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5화

작가: 고나름
유월영은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연 대표님께서 저를 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억울하네요. 저는 오히려 연 대표님이 건강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인걸요.”

진심이었다.

유월영은 병든 사자를 쓰러뜨리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 그는 반드시 건강해야 했고 그래야만 그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그녀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지난 2년간 이렇게 애써 준비한 계획은 재미가 줄어들고 말 것이다.

한세인이 전화를 마치고 돌아와 말했다.

“아가씨, 구조대가 곧 온다고 합니다.”

“알았어요.”

유월영은 대답하며 연재준의 옷장을 열어보더니 가장 두꺼운 외투를 하나 꺼내어 그에게 던졌다.

“연 대표님, 조금만 더 버티세요.”

연재준은 손을 들어 외투를 받으며 기분 좋은 듯한 유월영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기분이 좋아 보여. 계획이 성공해서 그런가?”

“여기에 갇혀서 일도 제대로 못 하는데 무슨 계획이 성공하겠어요?”

유월영은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무심하게 말했다.

“연 대표님, 이곳에 당신네 사람들이 없나요? 병원에 가면 누군가는 연 대표님을 돌봐줘야 할 텐데요, 안 되면 간병인을 고용해야겠네요. 하지만 이 날씨에 간병인도 구하기 어려울 거예요...”

연재준은 기침을 많이 해서 아픈 목을 문지르며 그녀가 따라준 물을 반쯤 마셨다. 목소리는 여전히 쉰 상태였다.

“이왕 나를 구해준 거 끝까지 도와주면 안 될까?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줘야지. 이번엔 나를 좀 도와줘야겠는걸.”

유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폐에 종양이 있으면 기관지에만 영향을 줄 텐데, 연 대표님은 어쩐지 머리까지 잘못된 것 같네요.”

‘나보고 당신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병원에서 돌보기까지 하라고? 지금 제정신인 건가?’

연재준은 1층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며칠 동안 내 집에 머물면서 내가 준비한 식량까지 먹었으니 나한테 보답해야 하지 않겠어?”

유월영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한 비서님, 연 대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96화

    유월영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이를 꽉 물며 물었다.“정말로 누군지 알아요?”연재준이 솔직하게 답했다.“알고 있어.”유월영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현시우는 그 교통사고로 인해 한 달 동안 의식 불명 상태였고 몸도 크게 다쳤었다. 그때 유월영은 그 배후 주동자를 반드시 찾아내 복수하겠다고 맹세했었지만 그녀는 단서가 전혀 없었다.그런데 지금 연재준이 자기가 안다고 말한 것이다.유월영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정보를 교환하는 대가는 그와 함께 병원에 가는 것이었다.유월영은 물었다. “연 대표님은 왜 굳이 저랑 같이 병원에 데려가길 원하는 거죠?”연재준은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기침했다. 그의 약지에 있는 결혼반지가 눈길을 끌었으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연재준이 말했다.“병원에 가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당신이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유월영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뚜렷한 눈썹뼈에서부터 높이 솟은 콧날을 따라 내려갔다. 무정하고 냉혹해 보였던 그였지만 지금은 피곤하고 외로워 보였다.“눈도 그쳤고 얼음이 녹으면 곧 길이 열릴 거야. 당신은 신주시로 돌아갈 거고 나는 다시 밤새 기다려도 당신을 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돌아가겠지. 당신을 보내기가 싫어.”보내기가 싫다는 그의 말.그래서 그는 유월영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다.참으로 비굴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말이었다.그러나 그 말을 듣고도 유월영은 감동하기는커녕 아무런 느낌도 안 들었다.애틋한 듯한 그의 속삭임, 눈앞의 이 남자가 가장 잘하는 수법 중 하나라는 걸 유월영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녀가 동의한 이유는 단지 그가 현시우를 겨냥한 진짜 배후를 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당신이 정말로 내가 모르는 사실을 말해주는 게 좋을 거예요. 날 속이려 한다면 연 대표님은 빙설에 갇혀 한 푼도 없는 채로 친인척에게도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을 며칠 동안 겪어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97화

