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끝낸 뒤 진서준은 진서라를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고 내친김에 결제까지 할 생각이었다.고한영과 유정은 진서준이 떠나려고 하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쫓았다.“서준 씨,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유정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계속 그렇게 감사 인사를 한다면 화낼 거예요.”진서준이 일부러 화난 척하며 말하자 유정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당황스러움이 보였다.그녀는 자기가 정말로 진서준을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오빠, 왜 유정 언니에게 겁을 줘?”진서라가 진서준의 팔뚝을 때리며 질책했다.“유정 언니, 오빠 농담한 거예요. 믿지 말아요.”“하하, 농담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유정 씨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유정은 서둘러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서준 씨, 앞으로 제가 필요하다면 그게 무슨 일이든, 물불 가리지 않고 도와드릴게요.”진서준의 친근한 모습에 고한영은 자신이 내렸던 결정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결제하려는데 호텔 매니저가 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진서준은 강요하지 않았고 진서라를 데리고 차로 돌아갔다.차에 오르자마자 유정의 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 유정입니다.”“네? 저희 엄마 상태가 악화했다고요?”“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갈게요.”유정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전화를 끊었다.“서준 씨, 절 정운 병원까지 데려다줄 수 있나요?”“조금 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저희 엄마 상태가 악화했다고 연락이 와서요. 언제든 돌아가실 수 있다고 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진서라에게 말했다.“서라야, 넌 고한영 씨와 함께 따로 차를 타고 돌아가.”진서라와 고한영이 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곧바로 액셀을 밟고 부리나케 정운 병원으로 향했다.2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지만 진서준은 약 10분 만에 도착했다.차를 세운 뒤 두 사람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유정의 어머니가 계
조금 전 진서준이 밖으로 끌어낸 중년 의사가 병원 경비원을 불러와서 문을 박차고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요즘 사람들은 정말 경우가 없다니까요!”“제가 그 여자 분명 죽을 거라고 했는데도 그놈이 글쎄 자기가 구할 수 있다는 게 아니겠어요?”중년 의사가 밖에서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유정은 어머니에게 옷을 입혀주었고 진서준은 문가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경비원은 곧바로 안으로 쳐들어와서 진서준을 제압하려 했다.진서준의 눈빛은 서늘했다.“뭐 하시는 거죠?”“뭐 하는 거냐고요? 제가 묻고 싶네요! 제 환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중년 의사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당연히 사람을 구했죠.”진서준이 불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당신이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나 봐요?”경비원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냉소했다.“이보세요, 황 선생님은 서울시에서 가장 뛰어난 내과 전문의예요!”“황 선생님도 환자가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했는데 당신이 어떻게 살린단 말입니까?”진기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살렸는지 살리지 못했는지 직접 보면 알겠죠.”황지욱은 진기준의 말을 듣고 코웃음쳤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무슨 의술을 안다고?”“황 선생님, 진기준 씨는 정말 제 어머니를 치료해 주셨어요.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와서 보세요.”유정이 다급히 말했다.황지욱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불쾌한 듯 말했다.“제가 말했죠. 환자분 어머니는 살릴 수 없다고요!”“하지만 제 어머니는 살았는걸요.”유정이 말했다.“우습네요. 이 청년이 환자분을 살렸다면 전 앞으로 의사를 하지 않겠어요!”황지욱은 차갑게 코웃음치면서 유정의 어머니가 누워있는 병상으로 향했다.환자의 안색이 좋아진 걸 본 황지욱은 깜짝 놀랐다.“이... 이럴 리가 없는데?”황지욱은 믿기지 않아서 곧바로 침대 옆에 놓인 기계로 유정의 어머니를 진찰했다.전면적인 검사가 끝난 뒤 황지욱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유정의 어머니는 신체 기능이 일반인보
