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뺨을 때리는 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고 하정은은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연재준의 경호원들도 그의 안전을 생각하고 바로 즉시 앞에 막아 나섰다.그리고 연재준을 혼자 따라간 유월영이 마음에 걸려 병원에 막 도착한 한세인도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다.한세인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유월영의 뒤로 다가갔고 경계하며 연재준의 사람들을 주시했다.원래 창백했던 연재주의 얼굴에 붉은 뺨자국이 나타났고 그는 말없이 차분하게 유월영을 응시했다.유월영이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경고했을 텐데요, 나한테 함부로 손대지 말고 그렇게 부르지도 말라고요. 기억력이 많이 나쁘신 것 같은데 이 한대가 도움이 되었길 바래요.”연재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정말로 내가 왜 그 집을 왜 샀는지 기억 안 나?”유월영은 무표정하고 감정도 없이 말했다.“기억 안 나요.”연재준은 그녀의 눈 속에 잠깐 스친 질투와 거부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그때 우리가 같이 모네의 전시회를 보러 갔었잖아. 그 그림, ‘옹피에르의 눈길을 달리는 마차’를 보고 당신이 말했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일찍이 은퇴하면 눈 덮인 작은 마을에 벽난로가 있는 집을 사서 살고 싶어.’라고 말이야.”“아침에는 눈 때문에 부러진 나뭇가지 소리에 깨어나서 오후에는 눈을 바라보며 차를 끓이고, 심심하면 스키를 타거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당신은 하얀 눈밭에서 지내는 그런 삶이 10년 동안이라도 질리지 않을 거라고 했지.”“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그래서 3년 전 내가 청원에 온 건 실험실을 보러 온 것도 있었지만 당신이 상상했던 그런 집을 찾으려고 왔던 거야. 그 복층 빌라는 원래 주인이 있었어. 난 세 배의 가격을 주고 그 집을 산 거야.”연재준이 낮게 속삭였다.“난 정말로 언젠가 당신과 함께 그 집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했어.”그랬다.유월영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녀가 머물던 방에서 ‘옹피에르의 눈길을 달리는 마차’
그럴 리가 없었다.그녀는 연재준이 직접 죽인 사람이었고 그가 직접 바다에 시신을 던지라고 지시했었다. 이 세상에서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그가 그녀를 위해 집을 샀다고 해도 그건 단지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양심의 안식을 얻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유월영은 생각했다.한세인이 넋을 놓고 서 있는 유월영을 말했다.“아가씨?”유월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선 호텔을 찾아 묵고 3일 후에 신주시로 돌아갈 거예요.”“네.”유월영은 고개를 돌리면서 연재준이 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그리고 한 비서님. 제 주변에 연 대표가 심어둔 사람이 있어요. 누군지 찾아내요.”“뭐라고요?!”한세인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알겠습니다!”한세인은 곧바로 응답했다.3일 후, 청원의 교통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고 유월영 일행은 보름 가까이 떠났던 신주시로 돌아왔다.신주시도 이미 한 겨울에 접어들었고, 어젯밤 내린 눈이 메마른 나뭇가지에 서리를 내렸다.유월영은 호텔로 돌아가 쉬지 않고 곧장 감옥으로 윤영훈을 만나러 갔다.윤영훈은 아직 구류 중이었다.그는 교도관의 감시하에 철창 너머에서 유월영과 대면하게 되었다.유월영은 안됐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 대표님. 제가 보름 정도 출장 다녀왔을 뿐인데, 어떻게 된 건가요?”“그래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죠. 고 대표님 마침 돌아오셨네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벌써 판결까지 났을 거예요.”윤영훈은 그녀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고 마치 여전히 신주시의 네 대 재벌 중 하나인 세련되고 호탕한 윤 대표인 듯했다.유월영이 위로하듯 말했다.“공금을 횡령한 것뿐이니, 금액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사형까지는 안 나올 거예요. 징역 5년에서 7년 정도일 거라고 들었는데 감옥에 들어갔다고 해도 제가 면회를 신청해서 보러 올 수 있었을 거예요.”윤영훈이 쓴 웃음 지으며 말했다.“고
