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호도 주변 행인들이 구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일이 너무 커지게 하고 싶지 않아 왕성재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성재 형, 빨리 저 자식의 손과 발을 부러뜨려! 누가 저 새끼의 한쪽 팔을 부러뜨리면 내가 2,000만 원을 주겠어!”2,000만 원, 서울시에서 보통 사람의 3년 치 월급이었다!그래서 건달들은 포상금이 2,000만 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모두 눈이 빨개져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왕성재는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이 새끼야, 우리는 진수 형님의 동생들이야, 네가 똑똑하다면 우리 말을 듣고 순순히 손과 발을 들이대면 이 일은 원만하게 끝낼 수 있어! 하지만 네가 반항한다면 우리 천조 그룹은 너희 집안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릴 거야!”진서준은 왕성재 이 사람들이 천조 그룹의 사람임을 알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도진수한테 전화를 걸었다.“인마, 아직도 사람을 부르고 싶어? 그래, 내가 기회를 주지!”왕성재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 누가 천조 그룹의 이름을 듣고서도 진서준을 도울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전화는 곧 도진수에게 연결되었다.“진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네 부하들이 날 때리려고 해, 직접 얘기해.”말을 마친 진서준은 직접 핸드폰을 왕성재에게 던졌다.왕성재는 의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여보세요?”“나 도진수야, 너 누구야? 감히 진 선생님께 손을 대? 씨X 죽고 싶어?”이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왕성재의 머리에는 번개가 번쩍이는 것 같았다.“진... 진수 형님, 왕성재입니다.”“왕성재, 너 씨X 대단해, 감히 진 선생님을 건드려? 내가 네 껍질을 벗겨 버리겠어!”핸드폰 저쪽에서 도진수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진수 형님, 제가 잘못했어요, 지금 바로 진 선생님께 사과할게요.”“진 선생님이 널 용서하지 않으신다면, 넌 바로 무덤 살 준비부터 해!”전화를 끊은 후, 왕성재는 손에 핸드폰을 들고 공손하게 진서준 앞에 다가와 무릎을 꿇고 사과하려 했다.
왕은희의 말을 들은 은지용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회사의 제일 큰 주주 교체에 대해서 은지용은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고, 이혁진으로부터 어떠한 제시도 받은 적이 없었다.“그놈이 어떤 신분인지 알아?”은지용이 물었다.왕은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가 그저 벼락부자인 것 같아요!”진서준이 전화 한 통으로 왕성재를 떠나게 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일을 말하면 은지용이 두려워서 복수를 하지 않을까 봐였다.“내 아들을 때리다니, 이 일은 절대로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은지용은 즉시 은씨 가문에 모든 경호원들을 소집한 후, 회사에 가서 진서준을 골탕 먹이려 했다.한편, 어젯밤에 진서준한테 혼났던 재벌 2세 강호걸은 이미 진서준의 정보를 얻었다.“감옥에서 갓 나온 쓰레기 하나가 낙산컴퍼니의 최대 주주가 되다니.”강호걸은 조금 놀랐다. 게다가 이 회사는 어제 막 주식 양도를 완료했다.하지만 잠시 후, 강호걸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네가 어떤 사람이든, 나를 때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해!”강호걸이 핸드폰을 꺼내 자기 집안에서 운영하는 무관의 관장에게 전화했다. 그는 관장을 시켜 모든 코치와 학생들을 데리고 낙산컴퍼니에 가서 소란을 피우도록 명령했다!이어 강호걸은 아직 침대에서 자는 왕나연을 깨웠다.“일어나, 나 같이 복수하러 가자!”왕나연은 복수하러 간다는 말에 즉시 일어나 옷을 입었다.강호걸과 왕나연이 낙산컴퍼니 문 앞에 왔을 때, 강씨 집안에서 운영하는 무관의 사람들은 이미 도착했다.대략 서른 명의 신체 건장한 사람들이 주씨 무관의 도복을 입고 있었다.그중에서도 매부리코를 가진 중년 남자가 가장 눈에 띄었다.몸에 근육이 많지 않지만, 그의 기질은 사람을 두렵게 했다.이 사람 이름은 주국성이 였고, 강호걸 가문의 많은 무관 관주 중의 한 명이었다.젊었을 때 군대에 다녀왔고 신체 조건이 뛰어났다. 킥복싱 9급, 태권도 검은띠, 손으로 쉽게 10센티미터 두께의 널빤지를 쪼갤 수 있었
