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과 강성철은 차에 앉아서 천조 그룹으로 향해갔다.“진 선생님, 이미 부하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모두 천조 그룹으로 오라고요. 오늘 내가 죽더라도 도진수를 지옥으로 데려갈 겁니다.”강성철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라이벌에게 아내를 뺏겼으니 강성철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 화를 풀 상대를 찾고 있었다.“부하를 돌려보내세요. 우리 둘만 있으면 되니까요.”진서준이 얘기했다.“그건...”강성철이 살짝 머뭇거렸다.“진 선생님, 실력이 강한 것은 알지만 도진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도진수의 부하는 거의 800명입니다. 우리가 가고 있으니 도진수도 준비를 해놓았을 겁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하는 것을 본 강성철이 이를 꽉 깨물었다.“좋습니다. 그럼 진 선생님의 말을 듣겠습니다.”강성철은 핸드폰을 꺼내 부하들을 다 돌려보냈다.진서준과 강성철은 어느새 천조 그룹 아래 도착했다.강성철의 호스텔 그룹과 다르게 천조 그룹은 혼자서 15층의 빌딩을 갖고 있었다. “진 선생님, 성철 형님.”한은호는 진서준과 강성철을 보고 달려왔다.“그년, 아직 안에 있지?”강성철이 물었다.“네. 들어간 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한은호가 얘기했다.“좋아. 진 선생님, 들어가시죠.”강성철이 진서준을 쳐다보았다.한은호는 바로 표정이 굳었다.“형님, 두 사람이 들어가겠다고요?”“괜찮아. 진 선생님이 계시니 도진수는 아무것도 아니야.”강성철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긴장했다.이번에는 정말 호랑이굴에 쳐들어가는 기분이었다.두 사람이 얘기하고 있을 때, 진서준은 이미 빌딩의 대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강성철은 한은호더러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을 데리고 지원하라고 했다.진서준과 강성철 두 사람만 들어왔다. 강성철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 오십여 명이 두 줄로 섰다. 그들의 중앙에는 강한 인상을 가진, 올백 머리를 한 남자가 앉아서 시가를 피
총성이 울리고 나서 총알이 방 밖으로 나와 진서준의 머리를 향해 곧장 돌진했다. 방 전체는 강한 화약 냄새로 가득 찼다.강성철의 마음속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일찍 알았더라면 사람들을 데리고 왔을 것이다.도진수는 마음속에 있던 증오는 풀렸지만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대한민국은 총기 관리를 매우 엄격하게 했다.오늘 그가 총을 쏴서 진서준을 죽인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 일에 대해 조사할 뿐만 아니라 황보 가문의 화를 불러올 것이다.하지만 일은 이미 끝났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러나 곧바로 모두가 깜짝 놀라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의 앞에 연한 하늘색의 장벽이 나타났다.장벽은 아주 얇았고 심지어 두께가 일반 백지보다도 두껍지 않았다.하지만 일격에 무너질 것 같았던 장벽은 고속으로 회전하며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냈다.홀 내부에는 정적이 흘렀다.강성철, 도진수, 한지안 그리고 지상에 있던 부하들은 전부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저 하늘색의 막은 뭐지? 지금 영화 찍나?툭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은 바닥으로 떨어졌다.진서준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몸 앞에 있던 하늘색 장벽이 사라졌다.역시 무도의 대가로 성장한 것인가?도진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면의 힘을 외부로 발산하는 건 무술 고수와 같은 괴물 외에는 오늘날 세계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었다.그리고 무술 고수들은 대부분 나이 50대를 넘은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진서준은 몇 살인가?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었다.무술 천재라고 해도 이렇게 강력할 수는 없었다.진서준은 양손을 내려놓고 평온한 표정으로 도진수를 바라보았다.“무릎 꿇고 빌면 네 목숨은 살려줄게.”목소리가 너무 차분해서 그 어떠한 동요도 없는 것 같았다.도진수는 이미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눈앞에 있는 젊은 고수가 그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쉬울 것이다.그 순간 도진수는 심연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한이 발끝부터 척추를
