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이 약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한 비서가 알아보니 그 운전자의 남편 계좌에 갑자기 4억 원이 입금됐다고 해요. 분명히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거예요.”신연우는 그 말을 듣고도 배후 조종자에 대한 분노나 증오를 보이지 않고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유월영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내가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낼 거예요. 저 때문에 신 교수님이 연루되어 다치셨네요. 정말 죄송해요.”신연우는 안경을 쓰지 않고 있어 눈동자가 더욱 또렷하고 분명해졌다. 그는 유월영에게 손을 내밀었고 마치 그녀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듯했다.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그의 손을 잡았다.그의 손바닥은 차가웠지만 그 눈빛은 따스했다. 그의 눈을 마주한 유월영은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월영 씨, 한 가지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요?”유월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네, 말씀하세요.” 신연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들어준다고 했으니 됐어요. 무엇인지는 나중에 알려줄게요.”유월영은 맞잡은 두 손을 바라보았다. 오늘 일이 아니더라도 유월영은 그가 무엇을 원하든 간에 어떤 요구든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신연우는 방금 그녀의 목숨까지 구해줬다.막 수술을 마친 신연우는 아직 기력을 채 회복하지 못했다. 깨어난 후 죽을 한 그릇 먹은 신연우는 약까지 먹고 나니 또다시 졸음이 몰려왔다.유월영은 밤늦게까지 신연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한세인이 다가와 조용히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신현우 대표가 도착했습니다.”병실에서 나온 유월영은 복도에서 신연우의 큰형 신현우와 둘째 형 신연준과 마주쳤다.신연준과 처음 만난 유월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지만 신연준은 무시하고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그는 신연우의 부상 상황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신현우가 유월영에게 물었다.“사고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였나요?”유월영이 솔직히 말했다.“누군가 꾸민 짓이에요.”신현우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고 대표님 때문
유월영은 그때의 납치 사건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것도 교통사고가 난 시점에서 갑자기 다시 거론된 것이 분명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병실을 힐끔 보며 이 일이 신연우의 차 사고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잠시 고민한 뒤 유월영은 경찰에게 말했다.“좋아요, 함께 갈게요.”한세인이 급히 말렸다.“아가씨, 경찰서에 가시면 안 됩니다. 제가 당장 서장님에게 연락할게요. 이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유월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모든 시민은 경찰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어요. 제가 떳떳한데 무서울 게 뭐가 있나요? 변호사에게 준비하라고만 하면 돼요.”그리고 덧붙였다.“시우 씨한테는 아직 말하지 마세요.”한세인이 여전히 걱정하자 유월영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그제야 한세인은 경호원들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했다.“알겠습니다.”그날 밤 경찰은 유월영은 바로 취조실로 데려갔다.유월영은 취조실에 들어온 게 이번이 두 번째였다.첫 번째는 3년 전, 서정희가 그녀를 모함했을 때였다.유월영은 지금도 구치소에 갇혀 있을 때 느꼈던 그 절망과 무력함을 기억하고 있었다.유월영의 마음에 불안감이 스쳤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였다.“그래서, 경찰관님들은 지금 제가 그때 몽둥이로 납치범을 실수로 죽였다고 의심하시는 건가요?”취조실은 감옥에 있는 접견실보다는 대우가 나았다. 적어도 차가운 철제 의자가 아니라 작은 소파가 있었다.그들은 아직 유월영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지만 현재 사실 그녀는 형사 구류 상태였다.경찰관은 바로 핵심 질문으로 들어갔다.“당시 납치범이 살아있는 걸 확인했나요?”“아니요. 제가 조서 작성할 때도 명확히 말했듯이 당시 납치법 일당들이 돌아왔고, 저는 도망가야 해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어요.”유월영은 묻는 말에 모두 대답하며 덧붙였다.“하지만 저는 제가 갑작스럽게 납치를 당하고 유산까지 되기 직전이었는데, 그렇게 배고프고 지친 상황에서 심지
사건에 몰두해 있던 유월영은 경찰의 말에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연재준이 여기에 있다고?’‘3일 전만 해도 거의 피를 토하고 언제라도 응급실에 들어갈 것 같던 사람이 이렇게 빨리 회복된 건가?’‘벌써 청원에서 신주시로 개인 전세기로 왔나?’경찰관은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유월영을 홀로 심문실에 남겨두었다. 유월영은 차라리 눈을 감고 사건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납치범은 자신이 휘두른 그 몽둥이에 맞아 죽은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사람의 두개골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이다. 뒤통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해도 그녀는 전문적인 살인자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정확하고 강하게 때릴 수 없었다.만에 하나 납치범이 그녀 손에 죽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는 그녀가 정당방위를 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정당방위는 죄가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경찰관이 돌아와 말했다.“유월영 씨, 이제 가셔도 됩니다.”유월영은 믿기지 않는 듯 경찰관을 바라봤다.이번엔 증거가 명확해 보였으며 최소 24시간은 갇혀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경찰관이 덧붙였다.“하지만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신주시를 떠나시면 안 됩니다.”유월영이 작은 소파에서 일어나 물었다.“혹시 연재준이 담보로 날 풀어준 건가요?”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월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심문실을 나와 경찰서를 벗어났다.연재준의 차는 마당에 주차되어 있었고 한참 내린 눈은 차 위를 하얗게 덮었다.문을 열고 나오는 유월영을 발견하고 연재준은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두세 미터 거리를 두고 있었으며 길옆의 가로등에 연재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유월영은 계단 위에 서서 연재준을 바라봤다.그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어 살이 빠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얼굴색은 청원에서 만났을 때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다만 뜻밖에도 연재준의 사촌 동생 강수영도 그 옆에 있었다.유월영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그에게 다가갔다.“연 대표님, 지금쯤 병
