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BMW 자동차 대리점 문 앞에 왔다.가게 안의 판매원이 진서준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를 맞이하러 다가갔다.이때 한 남자 판매원이 경멸의 어조로 말했다.“걸어서 여기까지 온 저 사람이 입은 옷 좀 봐봐, 딱 봐도 BMW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보아하니 그냥 와이파이나 에어컨을 공짜로 쓰러 온 사람이잖아! 상대도 하지 마!”BMW 차는 비교적 고급 차인 셈이었고 가장 싼 차 한 대도 4,000만 원 이상이었다.그래서 이런 종류의 차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거의 부자였다.남자 판매원의 말을 듣고 진서준을 접대하러 가려던 판매원도 잠시 진서준이 입고 있는 옷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진서준의 옷차림이 정말 별로인 것을 보자 판매원은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진서준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혼자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한참을 둘러본 후, 진서준은 전에 보았던 BMW8 시리즈가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남자 판매원에게 물었다.“이 BMW8 시리즈, 새 차가 있어요? 있으면 지금 바로 살게요.”남자 판매원은 바보처럼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이 차가 얼마인지 알아요? 혹시 뒤에 붙은 숫자 0을 잘못 본 거 아니에요?”남자 판매원의 말투에 약간의 경멸이 담긴 것을 보고 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젤 비싼 차가 2억 4천만 원이잖아요. 제가 똑똑히 보았어요!”그러자 남자 판매원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똑똑히 보았다면 더 이상 허튼소리 치지 마세요. 2억 4천만 원이 되는 차를 살 수 있어요? 만약 당신이 정말 살 돈이 있다면 먼저 지금 입고 있는 옷부터 갈아입고 여기 와서 부자 놀이 해요!”진서준은 자기가 또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판매원을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옷차림은 어느 정도 한 사람의 경제력을 보여줄 수는 있었지만, 부자면 꼭 화려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규정한 사람은 없었다.“여기 판매원들은 손님들한테 이렇게 대해요? 컴플레인 당하면 어찌하려고!”판매원은 진서준이 컴플레
조성우도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진서준을 알아보았다.그는 곧장 진서준의 앞으로 가서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진 선생님, 그전에 있었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이 장면을 보자 놀라움에 금치 못했고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수많은 판매원이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도영한과 아까 진서준을 깔보던 남자 판매원은 더더욱 멍해졌다.그들 둘은 바보처럼 제자리에 서있었다.방금 그들에게 모욕당했던 청년이 뜻밖에도 그들의 사장님과 아는 사이였다!그리고 조성우의 모습을 보면 사장님께서는 이 청년에게 매우 공손히 대했다.그들 둘은 이번에 자신이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고, 모두 서로 눈에서 공포스러운 감정을 보았다.“조 사장님.”진서준은 담담하게 조성우에게 인사를 건넸다.“진 선생님! 아까는 저희 부부가 잘못했어요. 부디 마음에 두지 마세요!”조성우는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공손하게 진서준에게 사과했다.조성우는 만약에 지금 사과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사과할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기의 사장님이 진서준에게 사과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또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조성우는 서울시의 모든 자동차 대리점의 사장이었고 심지어 그의 몸값은 2조 원이나 될 정도로 큰 인물이었다!조성우마저 모든 사람 보는 앞에서 진서준에게 사과해야 할 정도이었으니, 진서준의 실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꽈당하는 소리와 함께 도영한과 진서준을 깔보던 남자 판매원은 다리가 풀려서 땅에 그대로 주저앉았다.이 상황을 본 조성우는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이놈들! 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해!”조성우의 화가 난 목소리를 들은 도영한은 정신을 차리고 겁에 질린 얼굴로 자진 고백했다.“사장님, 우리가 방금 건드린 사람이 바로 진 선생님이에요.”“뭐라고?”이 말을 들은 조성우는 2초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불과 한 시간 전에
