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왜요?”유월영이 손을 내밀자 신연우는 주먹 쥔 손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펴자 무언가가 유월영의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작은 목걸이였다.신연우가 말했다.“제가 주는 선물이에요.”“이건 여동생분의 혼수품이잖아요.:”유월영이 받을 수 없다면서 거절하자 신연우가 웃으며 반문했다.“내가 아까 골라달라고 한 그중에 이 목걸이가 있던가요?”유월영은 목걸이를 다시 확인했다. 목걸이는 가느다랗고 작은 펜던트가 달려 있었다.그런 목걸이는 없었던 것 같다.신연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제가 월영 씨를 위해 특별히 산 거예요.”유월영은 펜던트의 모양을 자세히 보았다.“이거, 허물을 벗는 나비인가요?”펜던트는 나비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르는 순간을 표현한 듯했다.신연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처음 보자마자 월영 씨가 딱 떠올랐어요.”유월영은 바로 그런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난 나비와 같았다.신연우는 고개를 살짝 들며 말했다. 청청한 하늘에 초승달이 보였다.“월영 씨가 제 안경에 비친 ‘달’을 보며 울던 그날이 기억나네요. 그때 저도 결심했죠. 꼭 월영씨를 지켜주겠다고요.”유월영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더 이상 차갑지 않고 따뜻했다.신연우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경 너머로 그의 눈빛도 한층 더 부드러웠다.“지금은 월영 씨가 더 이상 저의 보호가 필요 없을지 몰라도 전 여전히 월영 씨 곁에 있으려고요. 힘든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줘요. 내가 월영 씨의 짐을 나눠 가질게요.”유월영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녀는 목걸이를 꼭 쥐었다. 목걸이는 매우 가벼웠고 금값으로 따지면 그리 비싼 물건은 아니었지만 신연우의 마음만은 값을 매길 수 없었다.유월영은 평소에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연우에게는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 어떻게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떠오르지 않았다.“고마워요, 신 교수님.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당신이 함께 해주셨어요. 신 교수님의 은혜를
구급차는 금방 도착했고 들것에 실린 신연우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그는 의식을 잃기 전 힘겹게 유월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난 괜찮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유월영은 눈가가 뜨거워졌다.구급차를 따라 병원으로 간 유월영은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유월영은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신연우가 차에 치여 날아가던 장면이 반복되었고 그녀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가까스로 짜내듯 말했다.“한 비서님. 가서 알아보세요.”한세인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알겠습니다!”수술은 두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고 유월영은 줄곧 수술실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손에는 신연우의 안경이 들려 있었다. 렌즈는 이미 깨져버렸고 그의 귀에 항상 걸려 있던 안경줄도 끊어졌다. 유월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 줄을 다시 이으려고 애썼다.그러다 신연우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신주대학교의 행사에서 그는 갑자기 유월영 앞에 나타나 자기를 잊었냐고 물었었다. 그러면서 유월영이 예전에 와인을 그의 셔츠에 쏟은 적 있다고 말했다.추억에서 헤어 나온 유월영은 이내 아까 신연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녀는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앞에서는 한 번 울었던 적이 있었다.더욱이 유월영이 연재준의 방해로 일을 찾지 못했을 때 신연우가 그녀를 받아들여 그의 조교로 일하게 해주었다.딸깍, 안경 줄이 마침내 연결되었다. 유월영의 얼굴에 연한 미소가 어렸다. 안경이 고쳐졌으니 이제 그도 곧 나을 것이다.한세인이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다.“아가씨.”유월영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한세인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경찰과 교통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운전자와 차량을 같이 데려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조사 결과는...”“초보 운전자가 주차하다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사람을 친 후, 그만 패닉에 빠져 판단력을 잃고 계속해서 차를 몰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는
