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와 함께 올라 온 조준만은 눈앞의 광경을 목격하고는 곧장 크게 외쳤다.“멈춰!”건장한 체구의 남자 열몇 명이 움직임을 멈췄다.“아빠?”조성준은 놀라 멍해졌다.“여긴 웬일이에요?”조준만이 물었다.“무슨 일이냐?”조성준은 작은 목소리로 조준만에게 일의 경과를 이야기했다.조준만의 두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대략적으로 그는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아마도 여진수가 마침 한형걸을 도와줬지만 동시에 한여름의 원한을 샀고, 그래서 눈앞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정말이지 조준만은 늙은 여우가 따로 없었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런 거라면, 시작하거라.”그때, 여진수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당신이 조준만입니까?”이곳은 형원 그룹의 빌딩이었고, 스승님이 그에게 남긴 유언에는 조준만에 관한 정보도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조성준이 버럭 화를 냈다.“우리 아빠 이름이 네가 감히 부를 수 있는 이름인 줄 알아? 이 촌뜨기야!”여진수는 그런 그를 무시한 채 말했다.“역시 당신이 맞았군요. 잘됐네요. 전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오호?”조준만은 조금 의아했다.“산에서 내려온 사람이, 나에게는 무슨 볼일로?”“이념이 제 스승님이십니다.”쿵!간단한 한마디에 조준만은 심신이 크게 흔들리며 동공이 확 수축했다.“아빠, 왜 그래요?”조성준은 깜짝 놀라 조준만의 얼굴을 살폈다.“당시에 제 스승님이 당신을 구해주었고, 당신은 스승님께 지분 5%을 주었었죠. 현재 시장가로 당신에게 팔 테니 저에게 현금을 주세요.”조준만의 낯빛이 이리저리 바뀌더니 끝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은인의 제자였군. 당연히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사무실로 오게,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말을 마친 뒤, 안내하는 자세를 취했다.조성준은 깜짝 놀라 말했다.“아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설마 저 촌뜨기가 정말로 우리 회사 지분 5%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조준만마저도 고작 15%의 지분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도 형원 그룹의
가게 문 앞, 한 중년의 여자가 여진수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멀리 꺼져버려, 남 장사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그녀가 보기에 너덜너덜한 옷차림에 기운 흔적이 가득한 가방을 멘 여진수는 거지나 다를 바 없었다.여진수가 말했다.“저 거지 아니에요. 옷 사러 온 거예요. 돈도 있고요.”중년의 여자는 팔짱을 낀 채 연신 비웃음을 흘렸다.“거지 주제에 얼마나 있다고. 천 원? 2천 원? 그걸로는 이곳에서 옷 못 사. 들어오지 마. 가게 더러워져.”여진수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저 돈 있다고 했잖아요. 문 열고 장사하면서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중년의 여자가 버럭 화를 냈다.“아주 작정을 했구나, 너. 안 가면 맞을 줄 알아.”그렇게 말하며 문 옆에 있던 빗자루를 집어 들더니 사나운 얼굴로 여진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저기요, 옷 구매하시려는 거예요? 이쪽으로 오세요.”바로 그때,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열여덟, 열아홉 남짓한 여자애가 조금 겁먹은 얼굴로 여진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게 보였다.그녀는 몹시 청순한 외모에 청바지와 흰 티를 입고 있었다.머리는 양 갈래로 땋은 여자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젊은 청춘의 기운이 넘쳐흘렀다.중년의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이고, 방탕하기는. 거지도 놓치지를 않네. 병원에 있는 네 아버지가 알면 화병 나 죽겠다, 얘.”’두 가게는 맞닿아 있지만 장사는 확연히 달랐다.소녀가 연 가게는 퇴근 시간, 하교 시간만 되면 구매를 하려는 손님들이 미어졌지만 그녀의 가게는 한 사람도 없었다.그런 시간이 길어지자 중년의 여자의 마음에는 자연스레 질투와 원망이 쌓였다.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주머니,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지 않으면 안 돼요?”중년의 여자가 별안간 목소리를 높였다.“눈이 삐기라도 한 거야? 누구더러 아주머니래. 나 이제 서른인 거 안 보여!”“적어도 쉰은 되어 보이는데, 뚱땡이.”코웃음을 친 여진수는 여자의 가게 쪽으로 걸어갔다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빠가… 엉엉엉…”소녀는 몹시 속상한 듯 울음을 터트리며 나가겠다고 버둥거렸다.“안 되겠어요.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여진수가 따라갔다.“제가 같이 가줄게요.”