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들어선 도영광은 프런트로 가 패밀리 스위트룸을 잡았다.진서준이 없다면 도영광은 이렇게까지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의 행동은 다 질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유정은 처음 호화로운 호텔에 와서 화려한 내부를 보며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이게 부자들의 세상인가?’“가요. 룸을 잡았으니까.”도영광이 유정에게 얘기했다.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룸에 들어간 유정은 또 한 번 놀랐다.룸은 거의 100평이 되었다. 긴 식탁 테이블 외에도 노래방 기계와 당구대 등이 있었다.“진서준 씨, 이런 곳은 돈이 많이 들겠죠?”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렇긴 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눈치챘다. 이들이 유정을 호구 잡았다는 것을.“당신이 유정 씨네 팀 매니저입니까?”진서준이 걸어가 도영광에게 물었다.“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도영광은 짜증 섞인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돈만 있으면 다인 줄 알아? 난 네가 두렵지 않아!’“이곳이 얼마나 비싼 곳인지는 알죠?”진서준이 물었다.“당연하죠. 하지만 이 호텔은 유정 씨가 고른 곳이에요.”도영광이 눈썹을 까딱였다.“우리는 유정 씨한테 5성급 호텔을 고르라고 강요한 적 없어요.”“그러게 말이에요. 밥 얻어먹으러 온 주제에 무슨 말이 저렇게 많대.”한 여직원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진서준을 보며 눈을 흘겼다.그 여직원은 바로 아까 도영광의 팔짱을 낀 나지혜였다. 세일즈 팀의 사람들은 나지혜와 도영광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진서준 씨, 괜찮아요. 그저 한 끼 식사일 뿐이잖아요.”유정은 진서준의 팔을 끌며 도영광과 진서준이 싸우지 않기를 빌었다.“들었어요? 유정 씨가 괜찮다는데요.”도영광이 차갑게 웃었다.진서준은 나대는 도영광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었다.“진서준 씨, 됐어요. 몇백만 원쯤은 감당할 수 있어요.”유정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진서준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이 방의 규모를 봤을 때 몇백만으로는 모자
나지혜의 눈빛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매번 도영광과 할 때마다 그는 파란 캡슐 약 두 알을 먹곤 했었다.그런데 진서준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진서준이 정말 보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헛소리 그만해요. 도 매니저님 몸은 아무 문제 없어요!”나지혜는 마음속 충격을 억누르고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나지혜가 말하는 것을 듣고 다른 여성 판매원들도 진서준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당신들 내 말 안 믿어요?”진서준은 놀리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원한 것은 도영광이 믿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있다가 도영광을 놀려줄 수 없다.“애초에 당신이 한 말은 헛소리야!”도영광은 테이블을 치며 화를 냈다.하지만 진서준은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당신의 신장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나랑 주량을 대결해 보죠. 신장이 좋은 사람은 대사 노폐물 배출에도 문제가 없어서 보통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 않아요.”도영광은 진서준이 자신과 주량을 대결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도영광은 영업 관리자가 되기 위해 가족에게만 의지한 것이 아니라 말주변도 좋은 데다가 술도 잘 마셨다. 그에게 소주 한 근은 시작에 불과했다.“진심이에요?”도영광은 최서준을 바보 보듯 바라보았다.“물론이죠.”진서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유정을 해치려 했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진서라는 당황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속삭였다.“오빠, 무리하지 마!”진서라의 기억에 진서준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유정도 걱정이 되어 진서준에게 말했다.“서준 씨, 도 매니저의 주량은 아주 강해요. 대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저도 주량이 나쁘지 않아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아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이 말을 들은 주위의 사람들은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진서준은 웨이터를 바라보며 당장 몇천 원짜리 소주 두 상자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진서준 씨
룸에는 소파가 하나 있었다.두 웨이터는 기절해 쓰러진 도영광을 소파로 옮겼다.모두의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지만 진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람들은 소주 두 병을 꿀꺽꿀꺽 삼키고도 멀쩡한 진서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었다.인터넷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술을 마시는 스트리머들도 진서준만큼 용감하지 못했다.“나 쳐다보지 말고 빨리 먹어.”진서준은 웃으며 진서라에게 큰 랍스터를 건넸다.도영광이 없으니 식사자리는 훨씬 더 조용해졌고 사람들이 먹는 소리만 들렸다.나지혜는 어두운 표정을 한 채 외투를 손에 들고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방금 전 화장실에서 몸에 묻은 토사물을 닦고 나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진서준은 일부러 도영광의 신장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서 도영광을 도발해 그와 주량 대결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이런 꼼수를 피우다니!나지혜가 자리에 앉자 진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당부했다.