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의 추측대로 김연아는 장원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별장에 있었다.두 가문의 혼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김형섭의 아내 서혜련은 두 명의 종사를 파견해 김연아를 감시하게 했고 한 발짝도 별장 밖을 나가지 못하게 했다.마치 새장에 갇힌 가여운 새와도 같았다.“사랑하는 언니. 이제 곧 시집가겠는데 기분이 어때? 설레고 행복해?”김혜민이 별장에 들어서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김연아를 바라보았다.저번에 서울에서 받은 굴욕을 배로 갚아줄 기회가 생겼다.김연아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서씨 가문의 바보와 결혼한다니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김혜민의 도발에도 김연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흔들림이 없었다.화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했다.김연아가 아무 말 없이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자 김혜민은 울화가 치밀었다.“김연아, 넌 화 안 나?”김연아가 왜 이렇게 태연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도리대로라면 불같이 화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만일 자기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 상대와 목숨 걸고 싸웠을 것이다.“왜 화내야 해?”김연아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되물었다.“나 때문에 바보와 결혼하게 되었는데 나를 원망하지 않아?”김혜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섭게 노려보았다.김연아가 울분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라도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김연아의 표정은 물론 심지어 눈빛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 김혜민은 좌절감을 느꼈다.“왜 원망해야 해? 올 건 언제라도 와.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인데 누굴 원망해?”김연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김씨 가문으로 돌아올 때 김연아는 자신이 정략결혼의 피해자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다.전에 김형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딸 김연아와 아내를 포기했다면 지금 가족의 이익을 위해 똑같이 김연아를 희생할 수 있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린 결정이기에 김연아는 후회하지 않았다.“이제 와서 무슨 잘난 척이야? 분명히 화가 나면서 왜 숨겨?”김혜민은 히스테리를 부리며 김연아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이 년
“왜 왔어요?”180도로 변한 김연아의 태도에 진서준은 멍하니 서 있었다.‘갑자기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냉랭해졌지? 늦게 왔다고 화가 났나?’“연아 씨 구하러 왔어요. 늦게 와서 미안해요. 연아 씨가 나 때문에 김씨 가문에 온 줄 몰랐어요. 만일 알았더라면 일찍 왔을 텐데.”진서준은 사과하는 한편 설명하면서 얼굴에는 온통 후회로 가득했다.“구한다고요?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난 내 발로 걸어왔어요.”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이 뼛속까지 꽁꽁 얼려버릴 듯 차가워 흠칫 놀랐다.“뭐라고요? 자발적으로 왔다고요? 절대 그럴 수 없어요.”진서준은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수정 씨가 나한테 말해줬어요. 연아 씨가 나를 위해...”“어디서 생긴 자신감이죠? 내가 왜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겠어요?”김연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김씨 가문으로 온 건 나의 장래성과 미래를 위한 것이지 서준 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김연아의 모진 말은 비수처럼 진서준의 마음을 후벼팠다.그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었다.‘왜 이렇게 됐지? 나를 보호하려고 김씨 가문으로 온 거 아니였어?’멍한 건 진서준뿐만 아니라 김혜민도 마찬가지였다.그때 김연아가 얼마나 저항했는지 김혜민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지금 이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고?김연아의 겉모습은 냉랭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진서준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김씨 가문, 서씨 가문과 대적하는 게 싫어요. 제발 용서해줘요. 나는 서준 씨가 무사하길 바래요. 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지 말아요. 서준 씨는 가족도 있고 사연 씨도 있고 그리고 서준 씨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요.’소파를 손으로 힘껏 잡고 내색을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얼마나 강대한지 김연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동시에 두 거물과 싸운다면 진서준은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지금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진서준이 무사하게 사는 것이다.“아니야. 연아 씨 지금 나를 속이고 있는 거
김씨 가문에서 나와 진서준은 차를 운전해 교외의 한 호숫가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진서준은 호숫가에 서서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아...”그 소리는 귀청이 째질 듯 굉장했고 무서운 기운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우르릉 쾅...조용하던 호수의 수면이 갑자기 물결이 일렁이면서 마치 수백 개의 수류탄을 던진 듯 들끓기 시작했다.주위에 사람이 없었기 망정이지 진서준의 고함을 들은 일반인은 아마 고막이 터져 귀머거리가 됐을 것이다.가슴속의 울분을 한바탕 쏟아낸 진서준은 그제야 좀 진정이 됐다.호수의 수면 위에 죽은 물고기와 새우가 둥둥 떠다녀 마치 폭격 맞은 것 같았다.‘연아가 왜 저렇게 변했지? 김씨 가문 사람들이 세뇌라도 시켰나?’진서준이 주먹으로 옆에 있는 나무를 쾅 하고 내리쳤다.그러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허리가 잘리면서 산산조각이 났다.