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은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연 대표님께서 저를 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억울하네요. 저는 오히려 연 대표님이 건강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인걸요.”진심이었다.유월영은 병든 사자를 쓰러뜨리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 그는 반드시 건강해야 했고 그래야만 그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그녀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지난 2년간 이렇게 애써 준비한 계획은 재미가 줄어들고 말 것이다.한세인이 전화를 마치고 돌아와 말했다.“아가씨, 구조대가 곧 온다고 합니다.”“알았어요.”유월영은 대답하며 연재준의 옷장을 열어보더니 가장 두꺼운 외투를 하나 꺼내어 그에게 던졌다.“연 대표님, 조금만 더 버티세요.”연재준은 손을 들어 외투를 받으며 기분 좋은 듯한 유월영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기분이 좋아 보여. 계획이 성공해서 그런가?”“여기에 갇혀서 일도 제대로 못 하는데 무슨 계획이 성공하겠어요?”유월영은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무심하게 말했다.“연 대표님, 이곳에 당신네 사람들이 없나요? 병원에 가면 누군가는 연 대표님을 돌봐줘야 할 텐데요, 안 되면 간병인을 고용해야겠네요. 하지만 이 날씨에 간병인도 구하기 어려울 거예요...”연재준은 기침을 많이 해서 아픈 목을 문지르며 그녀가 따라준 물을 반쯤 마셨다. 목소리는 여전히 쉰 상태였다.“이왕 나를 구해준 거 끝까지 도와주면 안 될까?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줘야지. 이번엔 나를 좀 도와줘야겠는걸.”유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폐에 종양이 있으면 기관지에만 영향을 줄 텐데, 연 대표님은 어쩐지 머리까지 잘못된 것 같네요.”‘나보고 당신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병원에서 돌보기까지 하라고? 지금 제정신인 건가?’연재준은 1층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며칠 동안 내 집에 머물면서 내가 준비한 식량까지 먹었으니 나한테 보답해야 하지 않겠어?”유월영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한 비서님, 연 대표
유월영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이를 꽉 물며 물었다.“정말로 누군지 알아요?”연재준이 솔직하게 답했다.“알고 있어.”유월영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현시우는 그 교통사고로 인해 한 달 동안 의식 불명 상태였고 몸도 크게 다쳤었다. 그때 유월영은 그 배후 주동자를 반드시 찾아내 복수하겠다고 맹세했었지만 그녀는 단서가 전혀 없었다.그런데 지금 연재준이 자기가 안다고 말한 것이다.유월영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정보를 교환하는 대가는 그와 함께 병원에 가는 것이었다.유월영은 물었다. “연 대표님은 왜 굳이 저랑 같이 병원에 데려가길 원하는 거죠?”연재준은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기침했다. 그의 약지에 있는 결혼반지가 눈길을 끌었으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연재준이 말했다.“병원에 가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당신이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유월영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뚜렷한 눈썹뼈에서부터 높이 솟은 콧날을 따라 내려갔다. 무정하고 냉혹해 보였던 그였지만 지금은 피곤하고 외로워 보였다.“눈도 그쳤고 얼음이 녹으면 곧 길이 열릴 거야. 당신은 신주시로 돌아갈 거고 나는 다시 밤새 기다려도 당신을 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돌아가겠지. 당신을 보내기가 싫어.”보내기가 싫다는 그의 말.그래서 그는 유월영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다.참으로 비굴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말이었다.그러나 그 말을 듣고도 유월영은 감동하기는커녕 아무런 느낌도 안 들었다.애틋한 듯한 그의 속삭임, 눈앞의 이 남자가 가장 잘하는 수법 중 하나라는 걸 유월영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녀가 동의한 이유는 단지 그가 현시우를 겨냥한 진짜 배후를 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당신이 정말로 내가 모르는 사실을 말해주는 게 좋을 거예요. 날 속이려 한다면 연 대표님은 빙설에 갇혀 한 푼도 없는 채로 친인척에게도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을 며칠 동안 겪어
유월영은 복도의 벽에 기대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재준이 나오자 그녀는 벽에 기댄 채 움직이지 않고 물었다.“수술해야 된대요?"연재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 그냥 링거 맞으면 돼.”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연 대표님을 병원에 모셔다드렸고 검사도 하고 병도 봤으니, 이제 제가 알고 싶은 걸 말해 줄 수 있겠죠.”연재준은 몇 걸음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그는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패딩 코트를 입고 있었고 목 부분에는 검은색 모피가 둘러져 있어 그의 창백한 피부와 얇고 뾰족한 턱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마치 애니메이션 속 미남 뱀파이어처럼.“그 전에, 질문 하나 해도 될까?”“안 돼요.”유월영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연 대표님,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그 버릇은 언제쯤 고칠 건가요?”연재준이 말했다. “얘기 안 해 주겠다는 게 아니야.”유월영이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그럼 중요한 얘기를 먼저 해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연재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이전의 유월영은 거의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었으며 항상 내성적이고 겸손한 유 비서였다.물론 지금의 그녀도 쉽게 화내는 사람은 아니다.아까 그녀가 낯선 사람에게 화를 낸 이유는 그 의사가 둘의 관계를 멋대로 추측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유월영으 그와 함께 병원에 가는 걸 내키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참고 자리를 떠나지 않은 건 그 진실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연재준은 다시 입을 열었으나 여전히 유월영이 듣고 싶어 하던 요점은 아니었다.“그것도 알고 있어. 당신이 SAM 인수를 마치고 정식으로 레온 그룹 가죽 라인의 총책임자가 됐을 때, 화물에서 금지 약물이 발견되어 파리 경찰에게 사흘 밤낮 조사를 받은 적 있지. 그 일을 누가 꾸민 건지도 알아.”유월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듣고 싶은 건 시우 씨의 교통사고의 주범이 누구냐는 거예요.”그러나 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리고 당
