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칫 놀란 심지안이 고개를 돌렸지만 성연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진현수만 발견했기에 가슴을 툭툭 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너 잘못 본 거야. 깜짝 놀랐잖아.”“잘못 본 게 아닌데?”진유진이 손가락으로 심지안에게 가리키려 했지만 진현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에 진유진은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진짜 내가 잘못 본 건가?”“네가 요즘 날 돌보느라 병원과 회사를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가끔 남자친구도 보러 가야 해서 살짝 정신이 나간 걸 수도 있어. 내가 바쁜 것만 마무리하면 너한테 진짜 잘할게.”심지안이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진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오늘 강우석 삼촌은 안 왔어?”진유진은 심지안을 호텔에 데려가자마자 남자친구와 합류하기 바빴고 모든 걸 해결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친척 하객 테이블을 유심히 쳐다봤지만 진현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안 왔어. 마침 오늘이 그 사람 할아버지 건강 검사하는 날이거든. 안 그러면 내가 이렇게 대놓고 일을 저지르겠어?”“하긴, 너희 두 사람 발전 속도로 봐서는 네가 그렇게 빨리 그 사람을 네 남자로 만들었을 리가 없지.”진유진의 말에 심지안은 순식간에 시무룩한 얼굴이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성연신이 넘어오지 않아 너무 골치가 아팠다.“네가 그 사람과 결혼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며칠 전에 강우석 삼촌보다 훨씬 잘생긴 남자를 봤거든. 네가 보면 진짜 침을 질질 흘렸을 거야.”“말도 안 되는 소리. 강우석은 그냥 평범하게 잘생겼지만 그 사람 삼촌은 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외모야. 적어도 내가 20년 넘게 산 동안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 봤어.”“네가 그 남자를 만나보면 그런 말 못 할 거야.”진유진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고 자신만만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심지안은 왠지 모르게 궁금해졌으며 어디서 봤는지 물어보려고 하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처음 보는 낯선 번호였다.“안녕하세요. 누구세요?”“그쪽이 저한테 전화하셨잖아요?”전화기 너머 느긋한 남자의
”네가 진작 말해줬으면 내가 수임료 안 받는다고 했을 텐데.”장학수가 경악에 찬 눈빛으로 성연신을 쳐다보며 말하자 흠칫하던 성연신이 물었다.“수임료? 벌써 너한테 연락 갔어?”외국에서 회의를 하다가 중단되어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성연신은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에 바쁜 일이 끝나면 그때 장학수에게 심지안에 관한 일을 얘기하려고 했으며 수임료도 대신 지불하려고 했는데 심지안이 이렇게 급하게 장학수에게 먼저 연락했을 줄은 몰랐다.“어제 전화가 왔어. 그 여자가 내 형수인 줄 알았다면 절대 돈 안 받는다고 했지.”“그 사건 네가 맡아줘. 수임료는 비서에게 얘기해서 입금할게.”성연신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손남영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놀리기 시작했다.“어머, 어머, 전에는 그 여자가 별로라고 하더니 우리 몰래 결혼까지 했네. 이건 네가 할만한 행동이 아닌데.”그러고 보면 심지안은 얼굴도 예쁘고 남자를 꼬시는 수단도 뛰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는 성연신 같은 돌덩어리가 절대 반할 리가 없다.“당연히 내가 할만한 행동이 아니지. 우린 계약 결혼이니까.”“무슨 말이야?”장학수와 손남영이 화들짝 놀라서 묻자 성연신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아버지가 결혼을 재촉한 사실을 그들에게 말했다.“너 비즈니스 결혼을 안 하려고 아주 발악을 했구나.”“그렇다고 평생 연기할 수는 없잖아. 어르신이 이제 손주를 보려고 계속 재촉할 텐데.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업계 골든 변호사로 불리는 장학수가 단 번에 포인트를 짚어냈다. 사람들은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욱 많은 거짓말을 하다가 꼬리를 잡히는 법이다.어르신은 단지 나이가 많을 뿐, 머리가 나빠진 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것이다.“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가짜 결혼을 진짜로 만들면 되지.”손남영이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장학수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기 시작했다.