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은 처음엔 그저 자료를 찾아본 것이라 부인했다.하지만 상사의 계속되는 추궁에 결국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입사하자마자 팀장직에 오른 심지안을 질투해 어리석을 짓을 저지른 것이다.상사가 일그러진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우리 부서는 프랑스 쪽 회사와 협력해야 하는 곳이에요. 심지안 씨는 프랑스어에도 능통하고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도 있어요. 하지만 이재성 씨는요? 경력은 긴 반면 능력은 심지안 씨에게 한없이 미치지 못해요. 그런데도 팀장 자리를 욕심낸다고요?”이재성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빠져나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일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주고 있으니 말이다.상사는 이재성이 오랫동안 회사에 몸담았다는 것을 고려해 그저 해고만 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다.이재성은 어두운 얼굴로 사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짐을 정리한 뒤 부용을 떠났다.심지안의 결백이 밝혀진 것이다.상황파악을 마친 동료들은 모두 심지안의 주위에 빙 둘러서서는 입이 마르도록 그녀를 칭찬했다.심지안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오전 그들이 자신을 향해 했던 비난을 생각하니 마음의 거리가 한껏 멀어진 듯한 기분이었다.저렇게 줏대 없이 나부끼는 가벼운 사람들이라니.성연신의 말이 맞다. 부용의 분위기는 정말 별로다. 암투가 넘치고 서로가 서로를 짓밟는 거에 혈안이 되어있다.심지안은 자리에 앉아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흥신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그가 직접 와주지 않았다면 상사는 아마 CCTV를 보는 것조차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프로젝트 책임자가 보낸 답장 내용은 이러했다.「저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 주 대표님한테 감사해야죠.」심지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가 문자의 의미를 물으려고 한 순간 문자 하나가 더 도착했다.「미안해요. 제가 잘못 보냈네요.」「감사해할 필요 없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오히려 제 경솔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심지안
“내가 널 속였다는 증거라도 있어?”강우석은 잠시 침묵하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럼 너한텐 연아가 네 혼수를 가져갔다는 증거 있어?”“연아 언니의 목에 백옥 목걸이가 걸려있는 거 봤어. 그리고 진선 사무실의 곽준위 씨도 증명해 줄 수 있어.”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본래 내 소유인 물건이 내 것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니.강우석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는 당연히 심지안의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궁금했던 건 심연아가 대체 언제 자신과 화해하냐였다.그의 부모님은 매일매일 그를 쫓아다니며 자금 융통을 재촉하고 있다...심지안은 전화기 너머에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전화를 끊어버렸다.강우석은 전화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마를 깊게 찌푸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그를 도울 수 있는 건 심씨 집안을 제외하곤 삼촌 한 명뿐이다.하지만 삼촌과 심지안의 관계가...강우석은 이를 꽉 깨물고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진현수를 찾아갔다.진현수가 차를 한입 마시고는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할 얘기 있으면 해.”강우석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말했다.“삼촌,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찾아왔어요. 저 자금을 융통해야 해요. 아버지가 약속하셨어요. 돈만 준비되면 저한테 계열사를 하나를 맡기겠다고요. 가문의 프로젝트도 절반이나 저한테 나누어주신대요.”“난 너한테 줄 생각이 없어. 돌아가.”“삼촌, 전 삼촌의 친조카잖아요. 이렇게 차갑게 대하지 말아주세요. 삼촌은 제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삼촌이 절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버진 그 잡종 놈에게 회사를 넘겨줄 거라고요.”강우석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찌감치 사이가 벌어져 등을 돌린 채 살고 있다. 그 후 강우석의 아버지는 밖에서 여자 한 명을 만나 아들을 낳았다. 진현수는 이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심씨 집안은?”“저 연아와 싸웠어요...”진현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싸웠다고 널 돕지 않는대?”“이번엔 좀 심하게 싸웠거든
기분이 확 상해버린 성연신은 뼈대가 훤히 드러난 손가락으로 심지안을 가리켰다.“밥 해줘요.”심지안은 배가 너무 아파 도저히 하기가 싫었다.“시켜 먹어요.”“그래요. 그럼 지안 씨가 사요. 나 플라워타운의 해산물이 먹고 싶어요.”성연신이 그녀의 속셈을 알아채고는 말했다.플라워타운은 금관성에서 가장 이름있는 연어를 위주로 파는 해산물 가게였다. 가격은 높고 양이 적은 거로도 꽤 유명했다.심지안이 멍한 얼굴로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제가 오늘 월급을 받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그럼 많이 먹어야겠네요.”“...”심지안은 배달 앱을 켠 뒤 핸드폰을 성연신에게 건넸다.“먹고 싶은 거 시켜요.”그는 임의로 몇 개 골랐다. 별로 많은 양은 아니었다.심지안은 고통을 참으며 돈을 지불하고는 자신의 먹을 죽과 만두도 주문했다.성연신은 음식이 배달되고 나서야 그녀가 추가로 주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왜 그렇게 자신한테 인색해요?”“이게 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잖아요. 난 풀만 먹더라도 당신은 풍족하게 먹여야죠.”심지안이 삐딱한 태도로 답했다. 하지만 생리통 때문에 말투가 한없이 나긋해졌고 거기에 순진무구한 얼굴까지 더해지니 사람의 마음을 저릿해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젓가락을 쥔 성연신의 손이 멈췄고 눈빛에 아련한 깊이가 더해졌다.자신은 굶더라도 그에게만큼은 좋은 걸 먹이고 싶어 할 정도로 그를 좋아하다니.제아무리 단단한 강철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런 말에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성연신이 연어를 심지안의 앞으로 스르륵 밀며 말했다.“같이 먹어요.”심지안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그녀는 지금 생리통 때문에 해산물이 먹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만두에 더 군침이 돌았다.심지안은 만두를 집어 들고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행복감이 만연한 얼굴로 말이다.성연신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생각에 잠겼다. ‘이런 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