“좋은 마음으로 말하는 건데, 앞으로 다시는 아이를 지우면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임신하기 바쁘거든요.”그 말에 룸 전체가 조용해졌다.나지혜는 깜짝 놀라 진서준을 노려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그쪽이 임신한 거 몰랐어요?”진서준은 웃으며 물었다.“당연히 알죠!”나지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여러 번 아이를 지우면 앞으로 다시 임신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겠네요.”진서준은 솔직하게 말했다.“헛소리 지껄이지 마요. 난 처음 임신했어요!”나지혜가 화를 내며 말했다.“처음이라고요?”진서준은 경멸하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그쪽이 처음이라면 처음인 걸로 하죠.”어차피 이제 말을 밖으로 내뱉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믿든 안 믿든 그와 상관없었다.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았고 나지혜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있었다.도영광이 매니저가 되기 전에 나지혜가 40대 중년 남성과 호텔을 드나드는 것을 본 사람이
식사를 끝낸 뒤 진서준은 진서라를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고 내친김에 결제까지 할 생각이었다.고한영과 유정은 진서준이 떠나려고 하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쫓았다.“서준 씨,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유정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계속 그렇게 감사 인사를 한다면 화낼 거예요.”진서준이 일부러 화난 척하며 말하자 유정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당황스러움이 보였다.그녀는 자기가 정말로 진서준을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오빠, 왜 유정 언니에게 겁을 줘?”진서라가 진서준의 팔뚝을 때리며 질책했다.“유정 언니, 오빠 농담한 거예요. 믿지 말아요.”“하하, 농담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유정 씨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유정은 서둘러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서준 씨, 앞으로 제가 필요하다면 그게 무슨 일이든, 물불 가리지 않고 도와드릴게요.”진서준의 친근한 모습에 고한영은 자신이 내렸던 결정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결제하려는데 호텔 매니저가 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진서준은 강요하지 않았고 진서라를 데리고 차로 돌아갔다.차에 오르자마자 유정의 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 유정입니다.”“네? 저희 엄마 상태가 악화했다고요?”“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갈게요.”유정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전화를 끊었다.“서준 씨, 절 정운 병원까지 데려다줄 수 있나요?”“조금 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저희 엄마 상태가 악화했다고 연락이 와서요. 언제든 돌아가실 수 있다고 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진서라에게 말했다.“서라야, 넌 고한영 씨와 함께 따로 차를 타고 돌아가.”진서라와 고한영이 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곧바로 액셀을 밟고 부리나케 정운 병원으로 향했다.2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지만 진서준은 약 10분 만에 도착했다.차를 세운 뒤 두 사람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유정의 어머니가 계
조금 전 진서준이 밖으로 끌어낸 중년 의사가 병원 경비원을 불러와서 문을 박차고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요즘 사람들은 정말 경우가 없다니까요!”“제가 그 여자 분명 죽을 거라고 했는데도 그놈이 글쎄 자기가 구할 수 있다는 게 아니겠어요?”중년 의사가 밖에서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유정은 어머니에게 옷을 입혀주었고 진서준은 문가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경비원은 곧바로 안으로 쳐들어와서 진서준을 제압하려 했다.진서준의 눈빛은 서늘했다.“뭐 하시는 거죠?”“뭐 하는 거냐고요? 제가 묻고 싶네요! 제 환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중년 의사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당연히 사람을 구했죠.”진서준이 불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당신이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나 봐요?”경비원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냉소했다.“이보세요, 황 선생님은 서울시에서 가장 뛰어난 내과 전문의예요!”“황 선생님도 환자가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했는데 당신이 어떻게 살린단 말입니까?”진기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살렸는지 살리지 못했는지 직접 보면 알겠죠.”황지욱은 진기준의 말을 듣고 코웃음쳤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무슨 의술을 안다고?”“황 선생님, 진기준 씨는 정말 제 어머니를 치료해 주셨어요.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와서 보세요.”유정이 다급히 말했다.황지욱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불쾌한 듯 말했다.“제가 말했죠. 환자분 어머니는 살릴 수 없다고요!”“하지만 제 어머니는 살았는걸요.”유정이 말했다.“우습네요. 이 청년이 환자분을 살렸다면 전 앞으로 의사를 하지 않겠어요!”황지욱은 차갑게 코웃음치면서 유정의 어머니가 누워있는 병상으로 향했다.환자의 안색이 좋아진 걸 본 황지욱은 깜짝 놀랐다.“이... 이럴 리가 없는데?”황지욱은 믿기지 않아서 곧바로 침대 옆에 놓인 기계로 유정의 어머니를 진찰했다.전면적인 검사가 끝난 뒤 황지욱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유정의 어머니는 신체 기능이 일반인보
