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와 강성철 두 거물이 동시에 진서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강호걸과 은지용은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진서준이 땅위에 누워있는 강호걸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어디 사람을 더 불러보겠어? 네가 내 두 손을 부러뜨리겠다 하지 않았어? 지금 왜 말을 안 해?”진서준이 매서운 두 눈으로 강호걸을 지켜보고 있자 강호걸은 등골이 오싹해졌다.도진수와 강성철, 그는 이 두 사람을 누구도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진서준에게 굽신거렸으니, 진서준을 더더욱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강호걸은 감옥살이하던 진서준이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해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진 선생님의 두 손을 부러뜨린다고? 너 정말 죽고 싶어!”도진수는 고개를 돌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눈빛으로 강호걸을 쏘아보고 있었다.“도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강호걸은 도진수가 말하지 않자 이내 자기 아버지 이름을 꺼내며 말했다.“제 아버지는 강옥산이에요. 용행 무관이 바로 우리 집 거예요.”강옥산과 용행 무관이라는 이름을 들은 도진수가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강성철은 진서준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선생님, 서울시에 무술 협회 조직이 있는데 서울시에 모든 무관이 무술 협회에 소속되어 있어요. 강옥산이라고 하는 사람이 바로 협회 부회장이에요. 실력이 꽤 있는 편이에요.”강성철과 도진수 두 사람의 부하를 합치면 800여 명이었다.하지만 서울시 무술 협회의 사람은 1,500여 명이었다.무술 협회의 사람들은 싸우면 목숨이 오가는 정도가 아니지만 사람 인수는 확실히 많았다.만약에 강옥산이 자기 아들을 위해 복수하려고 한다면 도진수와 강성철은 이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었다.강호걸은 도진수와 강성철의 반응을 보자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도 선생님, 강 선생님, 제가 정말 진 선생님의 신분을 몰랐어요. 만약에 진 선생님의 신분을 알았다면 제가 아무리
주국성은 강호걸을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전화로 강옥산에게 강호걸의 한쪽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을 알려줬다.핸드폰 너머의 강옥산은 그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병원으로 찾아왔다.“아버지, 저를 위해 복수 해주세요! 진서준 그 개자식이 제 팔을 부러뜨렸어요!”강옥산의 얼굴은 차갑고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진서준이라는 사람은 누구야? 그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도 몰라?”“알아요. 제가 이미 아버지 신분을 알려줬어요. 하지만 진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화가 난 강호걸은 이를 갈며 말했다.“게다가 그 자식이 우리 무술 협회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쓰레기라고 욕했어요. 만약에 아버지가 그 자식을 괴롭힌다면, 그는 무술 협회를 해산시킨다고 했어요!”강호걸은 없던 말을 보태며 말했다.강옥산이 이 말을 듣자, 화가 나서 주먹으로 병원의 벽을 쾅 하고 쳤다.그러자 벽에 3센티미터 정도 깊이의 주먹 자국이 생겼고 그 주위에는 거미줄 같은 금이 나타났다.“아버지, 그 자식은 강성철, 도진수와 아는 사이예요.”강호걸이 또 한 번 말을 꺼내자 강옥산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두 건달뿐이야. 감히 이번 일에 끼어들면 내가 무술 협회를 데리고 두 집안을 전부 없애버리겠어! 국성아, 진서준이라는 사람에게 도전장을 보내. 오늘 밤 용행 무관으로 오라고 해.”주국성은 이 말을 듣고 즉시 가서 도전장을 준비했다.강옥산은 자기 실력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다.그는 공식적인 장소에서 정정당당하게 진서준을 없애버리려 했다!이때 진서준은 강옥산이 자신에게 손을 쓰려고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이 알고 있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진서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연아 회사의 문 앞에 도착했다.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던 이지연은 진서준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서 길을 안내했다.“진 선생님, 저를 따라오세요.”그날 저녁 만찬에서 진서준의 뛰어난 솜씨를 본 이지연은 더 이상 진서준을 얕잡아 보
이지연이 휴게실 밖에서 공규석을 잡아 끌어당기며 그가 휴게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규석 씨, 김 회장님께서 안에서 쉬고 계십니다. 들어가지 마세요!”이지연의 말을 듣자 공규석의 눈에는 빛이 돌았다.그는 김연아를 좋아한다며 뒤쫓아 다닌 지 이미 반년 정도 되었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김연아의 손을 잡기는커녕 그녀를 만나지도 못했다.김연아가 지금 안에서 쉬고 있다니 아마 옷도 벗고 있었을 것이다.공규석은 만약에 강하게 나온다면 김연아와 뜻밖의 수확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비켜! 난 일이 있어 연아를 찾아야 해!”공규석이 이지연을 확 밀어버리자, 이지연은 똑바로 서지 못해서 몸을 비틀거리다가 땅에 주저앉았다.