수술대 위에 있는 청년은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두 시간 안에 사망할 것이다.황지욱은 너무 불안해서 옷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여러 간호사와 보조 의사가 황지욱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모두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황 선생님,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시면 환자는 살 수 없습니다.”의사인 황지욱은 점점 창백해지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황지욱은 낮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알아요! 다들 여기서 기다려요. 내가 나갔다 올게요.”응급실 밖에서 김풍과 그의 아내는 황지욱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이미 수술이 끝났다고 생각했다.“황 선생님, 제 아들 수술 다 끝났나요?”“아... 아니요.”황지욱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김풍은 얼어붙었다.“아직 안 끝났어요? 그럼 왜 나왔어요?”“사실 아드님을 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황지욱은 말을 마친 후 힘이 다 빠진 듯 몸을 복도 벽에 기대었다.그러자 김풍은 황지욱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황 선생님, 방금 죽어가는 요독증 환자도 선생님께서 살려내셨잖아요!”“그 환자는 제가 살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구한 겁니다!”황지욱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젠장, 왜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김풍은 너무 화가 나서 황지욱을 4, 5미터 밖으로 걷어찼다.“그럼 그 환자를 구해준 사람은 어딨어요? 당장 데려가서 만나게 해줘요! 내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당신도 앞으로 편안히 지낼 생각하지 마!”김풍은 눈에 핏발이 서 마치 미친 사자처럼 보였다.황지욱은 배가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일어나 김풍에게 길을 안내했다.그들 일행은 유정의 어머니가 있는 병실에 도착했다.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방문에 유정은 깜짝 놀랐다.“아가씨, 제발 내 아들을 구해줘요!”김풍과 그의 아내는 유정에게 다가가 애원하는 얼굴로 말했다.병실에는 유정과 그녀의 어머니만 있었기 때문에 김풍 부부는 유정을 의사라고 생각했다.황지욱은 서둘러 설명했다.
진서준은 유정의 전화임을 확인한 후, 키가 큰 남자를 던져버렸다.“유정 씨, 무슨 일이에요?”진서준이 물었다.“서준 씨, 지금 어디예요? 어떤 분이 서준 씨에게 사람을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셔서요.”“지금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진서준이 말했다.유정 옆에 서 있던 김풍도 진서준의 말을 듣고 황급히 유정의 휴대폰을 빼앗았다.“진 선생님, 이리 와서 제 아들을 구해 주세요!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을 수 없습니다. 제발요!”김풍의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섰고 얼굴은 괴로운 기색이 역력했다.김명진은 김풍이 무척 아끼는 아들이라, 그런 아들을 먼저 보내고 싶지 않았다.“진 선생님, 제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저 김풍은 선생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든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돈도 좋고 차, 집 그리고 예쁜 여자까지,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다 드릴 수 있어요!”진서준은 상대방이 간절하게 아들을 구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어조가 많이 차분해졌다.“30분 후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게요.”“네, 병원 입구에서 기다릴게요!”할 말을 마친 후, 김풍은 즉시 휴대폰을 유정에게 돌려주었다.“서준 씨, 정말 죄송해요.”유정은 미안해했다.진서준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그를 귀찮게 한 거 같아 마음속으로 자책했다.“괜찮아요. 일단은 여기서 처리할 일이 있으니 있다가 봐요.”전화를 끊은 진서준은 키 작은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때리며 깨웠다.키 작은 남자는 깨어나 진서준을 보자 두려움에 떨었다.“이지성네 부자가 너희를 보냈어?”진서준이 물었다.“네. 형님과 저는 이틀 전에 서울시에 도착했습니다.”키 작은 남자가 긴장해하며 말했다.“그런데 왜 오늘에야 날 찾아온 거야?”“글쎄요. 우린 서울시에 온 뒤에는 모든 것을 이혁진의 명령에 따랐어요. 당신을 죽이라는 시간을 알려주니까 우리는 그 시간에 맞춰서 온 거예요.”“너희 점심부터 날 미행했지?”진서준이 무심하게 물었다.“네...”호텔에서 나왔을 때 진서준은 이 승합차가 자
