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이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는 이미 새벽 4시였다.오늘 유월영은 정말로 바쁘게 보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먼저 청원에서 신주시로 돌아온 후 윤영훈을 만나러 가서 심호준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이혁재에게 전달했다.그 후에는 카페에서 주월향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연히 신연우를 만나 신연우 동생의 결혼선물을 대신 골라주었다.그리고 두 사람은 오후에 호텔로 돌아오다 교통사고가 났고 유월영은 병원에서 신연우를 5시간 동안 지키고 있다가 신현우와 신연준이 도착해서야 떠날 수 있었다.그러다 납치범의 살인 용의자로 야밤에 경찰서로 연행되어 심문을 받다가 연재준이 보증을 서서 풀려났었다.뒤이어 저녁에 있던 그 교통사고와 경찰의 심문은 모두 오성민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을 거의 확신하고 하정은이 그녀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진 탓에 그녀의 뇌는 계속 빠르게 돌아가며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 그러다 새벽이 밝아오기 전에야 유월영은 겨우 잠이 들었다.아침 9시가 채 되기 전, 유월영은 핸드폰 벨 소리에 잠이 깼다.그녀는 잠결에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더듬었다.“...여보세요?”상대방이 물어왔다.“아직 덜 깼어?”유월영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비몽사몽인 채로 물었다.“뭐라고요?”상대방은 그녀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속삭였다.“조금 더 자. 점심에 다시 전화할게.”“응...”유월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오후 12시 돼서야 잠에서 깼다.그리고 아침에 전화한 사람이 현시우라는 걸 알았다.‘한 비서가 어젯밤에 내가 경찰에 잡혀갔다는 사실을 시우 씨에게 말했나 보네...’유월영은 씻은 후 물을 한 잔 따라 발코니 앞에 섰다.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현시우였다.“시우 씨, 시간 맞추는 데 능하네. 10분만 빨랐어도 나 아직 안 일어났을 텐데.”“경찰서 쪽은 내가 말해두었어. 이제 함부로 널 데려가 심문하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알았어. 별로 걱정하지 않아.
연재준의 표정은 매우 평온했다. 그는 그저 문밖에서 말없이 유월영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평소와 같은 말투로 전화 건너편 남자에게 말했다.“시우 씨, 나 두 끼나 굶었더니 배고프네. 지금 밥 먹으러 가려고,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현시우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유월영이 물었다.“연 대표님, 무슨 일이 신가요?”병원에 있던 연재준은 어젯밤 답장이 없던 메시지 때문에 참을 수 없어 그녀를 만나러 왔다.다만, 그는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연재준은 순간 부정하고 싶었고 심장의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는 유월영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유월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뭐가요?”연재준의 눈동자는 마치 깊은 연못 같았다.“당신, 예전에 분명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유월영은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오래된 일을 지금 꺼내서 무슨 의미가 있죠? 연 대표님, 이렇게 대낮에 나한테 와서 난동 부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연재준이 되물었다.“우리의 추억을 그저 그 새로운 연인을 기쁘게 하려고 사용하는 건 괜찮고?”유월영의 얼굴이 굳어졌다.“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예요?”연재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내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할까?”문손잡이를 잡고 있던 유월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와 더 이상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그러나 연재준은 손을 뻗어 문을 막았다.그는 남자였고 힘이 그녀보다 더 셌다. 게다가 유월영이 방심한 틈을 타 그는 쉽게 그녀의 방으로 들어왔다.유월영은 본능적으로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연재준은 뒤로 돌아 문을 닫았다.유월영은 순간 움찔하며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여기는 제 방이에요. 이렇게 막 들어오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연재준은 그녀의 화장기 없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창백하고
