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훈이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거잖아요. 내가 뭘 어쩌겠어요? 그는 내 친아버지인데 그를 고발이라도 해야 했나요? 그렇게 가족을 배신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동이야. 난 성인군자가 아니야.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요.”유월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쩔 수 없었다니. 이 말은 너무 비열했다!“그래서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도와 증거를 없애고 내 양부모를 죽게 만든 건가요?”“말했잖아요,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내가 장부를 찾지 못하고 예전이 했던 일이 까발리지 못하게 막지 않았더라면 결국 감옥에 가고 파산할 사람은 신해 그룹과 내 아버지였어요. 나도 그저 나를 지키려 했을 뿐이라고요!”윤영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씨 가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난 겨우 세 살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난 공범이자 협력자가 될 운명이었고 평생 동안 계속 잘못된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참으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고?’‘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여서 그래서 계속 잘못된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유월영이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못 들어주겠어요. 다른 사람의 피눈물로 자신들은 마음 편히 살면서 잔인함을 정당화하려 하지 말아요. 당신의 그 핑계는 역겨울 뿐이에요!”“역겨워요?”윤영훈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는 갑자기 도망자들이 왜 드디어 두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있다는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그들의 일부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 하는 말이었겠지만, 그들 중에는 정말로 한숨 돌리며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예를 들어, 그처럼.윤영훈은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이 죄책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월영은 겨우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며 화를 내지 않으려 자신을 달랬다.그녀가 말했듯이, 아직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으며 꼭 윤영훈과 그의 아버지가 법정에 서서 그들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유월영은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었다.그녀는 윤영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빛이 번뜩였고 주머니 속에 넣은 손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유월영은 여전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그때, 당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 요소였어요. 나는 그가 연기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를 도와줬죠. 그리고 오 변호사 앞에서도 연 대표와 유 비서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어요.”윤영훈이 이 얘기를 꺼낸 건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는 더없이 간곡하게 부탁했다.“내가 두 사람한테 그 정도의 은혜를 베푼 걸 봐서 유 비서도 주월향 모녀를 잘 돌봐주면 안 될까요?”한참 후에야 유월영은 입을 열었다.“그런 거래에는 관심 없어요.”윤영훈은 약간 초조해졌다.“그럼 원하는 게 뭐죠?”유월영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창주에 있는 김씨 가문의 김경준을 알고 있죠?”윤영훈은 빠르게 머릿속을 뒤졌다.“네. 알아요. 내 먼 사촌 여동생이 그와 결혼했어요.”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말했다.“김경준 씨는 신경과 의사 심호준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심호준이 이미 은퇴해 산속으로 들어갔고 외부 사람들은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어요. 그런데 김경준 씨가 올 초에 사촌 여동생을 치료하려고 그를 찾아냈어요. 윤 대표님께서 심호준 씨를 찾는 걸 도와주세요. 그리고 심호준 씨가 승연 언니를 치료할 수 있게 부탁해 주시면 제가 약속을 지킬게요. 주월향 씨와 어린 딸을 잘 돌봐주겠다고요.”윤영훈은 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유월영이 한 마디 더 덧붙였다.“오성민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오늘 나눈 대화 모두요.”윤영훈이 한숨을 내쉬었다.“좋아요. 모두 유 비서 말대로 할게요.”유월영이 핸드폰을 꺼냈다.“지금 바로 전화하세요.”윤영훈의 이 통화는 한 시간 반 동안 지속되었다. 유월영은 통화 내내 옆에서 듣고 있었고 그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경준은 심호준의 연락처를 넘겨주었다.심호준은 김경준에게 신세를
구치소에서 떠난 뒤 유월영은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백화점으로 향했다.백화점의 한 디저트 가게에서 유월영은 주월향을 만나기로 했다.주월향은 미리 와 있었고 커피와 디저트를 앞에 둔 채 유월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원에서 신주시로 돌아온 뒤 줄곧 바쁘게 뛰어다닌 유월영은 배가 고파 바로 디저트를 먹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전에 구치소에서 그 사람을 만나고 왔어요.”주월향이 조용히 물었다.“그이가 제가 신고했다는 걸 알까요?”유월영이 답했다.“윤 대표가 그 신고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주월향 씨라는 걸 이미 짐작한 것 같아요. 그저 당신을 이름을 직접 듣고 싶지 않은 것일 뿐이죠.”주월향은 작게 한숨을 쉬고 가방에서 작은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방을 정리하다가 서랍에서 이걸 발견했어요.”케이스를 보아하니 반지 하나가 들어 있는 듯했다.유월영은 상자를 열어보지 않고 주월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고 이마에 있는 붉은 점조차도 그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어느 날인가 그이가 나에게 말했어요. 문득 나랑 같이 혼인신고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안 하길 잘했다고요. 나는 그이가 내가 아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 한 줄 알았어요.”