진서준이 별장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급 승용차 두 대가 별장 입구에 세워졌다. 이윽고 경호원이 차 문을 열어주자 양복 차림에 멋진 청년이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떠나기 전, 청년은 차 안에 있는 여자를 보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윤진아, 넌 여기에서 좋은 구경만 하면 돼.”그러자 허윤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차 문이 닫히고 청년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별장을 향해 걸어간 뒤, 허윤진이 준 별장 열쇠로 별장의 문을 열었다.그 시각, 진서라와 조희선은 마침 산책이라도 할 겸 바깥에 나가 한 바퀴 돌아볼 예정이었다.그때, 별장 거실의 대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리고 방금 허윤진과 얘기를 나누던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청년은 진서라와 조희선을 발견하자마자 눈빛으로 강력한 멸시를 드러냈다.“누구세요?”진서라는 갑자기 나타난 청년에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전 사연이의 약혼남입니다!”청년은 가슴을 쫙 펴고 고개를 쳐든 채 오만한 표정으로 답했다.“얼마 전에는 업무 문제 때문에 잠깐 출장을 간 거였는데 어제 돌아오는 길에 사연이가 이 별장을 당신들에게 넘겨줬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사연이가 당신들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 이유는 진서준 그 거지 같은 인간이 우연히 걔 아버지를 구해준 것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별장만 넘겨 준 거라면 우리 집도 이 별장 하나가 큰 대수는 아니니 나도 별말 안 하겠지만, 당신 집 그 진서준이 글쎄 은혜도 모르고 내 약혼녀한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잖습니까!”언성을 높여 따지던 청년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나갔다.“그 인간은 집에 거울도 없답니까? 거울 좀 들여다보고 자기 주제를 알라고 하세요. 진서준이 두꺼비 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도 두꺼비한테는 모욕일 지경이네요.”청년은 계속하여 진서라와 조희선을 날카로운 말로 모욕하며 조롱했다.모녀는 청년의 말을 듣고 안색이 파랗게 질려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비록 조희선이 이미 진서준더러 허사연에게 마음을 품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진서준은 차에 시동을 걸며 조희선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엄마? 무슨 일이에요?”조희선의 말투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서준아, 잠깐 집에 좀 들러봐. 엄마가 할 얘기가 있어.”“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진서준도 조희선의 조금 음산한 말투를 눈치챘고 집에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글라리아 별장 말고 우리 양철집에 와.”조희선은 진서준이 별장에 돌아갔다가 허사연의 약혼남이라도 마주쳐 괜히 마찰이 생길까 두려웠다.“양철집이요?”진서준은 순감 멈칫했고 다급하게 되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 왜 별장에서 나왔어요?”그러자 조희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돌아와서 얘기하자.”전화를 끊은 뒤 진서준은 서둘러 차를 몰고 조희선과 진서라가 살고 있는 양철집으로 향했다.곧이어 진서준의 차는 양철집이 위치한 길가에 멈춰 섰고 그는 다급히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잔뜩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진서라는 진서준이 돌아오자 간신히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 목마르지는 않아? 물 좀 떠줄게.”“목 안 마르니까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진서준은 조희선을 바라보며 다급히 물었다.“서준아, 엄마가 전에도 허씨 가문 아가씨한테 다른 마음 품지 말라고 타일렀잖니.”조희선은 한숨을 푹 내쉬며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 집안이 어떤 상황인지는 너도 잘 알잖아. 게다가 넌 감옥까지 다녀왔는데 어떻게 허씨 가문 아가씨와 어울리겠니?”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미세하게 변하더니 눈빛에 싸늘한 냉기가 스쳤다.“엄마, 혹시 누가 엄마한테 뭐라고 했어요?”“아니야. 그냥 엄마와 서라가 고민하다가 나오기로 결정한 거야.”조희선은 진서준의 의심에 연신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그녀는 진서준이 순간 화가 나 허사연의 약혼남을 찾아갈까 봐 두려웠다.그 사람은 돈과 세력을 한몸에 지닌 큰 인물인데 그들과 같은 일반 가정이 감히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어머니가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자 시선을
