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나오자, 주변 모든 사람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가마가 이렇게나 귀한 것인 줄 몰랐다! 이 가마는 원래 서광문이 딸을 시집보낼 때 꺼내 쓰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성대하게 치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아들딸도 아닌 김씨 가문의 사생이 어떻게 이 호화로운 가마에 탈 수 있겠는가? 이 호화로운 가마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혼수 행렬이 이어졌다! 십 리에 도달하는 길이의 혼수였다! 이것이 바로 강남 제일 세가의 위엄이었다! 구경하러 온 여자들은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결혼 행렬은 그렇게 천천히 나아갔다. 무려 한 시간이나 걸어서야 김씨 가문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김형섭은 이미 김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서씨 가문의 도련님, 십리혼수로 청혼합니다!” “김씨 가문의 아가씨, 좋은 날 받아들이고 예를 받습니다!” 서동현은 말에서 내려 김연아 앞에 무릎을 꿇고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김연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전에 서동현은 김연아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화려한 예복을 입은 김연아를 보니 다시 한번 넋이 나갔다! “폭죽을 쏴라!” 이 말이 떨어지자, 온 금운성에서 수많은 축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아 태양 빛마저도 가려버렸다! “서 도련님, 이제 김 아가씨를 가마에 태우셔야 합니다!” 사교가 옆에서 일깨워주었다. “가마... 가마를 타세요!” 서동현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했다. 서동현은 김연아를 건드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이 선녀 같은 여인을 더럽히게 될까 봐서였다.서동현은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모든 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김연아는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호화로운 가마에 올랐다. 십리혼수가 김씨 집안으로 들어간 후, 결혼 행렬은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길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부 삼성의 진서준이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결혼을 축하하며, 특별한 선물을 하나 보냅니다!” 진서준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천지를 울릴 듯했다. 모두가 진서준을 바라보았고 정확히 말하면 진서준이 들고 있는 그 커다란 종을 바라보았다! 결혼식에 종을 선물한다고? 이건 분명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 아닌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은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직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동시에 도발하는 것은 명백히 목숨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저 녀석 미쳤나? 이런 때에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도발하다니!” “중부 삼성의 진서준? 혹시 전에 떠들썩했던 그 진 마스터님인가?” “진 마스터라고? 저렇게 젊은데? 내가 보기엔 겨우 20대 초반인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중부 삼성의 사람이 강남의 용수와 갈등이 있는 거지?”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도윤과 장조인 부자도 멍하니 바라보며 계속해서 침을 삼켰다. “진... 진 마스터님이 정말 미쳤군, 감히 큰 종을 들고 오다니!” “이 원한, 끝까지 가겠다는 거야!” 김형섭과 서광문 등은 진서준이 들고 있는 큰 종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너무나 오만했다, 그야말로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진서준, 여기는 강남이야, 남주성이 아니다!” “전에 서울시에서 너에게 충분히 체면을 지켜주었으니, 더 이상 몰상식하게 굴지 마라!” 김형섭은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서광문 역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서광문은 원래 진서준을 사위로 삼을 생각까지 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서광문은 단지 진서준을 죽이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서씨 가문의 위엄이 결코 도전받을 수 없음을 알리고 싶었다! “이 바보... 바보!” 결혼식 무대 위에서 김연아는 진서준의 결연한 모
김현성은 얼굴이 굳어지고 손에 힘줄이 솟아오르며, 강한 기운이 서서히 발산되려 했다! 김현성을 언급한 후, 진서준은 다시 서광철을 바라보았다. “너는 아들이 제멋대로 악행을 저지르도록 방치했으니, 이는 첫 번째 죄다!” “서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해 김연아를 협박해 강제로 시집가게 했으니, 이는 두 번째 죄다!” “외부 인사와 결탁해 자신의 조카딸을 납치했으니, 이는 세 번째 죄다!” “이 세 가지 죄를 인정하겠느냐?!” 우르르르…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서광철의 가슴에 깊이 꽂혔다. 그가… 그가 어떻게 자신이 외부 인사와 결탁해 서지은을 납치한 것을 알았을까? 서광문 역시 자신의 친동생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광철아, 저 말이 사실이냐?” 서광문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에요. 진서준이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예요!” 서광철은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다. 일이 탄로 난 후, 서광철은 모든 관계자를 죽였기 때문에 진서준이 증거를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진서준이 아무리 사실을 말하더라도, 증거가 없는 한 서광철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서광철이 서지은을 납치하도록 지시한 이유는 바로 자기 아들을 위해 길을 닦으려는 것이었다! 서광문이 서지은을 너무 아꼈기 때문에, 서광철은 서광문이 서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서지은에게 물려줄 것으로 생각했다. 서씨 가문이 설립된 이래로 여성이 가주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서광철은 서지은을 불구로 만들어 서지은이 서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없도록 하려 했다. 진서준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인정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네가 실제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다.” “입 닥쳐라, 이 개같은 놈아!” 서광철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너 같은 결혼식 방해하는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느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광철의 말이 맞
