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줄곧 선법을 수련했기에 주특기가 법술이고 검도가 아니다.제법 마왕과 두 번 겨루면서 두 번 모두 천문검을 사용했기에 진서준이 검수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난 또 뭐라고, 나는 뇌용이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제법 마왕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하던 마음을 진정하면서 체내의 모든 음살 기운을 불러일으켰다.이 자식의 주먹에 한 대만 맞아도 바로 죽음이다.“죽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바로 알게 될 거야.”진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뇌용이 귀청이 떨어질 듯이 포효하자 한창 격전 중이던 유기태 등이 손을 멈추고 저도 모르게 진서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진서준이 천둥을 지배할 수 있다고? 검수 아니었어?”사장로가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였다.“진 대가님이 검수일 뿐만 아니라 무도 대종사이고 술법 영선이기도 해.”유기태가 흥분해서 말했다.“그럴 리 없어! 이제 몇 살이나 됐다고!”사장로가 극력 부인했고 다른 두명의 장로도 유기태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앞으로 5백 년을 거슬러도 이런 요물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이들이 말하는 사이에 뇌용이 훌쩍 몸을 솟구치더니 제법 마왕을 향해 돌진했다.“이깟 천둥의 힘으로 날 대처할 수 있겠어?”제법 마왕이 고함을 지르자 손에 해골이 두 개 나타났고 뇌용과 해골이 부딪히니 삽시간에 하늘이 노래졌다.반경 1키로 미터 내에 있던 사람들은 거대한 종이 부딪히는 굉음을 들었고 바람이 사면팔방에서 몰려오는 것을 보았다.제법 마왕이 서 있던 바닥에 50미터 가까이 되는 균열이 생기면서 마치 거인이 도끼로 지면을 내리찍은 것만 같았다.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으며 번쩍이는 번개 아래 서 있는 제법 마왕의 얼굴이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그는 이 공포스러운 천둥에 내포된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아무리 극악무도한 제법 마왕이라고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바로 이때 진서준이 몸을 솟구치자 그림자가 보이기도 전에 청색 검망이 제법 마왕을 향해 내리찍었다.진서준은 오늘
‘이 자식은 인간이 아니야.’그들은 제법 마왕이 진서준을 죽여주기를 진심을 다해 기도했다.아니면 세 사람이 오늘 진서준의 손에 죽을 게 뻔했다.천둥이 썰물처럼 밀려오면서 제법 마왕을 천둥 바다에 빠트려 뜨리자 눈에 보이는 건 죄다 청색이다.우르릉 쾅...제법 마왕의 온몸이 불에 타버려 성한 곳이 없었다.진서준은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서 두 손에 힘을 모으니 천둥 빛이 끝없이 손바닥에서 번쩍이면서 뼈까지 환히 보였다.마치 구름을 타고 다니는 신선이 제법 마왕을 향해 신벌을 내리는 것만 같았다.“아직도 살아있어?”“최후의 발악일 뿐이에요.”천둥이 물러가자 제법 마왕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온몸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수두룩했으며 검은 연기마저 뭉게뭉게 피어오르니 마치 금방 불바다에서 뛰쳐나온 것만 같았다.“죽이지...죽이지만 말아줘. 다시는 너한테 덤비지 않을게.”제법 마왕의 목소리가 꽉 잠겨있어 마치 죽음이 임박한 노인과도 같았다.진서준이 발을 들어 천천히 다가갔다.“윤진이가 다치는 그 순간 내가 맹세했어. 하늘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진서준은 가족에게 상처 준 범인을 절대 용서할 수없었다.제법 마왕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끝없는 후회와 원한이 가슴속에서 솟구쳤다.“날 죽이면 마교에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제법 마왕은 마교로 진서준을 협박했다.“4대 법왕 중의 한 명이 죽으면 나머지 세 명은 죽을 때까지 범인을 찾아다닐 거야. 솔직하게 말해서 그 세 사람의 실력이 나보다 훨씬 강해.”진서준이 제법 마왕의 앞으로 다가가 이미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말 다했어? 다 했으면 이젠 지옥으로 가.”진서준이 자기를 봐주려는 기미가 안 보이자 제법 마왕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마지막으로 한번 겨뤄보기로 결심하고 두 손바닥을 부딪히자 폭파음이 터져 나오면서 청색 불빛이 먹통 같은 어둠을 잠깐 밝히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천지가 고요하더니 제법 마왕이 잔뜩 한을 품고 뒤로 넘어졌다.