“그리고 유 비서는 내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인 양 내게 자선기금을 설립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그래서 나도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별다른 경계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당신은 또 기금을 홍보하며 경마 대회를 이용해 기부금을 300억까지 끌어올렸고 그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었죠.”윤영훈은 미소를 띠며 눈앞에 있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았다.“내가 더 추측해 볼까요? 그 300억 중 적어도 200억은 유 비서가 심어놓은 사람이 낸 거겠죠?”유월영은 미소를 유지한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윤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유 비서는 경마에서 졌다는 명분으로 비밀번호를 나에게 맡겼죠.”유월영은 윤영훈에게 그냥 비밀번호를 내어 주지 않았다. 그녀는 경마대회를 열어 윤영훈이 우승을 할 수 있게 준비하고 그가 우승한 뒤 자연스럽게 그에게 비밀번호를 전달했다.유월영의 모든 계획은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럽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 누구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윤영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밀번호를 나에게 맡기는 건 마치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당신은 내가 그때 빚 때문에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 알았을 테고 내가 더는 방법이 없을 때 분명 자선기금에 손을 댈 거란 걸 알고 있었어요.”그리고 유월영은 이 폭탄이 터지기 전에 신주시를 떠났다. 이는 그녀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윤영훈이 돈이 필요할 때 그녀를 찾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윤영훈은 감탄하며 말했다.“그리고 나는 꼼짝없이 덫에 걸렸어요. 빼도 박도 못하게 증거까지 있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던 거죠.”유월영은 그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동안 한 마디도 부정하지 않았으며 그건 그의 추측이 전부 맞았다는 뜻이었다.그녀는 덧붙여 말했다.“그 경마 대회에서 난 연재준의 건강 상태도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의 건강이 정말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윤영훈은 더욱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윤영훈이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거잖아요. 내가 뭘 어쩌겠어요? 그는 내 친아버지인데 그를 고발이라도 해야 했나요? 그렇게 가족을 배신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동이야. 난 성인군자가 아니야.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요.”유월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었다니. 이 말은 너무 비열했다!“그래서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도와 증거를 없애고 내 양부모를 죽게 만든 건가요?”“말했잖아요,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내가 장부를 찾지 못하고 예전이 했던 일이 까발리지 못하게 막지 않았더라면 결국 감옥에 가고 파산할 사람은 신해 그룹과 내 아버지였어요. 나도 그저 나를 지키려 했을 뿐이라고요!”윤영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씨 가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난 겨우 세 살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난 공범이자 협력자가 될 운명이었고 평생 동안 계속 잘못된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참으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고?’‘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여서 그래서 계속 잘못된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유월영이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못 들어주겠어요. 다른 사람의 피눈물로 자신들은 마음 편히 살면서 잔인함을 정당화하려 하지 말아요. 당신의 그 핑계는 역겨울 뿐이에요!”“역겨워요?”윤영훈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는 갑자기 도망자들이 왜 드디어 두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있다는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그들의 일부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 하는 말이었겠지만, 그들 중에는 정말로 한숨 돌리며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예를 들어, 그처럼.윤영훈은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이 죄책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월영은 겨우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며 화를 내지 않으려 자신을 달랬다.