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79화

Author: 무가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바로 어제저녁 배수정과 연락했던 진서준이었다.

진서준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주방에 있는 김태영이 생각나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손으로 주방을 가리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진서준은 배수정의 손짓을 알아채고 2층으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태영 씨, 밥해서 먹고 있어요. 전 머리가 아파 방에 올라가 쉴게요.”

말하고 나서 김태영의 답을 듣지도 않고 2층으로 올라가 진서준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왜 이 시간에 왔어요?”

배수정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언제 와요? 밤에 오면 간통하는 것 같잖아요.”

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간통이라는 말에 배수정의 예쁜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해요?”

“장난이에요. 화내지 마요.”

진서준이 허허 웃더니 이내 정색해서 말했다.

“연아는요? 어느 별장에 있어요?”

“전에는 제 옆 별장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저도 몰라요. 나중에 김태영한테 물어보면 어디 있는지 알 거예요.”

배수정이 말했다.

“서준 씨, 한 가지 일을 서준 씨는 아마 모를 거예요.”

“무슨 일요?”

진서준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배수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서준이 모르는 일이 아직도 남아있단 말인가?

“전에 고양시에서 탁씨 성을 가진 사람과 결투한 적 있죠?”

배수정이 물었다.

“맞아요.”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탁현수, 남주성 일위 일품 대종사!

“사실 서준 씨가 탁현수와 결투한 날 연아 씨도 있었어요. 서준 씨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김씨 가문의 종사님도 모시고 갔어요.

배수정이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뭐라고요?”

진서준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이 일을 진서준은 정말 모르고 있었다.

“그럼 연아가 날 보호하려고 김형섭의 요구대로 김씨 가문으로 돌아갔단 말인가요?”

“맞아요. 전에 연아 씨가 말해줬어요. 연아 씨는 서준 씨가 알기 원하지 않더라고요.”

배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연아 씨는 착한 여자인데 아쉽네요...”

진서준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나 때문에 연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0화

    김태영은 배수정이 눈앞의 양아치한테 꼬투리라도 잡힌 줄로 생각했다.진서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태영을 바라봤다.김씨 가문의 모든 이에 대해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3초 동안 시간 주겠으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무슨 일이 생길 줄 모른다고?”김태영이 웃었다.“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긴 김씨 가문이고 나는 김씨 가문 직계 후손이야. 감히 날 건드려?”김태영이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진서준의 가슴팍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너야말로 수정 씨 꼬투리 잡은 거 있으면 당장 내놔. 아니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할 거야.”배수정은 당황해하며 결코 진서준과 김태영이 충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만일 김씨 가문 종사들이 알고 달려오면 진서준은 영락없이 잡히고 만다.“셋.”진서준은 김태영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냉랭하게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김태영이 잠깐 멍해 있더니 미친 듯이 웃어댔다.“대단한 자식이네. 내가 이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네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거야.”김태영은 진서준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이곳은 김씨 가문 구역이기에 외부인은 절대 이곳에서 김씨 가족을 건드릴 수 없었다.“둘.”진서준의 눈빛이 예리한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면서 마치 김태영을 반으로 쪼개버릴 것만 같았다.김태영은 진서준의 눈빛에 깜짝 놀라며 발밑으로 찬 기운이 올라왔다.“하나.”“안 돼요.”배수정이 갑자기 진서준을 끌어안으며 진서준의 입술을 깨물었다.진서준은 순간 멍해지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배수정을 바라보았다.한쪽에 서 있던 김태영도 바보처럼 멍해 있었다.반 달 동안이나 대시했던 여신이 갑자기 자기가 보는 앞에서 강제적으로 다른 남자에게 키스하고 있다.김태영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활활 타오르면서 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질렀다.“대체 뭐 하는 짓이야?”진서준은 그제야 배수정을 급히 뿌리쳤다.“수정 씨...”“키스해달라면서요? 해주면 될 거 아니에요?”배수정은 진서준을 향해 눈을 흘기더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1화