유월영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재준을 노려봤다!그리고 이내 밀려오는 분노에 그녀는 온몸에 힘을 모아 연재준을 밀어 내려 했지만, 연재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는 한 손으로 유월영의 두 손목을 잡아 머리 위 벽에 눌렀고 턱을 잡고 있던 손은 그녀의 뒤통수를 눌러 더욱더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연재...”유월영은 그의 입술을 겨우 피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다시 그의 입술이 그녀의 말을 막았다.연재준의 핏발이 선 두 눈은 마치 산산조각 난 유리 같았다.유월영은 분노에 차서 무릎을 굽혀 남자의 가장 약한 부위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는 미리 예측한 듯 그녀의 발을 짓눌러 제자리에 고정시켰다.그의 키스는 욕망 같은 것은 없었고 오직 그의 울분을 토해내는 듯했다...그는 모든 불만과 억울함을 분출하고 있었다.‘뭐가 억울해서?’유월영이 우습다는 생각만 들었다.연재준은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연한 피 맛이 서로의 입안에 퍼져 키스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유월영은 탈진할 정도로 몸부림쳤지만 그를 뿌리치지 못했다. 가슴에 끓어오르는 분노는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결국 그녀는 더 이상 힘을 허비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연재준은 몸에 힘을 빼고 그대로 서 있는 유월영을 보면서, 오히려 동작이 부드러워졌고 혀는 그녀를 달래듯 엉켰다.유월영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점차 연재준도 그녀의 입술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풀어주지 않았다.그는 이마를 그녀의 어깨에 얹고 중얼거렸다.“그건 진실이 아니잖아...”“당신은 예전에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내 이름을 불러줬고 내 아내가 되고 싶다고 했어. 내가 준 반지를 꼈었고 우리 같이 혼인신고 하러도 갔었잖아. 당신은 내 아이까지 가졌었어. 나를 사랑했었다고.”“정말로 나를 사랑했었어...”그의 목소리는 점점 쉰 소리로 변했고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유월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뒤에 튀어나온 척추를 보면서 유월영은 생각에
연재준이 호텔 방을 떠날 때 마침 점심을 가져온 한세인과 마주쳤다.한세인은 유월영의 방에서 나오는 연재준을 발견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아가씨!”그러나 유월영은 그저 무표정하게 화장대 앞에 서서 화장 솜을 꺼내 메이크업 리무버를 묻힌 후 입술을 세게 닦아내고 있었다.유월영의 눈에는 차가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한세인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침대로 향했다. 침대는 그저 유월영이 잠에서 깬 흔적뿐이었고 그녀의 머리와 옷도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별일이 없는 듯한 모습에 한세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 연 대표가 여길 왜...”“별일 아니에요.”유월영은 젖은 티슈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세인이 들고 온 아침 식사를 보며 말했다.“두고 가세요. 먹고 이따 신 교수님을 보러 가려고요.”한세인은 그녀가 더 이상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대답했다.“...네”유월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실에는 신연우와 두 명의 간병인만 있었다.신연우는 막 점심을 먹었는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있었고 어제보다 상태가 조금 나아 보였다.그러나 많은 출혈로 인해 입술은 여전히 창백했다.유월영을 보자 신연우는 살짝 미소 지었고 유월영도 그에 맞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많이 아파요?”병실은 따뜻했기에 유월영은 거추장스러운 목도리를 벗어 의자 위에 던져두었다.신연우는 고개를 저은 후, 그녀에게 물었다.“어젯밤 경찰이 찾아왔다던데, 무슨 일 때문인가요?”“이렇게 빨리 소문이 나다니.”유월영은 가볍게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경찰 조사에 협조하러 간 것뿐이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하지만 신연우는 믿지 않았다.한밤중에 형사가 직접 병원에 와서 그녀를 데려간 걸 보면 별일이 아닌 게 아니었다.유월영은 그가 더 묻기 전에 먼저 물었다.“둘째 형께서 신 교수님 다리에 대해 뭐라고 하셨어요?”신연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이불 속 다리를 살짝 만지며