연재준은 차를 두 대 준비해 왔다.하나는 여행용 고급 밴이고 또 하나는 승용차였다. 연재준은 강수영에게 먼저 승용차에 타라고 달랬다.강수영은 예전에 사촌오빠가 너무 차갑고 눈이 높아 결혼을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눈앞의 연재준을 보며 오히려 그가 너무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수영아.”연재준이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그렇게 자존심 없어서야. 쯧.”강수영은 기분 나쁘다는 듯 발을 구르다 차에 올라탔다.연재준은 유월영과 함께 밴으로 향했다.뒷좌석에 앉아 팔짱을 끼고 화난 표정을 지은 강수영을 보고 하정은이 말했다.“아가씨도 유월영 씨한테 너무 화내지 마세요.”강수영은 흠칫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도 유월영 때문에 화내는 건 아니에요. 내 사촌 오빠가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그런 거죠. 보증금이라면 내가 와도 되고 아니면 하 비서님이 와도 되잖아요? 우리가 연씨 가문의 이름을 대면 경찰서에서 우리를 모른 척하겠어요? 굳이 눈보라를 뚫고 여기까지 직접 올 필요가 없었잖아요.”더욱 속상한 건 연재준이 그렇게 했음에도 유월영은 그를 허수아비 보는 듯했고 강수영은 그걸 견딜 수 없었다.하정은은 뭐라고 하려다 끝내 말문을 닫았다. 그녀는 연재준과 유월영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유월영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강수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의사가 혹시 그 종양이 다시 전이되었다고 하지 않았어요?”하정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전에는 수술할 수 없다고 했었는데 이제 수술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연 대표님은 지금 수술을 받지 않으시려는 것 같아요,”강수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왜요? 그런 건 미루면 안 되잖아요.”하정은은 앞에 있는 밴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마를 찌푸렸다.밴은 넓어 탁자와 소파가 있었다.유월영은 작은 소파에 앉아 바로 포장을 풀었다. 포장된 그릇 뚜껑을 열자 죽에 뿌려진 참기름 향이 코를 찔렀다.원래 입맛이 별로 없던 유월영은 막상 냄새를 맡
수술이 끝나 병실로 옮겨질 때까지도 유월영은 자신이 유산으로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를 병실로 데려간 간호사는 인적 사항을 등록하기 위해 그녀에게 물었다.“유월영 환자분, 가족들은 어디 계신가요?”유월영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천장만 올려다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간호사가 재차 물었다.“유월영 씨, 가족들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이때, 약품을 정리하던 다른 간호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한테 줘. 그거 내가 입력할게.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올 때 신분증이랑 카드 나한테 줬었어. 바로 등록하고 비용 결제하면 된다고. 아마 이 환자는….”유월영은 그제야 입술을 달싹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저는 가족이 없어요.”진한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점점 더 진실되게 다가왔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었다.깊은 절망감이 찾아왔다.수술을 마친 유월영은 홀로 병원에서 사흘간 입원해 있었다.그 동안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나흘 째 되던 날, 드디어 연재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유 비서, 무단 결근 3일이면 충분히 휴식하지 않았어? 지금 옷 입고 서덕궁으로 와.”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배경 음악과 여자들의 웃음소리까지 같이 전해져 왔다. 유월영은 지금 입원 중이라고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유 비서.”낮게 깔린 중저음 목소리가 재차 전해졌다.화가 많이 났다는 증거였다.유월영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고 그대로 병원을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서덕궁으로 향했다. 그녀는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화장을 했다.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녀는 대충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카운터로 직행했다.“해운그룹 연 대표님이 계신 방이 어디죠?”고개를 든 어린 남직원은 눈앞의 미모의 연인을 보고 수줍게 웃으며 다급히 길을 안내했다.“연 대표님은 1번 룸에 계십니다. 제가 안내할게
술자리가 끝나고 유월영은 고객사 직원들을 한 명씩 차에 태워 보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길가 가로등에 등을 기댔다. 이미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듯이 아팠다.립스틱은 이미 지워진지 오래고 파리한 입술에는 핏기 한 점 없었다.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연재준의 운전기사가 다급히 다가오며 그녀에게 말했다.“유 비서님, 먼저 차에 타실래요?”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힘겹게 뒷좌석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문이 열리더니 밖에 연재준과 여자애가 서 있었다. 같이 타려고 했는데 유월영이 먼저 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연재준이 그녀를 보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여자는 다급히 달려가서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앞에 탈게요.”연재준은 짜증스럽게 문을 쾅 닫고 차에 오르며 말했다.“유진이 먼저 데려다줘.”