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깊이 빠져들려고 할 때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욕망으로 가득 차 있던 성연신은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고 자신에게 옷을 찢긴 여자를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곧바로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쿵’하는 큰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벽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는데 분노와 당혹감이 느껴졌다.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침대 위의 심지안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봤다.뭐야!이게 뭐 하는 짓이야???그녀에게 만족하지 않은 것일까?그녀가 그 정도로 별로였나?방금 전 자신의 적극적인 행동을 떠올리자 갑자기 가슴속에서 엄청난 수치심과 좌절감이 넘쳐났다. 그녀는 눈이 붉어졌고 옷을 단정히 하고 나가면서 문을 쾅 닫았다.아래층에는 성수광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아마 갔을 것이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좋지 않아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하지만 아무리 뒤척여도 잠들 수가 없었다.심지안은 눈을 크게 뜨고 창밖의 밤경치를 바라보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 쓰레기 같은 남자와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말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을까?하지만 그럴 가치가 없다고 해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깨끗이 닦고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천천히 깊은 잠에 빠졌다.하지만 성연신은 욕실에서 한 시간 동안 찬물로 샤워하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심지안을 생각하자 또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그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차 키를 챙기고 드라이브하러 나갔다.30분 후.손남영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파고는 참지 못하고 성연신에게 말했다.“다시 말해 봐. 잘 못 들었어.”“여자 몇 명 데리고 오라고.”“여자는 왜 찾아?”그의 눈빛은 차가웠다.“네가 말해 봐. 왜 찾겠어?”손남영은 몸을 떨었다. 그는 당연히 여자를 데려와서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
정신이 흐리멍덩한 심지안은 버스를 타고 부용으로 갔다.아직 출근 시간이 안 되었기에 1층의 경비 아저씨와 청소부 아주머니는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친척분은 이혼하셨어요?”“이혼했어요. 지금 힘들게 살고 있어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데다가 홀로 두 아이를 키우게 됐는데, 내가 처음부터 이혼은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내 말을 안 듣고 지금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지.”“어이쿠, 내가 보기에는요, 남자가 연봉 2억을 벌어오는데 성격이 아무리 나빠도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혼을 하지 않고 먹고 입을 걱정 없었겠는데. 지금은 이혼했으니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이겠죠.”“할 수 없어요. 젊은 사람이라 충동적이어서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아요.”그 후에도 두 사람은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심지안은 그것을 더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축 늘어뜨린 두 손을 꽉 쥐었는데 너무 세게 힘을 주어서 관절 부분이 하얗게 되었다.제자리에 서서 한참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포기하려는 생각을 떨쳐 버렸다.성연신의 곁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마도 성연신 곁에 머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심지안은 상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상사는 여러 번 그녀를 붙잡았지만 그녀는 정중히 거절했다.그녀가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한 것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심지안은 부용에 몇 달만 있었을 뿐이지만, 그녀가 창출한 가치는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그녀의 퇴사 소식은 서인수와 진찬우에게 빠르게 퍼졌다. 점심시간에.세 사람은 탕비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서인수의 반응이 너무 컸고 두 눈이 빨개진 모습이 토끼 같았다.“지안 언니, 안 가면 안 돼요? 언니 가면 나랑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어요. 회사에 친구가 없어요.”“내가 안정되면 그쪽에 사람 필요한지 다시 연락할게요. 그렇게 되면 제가 데려갈게요.”심지안은 장난을 치면서 말했다.이별의 아픔은 잠시 뿐이다. 그녀와 서인수는 서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아니에요. 저 이미 직장 찾았어요.”심지안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말했다.“이렇게 빨리요? 어느 회사에요?”진현수는 놀랐다.“작은 회사예요...”“너 능력도 좋은데 왜 작은 회사로 갈 생각을 했어?”진찬우가 끼어들었다.“내가 소개해 줄 수 있으니까 네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지 마.”“맞아요. 발판으로 삼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발전하고 싶다면 큰 회사에 가야 해요.”“그래요, 지안 언니.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심지안은 그들의 조언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 되는 것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연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물론 감사한 마음도 갖고 있었다.“네,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니 충동적으로 결정하진 않을 거예요.”