이때 휴게실의 문이 열렸고 진서준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낯선 남자가 김연아의 휴게실에서 나오는 것을 본 공규석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공규석도 아직 이 휴게실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이 개자식 너 누구야? 왜 연아의 휴게실에 있어?”바닥에 앉아있는 이지연을 본 진서준은 공규석을 못 본 체하고 빠른 걸음으로 이지연 곁으로 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고마워요.”이지연이 고맙다는 듯이 말하자 진서준이 물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전 괜찮아요.”진서준이 자기를 무시하자 공규석은 더 화가 나서 진서준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공규석은 키가 훤칠했고 평소에 헬스를 많이 해서 힘이 약하지 않았다.공규석이 보기에는 자기 주먹 한 방이면 눈앞에 이 주제를 모르는 자식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야 이 자식아! 내가 지금 너랑 말하고 있잖아. 안 들려?”이지연이 이 상황을 보자 큰 소리로 말했다.“서준 씨, 조심해요!”“죽을래!”진서준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이였고 그는 공규석의 주먹을 손에 쥐었다.공규석의 얼굴색이 급하게 변했다. 그는 자기 주먹이 무집게에 잡힌 것처럼 느껴져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일 수 없었다.우두둑!잠시 후 진서준이 손바닥에 살짝 힘을 주자 공규석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온몸에 식
진서준의 말에 공규석은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정확히 420억 원을 주고 산 처방이야! 너 같은 어린놈이 무엇을 알겠어!”공규석은 실제로 420억 원을 주고 해외에서 이 처방을 샀다.그러나 그도 실제로 사기를 당했다. 이러한 처방은 현재 인기 있는 주요 화장품 제품의 핵심 부분을 결합한 것일 뿐이었다.김연아는 오히려 진서준의 말을 믿고 그 처방을 들고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녀는 사용된 재료 중 몇 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우리 회사의 스킨케어 제품의 주요 처방이에요.”김연아가 이렇게 말하니 공규석은 완전히 멍해졌다.“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 없어! 너희 둘이 지금 날 속이고 있는 거겠지!”공규석은 절대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무리 돈이 많은 집안이라 해도 420억 원을 주고 종이 한 장을 살 수는 없었다.심지어 공규석이 쓴 420억 원 중 절반은 고리대금으로 빌린 것이었다!공규석은 원래 이 처방으로 큰돈을 벌려고 했다!“못 믿겠으면 됐어. 직접 가져가서 공씨 집안의 회사에 해보라고 해.”김연아는 이렇게 말하면서 처방이 씌어있는 종이를 공규석에게 던졌다.공규석은 재빨리 처방을 주워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다.“너희 둘을 죽여버릴 거야!”진서준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경멸의 눈빛으로 공규석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그때가 보지 뭐. 네가 어떻게 우리를 죽이는지.”공규석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말했다.“우리 아버지는 진 마스터를 아셔! 진 마스터는 이승재도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분이야! 진 마스터께서 손가락 하나면 너희 둘을 죽일 수 있어!”공규석의 말을 듣자 진서준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고 김연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보아하니 공규석은 그날 저녁의 연회에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도 이렇게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공교롭게도 나도 진씨인데, 네가 말한 그 진 마스터가 내가 아니겠지?”진서준은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공찬우가 공규석의 앞에 서있었기에 공규석은 자기 아버지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이놈아, 지금 우리 아버지가 오셨어. 네가 살고 싶다면 무릎을 꿇고 나한테 세 번 절하면서 개처럼 짖어 봐. 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널 놓아줄지도 몰라! 그리고 네 이 빌어먹은 년! 감히 나 몰래 딴 남자를 찾다니!”공규석은 김연아를 째려보더니 말했다.“이따가 너를 내 여자로 만들겠어! 예전에 그 도도함을 다 없애주고 내 가랑이 사이에 무릎 꿇게 할 거야!”공규석이 이렇게 말하자 공찬우은 몸이 떨렸다.발바닥으로부터 뼈저린 한기가 올라와서 그로 하여금 마치 얼음 굴에 빠져든 느낌이 들었다.자기의 아들이 감히 진 마스터를 건드렸다니!게다가 감히 진 마스터를 욕했다!“염치없는 녀석!”공찬우가 갑자기 머리를 돌려서 공규석의 뺨을 때리자, 공규석은 땅에 넘어졌다.갑작스럽게 뺨을 맞은 공규석은 멍해졌다.“아버지, 왜 저를 때려요? 저 자식들이 저를 괴롭혔어요!”그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제 아비를 놀리는 이 불효자식은 쳐 죽여야 해!”공찬우가 공규석에게 주먹질하고 발로 차자 공규석은 비명을 질렀다.진서준은 담담하게 공씨 부자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만약 황보식 집안에서 진서준을 위해 연회를 베풀지 않았다면 공찬우는 지금 이미 진서준에게 손을 댔을 거고 지금처럼 오히려 자기 아들을 혼내지 않았을 것이다.공찬우는 자신이 힘들어서 더 이상 손을 들 수 없을 때까지 공규석을 때렸다.땅에 드러누워 있는 공규석은 비참하게 맞을 대로 맞았다.원래 진서준에게 한쪽 손이 부러졌는데 지금은 또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다.공규석은 아버지가 미웠다.“왜 저를 때려요? 왜?”공규석이 억울해하며 분노에 찬 큰 소리로 외치자 공찬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아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성큼성큼 진서준에게로 다가갔다.공규석은 차가운 시선으로 공찬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공찬우가 거의 진서준에게로 다가갔을 때 그는 갑자기 허리를 90도 굽히면서 진서준에게 인사를 했다.“진