설날이 어김없이 다가왔다.하지만 유월영은 이번 설을 아주 조용하게 보냈다. 특별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고 정월 초사흘까지 모두 평온하게 지나갔다.정월 초닷새에 유월영은 신현우의 여동생 신연아의 결혼식에 참석했다.신랑은 신주시의 사람이었고 결혼식도 신주시에서 열렸다.돈이 부족하지 않던 신씨 가문은 백억원의 거금을 들여 별장 한 채를 샀다. 그 별장은 신연아의 혼수인 셈이여 결혼식 장소로도 사용될 예정이었다. 신연아는 어릴 때부터 신연우와 가장 사이가 좋았고 신연우도 그녀를 가장 아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결혼식에서 여동생의 손을 잡고 신부 입장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아 휠체어를 타야 했고 결국 신현우가 신연아의 손을 잡고 예식장에 들어섰다. 신연우는 무대 아래서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옆자리에 있던 유월영은 조용히 안경 너머로 눈물을 훔치는 신연우를 보고 가슴이 착잡해졌다.신연아는 신연우가 직접 업어 키운 셈이었고 동생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에 동생의 손잡고 신부 입장을 같이 걸어가야 했을 사람이었다.유월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성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다 유월영은 연재준을 발견했다. 그는 옆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고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그도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월영은 무표정한 채로 고개를 돌렸고 신연우에게 농담하듯 말했다.“신 대표님은 윤영훈한테 빌려줄 돈은 없다면서 여동생에게 집을 사줄 돈은 있었네요.”신연우가 속삭였다.“이 집은 작년 중순에 산 거예요. 그 일이 있기 전이죠.”식이 끝난 후 신연우는 연회장 구석에서 하객들을 구경하고 있었다.유월영은 자신이 마실 칵테일과 신연우에게 줄 주스를 들고 그의 옆에 다가갔다. 그녀는 신연아의 남편을 보고 의외라는 듯 말했다.“신연아 씨 남편, 저 분이었네요.”“왜요? 저 사람 평판 나쁘다는 건가요?”유월영이 미소 지었다.“그 사람이 평판이 나빴다면 오빠들, 특히 신 교수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결혼을 허락했다는 건 인품
“...”유월영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의 파트너는 이미 다른 여자와 같이 왈츠를 추고 있었다.연재준이 교묘하게 파트너를 바꾼 것이다!유월영은 그날 호텔 방에서의 일이 있고 난 뒤로 그를 보면 짜증이 났다.“연 대표님, 이건 너무 양아치 짓 아닌가요?”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바둥거렸다.연재준은 유월영의 허리를 살짝 감싸고 손을 잡았을 뿐인데 유월영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연재준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사교춤에서 파트너를 교환해서 추는 게 정상이야. 고 대표는 처음 춰보는 게 아닐 텐데?”그러더니 손을 들어 유월영을 팔 아래에서 빙글 원을 그리게 했다.유월영은 그가 허리를 풀어주는 순간을 틈타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는 다시 그녀의 팔을 바로 끌어당겨 안았다.유월영은 그에게 놀아난 기분이 들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유월영은 너무 심하게 저항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소란을 피워 신연아의 결혼식을 망칠까 봐 신경 쓰였다.‘그래. 그냥 참자.’춤은 고작 3~5분이면 끝난다고 유월영은 자신을 달랬다.연재준은 그녀의 몸을 이끌고 천천히 다가갔다 멀어지며 느긋하게 춤을 췄다.“요즘 뭐 하고 지내?”유월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신경 쓸 것 없어요.”말하지 않아도 그는 알고 있었다.“혁재가 신경외과 천재 의사로 불리는 심호준을 찾아 승연 씨를 치료하게 한다면서. 당신 요즘 자주 혁재의 집에 드나들던데, 승연 씨를 보러 간 거지?”유월영은 여전히 똑같이 대꾸했다.“무슨 상관이에요?”몇 박자가 지나고 연재준은 점점 더 진지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전에는 승연 씨의 치료 상황이랑 구체적인 병세는 외부에 비밀로 부쳐졌잖아. 그런데 요즘 당신은 자주 거기를 찾아가고 선물도 많이 보내더군. 어제는 신상 옷들과 신발에 가방까지. 오늘은 음식에 술까지. 이런 행동들은 마치 외부 사람들한테 이 변호사가 이미 깨어났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 당신은 사람들에게 이 변호사가 회복되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모양인데 너무 티가 나.”“연