“오해야, 오해!”상대방이 진서준이 부른 사람이 아닌 것을 보자 은지용은 재빨리 언성을 높였다.“오해는 개뿔,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고 있네! 오늘에 진서준 그 새끼를 데려오지 않으면 네 회사를 부숴버릴 거야! 그리고 네 다리도 부러뜨리겠어!”강호걸이 큰 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은지용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보게 젊은이, 진짜 오해야, 나도 진서준을 찾으러 왔어! 그 새끼가 방금 내 아들을 때렸어, 내 아들은 지금 병원에 누워있단 말이야!”은지용의 말을 들은 강호걸이 이마를 찌푸렸다.“정말이야?”“확실해, 나와 진서준 사이에는 깊은 원한이 있어!”은지용은 강호걸이 자기 말을 믿자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젊은이, 우리도 인연인 셈이니 어서 나를 풀어주게나. 이따 진서준이 오면 우리가 힘을 합쳐서 그 자식을 혼내 주자고.”강호걸은 잠시 생각하더니 은지용의 얼굴에 밟았던 발을 떼었다.“내가 일단 한번 믿지, 네가 감히 날 속인 거라면 넌 오늘 진서준보다 더 비참하게 될 거야!”은지용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야.”은지용과 강호걸이 손을 잡은 것을 본 양소빈은 진서준이 걱정되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진서준에게 여기로 오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강호걸이 핸드폰을 빼앗아 갔다.“뭐 하는 거야! 진서준 그 새끼한테 문자 보내려고?”강호걸은 양소빈을 바라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진서준이 오지 않으면 널 데리고 갈 거야!”“네가 감히? 난 허씨 집안의 사람이야!”양소빈이 언성을 높여 말했다.“네가 누구 집안이든 나랑 뭔 상관이야? 진서준이 10분 이내에 오지 않으면 오늘 너를 내 여자로 만들겠어!”강호걸이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회사 직원들은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방금 은지용이 강호걸에게 호되게 맞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은지용이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고 양소빈 앞으로 다가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바로 진
도진수와 강성철 두 거물이 동시에 진서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강호걸과 은지용은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진서준이 땅위에 누워있는 강호걸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어디 사람을 더 불러보겠어? 네가 내 두 손을 부러뜨리겠다 하지 않았어? 지금 왜 말을 안 해?”진서준이 매서운 두 눈으로 강호걸을 지켜보고 있자 강호걸은 등골이 오싹해졌다.도진수와 강성철, 그는 이 두 사람을 누구도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진서준에게 굽신거렸으니, 진서준을 더더욱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강호걸은 감옥살이하던 진서준이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해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진 선생님의 두 손을 부러뜨린다고? 너 정말 죽고 싶어!”도진수는 고개를 돌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눈빛으로 강호걸을 쏘아보고 있었다.“도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강호걸은 도진수가 말하지 않자 이내 자기 아버지 이름을 꺼내며 말했다.“제 아버지는 강옥산이에요. 용행 무관이 바로 우리 집 거예요.”강옥산과 용행 무관이라는 이름을 들은 도진수가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강성철은 진서준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선생님, 서울시에 무술 협회 조직이 있는데 서울시에 모든 무관이 무술 협회에 소속되어 있어요. 강옥산이라고 하는 사람이 바로 협회 부회장이에요. 실력이 꽤 있는 편이에요.”강성철과 도진수 두 사람의 부하를 합치면 800여 명이었다.하지만 서울시 무술 협회의 사람은 1,500여 명이었다.무술 협회의 사람들은 싸우면 목숨이 오가는 정도가 아니지만 사람 인수는 확실히 많았다.만약에 강옥산이 자기 아들을 위해 복수하려고 한다면 도진수와 강성철은 이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었다.강호걸은 도진수와 강성철의 반응을 보자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도 선생님, 강 선생님, 제가 정말 진 선생님의 신분을 몰랐어요. 만약에 진 선생님의 신분을 알았다면 제가 아무리