소녀는 지금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당장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가게의 문마저도 여진수가 대신 문단속을 해줬다.이내 길가에서 두 사람은 택시를 잡아탔다.차에 타자마자 여진수는 기사에게 크게 외쳤다.“병원으로 최대한 빨리요!”“알겠습니다!”기사는 악셀을 세게 밟았고 차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던 소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바로 앞에 부딪칠 것만 같았다.그때 여진수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그렇게 막자, 그만 문제가 생겼다.여진수는 얼른 손을 빼냈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평소였으면 분명 민망했겠지만 지금 그녀는 온 마음이 아버지에게 가 있었다.별안간 기사가 욕설을 퍼부었다.“망할, 앞쪽이 막힌 것 같네. 교통사고가 난 것 같아요.”“어떡하죠.”소녀는 다급함에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았다.여진수는 바깥을 살폈다. 차들로 세워진 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상황을 보니 길이 뚫리려면 몇 시간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여진수는 돈을 꺼내 지불하며 말했다.“저희 여기서 내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소녀를 끌고 차에서 내렸다.“저희 이제 어떡해요? 저희 아빠에게는 시간이 없어요.”조급함에 눈물만 뚝뚝 떨구는 소녀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왔다.별안간 여진수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병원이 어느 쪽이에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소녀는 깜짝 놀랐다.“그게… 병원까지 한참 멀었어요. 이거 놔줘요.”“괜찮아요. 저 체력 꽤 괜찮아요. 지금은 당신 아버지를 구하러 가는 게 급선무잖아요.”소녀는 그 말에 감동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그녀는 한 방향을 가리켰고, 이내 귓가에는 쉭쉭 하는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여진수가 두 다리에 힘을 주고는 별안간 튀어 나가는
“멈춰요. 제 환자에게 몹쓸 짓 하지 마세요!”미녀 의사는 드물게 화를 냈다. 두 눈빛도 몹시 날카로웠다.다른 남자 의사들도 여진수의 행동을 보고는 그를 둘러쌌다.여진수는 그 사람들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소녀를 쳐다봤다.“이건 당신 아버지잖아요. 살릴지 말지 당신이 결정해요.”환자를 치료하려면 우선은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저… 구해주세요. 최악이라고 해봤자 똑같을 텐데, 선생님들도 막지 말아 주세요.”미녀 의사는 원통하다는 듯 말했다.“아가씨, 이 자식에게 속지 마세요. 딱 봐도 좋은 사람이 아니잖아요!”“조용히 하세요!”여진수가 별안간 크게 외쳤다.마치 커다란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해 병실 안의 환자와 소녀 외에 다른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질리며 두 눈에는 공포가 드리웠다.여진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보호자가 동의했는데, 당신들이 뭐라고 여기서 떠들고 있는 겁니까?”말을 마친 그는 놀라 얼이 빠진 사람들은 무시한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우선은 알코올로 은침을 소독한 뒤 침을 놓기 시작했다.도세 십삼침!오직 이 진법에 그의 두터운 진기가 더해져야만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여진수는 진지한 얼굴로 하나하나의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저 자식은 이제 끝이야!”미녀 의사는 이를 악물었다.“이건 살인이라고!”자신의 전문 분야가 의심받는 기분이 들어 그녀는 몹시 화가 났다.“무슨 일이야?”등 뒤로 나이 든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의사들이 등을 돌리자 머리가 반쯤 하얗게 세고 몹시 정정해 보이는 노인이 보였다.“진 원장님!”“진 원장님, 안녕하세요!”“그게 말이죠…”미녀 의사가 이야기의 경과에 대해 이야기했다.“터무니없는 짓을!”진 원장은 침대 쪽을 쳐다봤다.하지만 다음 순간, 동공이 확하고 수축했다.“이건… 헉! 도세 십삼침?!”크게 놀란 그는 도무지 시선을 옮길 수가 없었다.미녀 의사가 물었다.“원장님 도세 십삼침이 뭐예요?”진 원장은 여진수에게서 시선 한 번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덤벙거리는 성격인지 류미연은 자신의 속옷을 치우는 걸 깜빡한 듯했다.헛기침을 하고 시선을 옮긴 여진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을 수련하기 시작했다.그는 일찍이 반년 전에 9급 무사의 정점에 달한 천재일우의 무도 천재였다.그의 스승님 말에 따르면서 9급 무사 위로는 완전히 새로운 천지가 열린다고 했다.다만 이 반년 동안 여진수는 아무리 수련을 해도 도무지 발전이 없었다.한 시간 뒤, 돌아온 류미연은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향긋한 냄새가 났다.여진수가 수련을 멈추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열심히 음식을 하고 있는 류미연이 보였다.