공규석 등 사람들이 떠나자, 김연아는 진서준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서준 씨, 제가 또 신세를 졌네요.”“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진서준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먼저 집에 돌아가겠어요. 며칠 후에 마지막으로 다시 침을 놓아드릴게요.”진서준이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김연아의 눈에는 서운함이 스쳤다.그녀는 진서준을 붙잡으려 했다.“함께 점심이라도 먹으면 안 될까요?”이 말을 하자 김연아도 자신이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예전의 그녀는 남자들과 절대 주동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뜻밖에도 진서준과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그럼, 다음에 같이 식사하시죠. 오늘 점심에는 집에 돌아가기로 어머니와 약속했어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어요.”김연아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참, 제 친구도 몸이 아픈데 혹시 치료해 주실 수 있나요?”“물론이죠. 제가 오후에 시간이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럼, 오후에 다시 전화할게요!”오후에 진서준을 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김연아는 살짝 기뻤다.진서준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진서라는 이미 점심밥을 다 해놓았다.“우리 집에 밥을 잘하는 동생이 있으니 정말 행복하네!”진서준이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식사 중에 진서준이 물었다.“오늘 운전 연습하러 갔는데, 어땠어?”진서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았어.”하지만 진서준은 진서라의 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밥을 먹은 후 진서준은 진서라와 함께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있었다.“서라야, 혹시 무슨 일이 있었어?”“아니야.”진서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넌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야. 아까 네 표정을 다 보았어.”진서준은 진지하게 진서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오빠한테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진서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뭐 큰일도 아니야. 그냥 어떤 남자가 계속 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어.”“다
진서준이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말을 듣자, 조성우는 진서준이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조성우는 화가 나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한 번 더 묻겠어요. 의과대학 나온 거 맞아요?”“아니에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조성우는 상을 치며 일어나서 진서준을 노려보고 있었다.“그거 아세요? 제멋대로 의사 놀이를 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과도 같다는걸!”김연아는 표정이 바뀌었고 조성우가 일을 망칠 것만 같았다.“성우 오빠, 지유 언니. 진정하세요. 저 김연아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세요?”조성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자기 입으로 의과대학 나온 사람이 아니라는데,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한지유도 꾸짖는 말투로 말했다.“연아야. 너무 신중하지 못했어. 아마 너도 이 사람한테 속은 것 같아.”조성우, 한지유 부부는 김연아와 매우 친하게 지내던 사이었다.그들이 지금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김연아가 방금 진서준의 의술이 훌륭하다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기대에 잔뜩 차서 왔지만 지금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은 화를 안 낼 수 없었다.진서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조 사장님 맞으시죠? 사장님은 요즘 식욕이 없고 기운이 없어요. 매일 밤에 잠을 못 자고 꿈이 많아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고요. 그리고 술을 마실 때마다 치질이 재발해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고통에 시달리지요.”조성우는 살짝 놀라서 멍해 있었다. 두 부부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서 진서준을 향해 물었다.“어떻게 아셨어요?”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한지유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사모님은 월경장애를 겪고 있고 복부가 자주 붓는 걸 봐서는 이건 난소암의 전증이에요. 그리고 그 외에도 가슴이 답답하고, 요즘에는 사소한 일로 남에게 화를 많이 낸 적이 있지요.”조성우 부부는 완전히 멍해졌다.진서준이 방금 말한 병세는 그저께 병원에 가서 진찰받은 결과였다.당시 진료를 본 의사 외에 다른 사람은 알 리가 없었다.