아들이 독살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들은 김풍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비즈니스계는 전쟁터와 같았다. 아니, 전쟁터보다 더 잔인했다.거의 매달 김풍은 암살을 마주하곤 했다. 다만 김풍은 누군가 자신의 아들을 노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른 후 김풍은 고개를 들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 선생님,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우리 김씨 가문과 영운 그룹의 귀빈입니다. 이 영운 카드와 은행 카드를 받아 주십시오!”김풍의 집사는 즉시 앞으로 나와서 두 장의 카드를 꺼냈다. 하나는 은행 카드였고 다른 하나는 은행 카드와 같은 크기의 영운 카드였다.영운 카드는 검은색에 긴 황금색 용이 인쇄되어 있어 매우 특별해 보였다.진서준은 거절하지 않고 두 카드를 담담하게 받았다.“진 선생님, 혹시 전화번호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김풍이 물었다.“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선생님!”김풍은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일이 없으면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진서준은 이지성의 집에 가서 그들 부자를 혼내주어야 했다.그런데 이때 김풍이 갑자기 말했다.“진 선생님, 며칠 후에 한 고인을 만나러 같이 가자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제 밖에서 사업 때문에 황보 어르신이 주최한 연회를 놓쳤습니다.”진서준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김풍이 어제 황보식의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그가 서울시에 없었기 때문이었다.“좋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이씨 가문의 별장.이혁진은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 테이블 위에는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유지수가 낳은 아이는 이지성과 혈연관계가 없었다.“이 년, 감히 나가서 남자를 만나다니!”이혁진은 너무 화가 나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1천만 원이나 되는 찻잔을 바닥에 던져서 깨뜨렸다.“이 년 아직 안 왔어?”이혁진은 경호원을 바라보며 화가 난 얼굴로 물었다.“도련님 쪽 경호원이 30분 전에 사모님이 병원을
이혁진은 소파에 앉아 손으로 가슴 결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안색이 창백했다.이십몇 년 동안의 저혈압이 유지수 때문에 화가 나 고혈압으로 변해 버릴 것 같았다.“그 천한 년이 다른 남자랑 애를 낳고 우리 부자를 바보 멍청이로 만들었어!”“그래서 지금 어디 갔는데?”진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도망쳤어. 하지만 이미 보디가드한테 쫓아오라고 했어.”이혁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서준은 조금 의외였다. 유지수가 그렇게 똑똑해질 줄은 몰았다.이씨 집안이 보낸 킬러더러 자신을 죽이라 했고 동시에 이씨 부자를 갖고 놀았다.만약 자신이 이지성에게 유지수가 바람났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는 아마 평생 속고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당신이 유지수를 처벌할 필요 없어.”진서준은 차갑게 이혁진을 보며 말했다.“다음 생엔 좋은 사람으로 살아.”이 말을 듣자 이혁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았다.“설마 날 죽일 생각이야?”“날 죽이는 건 유지수 그 천한 년의 음모를 성사하는 수밖에 없어!”진서준은 서늘하게 웃었다.“음모? 당신 부자는 이미 내가 작성한 사망 리스트 안에 들어있어.”“전에 죽이지 않았던 건 천천히 괴롭히기 위해서였어.”“하지만 지금 보니 당신들은 여전히 너무 위험한 것 같아.”“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당신들을 죽일 수밖에 없어!”이혁진은 진서준의 태도가 이토록 굳건한 것을 보자 뼛속에 있는 독기가 폭발했다.그는 재빨리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이건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이혁진은 총을 들어 진서준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는데 얼굴은 이미 분노에 일그러져 있었다.진서준을 죽이고 아들과 함께 서울을 떠나 멀리 도망갈 것이다.“진서준, 네 놈이 아무리 솜씨가 좋다 해도 내 총에 목숨을 잃을 거다!”“그럼 한번 해 보든지.”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그의 눈엔 총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다.“네가 죽은 후, 저승길 외롭지 않게 네 가족도 보내주마!”말을 마치고 이혁진
이혁진이 간 후, 진서준은 차를 운전하여 산성 별장에 돌아왔다.이때 진서라는 마침 거실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빠, 유정 언니 어머니 괜찮으셔?”그녀는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괜찮아. 이미 다 치료했어.”진서준은 웃으며 답했다.“그러면 얼른 들어가서 쉬어. 점심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잖아.”진서라는 오빠가 많이 걱정되었다.“그래. 너도 좀 자. 오후엔 운전 연습하러 가야 하잖아.”방에 돌아온 후, 진서준은 자는 대신 침대에 앉아 계속 수련했다.저녁에 해가 진 후, 그는 허사연의 전화를 받았다.“사연 씨, 무슨 일이에요?”“서준 씨, 저 지금 글라리아 별장에 있는데 서준 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 왜 다들 보이지 않아요?”허사연의 말투엔 걱정이 가득했다.그리고 그녀의 말은 들은 서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의 가족을 내쫓은 건 아마 허윤진 그 계집애일 거라고 생각했다.허사연괘 동생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진서준은 거짓말을 했다.“어머니랑 서라가 그곳에서 지내는 게 습관이 되지 않나 봐요.”