유월영이 약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한 비서가 알아보니 그 운전자의 남편 계좌에 갑자기 4억 원이 입금됐다고 해요. 분명히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거예요.”신연우는 그 말을 듣고도 배후 조종자에 대한 분노나 증오를 보이지 않고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유월영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내가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낼 거예요. 저 때문에 신 교수님이 연루되어 다치셨네요. 정말 죄송해요.”신연우는 안경을 쓰지 않고 있어 눈동자가 더욱 또렷하고 분명해졌다. 그는 유월영에게 손을 내밀었고 마치 그녀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듯했다.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그의 손을 잡았다.그의 손바닥은 차가웠지만 그 눈빛은 따스했다. 그의 눈을 마주한 유월영은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월영 씨, 한 가지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요?”유월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네, 말씀하세요.” 신연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들어준다고 했으니 됐어요. 무엇인지는 나중에 알려줄게요.”유월영은 맞잡은 두 손을 바라보았다. 오늘 일이 아니더라도 유월영은 그가 무엇을 원하든 간에 어떤 요구든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신연우는 방금 그녀의 목숨까지 구해줬다.막 수술을 마친 신연우는 아직 기력을 채 회복하지 못했다. 깨어난 후 죽을 한 그릇 먹은 신연우는 약까지 먹고 나니 또다시 졸음이 몰려왔다.유월영은 밤늦게까지 신연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한세인이 다가와 조용히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신현우 대표가 도착했습니다.”병실에서 나온 유월영은 복도에서 신연우의 큰형 신현우와 둘째 형 신연준과 마주쳤다.신연준과 처음 만난 유월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지만 신연준은 무시하고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그는 신연우의 부상 상황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신현우가 유월영에게 물었다.“사고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였나요?”유월영이 솔직히 말했다.“누군가 꾸민 짓이에요.”신현우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고 대표님 때문
유월영은 그때의 납치 사건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것도 교통사고가 난 시점에서 갑자기 다시 거론된 것이 분명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병실을 힐끔 보며 이 일이 신연우의 차 사고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잠시 고민한 뒤 유월영은 경찰에게 말했다.“좋아요, 함께 갈게요.”한세인이 급히 말렸다.“아가씨, 경찰서에 가시면 안 됩니다. 제가 당장 서장님에게 연락할게요. 이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유월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모든 시민은 경찰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어요. 제가 떳떳한데 무서울 게 뭐가 있나요? 변호사에게 준비하라고만 하면 돼요.”그리고 덧붙였다.“시우 씨한테는 아직 말하지 마세요.”한세인이 여전히 걱정하자 유월영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그제야 한세인은 경호원들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했다.“알겠습니다.”그날 밤 경찰은 유월영은 바로 취조실로 데려갔다.유월영은 취조실에 들어온 게 이번이 두 번째였다.첫 번째는 3년 전, 서정희가 그녀를 모함했을 때였다.유월영은 지금도 구치소에 갇혀 있을 때 느꼈던 그 절망과 무력함을 기억하고 있었다.유월영의 마음에 불안감이 스쳤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였다.“그래서, 경찰관님들은 지금 제가 그때 몽둥이로 납치범을 실수로 죽였다고 의심하시는 건가요?”취조실은 감옥에 있는 접견실보다는 대우가 나았다. 적어도 차가운 철제 의자가 아니라 작은 소파가 있었다.그들은 아직 유월영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지만 현재 사실 그녀는 형사 구류 상태였다.경찰관은 바로 핵심 질문으로 들어갔다.“당시 납치범이 살아있는 걸 확인했나요?”“아니요. 제가 조서 작성할 때도 명확히 말했듯이 당시 납치법 일당들이 돌아왔고, 저는 도망가야 해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어요.”유월영은 묻는 말에 모두 대답하며 덧붙였다.“하지만 저는 제가 갑작스럽게 납치를 당하고 유산까지 되기 직전이었는데, 그렇게 배고프고 지친 상황에서 심지