차에 앉아 있던 유기철은 사장로와 오장로가 진서준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에 온몸이 식은땀에 젖었다.“운전해. 빨리 도망가. 절대 잡히면 안 돼.”유기철이 기사를 향해 고함을 지르자 기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동을 걸고 도망가려 했다.시동 소리를 들은 진서준이 고개를 돌려 힐끗 보면서 말했다.“이미 왔으니 도망갈 생각하지 마.”천문검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쏜살같이 날아와 바로 차 앞에 내리꽂히자 기사가 겁을 먹고 바삐 브레이크를 밟았다.“브레이크를 왜 밟아? 빨리 운전해. 그깟 검으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유기철이 목청이 터지라고 소리 질렀다.오늘 밤 만일 진서준에게 잡히는 날이면 절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기사가 다시 엑셀을 밟자 공포스러운 광경이 발생했다.천문검의 검신에서 한줄기 청색 빛이 뿜어나오더니 검기가 톱처럼 변하면서 이천만짜리 승용차를 반으로 잘라버렸다.쾅 하는 소리가 귀청을 때리자 세 장로는 동시에 머리를 부둥켜안았다.혹시라도 진서준의 칼이 자기를 향해 날아올까 봐 무서워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유기태와 두 명의 호국사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이게...이게 바로 진 대가님의 실력이에요?”“너무 공포스럽지 않아요? 이건 단순히 검기만 이용한 거지 검신도 아니에요...”이렇게 어린 나이에 국안부의 상경이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이 정도 실력이라면 은세 대종의 핵심 제자도 진서준을 상대하기 어려웠다.“켁켁켁...”유기철이 반동강이 난 차에서 부랴부랴 내려 차를 보니 머리카락이 쭈뼛해졌다.만일 방금 검이 가로질러 날아왔더라면 유기철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지 오래다.“은영과 어떻게 했어?”진서준이 유기철을 향해 느릿느릿 물었다.“날 살려주면 은영과 줄게.”유기철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과 흥정을 시도했다.“너는 조건을 제시할 자격이 없어.”진서준이 손을 내밀자 천문검이 철컥하고 손에 쥐어졌다.그걸 본 유기철은
어떻든 간에 두 사람은 친형제이고 함께 40여 년을 살아왔다.“진 대가님...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마지못해 유기태가 진서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살려달라고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네. 비록 사람 구실을 못 하는 등신이지만 그래도 저와 친형제잖아요. 만일 걱정되신다면 오늘부터 유씨 가문 족보에서 파버리고 죽든 살든 내버려둘게요.”유기태가 다급히 덧붙여 말했다.유기철이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유씨 가문은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가문에서 쫓아내는 것이 제일 좋은 징벌 방법이다.유씨 가문의 그늘이 없다면 유기철이 제아무리 복수하고 싶어도 힘든 일이기에 진서준에게 위협도 안 될 것이다.“그래요. 호국사님 말대로 해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유씨 가문 가정사에 참여하지 않았다.유기철의 얼굴이 회색빛이 되어 비록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유씨 가문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초상집의 개와 다름없었다.그리고 유기철의 막내 아들 유문기가 사지가 부러져 아직 병원에서 응급을 받고 있었다.“진 대가님이 요구한 물건을 드리고 당장 꺼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유기태가 싸늘하게 말했다.“알겠어. 둘째 형 잘 있어.”유기철이 은영과를 꺼내 놓고는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성약당에 은영과가 아직 몇 그루나 있어?”진서준이 사장로를 향해 물었다.“아직 두 그루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그루 모두 성약곡의 내전에 있어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해요.”사장로가 고분고분 대답했다.“누가 열쇠를 가지고 있어?”“큰 장로님이 갖고 계시는데 아직 수련 중이세요.”“내일 성약곡으로 함께 가. 너희 큰장로가 출관하기까지 못 기다려.”진서준이 냉랭하게 말했다.진서준에게 낭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하루 빨리 엄마의 행방을 찾아야 했고 명년 3월이면 신농산에도 가야 했다.“네네. 내일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사장로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 밑으로 옅은 희열이 휙하고 스쳐 지나갔다.진서준이 내일 그들과 함께 성약곡으로 가