머리가 깨지도록 생각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김연아같이 강인한 여자가 정말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자발적으로 김씨 가문으로 돌아갔을까?’사랑에 있어 진서준은 여자보다 심지어 그 어떤 남자보다도 더 미련했다.이때까지 딱 두 명과 사귀어봤는데 전의 유지수는 진서준을 장난감 취급했지만 그는 끝까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김연아가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진서준도 계속 노력할 의미가 없었다.심지어 운대산도 가기 싫어져 바로 별장으로 운전해서 돌아왔다.“늦어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어요?”갑자기 돌아온 진서준을 보고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아무 말 없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오빠 무슨 일 있어?”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진서라가 다가오면서 물었다.“오빠 울었어?”진서준의 눈가의 눈물 흔적을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허사연과 나머지 세 사람도 다가와 진서준을 둘러쌌다.“서준 씨, 무슨 일이 생겼어요? 왜 울었어요?”“빨리 말해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속에 담아두지 말고 꺼내야 덜 답답해요”“서준 씨 빨리 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 생겼어요?”그녀들은
“연아 씨가 허영심 때문에 김씨 가문에 들어갔다고?”“절대 그럴 리 없어요. 연아 씨는 서준 씨가 자기 때문에 위험에 빠질까 봐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허사연의 한마디가 정곡을 찔렀다.허사연의 말대로 김연아는 확실히 진서준이 자기 때문에 위험해질까 봐 두려워 냉담하게 행동하며, 일부러 오해하게 만든 것이었다.“언니 말이 맞아. 연아 언니는 오빠가 위험할까 봐 그런 거야.”진서라도 말했다.“내가 만일 연아 언니였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 오빠, 생각해 봐. 만일 우리가 없었더라면 오빠는 내일 연아 언니 말에 상처받아 결혼식장에 가지 않을 거 아니야? 이게 바로 연아 언니가 바라는 바야.”진서준은 들으면 들을수록 맞는 말인 것 같았다.김연아가 눈을 뜨고 진서준을 봤을 때 희열과 놀라움이 가득 찬 눈빛은 진심이 확실했다.“내가...내가 정말 바보야.”진서준은 화가 나서 무릎을 마구 때렸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빨리 준비해서 내일 연아 씨 구해내고 서준 씨도 안전하게 돌아와야 해요. 아니면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허사연이 진서준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일 반드시 연아를 안전하게 구해서 올게.”진서준이 이어서 말했다.“내일은 아무도 밖에 나가지 말고, 가능하다면 장소를 바꿔 잘 숨어있어. 내가 연아 구해내면 당장 강남을 떠.”“어디로 가요?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바로 쫓아올 게 뻔해요.”한보영이 말했다.“서남 국경 강주로 가요.”진서준이 강경한 눈빛으로 말했다.“거기 가서 뭐 할 건데요?”허사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성약당이 그곳에 있어. 전에 들은 건데 성약당에 은영과가 있다고 했어.”진서준이 설명했다.“첫 번째는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1차 공격을 막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은영과가 여기 있는 사람들을 수사가 될 수 있게 해줄 거야.”진서준은 김연아만 구조하면 강주로 갈 계획을 일찍부터 하고 있었다.강주시는 강남에서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서씨
새벽녘 쥐 죽은 듯 고요해야 할 금운시가 지금은 불빛으로 가득해 마치 대낮과 같았다.길 양측에 채색 띠가 걸려있고 길옆의 모든 점포에는 빨간 비단이 걸려있었다.억이 넘는 고급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조용히 금운시에 도착해 이곳에서 제일 호화로운 6성급 호텔 앞에 멈췄다.차에서 내려온 사람은 유명 인사가 아니면 권력가들이었다.전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결혼식을 위해 온 하객들이다.심지어 경성의 명문가에서도 사람을 파견하여 축하 선물을 보내왔다.금운성 절반을 가로지르는 사양호 중앙에도 사람들이 밤낮으로 서둘러 준비한 무대가 설치되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무대 저쪽 편은 바로 김씨 가문과 직결되어 수많은 사람이 김씨 가문에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아침 6시가 되자 밤새 도착한 유명 인사들이 일찍부터 호텔 문 앞에 서서 신랑과 함께 신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서씨 가문의 바보 아들 서동현은 매끈하게 다림질된 양복을 입고 얼굴에는 바보스러운 웃음을 띠고 있었다.주변의 유명 인사들이 속으로는 비웃느라 정신없었지만 얼굴에는 아부의 웃음을 지으며 서씨 가문에 축복을 전했다.“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이 혼약을 맺은 건 우리 금운시의 최대 경사예요.”“서씨 도련님과 김씨 아가씨가 정말 잘 어울려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요.”“이건 우리 마씨 가문에서 선물하는 여의옥 한 쌍입니다. 보잘것없지만 기꺼이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건 우리 장씨 가문의 축하 선물입니다.”“그리고 우리 황씨 가문의...”각 가문에서 보내온 선물이 서씨 장원의 앞마당을 채우고 있었다.서광철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난 적 없지만 눈빛 속에는 한 가닥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그의 또 다른 아들 서경재가 죽었기때문이다.범인과 그의 조카딸 서지은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다.하지만 서광문이 이틀 전 자신에게 확실하게 설명해 주겠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만일 바보 아들 서동현의 결혼식이 아니면 서광철은 절대 진서준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한편 김씨 가문도 많은