정말로 훈훈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류미연은 어질고 귀여운 여자임이 틀림없었다.다른 여자애들은 저 나이에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을 텐데, 그녀는 벌써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오빠, 왜 나왔어. 주방에 연기가 많아. 조금 있다가 와.”여진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너 이제 학교는 안 다니는 거야?”류미연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서울대학에 붙었어. 하지만…”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여진수는 속으로 400억이 입금되면 그중의 일부로 류미연의 학비를 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이렇게 좋은 여자애가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는 건 너무 아까웠다.류근수는 이제 막 병이 낫기 시작한 테라 너무 기름진 건 먹을 수 없어 류미연은 그에게 죽을 끓여주었다.식탁 위, 류미연은 맥주 두 캔을 따 각자 나눠 마셨다.“오빠, 내가 한잔 올릴게. 우리 아빠를 구해줘서 고마워.”말을 마친 그녀는 맥주를 들더니 곧바로 들이켰다.미간을 잔뜩 찌푸린 것을 보면 그다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듯했다.여진수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절반을 마셨다.배부른지 트림을 한 그녀는 얼굴이 붉게 물들어 보고 있으면 깨물어 주고 싶었다.“술 잘 못하면 마시지 마.”“괜찮아,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래.”류미연은 여진수에게 음식을 집어줬다.“굴 좀 먹어 봐.”류미연은 한 상
오늘의 조씨 가문 전원은 여느 때보다도 시끌벅적했다.서울의 각 업계의 권력자가 전부 모였고 밖에는 고급 외제 차가 가득 세워져 있었다.오늘은 조씨 가문 조장훈의 팔순 잔치 날이었다.조장훈도 나름 전설의 인물로 3급 무사이며 휘하에 다양한 산업을 거느리고 있었다.형원 그룹 외에, 열 개가 넘는 유흥 업소를 운영하고 있어 인맥이 몹시 넓었다.서울에서 조씨 가문은 최상위권 재벌이었다.“대흥 부동산에서 백옥 비취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믿음 골동상이 불주 하나를 선물했습니다.”“진가 전당포에서 옥 여의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문 앞에서 지사가 끊임없이 각 가문에서 보내온 선물을 외쳤다.부리는 것 중 아무거나 하나 골라도 천 단위는 물론 억 단위도 올라갔다.여진수가 도착했다.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든 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가 나타나자 곧바로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오늘같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는 모두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타나기 마련인데 오직 그만이 운동복 차림이라 확실히 이질적이었다.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무시한 채 여진수는 곧장 대문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이내 가로막혔다.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경호원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십니까?”“조장훈을 축하하러 왔다. 비켜.”여진수가 기를 전부 내보이자, 경호원은 순간 얼어붙었다.정신을 차렸을 때, 여진수는 이미 그의 곁을 지나치고 있었다.집사의 앞으로 간 그는 들고 있던 봉투를 무심하게 넘겼다.“손님께서 축의금을 선물했습니다.”돈봉투인 줄 알고 얼결에 외치던 집사의 손에서 봉투가 열리더니, 동전 모양으로 오린 종잇다발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뭐? 시비 거는 거야?”그 시각 여진수는 이미 안채로 들어섰다.가장 안쪽에는 서울 각 업계의 헤드 급 인물들이 앉아있었다.조장훈은 여든이었지만 겉보기에는 몹시 정정해 보였다.두 눈에 언뜻 비치는 안광은 그를 조금도 얕잡아 보지 못하게 했다.시끌벅적하던 분위기는 바깥에서 누군가가 지전을 선물했
긴장감으로 팽팽할 때, 한형걸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순간, 현장에 있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한형걸에게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경호원들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했다.“한 노선생님!”조장훈은 기쁨을 금치 못하며 얼른 가까이 다가갔다.“여긴 어쩐 일이십니까?”더욱이 조준만은 미친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한 노선생님, 저희 아버지의 팔순 잔치에 참석하러 오신 겁니까?”자리에 있던 빈객들은 그 말에 부러움과 질투 어린 눈빛으로 조장훈을 쳐다봤다.한형걸이 무려 직접 여든 잔치에 참석하러 오다니, 얼마나 체면이 사는 일인가!