유월영은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유산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술을 마시니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차는 한 낡은 아파트 구역으로 들어섰다. 유월영이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연재준이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골목이 어두워서 위험해. 유 비서가 유진이 집까지 좀 데려다줘.”백유진이 흑수정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괜찮아요, 대표님. 언니도 피곤할 텐데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해요. 혼자 올라갈게요.”차에서 내린 그녀는 뒷좌석 차창에 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은 월영 언니 바래다줘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좋은 꿈 꿔요.”차갑기만 하던 연재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언뜻 스치고 지나갔다.“그래, 좋은 꿈 꿔.”유월영은 차에 오르고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운전기사는 유월영을 집에 데려다주는 대신, 연재준의 동해안 별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는 연재준의 가까운 심복 중 한 명으로써 눈빛 하나로도 연재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집 안으로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소리가 남녀의 신음소리를 덮었다.연재준에 이끌려 욕조에 던져진 유월영은 갑자기 3년 전 그와의 첫만남이 떠올랐다.그날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작은 슈퍼를 운영했다. 부유하진 않지만 궁핍하지는 않았고 다섯 식구가 서로 이해하고 도우면서 오붓하게 살았다.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사기꾼의 꼬임에 들어 10억이라는 거액의 빚을 지게 되었다. 그들은 슈퍼와 집을 팔고 집안의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지만 그래도 6억이나 부족했다.막다른 길에 다달았을 때, 사기군은 유월영을 데려다가 빚을 갚게 하겠다고 꼬드겼다.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녀는 비 오는 밤에 살기 위해 집에서 도망쳤다. 뒤에는 오토바이 소리가 그녀를 쫓고 있었다. 맹수에게 쫓기는 이 가여운 먹잇감은 도망치는 길에 신발까지 잃어버리고 머리는 산발이 된 채로 어두운 대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달리다 지친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자, 오토바이를 탄 폭주족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그녀가 모든 게 끝이 났다고 절망하던 순간에 차량 한 대가 골목으로 들어섰다.차 문이 열리고 반짝이는 구두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약간 들자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검은 우산을 들고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 위에 우산을 씌워주었다.그리고 조폭들에게 자기 사람이라고 당장 꺼지라고 말했다.처음 만났을 때 그는 꿈에서 나타난 구원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모습은 그대로 그녀의 마음속에 깊게 각인되어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대략 30분이 지나 유월영은 젖은 채로 욕실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주방으로 가서 흑설탕을 따뜻한 물에 풀어 마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연재준은 아직 욕실에서 씻고 있었다.그녀는 유산한 사실을 그에게 알려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하지만 결국 비밀에 부치는 걸로 결론이 났다.3년 전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남자는 그의 곁에 남는 대가로 더 이상 귀찮은 일을
유월영이 물었다.“뭘 해명하라는 건가요?”“유진이 왜 해고했어?”유월영은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한아의 계약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수점을 잘못 찍어 단가가 크게 차이 나는 실수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한아 쪽 관계자는 우리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 해프닝으로 넘어갔지만, 회사 이익에 큰 손해를 끼친 신입은 바로 퇴사 처리하는 게 우리 방침이잖아요. 책임을 안 물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그 말을 들은 백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제가 원래 덜렁거리는 습관이 좀 있어요. 죄송합니다….”연재준은 그런 그녀에게 위안의 눈빛을 보내고는 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유월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서류 가져와.”유월영은 가지고 온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연재준은 맨 마지막 장을 확인하더니 서류를 도로 책상에 던지며 말했다.“날짜를 보니 유 비서가 무단결근 한 날짜에 벌어졌네. 유 비서가 무단결근만 안 했어도 이 계약서는 유 비서가 처리해야 할 서류였어. 신입인 백유진이 아니라.”유월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그래서 제가 이걸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인가요?”“비서실 수석 비서로써 부하 직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건 유 비서도 잘 알 텐데?”연재준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명백했다. 백유진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라는 것!유월영은 치미는 화를 꾹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유진 씨가 입사한 날에 저는 휴가를 내고 회사에 없었고요. 그리고 모르겠으면 다른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그냥 방치해 둬도 되는 서류였어요. 혼자 의욕에 넘쳐 처리한다고 했다가 문제가 생겼으니 당연히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죠. 해운 비서실은 원래 전문 학과를 나온 탑클래스만 들어올 수 있는 자리 아니었나요? 아니면 경험이 풍부하거나 전 회사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웠으면 모를까, 예술을 전공한 학생이 들어올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연재준이 물었다.“내가 꼭 유진이를 비서실에 둬야겠다면?”유월영은 어금니를 꽉 악물었다.“비서실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