“그리고 서라도 요즘에 운전면허 따야 해서 매일 연습해야 하거든요. 매일 자전거로 가는 게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요.”허사연은 말했다.“운전면허 문제는 제가 직접 사람을 시켜 해결할 수 있어요!”“서라가 한 번도 차를 운전해 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배우러 다녀야 앞으로 운전할 때 더 안전할 것 같아서요.”진서준은 설명했다.“그래요. 지금 어디서 지내요?”허사연은 물었다.전에 그녀가 조사한 데 따르면 진서라와 조희선은 낡은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지금 진서준이 돌아왔으니 그들은 분명 돌아가지 않았을 거다.“산성 별장에 작은 집 하나를 마련했어요. 지금 우리 가족 모두 여기서 지내고 있고요.”“지금 갈게요.”허사연은 말했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전화해요. 마중 나갈게요.”그녀를 말린다면 아마 의심할 거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은 침실에서 나왔다.지금 조희선은 뉴스를 보고 있었고 진서라는 주방에서
이때 진서준은 집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 것을 듣자 그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도착했어요?”“아니요. 저 지금 실버 빌딩의 가든 레스토랑에 있어요. 빨리 와서 저 좀 도와줘요.”허사연은 조급하게 말했다.밥을 먹고 있던 진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그의 긴장한 말투를 느낀 허사연은 마음속이 조금 달콤했다.“와보면 알아요.”“알겠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전화를 끊은 후, 그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말했다.“저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드세요.”그리고 별장에서 뛰쳐나갔다.차를 수리점에 맡겼기 때문에 그는 실버 빌딩까지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의 속도는 차보다 느리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차가 가장 많을 때라서 차를 운전하는 건 그냥 뛰는 것보다 느렸다.십 분 후, 그는 실버 빌딩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백팔십 층에 도착했을 때 레스토랑에서는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가든 레스토랑은 꽃과 풍선으로 장식되어 있었다.허사연은 키가 크고 훤칠한 남자와 함께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이때 그는 알 것 같았다. 왜 허사연이 그더러 오라고 했는지 말이다.레스토랑에서 손승호는 허사연에게 프러포즈를 시작하려고 했다.팟!손승호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열한 명의 친구들이 작은 상자를 꺼냈다.열어 보니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다이아몬드는 엄지 절반만큼 컸는데 열한 개의 다이아몬드는 불빛 아래에서 유독 반짝였다.레스토랑에 있는 여자들은 이 로맨틱하고 사치한 장면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열한 개의 다이아몬드라니! 그것도 모두 예쁘게 다루어진 거야. 승호 도련님께서 정말 많은 심혈을 기울이셨어!”“돈도 많지, 또 로맨틱하지. 이런 남자는 정말 내 마음속의 백마 왕자야!”“내 남자 친구도 도련님처럼 돈 많았으면 얼마나 졸겠어!”주위의 여자들은 부러운 눈길로 허사연을 보았다.손승호는 주위의 의논 소리를 들은 후, 얼굴의 웃음은 더 자신만만해졌
그리고 조민영을 데려가지 않은 이유는 딸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민영 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진서준도 조태희를 거들었다.“아니요, 저도 같이 가요.”하지만 조민영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럴 건가요? 그럼 아빠랑 함께 가요.”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진서준의 말이 떨어지자 조태희는 더 이상 실랑이하지 않고 조민영을 데리고 심씨 가문 사람들 쪽으로 향했다.조태희 부녀가 떠난 후, 허사연이 말문을 열었다.“서준아, 정말 민영 씨를 심씨 가문에 시집보낼 생각이야?”“모든 건 조민영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야. 조민영이 원하면 시집보내는 거지.” 진서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조민영이든, 진서라든, 다들 스스로 결혼을 원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진서준은 절대로 방해하지 않으려고 결심했다.결혼하든, 하지 않든, 모든 건 그녀들이 선택한 삶일 뿐, 다른 누군가가 대신 결정을 내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진서준의 생각이었다.“조민영은 심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허윤진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단지 자기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결혼을 선택하려는 거야.”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청년이 진서준 일행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응? 저 세 명은 어떻게 들어왔지?”멋진 옷차림을 한 변지오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서준 일행을 바라보았다.“지오야, 저 사람들 네가 아는 사람이야?”변지오와 비슷한 나이대의 또 다른 청년이 물었다.“알지. 오후에 허씨 가문 집안 어르신이 내게 존예를 소개한다고 했잖아. 바로 저 여자야.”변지오는 허윤진을 가리키며 말했다.“대박, 저렇게 예쁜 자매는 처음 봐.”그 청년은 부러워 입을 쩝쩝 다시며 말했다.“나도 아쉽긴 해. 내가 네 여동생과 결혼하지 않으면 저 두 여자를 너랑 나랑 하나씩 나눠 가졌을 텐데.”그 말을 듣자 변지오는 웃음을 터뜨렸다.“도준아, 네가 내 동생과 결혼한 게 대수야? 어차피 결혼해도 넌 따먹을 여자 다 따먹잖아.”“좋아, 나중에