그녀가 말했듯이, 아직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으며 꼭 윤영훈과 그의 아버지가 법정에 서서 그들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유월영은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었다.그녀는 윤영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빛이 번뜩였고 주머니 속에 넣은 손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유월영은 여전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그때, 당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 요소였어요. 나는 그가 연기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를 도와줬죠. 그리고 오 변호사 앞에서도 연 대표와 유 비서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어요.”윤영훈이 이 얘기를 꺼낸 건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는 더없이 간곡하게 부탁했다.“내가 두 사람한테 그 정도의 은혜를 베푼 걸 봐서 유 비서도 주월향 모녀를 잘 돌봐주면 안 될까요?”한참 후에야 유월영은 입을 열었다.“그런 거래에는 관심 없어요.”윤영훈은 약간 초조해졌다.“그럼 원하는 게 뭐죠?”유월영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창주에 있는 김씨 가문의 김경준을 알고 있죠?”윤영훈은 빠르게 머릿속을 뒤졌다.“네. 알아요. 내 먼 사촌 여동생이 그와 결혼했어요.”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말했다.“김경준 씨는 신경과 의사 심호준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심호준이 이미 은퇴해 산속으로 들어갔고 외부 사람들은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어요. 그런데 김경준 씨가 올 초에 사촌 여동생을 치료하려고 그를 찾아냈어요. 윤 대표님께서 심호준 씨를 찾는 걸 도와주세요. 그리고 심호준 씨가 승연 언니를 치료할 수 있게 부탁해 주시면 제가 약속을 지킬게요. 주월향 씨와 어린 딸을 잘 돌봐주겠다고요.”윤영훈은 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유월영이 한 마디 더 덧붙였다.“오성민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오늘 나눈 대화 모두요.”윤영훈이 한숨을 내쉬었다.“좋아요. 모두 유 비서 말대로 할게요.”유월영이 핸드폰을 꺼냈다.“지금 바로 전화하세요.”윤영훈의 이 통화는 한 시간 반 동안 지속되었다. 유월영은 통화 내내 옆에서 듣고 있었고 그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경준은 심호준의 연락처를 넘겨주었다.심호준은 김경준에게 신세를
구치소에서 떠난 뒤 유월영은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백화점으로 향했다.백화점의 한 디저트 가게에서 유월영은 주월향을 만나기로 했다.주월향은 미리 와 있었고 커피와 디저트를 앞에 둔 채 유월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원에서 신주시로 돌아온 뒤 줄곧 바쁘게 뛰어다닌 유월영은 배가 고파 바로 디저트를 먹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전에 구치소에서 그 사람을 만나고 왔어요.”주월향이 조용히 물었다.“그이가 제가 신고했다는 걸 알까요?”유월영이 답했다.“윤 대표가 그 신고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주월향 씨라는 걸 이미 짐작한 것 같아요. 그저 당신을 이름을 직접 듣고 싶지 않은 것일 뿐이죠.”주월향은 작게 한숨을 쉬고 가방에서 작은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방을 정리하다가 서랍에서 이걸 발견했어요.”케이스를 보아하니 반지 하나가 들어 있는 듯했다.유월영은 상자를 열어보지 않고 주월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고 이마에 있는 붉은 점조차도 그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어느 날인가 그이가 나에게 말했어요. 문득 나랑 같이 혼인신고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안 하길 잘했다고요. 나는 그이가 내가 아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 한 줄 알았어요.”유월영은 있는 그대로 말했다.“윤 대표는 주월향 씨를 아내로 맞았다가 그가 감옥에라도 가게 된다면 당신 모녀가 연루될까 봐 그런 거예요.”전과가 있는 아버지를 둔 아이는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윤영훈은 주월향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결혼반지를 주었으니 이미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여긴 셈과 마찬가지였다.그 작은 반지 케이스를 바라보며 유월영은 약지가 무의식적으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젓가락을 단단히 쥐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케익을 먹으며 말했다.“남자들은 다들 결혼반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네요.”주월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월영이 다시 물었다.“후회돼요?”주월향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조금은요. 하