진서준은 이곳에서 유정을 다시 만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유정도 반가운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서준 씨는 오늘 집 보러 온 거예요?”“맞아요. 인터넷에서 유정 씨네 부동산이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작은 별장을 팔고 있길래 보러 왔죠.”진서준이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별장을 찾고 있다는 말에 유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구역 안에는 두 군데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앞뒤 정원까지 포함해서 120평 정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가격이 조금 비싸요.”유정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설명해주자 진서준도 싱긋 웃으며 답했다.“가격은 상관없어요.”유정과 진서준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다른 여사원들은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정 씨, 우수한 판매원으로서 고객을 가리는 뛰어난 안목이 있어야죠.”사원 중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여사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유정을 나무랐다.“어떤 사람들은 고객이 이곳에 집을 사러 온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여자 꼬시러 온 것인지 의도를 한눈에 알아낼 수 있다니까요.”산성 부동산에 여사원들이 모두 비교적 예쁘게 생겼기에 적지 않은 남자들이 부자인 척 가오를 부리며 조금 어리숙한 여자 꼬시러 왔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서준은 그 말에 숨겨진 가시를 알아냈기에 상당히 불쾌했다.“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당연히 말 그대로죠.”여사원이 경멸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지금까지 사기 치러 온 남자들은 적어도 연기라도 할 줄 알았지 당신은? 연기도 할 줄 모르면서 장애까지 있는 가족을 데리고 와 불쌍한 흉내나 내다니.”이 말을 듣자 진서라와 조희선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자 상황파악을 한 유정이 다급하게 그 여사원한테 해명해주었다.“한영 씨, 서준 씨는 저와 아는 사이에요. 우리를 속이러 온 사람이 아니에요.”“됐어. 저런 사기꾼들은 항상 너같이 착하고 어리숙한 여자애들만 골라서 사기 치잖아.”“그만!”진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그러자 현장
다른 별장이라니? 설마 별장을 두 개나 사려고?“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남은 두 별장은 가장 비싼 거라고요! 한 채에 16억이라고요! 선금만 낸다고 해도 6억을 내야 해요!”고한영은 놀라서 굳었다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아까 한 말, 지킬 수 있습니까?”“당연하죠!”고한영은 팔짱을 끼더니 얘기했다.“만약 정말 별장 두 채를 살 수 있다면 한 달이 아니라 평생 가정부를 할 수 있어요.”유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한영은 정말 잘못 걸린 셈이다.“유정 씨,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을 내러 가죠.”진서준이 유정을 보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진서준 씨.”유정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고한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약간의 불안함이 마음속에서 생겨났다.계약서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남은 것은 사인과 돈이었다.진서준은 은행카드 두 장을 꺼냈다.이 두 카드는 하규천과 황보식이 진서준에게 준 카드로 한도가 없었다.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쓸 수 있었다.진서준은 계약서에 사인했고, 유정은 바로 카드를 들고 재무부로 갔다.고한영은 더욱 초조해져서 물컵을 들고 있는 손이 바르르 떨렸다.설마 눈앞의 남자가 정말 그렇게 돈이 많은 부자란 말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유정이 환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돌아왔다.“진서준 씨, 두 별장은 이제 다 진서준 씨의 것입니다. 오후에 집문서가 나오면 바로 가져다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수고해 줘요.”“수고는 무슨. 진서준 씨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는데 제가 더 고마워해야죠.”별장 두 채, 모두 32억이다.유정은 거기서 1억 8천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그것 뿐만이 아니라 각종 성과금까지 합하면 이번 달의 월급은 거의 2억에 달한다.2억은 일반인이 편히 남은 생을 살 수 있게 한다.고한영은 그걸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닫히지 않았다.그녀는 이 남자가 정말 32억을 내놓을 줄은 몰랐다.진서준은 집 열쇠를 건네받고 고한영을 쳐다보았다.