조민영은 심씨 가문에 시집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김평안과 만나고 싶었다.조민영은 김평안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이후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김평안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김평안에 대한 감정이 단순히 남녀 사이의 호감인지, 아니면 오빠에게 기대고 싶은 감정인지 심지어 조민영 자신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그저 김평안이 옆에 있으면 조민영은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만 확신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순수한 얼굴을 한 조민영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은 지금 수련 중이에요. 어디서 수련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 봉천시에 온 것도 김평안이 부탁해서 온 거예요.”자신의 소원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만 조민영은 그 말을 듣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실망감에 빠져 고개를 푹 숙인 조민영을 보며 진서준은 격려의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나중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예요.”“아니에요...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예요.”조민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조태희는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서준이 멀리서까지 와서 조민영의 병을 치료해 준 건 전부 김평안 덕분이었다.조태희는 김평안에 대해 좋지 않았던 인상이 지금 완전히 사라졌다.“민영아, 걱정 마. 이 진 마스터님이 우리가 지금 겪는 모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줄 거야.”조태희가 조민영을 안심시키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저 때문에 피를 흘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조민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빠, 저 한 사람으로 우리 조씨 가문 장래가 밝아지게 할 수 있다면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조민영의 결연한 태도를 본 허사연과 허윤진은 즉시 그녀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진서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 아이는 진서라와 정말 닮아 있었다.진서준은 여전히 차분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고 조민영의 결정을 두고 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민영아, 이제 심씨 가문 도련님과 결혼하지 않아도 돼. 오늘 연회에 참석하는 것도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 앞에서 우리 조씨 가문 미래는 네가 짊어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기 위해서 가는 거야.”“네?”조민영은 그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이전에 조민영이 심씨 가문 도련님과 결혼해야 할지 망설이던 그때, 조태희가 얼마나 입이 아프게 자기를 설득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조민영이 병으로 쓰러지자마자 아버지가 이렇게 태도를 180도로 바꿀 줄은 몰랐다.조민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의아한 눈빛으로 조태희를 바라봤다.“아빠, 저한테 장난치는 거 아니죠?”“당연히 아니지. 아빠가 이제 결혼 안 해도 된다고 했으면 정말 안 해도 되는 거야.”“그래도...”조민영은 그 말에 오히려 더 초조해졌다.조민영은 이 사회의 더러운 풍파 속에서도 순진무구함을 유지해 온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민영이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순진한 바보는 아니었다.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혼인이란 특별한 관계로 손을 잡지 않으면 심씨 가문이 변씨 가문과 동맹을 맺을 게 뻔했다.그렇게 되면 조씨 가문은 동북 지역에서 떠나든가 아니면 완전히 사라지는 길만 남을 것이다.“민영아, 사실 아빠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우리 조씨 가문에 귀인이 찾아왔기 때문이야.”조태희가 웃으며 설명했다.“귀인이라고요? 어떤 귀인이죠?”조민영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이건 내가 너한테 묻고 싶은 말인데?”조태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 대체 언제부터 진 마스터랑 친구가 된 거야?”이 질문을 들은 조민영은 어안이 벙벙했다.진 마스터라니, 조민영이 아는 사람 중에 진씨 성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아빠,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 진씨 성을 가진 사람은 모르는데요?”조민영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되물었다.“그럴 리가 있겠어? 네 병을 고쳐준 사람이 바로 진 마스터야.”조태희는 딸이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 알고 웃으며 말했다.“민영아, 너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남자친구를 사