진서준은 BMW 자동차 대리점 문 앞에 왔다.가게 안의 판매원이 진서준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를 맞이하러 다가갔다.이때 한 남자 판매원이 경멸의 어조로 말했다.“걸어서 여기까지 온 저 사람이 입은 옷 좀 봐봐, 딱 봐도 BMW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보아하니 그냥 와이파이나 에어컨을 공짜로 쓰러 온 사람이잖아! 상대도 하지 마!”BMW 차는 비교적 고급 차인 셈이었고 가장 싼 차 한 대도 4,000만 원 이상이었다.그래서 이런 종류의 차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거의 부자였다.남자 판매원의 말을 듣고 진서준을 접대하러 가려던 판매원도 잠시 진서준이 입고 있는 옷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진서준의 옷차림이 정말 별로인 것을 보자 판매원은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진서준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혼자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한참을 둘러본 후, 진서준은 전에 보았던 BMW8 시리즈가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남자 판매원에게 물었다.“이 BMW8 시리즈, 새 차가 있어요? 있으면 지금 바로 살게요.”남자 판매원은 바보처럼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이 차가 얼마인지 알아요? 혹시 뒤에 붙은 숫자 0을 잘못 본 거 아니에요?”남자 판매원의 말투에 약간의 경멸이 담긴 것을 보고 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젤 비싼 차가 2억 4천만 원이잖아요. 제가 똑똑히 보았어요!”그러자 남자 판매원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똑똑히 보았다면 더 이상 허튼소리 치지 마세요. 2억 4천만 원이 되는 차를 살 수 있어요? 만약 당신이 정말 살 돈이 있다면 먼저 지금 입고 있는 옷부터 갈아입고 여기 와서 부자 놀이 해요!”진서준은 자기가 또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판매원을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옷차림은 어느 정도 한 사람의 경제력을 보여줄 수는 있었지만, 부자면 꼭 화려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규정한 사람은 없었다.“여기 판매원들은 손님들한테 이렇게 대해요? 컴플레인 당하면 어찌하려고!”판매원은 진서준이 컴플레
“그렇죠. 하지만 놈들이 숨어버렸습니다. 설마 위치를 찾아냈다는 겁니까?”그 말에 진서준이 흥미를 보였다.“당연하지. 우리 전신전의 사람 찾는 기술은 최고야.”성미영이 자랑스럽게 말했다.대한민국 군부의 정점에 있는 조직 전신전은 전투력뿐만 아니라 정보 수집 능력 또한 최고 수준이었다.며칠간의 추적 끝에 전신전은 드디어 개조인들의 은신처를 정확히 파악했고 심지어 연구소의 위치까지도 밝혀냈다.이제 남은 건 놈들을 한꺼번에 소탕하는 일뿐이었다.“오늘 밤 바로 작전을 개시할 겁니다. 그때 진서준 씨도 협력해 주길 부탁드립니다.”용홍권의 말에 진서준이 시원하게 대답했다.“문제없습니다. 용 사령관님께서 시간과 장소를 보내주시면 제가 꼭 맞춰 가겠습니다.”진서준은 국안부 소속으로서 이 개조인들을 처리할 책임이 있었다.놈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를 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는 존재였다.최선의 해결책은 개조인들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뿐이었다.“감사합니다, 진서준 씨. 그럼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용홍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그때, 성미영이 절친을 향해 신신당부했다.“지은아, 너 저 사람한테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나중에 다치는 건 너뿐일 거라고.”“알았어, 알았으니까 얼른 가서 일 봐.”서지은의 대수롭지 않아 하는 태도에 성미영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용홍권 일행이 떠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김태영 그 자식은 어디 갔지?”진서준은 아까 링에서 리앙 곁에 앉아 있던 김태영을 이미 눈여겨봤다.그리고 이제 김태영이 리앙의 충실한 개가 된 걸 확신했다.“몰라.”김연아가 고개를 저었다.김연아는 온 신경을 진서준에게 집중하느라 김태영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김태영이 리앙에게 붙어 다닌 걸 삼촌도 알고 있었을까?”김혜민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김태영은 김형산의 아들인데 대놓고 진씨 가문 이익을 해치는 일을 저지른 걸 보면 김형산이