진서준의 분부에 조성우는 그 어떤 불만도 없었다.한지유는 진서준이 자기에게 침을 놓으려고 하자 한 마디 물었다.“진서준 씨, 저 옷 벗을까요?”“바지 벗으세요.”진서준이 말했다.그러나 그 말을 한 진서준은 어쩐지 무안해 보였다.한지유는 비록 서른이 넘었지만 관리를 아주 잘했고 얼굴도 무척 예뻤다.그녀에게 자기 앞에서 바지를 벗으라고 하니 진서준은 어쩐지 쑥스러웠다.“진서준 씨, 왜 얼굴이 빨개졌어요?”진서준의 표정을 본 한지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조성우는 조금 전 한지유에게 바지를 벗으라는 진서준의 말을 듣고 조금 언짢아졌다.그러나 쑥스러워하는 진서준의 표정을 본 그는 곧바로 언짢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의 표정은 그가 점잖은 사람이라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진서준 씨, 마음 푹 놓고 침놓으세요. 저희 부부는 진서준 씨의 인성을 믿습니다.”한지유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희는 진서준 씨를 믿어요. 연아의 안목도 믿고요.”김연아는 한지유에게 진서준이 자기를 치료해 줄 때 거의 헐벗었다고 했었다.그리고 진서준은 치료 과정 중에서 전혀 자신의 사심을 채우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한지유가 그렇게 말했으니 진서준도 더는 난감해하지 않았다.“전 일단 돌아서 있을게요. 한지유 씨는 바지를 벗은 뒤에 겉옷도 벗어주세요.”진서준이 말했다.“네.”바스락 소리와 함께 한지유는 아주 빠르게 진서준의 분부대로 바지와 겉옷을 벗었다.조성우는 알코올을 들고 VIP룸으로 돌아왔다.진서준은 알코올로 소독했고 조성우는 진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진서준 씨, 전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침놓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조성우가 자신을 믿어주자 진서준도 별말 하지 않았다.“진서준 씨, 전 준비 됐어요. 언제든 침을 놓으셔도 좋아요.”한지유는 널따란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고 진서준이 침을 놓아주길 기다렸다.은침을 들고 돌아선 진서준은 한지유의 훌륭한 몸매를 보았다.풍만한 가슴에 길고 흰 다리, 성숙한 여자에게서만 느
용행 무관.그곳에서는 십여 명의 검은색 도복을 입은 청년들이 연습하고 있었다. 도관 안에는 총 50여명 정도가 있었고 다들 실력이 약하지 않은 듯 보였다.그중 반 이상이 시 대회나 전국 대회에 나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얼마 뒤, 청년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와서 빠른 걸음으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중년 남성의 앞으로 걸어갔다.“강 관장님, 도전장은 이미 보냈습니다.”청년은 공손한 태도로 중년 남성을 보았다.그 중년 남성은 강호걸의 아버지이자 서울시 무술 협회 부회장인 강옥산이었다.그는 여러 차례 서울시 무술 협회를 대표해 전국 태권도 대회, 킥복싱 대회에 참가했고 무에타이 등 다양한 무술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심지어는 해외 고수들까지 그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감히 내 아들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난 오늘 그놈의 사지를 부러뜨리겠어. 내가 너무 오랫동안 조용히 지냈나 봐. 그래서 우리 강씨 집안이 만만하다고 생각한 거겠지.”말을 마친 뒤 강옥산은 두 눈을 번쩍 떴다.그의 호랑이 같은 눈동자에 무관의 코치들은 겁을 먹고 안색이 창백해졌다.강옥산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앞에 놓인 대리석을 단번에 부쉈다.펑 소리와 함께 20센티미터 두께의 대리석이 소리를 내면서 깨졌다.도관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강옥산의 실력을 아는 코치들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관장의 실력이 또 강해진 듯했다.“호랑이도 관장님의 무시무시한 한방을 당해낼 수 없을 거야.”“도전장을 받은 청년이 오늘 저녁 찾아온다면 틀림없이 죽을 거야.”“저걸 사람이 맞았다면... 감히 상상도 못 하겠네.”“저녁에 우리 내기하자고. 저 녀석이 얼마 버티는지 말이야.”일부 수강생들과 코치들이 수군덕댔다. 강옥산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두려움과 존경심이 가득했다.“아버지, 겨우 청년 한 명일 뿐인데 왜 직접 나서세요? 제가 대신하겠습니다!”그 목소리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가를 바라보았다.강옥산의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185센티미