허씨 가문을 떠날 때야 허윤진은 진서준과 함께 온 하얀이를 알아챘다.“진서준, 이 원숭이는 어디서 샀어?”허윤진은 하얀이를 원숭이로 착각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하얀이는 그 말에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왜 다들 날 원숭이 취급하는 거지? 정말 원숭이처럼 생긴 건가?’진서준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이건 원숭이가 아니라 천산의 괴물 설괴야.”“설괴라고?”허윤진은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눈을 반짝였다.“그래. 내가 천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만난 녀석이야. 쉽게 말하면 누렁이 친구라고 생각하면 돼.”진서준의 말에 허윤진은 금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누렁이한테 친구 만들어주려는 거야?”허윤진이 웃으며 물었다.“그런 셈이지. 게다가 하얀이는 누렁이보다 훨씬 강해. 집에서 누렁이랑 함께 있으면 어머니랑 서라 걱정을 덜어도 될 거야.”그때 허사연이 뜬금없이 물었다.“서준아, 그럼 변씨 가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아까 허순재가 말했던 것처럼 변지오는 변씨 가문 가주의 장남이었다.게다가 변씨 가문은 동북 지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가였으니 잘못 건드렸다가는 세 사람이 곤란해질 게 뻔했다.진서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늘 저녁에 열리는 변씨 가문 연회에 같이 가자.”“응? 근데 우린 초대도 안 받았잖아?”허윤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우리가 강제로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겠지?”“변씨 가문이 우리를 초대하진 않았지만 조씨 가문은 초대받았잖아.”진서준이 조씨 가문을 언급하자 허윤진은 질투 어린 눈길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아차, 깜빡했네. 네 귀여운 애인이 조씨 가문의 금지옥엽이었구나.”진서준은 그 말에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무슨 소리야? 민영이는 내 마음속에서 그냥 여동생 같은 존재야.”조민영은 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연애 감정도 없는 단순한 가족 같은 존재였다.조민영은 진서라처럼 진서준이 보호해 주고 싶은 대상일 뿐이었다.“흥, 너희 남자들 속은 뻔히 보인다고.”허윤진은
지금 허순재가 진서준과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허사연이 진서준을 편들지 않을 리 없었다.“작은할아버지, 제 남자 친구 문제는 이제 그만 신경 쓰세요. 그리고 윤진 남자친구 문제도요. 이런 건 작은할아버지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허순재의 동공이 흔들리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를 꽉 악물었다.불효녀들이 오늘 여기서 대역죄를 저지르는 판이었다.옆에 있던 변지오는 상황을 대충 이해하고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허 어르신, 보아하니 허씨 가문 젊은이들이 당신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 같군요. 사실 오늘 밤 우리 범씨 가문 저택에서 여는 연회에 허씨 가문을 초대하려 했는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가 없겠네요.”변지오는 허순재가 만류하려는 것도 무시하고 곧장 허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허순재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허사연과 허윤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외쳤다.“너희 둘, 정말 날 화병으로 죽이려는 거야?”진서준의 눈빛은 싸늘했다.“당신이 사연과 조금이라도 혈연이 있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당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겁니다.”이 말은 허순재에게 겁주려고 위협하는 말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이미 조씨 가문에서 조민영이 가문 사이 결혼을 강요당한 일을 듣고 내심 불쾌한 상태였다.그런데 허순재가 이번에는 허씨 가문을 위해 허윤진을 변지오에게 넘기려 하다니, 이건 진서준의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진서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하려는 자는 죽어 마땅했다.그런데 뜻밖에도 허순재는 피식 웃으며 진서준을 비꼬았다.“나도 한때 너처럼 젊고 겁 없던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곧 너희가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야. 변씨 가문의 압도적인 실력은 너희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자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야.”허순재의 뻔뻔한 모습에 허사연은 역겨워 구역질이 났다.왜 지금까지 이 노인이 온순한 양의 가면을 쓴 늑대라는 걸 몰랐을까?“가자, 서준아. 여기 더 있을 필요 없어.”허사연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너희가 어디