“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네가 수임료까지 내주는 걸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너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거 아니야? 너희 두 사람은 원래 한 쌍의 바퀴벌레야.”“너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심지안이 비꼬는 듯이 대답하자 강우석은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흐트러진 정장까지 더해져서 그 모습이 매우 비참해 보였으며 심연아와의 약혼식은 순조롭지 못했던 것 같았다.“우리 엄마가 나에게 남겨준 혼수를 되찾으려는 거야.”“네가 이미 가져갔잖아?”“내가 언제 가져갔는데?”“연아가 너에게 비단 상자를 건네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강우석은 심지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녀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건 강 씨 가문의 재산을 얻기 위한 발악이라고 여겼다.“우리 엄마가 나한테 고작 그 물건만 남겨줬을 거 같아?”흠칫하던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그럼 뭐가 더 있는데?”“제발 머리를 좀 굴려봐.”심연아는 그녀에게 혼수를 돌려준 게 아니라 그녀를 모욕했던 것인데 멍청한 강우석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럼 말해봐. 연아가 너에게 돌려주지 않은 게 또 뭐가 있어?”강우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많아. 걔가 지금 목에 걸고 있는 그 백옥 목걸이도 포함이야. 진심으로 알고 싶으면 돌아가서 직접 물어봐.”심지안의 대답에 강우석이 잠시 머뭇거렸다.“네 물건만 돌려주면 앞으로 우리를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심지안은 강우석의 자신감이 너무 우스웠다.“그래, 네가 우리 엄마가 남긴 혼수를 전부 나한테 돌려줄 수 있다면 내가 약속할게.”“알겠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넌 반드시 우리 삼촌 곁에서 떠나야 해.”“그건 네 삼촌한테 가서 말해. 그 사람이 나한테 떠나라고 하면 떠날게.”“너!”“내가 뭐? 일단 심연아한테 가서 내 혼수나 가져오고 나서 나한테 조건을 걸어. 안 그러면 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어.”심지안은 잔뜩 화가 난 강우석을 뒤로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시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산 심지안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 여덟 시가 되자 성연신이 집에 들어섰다. 현관
두 눈이 마주치자 성연신은 그제야 병원에 며칠 입원한 심지안이 전보다 조금 마른 것을 발견했다.“아 참, 오늘 장학수 변호사가 저에게 수임료를 안 받고 사건을 맡아준다고 했는데 혹시 연신 씨가 저 대신 돈을 지불할 거예요?”“네.”마음이 착잡한 심지안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금액이 너무 커서 못 돌려줘요. 장학수 변호사한테 괜찮으니까 제 사건은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말 좀 해줘요. 수임료가 낮은 변호사 찾아볼게요.”“안 갚아도 돼요.”“안 돼요. 연신 씨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연신 씨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160억은 제가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 거예요.”심지안이 진지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녀는 숙모가 되고 싶은 거지 돈을 버는 기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지안 씨가 3년 안에 부용 그룹 디렉터가 되고 5년 안에 전 구역 관리자가 되면 160억이 조금 힘들긴 해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고개를 들어 심지안을 빤히 쳐다보던 성연신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하자 심지안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그 정도로 저한테 자신 있어요?”“전 평범한 직원들에게 더욱 많은 격려를 줘요. 그것도 힘들면 이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해요. 돈을 다 갚을 때까지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도 가능해요.”적어도 심지안이 해준 요리는 삼키지 못할 만큼 맛이 없진 않았다.이때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심지안이 폭탄 발언을 했다.“전 가사도우미 말고 연신 씨 와이프 할래요.”반찬을 집던 성연신의 손이 멈칫했고 고개를 돌려 심지안을 쳐다보았으며 너무 노골적인 시선에 심지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왜… 왜요?”“꿈꾸는 걸 좋아하나 봐요.”심지안은 괜한 기대를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저녁을 먹은 뒤, 베란다에서 옷을 널고 있던 심지안에게 진유진이 전화를 했고 다급한 목소리로 심지안에게 대학교 동창 단톡방의 문자를 확인하라고 했다.어리둥절한 심지안이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평소에 대화가 없는