수술대 위에 있는 청년은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두 시간 안에 사망할 것이다.황지욱은 너무 불안해서 옷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여러 간호사와 보조 의사가 황지욱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모두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황 선생님,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시면 환자는 살 수 없습니다.”의사인 황지욱은 점점 창백해지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황지욱은 낮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알아요! 다들 여기서 기다려요. 내가 나갔다 올게요.”응급실 밖에서 김풍과 그의 아내는 황지욱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이미 수술이 끝났다고 생각했다.“황 선생님, 제 아들 수술 다 끝났나요?”“아... 아니요.”황지욱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김풍은 얼어붙었다.“아직 안 끝났어요? 그럼 왜 나왔어요?”“사실 아드님을 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황지욱은 말을 마친 후 힘이 다 빠진 듯 몸을 복도 벽에 기대었다.그러자 김풍은 황지욱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황 선생님, 방금 죽어가는 요독증 환자도 선생님께서 살려내셨잖아요!”“그 환자는 제가 살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구한 겁니다!”황지욱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젠장, 왜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김풍은 너무 화가 나서 황지욱을 4, 5미터 밖으로 걷어찼다.“그럼 그 환자를 구해준 사람은 어딨어요? 당장 데려가서 만나게 해줘요! 내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당신도 앞으로 편안히 지낼 생각하지 마!”김풍은 눈에 핏발이 서 마치 미친 사자처럼 보였다.황지욱은 배가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일어나 김풍에게 길을 안내했다.그들 일행은 유정의 어머니가 있는 병실에 도착했다.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방문에 유정은 깜짝 놀랐다.“아가씨, 제발 내 아들을 구해줘요!”김풍과 그의 아내는 유정에게 다가가 애원하는 얼굴로 말했다.병실에는 유정과 그녀의 어머니만 있었기 때문에 김풍 부부는 유정을 의사라고 생각했다.황지욱은 서둘러 설명했다.
진서준은 유정의 전화임을 확인한 후, 키가 큰 남자를 던져버렸다.“유정 씨, 무슨 일이에요?”진서준이 물었다.“서준 씨, 지금 어디예요? 어떤 분이 서준 씨에게 사람을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셔서요.”“지금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진서준이 말했다.유정 옆에 서 있던 김풍도 진서준의 말을 듣고 황급히 유정의 휴대폰을 빼앗았다.“진 선생님, 이리 와서 제 아들을 구해 주세요!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을 수 없습니다. 제발요!”김풍의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섰고 얼굴은 괴로운 기색이 역력했다.김명진은 김풍이 무척 아끼는 아들이라, 그런 아들을 먼저 보내고 싶지 않았다.“진 선생님, 제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저 김풍은 선생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든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돈도 좋고 차, 집 그리고 예쁜 여자까지,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다 드릴 수 있어요!”진서준은 상대방이 간절하게 아들을 구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어조가 많이 차분해졌다.“30분 후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게요.”“네, 병원 입구에서 기다릴게요!”할 말을 마친 후, 김풍은 즉시 휴대폰을 유정에게 돌려주었다.“서준 씨, 정말 죄송해요.”유정은 미안해했다.진서준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그를 귀찮게 한 거 같아 마음속으로 자책했다.“괜찮아요. 일단은 여기서 처리할 일이 있으니 있다가 봐요.”전화를 끊은 진서준은 키 작은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때리며 깨웠다.키 작은 남자는 깨어나 진서준을 보자 두려움에 떨었다.“이지성네 부자가 너희를 보냈어?”진서준이 물었다.“네. 형님과 저는 이틀 전에 서울시에 도착했습니다.”키 작은 남자가 긴장해하며 말했다.“그런데 왜 오늘에야 날 찾아온 거야?”“글쎄요. 우린 서울시에 온 뒤에는 모든 것을 이혁진의 명령에 따랐어요. 당신을 죽이라는 시간을 알려주니까 우리는 그 시간에 맞춰서 온 거예요.”“너희 점심부터 날 미행했지?”진서준이 무심하게 물었다.“네...”호텔에서 나왔을 때 진서준은 이 승합차가 자
아들이 독살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들은 김풍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비즈니스계는 전쟁터와 같았다. 아니, 전쟁터보다 더 잔인했다.거의 매달 김풍은 암살을 마주하곤 했다. 다만 김풍은 누군가 자신의 아들을 노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른 후 김풍은 고개를 들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 선생님,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우리 김씨 가문과 영운 그룹의 귀빈입니다. 이 영운 카드와 은행 카드를 받아 주십시오!”김풍의 집사는 즉시 앞으로 나와서 두 장의 카드를 꺼냈다. 하나는 은행 카드였고 다른 하나는 은행 카드와 같은 크기의 영운 카드였다.영운 카드는 검은색에 긴 황금색 용이 인쇄되어 있어 매우 특별해 보였다.진서준은 거절하지 않고 두 카드를 담담하게 받았다.“진 선생님, 혹시 전화번호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김풍이 물었다.“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선생님!”김풍은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일이 없으면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진서준은 이지성의 집에 가서 그들 부자를 혼내주어야 했다.그런데 이때 김풍이 갑자기 말했다.