연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예전부터 그랬는데. 당신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유월영은 문득 그가 갖은 수단을 써서 자신을 굴복시키던 날들이 떠올랐다.굳어지는 유월영의 얼굴을 보며 연재준이 말했다.“좋게 말해도 듣지 않으니 이제 당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대할 수밖에.”유월영이 냉소를 보이며 말했다.“이거 놔요!”“아직 춤이 끝나지 않았는데 고 대표님은 왜 그렇게 급한가요? 중간에 떠나는 건 예의가 아니죠.”연재준은 빠져나가려는 유월영의 손을 잡고 다시 그녀를 빙글 돌렸다.유월영은 이 5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연재준은 긴 벨벳 장갑을 낀 유월영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유월영을 진짜로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바꾸었다.“내가 듣기로는, 당신 설날 며칠 동안 봉현진에서 머물렀다면서. 그리고 매일 꽃집에 들어 백합 세 송이를 샀다고 하던데. 아마 당신 양 부모님 영정 앞에 놓기 위해서였겠지.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에는 네 송이를 샀던 걸로 알고 있어. 왜 이번엔 세 송이야?”유월영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했다.“나를 감시하고 있었어요?.”아니면 이렇게 많은 것들을 이렇게 자세히 알 리가 없었다.연재준은 부인하지 않았다.“처음에는 백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어.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아. 그건 우리 네 가문을 의미하는 거지? 윤영훈이 무너졌으니 한 송이가 줄어든 거고.”그는 고개를 숙여 유월영의 눈을 바라보았다.“언젠가는 한 송이도 없는 날이 오겠지?”그도 결국 그녀에게 제거될 것이다.어쩐지 연재준의 말투에는 묘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유월영은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차갑기 그지없었다.마침 음악이 끝났고 유월영은 다른 하객들이 두 사람 사이에 부는 차가운 공기를 눈치채지 못하게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은 여전히 가시가 가득 돋쳤다.“드디어 끝났네요. 연 대표님은 항상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을 잘 알죠. 마치 3년 전 악몽으로 돌아
바로 현시우였다.원래 마르세유에 있어야 할 현시우가 연회장에 나타나자 유월영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고 다른 사람들 또한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눈을 떼지 못했다.연재준은 순간적으로 턱에 힘이 들어갔고 눈빛도 싸늘하게 변했다.아까 그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다른 하객은 그제야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맞아 맞아, 기억났다. 저 남자 현시우잖아. 해외에서 살고 있다는 현 회장님네 막내아들! 3년 전 연회장에서도 그를 본 적 있어!”다른 사람들은 현시우를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현 회장님의 막내아들이라면 바로 레온 그룹을 상속받을 크로노스 씨잖아?”“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근데 그가 왜 또 연 대표랑 저러고 있어? 3년 전 연회장에서도 두 사람 분위기 살벌했었는데. 다행히 현 회장님이 중재해서 넘어갔잖아. 그때도 우리는 저 두 사람이 여자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닌가 했었지...”주변에 모여든 하객들이 점점 많아지자 유월영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녀는 그저 신연아의 결혼식에서 큰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받아야 할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지 않게 하려고 연재준의 선 넘는 생동도 참아왔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걱정하는 대로 일은 흘러갔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연재준과 고민서라는 이름만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상당했고 거기에 현시우까지 더하니 그 조합 자체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하객으로 참석한 현시우 역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연재준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연재준이 차갑고 무정한 느낌을 준다면 현시우는 마치 그의 가슴에 꽂힌 하얀 동백꽃처럼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그 역시 차분한 성격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진 않았다.유월영은 아무리 마음이 복잡해도 그의 차분한 갈색 눈동자를 마주하면 마음이 가라앉았다.현시우가 말했다.“월영아, 내 곁으로 와.”유월영은 망설임 없이 그를 향해 몸을 돌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