연재준은 유월영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더 가까이 가져가 그녀의 향기를 탐했다.그의 얼굴에서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감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자 유월영은 옷깃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며 물었다.“왜요? 내가 못 그럴 거 같아요”하지만 다음 순간, 누군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고 대표님. 저희 대표님한테 이렇게 무례하게 굴지 마시죠.”유월영이 고개를 돌리자 뜻밖에도 그 자리에 하정은이 서 있었다!‘그녀가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동시에 뒤에서도 무언가 느껴진 유월영은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그러자 네 명의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연재준의 사람들이었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면 즉시 제지에 나설 태세였다.유월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연재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옷깃을 잡히고 있었고 살짝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은 채 평온한 표정이었으며 협박당하고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유월영은 웃음기 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네 사람들이 계속 청원에 있었어요? 연 대표님, 혼자가 아니었네요?”연재준은 부인하지 않았다.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그랬다. 연재준과 같은 신분과 위치에있는 사람이 혼자 다닐 리 없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간과한 것이다.유월영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연약한 척하더니 날 방심하게 하려고 꾸민 짓이에요?”“아니, 그냥 당신이 나를 덜 거부하게 하려는 것뿐이야.” 연재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유월영은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고 하정은이 다시 경고했다.“고 대표님, 그 손 놓아주시죠.”해운 그룹의 대표가 이런 식으로 옷깃을 잡히는 건 그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과 같았다!하정은의 경고에도 유월영이 미동 없이 서 있자 하정은은 참지 못하고 움직이려 했다. 그러다 연재준과 눈이 마주친 하정은은 말없이 손을 내렸다.유월영
“짝!”뺨을 때리는 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고 하정은은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연재준의 경호원들도 그의 안전을 생각하고 바로 즉시 앞에 막아 나섰다.그리고 연재준을 혼자 따라간 유월영이 마음에 걸려 병원에 막 도착한 한세인도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다.한세인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유월영의 뒤로 다가갔고 경계하며 연재준의 사람들을 주시했다.원래 창백했던 연재주의 얼굴에 붉은 뺨자국이 나타났고 그는 말없이 차분하게 유월영을 응시했다.유월영이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경고했을 텐데요, 나한테 함부로 손대지 말고 그렇게 부르지도 말라고요. 기억력이 많이 나쁘신 것 같은데 이 한대가 도움이 되었길 바래요.”연재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정말로 내가 왜 그 집을 왜 샀는지 기억 안 나?”유월영은 무표정하고 감정도 없이 말했다.“기억 안 나요.”연재준은 그녀의 눈 속에 잠깐 스친 질투와 거부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그때 우리가 같이 모네의 전시회를 보러 갔었잖아. 그 그림, ‘옹피에르의 눈길을 달리는 마차’를 보고 당신이 말했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일찍이 은퇴하면 눈 덮인 작은 마을에 벽난로가 있는 집을 사서 살고 싶어.’라고 말이야.”“아침에는 눈 때문에 부러진 나뭇가지 소리에 깨어나서 오후에는 눈을 바라보며 차를 끓이고, 심심하면 스키를 타거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당신은 하얀 눈밭에서 지내는 그런 삶이 10년 동안이라도 질리지 않을 거라고 했지.”“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그래서 3년 전 내가 청원에 온 건 실험실을 보러 온 것도 있었지만 당신이 상상했던 그런 집을 찾으려고 왔던 거야. 그 복층 빌라는 원래 주인이 있었어. 난 세 배의 가격을 주고 그 집을 산 거야.”연재준이 낮게 속삭였다.“난 정말로 언젠가 당신과 함께 그 집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했어.”그랬다.유월영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녀가 머물던 방에서 ‘옹피에르의 눈길을 달리는 마차’
그럴 리가 없었다.그녀는 연재준이 직접 죽인 사람이었고 그가 직접 바다에 시신을 던지라고 지시했었다. 이 세상에서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그가 그녀를 위해 집을 샀다고 해도 그건 단지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양심의 안식을 얻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유월영은 생각했다.한세인이 넋을 놓고 서 있는 유월영을 말했다.“아가씨?”유월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선 호텔을 찾아 묵고 3일 후에 신주시로 돌아갈 거예요.”“네.”유월영은 고개를 돌리면서 연재준이 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그리고 한 비서님. 제 주변에 연 대표가 심어둔 사람이 있어요. 누군지 찾아내요.”“뭐라고요?!”한세인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알겠습니다!”한세인은 곧바로 응답했다.3일 후, 청원의 교통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고 유월영 일행은 보름 가까이 떠났던 신주시로 돌아왔다.신주시도 이미 한 겨울에 접어들었고, 어젯밤 내린 눈이 메마른 나뭇가지에 서리를 내렸다.유월영은 호텔로 돌아가 쉬지 않고 곧장 감옥으로 윤영훈을 만나러 갔다.윤영훈은 아직 구류 중이었다.그는 교도관의 감시하에 철창 너머에서 유월영과 대면하게 되었다.유월영은 안됐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 대표님. 제가 보름 정도 출장 다녀왔을 뿐인데, 어떻게 된 건가요?”“그래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죠. 고 대표님 마침 돌아오셨네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벌써 판결까지 났을 거예요.”윤영훈은 그녀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고 마치 여전히 신주시의 네 대 재벌 중 하나인 세련되고 호탕한 윤 대표인 듯했다.유월영이 위로하듯 말했다.“공금을 횡령한 것뿐이니, 금액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사형까지는 안 나올 거예요. 징역 5년에서 7년 정도일 거라고 들었는데 감옥에 들어갔다고 해도 제가 면회를 신청해서 보러 올 수 있었을 거예요.”윤영훈이 쓴 웃음 지으며 말했다.“고