그 시각, 초아국은 깊은 밤이었다.리앙의 아버지는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무슨 일이야, 자기야?”옆에 누워 있던 애인이 월런의 거친 움직임에 잠에서 깼다.월런이 또 원할 줄 알고 손을 뻗어 만지려 하자 월런은 애인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꺼져, 이년아!”따귀를 맞은 애인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초아국의 4대 최강 세력 중 하나를 이끄는 월런은 지금까지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누구에게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그런 월런에게 감히 대적할 자는 없었고 그의 아들을 해칠 자는 더욱 없었다.그런데 이제 월런의 아들이 협력을 구하러 대한민국에 갔다가 거기서 살해당한 것이다.“누구야? 누가 내 아들을 죽였어?”월런의 눈이 붉게 충혈되며 울부짖었다.“대한민국의 청년인데 이름은 진서준입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아담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진서준이라고? 그 자식을 내가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야, 내 아들이 죽었는데 넌 그동안 뭐 했어?”월런은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그놈이 제 단전을 파괴했습니다. 그래서 도련님이 살해당한 겁니다.”“뭐라고? 그 녀석이 네 단전을 파괴할 수도 있어?”월런은 경악과 분노가 뒤섞인 채 소리쳤다.아담은 차이더리스 가문에서 최상급 고수였고 그를 능가하는 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그런 아담의 단전이 파괴되었다는 건 상대가 최소한 아담과 동급이라는 뜻이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희가 대한민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내가 분명 그곳 강자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어?”월런은 분노를 누르며 억지로 이성을 되찾았다.“저희가 먼저 건드린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놈이 먼저 도련님을 때렸죠. 그래서 도련님이 그놈에게 결투장을 내밀었고 제가 나서서 싸웠는데 그놈이 비겁한 수를 써서 제 단전을 파괴한 겁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리앙 도련님이 암살을 당한 겁니다.”아담은 사실을 적당히 왜곡해 모든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어차피 월런에게 진실을 말해
김태영은 둘이 싸우는 걸 보고 급히 중재에 나섰다.“두 분 다 진정하세요. 실수 한 번으로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굳이 정정당당하게 싸울 필요 있습니까? 진서준 그놈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걸요. 방법은 얼마든지 있죠.”“닥쳐, 네가 뭐라고 감히 끼어들어?”리앙은 술병을 들어 김태영에게 내던졌다.김태영은 재빠르게 몸을 비켜 피했다.하지만 김태영의 말이 갑자기 아담의 뇌리를 스쳤다.사실 김태영의 말대로 진서준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수단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둘 다 쓸모없기 짝이 없구나. 고작 애송이 하나 죽이지 못해?”리앙은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이제 초아국에 돌아가면 넌 우리 차이더리스 가문에서 꺼져. 우리 집안은 쓸모없는 놈을 먹여 살리지 않아.”그 순간, 아담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고 순식간에 리앙의 목을 움켜쥐었다.“크헉!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리앙은 순간 당황하며 몸부림쳤다.“내가 지금까지 너희 집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더러운 일을 해왔는데, 네놈은 내 단전이 파괴됐다고 날 이렇게 내치겠다고?”아담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날 버리려 한다면 나도 그냥 당하고 있을 것 같아?”“씨X, 감히 날 죽일 수 있어? 우리 경호원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리앙은 겁에 질린 채 소리쳤다.하지만 별장 내 경호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놈들 전부 내가 직접 가르친 제자야. 네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거라 생각했나?”아담은 피식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개자식들이 감히 반역이라도 할 작정이야?”리앙이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아담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그 미소를 본 리앙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널 죽이고 네 아버지에게 네 죽음을 알리는 거야. 