밝은 불빛 아래, 성연신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지안 씨에게 저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에요?”흠칫하던 심지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화가 난 성연신이 핸드폰을 꺼내 신고 전화를 걸려고 하자 심지안이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하지 마요. 신고를 하면 연신 씨 이모부가 알게 될 거예요.”멈칫하던 성연신은 그제야 심지안이 말한 이모부가 오지석이라는 걸 깨달았다.“알면 뭐 어때요? 지안 씨는 피해자예요. 못 본 척하고 계속 이렇게 숨을 거예요?”“그게 아니라 연신 씨가 걱정돼서 그래요. 만에 하나 오지석 그 사람이 소문이라도 내면 성 씨 가문 사람들이 연신 씨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어찌 됐든 심지안은 명의상에서 성연신의 와이프였기에 그녀는 자신의 일 때문에 성연신까지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었다.“본인 문제부터 잘 해결하고 다른 사람을 신경 써요.”“네?”깜짝 놀란 심지안은 평소에 냉정해 보이는 성연신이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모습도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15분 뒤, 저번에 주관민 사건을 맡았던 경찰들이 찾아왔고 이를 보자 전전긍긍하던 심지안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었다.그때 당신 주관민은 증거 불충분으로 경찰서에 며칠 동안 잡혀 있다가 바로 풀려났고 사건은 아직도 조사 중이었기에 경찰들은 심지안을 기억하고 있었다.상황을 파악한 경찰들은 전문 기술자를 불러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동영상 캡처 사진을 지워버렸지만 최초 유출자가 암호 설정을 철저하게 설치했기에 IP를 추적하려면 시간이 몇 시간 걸렸다.경찰들은 늦어도 내일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하면서 심지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고 그들이 무조건 유출자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성연신을 곁으로 따로 불러서 신신당부했다.“저번에 현장을 둘러본 결과, 와이프분도 피해자라는 걸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일이 생겼으니 남편으로서 마음이 불편하신 건 저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은 와
심연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누가 그래? 심지안이 그래?”“맞는지 아닌지 대답부터 해. 내가 지금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강우석이 다정한 말투로 말하자 심연아가 눈시울을 붉히며 대꾸했다.“우리 미래를 위했다면 넌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거야.”“왜 그래?”강우석은 심연아의 눈물을 보자 다급하게 휴지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심지안이 너에게 내가 자기 엄마가 남겨준 혼수를 빼앗았다고 얘기한 거야?”“응, 그 혼수만 돌려주면 심지안은…”잠시 머뭇거리던 강우석이 말을 꺼내자 심연아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으며 대꾸했다.“넌 심지안 말을 믿으면서도 내 말은 안 믿는구나. 네 눈엔 내가 그렇게 욕심이 많은 여자야? 남의 유산까지 탐내는 그런 사람이야?”“아니야, 오해야. 난 그런 뜻이 아니라…”“그만해. 난 우리가 약혼까지 했고 혼인을 앞둔 사이라서 당연히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넌 나 몰래 심지안에게 찾아간 거야. 내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거야.”강우석은 심연아의 말에 당황했다.“울지 마.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어제 심지안에게 찾아간 건,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그랬던 거야.”“경고? 경고하러 간 거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나에게 따지는 건 뭔데?”심연아가 처량하게 웃으며 눈물을 줄줄 흘렸고 설명할수록 오해가 쌓이자 강우석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머리를 잡아당겼다.“너도 서로를 믿어야 한다고 하면서 날 이렇게 못 믿고 있잖아. 어제 약혼식 때문에 나도 지금 너무 머리가 아프고 짜증이 나는데 좀 나를 이해해 주면 안 돼?”강우석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우당탕 소리와 함께 뭔가 바닥에 떨어진 듯했으며 심전웅이 바닥에 널브러진 조각들을 발로 차며 언짢은 표정으로 강우석을 째려보았다.“약혼식은 두 집안의 일이야. 짜증 나고 기분 나쁜 건 너뿐만이 아니야. 아침부터 싸우러 온 거면 우린 더 듣고 싶지 않아. 연아야, 당장 집에서 내보내.”심연아도 실망한 표