간교한 달빛이 커튼을 넘어 허사연의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밝히고 있었다.검은색 레이스 잠옷을 입은 허사연이 얇은 이불로 대충 몸을 가리고 있어 절반 이상의 피부가 밖에 드러나 있었다.진서준이 그 자리에 선 채로 10초가량 지켜보다 정신을 차리니 몸속으로 뜨거운 것이 솟구치면서 아랫배가 찌릿찌릿했다.허사연이 깰까 봐 조심조심 침대로 다가가니 옅은 소녀 향이 풍겨왔다.시각과 후각의 이중 충격으로 하여 진서준의 체내 혈액이 빠르게 흐르면서 아랫배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아까부터 반응이 있었던 진서준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허사연이 깨기만을 기다렸다.“사연아...”진서준이 허리를 굽혀 허사연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어...”허사연이 낮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이더니 가까스로 눈을 떴다.“서준 씨, 왔어요?”허사연이 몽롱한 표정으로 물었다.“어. 왜 갑자기 내 방에서 자? 그리고 이 잠옷은 뭐야?”진서준이 침대에 걸쳐 앉더니 허사연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잠이 확 깬 허사연이 진서준인 것을 보고 반항하지 않고 편한 자세를 찾아 고쳐 누웠다.“서준 씨를 위해서죠.”허사연이 고개를 숙이더니 진서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마치 술 취한 모습이었고 품에 안은 허사연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나를 위해서?”진서준은 호흡이 턱 막히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이건 무슨 뜻일까? 오늘 밤 내가 드디어 진정한 남자가 된 단말인가?’진서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작에 욕망으로 꿈틀거리던 진서준은 손을 뻗어 허사연의 쇄골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아래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진서준의 손길이 닿자 워낙 콩닥거리던 가슴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우리가 이렇게 오래 사귀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여자 친구의 책임을 다 못한 거 같아요. 혹시 날 원망하는 건 아니죠?”허사연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당연하지. 내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는 건 그 일 때문이 아니야.”진서준이 진지하게 말했다.스킨십보다는
허사연이 자기를 위해 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네가 부끄럼타는 모습이 제일 예뻐.”진서준이 허사연의 아래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리자 잘 익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저도 모르게 깨물어버렸다.진서준이 깊이 숨을 들이쉬면서 말했다.“너무 예쁘다.”사랑에 빠진 여자는 남자 친구의 칭찬에 약했고 허사연도 마찬가지였다.허사연의 눈썹이 반달처럼 되더니 호호 웃으며 물었다.“얼마나 예뻐요?”“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보다 더 예뻐.”“그런데 20년이 지나서 늙어버리면 내가 싫어지겠죠?”허사연이 속상한 듯 말했다.“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항상 18살짜리 소녀만 좋아하잖아요.”진서준이 그 말을 듣고 큰소리로 웃었다.“왜 웃어요?”허사연이 진서준의 허리를 꼬집으며 말했다.“만일 내가 늙었다고 버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아니야. 넌 영원히 늙지 않을 거야. 난 너와 한평생 함께하고 싶어.”진서준이 허허 웃으며 은영과를 꺼내자 이내 허사연의 눈빛을 사로잡았다.은영과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가 허사연의 코를 자극했다.“이게 뭐예요?”“널 영원히 젊게 해줄 수 있는 맛있는 과일이야. 이걸 먹으면 너도 윤진이처럼 아기 피부가 될 수 있고 한평생 늙지 않아.”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짜예요?”허사연이 놀라면서 물었다.“당연하지. 그리고 이걸 먹으면 너도 진정한 수련자가 될 수 있어.”“너무 좋아요. 이젠 나도 서준 씨를 도울 수 있어요.”허사연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맺힌 얼굴로 진서준에게 키스하자 진서준이 침대에 누우면서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허사연이 숨을 쉬지 못해 발버둥을 쳐서야 진서준은 입을 뗐다.고개를 들어 허사연을 보니 상반신이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서준 씨...”허사연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고 마치 전기충격을 받은 듯 온몸이 찌릿찌릿했다.특히 진서준의 다른 한 손이 계속 허사연의 아래쪽을 파고들었다.“안 돼요.”“왜?”“오늘...생리가...”허사연이