    유월영은 복도의 벽에 기대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재준이 나오자 그녀는 벽에 기댄 채 움직이지 않고 물었다.“수술해야 된대요?"연재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 그냥 링거 맞으면 돼.”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연 대표님을 병원에 모셔다드렸고 검사도 하고 병도 봤으니, 이제 제가 알고 싶은 걸 말해 줄 수 있겠죠.”연재준은 몇 걸음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그는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패딩 코트를 입고 있었고 목 부분에는 검은색 모피가 둘러져 있어 그의 창백한 피부와 얇고 뾰족한 턱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마치 애니메이션 속 미남 뱀파이어처럼.“그 전에, 질문 하나 해도 될까?”“안 돼요.”유월영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연 대표님,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그 버릇은 언제쯤 고칠 건가요?”연재준이 말했다. “얘기 안 해 주겠다는 게 아니야.”유월영이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그럼 중요한 얘기를 먼저 해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연재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이전의 유월영은 거의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었으며 항상 내성적이고 겸손한 유 비서였다.물론 지금의 그녀도 쉽게 화내는 사람은 아니다.아까 그녀가 낯선 사람에게 화를 낸 이유는 그 의사가 둘의 관계를 멋대로 추측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유월영으 그와 함께 병원에 가는 걸 내키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참고 자리를 떠나지 않은 건 그 진실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연재준은 다시 입을 열었으나 여전히 유월영이 듣고 싶어 하던 요점은 아니었다.“그것도 알고 있어. 당신이 SAM 인수를 마치고 정식으로 레온 그룹 가죽 라인의 총책임자가 됐을 때, 화물에서 금지 약물이 발견되어 파리 경찰에게 사흘 밤낮 조사를 받은 적 있지. 그 일을 누가 꾸민 건지도 알아.”유월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듣고 싶은 건 시우 씨의 교통사고의 주범이 누구냐는 거예요.”그러나 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리고 당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98화

    연재준은 유월영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더 가까이 가져가 그녀의 향기를 탐했다.그의 얼굴에서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감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자 유월영은 옷깃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며 물었다.“왜요? 내가 못 그럴 거 같아요”하지만 다음 순간, 누군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고 대표님. 저희 대표님한테 이렇게 무례하게 굴지 마시죠.”유월영이 고개를 돌리자 뜻밖에도 그 자리에 하정은이 서 있었다!‘그녀가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동시에 뒤에서도 무언가 느껴진 유월영은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그러자 네 명의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연재준의 사람들이었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면 즉시 제지에 나설 태세였다.유월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연재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옷깃을 잡히고 있었고 살짝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은 채 평온한 표정이었으며 협박당하고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유월영은 웃음기 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네 사람들이 계속 청원에 있었어요? 연 대표님, 혼자가 아니었네요?”연재준은 부인하지 않았다.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그랬다. 연재준과 같은 신분과 위치에있는 사람이 혼자 다닐 리 없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간과한 것이다.유월영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연약한 척하더니 날 방심하게 하려고 꾸민 짓이에요?”“아니, 그냥 당신이 나를 덜 거부하게 하려는 것뿐이야.” 연재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유월영은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고 하정은이 다시 경고했다.“고 대표님, 그 손 놓아주시죠.”해운 그룹의 대표가 이런 식으로 옷깃을 잡히는 건 그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과 같았다!하정은의 경고에도 유월영이 미동 없이 서 있자 하정은은 참지 못하고 움직이려 했다. 그러다 연재준과 눈이 마주친 하정은은 말없이 손을 내렸다.유월영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99화