심지안은 성연신의 얼굴을 보자 확신하게 되어 조심스럽게 물었다.“할아버지께서 저보고 당신 회사에 가라고 하셨어요?”“그런 셈이죠.”“할아버지께서 그때 저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저는 핑계를 찾아 거절했어요.”그녀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성연신은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책임을 회피하는 건 빠르군요.”“원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데 왜 회피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심지안은 진지한 태도로 반박했다.어르신이 너무 열성적이어서 감당할 수 없었다.사실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성씨 가문의 손주며느리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그녀는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거짓말을 하면서 속이고 싶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정말 잘해 주셨다.그래서 심지안은 죄책감을 느꼈다.성수광은 휴지를 꺼내 입을 닦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부용은 바빠?”“좀 바빠요.”“많이 힘들어?”“육체적으로 힘든 건 괜찮아요. 마음이 힘든 게 문제죠.”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서로 등 뒤에서 칼을 꽂고 있었다.일하러 가는 것도 힘든데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했다.성연신은 눈썹을 치켜들고 말을 하려는데 심지안이 먼저 나서서 홀가분하게 말했다.“그런데 저 퇴사하기로 했어요.”그는 조금 놀랐다.“왜요?”그는 그녀가 부용에서 1, 2년 동안 열심히 버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정신을 차릴 줄은 몰랐다.너무 어리석지는 않았다.“당신 말이 맞으니까요.”심지안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그에게 요즘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마치 숨구멍을 찾은 것처럼 그녀는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훨씬 더 편안해진 기분으로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업계에서 부용의 평판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성연신은 이 모든 것에 놀라지 않았다.이것은 또한 다른 모든 100년 역사를 가진 회사들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부용만 후퇴하고 있는 분명한 이유이기도 했다.“번역해야 할 프랑스어
심지안은 집에서 며칠을 쉬며 생리 기간을 보냈고, 내일은 휴가 마지막 날이다.그녀는 진유진과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을 계획이었다.외출하기 전에 성연신에게 저녁을 혼자 해결하라고 당부했다.성연신은 심지안이 보낸 문자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몸이 회복하자마자 참지 못하고 밖에 나가려고 하다니, 조금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니까.장학수는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성연신 앞에 놓으며 물었다.“추가할 게 있는지 확인해 봐.”성연신은 서류를 들고 한눈에 스캔했다.이때 정욱이 두 박스의 결혼식 사탕을 들고 들어왔고 장학수도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성 대표님, 데이터 팀의 유영재 씨와 번역팀의 전지혜 씨가 결혼식을 올리면서 사탕을 나눠주었습니다.”그 말을 듣고 성연신의 시선이 사탕 박스로 향했고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 가지 조항 더 추가해. 사내 연애 금지.”장학수는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심지안 씨가 이 조항을 거절하면 어떡해?”“지안 씨는 거절할 자격이 없어.”장학수는 말문이 막혔다.“...”그는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왜 이렇게 융통성 없고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으려고 하냐고 말하고 싶었다....도심의 쇼핑몰에서.심지안과 진유진은 쇼핑하고 있었는데 집에 입을 만한 옷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그녀는 옷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성연신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넥타이를 발견했다.가격을 보니 4만 원밖에 하지 않았다. 성연신은 무조건 그것을 싫어할 것이다.그녀는 판매원의 추천을 사양했다.진유진은 그 넥타이가 꽤 마음에 들어서 그것을 구매했다.“남자친구 주려고?”“응, 요즘에 일자리를 구해야 해서 넥타이가 필요하거든.”심지안은 멈칫했다.“무슨 일자리인데?”“프로그래머. 전에도 해봤어.”심지안은 더 질문하지 않았고 진유진과 함께 인터넷에서 유명한 가게로 가서 줄을 섰다.줄은 길었고 대부분은 압도적인 온라인 프로모션에 이끌려 찾아온 손님들이었다. 종업원은 그들에게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
쫓아 온 심연아는 ‘누나’라는 말을 듣고 심지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충격으로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방금 뭐라고 불렀어요?”“누나라고 불렀어.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존댓말을 쓰는 게 뭐가 잘못됐어?”주원재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운동복을 입고 있었고 레게머리를 하고 있어 불량 학생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그가 공손히 심지안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은 얼마나 스릴 넘치는 일인가.심지안은 눈을 까뒤집어 떴다. 며칠 전 그가 그녀를 놀릴 때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었다.“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주원재는 눈알을 굴렸다.“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만났지.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해?”심연아의 표정이 부드럽게 변하면서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간신히 진정하고 말했다.“아직 모르죠? 나 지안이 언니예요.”“알아.”너희들이 심지안을 괴롭힌 것도 알아.