허윤진과 허사연 자매를 바라보는 변지오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이렇게 아름다운 자매는 변지오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변지오는 스스로 이쁜 여자를 많이 봐왔다고 자부했지만 허사연 자매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매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허윤진 씨는 정말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완벽하군요.”변지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허윤진에게 걸어갔다.변지오의 우아한 매너와 세련된 기품은 한눈에 봐도 여성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거기에 변씨 가문 가주 장남이라는 신분까지 보탰으니 일반적인 여자는 변지오의 매력에 빠져들고도 남을 터였다.그러나 허윤진은 다른 여자와 달랐다.허윤진은 변지오에게 일말의 호감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살짝 반감이 섞인 눈빛으로 변지오를 바라보고 있었다.“감사합니다.”허윤진이 냉랭한 목소리로 대응하자 변지오는 멈칫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차가운 반응을 보인 여자도 변지오는 난생처음이었다.이때 허순재가 급히 나서서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변 도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 손녀는 원래 성격이 이렇습니다. 어떤 남자를 대해도 다 이렇게 냉랭하게 대하곤 하지요.”그러나 허순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윤진은 진서준의 팔짱을 껴버렸다.그 행동은 허순재의 체면을 구기는 것과 다름없었다.허윤진은 사실 허순재를 존중했지만 허순재가 그녀의 동의도 없이 변지오를 집으로 부른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허순재가 허윤진을 가문 사이 결혼에 필요한 도구 취급하는 것 같아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허순재는 그 모습을 보며 눈빛에 살기가 번뜩였고 어색한 미소를 애써 유지했다.변지오 역시 허윤진의 돌발 행동에 화가 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작은할아버지, 저는 지금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허윤진이 단호하게 변지오를 알 생각이 없다고 하자 허순재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변 도련님이 오늘 여기 온 건 단지 너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야.”그러면서 허순재는 진서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으르르르...”하얀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 조기강은 즉시 소리 나는 방향을 주목했다.그 울부짖는 소리는 조기강이 천산에서 마주했던 설괴의 소리와 똑같았기 때문이다.조기강은 곧바로 5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하얀이를 발견하고 얼굴이 굳어졌다.비록 몸집은 작아졌지만 하얀이의 몸속에 깃든 그 무시무시한 힘은 여전했기 때문이다.“이 짐승이 여기에 어떻게 온 거지?”조기강은 상대하기 버거운 적을 마주한 듯 긴장했다.진서준은 조기강의 긴장한 모습을 보자 하얀이를 향해 손짓했다.그러자 하얀이의 얼굴에 맺혀 있던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고분고분 진서준의 발치로 달려가 그의 종아리에 머리를 비비댔다.조기강은 본인을 거의 빈사 상태로 몰고 갔던 설괴가 이렇게 얌전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과연 자기가 천산에서 만났던 그 사나운 설괴가 맞는가?어떻게 이렇게 순한 모습으로 변했지?“천산에서 검존님이 만났던 게 이 하얀이 맞죠?”진서준이 조기강에게 물었다.“맞아요... 근데 어쩌다 이런 모습으로 변했죠? 게다가 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거죠?”조기강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묻자 진서준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하얀이는 내 반려동물이 됐어요. 더 이상 천산의 야만적인 설괴가 아닙니다.”진서준이 설괴를 반려동물로 삼았다는 말에 조기강은 속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진서준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조기강은 본인과 진서준의 실력이 비슷하리라 여겼다.조기강은 현존하는 검존으로서 언제나 자부심이 넘쳐났었다.진서준이 비록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고 해도 아직 스무 살 남짓이니 실전 경험에서는 조기강이 앞설 것이라 여겼다.그러나 지금 조기강의 모든 예상이 우르르 무너졌다.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조태희가 물었다.“기강아, 너 이 귀염둥이와 면목이 있어?”“형, 내가 천산에서 당한 상처가 바로 이 귀염둥이 때문이야...”조기강이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하자 조태희는 동공이 흔들렸다.조태희는 친동생 조기강의 실