    “짝!”뺨을 때리는 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고 하정은은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연재준의 경호원들도 그의 안전을 생각하고 바로 즉시 앞에 막아 나섰다.그리고 연재준을 혼자 따라간 유월영이 마음에 걸려 병원에 막 도착한 한세인도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다.한세인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유월영의 뒤로 다가갔고 경계하며 연재준의 사람들을 주시했다.원래 창백했던 연재주의 얼굴에 붉은 뺨자국이 나타났고 그는 말없이 차분하게 유월영을 응시했다.유월영이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경고했을 텐데요, 나한테 함부로 손대지 말고 그렇게 부르지도 말라고요. 기억력이 많이 나쁘신 것 같은데 이 한대가 도움이 되었길 바래요.”연재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정말로 내가 왜 그 집을 왜 샀는지 기억 안 나?”유월영은 무표정하고 감정도 없이 말했다.“기억 안 나요.”연재준은 그녀의 눈 속에 잠깐 스친 질투와 거부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그때 우리가 같이 모네의 전시회를 보러 갔었잖아. 그 그림, ‘옹피에르의 눈길을 달리는 마차’를 보고 당신이 말했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일찍이 은퇴하면 눈 덮인 작은 마을에 벽난로가 있는 집을 사서 살고 싶어.’라고 말이야.”“아침에는 눈 때문에 부러진 나뭇가지 소리에 깨어나서 오후에는 눈을 바라보며 차를 끓이고, 심심하면 스키를 타거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당신은 하얀 눈밭에서 지내는 그런 삶이 10년 동안이라도 질리지 않을 거라고 했지.”“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그래서 3년 전 내가 청원에 온 건 실험실을 보러 온 것도 있었지만 당신이 상상했던 그런 집을 찾으려고 왔던 거야. 그 복층 빌라는 원래 주인이 있었어. 난 세 배의 가격을 주고 그 집을 산 거야.”연재준이 낮게 속삭였다.“난 정말로 언젠가 당신과 함께 그 집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했어.”그랬다.유월영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녀가 머물던 방에서 ‘옹피에르의 눈길을 달리는 마차’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700화

    그럴 리가 없었다.그녀는 연재준이 직접 죽인 사람이었고 그가 직접 바다에 시신을 던지라고 지시했었다. 이 세상에서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그가 그녀를 위해 집을 샀다고 해도 그건 단지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양심의 안식을 얻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유월영은 생각했다.한세인이 넋을 놓고 서 있는 유월영을 말했다.“아가씨?”유월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선 호텔을 찾아 묵고 3일 후에 신주시로 돌아갈 거예요.”“네.”유월영은 고개를 돌리면서 연재준이 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그리고 한 비서님. 제 주변에 연 대표가 심어둔 사람이 있어요. 누군지 찾아내요.”“뭐라고요?!”한세인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알겠습니다!”한세인은 곧바로 응답했다.3일 후, 청원의 교통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고 유월영 일행은 보름 가까이 떠났던 신주시로 돌아왔다.신주시도 이미 한 겨울에 접어들었고, 어젯밤 내린 눈이 메마른 나뭇가지에 서리를 내렸다.유월영은 호텔로 돌아가 쉬지 않고 곧장 감옥으로 윤영훈을 만나러 갔다.윤영훈은 아직 구류 중이었다.그는 교도관의 감시하에 철창 너머에서 유월영과 대면하게 되었다.유월영은 안됐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 대표님. 제가 보름 정도 출장 다녀왔을 뿐인데, 어떻게 된 건가요?”“그래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죠. 고 대표님 마침 돌아오셨네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벌써 판결까지 났을 거예요.”윤영훈은 그녀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고 마치 여전히 신주시의 네 대 재벌 중 하나인 세련되고 호탕한 윤 대표인 듯했다.유월영이 위로하듯 말했다.“공금을 횡령한 것뿐이니, 금액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사형까지는 안 나올 거예요. 징역 5년에서 7년 정도일 거라고 들었는데 감옥에 들어갔다고 해도 제가 면회를 신청해서 보러 올 수 있었을 거예요.”윤영훈이 쓴 웃음 지으며 말했다.“고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701화

    “그리고 유 비서는 내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인 양 내게 자선기금을 설립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그래서 나도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별다른 경계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당신은 또 기금을 홍보하며 경마 대회를 이용해 기부금을 300억까지 끌어올렸고 그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었죠.”윤영훈은 미소를 띠며 눈앞에 있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았다.“내가 더 추측해 볼까요? 그 300억 중 적어도 200억은 유 비서가 심어놓은 사람이 낸 거겠죠?”유월영은 미소를 유지한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윤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유 비서는 경마에서 졌다는 명분으로 비밀번호를 나에게 맡겼죠.”유월영은 윤영훈에게 그냥 비밀번호를 내어 주지 않았다. 그녀는 경마대회를 열어 윤영훈이 우승을 할 수 있게 준비하고 그가 우승한 뒤 자연스럽게 그에게 비밀번호를 전달했다.유월영의 모든 계획은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럽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 누구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윤영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밀번호를 나에게 맡기는 건 마치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당신은 내가 그때 빚 때문에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 알았을 테고 내가 더는 방법이 없을 때 분명 자선기금에 손을 댈 거란 걸 알고 있었어요.”그리고 유월영은 이 폭탄이 터지기 전에 신주시를 떠났다. 이는 그녀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윤영훈이 돈이 필요할 때 그녀를 찾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윤영훈은 감탄하며 말했다.“그리고 나는 꼼짝없이 덫에 걸렸어요. 빼도 박도 못하게 증거까지 있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던 거죠.”유월영은 그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동안 한 마디도 부정하지 않았으며 그건 그의 추측이 전부 맞았다는 뜻이었다.그녀는 덧붙여 말했다.“그 경마 대회에서 난 연재준의 건강 상태도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의 건강이 정말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윤영훈은 더욱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702화