심지안은 빙그레 웃었고 그녀의 눈은 별이 담겨 있는 듯 반짝였다.“저 엄청 고민해보고 가는 거예요. 이 회사에서 부용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해서 가는 거예요.”진현수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럼 다행이네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찾아와요.”“진짜요? 만약 강우석이 저희 둘이 친하다는 걸 알게 되면 두 사람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그녀는 입 밖으로는 시시덕거렸지만 마음속으로는 강우석이 그녀와 성연신의 관계를 알고 화가 나 팔짝 뛰는 모습이 떠올라 너무 통쾌했다.진현수는 깜짝 놀라 시선을 피했다.“서열을 따지면 내가 연장자라 강우석이 나를 통제할 자격이 없어요.”“그렇군요.”심지안은 진현수와 친구 사이였을 뿐이기에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강우석에게 연장자가 얼마나 많은지 석 달 사이에 벌써 그의 친척을 두 명이나 만났다.이때 진찬우가 다가와 그녀와 잔을 부딪쳤다.“만약 진현수가 강우석의 삼촌이라면 너 혹시 다시는 진현수와 연락 안 하는 거 아니야?”심지안은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그럴 거예요.”“왜?”“왜냐하면 저는 강우석의 숙모가 되고 싶으니까요!”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서인
그는 자기가 눈이 흐릿해서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프런트 데스크로 발걸음을 옮겼다.“안녕하세요. 8번 테이블에서 방금 결제를 마쳤습니다.”진현수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계산한 사람이 심지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리로 돌아와 보니 심지안은 자리에 없었다.“지안 씨는 어디 갔어?”진찬우는 두 손을 벌리며 모른다는 듯이 말했다.“인수가 물어보고 있어.”“인수도 아까 여기 있지 않았어?”“너무 더워서 옆 가게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돌아왔는데 지안 언니가 사라졌어요.”서인수는 휴대폰을 꺼내면서 말했다.“전화해서 물어볼게요. 지안 언니도 화장실에 갔을지 모르니까요.” 진현수는 살짝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지안 씨도 술을 많이 마셨으니 이제 술기운이 올라올 시간이야.”...고속도로에서.차 뒷좌석에 앉은 심지안은 기차가 달리는 것처럼 머릿속이 윙윙거렸고 창밖의 교통 상황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우면서도 서인수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 “지안 언니, 혹시 화장실 갔어요?”“아니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집에 갈게요...”옆에 있는 성연신의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이 멍청한 여자는 술에 취해도 여전히 진지하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었다.“그럼 지안 언니 집에 도착하면 한마디 해줘요.”“알았어요...”전화를 끊은 심지안은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잠시 잠을 청하고 싶어서 눈을 감았다.“거짓말쟁이.”성연신의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괘씸하게 들렸다.심지안은 이를 갈며 말했다.“연신 씨가 말도 없이 와서 내가 거짓말한 거잖아요.”오늘 식사를 한 가게는 골목 안에 있었는데 차가 들어올 길이 없었고 밖은 큰 도로여서 주차를 오래 할 수 없었다.심지안은 어쩔 수 없이 먼저 갈 수밖에 없었다.“데리러 간다고 했잖아요.”“그럼 내가 항상 당신이 데리러 오는 걸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요?”“그건
심지안은 위장이 가져온 불편함을 참으면서 계약서를 보기 위해 몸을 곧게 폈지만 밤에는 차가 많고 속도가 빠른 탓에 정욱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할 뻔했다.심지안이 불을 켜려던 손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 한 손은 입을 가리고 한 손은 계약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다음 어두운 시야로 서명할 곳을 간신히 찾은 후 재빨리 사인했다.그녀는 혼자여서 탐낼 것이 없었고 성연신은 위압적인 조건을 요구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연봉은 협상되었기 때문이다.심지안은 계약서를 건네고 바로 다시 눈을 감고 메스꺼움을 억지로 참았다. 성연신과 접촉하고 싶지 않은 듯 아주 빠른 속도로 일련의 움직임이 진행되었다.성연신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금 그를 꺼리고 있는 것인가?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6월이었지만 차 안의 분위기는 매우 차가웠다.정욱은 너무 추워서 떨었다.흑흑, 당신들이 싸웠는데 왜 내가 추워야 하는 거야.그리고 곧.중정원에 도착했다.심지안은 길에서 몸이 불편해서 잠을 자지 못했다.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그녀는 오늘이 원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날임을 잊지 않았지만 잠이 너무 쏟아졌다.할 수 없이 원이를 데리고 빠른 속도로 나가야 했다. 성연신의 옆을 지나가면서 한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결국 참았다.됐어. 미움을 사지 말자.성연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전에는 이 여자가 그렇게 성격이 센지 몰랐다.그녀가 다음날 일어나서 출근했을 때 회사가 보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히 그에게 감사할 것이다.그때 가서 그녀에게 몇 가지 교훈을 가르쳐도 늦지 않을 것이다....20분 후.심지안은 원이와 함께 돌아왔고 침실로 들어와 물 한 컵을 마시고 간단히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잠이 덜 깬 심지안은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자 이불을 머리 위로 덮었다.퇴사를 했는데 늦잠을 자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했다.“똑똑똑---”“15분 안에 준비해요.”3초 후,