진서준은 차를 옆까지 몰고 와 창문을 내려 유정을 차에 타게 하려고 했다. “유정 씨, 이번 달 판매왕은 유정 씨겠네요? 그럼 좋은 식당으로 가죠!”한 여직원이 질투심 가득한 말투로 유정과 얘기했다.유정은 온 지 한 달만에 가장 비싼 별장 두 개를 팔았다. 그러니 동료들이 질투할만했다.“오션 호텔로 갈까요?”유정이 떠보며 넌지시 물었다.오션 호텔은 5성급 호텔이다. 이지성 아들의 돌잔치 때도 오션 호텔에서 했었다.사람들 사이에서 매니저가 얘기했다.“그럼 오션 호텔로 가죠. 내가 거기 회원 카드가 있어서 계산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유정은 감격의 시선으로 도영광을 쳐다보았다.유정을 아니꼽게 보던 여직원 나지혜는 얼른 옆에서 아부했다.“도 매니저님은 정말 대단해요! 오션 호텔의 회원 카드가 있다니요!”도영광은 으쓱해서 얘기했다.“5성급 호텔의 회원 카드일 뿐이에요. 비싸지도 않고.”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부러워서 도영광을 보면서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도영광이 유정을 보면서 얘기했다.“유정 씨, 내 차에 앉아요.”유정은 살짝 어색해했다.“괜찮아요, 매니저님. 저는 별장을 산 진서준 씨의 차에 앉아서 가면 돼요.”도영광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불쾌함이 엿보였다.“그 사람을 왜 불러요.”“그분께도 감사하니까요.”유정이 얘기했다.도영광이 뭐라고 하려던 찰나, 진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정 씨, 차에 타요.”진서준을 본 유정은 웃으면서 걸어갔다.고한영도 그 뒤를 따랐다. 진서준의 조수석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바로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도영광은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했다.세일즈 팀의 가장 예쁜 두 여자가 다른 사람의 차를 탔으니, 세일즈 팀 매니저인 그는 체면이 깎였다.그 모습을 본 나지혜는 도영광의 팔을 껴안고 얘기했다.“도 매니저님, 우리도 얼른 같이 가요.”도영광은 차갑게 진서준의 차를 보더니 예쁘게 생긴 여직원들을 차에 태워 따라갔다.호텔로 가는 길에 유
호텔에 들어선 도영광은 프런트로 가 패밀리 스위트룸을 잡았다.진서준이 없다면 도영광은 이렇게까지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의 행동은 다 질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유정은 처음 호화로운 호텔에 와서 화려한 내부를 보며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이게 부자들의 세상인가?’“가요. 룸을 잡았으니까.”도영광이 유정에게 얘기했다.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룸에 들어간 유정은 또 한 번 놀랐다.룸은 거의 100평이 되었다. 긴 식탁 테이블 외에도 노래방 기계와 당구대 등이 있었다.“진서준 씨, 이런 곳은 돈이 많이 들겠죠?”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렇긴 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눈치챘다. 이들이 유정을 호구 잡았다는 것을.“당신이 유정 씨네 팀 매니저입니까?”진서준이 걸어가 도영광에게 물었다.“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도영광은 짜증 섞인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돈만 있으면 다인 줄 알아? 난 네가 두렵지 않아!’“이곳이 얼마나 비싼 곳인지는 알죠?”진서준이 물었다.“당연하죠. 하지만 이 호텔은 유정 씨가 고른 곳이에요.”도영광이 눈썹을 까딱였다.“우리는 유정 씨한테 5성급 호텔을 고르라고 강요한 적 없어요.”“그러게 말이에요. 밥 얻어먹으러 온 주제에 무슨 말이 저렇게 많대.”한 여직원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진서준을 보며 눈을 흘겼다.그 여직원은 바로 아까 도영광의 팔짱을 낀 나지혜였다. 세일즈 팀의 사람들은 나지혜와 도영광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진서준 씨, 괜찮아요. 그저 한 끼 식사일 뿐이잖아요.”유정은 진서준의 팔을 끌며 도영광과 진서준이 싸우지 않기를 빌었다.“들었어요? 유정 씨가 괜찮다는데요.”도영광이 차갑게 웃었다.진서준은 나대는 도영광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었다.“진서준 씨, 됐어요. 몇백만 원쯤은 감당할 수 있어요.”유정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진서준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이 방의 규모를 봤을 때 몇백만으로는 모자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