만약 조씨 가문을 한 마리의 뱀에 비유한다면 한형걸은 가히 거대한 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조씨 가문을 찍어 누르는 것쯤은 손가락 까딱하는 정도의 일이었다.조장훈이 내민 양손에 한형걸은 마주 잡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꾸짖었다.“자네가 뭐라고, 나와 악수를 할 수 있단 말인가?”미소를 띄고 있던 조장훈의 얼굴이 굳어버렸다.여러 빈객들도 수군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한형걸은 안색이 어두워진 조장훈은 무시한 채 여진수의 앞으로 다가와 깊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은공을 뵙겠습니다.”쿵!고요한 수면에 커다란 돌덩이가 던져진 듯, 한차례의 파동이 일었다.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시선들이 여진수를 향했다.도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한 노선생이 허리를 숙이게 한단 말인가?여진수는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여긴 어쩐 일입니까?”한형걸이 웃으며 말했다.“은공께서 이곳에 온다기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걱정되어서 왔습니다. 그런데…”등을 돌린 그는 조장훈을 보며 사정없이 꾸짖었다.“자네 가문은 참 겁이 없군. 이 한형걸의 은인도 모욕하다니!”조씨 가문 일가는 크게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싸구려 차림의 소년이 무려 거물 같은 한형걸과 관계가 있을 줄이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에 질투를 금치 못했다.그들은 여진수가 분명 어쩌다 운 좋게 한형걸을 구해
여진수는 그 주먹을 가볍게 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누구 좀 찾으러 온 것뿐이야, 널 괴롭힐 생각 없어.”옆에 있던 학생들은 여진수가 우람한 체구의 소년의 주먹을 간단하게 막는 것을 보고는 놀라운 기색을 드러냈다.“쟤 힘 엄청 세네, 장혁의 공격을 저렇게 간단하게 막아내다니.”“우연이겠지. 장혁은 태권도 검은띠 8단이라고. 엄청 대단하단 말이야. 나 저번에 쟤 혼자서 여른 대여섯 명이랑 싸우는 것도 봤어.”“나도 우연이라고 생각해.”장혁은 놀랍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했다. 장혁인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주먹을 감싼 여진수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힘을 너무 과하게 쓴 탓에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라 하는 수 없이 크게 외쳤다.“개자식, 이거 안 놔? 죽고 싶어?”여진수는 그의 손을 놓아주며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저기, 난 들어가서 사람 한 명 찾으려는 것뿐이니까 비켜주면 안 될까?”그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탓에 학교의 학생들에게 비교적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런 표정을 본 장혁은 여진수가 자신을 모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장혁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분노에 차 외쳤다.“다들 뭘 멍하니 보고 있어? 다들 같이 저 녀석 때려눕혀!”장혁의 옆에는 앞잡이질하는 사람도 함께였다.그시각, 장혁의 명령을 들은 그는 곧바로 달려들더니 여진수를 향해 마구 주먹질을 했다.여진수의 두 눈에 시린 빛이 번뜩였다.차려야 할 예의를 여진수는 다 차렸다. 기왕 상대가 호의를 몰라주니 그도 더는 봐줄 필요가 없었다.9급 무사인 그에게 있어 이런 일반인을 상대하는 건 개미를 죽이는 것보다도 간단했다.주위 사람들은 그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한꺼번에 달려들었던 사람들은 전부 비명만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장혁을 비롯한 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를 알 수가 없어 얼이 빠졌다.별거 아닌 것처럼 손을 탁탁 턴 여진수는 장혁의 곁을 지나치며 손을 들어 그의
결국 두 남매는 여진수와 구두 계약을 맺었다.매달 그들에게 월급은 2천만 원씩 주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없다. 단순히 그들을 먹여 살리는 거다.미래에 어떻게 되든, 일단 특별한 능력을 갖춘 두 인재를 자신의 휘하에 끌어들일 생각이었다.물론 여진수도 그들한테 돈을 조금 준다고 해서 그들이 여진수에게 충성을 다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이건 첫걸음에 불과하다. 일단 그들을 자기들과 한데 묶어놓고, 점차 그들을 타락시키는 거다.그리고 여진수는 통쾌하게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했다.두 남매는 환호를 질렀다.이들의 소화력은 아주 변태적이라, 번 돈을 거의 먹는 데 쓰고 있다, 하여 여태 이렇게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두 남매는 간식을 먹으며 입가에 기름을 잔뜩 뭊히고 여진수를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졌다. 이 남자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들한테 음식을 사주는 데만 거의 1천만 원을 썼다, 엄청난 액수다.