어젯밤 진서준이 집으로 돌아올 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걱정되어 다들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문소리가 들리자 허윤진은 진서준이 온 줄 알고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방 앞까지 왔다가 방안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를 들어버린 것이다.확인하지 않아도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에 그녀들은 두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았고 장난기 많은 허윤진도 문을 벌컥 열어 진서준을 놀라게 하지 않았다.사실 어젯밤 두 사람이 정식으로 일을 치른 건 아니고 허사연이 입으로 진서준을 위해 고통을 덜어줬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극락을 맛보고 말았다.“언니, 어젯밤 좋았어?”진서준이 나가자 허윤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러자 김연아 몇몇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다들 첫 경험을 못 겪어봤기에 허사연을 통해 알고 싶어했다.“무슨 헛소리야?”허윤진의 물음에 허사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내가 다 들었어. 어젯밤 언니가 형부 방에 있었잖아.”허윤진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나도 알아야 준비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전에 내 친구가 그러는데 처음 할 때는 무척 아프대.”허윤진의 말을 듣고 허사연은 오해가 깊어졌음을 느꼈다.“너 헛소리 하지 마. 그런 거 아니야.”허사연이 급히 부인했다.“뭐가 아니야. 어젯밤 다 같이 들었어.”허윤진이 방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을 때 김연아가 조용히 다가왔고 그 뒤로 한보영이 왔으며 심지어 변희영도 다가와 엿들었다.진서라만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창피해서 어떡해.”허사연은 허윤진이 혼자서 엿들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귀뿌리까지 빨개져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항상 맏언니 노릇만 해오던 허사연의 위엄이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렸다.“언니 걱정하지 마. 우리는 가족이잖아.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게”허윤진이 가슴을 치며 맹세하자 허사연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만하라고 했어. 이제 남자 친구가 생기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어. 난 다 먹었으니까 방에 가서 쉴래.”말하고 나서 허사연은 그
진서준과 유기태는 사장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성약곡으로 향했다.성약곡은 강주의 평양산에 있었다.평양산은 평범한 산이 아니었고 영맥이 숨어있어 여러 가지 귀중한 약재를 키워내고 있었다.성약당의 역사가 백여 년이 되었기에 기반이 탄탄했고 진서준이 찾고 있는 약재를 이곳에서 거의 다 구할 수 있었다.한 시간가량 운전해 산기슭에 도착하자 사장로가 말했다.“이제부터 걸어가야 해요.”“그럼 내려서 걷죠.”진서준과 유기태도 차에서 내려 사장로의 뒤를 따랐다.산기슭에 한 갈래의 인공 오솔길이 산속으로 뻗어 있었고 이 오솔길은 귀족 가문에서 성약당을 위해 만들어준 것이다.돈 있는 귀족 가문에서 매번 가족이 아플 때마다 성약당에 사람을 보내 약을 지어가곤 했다.성약당이 있은 지 백여 년이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명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당주가 여행을 가면서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니면 성약당으로 병 보러 오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산속의 경치는 아름다웠고 공기도 신선해 둘러보며 걷다 보니 진서준의 마음도 따라서 안정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도시의 콘크리트 건물과 비교하니 대자연이 더 가깝고 친절하게 느껴졌다. 산 중턱을 하나 넘자 사장로가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를 지나면 바로 성약당이에요.”사장로의 손끝을 따라 바라보니 앞쪽에 넓은 약재 밭이 보였다.돌길을 따라 앞으로 가니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보였고 이건 이곳에 오는 행인들에 대한 경고이다.사실 평양산은 강주 사람들에게는 금지구역과 마찬가지였고 소수의 귀족만 성약당에 들어가 전설과 같은 신의를 만나볼 수 있었다.“멈춰.”세 사람이 앞으로 가려 할 때 갑자기 앞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보니 멋을 잔뜩 부린 청년이 쌀쌀맞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사람이야? 성약곡으로 입장할 수 있는 초청장이 있어?”청년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몸에 밴 듯싶었다.“버르장머리 없는 놈. 나를 몰라?”사장로가 앞으로 한걸음 나서면서 매서운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