    윤영훈이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거잖아요. 내가 뭘 어쩌겠어요? 그는 내 친아버지인데 그를 고발이라도 해야 했나요? 그렇게 가족을 배신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동이야. 난 성인군자가 아니야.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요.”유월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었다니. 이 말은 너무 비열했다!“그래서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도와 증거를 없애고 내 양부모를 죽게 만든 건가요?”“말했잖아요,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내가 장부를 찾지 못하고 예전이 했던 일이 까발리지 못하게 막지 않았더라면 결국 감옥에 가고 파산할 사람은 신해 그룹과 내 아버지였어요. 나도 그저 나를 지키려 했을 뿐이라고요!”윤영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씨 가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난 겨우 세 살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난 공범이자 협력자가 될 운명이었고 평생 동안 계속 잘못된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참으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고?’‘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여서 그래서 계속 잘못된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유월영이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못 들어주겠어요. 다른 사람의 피눈물로 자신들은 마음 편히 살면서 잔인함을 정당화하려 하지 말아요. 당신의 그 핑계는 역겨울 뿐이에요!”“역겨워요?”윤영훈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는 갑자기 도망자들이 왜 드디어 두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있다는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그들의 일부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 하는 말이었겠지만, 그들 중에는 정말로 한숨 돌리며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예를 들어, 그처럼.윤영훈은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이 죄책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월영은 겨우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며 화를 내지 않으려 자신을 달랬다.그녀가 말했듯이, 아직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으며 꼭 윤영훈과 그의 아버지가 법정에 서서 그들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703화

    유월영은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었다.그녀는 윤영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빛이 번뜩였고 주머니 속에 넣은 손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유월영은 여전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그때, 당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 요소였어요. 나는 그가 연기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를 도와줬죠. 그리고 오 변호사 앞에서도 연 대표와 유 비서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어요.”윤영훈이 이 얘기를 꺼낸 건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는 더없이 간곡하게 부탁했다.“내가 두 사람한테 그 정도의 은혜를 베푼 걸 봐서 유 비서도 주월향 모녀를 잘 돌봐주면 안 될까요?”한참 후에야 유월영은 입을 열었다.“그런 거래에는 관심 없어요.”윤영훈은 약간 초조해졌다.“그럼 원하는 게 뭐죠?”유월영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창주에 있는 김씨 가문의 김경준을 알고 있죠?”윤영훈은 빠르게 머릿속을 뒤졌다.“네. 알아요. 내 먼 사촌 여동생이 그와 결혼했어요.”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말했다.“김경준 씨는 신경과 의사 심호준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심호준이 이미 은퇴해 산속으로 들어갔고 외부 사람들은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어요. 그런데 김경준 씨가 올 초에 사촌 여동생을 치료하려고 그를 찾아냈어요. 윤 대표님께서 심호준 씨를 찾는 걸 도와주세요. 그리고 심호준 씨가 승연 언니를 치료할 수 있게 부탁해 주시면 제가 약속을 지킬게요. 주월향 씨와 어린 딸을 잘 돌봐주겠다고요.”윤영훈은 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유월영이 한 마디 더 덧붙였다.“오성민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오늘 나눈 대화 모두요.”윤영훈이 한숨을 내쉬었다.“좋아요. 모두 유 비서 말대로 할게요.”유월영이 핸드폰을 꺼냈다.“지금 바로 전화하세요.”윤영훈의 이 통화는 한 시간 반 동안 지속되었다. 유월영은 통화 내내 옆에서 듣고 있었고 그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경준은 심호준의 연락처를 넘겨주었다.심호준은 김경준에게 신세를