“진 선생님, 며칠 후에 한 고인을 만나러 같이 가자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제 밖에서 사업 때문에 황보 어르신이 주최한 연회를 놓쳤습니다.”진서준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김풍이 어제 황보식의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그가 서울시에 없었기 때문이었다.“좋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이씨 가문의 별장.이혁진은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 테이블 위에는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유지수가 낳은 아이는 이지성과 혈연관계가 없었다.“이 년, 감히 나가서 남자를 만나다니!”이혁진은 너무 화가 나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1천만 원이나 되는 찻잔을 바닥에 던져서 깨뜨렸다.“이 년 아직 안 왔어?”이혁진은 경호원을 바라보며 화가 난 얼굴로 물었다.“도련님 쪽 경호원이 30분 전에 사모님이 병원을
그런데 진서준이 자기 애인을 보러 온 것임을 깨닫자 자연스레 투덜댔다.허사연의 눈빛 또한 장난기가 가득했다.“서준아, 대체 언제 그 조씨 가문 가주 딸이랑 특별한 관계로 엮인 거야?”진서준은 곧바로 쓴웃음을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오해야, 나랑 조민영은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리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고 난 그 아이를 단지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이야. 그 아이만 보면 꼭 서라를 보는 것 같거든.”진서준이 조민영을 여동생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듣자 허사연 자매의 싸늘한 분위기가 금세 누그러졌다.제아무리 지선까지 처치했던 진서준이지만 허사연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는 건 긴장하고 식은땀이 나는 일이었다.“여동생처럼 생각하는 거라면 괜찮아.”허사연이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조민영은 이제 막 성인이 됐어. 이따가 그 아이를 만나면 그 아이가 서라랑 얼마나 비슷한지 알게 될 거야.”진서준이 덧붙여 설명했다.처음에 진서준이 조민영을 돕기로 결심했던 것도 조민영의 성격이 진서라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너 혼자 그 조씨 가문 아가씨 만나러 가봐. 우리 둘은 고향에 좀 들러볼게.” 허사연이 말에 진서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고향에 가?”“그래, 우리 고향이 여기 봉천시거든. 근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오지 못했어. 이번 기회에 한 번 들려보려고 해.”허사연이 설명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의 고향이 이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허사연이 따로 얘기하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허사연이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고향에 온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해.”진서준은 손으로 전화 거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응, 너도 조심하고. 낯선 여자한테 홀리지 않도록 조심해.”허사연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지금 진서준은 더 이상 다른 여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허사연, 김연아, 서지은만으로도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또 다른 배수정 같은
곧 설표 특전대의 목욕탕에서 귀신 울음소리 같은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약효가 너무 강렬해 모두가 뼈가 분해되어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이 고통이 심할수록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의 공포스러움이 증명되었다.한 시간 후, 설표 특전대 전원이 귀청이 터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다들 일제히 경지 돌파에 성공한 것이다.본인의 실력이 이전과 비교해 몇 배는 더 강해진 게 확실했다.내공 무인이었던 장서안을 비롯한 몇몇 장병들은 단숨에 내력 절정 경지에 이르러 종사 경지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상태였다.심지어 무인조차 아니었던 나머지 장병들도 내공 무인이 되어 진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모두가 진서준을 신처럼 숭배하기 시작했다.“진 교관님, 정말 우리 부모와 같은 은인이십니다.”“진 교관님, 앞으로 무슨 명령이든 말씀만 하시면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겠습니다!”“교관님이 주신 처방전과 새로 개량된 열풍권 덕분에 이번 8군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기쁨에 찬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진서준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이들은 진서준이 직접 가르친 병사들이었기에 그의 눈에 반쯤은 자기 자식 같은 존재였다.자기 자식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본 부모가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다들 열심히 수련해. 그리고 15일 후에 처방전을 한 번 더 사용해. 난 일이 있어 먼저 떠나야겠어.”진서준이 떠난다는 말을 듣자 다들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그의 이탈을 원치 않았다.진서준이 부대에 온 지 고작 이틀 만에 병사들의 태도를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진서준이 조금만 더 머물러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표 특전대원들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전당인 전신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전신전은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전당이었다.전신전에 소속한 인원은 극히 적어 단 50명뿐이었지만 이 50명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정점에 선 존재들이었다.장서안을 포함한