복면을 쓴 강성준을 본 진서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예전에 고한영이 도영광은 아주 속 좁은 사람이라 당한 것은 꼭 갚는 성격이라고 했었기 때문이다.그는 분양처 매니저일 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소장이기도 했다.그래서 진서준은 이 모든 것이 도영광의 계획일 거라고 짐작했다.강성준은 진서준이 태연해 보이자 비록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그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않고 빠르게 진서준을 향해 덤볐다.강성준의 두 주먹은 철과 같아 공기마저 그의 철권에 찢어지는 듯했다.그러나 진서준은 이런 철권 앞에서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평온했다.마치 자신을 때리는 것이 주먹이 아니라 솜인 것처럼 말이다.그의 태연한 태도에 강성준은 욱했고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먼 곳에 숨어있던 도영광은 그 광경을 보고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저 자식 분명 강성준의 기세에 겁을 먹고 멍청해진 걸 거야!”학창 시절, 강성준은 홀로 대학 농구팀의 남학생들과 싸운 적이 있었다.그리고 졸업한 뒤에는 그의 아버지가 그를 한 고수에게 보내 실력을 쌓게 했다.도영광이 보기에 강성준이 진서준을 상대하는 것은 타이슨과 아기가 경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강성준이 따르던 그 종사는 철권을 수련했다.강성준은 3년 동안 매일 쇠 모래에 주먹을 담그며 권법을 연습했고 매번 두 손이 피범벅이 되어서야 멈췄다.그리고 이후 2년 동안 강성준의 주먹은 위력이 나날이 상승했다.그는 예전에 깊은 산 속에서 굶주린 늑대 한 마리를 주먹 한 방으로 때려잡았고 그로 인해 다른 늑대들은 겁을 먹고 도망쳤다.심지어 그는 강철판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의 몸은 말할 것도 없었다.진서준의 움직임은 강성준이 보기에 죽음을 자초하는 움직임이었다.주먹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강성준과 진서준의 거리가 2미터가량 될 때 진서준이 드디어 움직였다.어느샌가 그의 두 손은 청색이 되었고 노을을 받아 은은한 광택이 감돌고 있었다.그 광경에 강성준은 큰
용행 무관.무관 안의 사람들은 강성준이 비참한 꼴로 돌아오자 모두 깜짝 놀랐다.“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누군가에게 맞은 건 아니죠?”“1년 전 저는 강성준 씨가 주먹으로 벽에 5센티미터 깊이의 흔적을 낸 걸 직접 봤는데요!”“설마 서울에 강성준 씨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는 걸까요?”사람들은 놀랍다는 얼굴로 수군덕거렸다.“아버지, 아버지!”강성준의 목소리를 들은 강옥산이 무관 휴게실에서 나왔다.“성준아, 어떻게 된 일이냐?”강성준의 꼴을 본 강옥산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강성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무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약 그가 그보다 어린, 젊은 청년에게 맞았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된다면 앞으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두 부자는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고 강옥산은 곧바로 방문을 굳게 닫았다.“아버지, 저 맞았습니다. 심지어 그 사람은 제 오른손을 짓밟아 부러뜨렸어요!”강성준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뭐라고?”강옥산은 처음엔 놀라워하더니 이내 눈빛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오늘 그의 작은 아들은 팔이 부러졌고 이제는 큰아들까지 손이 부러졌다.누군가 일부러 그의 강씨 집안을 노리는 걸까?“널 이렇게 만든 그 빌어먹을 놈의 이름이 뭐냐?”강옥산이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강성준은 다소 무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몰라요.”당시 도영광은 그에게 사진 한 장만 건네줬을 뿐, 진서준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그놈이 널 어디서 때린 거냐?”강옥산이 또 물었다.“한 아파트에서요. 그 자식 아파트에서 살았어요.”강성준의 말에 강옥산은 어리둥절해졌다.“아파트는 왜 간 거야?”“아버지, 저는 제 후배를 위해 나선 거였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꽤 강한 놈이었어요.”강성준은 울화통이 치밀었다.그는 진서준뿐만 아니라 도영광에게도 복수를 할 셈이었다.“그래, 알겠다.”강옥산의 안색이 흐렸다.“오늘 저녁 그 진씨 성을 가진 놈을 해결한 뒤 내일 사람을 데리고 널 때린 그 자식