최신 챕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6화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 연이가 원하는 거라면 아빠는 꼭 해낼 거야.”윤영훈은 목이 메어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주월향은 딸에게 그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빠가 누군지 알려주며 7년 동안 떨어져 있었음에도 딸이 그를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해줬다.‘이 세상에 이런 여자가 또 어디 있을까?’그러나 윤영훈은 주월향의 이런 행동이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뜻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집안에 들어서자 연이가 활기차게 떠들었다.“엄마!”주월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이야, 배고프지? 어제 배추전 먹고 싶다고 했잖아? 방금 만들어서 아직 따뜻해. 간식이니까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알았지?”아이가 환호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주월향은 윤영훈을 힐끗 보며 말했다.“당신도 먹어볼래요?”윤영훈은 그녀 쪽으로 다가가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월향아, 미안해...”“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주월향이 그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딸을 한 번 보더니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마당으로 걸어 나갔다.윤영훈도 그녀를 따라 나갔다.주월향은 식물에 물을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7년 전, 영훈 씨가 감옥에 가기 전에 우리 모녀를 위해 모든 걸 준비해 줬어요. 돈, 집, 차까지 모두 마련해줬죠. 게다가 내가 당신을 한 번 배신하기도 했으니 당신에게 상처 준 대가로 다 갚았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는 7년 전에 이미 정리됐어요. 그러니 서로에게 빚진 건 없어요.”윤영훈은 숙연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주월향이 돌아서서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이 7년 동안 내가 감옥 면회를 가지 않은 이유는 더 이상 먼저 다가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오늘 출소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죠. 당신이 날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냥 이대로 끝났을 거예요.”“하지만 영훈 씨는 나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지금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남을 건가요?”“...내가 여기 남아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5화

    “됐어요, 사촌 오빠, 얼른 가세요. 곧 비가 올 것 같아요. 이모와 이모부께는 제가 잘 지낸다고 전해주세요. 여기서 부족한 것 하나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요.”‘사촌 오빠?’남자는 주월향의 남편이 아니라 사촌 오빠였다.거의 죽어가던 윤영훈의 마음이 한순간에 되살아났다.그는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뻔했다.그러나 그 사촌 오빠가 집을 나서자 윤영훈은 재빨리 수박 덩굴 아래로 몸을 숨겼다.물론 그 남자가 남편이 아니라고 해서 주월향에게 남편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하지만 이 반전만으로도 그는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그때 머리 위의 수박잎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젖혀졌다.윤영훈은 순간 얼어붙었다.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청아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내가 아까 한 말 못 들었어요?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리 벼부터 거두는 걸 도와줘요. 비 맞으면 이번 농사는 다 망해요.”윤영훈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주월향의 말투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마치 그가 7년 동안 감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들렸다.천천히 돌아선 윤영훈을 주월향은 담담하게 바라보며 갈퀴를 건넸다.“모두 한데 모아주세요. 내가 자루를 가져올게요.”윤영훈은 멍하니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그는 감옥에서도 농사일을 해봤기에 이런 일이 낯설지 않았다.하지만 일을 하다가도 자꾸 주월향의 눈치를 살폈고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려 애썼다.주월향이 입을 열었다.“지금 나는 온라인에서 요리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어요. 팔로워가 몇백만 명은 되죠. 영상 편집이 아직 안 끝났으니 벼를 다 거두고 나면 이 앞에 초등학교에 가서 연이를 좀 데려와 주세요.”“지안 초등학교가 어디 있는지 알죠? 몰라도 괜찮아요. 핸드폰 내비게이션 켜고 찾아가면 돼요.”윤영훈이 여전히 멍하니 있자 주월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말 들었어요?”“들었어...”주월향은 거둔 벼를 집 안으로 가져가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4화