”그쪽은 저를 누나라고 불러야 돼요.”심지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못 본 사이에 주원재의 기름진 머리는 레게 머리로 바뀌어서 전보다 더 불량소년 같았으며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넘 앳된 얼굴이었기에 나이는 스무 살 정도밖에 돼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안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심지안은 순간 심연아가 어린아이를 꼬신 건지 아니면 주원재가 취향이 독특한지 알 수가 없었다.“누나라고 부르면 연락처 주실 거예요?”“여기저기 남동생을 두는 습관이 없습니다. 얼른 나가세요. 저희 일해야 해요.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들키면 혼나요.”말을 끝낸 심지안은 고개를 숙여 계속 문서 정리에 집중했고 아이를 달래듯 주원재를 보내려 했으며 누군가에게 이렇게 무시를 당한 경험이 없는 주원재는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난 성인이라 아버지가 관여하지 못해요. 얼른 연락처나 줘요. 내가 또 기분이 좋아지면 그쪽에게 차도 한 대 선물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심지안은 어이가 없어서 이마를 꾹꾹 눌렀으며 연락처를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연하를 남자로 본 적도 없었지만 더군다나 심연아와 놀아나는 사람은 멀쩡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심지안은 못 들은 척하며 일에 집중했고 늘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던 주원재는 화가 슬슬 치밀어 올랐지만 조용히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심지안의 완벽한 이목구비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옆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화가 풀렸으며 심지안의 관심을 받을 궁리만 하고 있었다.바로 이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주원재를 불렀다.“도련님, 대표님 오셨어요. 얼른 나오세요.”그 말을 들은 주원재는 화들짝 놀라더니 고양이를 본 쥐 마냥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그 모습에 부용 그룹 직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심지안도 웃음을 참기 힘들었지만 타인의 회사에서 실례인 거 같아서 부용 직원들에게 조용하라고 손짓을 했다.이내, 부용 그룹과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대리가 걸어 들어왔고 심지안 등 사람들과 한데 모여 앉아 프로젝트 방안에 대해 의논하
이 순간, 장학수는 너무도 경악스러웠다. 그가 알고 있는 성연신은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특히 영웅놀이에 대해서는 늘 콧방귀를 뀌던 사람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여자분을 위해 나선 것도 모자라서 본인이 돈이 많고 젊은 데다가 잘생긴 것까지 인정한 셈이었다.‘영웅놀이를 위해 부끄러운 것도 잊은 건가? 아니지! 저 여자가 설마 심지안인가?’장학수는 성연신과 심지안을 번갈아 보다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심지안과 주원재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잘빠진 몸매에 이목구비까지 훤칠했으며 싸늘하고 도도한 눈빛에는 큰 감정의 변화도 없이 주원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몸을 흠칫 떨던 주원재는 건들거리던 태도를 거둔 채 아버지를 만났을 때보다 더 깍듯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연… 연신 도련님, 이곳엔 어쩐 일로 오셨어요?”주원재의 말에 심지안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저 사람 알아요?”주원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흥신 그룹 대표 주혁재가 건물에서 걸어 나와 주원재를 확 밀치더니 환한 미소로 성연신을 반겼고 성연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를 한 뒤, 시선은 여전히 주원재에게 꽂혀 있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그의 여자에게 작업을 걸다니.“장 변호사님은 어쩐 일로 오셨어요?”장학수를 발견한 주혁재가 반가운 듯 물었고 장학수가 웃으며 대답했다.“오늘 시간이 좀 남아서 사건에 대해 의논하러 왔습니다.”“아, 그럼 제가 도움이 되진 못하겠네요. 회사 법무팀 직원을 불러드릴게요.”주혁재는 그제야 요즘 회사에 골치 아픈 일이 있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 그는 변호사 여러 명을 찾아봤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해서 큰돈을 들여 장학수에게 부탁했던 것이다.주혁재의 말에 그의 곁에 있던 여비서가 장학수를 데리고 들어갔고 주혁재는 곁에 있던 성연신을 보며 공손하게 말했다.“성 대표님, 저희도 들어가시죠?”성연신은 느긋하게 주원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고 이를 발견한 주혁재가 주원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