진서준이 몇 걸음도 걷지 못했을 때 서씨 가문의 또 다른 대종사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에는 진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또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나 그 대종사와 격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이 두 사람은 탁현수의 제자로, 어젯밤 금운에 도착한 자들이다. 진서준은 어제 운대산에 갔을 때, 천문검을 단련하는 것 외에도 열여섯 개의 잠수단을 연마했다. 진서준은 운대산속의 귀중한 약재들은 거의 모두 사용하였다. 잠수단 덕분에 이 몇 명의 종사 단계 무사들은 서씨 가문의 대종사들과 잠깐 겨룰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잠수단의부작용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약효가 떨어진 후, 그들은 몸 전체에 힘이 빠질 뿐이고 한잠 자기만 하면 회복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잠수단이 계속 있는 한, 계속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잠수단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고 약재 또한 매우 까다로웠다. 진서준이 열여섯 개의 잠수단을 연마한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진서준이 앞으로 나아가자 또다시 서씨 가문에서는 두 명의 대종사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진서준은 요지부동이었고, 탁현수의 다른 두 제자와 우진영이 함께 나타났다! “우진영이 이렇게 일찍 나타나다니?” 우진영을 본 장조인은 벌떡 일어났다. 아직 우진영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이 자식이 스스로 나타나다니!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 사람들도 우진영을 알아보고는 장조인을 노려보았다. “장조인, 이게 무슨 뜻이냐? 우리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적이 되겠다는 거냐?” 서광문은 장조인을 쏘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물론 아니야. 나도 우진영이 왜 갑자기 움직였는지 모르겠어.” 장조인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씨 가문에 여덟 명의 대종사가 있다는 것을 보고 이미 마음속으로 물러나려 하고 있었다! 진서준이 아무리 강해도 여덟 명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 설령 누군가 도와준다고 해도 진서준은 혼자서
“아니, 아빠! 저는 이미 진서준의 여자가 되었어요!” 진서준을 보호하기 위해 서지은은 이 사실을 직접 고백했다. “뭐라고?” 서광문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지은을 바라봤다. “운대산에서 제가 독에 걸렸을 때, 진서준이 저를 구하기 위해 저희 둘이 관계를 맺었어요.” 서지은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했다. “너... 너는 나를 미치게 하려고 하는구나!” 서광문은 머리가 멍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딸이 그렇게 간절히 자신을 설득하며 서동현을 김연아와 결혼시키지 말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지만 딸아, 너는 그 진서준에게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모르니? “아빠, 일은 이미 벌어졌어요. 이제 이 이야기를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서지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오늘 진서준이 죽으면 저도 진서준과 함께 죽을 거예요!” “저는 진서준의 사람이 되었고 죽어서도 진서준의 영혼이 될 거예요!” 김형섭과 서광문은 모두 침묵했다. 그들의 딸이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차례 고민한 끝에, 두 사람은 가문의 명예를 선택했다.“아가씨를 데리고 가서 절대로 죽지 못하게 막아라!” 서광문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두 명의 여성 종사가 다가와 강제로 서지은을 데리고 갔다. “놓아줘! 놓아달라고!” 서지은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이때 진서준은 결혼식 무대까지 절반의 거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절반의 거리는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진서준의 앞에는 아홉 명의 대종사가 서 있었다.서씨 가문의 네 명, 긴씨 가문의 다섯 명! “젊은이, 나는 너의 용기를 흔상하지만 예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무모한 용기로 인해 목숨을 잃었는지 아느냐?” 한 백발의 노인이 천천히 말했다. “세상에! 왕 대종사다! 그가 서씨 가문의 공양인이라니!” “왕안석? 그는 20년 전에 이미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때 모든 사람이