    윤영훈은 10년 형을 선고받았다.모범수로 인정받아 감형된 덕분에 실제 복역 기간은 7년 10개월이었다.출소하는 날,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감옥 문 앞에 서서 바라본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해 있었다. 그의 모습도 더 이상 과거의 의기양양하고 자유분방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윤영훈은 감옥 문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출소를 반년 앞두고 그는 출소 후의 삶을 계획하려 애썼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윤씨 가문은 이미 몰락한 지 오래였다.2년 전, 그의 아버지는 감옥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교도관들의 배려로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그곳에서 그는 가난에 시달리는 친척들을 보았다.가문의 보호막 없이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윤영훈은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의 사촌 서정희는 출소 후 찾아오라 했지만 그녀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윤영훈이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주월향이었다.그녀와 딸 연이를 보고 싶었지만 갑작스러운 등장이 그녀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웠다.게다가 그녀는 이미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재판을 받던 날에도 주월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그녀는 분명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녀 곁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남자가 없더라도 모녀는 안정적이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윤영훈은 감옥에 가기 전 그녀에게 충분한 재산을 남겼고 그녀가 이를 잘 활용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등장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비열하다고 느꼈다.주월향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멀리서 그녀를 한 번 보기만 해도 만족하겠다고 다짐한 윤영훈은 감옥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기차표를 사서 그녀의 고향으로 향했다.그곳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이었다.기차역에서 그녀의 집까지는 버스로 2시간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3화

    “그래도 돼?”강수영은 신현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녀의 애인이 되었고 강수영은 반년 넘게 그와 몰래 관계를 이어갔다.강수영은 일부러 자신이 이미 남편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매주 몰래 찾아오는 신현우를 지켜보며 즐거워했다.가끔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면 그녀는 짐을 싸서 바로 떠났다.그럴 때마다 신현우는 알림도 받지 못한 채 허탕을 치고 돌아가야 했다.친구들은 강수영이 신현우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즐길 뿐이었다.현재 신현우의 눈에는 질투와 시기가 가득 차 있었고 늘 당당하던 그의 얼굴에는 답답함과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강수영은 자신이 그의 곁에서 겪었던 모든 억울함과 상처를 이렇게 풀고 싶었다.이번 주, 강수영은 영국으로 떠날 예정이었고 신현우는 그녀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 강수영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그는 거실에서 홀로 술병을 비우고 있었다.엉망이 된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초라해 보였고 강수영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그녀는 오랜 시간 방치해둔 녹음기를 꺼냈다. 그건 예전에 신연우가 건넨, 신현우의 음성이 담긴 파일이었다.그녀는 당시 결혼 생활에 전념하고 싶어 듣지 않았던 녹음을 재생했다.녹음기에서는 술에 취한 신현우의 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것은 강수영의 결혼식 날, 신현우가 취한 상태에서 남긴 말들이었다.신연우가 그를 말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수영이가 내 앞을 그렇게 지나갔어. 남편 팔짱을 끼고 날 쳐다보지도 않았어.”“내가 정말로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아니야, 난 수영이를 좋아했어. 다만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길 바랐을 뿐이야.”“나 때문에 부모님과 친구들과도 관계를 끊었잖아. 너무 어리석었어. 나는 그런 가치를 줄 만한 사람이 아닌데...”“다 내 잘못이야. 처음부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았더라면 수영이가 이렇게 집착하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2화

    두 사람은 서쪽으로 스위스 알프스를 찾아가 산맥의 낭만을 만끽하며 자연 보호구역에서 아름다운 야생동물들을 만났다.북쪽으로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와 캐나다의 퀘벡으로 향해 겨울 축제와 북유럽의 신비로운 매력을 경험하고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오로라의 장관을 즐겼다.그러던 중, 한 여행지에서 강수영은 신연우를 우연히 마주쳤다.오래된 친구라 할 수 있는 사이였기에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식사 후, 신연우는 그녀에게 녹음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이 안에는 우리 형의 음성이 들어 있어. 들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하지만 듣는다면 네 결혼 생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그는 이어 덧붙였다.“형이 요 몇 달 동안 상태가 많이 안 좋았어. 큰 병을 앓아 체중이 많이 빠졌고, 회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어. 최근에서야 조금 회복됐지.”강수영은 특별히 반응하지 않고 녹음 파일을 받았지만 끝내 듣지 않았다.신혼여행을 마치고 부부는 지성으로 돌아와 결혼 후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이혼 절차를 밟게 되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큰 갈등이 없었다. 강수영의 남편은 여전히 훌륭한 사람이었고 이혼의 원인은 문화적 차이와 생활 습관의 차이였다.한 사람은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다른 한 사람은 서양식 사고방식으로 자라며 서로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그들은 평화롭게 헤어졌고 이혼 후에도 좋은 친구로 남았다.부모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합의한 후 강수영은 다시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그러다 각 나라, 각 도시에서 신현우를 계속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세 번째 만남에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한 강수영이 그를 조롱했다.“신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신 줄 몰랐네요. 왜 자꾸 저를 따라다니시는 거죠?”“따라다닌 게 아니야. 우연일 뿐이야.”“우연이 이렇게 자주 겹칠 리가 있나요?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차가운 미소를 띤 강수영에게 신현우는 화제를 돌렸다.“넌 왜 여기저기 여행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1화