유월영은 있는 그대로 말했다.“윤 대표는 주월향 씨를 아내로 맞았다가 그가 감옥에라도 가게 된다면 당신 모녀가 연루될까 봐 그런 거예요.”전과가 있는 아버지를 둔 아이는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윤영훈은 주월향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결혼반지를 주었으니 이미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여긴 셈과 마찬가지였다.그 작은 반지 케이스를 바라보며 유월영은 약지가 무의식적으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젓가락을 단단히 쥐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케익을 먹으며 말했다.“남자들은 다들 결혼반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네요.”주월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월영이 다시 물었다.“후회돼요?”주월향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조금은요. 하
주월향은 속눈썹이 떨리고 목소리도 메어왔다.그녀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아니요. 알고 싶지 않아요.”말을 끝내자 그녀는 빠르게 떠났다.유월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윤영훈은 그가 형기를 마친 후 주월향을 다시 찾아가도 되는지, 그들에게 미래가 있을지 묻고 싶어 했다.아마 주월향도 윤영훈이 무슨 말을 전해달라고 했을지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그녀가 “알고 싶지 않다”라고 한 것은 두 사람에게 미래가 없다는 뜻이었다.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왜 항상 식사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가 만나는 걸까요?”갑자기 옆에서 웃음 섞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유월영은 남자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말했다. “신 교수님,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그녀는 급히 웨이터에게 그릇들을 치워달라고 했다.신연우가 자리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제 동생, 신연아를 기억하나요?”“당연히 기억하죠.”“동생이 이제 곧 결혼해서요.”유월영이 놀라 물었다.“이렇게 갑자기요?”신연우가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갑자기는 아니고. 다만 고 대표님이 너무 오랫동안 이쪽 소식을 듣지 않아서 그런 걸 거예요. 연아가 약혼자와 사귄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결혼 얘기도 거의 반년 동안 오갔고요. 결혼 날짜는 내년 초로 정해졌고 제가 동생 결혼 선물로 금 장신구를 좀 사주고 싶어서 오늘 시간이 나서 매장을 들렀어요.”그는 말하며 손에 든 큰 케이스를 열었고 그 안에는 얼핏 봐도 열몇 개의 금 장신구가 걸려 있었다.“하나 골라보세요.”유월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신 교수님도 농담을 참, 여동생의 결혼 선물인데 제가 고르라고요?”신연우는 난감한 듯 말했다. “제가 선택 장애가 있어서 고 대표님이 도와주길 바란 거예요. 고 대표님께 드리려고 한 건 아닌데...지금은 고 대표님이 저보다 더 돈도 많으시잖아요. 이런 건 제가 고 대표님한테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아.유월영이 오해했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신중하게 살펴보다가 마지막으로 비녀를 하나 골
윤영훈이 막 방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교도관이 또다시 문을 열며 말했다.“접견이 하나 더 있어.”“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여기로 휴가 온 줄 알겠네요.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윤영훈이 웃으며 일어났다.교도관이 꾸짖었다. “조용히 하고 빨리 나와.”윤영훈은 교도관을 따라 다시 면회실로 나갔다.이번에는 누굴까 생각하며 들어가자 오성민이 철창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오 변이네.”윤영훈이 잡혀들어온 후 오성민은 그를 도와주려고 사방으로 애썼다.일이 터지기 전에는 돈을 빌려주어 구멍을 메꾸도록 했고 나중에 고발당하고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는 사람을 모두 동원해 윤영훈을 지키려고 했다.하지만 금액이 너무 크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자 오성민도 그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오성민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나를 변호사로 고용해 줘. 내가 반드시 윤 대표를 도와 최소한의 형량을 받아낼게.”윤영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오성민이 다시 물었다. “방금 유월영이 온 거 봤어. 그 여자가 뭐라고 했어?”윤영훈은 입술을 한번 핥으며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 감옥이란 곳은 언제나 그렇다. 벽이 아무리 밀폐되어 있어도 어디선가 외풍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고 몸이 한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오 변. 우리도 같이 자란 사이이고 하니 충고 하나 해주고 싶어.”오성민이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유 비서, 예전의 우리가 알던 그 유 비서가 아니야.”오성민은 안경을 벗어 코트 주머니에서 안경닦이를 꺼내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알아. 그 여자가 해성 그룹과 아르사와의 협력을 망가뜨렸을 때부터 나는 그 여자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유 비서가 그렇게 빨리 우리한테 손 쓸 줄은 몰랐어. 갑작스레 유 대표를 끌어내리더군.”그는 다시 안경을 고쳐 썼고 안경알 위로 빛이 반사되었다. 그의 진한 갈색 눈동자가 순간 세로형 동공처럼 보였고 마치 뱀과 같았다.“겨우 여자의 몸