그렇다면 매달 2천만 원으로도 그들은 얼마 동안 버티지 못한다.이게 바로 여진수의 목적이다.그들은 돈을 다 쓰면 자연히 여진수를 찾아올 것이다.그러면 여진수가 그들한테 돈을 빌려주면 된다.매번 조금씩 빌려주고, 시간이 길어지고, 차수가 많아지면 그들은 자연히 여진수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될 거다.그리고 여진수에게 보답하려고 생각할 거다.장차 그들이 필요할 때, 여진수의 요구가 좀 지나치더라도 그들은 거절하기 어려울 거다.두 남매가 아직 일의 엄중성을 의식하기도 전에 이미 여진수의 계획에 넘어갔다.그들을 해결하고 여진수는 다시 놀이터로 돌아왔다.여자애들은 미친 듯이 놀았다.오늘 밤, 이곳은 완전히 그녀들 것이다.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대로 놀 수 있다.모든 짜릿한 기구를 다 놀고, 이들은 놀이공원 제일 뒤쪽으로 갔다. 그쪽엔 수영장이 하나 있었다.수영장을 보고 그녀들은 모두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짧은 머리를 한 장영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자 제안했다."우리 내려가서 수영이나 하자. 힘들기도 하고 온몸에 땀
바로 그때, 우렁찬 목소리가 그들 귀에 들려왔다."내가 사줄게."두 사람은 일제히 몸을 돌리자, 여진수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그들 뒤에 서 있는 걸 보았다.이순심은 비명을 지르며 하마터면 뛰어오를 뻔했다.지난번 여진수의 아파트에서, 그녀는 크게 놀라, 아직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천희의 손을 잡고 달아나려고 했다.하지만 보이지 않는 압력이 두 남매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여진수는 천천히 걸어갔다."겁내지 마, 너희들 안 잡아먹어.""뭐 하려는 거야!"이순심은 놀란 표정으로 경계하는 눈빛으로 여진수를 바라봤다."내가 너한테 말하는데, 나 정말 대단해, 우리 마을에서 내가 제일 잘 싸워, 마을에서 내가 짱이야."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여진수에게 자신의 대단함을 인식시키려고 애썼다.여진수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희들한테 어쩌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걸 주려고 그래."이순심은 반신반의했다."정말이야?""그럼."여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가해진 속박을 풀어줬다. 그는 이천희를 보며 말했다."이 사람은 네 친동생, 천리안이야?""맞아."여진수의 마음이 움직였다. 역시 그의 추측이 맞았다.천리안, 순풍귀가 나타났다. 선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그는 마음속으로 엄청 궁금했다.그러나 이 두 남매한테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여진수가 말했다."너희들과 거래 한번 하고 싶은데, 너희들이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네."“무슨 거래?”이순심이 물었다."나의 직원이 돼."여진수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매달 너희들에게 2천만 원의 월급을 줄게, 어때?"이천희가 눈을 번쩍 뜨더니 망설임 없이 말했다.“그렇게 많이? 좋아요, 좋아!”"바보! 너 바보야!"이순심은 바보 동생을 힘껏 꼬집었다."뭘 하라는 건지 묻지도 않고 대답해? 처음 만났는데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이천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식사를 마쳤다.결산할 때, 사장님은 40%를 할인해 주겠다 했다, 너무 열정적이라, 여진수가 아무리 거절해도 그녀는 양보하지 않았다.결국 그녀가 말한 대로 40%를 할인받았다.그녀들도 매우 감격해,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모두 앞으로 자주 이곳에 와서 식사하기로 결정했다. 사장님에게 보답하는 셈이다.밖으로 나가자, 그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이제 밖은 아마 ‘안전하지’ 않을 거다.만약 사람들이 알아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많은 골칫거리가 생길 거다.수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도 언젠가는 스타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다니."장영아는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모두 우리 시누이 덕분이지. 이렇게 멋진 오빠가 있으니.”그녀들은 방금 밥을 먹을 때 토론을 거쳐, 3명이 공동으로 구명희의 형수가 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비록 구명희는 강렬한 반대와 항의를 표했지만, 3명의 룸메이트에 의해 무자비하게 거절당했다.이에 구명희는 화났지만, 속수무책이었다.큰길로 나오자, 그들의 예상대로 많은 학생들이 큰길에서 방금 전 일을 토론하고 있었다.심지어 누군가는 사람들을 모집해 여진수를 잡으려 했다.구명희는 가슴을 두드리며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마스크를 썼기에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사람들이 알아봤을 거야."몽화는 여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밥 다 먹고 나면 다른 일 있다고 했잖아요. 뭐예요?"그녀들은 모두 기대에 찬 얼굴로 여진수를 바라봤다.여진수는 빙그레 웃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문을 가리켰다.“내가 앞에 놀이공원을 통으로 빌렸어, 너희들은 마음껏 놀 수 있고, 안에 어떤 것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어, 돈은 이미 다 물었어.”"와, 너무 좋아요.""너무 좋아요, 당장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요."“저도요.”…그녀들은 모두 환호를 질렀다.놀이공원 정문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기다리고 있었다.여진수가 자기 신분을