조카?성연신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나 조카 없어요.”심지안은 뇌 속의 팽팽한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공허했고, 눈에는 아무런 빛이 없었으며 그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3개월 동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많은 것들에서 힌트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단지 자신이 너무 초조해서 그것을 무시했을 뿐이었다.그렇다면 강우석은 왜 그녀와 삼촌에 대해 말했을까?생각이 서서히 돌아와 진현수라는 이름이 격렬하게 번쩍였다.먼 친척 사이...연장자...심지안은 숨이 가빠왔고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성연신은 심지안의 이상 증세를 알아차리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저... 괜찮아요.”“몸이 안 좋으면 병원에 가요. 억지로 버티지 말고요. 직원이 아프면서 출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심지안은 한동안 침묵한 채 그의 눈을 응시하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요.”성연신은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심지안은 멍을 때리면서 앉아 있었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욱이 왔다.성연신이 어제 설명한 대로 정욱은 자연스럽게 심지안을 데리고 입사 수속을 밟았다.그 과정에서 심지안은 꼭두각시처럼 그를 따라갔고, 정욱은 그녀의 이상한 상태를 보고 여러 번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하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일련의 입사 수속을 마친 정욱은 기획팀 문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심지안 씨, 앞으로 일하게 될 곳이 여기입니다.”앞으로 일하게 될 곳...심지안은 중얼거리며 정욱의 가슴에 걸려 있는 ‘보광 중신’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명찰을 똑바로 쳐다봤는데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성연신은 강우석의 삼촌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여기 있을 수 없었다!“죄송합니다. 성연신 씨에게 제가 입사하지 않는다고 전해주세요.”정욱은 어리둥절했고
사진 속 성연신은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있었고 얼굴을 반쯤 드러내고 있지만 충분히 멋있어 보였다.진유진은 잘생긴 훈남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사람은 그날 강우석 삼촌과 함께 술집에서 만난 그 훈남 아니야?”그 소리에 심지안은 벌컥 화를 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그러나 진유진은 눈치 없게 말을 이어갔다. “동창회 그날도 만난 적 있었어. 아쉽게 됐네. 그날 네가 그 인간들한테 복수하지 않았다면 너한테도 저 훈남을 꼬실 기회가 있었을 텐데 말이야.”술집에서 두 번 본 게 다지만 그 고상하고 비범한 분위기는 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진유진은 진작에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만해...”진유진이 사람을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사람을 잘못 알아본 건 그녀였다.‘바보...’“근데 이 남자의 사진을 왜 네가 갖고 있어? 보니까 몰래 찍은 사진 같은데. 혹시 두 사람 아는 사이야?”정신이 든 진유진은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고 그녀의 물음에 심지안은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주저앉아 울먹였다. “그날 술집에서 내가 유혹했던 남자가 바로 이 남자야...”깜짝 놀란 진유진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지?”“어떡하지? 난 이미 이 남자와 결혼까지 했어. 게다가 하마터면 잠자리까지 할 뻔했고...”흠칫하던 진유진은 이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는 웃으며 심지안을 위로했다. “좋은 일 아니야? 잘생겼잖아. 돈도 엄청 많지?”심지안은 고개를 들며 입술을 깨물었다. “보광 중신이 그 사람 회사야.”좋은 집, 좋은 차, 그리고 흥신 그룹의 비지니스 파트너.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진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부자 되면 나 잊지 마.”“장난 그만해. 나 지금 머리가 복잡해 죽겠어.”“복잡할 게 뭐가 있어? 돈도 많지, 잘생겼지. 완전 로또 맞은 거 아니야?”“그 사람 나 안 좋아해. 결혼 계약 기간은 3년, 3년이
“할아버지께서 심장병으로 쓰러지셨어요.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요.”그 말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대답했다.“알았어요.”40분 후,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산소호흡기를 한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응급실에 누워있는 성수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할아버지 어떻게 된 일이에요?”그녀의 물음에 성연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친구분들이랑 방 탈출 게임을 하러 가셨다가 많이 놀라신 것 같아요.”“정말이에요?”“네.”“할아버지한테 아직 애 같은 면이 있네요.”심지안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코를 살짝 만졌다. “가족분들 계시나요? 환자분께서 깨어나셨어요.”바로 이때, 간호사 한 명이 병실을 나오며 입을 열었다.성연신은 심지안을 힐끗 쳐다보았다.“들어가죠.”“네.”두 사람은 병실로 들어갔고 그들을 발견한 성수광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나 괜찮아. 백호가 뭐 하러 쓸데없이 너희들한테까지 연락한 건지?”심지안은 입술을 깨물며 아이를 달래듯 다정하게 당부했다.“할아버지, 이제는 더 이상 방 탈출 게임 같은 거 하시면 안 돼요.”성수광은 성연신을 째려보다가 목청을 가다듬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다시는 안 갈 거야. 옛 전우들이 요즘 방 탈출 게임이 유행이라고 우리도 한번 가서 놀자면서 기어코 날 끌고 간 거야. 난 예전에 전쟁터에서 하던 숨바꼭질처럼 생각했지. 어두컴컴해서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줄 누가 알았겠냐? 귀신의 집이 따로 없었어!”특히 그 안에는 숨겨진 비밀 함정이 있었는데 갑자기 벽 틈으로 해골이 나타났었다. 만약 그가 가짜라는 걸 제때 눈치챘다면 지금 병원에 실려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구분들이 꼭 같이 가야 한다고 목에 칼이라도 대면서 협박하던가요?”성연신은 사과를 깎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그 말에 성수광은 머리맡에 있는 휴지 박스를 집어 들어 성연신한테로 던졌다.“잔말 말고 얼른 가서 밥이나 사와. 하루 종일 굶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