조민영 체내의 칠채지독이 완전히 제거되자 진서준은 여자 하인들에게 조민영을 욕실로 데려가라고 지시했다.“진 마스터님, 정말 감사합니다.”조태희는 다시 한번 깊이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조태희가 다시 몸을 치켜 세우자 진서준은 냉랭하게 물었다.“누가 독을 넣었는지 짐작 가는 사람이 있나요?”“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의심됩니다. 근데 제 생각에는 변씨 가문의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제 딸 민영이 이미 심씨 가문과 혼약을 맺은 상황에서 우리 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손을 잡으면 변씨 가문은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요.”조태희가 가문 사이의 상황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심씨 가문과의 혼약은 조 가주님이 정한 건가요, 아니면 민영 씨 본인의 뜻인가요?”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질린 조태희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급히 대답했다.“진 마스터님, 이건 제 결정이긴 합니다만... 민영이도 동의했습니다.”“동의했다고요?”진서준은 동의라는 글자를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조 가주님이 제안했는데 민영 씨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나요?”가문 간의 혼사는 오직 양가 어른들 간의 합의만 있으면 결정되는 것이고 정작 그 당사자는 어떠한 거부권도 가질 수 없다.이전의 김연아도 이런 일을 경험했었다.김연아는 당시 가문 어르신과 저항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의 힘으로 진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지금 조태희가 조민영이 동의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참 가소로운 일인 것 같았다.“민영 씨가 깨어나면 내가 직접 물어볼 겁니다. 민영 씨가 진심으로 이 혼인을 원했다면 나도 더 이상 이 일에 간섭하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민영 씨가 이 혼인을 원치 않는다면 누구도 민영 씨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겁니다.”진서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자기 여동생 같은 존재였다.만약 누군가가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에게 강제 결혼을 강요한다면 진서준은 그
이때 조태희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혹시... 그 따귀 두 대로 장 의사의 병이 치료된 건가?정말 그런 신기한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장 의사를 힐끗 쳐다보고 냉랭하게 말했다.“저리 비켜, 방해하지 말고.”“네, 알겠습니다.”장 의사는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급히 옆으로 비켜 자리를 내주었다.“이제 침을 놓을 거니까 아무도 날 방해하지 마세요.”진서준은 말하고 나서 손에 든 은침을 마술처럼 능숙하게 다루며 조민영의 몸 위에 놓기 시작했다.그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조기강조차 제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조태희는 이 틈을 타 장 의사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장 의사님, 방금 그건 대체 무슨...”“이분이야말로 진정한 명의입니다. 제가 눈이 멀어 몰라봤네요.”장 의사는 부끄러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이론적으로 제 병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입니다. 그런데 진 마스터님의 따귀 두 대로 제가 오랜 세월 앓아온 신경 경화가 완치되었습니다. 이분은 명의가 아니라 신의라고 해야 할 겁니다.”조태희는 그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아까 조태희가 예상한 것과 같단 말인가?단 따귀 두 대로 장 의사의 불치병을 치료한 게 사실이라면 이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능력일 것이다.진서준의 무도 실력은 무도계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고 의술은 세상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이런 천재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조태희의 머릿속에서 번쩍이자 진서준을 바라보는 조태희의 눈빛도 번뜩이기 시작했다.조태희는 이미 진서준에게 자기 딸 조민영을 시집보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물론 진서준과 조민영 사이에는 일곱 살 정도의 나이 차가 있지만 이 정도는 문제 될 게 없었다.문제는 진서준이 이 결혼을 원하느냐는 것이다.만약 진서준이 원한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이 원하지 않는다면 골치가 아플 것이다...그 시각, 진서준은 조민영의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