사건에 몰두해 있던 유월영은 경찰의 말에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연재준이 여기에 있다고?’‘3일 전만 해도 거의 피를 토하고 언제라도 응급실에 들어갈 것 같던 사람이 이렇게 빨리 회복된 건가?’‘벌써 청원에서 신주시로 개인 전세기로 왔나?’경찰관은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유월영을 홀로 심문실에 남겨두었다. 유월영은 차라리 눈을 감고 사건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납치범은 자신이 휘두른 그 몽둥이에 맞아 죽은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사람의 두개골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이다. 뒤통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해도 그녀는 전문적인 살인자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정확하고 강하게 때릴 수 없었다.만에 하나 납치범이 그녀 손에 죽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는 그녀가 정당방위를 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정당방위는 죄가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경찰관이 돌아와 말했다.“유월영 씨, 이제 가셔도 됩니다.”유월영은 믿기지 않는 듯 경찰관을 바라봤다.이번엔 증거가 명확해 보였으며 최소 24시간은 갇혀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경찰관이 덧붙였다.“하지만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신주시를 떠나시면 안 됩니다.”유월영이 작은 소파에서 일어나 물었다.“혹시 연재준이 담보로 날 풀어준 건가요?”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월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심문실을 나와 경찰서를 벗어났다.연재준의 차는 마당에 주차되어 있었고 한참 내린 눈은 차 위를 하얗게 덮었다.문을 열고 나오는 유월영을 발견하고 연재준은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두세 미터 거리를 두고 있었으며 길옆의 가로등에 연재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유월영은 계단 위에 서서 연재준을 바라봤다.그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어 살이 빠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얼굴색은 청원에서 만났을 때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다만 뜻밖에도 연재준의 사촌 동생 강수영도 그 옆에 있었다.유월영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그에게 다가갔다.“연 대표님, 지금쯤 병
연재준은 차를 두 대 준비해 왔다.하나는 여행용 고급 밴이고 또 하나는 승용차였다. 연재준은 강수영에게 먼저 승용차에 타라고 달랬다.강수영은 예전에 사촌오빠가 너무 차갑고 눈이 높아 결혼을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눈앞의 연재준을 보며 오히려 그가 너무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수영아.”연재준이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그렇게 자존심 없어서야. 쯧.”강수영은 기분 나쁘다는 듯 발을 구르다 차에 올라탔다.연재준은 유월영과 함께 밴으로 향했다.뒷좌석에 앉아 팔짱을 끼고 화난 표정을 지은 강수영을 보고 하정은이 말했다.“아가씨도 유월영 씨한테 너무 화내지 마세요.”강수영은 흠칫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도 유월영 때문에 화내는 건 아니에요. 내 사촌 오빠가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그런 거죠. 보증금이라면 내가 와도 되고 아니면 하 비서님이 와도 되잖아요? 우리가 연씨 가문의 이름을 대면 경찰서에서 우리를 모른 척하겠어요? 굳이 눈보라를 뚫고 여기까지 직접 올 필요가 없었잖아요.”더욱 속상한 건 연재준이 그렇게 했음에도 유월영은 그를 허수아비 보는 듯했고 강수영은 그걸 견딜 수 없었다.하정은은 뭐라고 하려다 끝내 말문을 닫았다. 그녀는 연재준과 유월영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유월영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강수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의사가 혹시 그 종양이 다시 전이되었다고 하지 않았어요?”하정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전에는 수술할 수 없다고 했었는데 이제 수술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연 대표님은 지금 수술을 받지 않으시려는 것 같아요,”강수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왜요? 그런 건 미루면 안 되잖아요.”하정은은 앞에 있는 밴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마를 찌푸렸다.밴은 넓어 탁자와 소파가 있었다.유월영은 작은 소파에 앉아 바로 포장을 풀었다. 포장된 그릇 뚜껑을 열자 죽에 뿌려진 참기름 향이 코를 찔렀다.원래 입맛이 별로 없던 유월영은 막상 냄새를 맡