그럼 네 아버지는 직접 대군을 이끌고 와서 그 자식에게 복수하겠지.”아담은 천천히 엄청난 계획을 꺼내 들었다.“미쳤어? 네가 감히 그럴 수 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천의방 강자가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아담이 필살기도 꺼내지 못한 채 진서준에게 한 방에 끝장났다.이 엄청난 반전 앞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날 죽이겠다고? 네가 감히 그럴 용기나 있어?”아담은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진서준을 도발했다.“너 내가 누구인지 알고나 있어? 교회의 주교가 바로 내 스승이야. 날 죽이면 차이더리스 가문은 물론 교회에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담의 입에서 직접 교회 주교가 스승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어쩐지 아까 그 기술이 교회 성기사들과 비슷하더라니, 결국은 같은 종문이었군.”“교회는 건드리는 게 아니야. 12명의 성기사 전부가 천의방에 오른 절정 고수라는데.”“이런 놈을 적으로 돌리다니, 진 마스터님도 운이 너무 나쁜 거 아닌가?”관중석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수군댔다.“교회면 또 뭐 어쩌라고? 감히 대한민국에 들어오면 유골도 남기지 못할 거야.”그러나 진서준은 그저 담담하게 웃어넘겼다.이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성기사조차 안중에 없다고?이 정도면 겁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아예 광기에 가까운 자신감이었다.“너 입만 살아서 아주 신나게 떠드는구나. 어디 두고 보자.”아담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엥? 그냥 가버린다고?”리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담의 상사인 리앙 도련님을 그냥 놔두고 혼자 간다는 게 말이 돼?“어서 나도 데리고 나가.”리앙이 즉시 부하들에게 떠나자고 명령을 내렸다.아담이 이미 패배한 이상, 여기 남아 있어 봤자 망신살만 뻗칠 뿐이었다.“리앙 씨, 저도 같이 갑시다.”김태영 역시 눈치를 보며 재빨리 리앙을 뒤따랐다.그들의 초라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성미영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천의방 고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거기다 저 도망치는 꼴은 정말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진서준의 승리에 체육관에서는 환호성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진서준도 모른다.하지만 서방 교회의 성기사들이 수련하는 건 가짜 선법이었다.이 말인즉, 이 세계는 겉보기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었다.아담이 신을 강림시키려 하자 그의 몸에서 붉은빛이 퍼져 나왔고 하나의 빛나는 등불처럼 온몸이 발광했다.이를 본 진서준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드디어 아담의 필살기 심판의 검이 나오는군.”리앙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아담은 몇 년 전 교회에서 스승을 모시고 기술을 배운 적이 있지. 아담의 신에 대한 경건함은 결국 신의 응답을 끌어낼 수 있을 거야. 심판의 검은 같은 경지의 강자라고 해도 막을 수 없어. 저 자식이 이번에야마로 끝장이야.”무인들은 이런 광경을 처음 목격하는지라 모두가 입을 떡 벌린 채 경악했다.“세상에, 저게 무슨 기술이야? 온몸에 붉은 기운이 돌고 있잖아.”“설마 슈퍼 히어로 변신인가?”“교회 원탁 기사들이 기도를 올려 신의 응답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아담도 거기 출신인가 보네?”이때, 전례 없는 압박감이 모든 이들에게 드리웠고 거대한 산이 머리 위를 짓누르는 듯 숨조차 쉬기 어려워졌다.“저건 심판의 검이야. 전원 경기장을 당장 떠나!”류재훈이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심판의 검은 아담의 모든 힘을 담아낸 기술이었다.구급 대종사의 전력을 다한 일격이라면 이 체육관쯤은 쉽게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관중석에는 일반인도 많았기에 만약 체육관이 무너지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올 터였다.국안부의 몇몇 종사들이 즉시 사람들을 나누어 대피시키기 시작했다.“지은아, 어서 나가자.”성미영이 서지은의 손을 끌었다.“안 돼, 진서준이 아직 여기 있는 한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서지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멍청한 계집애. 저 자식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뭘 버티고 있어?”성미영이 분통을 터뜨렸다.“떠나고 싶으면 너 혼자 가. 난 안 가.”서지은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너!”결국 성미영은 포기하고 서지은의 곁에 남아 그녀를 지키기로 했