주국성은 강호걸을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전화로 강옥산에게 강호걸의 한쪽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을 알려줬다.핸드폰 너머의 강옥산은 그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병원으로 찾아왔다.“아버지, 저를 위해 복수 해주세요! 진서준 그 개자식이 제 팔을 부러뜨렸어요!”강옥산의 얼굴은 차갑고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진서준이라는 사람은 누구야? 그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도 몰라?”“알아요. 제가 이미 아버지 신분을 알려줬어요. 하지만 진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화가 난 강호걸은 이를 갈며 말했다.“게다가 그 자식이 우리 무술 협회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쓰레기라고 욕했어요. 만약에 아버지가 그 자식을 괴롭힌다면, 그는 무술 협회를 해산시킨다고 했어요!”강호걸은 없던 말을 보태며 말했다.강옥산이 이 말을 듣자, 화가 나서 주먹으로 병원의 벽을 쾅 하고 쳤다.그러자 벽에 3센티미터 정도 깊이의 주먹 자국이 생겼고 그 주위에는 거미줄 같은 금이 나타났다.“아버지, 그 자식은 강성철, 도진수와 아는 사이예요.”강호걸이 또 한 번 말을 꺼내자 강옥산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두 건달뿐이야. 감히 이번 일에 끼어들면 내가 무술 협회를 데리고 두 집안을 전부 없애버리겠어! 국성아, 진서준이라는 사람에게 도전장을 보내. 오늘 밤 용행 무관으로 오라고 해.”주국성은 이 말을 듣고 즉시 가서 도전장을 준비했다.강옥산은 자기 실력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다.그는 공식적인 장소에서 정정당당하게 진서준을 없애버리려 했다!이때 진서준은 강옥산이 자신에게 손을 쓰려고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이 알고 있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진서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연아 회사의 문 앞에 도착했다.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던 이지연은 진서준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서 길을 안내했다.“진 선생님, 저를 따라오세요.”그날 저녁 만찬에서 진서준의 뛰어난 솜씨를 본 이지연은 더 이상 진서준을 얕잡아 보
이지연이 휴게실 밖에서 공규석을 잡아 끌어당기며 그가 휴게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규석 씨, 김 회장님께서 안에서 쉬고 계십니다. 들어가지 마세요!”이지연의 말을 듣자 공규석의 눈에는 빛이 돌았다.그는 김연아를 좋아한다며 뒤쫓아 다닌 지 이미 반년 정도 되었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김연아의 손을 잡기는커녕 그녀를 만나지도 못했다.김연아가 지금 안에서 쉬고 있다니 아마 옷도 벗고 있었을 것이다.공규석은 만약에 강하게 나온다면 김연아와 뜻밖의 수확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비켜! 난 일이 있어 연아를 찾아야 해!”공규석이 이지연을 확 밀어버리자, 이지연은 똑바로 서지 못해서 몸을 비틀거리다가 땅에 주저앉았다.이때 휴게실의 문이 열렸고 진서준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낯선 남자가 김연아의 휴게실에서 나오는 것을 본 공규석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공규석도 아직 이 휴게실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이 개자식 너 누구야? 왜 연아의 휴게실에 있어?”바닥에 앉아있는 이지연을 본 진서준은 공규석을 못 본 체하고 빠른 걸음으로 이지연 곁으로 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고마워요.”이지연이 고맙다는 듯이 말하자 진서준이 물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전 괜찮아요.”진서준이 자기를 무시하자 공규석은 더 화가 나서 진서준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공규석은 키가 훤칠했고 평소에 헬스를 많이 해서 힘이 약하지 않았다.공규석이 보기에는 자기 주먹 한 방이면 눈앞에 이 주제를 모르는 자식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야 이 자식아! 내가 지금 너랑 말하고 있잖아. 안 들려?”이지연이 이 상황을 보자 큰 소리로 말했다.“서준 씨, 조심해요!”“죽을래!”진서준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이였고 그는 공규석의 주먹을 손에 쥐었다.공규석의 얼굴색이 급하게 변했다. 그는 자기 주먹이 무집게에 잡힌 것처럼 느껴져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일 수 없었다.우두둑!잠시 후 진서준이 손바닥에 살짝 힘을 주자 공규석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온몸에 식