“네? 왜요?”유월영이 손을 내밀자 신연우는 주먹 쥔 손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펴자 무언가가 유월영의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작은 목걸이였다.신연우가 말했다.“제가 주는 선물이에요.”“이건 여동생분의 혼수품이잖아요.:”유월영이 받을 수 없다면서 거절하자 신연우가 웃으며 반문했다.“내가 아까 골라달라고 한 그중에 이 목걸이가 있던가요?”유월영은 목걸이를 다시 확인했다. 목걸이는 가느다랗고 작은 펜던트가 달려 있었다.그런 목걸이는 없었던 것 같다.신연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제가 월영 씨를 위해 특별히 산 거예요.”유월영은 펜던트의 모양을 자세히 보았다.“이거, 허물을 벗는 나비인가요?”펜던트는 나비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르는 순간을 표현한 듯했다.신연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처음 보자마자 월영 씨가 딱 떠올랐어요.”유월영은 바로 그런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난 나비와 같았다.신연우는 고개를 살짝 들며 말했다. 청청한 하늘에 초승달이 보였다.“월영 씨가 제 안경에 비친 ‘달’을 보며 울던 그날이 기억나네요. 그때 저도 결심했죠. 꼭 월영씨를 지켜주겠다고요.”유월영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더 이상 차갑지 않고 따뜻했다.신연우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경 너머로 그의 눈빛도 한층 더 부드러웠다.“지금은 월영 씨가 더 이상 저의 보호가 필요 없을지 몰라도 전 여전히 월영 씨 곁에 있으려고요. 힘든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줘요. 내가 월영 씨의 짐을 나눠 가질게요.”유월영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녀는 목걸이를 꼭 쥐었다. 목걸이는 매우 가벼웠고 금값으로 따지면 그리 비싼 물건은 아니었지만 신연우의 마음만은 값을 매길 수 없었다.유월영은 평소에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연우에게는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 어떻게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떠오르지 않았다.“고마워요, 신 교수님.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당신이 함께 해주셨어요. 신 교수님의 은혜를
구급차는 금방 도착했고 들것에 실린 신연우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그는 의식을 잃기 전 힘겹게 유월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난 괜찮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유월영은 눈가가 뜨거워졌다.구급차를 따라 병원으로 간 유월영은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유월영은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신연우가 차에 치여 날아가던 장면이 반복되었고 그녀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가까스로 짜내듯 말했다.“한 비서님. 가서 알아보세요.”한세인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알겠습니다!”수술은 두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고 유월영은 줄곧 수술실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손에는 신연우의 안경이 들려 있었다. 렌즈는 이미 깨져버렸고 그의 귀에 항상 걸려 있던 안경줄도 끊어졌다. 유월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 줄을 다시 이으려고 애썼다.그러다 신연우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신주대학교의 행사에서 그는 갑자기 유월영 앞에 나타나 자기를 잊었냐고 물었었다. 그러면서 유월영이 예전에 와인을 그의 셔츠에 쏟은 적 있다고 말했다.추억에서 헤어 나온 유월영은 이내 아까 신연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녀는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앞에서는 한 번 울었던 적이 있었다.더욱이 유월영이 연재준의 방해로 일을 찾지 못했을 때 신연우가 그녀를 받아들여 그의 조교로 일하게 해주었다.딸깍, 안경 줄이 마침내 연결되었다. 유월영의 얼굴에 연한 미소가 어렸다. 안경이 고쳐졌으니 이제 그도 곧 나을 것이다.한세인이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다.“아가씨.”유월영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한세인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경찰과 교통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운전자와 차량을 같이 데려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조사 결과는...”“초보 운전자가 주차하다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사람을 친 후, 그만 패닉에 빠져 판단력을 잃고 계속해서 차를 몰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는
유월영이 약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한 비서가 알아보니 그 운전자의 남편 계좌에 갑자기 4억 원이 입금됐다고 해요. 분명히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거예요.”신연우는 그 말을 듣고도 배후 조종자에 대한 분노나 증오를 보이지 않고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유월영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내가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낼 거예요. 저 때문에 신 교수님이 연루되어 다치셨네요. 정말 죄송해요.”신연우는 안경을 쓰지 않고 있어 눈동자가 더욱 또렷하고 분명해졌다. 그는 유월영에게 손을 내밀었고 마치 그녀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듯했다.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그의 손을 잡았다.그의 손바닥은 차가웠지만 그 눈빛은 따스했다. 그의 눈을 마주한 유월영은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월영 씨, 한 가지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요?”유월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네, 말씀하세요.” 신연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들어준다고 했으니 됐어요. 무엇인지는 나중에 알려줄게요.”유월영은 맞잡은 두 손을 바라보았다. 오늘 일이 아니더라도 유월영은 그가 무엇을 원하든 간에 어떤 요구든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신연우는 방금 그녀의 목숨까지 구해줬다.막 수술을 마친 신연우는 아직 기력을 채 회복하지 못했다. 깨어난 후 죽을 한 그릇 먹은 신연우는 약까지 먹고 나니 또다시 졸음이 몰려왔다.유월영은 밤늦게까지 신연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한세인이 다가와 조용히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신현우 대표가 도착했습니다.”병실에서 나온 유월영은 복도에서 신연우의 큰형 신현우와 둘째 형 신연준과 마주쳤다.신연준과 처음 만난 유월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지만 신연준은 무시하고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그는 신연우의 부상 상황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신현우가 유월영에게 물었다.“사고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였나요?”유월영이 솔직히 말했다.“누군가 꾸민 짓이에요.”신현우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고 대표님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