“정말 중요한 친구 한 명이 연락이 닿지 않아서요. 빨리 가서 확인해 봐야 합니다.”진서준은 한마디 덧붙였다.“우선 설표 특전대원들에게 이번에 도착한 약재로 샤워부터 하게 해주세요. 병사들이 전부 사용하고 나면 그때 떠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아, 맞다, 진 교관님, 이번에 설표 특전대가 8군 대회에서 우승만 하면 제가 교관님을 위해 신청한 군 계급도 곧 내려올 겁니다.”소정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군 계급을 신청하다니?진서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 권한으로는 소장 계급까지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표 특전대가 우승하면 다른 7개 특전대도 진 교관님을 모시려 들겠죠. 그때가 되면 교관님은 곧바로 중장으로 승진할 겁니다.”소정태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장군 계급은 수많은 군인의 꿈이자 목표였다.하지만 평생을 전장에 바쳐도 고작 위관 계급에서 머무는 군인이 허다했다.그런데 진서준은 위관과 교관 계급을 건너뛰고 바로 소장이 될 수 있었다.이는 최근 군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소정태는 진서준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다.진서준의 훈련을 받은 설표 특전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특히 개량된 열풍권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이 훈련 덕분에 설표 특전대는 향후 임무 수행 중 생존율과 완수율 모두 크게 높아질 터였다.대한민국 8대 특전대 임무는 항상 국가의 핵심 이익과 연관이 있는 중요한 임무였다.임무 완수율이 높아지면 국가에도 막대한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사실 진서훈이 직접 나서 군 고위층에 요구한다면 진서준은 중장이 아니라 상장까지도 바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었다.단 한 번의 보해 전투만으로도 진서준은 소장 계급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진서준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제가 군에 머물 시간이 없어서요. 장군 계급은 좀...”“아니요, 절대 교관님을 강제로 군에 묶어두진 않습니다.”소정태가 급히 해명했다.“교관님께 드리는 군 계급은 국안부 상경과 같은 개념입니다. 별다른
조태희가 강 종사를 같이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자 조기강은 순간 망설였다.“형, 강 종사는 집에 남겨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근데 천산 근처에 대요괴가 출몰하는데 너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조태희의 얼굴엔 우려가 가득했다.동북 천산은 사계절 내내 눈이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바로 그 근처에 거대한 요괴가 출몰하기 때문이었다.천산 아래에는 영맥이 흐르고 있어 그 지역 동물들이 영기를 흡수하며 영지를 얻곤 했다.예컨대 얼마 전 진서준이 보운산에서 길들인 누렁이도 그런 대요괴 중 하나였다.조기강은 최근 연이어 전투를 치르며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그런 조기강을 혼자 천산으로 보내는 건 조태희에게도 불안한 일이었다.“대요괴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순 없더라도 도망칠 수는 있어.”조기강이 단호하게 말했다.“강 종사가 나와 함께 가면 우리 가문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이 틈을 타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래?”조기강의 눈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심씨 가문이 이번 가문 사이 혼인을 제안하면서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도 몰랐다.겉으론 결혼을 빌미로 선의를 베푸는 척하지만 사실은 다른 목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컸다.조기강의 뜻을 이해한 조태희는 한참 동안 고심한 끝에 결국 동생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기강아, 정말 조심해야 해. 너까지 민영 때문에 다치면 내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조태희는 동생의 손을 붙잡으며 진심으로 당부했다.40년 넘게 이어진 형제애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만약 조기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조태희는 아마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조기강은 간단히 짐을 챙기고 곧바로 차를 타고 북쪽 천산으로 향했다.조기강이 봉천시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 모두 이 소식을 접했다.그러나 두 집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마치 조기강이 봉천시를 떠난 사실조차 모르는 듯한 태도
“좋아요,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하네요.”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후, 소정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에게 방 세 개를 준비했다.방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고 깔끔했고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조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벨이 오래 울렸음에도 아무도 받지 않자 진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진서준이 전화를 몇 번 더 걸어봤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조민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난번 양씨 가문에서 조민영은 자기 목숨을 걸고 진서준 앞을 막아섰다.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진서준은 조민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친동생과도 같은 존재였다.“모레쯤 조씨 가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봉천시.