진서준의 말에 공규석은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정확히 420억 원을 주고 산 처방이야! 너 같은 어린놈이 무엇을 알겠어!”공규석은 실제로 420억 원을 주고 해외에서 이 처방을 샀다.그러나 그도 실제로 사기를 당했다. 이러한 처방은 현재 인기 있는 주요 화장품 제품의 핵심 부분을 결합한 것일 뿐이었다.김연아는 오히려 진서준의 말을 믿고 그 처방을 들고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녀는 사용된 재료 중 몇 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우리 회사의 스킨케어 제품의 주요 처방이에요.”김연아가 이렇게 말하니 공규석은 완전히 멍해졌다.“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 없어! 너희 둘이 지금 날 속이고 있는 거겠지!”공규석은 절대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무리 돈이 많은 집안이라 해도 420억 원을 주고 종이 한 장을 살 수는 없었다.심지어 공규석이 쓴 420억 원 중 절반은 고리대금으로 빌린 것이었다!공규석은 원래 이 처방으로 큰돈을 벌려고 했다!“못 믿겠으면 됐어. 직접 가져가서 공씨 집안의 회사에 해보라고 해.”김연아는 이렇게 말하면서 처방이 씌어있는 종이를 공규석에게 던졌다.공규석은 재빨리 처방을 주워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다.“너희 둘을 죽여버릴 거야!”진서준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경멸의 눈빛으로 공규석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그때가 보지 뭐. 네가 어떻게 우리를 죽이는지.”공규석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말했다.“우리 아버지는 진 마스터를 아셔! 진 마스터는 이승재도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분이야! 진 마스터께서 손가락 하나면 너희 둘을 죽일 수 있어!”공규석의 말을 듣자 진서준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고 김연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보아하니 공규석은 그날 저녁의 연회에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도 이렇게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공교롭게도 나도 진씨인데, 네가 말한 그 진 마스터가 내가 아니겠지?”진서준은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공찬우가 공규석의 앞에 서있었기에 공규석은 자기 아버지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이놈아, 지금 우리 아버지가 오셨어. 네가 살고 싶다면 무릎을 꿇고 나한테 세 번 절하면서 개처럼 짖어 봐. 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널 놓아줄지도 몰라! 그리고 네 이 빌어먹은 년! 감히 나 몰래 딴 남자를 찾다니!”공규석은 김연아를 째려보더니 말했다.“이따가 너를 내 여자로 만들겠어! 예전에 그 도도함을 다 없애주고 내 가랑이 사이에 무릎 꿇게 할 거야!”공규석이 이렇게 말하자 공찬우은 몸이 떨렸다.발바닥으로부터 뼈저린 한기가 올라와서 그로 하여금 마치 얼음 굴에 빠져든 느낌이 들었다.자기의 아들이 감히 진 마스터를 건드렸다니!게다가 감히 진 마스터를 욕했다!“염치없는 녀석!”공찬우가 갑자기 머리를 돌려서 공규석의 뺨을 때리자, 공규석은 땅에 넘어졌다.갑작스럽게 뺨을 맞은 공규석은 멍해졌다.“아버지, 왜 저를 때려요? 저 자식들이 저를 괴롭혔어요!”그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제 아비를 놀리는 이 불효자식은 쳐 죽여야 해!”공찬우가 공규석에게 주먹질하고 발로 차자 공규석은 비명을 질렀다.진서준은 담담하게 공씨 부자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만약 황보식 집안에서 진서준을 위해 연회를 베풀지 않았다면 공찬우는 지금 이미 진서준에게 손을 댔을 거고 지금처럼 오히려 자기 아들을 혼내지 않았을 것이다.공찬우는 자신이 힘들어서 더 이상 손을 들 수 없을 때까지 공규석을 때렸다.땅에 드러누워 있는 공규석은 비참하게 맞을 대로 맞았다.원래 진서준에게 한쪽 손이 부러졌는데 지금은 또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다.공규석은 아버지가 미웠다.“왜 저를 때려요? 왜?”공규석이 억울해하며 분노에 찬 큰 소리로 외치자 공찬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아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성큼성큼 진서준에게로 다가갔다.공규석은 차가운 시선으로 공찬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공찬우가 거의 진서준에게로 다가갔을 때 그는 갑자기 허리를 90도 굽히면서 진서준에게 인사를 했다.“진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