    진서준의 추측대로 김연아는 장원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별장에 있었다.두 가문의 혼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김형섭의 아내 서혜련은 두 명의 종사를 파견해 김연아를 감시하게 했고 한 발짝도 별장 밖을 나가지 못하게 했다.마치 새장에 갇힌 가여운 새와도 같았다.“사랑하는 언니. 이제 곧 시집가겠는데 기분이 어때? 설레고 행복해?”김혜민이 별장에 들어서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김연아를 바라보았다.저번에 서울에서 받은 굴욕을 배로 갚아줄 기회가 생겼다.김연아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서씨 가문의 바보와 결혼한다니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김혜민의 도발에도 김연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흔들림이 없었다.화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했다.김연아가 아무 말 없이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자 김혜민은 울화가 치밀었다.“김연아, 넌 화 안 나?”김연아가 왜 이렇게 태연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도리대로라면 불같이 화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만일 자기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 상대와 목숨 걸고 싸웠을 것이다.“왜 화내야 해?”김연아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되물었다.“나 때문에 바보와 결혼하게 되었는데 나를 원망하지 않아?”김혜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섭게 노려보았다.김연아가 울분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라도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김연아의 표정은 물론 심지어 눈빛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 김혜민은 좌절감을 느꼈다.“왜 원망해야 해? 올 건 언제라도 와.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인데 누굴 원망해?”김연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김씨 가문으로 돌아올 때 김연아는 자신이 정략결혼의 피해자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다.전에 김형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딸 김연아와 아내를 포기했다면 지금 가족의 이익을 위해 똑같이 김연아를 희생할 수 있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린 결정이기에 김연아는 후회하지 않았다.“이제 와서 무슨 잘난 척이야? 분명히 화가 나면서 왜 숨겨?”김혜민은 히스테리를 부리며 김연아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이 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2화

    “왜 왔어요?”180도로 변한 김연아의 태도에 진서준은 멍하니 서 있었다.‘갑자기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냉랭해졌지? 늦게 왔다고 화가 났나?’“연아 씨 구하러 왔어요. 늦게 와서 미안해요. 연아 씨가 나 때문에 김씨 가문에 온 줄 몰랐어요. 만일 알았더라면 일찍 왔을 텐데.”진서준은 사과하는 한편 설명하면서 얼굴에는 온통 후회로 가득했다.“구한다고요?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난 내 발로 걸어왔어요.”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이 뼛속까지 꽁꽁 얼려버릴 듯 차가워 흠칫 놀랐다.“뭐라고요? 자발적으로 왔다고요? 절대 그럴 수 없어요.”진서준은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수정 씨가 나한테 말해줬어요. 연아 씨가 나를 위해...”“어디서 생긴 자신감이죠? 내가 왜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겠어요?”김연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김씨 가문으로 온 건 나의 장래성과 미래를 위한 것이지 서준 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김연아의 모진 말은 비수처럼 진서준의 마음을 후벼팠다.그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었다.‘왜 이렇게 됐지? 나를 보호하려고 김씨 가문으로 온 거 아니였어?’멍한 건 진서준뿐만 아니라 김혜민도 마찬가지였다.그때 김연아가 얼마나 저항했는지 김혜민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지금 이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고?김연아의 겉모습은 냉랭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진서준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김씨 가문, 서씨 가문과 대적하는 게 싫어요. 제발 용서해줘요. 나는 서준 씨가 무사하길 바래요. 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지 말아요. 서준 씨는 가족도 있고 사연 씨도 있고 그리고 서준 씨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요.’소파를 손으로 힘껏 잡고 내색을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얼마나 강대한지 김연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동시에 두 거물과 싸운다면 진서준은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지금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진서준이 무사하게 사는 것이다.“아니야. 연아 씨 지금 나를 속이고 있는 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3화