조씨 가문 저택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개인 병원 병실 내 조민영이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조민영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기운은 극도로 쇠약했다.조민영 곁에는 조태희와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대머리 남성이 서 있었다.“장 의사님, 제 딸 상태가 어떻습니까?”조태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장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주님, 따님께서 단순히 병에 걸린 것이면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병이 아니라 중독된 겁니다.”딸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조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중독이라고? 언제 중독된 거지? 내가 왜 몰랐지?’“무슨 독에 중독된 겁니까?”지금 범인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은 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딸을 살린 후에 범인을 찾아도 늦지 않았다.“민영 아가씨 상태를 보아하니 칠채지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이 독은 오독의 독액에 빙정과 천산설련을 섞어 만든 무색무취의 독입니다.”장 의사가 자세하게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조태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빙정과 천산설련은 매우 희귀한 약재로 천지산 근처에서만 발견될 수
뜨거운 김이 피어나는 욕조를 보며 소정태는 머리를 돌려 진서준에게 물었다.“진 교관님,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그래요, 근데 처음에는 좀 아플 거니까 꾹 참아야 해요.”진서준이 한마디 일러두었다.소정태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소정태가 횡련 대종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여러 전장에서 생존한 덕분이었다.몸에는 칼자국과 총상투성이였고 아무리 강렬한 고통이라도 소정태는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소정태는 옷을 단숨에 벗어 던지고 욕조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소정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강렬한 약효가 소정태의 근육과 뼈대를 자극하며 우두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결국 소정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괴로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은 단번에 효과를 발휘했다.잠깐 사이에 소정태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소정태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무려 30분간 이어졌다.30분 후, 욕조 안의 약효는 완전히 사라졌고 피처럼 붉었던 욕조 물은 다시 맑고 투명해졌다.소정태를 다시 보니 온몸에서 이전보다 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난 소정태는 드디어 경지를 돌파하게 된 것이었다.소정태는 일급 대종사의 절정 단계에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평생 이급 대종사에 이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 덕분에 단숨에 이급으로 돌파한 것이다.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기쁨과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욕조에서 나온 소정태는 급히 옷을 입고 무릎을 꿇어 진서준에게 머리를 숙였다.“진 교관님, 당신은 제게 새 생명을 주신 분이나 다름없습니다.”진서준이 없었다면 소정태는 평생 이급 대종사라는 경지의 문턱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 덕분에 소정태는 단 30분 만에 평생 넘지 못할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진서준은 소정태를 일으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사령관님이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사령관님이 이전부터 쌓아온
이때 병사들이 몰려와 허윤진에게 칭찬과 존경을 연신 쏟아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젊으신데 벌써 종사라뇨.”“이런 대단한 사모님이 계시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사모님이라 부르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허윤진은 허사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사람들을 정정했다.“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저분이 사모님이고 저는 저분 동생이에요.”처제를 사모님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들 아부하려다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사람들은 급히 허사연 곁으로 가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가 착각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사모님, 저희 때문에 교관님과 다투지 마세요.”“진 교관님, 정말 죄송합니다...”진서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지더니 병사들에게 소리쳤다.“다들 한가한 모양이지? 어서 가서 권법 연습이나 해.”백여 명의 병사들은 재빨리 진서준이 개량한 열풍권을 연습하러 뛰어갔다.“진서준, 방금 내 실력 어땠어?”허윤진은 깡충깡충 뛰어 진서준 앞으로 오더니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정말 강하던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어.”“당연하지. 내가 누군데.”허윤진은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아, 너희는 알아서 구경하고 있어. 난 소정태의 상태를 좀 보고 올게.”소정태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진서준은 당연히 확인하러 가야 했다.진서준이 군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소정태에게 붕대를 감고 있었다.“진 교관님!”진서준이 오자마자 소정태는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크게 다쳤는데 얼른 앉으세요.”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한쪽에 있던 간호사는 놀라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소정태가 어떤 사람인지 군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심지어 군구 최고 책임자를 마주해도 소정태는 항상 당당했다.그런 소정태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넘은 청년에게 먼저 경례를