“물론입니다. 당연히 1등입니다.”사회자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이어서 시상 순서다.1위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한정판 인형, 그리고 2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구명희는 한 손엔 인형을, 한 손엔 트로피를 들고, 현금은 여진수가 들고 있었다.전에 본 전 없었던 그녀의 환한 미소에, 현장에 모든 사람들은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사회자는 여진수에게 말했다.“일등을 하셨는데 혹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여진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제일 먼저 저희한테 1위의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빨리 뛰어!"그는 말을 마치고 구명희의 손을 잡고 무대 뒤로 달려갔다.그는 이 공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걸 보았다.조금만 더 늦으면, 그들은 포위당할 거다.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법술을 사용할 수 없다.사회자와 현장에 관중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더니, 여진수와 구명희가 무대에서 거의 사라질 때쯤 되어서야 반응하고, 순간 들끓었다."큰 일이야, 그들이 도망가고 있어. 그들을 도망가게 할 수 없어!""오빠 멈춰, 내 거야. 하늘 끝까지 도망쳐도 소용없어.""젠장, 네가 아무리 멋있어도 내 아내를 빼앗을 순 없어."…수많은 사람들이 달려갔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무슨 큰일 난 줄 알았을 거다.구명희의 룸메이트들도 인파를 따라 밖으로 나갔지만, 여진수와 구명희의 종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바로 이때, 그녀들의 핸드폰이 동시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구명희가 보낸 거였다. 한 식당 주소였다. 3명은 씩 웃으며 즉시 출발했다.20여 분 후, 세 사람은 한 식당에 도착했다. 여진수와 구명희는 이미 여기서 요리를 주문하고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세 소녀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여진수에게 칭찬을 퍼부었다."오빠 방금 공연 정말 대단했어."“잘 생기기도 하고, 재주도 뛰어나요, 어떤 사람이 오빠한
구명희가 연주를 시작하자, 마치 맑은 샘물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흘러가는 것 같았다.모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고, 도취된 표정이었다.그리고 여진수가 합류했을 때,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전혀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 들었다.마치 부드럽고 큰 손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이런 느낌은 실로 너무 신기해, 그들의 마음과 몸에 거대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다들 사소한 것이라도 놓칠까 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웠다.특히 구명희의 세 명의 룸메이트가 그랬다.그들은 원래 여진수가 잘생기고, 몸도 좋고, 돈만 많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재능에서도 이렇게 출중한 줄 누가 알았을까?그리고 그녀들은 절망하기 시작했다.그녀들은 실제로 여진수와 그런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지금 여진수가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엄청난 재능을 보여줬으니, 더욱 가망이 없다.무대 위에 두 사람은 일종의 무아지경에 빠졌다. 마치 외부의 모든 일이 그들과는 상관없는 듯, 완전히 그들만의 공연 속으로 빠져들었다.두 가지 서로 다른 악기는 이 순간 완벽하게 어우러졌다.여진수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의 수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원래 이러한 환경에서, 백조의 영석을 사용한다 해도 그의 수위는 많이 늘어나지 못한다.하지만 지금 그의 수위는 마치 로켓을 탄 것처럼 쑥쑥 올라갔다.이때, 시간은 마치 멈춰버린 듯, 옛사람들의 말에 여운이 남아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연주가 끝난 후에도, 모든 사람은 여전히 방금 전의 전율에 젖어, 오랫동안 벗어 나려 하지 않았고, 또 쉽게 벗어날 수도 없었다.그제야 여진수는 자신의 수위의 성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번 수위의 성장은, 그가 10만 년을 수련한 것과 맞먹는다.구명희는 역시 보물 같은 여자아이다.오늘 연회에 안가연도 왔다.그녀는 구석에서 지켜보면서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제일 먼저 박수를 치자,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렸다.일시
