱 많은 격려를 줘요. 그것도 힘들면 이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해요. 돈을 다 갚을 때까지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도 가능해요.”적어도 심지안이 해준 요리는 삼키지 못할 만큼 맛이 없진 않았다.이때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심지안이 폭탄 발언을 했다.“전 가사도우미 말고 연신 씨 와이프 할래요.”반찬을 집던 성연신의 손이 멈칫했고 고개를 돌려 심지안을 쳐다보았으며 너무 노골적인 시선에 심지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왜… 왜요?”“꿈꾸는 걸 좋아하나 봐요.”심지안은 괜한 기대를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저녁을 먹은 뒤, 베란다에서 옷을 널고 있던 심지안에게 진유진이 전화를 했고 다급한 목소리로 심지안에게 대학교 동창 단톡방의 문자를 확인하라고 했다.어리둥절한 심지안이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평소에 대화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