“패왕의 검이라고? 패배의 검이 아니고?”진서준이 비웃었다.“건방진 놈!”아담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소리쳤다.“내 검 아래 쓰러진 놈들도 전부 너처럼 거들먹거렸지. 하지만 내 검날이 그놈들 목을 베어내는 순간, 그놈들은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더구나. 지금 이 검으로 네 죗값을 치르게 해주마.”이 순간, 다수의 무인이 진서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검을 든 아담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아담은 대검을 다루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자였다.“저 자식이 전력을 다하려고 하네. 진 마스터가 과연 무사하게 피할 수 있을까?”“저렇게 덩치 큰 놈으로 작은 검을 괴롭히네. 역시 초아국 놈들은 양심도 없어.”“초아국 놈들과 도리를 따져봐야 피 흘리는 건 우리 쪽이지.”150킬로그램짜리 대검이 아담의 손에서 일반 사람이 밀짚을 흔들듯 너무나 가볍게 휘둘러졌다.아담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이라도 있어?”아담이 진서준을 건방지게 노려보며 비웃었고 그 시선은 이미 죽은 자를 바라보는 듯한 거만한 시선이었다.“쓸데없는 소리가 많네. 너야말로 유언 준비 안 했어?”진서준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그 도발적인 모습에 아담은 이성을 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아담은 대검을 높이 치켜들고 진서준에게 돌진했다.공기를 찢는 듯한 거대한 폭음이 아담의 대검에서 터져 나왔다.“파도 오격!”진서준 곁에 도착한 아담이 고함치며 검을 휘둘렀다.단 다섯 번의 검격이었지만 관중들이 보기에는 하늘을 뒤덮은 검의 잔영처럼 보였다.진서준을 완벽하게 가둬버린 살기 어린 검무의 엄청난 위압감이 관객석까지 전해졌다.심지어 링 바닥에도 거미줄 같은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이게 바로 천의방 고수의 실력인가?”“이번에는 진 마스터가 정말 위험하겠는데?”사람들이 경악하며 웅성거렸다.진서준도 이 공격을 가볍게 웃어넘길 생각은 없었다.진서준은 체내의 영력을 폭발적으로 끓
“개보다 더 비참하지. 나이가 많으면 어쩔 수 없지.”“초아국 천의방 고수도 별것 아니네.”관중석이 기름 끓는 가마솥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놀람, 충격, 그리고 환희가 동시에 폭발했다.이런 결말은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건강한 코끼리가 개미한테 가볍게 얻어맞고 쓰러진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었다.이 광경을 본 누구라도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을 것이다.“말도 안 돼, 이게 사실일 리 없어. 저 자식이 어떻게 아담을 이긴다는 거지? 아담은 우리 가문의 4대 고수 중 한 명이란 말이야.”리앙은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하지만 눈앞의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김태영도 멍하니 굳어버렸다.분명 천의방 고수가 당연히 승리한다고 했잖아?아담이 진서준을 이기지 못하면 자기가 진씨 가문 가주 자리에 앉을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는 거였다.“지금은 진 마스터님이 이길 확률이 60%로 올라갔네.”죽청 노인도 눈빛을 번뜩이며 진서준을 재평가했다.죽청 노인 둘이 힘을 합쳐도 아담을 이기기 쉽지 않은데 진서준은 단 한 방에 너무 쉽게 그를 날려버렸다.항상 도도하던 황예은도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리며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대단해, 진서준이 이겼네!”김혜민도 흥분하며 팔짝팔짝 뛰었다.지금 이 순간은 김혜민 자신이 승부에서 이긴 것보다 더 기뻐 보였다.“미영아, 봤지? 이게 바로 진서준의 실력이야.”서지은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랑했지만 성미영은 여전히 엄숙한 얼굴이었다.“이건 시작일 뿐이야. 승부가 끝나기 전까지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몰라.”“아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담이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얼굴이 피범벅이 된 아담은 아까보다 더욱 흉악해 보였다.미친 짐승처럼 이글거리는 아담의 눈빛을 본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이 개자식이 감히 날 날려버려?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아담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천의방 고수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단 한 방에 날아가다니, 오늘 겪은 수치가 평생 당한 모욕보다