    ‘소은혜’에서 다시 ‘강수영’으로 돌아온 후, 강수영은 그 차가운 남자와 더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한눈에 반했던 감정은 결국 그녀의 인생을 망쳤고 다시는 그 남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파혼하고 집을 떠나 이름까지 바꾼 채 명분 없이 그의 곁을 지켰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라며 손가락질했다.그러는 동안 그는 가문 배경이 잘 맞는 귀한 집 아가씨와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스스로를 명문가의 딸에서 천한 첩으로 전락시켰지만 그에게선 차가운 시선만 돌아왔다. 그녀가 바친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는 온기 한 줌 나눠주지 않았다.강수영은 결국 깨달았다. 그 감정을 고집한 자신이 문제였다는 것을.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그녀는 강씨 집안의 딸로 돌아왔고 그는 여전히 신씨 가문의 장남으로 남아 있었다.부모님은 그녀를 위해 맞선을 주선했고 두 가문 모두에게 이로운 자리였다.강수영은 더 이상 부모님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기쁜 마음으로 맞선에 응했다.맞선 상대는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훌륭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나이도 비슷했고 배경도 잘 맞았다.며칠간 그와 시간을 보내본 그녀는 그가 괜찮다고 느꼈다. 특히, 그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했을 때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 고된 일이었기에 이번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3개월간 교제했고 큰 문제 없이 잘 맞았다. 비록 심장이 크게 뛰는 설렘은 없었지만 세상 대부분의 결혼이 ‘적당함’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 기준에서 본다면 그와의 결혼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결국 두 사람은 약혼했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그러나 결혼식 당일,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나타났다. 바로 신현우였다.그의 등장에 강수영은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미소를 띠며 신랑과 함께 술잔을 들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0화

    방금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축 늘어져 있었다.이승연은 고양이가 우울증에 걸릴까 봐 걱정되어 이혁재에게 맡기기로 했다.“경험 있는 네가 좀 맡아줘.”이혁재는 황당했다.“내가 무슨 경험이 있다고 그래!”이승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처지가 비슷하잖아.”화가 난 이혁재는 이승연을 들어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곱게 바른 립스틱을 번지게 했다.“전혀 비슷하지 않거든!”이혁재의 사무실.이혁재와 연재준은 일 얘기를 하고 있었고 두 아이는 옆에서 놀고 있었다.그때 이혁재가 무심코 고양이에게 한마디를 건넸다.“호두야, 누나를 잘 돌봐야 해.”기어다니기 시작한 윤아는 갑자기 호두의 꼬리를 잡았다.호두는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했지만 꼬리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이혁재의 말 때문인지 꼬리를 잡힌 채로 억울한 듯 야옹 소리만 냈다.윤아는 깔깔 웃으며 꼬리 끝을 입에 넣으려 했고 그제야 호두는 꼬리를 빼내더니 아기에게 돌아서서 야옹 소리를 내며 경고했다.마치 “입에 넣으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러자 윤아는 호두를 향해 돌진하며 그를 덮쳤다.두 아빠가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찾으러 갔을 때 윤아는 카펫 위에서 잠들어 있었고 호두는 듬직한 몸을 베개 삼아 윤아를 받치고 있었다.그 동화 같은 장면에 연재준과 이혁재는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고양이가 어린이를 알아본다더니 진짜인가 봐.”퇴근 시간이 되어 이혁재는 호두를 데리고 이승연의 사무실로 향했다.이승연은 호두를 품에 안고 기뻐하며 입을 맞췄고 이어 호두가 이혁재에게도 뽀뽀하도록 했다.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이혁재는 고양이 털을 한가득 삼키고 서둘러 뱉어냈다.“퉤퉤퉤.”그 순간, 호두도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토해냈다.이혁재는 어이가 없어 발끈했고 이승연은 웃음을 참지 못해 의자에 쓰러지듯 폭소했다.사실 고양이는 털을 핥으며 스스로를 청소하는 습성 때문에 위에 털 뭉치가 생겨 종종 토하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9화