유월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저도 연 대표님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그리고 이내 웃음을 거두고 설명했다.“그 차는 나를 향해 돌진했어요. 그러다 실패하자 저와 연관된 오래된 납치 사건을 다시 들춰냈어요. 그 때문에 제가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신주시를 떠날 수 없게 되었죠. 이 두 가지 일은 모두 나를 겨냥한 거예요. 이들 사이에 반드시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배후자도 같은 사람이고요.”연재준은 듣고 있기만 할 뿐 끼어들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유월영이 그의 앞에서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분석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그럴만한 관계가 아니었다.역시나 유월영은 바로 다음 질문했다.“내가 기억하기론, 연 대표님 전에 저에게 납치범이 죽었는지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왜 갑자기 그걸 물었나요?”유월영이 그의 차에 올라타고 그가 사 온 밥을 먹은 이유였다. 그녀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연재준도 역시 방금 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유월영은 연재준이 말이 없자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말하기 불편하다면 대답 안 해도 돼요. 강요하진 않아요.”말을 마치자마자 유월영은 바로 일어섰다.마치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면 1초라도 더 그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듯했다.유월영이 망설임 없이 문 쪽으로 걸어가자 연재준은 돌아서서 그녀의 외투를 잡으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말하기 불편하다고 한 적은 없어. 어떻게 말할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성격이 왜 그렇게 급해?”유월영은 발걸음을 멈췄다.연재준이 말했다.“앉아봐. 전부 말해줄게.”최고급 밴 안에는 공간이 넓었고 냉장고 같은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유월영은 문 옆에 작은 와인 캐비닛이 있는 걸 발견하고 술이 들어 있는지 확인했다.“이 술 마셔도 돼요?”“마실 순 있어. 다만 날씨가 추우니 목이 마르면 포장해 온 따뜻한 국을 마시는 게 좋을 거야.”“허심탄회하게 얘기하려면 당연히 술이 더 어울리죠.”유월영은 곧바로 위스키 한 병을 꺼낸 후 유리잔을 가져와 자리에
연재준은 흠칫하다가 고개를 숙여 유월영의 손목을 잡고 있는 자기 손을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스스로 손을 놓았다.그는 위스키병을 들고 자신에게도 반 잔을 따랐다.잔을 손에 들고 연재준은 다시 한번 유월영을 향해 경고했다.“나는 농담하는 게 아니야.”유월영이 말했다.“연 대표님은 지금 저를 걱정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오성민을 걱정하시는 건가요?”연재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그는 뜻밖에도 유월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작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월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어두워 마치 무언가에 덮인 것처럼 어렴풋하게 빛났다.그가 단순히 별 뜻 없이 묻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녀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거야 뻔하죠.”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윤영훈이 저렇게 되고 오성민마저 쓰러진다면 연 대표님은 꽤 껄끄럽겠죠? 그저께 신 대표님과 두 시간이나 영상 통화를 하셨다면서요?”연재준이 멈칫했다.“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유월영이 어깨를 으쓱했다.“컴퓨터를 잘 다루는 친구가 있어요. 심심해서 연 대표님 회사의 방어 시스템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네요. 음, 대기업답더라고요. 그 친구가 한 시간 넘게 해킹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두 분이 대화를 끝냈지 뭐예요. 별로 들은 내용은 없어요.”윤영훈의 일이 터지자 연재준과 신현우는 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월영은 두 사람을 도청하려 했으나 그들이 암호화된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어 들어가기 힘들었고 시도할 마음이 없어져 바로 그에게 이야기했다.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도 연재준에 대한 도발이었다.연재준은 말했다.“직접 나한테 물어봐, 내가 다 알려줄게.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 없어. 게다가 우리 대화는 별거 아니었어. 그냥...”유월영이 손을 입에 대며 쉿 하는 소리를 냈다.“별로 궁금한 것도 아니니 굳이 꾸며내서 말해줄 필요 없어요.”“내가 이야기를 꾸며서 당신을 속일지 아닐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유월영은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