아담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이렇게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이런 질긴 상대는 처음이었다.“네가 진짜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한 판 붙자.”아담의 얼굴은 새까맣게 굳어 있었다.“내가 지금 어떻게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거지?”진서준은 비웃으며 받아쳤다.“네가 날 공격하면 난 피하지도 못해? 어디서 그런 궤변을 널어놓고 있어?”관중석 무인들이 일제히 동조했다.“진 마스터 말씀이 맞아, 속도도 실력 중 하나야. 네가 느린 걸 누굴 탓해?”“그냥 계속 질질 끌어. 저 늙은 똥고집을 먼저 지치게 만들면 되잖아.”“역시 진 마스터는 영리하군. 적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하고 상대가 힘 빠질 때 반격하는 거지.”한 노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아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내가 정말 널 못 따라잡을 거라고 생각해? 방금까지는 그저 워밍업이었을 뿐이야. 지금부터 네놈과 내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지.”말이 끝나자마자 아담은 발을 구르고 순식간에 진서준에게 돌진했다.아담의 두 손이 움직이며 수많은 장영이 생겨나 진서준을 향해 몰아쳤다.빗발치듯 쏟아지는 장영이 진서준을 완전히 덮으며 피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이 압도적인 공격은 거의 막을 수 없다고 볼 정도였다.“이게 바로 아담의 필살기, 무영장인가?”류재훈이 벌떡 일어나며 미간을 찌푸렸다.“국안부 기록에 따르면 아담이 사용한 필살기는 오직 두 가지뿐. 하나는 무영장이고 다른 하나는 파도 검법이었지. 저 녀석은 과거 무영장을 사용해 초아국 화이트 하우스 최강자를 죽이고 홀연히 사라졌지.”하늘을 뒤덮은 장법을 보며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비록 링과 10미터 떨어진 관중석이었지만 다들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다음 순간, 저 무시무시한 장영에 관중들이 갈기갈기 찢길 것만 같았다.“잘했어! 아담이 드디어 전력을 다했네. 애송이야, 넌 이제 끝장이야.”이번엔 진서준이 반드시 죽을 거라 확신한 리앙이 링 아래에서 자신만만하게 외쳤다.“완벽해, 진서준만 죽으면 진씨 가문 가주 자리는 내 거
대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분위기는 한편으로 기울어졌다.리앙 같은 해외 이방인이 대한민국 땅에서 링에 올라와 대결하면서 감히 대한민국을 깔본다고?그럼 당연히 주먹뿐만이 아니라 말발까지도 완벽하게 이겨야 할 것이다.“이따가 너 피투성이 돼서 엉엉 울 때도 그렇게 잘 떠들 수 있을지 보자고.”말을 마친 아담이 먼저 움직였다.구급 대종사 아담의 실력은 말 그대로 괴물급이었다.속도는 음속에 육박했고 발을 한 번 구르자 강철처럼 단단한 링이 그대로 움푹 꺼졌다.다음 순간, 아담은 포탄처럼 튕겨 올랐고 천둥 같은 기세로 손을 들어 진서준을 향해 내리꽂혔다.선천 대종사가 내력을 밖으로 방출하는 순간이었다.구급 대종사는 지선과 거의 가까운 존재였고 그가 뿜어내는 강기에 휩싸인 일반인은 근처에만 있어도 죽을 정도였다.“미쳤다. 이게 천의방 고수의 실력인가? 너무 무시무시한데?”“저 공격 피할 수 있긴 해? 진 마스터님이 엄청 위험해 보이는데?”“큰일 났어, 아까 진 마스터님이 도발한 말 때문에 저놈이 미쳐 날뛰는 것 같은데?”아담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관중석 관객들은 다들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성미영이 머리를 저으며 한탄했다.“그러니까 아까부터 부전주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저 녀석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무리했죠.”“진서준은 괜찮을 거예요.”김연아의 표정과 말투는 전부 단호했다.그러나 꽉 쥔 두 주먹은 미세하게 떨렸다.사실 김연아도 살짝 걱정되긴 했다.그 어마어마한 기세의 주먹을 보면서도 진서준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그리고 발끝을 살짝 굴리는 순간 진서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응? 공격을 피했어?”진서준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엄청난 일격을 흘려버린 모습에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도망치는 건 좀 빠르군. 하지만 과연 몇 번이나 피할 수 있을까?”아담이 냉랭하게 웃으며 연달아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주먹을 내지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기세는 더 사나워졌다.그러나 아무리 주먹을 날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