무대 아래에서 많은 남학생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형님, 무슨 부탁이든 제가 다 들어주겠습니다.""형님 안심하세요. 제가 명희한테 잘하겠습니다."…여진수는 미소를 지으며 이들의 허튼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사회자도 여진수에게 관심을 보였다."네, 말씀하세요.""제가 아까 그 학생 대신 명희와 다시 한번 연주하면 안 되겠습니까?"이 말이 나오자 자연히 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그녀는 이런 일을 혼자 결정할 수 없어 말했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물어보고 오겠습니다."여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땅에 떨어진 옥피리를 주워 닦았다.사회자는 무전기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여진수에게 말했다.“이건 나머지 참가자들의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참가자 대부분은 괜찮다며 구명희가 한 번 더 공연해도 괜찮다고 했다.구명희는 여진수를 보자 살짝 흥분했다."오빠, 피리 불 줄 알아?"“당연하지.”여진수는 웃으며 말했다."나 만능이야."“응, 오빠 최고.”밑에 관객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어딘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면서도 어디가 이상한지 헷갈렸다.그들이 더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갑자기 더 큰 소란이 일었다.여진수가 마스크를 벗었기 때문이다!여진수의 실제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 끓어올랐다.어떻게 이렇게 잘 생겼지?그들은 아무도 이렇게 기질 있고, 이렇게 잘 생기고, 이렇게 몸매가 좋은 남자를 보지 못했다.특히 많은 여학생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일부 활발한 사람들은 무대 아래에서 소리까지 질렀다."명희 아가씨, 나 당신 오빠한테 시집갈 거예요!""세상에 우리 아이돌보다 더 멋진 남자가 있다니!""나는 저 사람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그 여자 사회자도 무대 아래에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여진수를 주시했다.원래 그녀는 이때 질서를 유지하러 나올 예정이었다.하지만 여진수의 매력이 엄청나, 그녀는 지금 뭘
구명희와 수지는 일어나 무대 뒤로 걸어갔다.무대 위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자 사회자의 목소리가 단번에 높아졌다.“학생 여러분, 하이라이트입니다!”“이어서 우리 학교의 퀸카, 구명희와 그녀의 룸메이트 수지 학생, 두 분이십니다!"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그리고 구명희와 수지가 걸어 나왔다.구명희는 간단한 옷차림새였다. 캔버스, 헐렁한 청바지에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간단한 차림새이지만, 일종의 세속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그녀의 몸에서는 고요하고 우아한 기질이 발산되었고, 오관은 하느님이 손으로 섬세하게 조각한 듯, 완벽해 흠잡을 데 없었다.수지는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치마를 입고, 하얀 다리를 드러냈다.얼굴에 옅은 화장을 해, 요염하면서도 대범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비록 전체적으로 구명희보다 못하지만, 역시 매우 눈길을 끌었다.구명희는 가야금을 놓고 의자에 앉았다.그리고 수지는 손에 옥피리를 들고 있었다.두 사람이 공연하고자 하는 건 합동 연주였다.여진수는 의외였다. 구명희가 언제 가야금을 배웠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구명희는 여진수를 한번 바라보더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 손을 가야금 위에 올려놓았다.열 손가락을 움직이자 은은한 음악 소리가 퍼져 나왔다.현장은 즉시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은 무대 위 두 사람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미녀와 연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여진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구명희는 기초가 탄탄했다, 딱 봐도 공들여 배운 것 같았다수지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그러나 여진수는 듣더니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수지는 초반은 괜찮았는데, 후반은 왜 좀 이상해졌지?정신을 집중해 보니, 수지의 표정에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보였고, 몸까지 살며시 떨고 있었다.여진수는 한눈에 알아챘다.그녀는 생리가 왔다.그리고 방금 전무성이 산 찬 밀크티까지 마셨으니, 십중팔구 이중으로 상처를 받았을 거다.연주가 후반부에 이르자 수지는 더 이상 견지하지 못하고 옥피리를 땅에 떨구고 그