    김씨 가문에서 나와 진서준은 차를 운전해 교외의 한 호숫가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진서준은 호숫가에 서서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아...”그 소리는 귀청이 째질 듯 굉장했고 무서운 기운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우르릉 쾅...조용하던 호수의 수면이 갑자기 물결이 일렁이면서 마치 수백 개의 수류탄을 던진 듯 들끓기 시작했다.주위에 사람이 없었기 망정이지 진서준의 고함을 들은 일반인은 아마 고막이 터져 귀머거리가 됐을 것이다.가슴속의 울분을 한바탕 쏟아낸 진서준은 그제야 좀 진정이 됐다.호수의 수면 위에 죽은 물고기와 새우가 둥둥 떠다녀 마치 폭격 맞은 것 같았다.‘연아가 왜 저렇게 변했지? 김씨 가문 사람들이 세뇌라도 시켰나?’진서준이 주먹으로 옆에 있는 나무를 쾅 하고 내리쳤다.그러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허리가 잘리면서 산산조각이 났다.머리가 깨지도록 생각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김연아같이 강인한 여자가 정말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자발적으로 김씨 가문으로 돌아갔을까?’사랑에 있어 진서준은 여자보다 심지어 그 어떤 남자보다도 더 미련했다.이때까지 딱 두 명과 사귀어봤는데 전의 유지수는 진서준을 장난감 취급했지만 그는 끝까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김연아가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진서준도 계속 노력할 의미가 없었다.심지어 운대산도 가기 싫어져 바로 별장으로 운전해서 돌아왔다.“늦어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어요?”갑자기 돌아온 진서준을 보고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아무 말 없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오빠 무슨 일 있어?”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진서라가 다가오면서 물었다.“오빠 울었어?”진서준의 눈가의 눈물 흔적을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허사연과 나머지 세 사람도 다가와 진서준을 둘러쌌다.“서준 씨, 무슨 일이 생겼어요? 왜 울었어요?”“빨리 말해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속에 담아두지 말고 꺼내야 덜 답답해요”“서준 씨 빨리 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 생겼어요?”그녀들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4화

    “연아 씨가 허영심 때문에 김씨 가문에 들어갔다고?”“절대 그럴 리 없어요. 연아 씨는 서준 씨가 자기 때문에 위험에 빠질까 봐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허사연의 한마디가 정곡을 찔렀다.허사연의 말대로 김연아는 확실히 진서준이 자기 때문에 위험해질까 봐 두려워 냉담하게 행동하며, 일부러 오해하게 만든 것이었다.“언니 말이 맞아. 연아 언니는 오빠가 위험할까 봐 그런 거야.”진서라도 말했다.“내가 만일 연아 언니였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 오빠, 생각해 봐. 만일 우리가 없었더라면 오빠는 내일 연아 언니 말에 상처받아 결혼식장에 가지 않을 거 아니야? 이게 바로 연아 언니가 바라는 바야.”진서준은 들으면 들을수록 맞는 말인 것 같았다.김연아가 눈을 뜨고 진서준을 봤을 때 희열과 놀라움이 가득 찬 눈빛은 진심이 확실했다.“내가...내가 정말 바보야.”진서준은 화가 나서 무릎을 마구 때렸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빨리 준비해서 내일 연아 씨 구해내고 서준 씨도 안전하게 돌아와야 해요. 아니면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허사연이 진서준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일 반드시 연아를 안전하게 구해서 올게.”진서준이 이어서 말했다.“내일은 아무도 밖에 나가지 말고, 가능하다면 장소를 바꿔 잘 숨어있어. 내가 연아 구해내면 당장 강남을 떠.”“어디로 가요?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바로 쫓아올 게 뻔해요.”한보영이 말했다.“서남 국경 강주로 가요.”진서준이 강경한 눈빛으로 말했다.“거기 가서 뭐 할 건데요?”허사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성약당이 그곳에 있어. 전에 들은 건데 성약당에 은영과가 있다고 했어.”진서준이 설명했다.“첫 번째는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1차 공격을 막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은영과가 여기 있는 사람들을 수사가 될 수 있게 해줄 거야.”진서준은 김연아만 구조하면 강주로 갈 계획을 일찍부터 하고 있었다.강주시는 강남에서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서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5화