고소연은 설표 특전대에서 유일한 여성 종사였고 그 실력은 압도적이었다.장서안 같은 일반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부사령관인 박준명조차 고소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허윤진과 고소연의 대결 전, 사실 대다수 병사는 허윤진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겼다.진서준이 강하다고 해서 그의 여자친구도 강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병사들은 두 사람을 위해 넓은 공터를 마련했다.“허윤진 씨, 실례하겠습니다.”고소연은 허윤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저를 봐주지 말고 모든 실력을 보여주세요.”허윤진도 똑같이 예를 갖추어 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고소연은 미세하게 다리를 굽힌 후 치타처럼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돌진했다.고소연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주변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의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소연이 자기 실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허윤진의 눈빛에도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고소연은 허리를 낮춘 채 양손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치켜들고 허윤진의 팔을 향해 덤벼들었다.고소연의 의도는 단순했다.허윤진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하려고 했던 것이다.“마침 잘 왔네요.”허윤진은 체내의 영기를 모으더니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운이 그녀의 양손에 뿜어져 나왔다.이 광경을 본 병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맙소사, 진 교관님의 여자친구도 종사였어?.”“세상에, 그래서 사모님이 고소연 부사령관님에게 대련을 신청했구나. 이제야 이해할 것 같네.”“사모님이라고? 야, 너 진짜 표현 잘한다.”곧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병사들 사이에서 퍼졌다.진서준은 그 단어를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진은 내 처제가 아니야. 내 여자친구는 옆에 있는 사연이라고.’고소연은 허윤진도 종사라는 사실을 깨닫자 단전의 강기를 모아 기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쾅...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며 둔탁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지면 위의 눈이 순간적으로 튕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허윤진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고소연은 일곱 발짝 이상 뒤로 물러나며 겨우 몸을 가눴다.
진서준의 말에 소정태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교관님.”소정태는 감격해하며 한마디 더 보탰다.“진 교관님, 제 식구는 이제 진 교관님께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부디 제대로 된 훈련 부탁드립니다.”소정태가 떠난 후, 진서준은 백여 명의 병사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아직도 날 못 믿겠다는 사람이 있나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진 교관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병사들이 일제히 외치는 모습을 보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다면 특훈을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진서준은 설교 특전대에서 주목을 받는 장서안을 가리켰다.“이리 와 보세요.”장서안은 바로 앞으로 나와 공손히 물었다.“진 교관님, 무슨 지시가 있으십니까?.”“아까 여러분이 연습한 그 권법을 한 번 더 보여줘요.”진서준의 말을 듣자 장서안은 망설임 없이 설표 특전대 특유의 열풍권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열풍권이란 권법은 이름 그대로였다.모든 주먹과 발차기가 굉장히 빠르고 맹렬했으며 거의 내지를 때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이 권법은 특전대 병사들의 직업 특성과도 관련이 있었다.특전대 병사들은 다들 국가를 지키고 전장에서 적을 처치해야 하는 군인이었다.한 방에 적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바로 병사들 자신일 것이다.이러한 절박함 때문에 열풍권은 빠르고 강렬하기는 했지만 방어 자세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래서 상대가 자기와 동등한 실력이라면 열풍권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상대가 더 강하다면 한 번의 공격 이후에 쓰러지는 건 오히려 아무런 방어도 없는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진서준은 열풍권을 유심히 본 후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권법은 참 허점투성이군요.”“네?”진서준의 평가에 병사들은 전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이제 내가 그 권법을 개량해 줄 거니까 다들 집중해서 보세요.”진서준은 창욱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는 3년 동안 권법, 발차기, 검술, 도법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이렇게 여러 분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