아니나 다를까,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밖에서 비집고 들어오며 온화한 미소로 말했다."오는 길에 밀크티를 샀어, 자."그는 구명희에게 직접 주지 않고 수지에게 주었다.구명희는 받기 무안해했지만, 그녀의 룸메이트들는 거절하지 않는다.그동안 구명희 덕분에 그녀 셋은 식비, 간식비를 줄였다...수지는 거절하지 않고 받더니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그리고 그녀들은 나눠먹기 시작했다.다른 남학생들은 전무성이 나타나자, 한숨만 내쉬며 물러갔다.그가 나타나면 다른 남자들은 스트레스만 받을 뿐, 자신감을 잃었다.더 남아있어 봤자, 그만 더 빛나게만 해줄 뿐이다.구명희는 공손하게 인사한 뒤,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여진수한테 문자 하는 중이었다.그런데 그녀가 메시지를 반쯤 편집했을 때, 큰 손 하나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만졌다.“나왔어.”구명희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사람들을 매혹시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왔어?"그녀는 일어섰다. 그녀의 미소는 세상을 녹일 수 있을 것 같았다.전무성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언제 구명희의 이런 웃음을 본 적 있었을까?하지만 그는 반응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사랑하는 그녀의 미소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미소였다.수지 그녀들은 여진수를 보자 더 열정적으로 그를 잡고 자리에 앉으며 아부했다.“진수 오빠 목마르시죠, 밀크티 드세요.”“간식 드실래요?”“제 거 먹어요, 진수 오빠.”구명희는 입을 삐쭉거렸다. 룸메이트 세 명이 마치 자기 오빠를 두고 싸우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그리고 원래 항상 모두의 주목을 받았던 전무성은 현재 거들떠보는 사람도 없어 엄청 난처해했다.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자, 기분이 자연스레 가라앉아 스스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여진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특히 그의 마음속 여신이 여진수와 웃고 떠들고 있었다.여진수는 수시로 그녀의 머리를 만지자, 평온했던 전무성은 깊은 질투심이 생겨났다.질투가
"오빠, 바빠?"구명희의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여진수는 한숨을 돌렸다.말투를 보니 사고가 난 것 같지 않았다.여진수는 웃으며 물었다."아니, 왜 그래?""내일 저녁 학교에서 친목 만찬이 있을 건데, 예쁜 언니들이 많이 올 거야, 오빠도 참가할래?"기대감으로 가득한 말투였다."그래, 꼭 제시간에 도착할게."여진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다.필경 그의 여동생이다.게다가 현재 그의 수위는 정체상태라, 유일하게 계속 승급할 수 있는 방법은 구명희밖에 없다."너무 좋아."구명희는 너무 기뻤다."그럼 나중에 오빠가 어느 선배가 마음에 들면 내가 오빠를 도와줄게."물론 이건 농담이었다.여진수는 그녀와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여진수는 안가연을 서둘러 돌려보냈다. 구명희의 신변에 고수가 없어 안심할 수 없었다.안가연은 여진수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그녀는 작은 마술을 부려 각종 CCTV에 발각되지 않도록 몸을 가리고 즉시 학교로 돌아갔다.대문에 다다르자 안가연은 갑자기 몸을 떨더니, 얼굴색은 눈에 보일 정도로 빨개졌다.그녀는 그제야 방금 슈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얄미워... 너희 둘... 난…"안가연은 엄청 우울했다.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게 어디 있어, 해도 너무해.불평은 불평이지만 그녀는 꾹 참고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이튿날 저녁, 여진수는 일찍이 서울대학으로 갔다.오늘 밤 이곳은 엄청 시끌벅적했다.신입생 동호회는 항상 선배들이 제일 좋아하는 행사다.이곳에서 많은 잘생긴 남자, 또는 예쁘고 귀여우며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여자 후배들을 많이 볼 수 있다...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여진수는 마스크를 썼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외모로 이곳에 나타나면 큰 소란을 일으킬 게 분명했다.행사는 로비에서 거행되었다.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여자아이들은 다들 산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