용행 무관 입구.진서준은 그곳에 도착한 뒤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허사연이 오기를 기다렸다.동시에 진서준은 오늘 밤 꽤 많은 사람이 연달아 용행 무관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코치도 있고 수강생도 있고, 용행 무관 광고에 끌려 들어가는 행인들도 있었다.용행 무관은 도관이 매우 컸다. 거의 축구장만큼 컸다.안에서 들리는 소리로 판단해 보자면 도관 안에 500명 가까이 있는듯했다.몇 분간 기다리니 허사연의 차가 보였다.“사연 씨!”진서준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허사연에게 다가갔다.“이렇게 큰일을 왜 내게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 양소빈 언니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난 계속 몰랐겠죠?”허사연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화난 듯 말했다.허사연은 걱정스럽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진서준이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내 실력이 어떤지 사연 씨는 알잖아요. 그 이승재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하는걸요.”“그건 다르죠. 이승재는 풍수술사고 강옥산은 무인이잖아요. 게다가 실력도 약하지 않고요.”허사연은 곧바로 설명했다.“술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서준 씨는 이기지 못할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술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기지 못할 거라고 누가 그래요? 겨우 작은 무관의 관장조차 이기지 못한다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연 씨와 결혼하겠어요?”그의 말에 허사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허사연은 고개를 살짝 수그리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난 그저 당신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당신이 다친다면 내 마음이 아플 거라고요. 그냥 안 들어가는 게 어때요? 내가 아빠더러 사람을 불러서 서준 씨 대신 나서게 할게요.”허사연이 방법을 생각했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허사연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사연 씨, 난 사연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아요. 오늘 밤 그 점을 증명해 보일게요. 전 술법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에요!”진서준의 확고한 태도에 허사연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하지만 그
저녁 8시, 용행 무관 안은 인산인해였다.모든 학생과 코치는 경멸의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진서준과 강옥산이 경기를 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일부 행인들은 진서준과 강옥산의 체형 차이를 보고 이 청년은 반드시 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죽음을 자초한 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길어야 10초겠죠. 10초 후면 항복한다고 빌고 있을 겁니다.""용서를 빌 기회도 없이 우리 강 관장님에게 걷어차일 것 같습니다."일부는 낮은 목소리로 토론하고 일부는 심지어 진서준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추측하는 베팅도 했다.그때, 링 위의 강옥산이 움직였다.그는 바람과 같이 빠른 속도와 건장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 날개를 가진 호랑이와도 같아 보였다.강옥산이 진서준에게서 5미터도 떨어지지 않았을 때, 그가 갑자기 뛰어올랐다. 방금 그가 밟았던 돌바닥에 엄지손가락만 한 자국이 하나 남았다.이것은 시멘트로 만든 플랫폼이었다.큰 쇠망치로 세게 쳐도 작은 구덩이를 만들 수 없었다.하지만 이 장면을 링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옥산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높이 뛰어올라 거의 3미터 되는 높이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의 힘 덕분에 오른 다리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이었다.강성준과 달리 강옥산은 주로 오른발을 수련했다. 견고한 돌조차 그의 오른쪽 다리 앞에서 도저히 일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강옥산이 자가용 문을 발로 차서 움푹 들어간 적이 있다고 들었다.사방에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일반인은 물론 일부 코치들도 강옥산의 이 수법에 놀랐을 정도였다. 링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던 허사연은 손을 꼭꼭 감싸고 빌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넘쳐흘렀다. 허사연은 속으로 결정했다.만약 진서준이 강옥산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녀는 가장 먼저 진서준에게 달려가 허씨 가문으로 강옥산을 협박할 것이었다.하늘 높이 떨어진 강옥산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표정은 어두웠다.두 사람이 마주치려고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