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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어린아이를 꼬신 심연아

”그쪽은 저를 누나라고 불러야 돼요.”

심지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못 본 사이에 주원재의 기름진 머리는 레게 머리로 바뀌어서 전보다 더 불량소년 같았으며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넘 앳된 얼굴이었기에 나이는 스무 살 정도밖에 돼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안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심지안은 순간 심연아가 어린아이를 꼬신 건지 아니면 주원재가 취향이 독특한지 알 수가 없었다.

“누나라고 부르면 연락처 주실 거예요?”

“여기저기 남동생을 두는 습관이 없습니다. 얼른 나가세요. 저희 일해야 해요.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들키면 혼나요.”

말을 끝낸 심지안은 고개를 숙여 계속 문서 정리에 집중했고 아이를 달래듯 주원재를 보내려 했으며 누군가에게 이렇게 무시를 당한 경험이 없는 주원재는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난 성인이라 아버지가 관여하지 못해요. 얼른 연락처나 줘요. 내가 또 기분이 좋아지면 그쪽에게 차도 한 대 선물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심지안은 어이가 없어서 이마를 꾹꾹 눌렀으며 연락처를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연하를 남자로 본 적도 없었지만 더군다나 심연아와 놀아나는 사람은 멀쩡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안은 못 들은 척하며 일에 집중했고 늘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던 주원재는 화가 슬슬 치밀어 올랐지만 조용히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심지안의 완벽한 이목구비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옆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화가 풀렸으며 심지안의 관심을 받을 궁리만 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주원재를 불렀다.

“도련님, 대표님 오셨어요. 얼른 나오세요.”

그 말을 들은 주원재는 화들짝 놀라더니 고양이를 본 쥐 마냥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그 모습에 부용 그룹 직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심지안도 웃음을 참기 힘들었지만 타인의 회사에서 실례인 거 같아서 부용 직원들에게 조용하라고 손짓을 했다.

이내, 부용 그룹과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대리가 걸어 들어왔고 심지안 등 사람들과 한데 모여 앉아 프로젝트 방안에 대해 의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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