    새벽녘 쥐 죽은 듯 고요해야 할 금운시가 지금은 불빛으로 가득해 마치 대낮과 같았다.길 양측에 채색 띠가 걸려있고 길옆의 모든 점포에는 빨간 비단이 걸려있었다.억이 넘는 고급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조용히 금운시에 도착해 이곳에서 제일 호화로운 6성급 호텔 앞에 멈췄다.차에서 내려온 사람은 유명 인사가 아니면 권력가들이었다.전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결혼식을 위해 온 하객들이다.심지어 경성의 명문가에서도 사람을 파견하여 축하 선물을 보내왔다.금운성 절반을 가로지르는 사양호 중앙에도 사람들이 밤낮으로 서둘러 준비한 무대가 설치되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무대 저쪽 편은 바로 김씨 가문과 직결되어 수많은 사람이 김씨 가문에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아침 6시가 되자 밤새 도착한 유명 인사들이 일찍부터 호텔 문 앞에 서서 신랑과 함께 신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서씨 가문의 바보 아들 서동현은 매끈하게 다림질된 양복을 입고 얼굴에는 바보스러운 웃음을 띠고 있었다.주변의 유명 인사들이 속으로는 비웃느라 정신없었지만 얼굴에는 아부의 웃음을 지으며 서씨 가문에 축복을 전했다.“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이 혼약을 맺은 건 우리 금운시의 최대 경사예요.”“서씨 도련님과 김씨 아가씨가 정말 잘 어울려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요.”“이건 우리 마씨 가문에서 선물하는 여의옥 한 쌍입니다. 보잘것없지만 기꺼이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건 우리 장씨 가문의 축하 선물입니다.”“그리고 우리 황씨 가문의...”각 가문에서 보내온 선물이 서씨 장원의 앞마당을 채우고 있었다.서광철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난 적 없지만 눈빛 속에는 한 가닥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그의 또 다른 아들 서경재가 죽었기때문이다.범인과 그의 조카딸 서지은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다.하지만 서광문이 이틀 전 자신에게 확실하게 설명해 주겠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만일 바보 아들 서동현의 결혼식이 아니면 서광철은 절대 진서준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한편 김씨 가문도 많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6화

    이 말이 나오자, 주변 모든 사람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가마가 이렇게나 귀한 것인 줄 몰랐다! 이 가마는 원래 서광문이 딸을 시집보낼 때 꺼내 쓰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성대하게 치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아들딸도 아닌 김씨 가문의 사생이 어떻게 이 호화로운 가마에 탈 수 있겠는가? 이 호화로운 가마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혼수 행렬이 이어졌다! 십 리에 도달하는 길이의 혼수였다! 이것이 바로 강남 제일 세가의 위엄이었다! 구경하러 온 여자들은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결혼 행렬은 그렇게 천천히 나아갔다. 무려 한 시간이나 걸어서야 김씨 가문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김형섭은 이미 김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서씨 가문의 도련님, 십리혼수로 청혼합니다!” “김씨 가문의 아가씨, 좋은 날 받아들이고 예를 받습니다!” 서동현은 말에서 내려 김연아 앞에 무릎을 꿇고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김연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전에 서동현은 김연아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화려한 예복을 입은 김연아를 보니 다시 한번 넋이 나갔다! “폭죽을 쏴라!” 이 말이 떨어지자, 온 금운성에서 수많은 축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아 태양 빛마저도 가려버렸다! “서 도련님, 이제 김 아가씨를 가마에 태우셔야 합니다!” 사교가 옆에서 일깨워주었다. “가마... 가마를 타세요!” 서동현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했다. 서동현은 김연아를 건드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이 선녀 같은 여인을 더럽히게 될까 봐서였다.서동현은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모든 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김연아는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호화로운 가마에 올랐다. 십리혼수가 김씨 집안으로 들어간 후, 결혼 행렬은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길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787화

    “중부 삼성의 진서준이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결혼을 축하하며, 특별한 선물을 하나 보냅니다!” 진서준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천지를 울릴 듯했다. 모두가 진서준을 바라보았고 정확히 말하면 진서준이 들고 있는 그 커다란 종을 바라보았다! 결혼식에 종을 선물한다고? 이건 분명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 아닌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은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직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동시에 도발하는 것은 명백히 목숨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저 녀석 미쳤나? 이런 때에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도발하다니!” “중부 삼성의 진서준? 혹시 전에 떠들썩했던 그 진 마스터님인가?” “진 마스터라고? 저렇게 젊은데? 내가 보기엔 겨우 20대 초반인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중부 삼성의 사람이 강남의 용수와 갈등이 있는 거지?”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도윤과 장조인 부자도 멍하니 바라보며 계속해서 침을 삼켰다. “진... 진 마스터님이 정말 미쳤군, 감히 큰 종을 들고 오다니!” “이 원한, 끝까지 가겠다는 거야!” 김형섭과 서광문 등은 진서준이 들고 있는 큰 종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너무나 오만했다, 그야말로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진서준, 여기는 강남이야, 남주성이 아니다!” “전에 서울시에서 너에게 충분히 체면을 지켜주었으니, 더 이상 몰상식하게 굴지 마라!” 김형섭은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서광문 역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서광문은 원래 진서준을 사위로 삼을 생각까지 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서광문은 단지 진서준을 죽이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서씨 가문의 위엄이 결코 도전받을 수 없음을 알리고 싶었다! “이 바보... 바보!” 결혼식 무대 위에서 김연아는 진서준의 결연한 모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6화