아무도 더 이상 금성 등인의 싸움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두 진서준과 왕안석의 싸움에 집중했다. 사람들은 천재로 불리는 젊은 대종사가 강남 제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두 사람은 고요한 호수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만약 지나가던 행인이 이 모습을 봤더라면 친한 친구 둘이 서로 마주 보는 것뿐이라고 착각할 것이다.“기회는 한 번 뿐이야.”왕안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한 번이면 충분해.”진서준이 손을 내뻗자 천문검은 휙 소리를 내며 그의 손에 들어왔다.왕안석은 진서준의 검을 보자 피식 웃었다.“법보가 있다니. 하지만 이런 구품 법보로 내 공격을 막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진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직접 만든 잠수단을 입에 넣었다. 강남 제일의 고수를 상대하려 하니 진서준은 당연히 방심할 수 없었다.왕안석의 일격은 어쩌면 뒤에 있는 4백 층 높이의 7성급 호텔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잠수단을 먹자 진서준 체내의 영해는 들끓기 시작했다.강한 기운이 소리 없이 그의 주변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마루에서 구경하던 대종사는 이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무도 대종사 같지 않은데? 기운이 우리랑 달라!”“그러게요. 술법을 연마하는 도사도 같지 않은데요.”“이 세상에는 수선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한 대종사가 수전자라는 단어를 말하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대종사는 아무리 대단해도 사람이기에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지선자라고 해도 자연을 정복할 힘을 지니지 못했다.하지만 수선자는 달랐다. 수선자는 정말 영화에서나 볼법한 신기한 능력들이 있다.“대한민국에는 수선자가 있었어요. 고서를 보면 2천여 년 전 수선자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서 지구의 영기가 급속히 고갈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수선자들이 그 싸움에서 죽었고 수선의 법문은 역대 왕조가 바뀌면서 사라졌어요. 우리가 수련하는 무도는 법문들에서 남긴 잔본에 근거하여 추출한 것이기에 진정한 법문 수
금운의 반을 가로지르는 호수인데 수평면이 이때 놀랍게도 5센티미터 정도 낮아졌다. 이 두루미의 무게는 백 톤이 넘을 것 같았다. 두루미의 주변 온통 금빛 강기로 빛났다.곧 이 하얀 두루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빛으로 변했다.“헐! 이게... 바로 왕 대종사의 실력이란 말인가?”“너무 무서워. 여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이야.”“오 품 대종사 경지를 넘기면 지선과 비슷하다고 하지 않았어요?”지선은 신의를 응결시킬 수 있다. 왕안석은 비록 신의가 아니지만 선천의 힘으로 금색 두루미를 만들어냈고 그의 위력은 미사일과 비슷했다.“가!”왕안석이 말이 끝나자마자 두루미는 울부짖으며 진서준을 향해 달려갔다.진서준의 손등에 있던 영기는 지금 천문검에 모였다. 검은 캄캄한 밤에 반짝이는 별처럼 눈부셨고 긴 용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용의 눈에서는 푸른빛이 번쩍이였다. 그리고 엄청난 기세가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진서준은 천문검을 들고 두루미가 그의 앞에 도착하기 전에 칼을 휘둘렀다.쿵...검은 30미터 넘어까지 빛을 반사했으며 빛이 닿는 곳마다 물이 철렁이였다. 칼은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두루미를 향해 찔렀다. 그러자 두루미는 울부짖었고 양 날개를 접으며 자신을 보호했다.쨍그랑...검이 두루미의 날개에 부딪히는 순간 맑은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선천의 힘을 지닌 날개는 유리조각처럼 부서졌다.“이럴... 수가! 저 검이 종사님의 선천 강기를 뚫었다니.”“선천 강기를 뚫었을 뿐이에요. 아직 두루미가 공격하지 않았잖아요.”“별거 아니라고요? 그럼 직접 가서 싸워보세요.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될 거예요.”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체내의 영해가 거의 고갈되자 진서준은 서두르지 않고 품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 먹었다.단약이 들어가면서 진서준 체내의 영기가 다시 들끓었다. 펑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의 윗옷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상반신이 드러났다.성난 근육들은 마치 조각처럼 뚜렷했고 엄청난 힘을
“진 마스터님... 죽은 건 아니겠지?”오열하는 김연아의 모습을 보자 다들 수군거렸다.“칠 품 대종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했는데 아무리 선법이라 해도 받아내지 못할 거야.”“이렇게 죽었다고? 선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싶었는데...”“역시 서씨 가문은 강남 제일 명문이야.”구경하던 사람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앞날이 창창하던 천재 소년이 결국 이렇게 죽게 되다니.“김연아를 잡아 와! 오늘 이 결혼 꼭 해야만 해.”서혜련은 차갑게 말했다.김씨 가문 두 여종사는 앞으로 걸어 나와 김연아를 데려가려고 했다.“서준 씨, 외롭지 않을 거예요. 함께 가요.”김연아는 울먹이면서 머리에 있던 비녀를 천천히 뽑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김연아가 자살이라도 할까 봐 긴장했다.“연아야, 아이고 우리 딸. 그러지 마!”이때 김형섭이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갔다.“하지...”피범벅으로 된 진서준의 손이 갑자기 꿈틀거렸다. 진서준은 김연아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서준... 서준 씨!”김연아는 고개를 숙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서준을 바라봤다.진서준은 아직 살아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김씨 와 서씨 가문 대종사들이 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오늘 어차피 진서준은 죽을 것 같았다.구경하던 재미를 잃은 사람들도 모두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섰다.“정말 지독한 놈이야.”“왕 대종사님의 한 방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니. 정말 대단해.”“참 아까워. 아마 백 년이 더 지나도 대한민국에는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없을 것 같아.”사람들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오늘 진서준의 행동에 모두 감탄했다.세상에 누구 한 여자를 위해 강남 양대 가문인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게 미움을 살 수 있을까?이런 기개만으로도 마스터라는 부르기에 충분했다. 호수 위에 있던 왕안석은 천천히 항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죽어가는 진서준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내가 한 말은 지킬 거야. 오늘 네가 죽지 않았으니 이젠 더 이상 관여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