물론 이것은 주혁재가 주원재와 심연아가 연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알려준 것이다.그 말을 듣고 심연아는 더는 미소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주원재와 심지안을 같이 있게 놔둘 수 없어서 주원재에게 말했다.“학교에 가야 하지 않아요?”“날 보내려고? 방금까지 날 붙잡으려고 하지 않았어?”주원재가 솔직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그냥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그 말에 심지안은 살짝 웃으면서 팔짱을 끼고 드라마를 보듯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긴장한 심연아는 입술을 깨물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그건 내가 장난친 거죠. 빨리 가요. 시간 끌지 말고.”주원재는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 외에 농구도 즐겼는데 이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기자 마세라티를 타고 떠났다.심연아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긴장했던 것이 살짝 풀렸다. 자기와 주원재의 일을 알고 있는지 심지안을 떠보려고 했는데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을 때 심지안은 진유진을 끌고 떠나갔다.쇼가 끝났으니 당연히 자리를 떠야 했다.심연아가 가슴에 품고 있던 의문은 알아서 잘 추측하도록 내버
심지안은 목뒤로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왠지 두렵기까지 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배를 잡았다.“먼저 들어가요. 난 화장실 가고 싶어요.”“침실에도 화장실이 있어.”“됐어요. 난 습관이...”심지안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그녀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나왔다. 그녀는 성연신에게 안기어 갑자기 몸의 균형을 잃어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성연신의 목을 감쌌다.성연신의 잘생긴 눈썹에는 사악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고 입술이 그녀의 귓가 가까이에 있었는데 오직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도발하는 게 좋으면 오늘 원하는 대로 해 줄게요. 내가 어떤지 봐요.”남자가 풍기는 기운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따뜻하고 촉촉한 입김이 심지안의 귀로 불어와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귓불도 연분홍색으로 물들었다.그녀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 그가 농담하는 것인지 아니면 겁을 주는 것인지 보아낼 수 없었다.오랫동안 그녀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유혹했다.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뭔가를 하게 된다면, 그녀는 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였다!심지안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성연신은 이미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왔다.성연신의 침실이었다.성수광은 제자리에 서서 2층을 바라보며 기쁜 표정을 하고 있었다.“역시 성씨 가문의 훌륭한 사내야. 실행력이 뛰어나네. 한다면 곧바로 하네.”서백호는 그 장면을 보고 의아해했다.도련님께서 이번에 진짜로 하시려고 그러나?...침실에서.성연신의 침실은 집에서 가장 큰 침실이었고 블랙 앤 화이트 톤으로 되어 있었다. 침대와 옷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나치게 간단했다.심지안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찌르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이제 나를 내려놓아도 돼요.”조명 아래서 성연신의 눈썹과 눈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지안 씨 나한테 붙어 있는 거 좋아하잖아요?”“그건 맞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요?”“난 빨리 하고 빨리 끝내는 거 좋아해요.”심
두 사람이 깊이 빠져들려고 할 때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욕망으로 가득 차 있던 성연신은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고 자신에게 옷을 찢긴 여자를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곧바로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쿵’하는 큰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벽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는데 분노와 당혹감이 느껴졌다.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침대 위의 심지안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봤다.뭐야!이게 뭐 하는 짓이야???그녀에게 만족하지 않은 것일까?그녀가 그 정도로 별로였나?방금 전 자신의 적극적인 행동을 떠올리자 갑자기 가슴속에서 엄청난 수치심과 좌절감이 넘쳐났다. 그녀는 눈이 붉어졌고 옷을 단정히 하고 나가면서 문을 쾅 닫았다.아래층에는 성수광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아마 갔을 것이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좋지 않아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하지만 아무리 뒤척여도 잠들 수가 없었다.심지안은 눈을 크게 뜨고 창밖의 밤경치를 바라보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 쓰레기 같은 남자와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말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을까?하지만 그럴 가치가 없다고 해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깨끗이 닦고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천천히 깊은 잠에 빠졌다.하지만 성연신은 욕실에서 한 시간 동안 찬물로 샤워하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심지안을 생각하자 또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그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차 키를 챙기고 드라이브하러 나갔다.30분 후.손남영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파고는 참지 못하고 성연신에게 말했다.“다시 말해 봐. 잘 못 들었어.”“여자 몇 명 데리고 오라고.”“여자는 왜 찾아?”그의 눈빛은 차가웠다.“네가 말해 봐. 왜 찾겠어?”손남영은 몸을 떨었다. 그는 당연히 여자를 데려와서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