    “김평안 씨는 내가 엄청난 공을 들여서 모셔 온 분입니다.”유기명이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며 진서준을 자랑하기 시작했다.“겉보기엔 40대 초반처럼 보이지만, 그 실력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어마어마하다고? 그럼 나랑 한번 붙어볼래?”은청준이 비웃으며 말했다.은청준은 스물여섯 살에 이미 사급 대종사가 되었는데 반면 이 경호원은 체내에 강기가 거의 없었다.아무래도 겨우 종사의 문턱을 밟은 무인인 것 같은데 이런 쓰레기가 세속에서는 강자로 불리는 건가?유기명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은청준 씨와는 비교할 수 없죠. 하지만 김평안 씨 검술은 누구나 다 알아주는 실력입니다.”“마침 나도 검술이 특기인데, 한 번 겨뤄볼까?”은청준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청준아,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무도는 남과 다투라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이장로가 차분하게 말하자 은청준은 곧바로 태도를 고쳐잡고 공손하게 말했다.“이장로님, 저는 그냥 세속 무인과 가볍게 한 수 겨뤄볼 생각이었습니다.”이장로는 은청준을 흘긋 보았으나 그의 속마음을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은청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야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같은 종문 사람이니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진서준이 다시 강조하자 은청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봤다.이 녀석 왜 이렇게 말이 많지? 혹시 정신 상태가 이상한 건가?“은범은 내 사촌 동생이야. 네가 그 못난 동생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은청준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신농산에서 만난 적이 있어.”“뭐라고? 걔가 신농산에 갔다고?”이 말에 은청준은 흥미가 동했다.“그 녀석 실력으로는 신농산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들 텐데?”은청준은 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은범이 어떤 인물인지 은청준은 잘 알고 있었다.애매한 실력과 어중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은범이 은씨 가문에서 빛을 볼 일은 없었다.은청준과 은범의 격차는 눈에 보일 정도로 컸다.“그 녀석은 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5화