주월향은 속눈썹이 떨리고 목소리도 메어왔다.그녀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아니요. 알고 싶지 않아요.”말을 끝내자 그녀는 빠르게 떠났다.유월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윤영훈은 그가 형기를 마친 후 주월향을 다시 찾아가도 되는지, 그들에게 미래가 있을지 묻고 싶어 했다.아마 주월향도 윤영훈이 무슨 말을 전해달라고 했을지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그녀가 “알고 싶지 않다”라고 한 것은 두 사람에게 미래가 없다는 뜻이었다.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왜 항상 식사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가 만나는 걸까요?”갑자기 옆에서 웃음 섞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유월영은 남자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말했다. “신 교수님,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그녀는 급히 웨이터에게 그릇들을 치워달라고 했다.신연우가 자리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제 동생, 신연아를 기억하나요?”“당연히 기억하죠.”“동생이 이제 곧 결혼해서요.”유월영이 놀라 물었다.“이렇게 갑자기요?”신연우가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갑자기는 아니고. 다만 고 대표님이 너무 오랫동안 이쪽 소식을 듣지 않아서 그런 걸 거예요. 연아가 약혼자와 사귄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결혼 얘기도 거의 반년 동안 오갔고요. 결혼 날짜는 내년 초로 정해졌고 제가 동생 결혼 선물로 금 장신구를 좀 사주고 싶어서 오늘 시간이 나서 매장을 들렀어요.”그는 말하며 손에 든 큰 케이스를 열었고 그 안에는 얼핏 봐도 열몇 개의 금 장신구가 걸려 있었다.“하나 골라보세요.”유월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신 교수님도 농담을 참, 여동생의 결혼 선물인데 제가 고르라고요?”신연우는 난감한 듯 말했다. “제가 선택 장애가 있어서 고 대표님이 도와주길 바란 거예요. 고 대표님께 드리려고 한 건 아닌데...지금은 고 대표님이 저보다 더 돈도 많으시잖아요. 이런 건 제가 고 대표님한테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아.유월영이 오해했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신중하게 살펴보다가 마지막으로 비녀를 하나 골
윤영훈이 막 방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교도관이 또다시 문을 열며 말했다.“접견이 하나 더 있어.”“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여기로 휴가 온 줄 알겠네요.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윤영훈이 웃으며 일어났다.교도관이 꾸짖었다. “조용히 하고 빨리 나와.”윤영훈은 교도관을 따라 다시 면회실로 나갔다.이번에는 누굴까 생각하며 들어가자 오성민이 철창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오 변이네.”윤영훈이 잡혀들어온 후 오성민은 그를 도와주려고 사방으로 애썼다.일이 터지기 전에는 돈을 빌려주어 구멍을 메꾸도록 했고 나중에 고발당하고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는 사람을 모두 동원해 윤영훈을 지키려고 했다.하지만 금액이 너무 크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자 오성민도 그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오성민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나를 변호사로 고용해 줘. 내가 반드시 윤 대표를 도와 최소한의 형량을 받아낼게.”윤영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오성민이 다시 물었다. “방금 유월영이 온 거 봤어. 그 여자가 뭐라고 했어?”윤영훈은 입술을 한번 핥으며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 감옥이란 곳은 언제나 그렇다. 벽이 아무리 밀폐되어 있어도 어디선가 외풍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고 몸이 한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오 변. 우리도 같이 자란 사이이고 하니 충고 하나 해주고 싶어.”오성민이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유 비서, 예전의 우리가 알던 그 유 비서가 아니야.”오성민은 안경을 벗어 코트 주머니에서 안경닦이를 꺼내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알아. 그 여자가 해성 그룹과 아르사와의 협력을 망가뜨렸을 때부터 나는 그 여자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유 비서가 그렇게 빨리 우리한테 손 쓸 줄은 몰랐어. 갑작스레 유 대표를 끌어내리더군.”그는 다시 안경을 고쳐 썼고 안경알 위로 빛이 반사되었다. 그의 진한 갈색 눈동자가 순간 세로형 동공처럼 보였고 마치 뱀과 같았다.“겨우 여자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