“그리고 유 비서는 내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인 양 내게 자선기금을 설립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그래서 나도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별다른 경계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당신은 또 기금을 홍보하며 경마 대회를 이용해 기부금을 300억까지 끌어올렸고 그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었죠.”윤영훈은 미소를 띠며 눈앞에 있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았다.“내가 더 추측해 볼까요? 그 300억 중 적어도 200억은 유 비서가 심어놓은 사람이 낸 거겠죠?”유월영은 미소를 유지한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윤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유 비서는 경마에서 졌다는 명분으로 비밀번호를 나에게 맡겼죠.”유월영은 윤영훈에게 그냥 비밀번호를 내어 주지 않았다. 그녀는 경마대회를 열어 윤영훈이 우승을 할 수 있게 준비하고 그가 우승한 뒤 자연스럽게 그에게 비밀번호를 전달했다.유월영의 모든 계획은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럽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 누구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윤영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밀번호를 나에게 맡기는 건 마치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당신은 내가 그때 빚 때문에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 알았을 테고 내가 더는 방법이 없을 때 분명 자선기금에 손을 댈 거란 걸 알고 있었어요.”그리고 유월영은 이 폭탄이 터지기 전에 신주시를 떠났다. 이는 그녀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윤영훈이 돈이 필요할 때 그녀를 찾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윤영훈은 감탄하며 말했다.“그리고 나는 꼼짝없이 덫에 걸렸어요. 빼도 박도 못하게 증거까지 있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던 거죠.”유월영은 그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동안 한 마디도 부정하지 않았으며 그건 그의 추측이 전부 맞았다는 뜻이었다.그녀는 덧붙여 말했다.“그 경마 대회에서 난 연재준의 건강 상태도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의 건강이 정말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윤영훈은 더욱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윤영훈이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거잖아요. 내가 뭘 어쩌겠어요? 그는 내 친아버지인데 그를 고발이라도 해야 했나요? 그렇게 가족을 배신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동이야. 난 성인군자가 아니야.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요.”유월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었다니. 이 말은 너무 비열했다!“그래서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도와 증거를 없애고 내 양부모를 죽게 만든 건가요?”“말했잖아요,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내가 장부를 찾지 못하고 예전이 했던 일이 까발리지 못하게 막지 않았더라면 결국 감옥에 가고 파산할 사람은 신해 그룹과 내 아버지였어요. 나도 그저 나를 지키려 했을 뿐이라고요!”윤영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씨 가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난 겨우 세 살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난 공범이자 협력자가 될 운명이었고 평생 동안 계속 잘못된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참으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고?’‘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여서 그래서 계속 잘못된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유월영이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못 들어주겠어요. 다른 사람의 피눈물로 자신들은 마음 편히 살면서 잔인함을 정당화하려 하지 말아요. 당신의 그 핑계는 역겨울 뿐이에요!”“역겨워요?”윤영훈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는 갑자기 도망자들이 왜 드디어 두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있다는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그들의 일부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 하는 말이었겠지만, 그들 중에는 정말로 한숨 돌리며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예를 들어, 그처럼.윤영훈은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이 죄책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월영은 겨우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며 화를 내지 않으려 자신을 달랬다.그녀가 말했듯이, 아직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으며 꼭 윤영훈과 그의 아버지가 법정에 서서 그들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