    진서준은 아버지 진요한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이렇게 닮은 꼴로 곤륜 사람들을 만나면 곤륜 장로가 진서준을 알아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진서준은 곤륜에 관해 잘 알지 못했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인피면구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목소리까지 완전히 변해버린 진서준을 보고 유정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진서준이 자기를 해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진서준이 하는 말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했다.“알겠어요, 진서준 오빠.”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름 잘못 불렀어. 지금 난 김평안이야.”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강조했다.“그냥 김평안이라고 부르면 돼.”“알았어요.”그렇게 진서준은 유정과 함께 거실로 향했다.인피면구를 쓴 진서준을 본 유기명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진서준이 슬쩍 보낸 눈짓을 보고 유기명은 즉시 이 사람이 진서준이란 걸 깨달았다.“유정아, 이리 와 앉아. 네게 소개할 사람이 있어.”유기명이 유정을 옆에 앉히며 말했다.이때, 곤륜의 이장로가 진서준을 흘끗 보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바로 유정에게 시선을 돌렸다.“가주님, 따님 건강이 막 회복된 것 같은데, 맞나요?”이장로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네? 이장로께서 어떻게 아셨습니까?”유기명은 깜짝 놀랐다.유기명은 아직 딸의 병에 관해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장로가 그냥 보는 것만으로 큰 병을 앓았다는 걸 눈치챘다.이건 거의 신의 영역 아닌가?“따님께서는 겉보기에 건강해 보이지만 눈에 피곤한 기운이 남아 있고 걸음걸이도 미세하게 불안정합니다.”이장로가 천천히 해명했다.“역시 곤륜 장로님이십니다.”유기명은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제 딸은 최근 큰 병에서 막 회복된 참입니다.”“따님을 치료한 의사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 같네요.”이장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큰 병인데도 이 정도로 빠르게 완치하다니, 의술이 보통이 아닐 텐데... 혹시 성약당 장로가 아닙니까?”유기명은 순간 멈칫하더니 곁눈질로 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젓는 것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4화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도 겨우 서른을 갓 넘긴 정도였다.“가주님, 이번에 찾아온 건 부탁할 일이 따로 있어서입니다.”이장로가 용건을 말하자 유기명이 시원하게 대답했다.“말씀만 하십시오. 우리 유씨 가문은 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곤륜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 그건 곧 곤륜이 유씨 가문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강 종문 중 하나였다.곤륜이 유씨 가문에 빚을 진다면 훗날 유씨 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우리 종주님 따님도 이번에 곤륜에서 내려왔습니다.”이장로가 말문을 열었다.“네? 조슬기 아가씨도 왔습니까? 근데 아가씨는 어디에...”유기명이 멈칫하더니 이장로가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단번에 깨달았다.“어제 하산할 때 슬기와 경호원 두 사람이 따로 움직였고 밤에 저희와 다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군요. 나중에 수소문해 봤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주님께서 슬기를 찾아주신다면 이 늙은 몸이 신세를 지는 셈 치겠습니다.”이장로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이장로님, 과한 말씀입니다. 제가 즉시 서남 지역 전체에 조슬기 아가씨를 찾으라고 명령하겠습니다.”유기명은 망설일 틈도 없이 즉시 지시를 내렸다.서남에서 유씨 가문은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고 있었다.명령이 내려가자 서남의 크고 작은 도시, 심지어 작은 마을까지도 조슬기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모두가 조슬기를 찾기 위해 분주한 사이, 진서준이 유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오빠!”진서준을 보자마자 유정이 반갑게 소리쳤다.“유정아, 몸은 좀 어때?”진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많이 좋아졌어요.”유정은 대답하며 진서준을 위아래로 살폈고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걸 보고서야 안심했다.혹시라도 진서준이 자기를 위해 묘강에 가서 복수라도 했던 게 아닌지 걱정했던 것이다.진서준이 앞으로 다가가 유정의 맥을 짚었다.“확실히 거의 다 나았네. 이틀만 더 쉬면 원래 상태로 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3화

    “가주님! 대문 앞에 중요한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유씨 가문의 집사가 황급히 유기명을 찾아 소리쳤다.“중요한 손님이라고?”유기명이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서남 지역에서 유씨 가문을 찾아 올 만한 중요한 손님이라면 꽤 오랜만이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씨 가문에서 중요한 손님으로 인정할 만한 인물 자체가 거의 없었다.설령 그것이 경성의 4대 가문이라고 해도 가주가 직접 방문해야만 중요한 손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누가 왔어?”유기명이 물었다.“곤륜의 이장로입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유기명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안으로 모셔 와야지!”유기명은 집사를 따라 급히 장원 입구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열댓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흰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사극에서 튀어나온 듯한 복장이었고 등에는 검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풍기는 기운도 비범했다.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느 극단에서 뛰쳐나온 배우들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이장로님, 이 유씨 가문이란 곳, 너무 무례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 우리를 대문 앞에서 기다리게 할 수 있습니까?”무리의 맨 앞에 선 잘생긴 청년이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다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우리 곤륜이 오랫동안 여기를 찾지 않은 건 맞지만 이런 대우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우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잖아요.”그들의 표정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이전에도 곤륜산에서 내려와 세속의 여러 가문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들은 어디를 가든 귀빈처럼 모시며 극진한 대우를 받았었다.하지만 유씨 가문이 이들을 이렇게 문 앞에 세워두고 있다니, 그 격차가 너무 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다 떠들었으면 이제 조용히 해.”그 순간, 백발의 이장로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장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순간적으로 모든 이가 입을 다물었다.“종주님의 따님이 사라졌는데 너희는 지금 대접 타령이나 하고 있어? 이번에도 슬기를 못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2화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1화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0화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9화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8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