    작은 고양이는 케이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고 치료로 인해 털이 대부분 깎인 채 볼품없는 모습이었다.이혁재가 싫은 소리를 내자 새끼 고양이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이승연을 알아본 듯 비틀거리며 케이지 가장자리로 다가와 그녀를 향해 야옹 울었다.이승연은 손가락을 내밀어 고양이를 살짝 만졌다. 그러자 고양이는 꿈틀거리며 그녀의 손가락에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그녀는 미소 지었고 이를 지켜보던 이혁재가 말했다.“여보, 얘 다 낫고 나면 집에 데려가 키우자. 이렇게 작고 못생긴 애가 혼자 힘으로 먹을 걸 찾기도 힘들고, 다른 고양이들이 받아주지도 않을 거야.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얘 어떻게 살겠어.”이승연도 같은 생각이었다.두 달 후, 고양이는 건강을 회복했다.이혁재는 직접 고양이를 씻기고 구충한 뒤 집으로 데려갔다.시간이 지나면서 고양이는 털이 윤기 나게 자랐고 살이 올라 뼈만 앙상했던 이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결국, 고양이는 기름지고 윤기 나는 털을 자랑하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이혁재의 몸 위로 덮치는 대형 고양이가 되었다.“이런 젠장!”이혁재는 고양이의 기습에 또 당했고 숨이 턱 막힐 뻔했다.고양이가 도망치려 하자 그는 재빨리 붙잡아 들어 올리며 따졌다.“너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지 전혀 모르는 거야? 아니면 정말 날 깔아뭉개려고 작정한 거야?”고양이는 억울하다는 듯 야옹거리며 반응했다. 그러나 고양이가 이승연에게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기에 이혁재는 고양이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고양이는 이승연이 일할 때 그녀의 발등 위에 앉아 체온으로 발을 따뜻하게 해주었다.그녀가 서류를 검토할 때는 네 발을 모아 단정한 자세로 그녀 곁에 앉아 ‘독서’에 동참했다.때로는 앞발로 서류를 톡톡 두드리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중요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이혁재는 고양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양이를 뒤집어 배를 위로 한 채 들어 올려 얼굴을 고양이 배에 묻고 한 번 흡입했다.고양이는 저항하며 네 발로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8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합의한 후, 이혁재는 정관 절제술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피임 수술’을 통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이혁재는 이 일을 이승연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련 정보를 철저히 조사한 뒤, 직접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수술은 간단했고 외래 진료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수술을 마친 그는 바로 퇴원했고 그날 오후에는 몇 시간 동안 회의를 열기도 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그 불편함조차 완전히 사라졌다.수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이혁재는 가벼운 농담처럼 이 일을 이승연에게 털어놓았다.이승연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평소 재빠른 두뇌 회전과 날카로운 눈치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혁재는 그녀가 ‘수술’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혹시 일이 심각하다고 오해했을까 봐 그녀를 안고 달래며 자세히 설명했다.“여보, 내가 요즘 아이를 갖는 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랐지? 피임을 해도 혹시 실수라도 생길까 봐 계속 걱정했어. 만약 사고가 생기면 낳든 낙태하든 둘 다 누나 몸에 무리가 갈 거잖아. 그래서 아예 근본적으로 위험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이승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안고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이 수술 알아. 우리 아빠가 받았거든.”그녀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그 시절에는 보통 여자가 피임 수술을 받곤 했는데 우리 아빠는 알아보니 여자가 받는 수술이 훨씬 위험하고 몸에 무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됐대. 그래서 엄마가 고생하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자신이 받았지.”“아빠는 우리 동네에서 피임 수술을 받은 유일한 남자였고 사람들은 우리 아빠를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남자라고 칭찬했어. 엄마도 복 받은 거라고 하셨고.”이혁재는 그녀가 아버지를 칭찬하며 은근히 자신도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밤, 소파와 카펫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