이 말이 나오자, 주변 모든 사람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가마가 이렇게나 귀한 것인 줄 몰랐다! 이 가마는 원래 서광문이 딸을 시집보낼 때 꺼내 쓰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성대하게 치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아들딸도 아닌 김씨 가문의 사생이 어떻게 이 호화로운 가마에 탈 수 있겠는가? 이 호화로운 가마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혼수 행렬이 이어졌다! 십 리에 도달하는 길이의 혼수였다! 이것이 바로 강남 제일 세가의 위엄이었다! 구경하러 온 여자들은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결혼 행렬은 그렇게 천천히 나아갔다. 무려 한 시간이나 걸어서야 김씨 가문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김형섭은 이미 김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서씨 가문의 도련님, 십리혼수로 청혼합니다!” “김씨 가문의 아가씨, 좋은 날 받아들이고 예를 받습니다!” 서동현은 말에서 내려 김연아 앞에 무릎을 꿇고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김연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전에 서동현은 김연아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화려한 예복을 입은 김연아를 보니 다시 한번 넋이 나갔다! “폭죽을 쏴라!” 이 말이 떨어지자, 온 금운성에서 수많은 축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아 태양 빛마저도 가려버렸다! “서 도련님, 이제 김 아가씨를 가마에 태우셔야 합니다!” 사교가 옆에서 일깨워주었다. “가마... 가마를 타세요!” 서동현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했다. 서동현은 김연아를 건드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이 선녀 같은 여인을 더럽히게 될까 봐서였다.서동현은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모든 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김연아는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호화로운 가마에 올랐다. 십리혼수가 김씨 집안으로 들어간 후, 결혼 행렬은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길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부 삼성의 진서준이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결혼을 축하하며, 특별한 선물을 하나 보냅니다!” 진서준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천지를 울릴 듯했다. 모두가 진서준을 바라보았고 정확히 말하면 진서준이 들고 있는 그 커다란 종을 바라보았다! 결혼식에 종을 선물한다고? 이건 분명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 아닌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은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직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동시에 도발하는 것은 명백히 목숨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저 녀석 미쳤나? 이런 때에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도발하다니!” “중부 삼성의 진서준? 혹시 전에 떠들썩했던 그 진 마스터님인가?” “진 마스터라고? 저렇게 젊은데? 내가 보기엔 겨우 20대 초반인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중부 삼성의 사람이 강남의 용수와 갈등이 있는 거지?”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도윤과 장조인 부자도 멍하니 바라보며 계속해서 침을 삼켰다. “진... 진 마스터님이 정말 미쳤군, 감히 큰 종을 들고 오다니!” “이 원한, 끝까지 가겠다는 거야!” 김형섭과 서광문 등은 진서준이 들고 있는 큰 종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너무나 오만했다, 그야말로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진서준, 여기는 강남이야, 남주성이 아니다!” “전에 서울시에서 너에게 충분히 체면을 지켜주었으니, 더 이상 몰상식하게 굴지 마라!” 김형섭은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서광문 역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서광문은 원래 진서준을 사위로 삼을 생각까지 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서광문은 단지 진서준을 죽이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서씨 가문의 위엄이 결코 도전받을 수 없음을 알리고 싶었다! “이 바보... 바보!” 결혼식 무대 위에서 김연아는 진서준의 결연한 모
김현성은 얼굴이 굳어지고 손에 힘줄이 솟아오르며, 강한 기운이 서서히 발산되려 했다! 김현성을 언급한 후, 진서준은 다시 서광철을 바라보았다. “너는 아들이 제멋대로 악행을 저지르도록 방치했으니, 이는 첫 번째 죄다!” “서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해 김연아를 협박해 강제로 시집가게 했으니, 이는 두 번째 죄다!” “외부 인사와 결탁해 자신의 조카딸을 납치했으니, 이는 세 번째 죄다!” “이 세 가지 죄를 인정하겠느냐?!” 우르르르…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서광철의 가슴에 깊이 꽂혔다. 그가… 그가 어떻게 자신이 외부 인사와 결탁해 서지은을 납치한 것을 알았을까? 서광문 역시 자신의 친동생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광철아, 저 말이 사실이냐?” 서광문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에요. 진서준이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예요!” 서광철은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다. 일이 탄로 난 후, 서광철은 모든 관계자를 죽였기 때문에 진서준이 증거를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진서준이 아무리 사실을 말하더라도, 증거가 없는 한 서광철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서광철이 서지은을 납치하도록 지시한 이유는 바로 자기 아들을 위해 길을 닦으려는 것이었다! 서광문이 서지은을 너무 아꼈기 때문에, 서광철은 서광문이 서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서지은에게 물려줄 것으로 생각했다. 서씨 가문이 설립된 이래로 여성이 가주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서광철은 서지은을 불구로 만들어 서지은이 서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없도록 하려 했다. 진서준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인정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네가 실제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다.” “입 닥쳐라, 이 개같은 놈아!” 서광철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너 같은 결혼식 방해하는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느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광철의 말이 맞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