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이곳에서 유정을 다시 만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유정도 반가운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서준 씨는 오늘 집 보러 온 거예요?”“맞아요. 인터넷에서 유정 씨네 부동산이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작은 별장을 팔고 있길래 보러 왔죠.”진서준이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별장을 찾고 있다는 말에 유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구역 안에는 두 군데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앞뒤 정원까지 포함해서 120평 정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가격이 조금 비싸요.”유정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설명해주자 진서준도 싱긋 웃으며 답했다.“가격은 상관없어요.”유정과 진서준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다른 여사원들은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정 씨, 우수한 판매원으로서 고객을 가리는 뛰어난 안목이 있어야죠.”사원 중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여사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유정을 나무랐다.“어떤 사람들은 고객이 이곳에 집을 사러 온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여자 꼬시러 온 것인지 의도를 한눈에 알아낼 수 있다니까요.”산성 부동산에 여사원들이 모두 비교적 예쁘게 생겼기에 적지 않은 남자들이 부자인 척 가오를 부리며 조금 어리숙한 여자 꼬시러 왔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서준은 그 말에 숨겨진 가시를 알아냈기에 상당히 불쾌했다.“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당연히 말 그대로죠.”여사원이 경멸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지금까지 사기 치러 온 남자들은 적어도 연기라도 할 줄 알았지 당신은? 연기도 할 줄 모르면서 장애까지 있는 가족을 데리고 와 불쌍한 흉내나 내다니.”이 말을 듣자 진서라와 조희선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자 상황파악을 한 유정이 다급하게 그 여사원한테 해명해주었다.“한영 씨, 서준 씨는 저와 아는 사이에요. 우리를 속이러 온 사람이 아니에요.”“됐어. 저런 사기꾼들은 항상 너같이 착하고 어리숙한 여자애들만 골라서 사기 치잖아.”“그만!”진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그러자 현장
다른 별장이라니? 설마 별장을 두 개나 사려고?“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남은 두 별장은 가장 비싼 거라고요! 한 채에 16억이라고요! 선금만 낸다고 해도 6억을 내야 해요!”고한영은 놀라서 굳었다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아까 한 말, 지킬 수 있습니까?”“당연하죠!”고한영은 팔짱을 끼더니 얘기했다.“만약 정말 별장 두 채를 살 수 있다면 한 달이 아니라 평생 가정부를 할 수 있어요.”유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한영은 정말 잘못 걸린 셈이다.“유정 씨,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을 내러 가죠.”진서준이 유정을 보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진서준 씨.”유정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고한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약간의 불안함이 마음속에서 생겨났다.계약서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남은 것은 사인과 돈이었다.진서준은 은행카드 두 장을 꺼냈다.이 두 카드는 하규천과 황보식이 진서준에게 준 카드로 한도가 없었다.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쓸 수 있었다.진서준은 계약서에 사인했고, 유정은 바로 카드를 들고 재무부로 갔다.고한영은 더욱 초조해져서 물컵을 들고 있는 손이 바르르 떨렸다.설마 눈앞의 남자가 정말 그렇게 돈이 많은 부자란 말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유정이 환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돌아왔다.“진서준 씨, 두 별장은 이제 다 진서준 씨의 것입니다. 오후에 집문서가 나오면 바로 가져다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수고해 줘요.”“수고는 무슨. 진서준 씨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는데 제가 더 고마워해야죠.”별장 두 채, 모두 32억이다.유정은 거기서 1억 8천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그것 뿐만이 아니라 각종 성과금까지 합하면 이번 달의 월급은 거의 2억에 달한다.2억은 일반인이 편히 남은 생을 살 수 있게 한다.고한영은 그걸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닫히지 않았다.그녀는 이 남자가 정말 32억을 내놓을 줄은 몰랐다.진서준은 집 열쇠를 건네받고 고한영을 쳐다보았다.
진서준은 차를 옆까지 몰고 와 창문을 내려 유정을 차에 타게 하려고 했다. “유정 씨, 이번 달 판매왕은 유정 씨겠네요? 그럼 좋은 식당으로 가죠!”한 여직원이 질투심 가득한 말투로 유정과 얘기했다.유정은 온 지 한 달만에 가장 비싼 별장 두 개를 팔았다. 그러니 동료들이 질투할만했다.“오션 호텔로 갈까요?”유정이 떠보며 넌지시 물었다.오션 호텔은 5성급 호텔이다. 이지성 아들의 돌잔치 때도 오션 호텔에서 했었다.사람들 사이에서 매니저가 얘기했다.“그럼 오션 호텔로 가죠. 내가 거기 회원 카드가 있어서 계산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유정은 감격의 시선으로 도영광을 쳐다보았다.유정을 아니꼽게 보던 여직원 나지혜는 얼른 옆에서 아부했다.“도 매니저님은 정말 대단해요! 오션 호텔의 회원 카드가 있다니요!”도영광은 으쓱해서 얘기했다.“5성급 호텔의 회원 카드일 뿐이에요. 비싸지도 않고.”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부러워서 도영광을 보면서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도영광이 유정을 보면서 얘기했다.“유정 씨, 내 차에 앉아요.”유정은 살짝 어색해했다.“괜찮아요, 매니저님. 저는 별장을 산 진서준 씨의 차에 앉아서 가면 돼요.”도영광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불쾌함이 엿보였다.“그 사람을 왜 불러요.”“그분께도 감사하니까요.”유정이 얘기했다.도영광이 뭐라고 하려던 찰나, 진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정 씨, 차에 타요.”진서준을 본 유정은 웃으면서 걸어갔다.고한영도 그 뒤를 따랐다. 진서준의 조수석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바로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도영광은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했다.세일즈 팀의 가장 예쁜 두 여자가 다른 사람의 차를 탔으니, 세일즈 팀 매니저인 그는 체면이 깎였다.그 모습을 본 나지혜는 도영광의 팔을 껴안고 얘기했다.“도 매니저님, 우리도 얼른 같이 가요.”도영광은 차갑게 진서준의 차를 보더니 예쁘게 생긴 여직원들을 차에 태워 따라갔다.호텔로 가는 길에 유
호텔에 들어선 도영광은 프런트로 가 패밀리 스위트룸을 잡았다.진서준이 없다면 도영광은 이렇게까지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의 행동은 다 질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유정은 처음 호화로운 호텔에 와서 화려한 내부를 보며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이게 부자들의 세상인가?’“가요. 룸을 잡았으니까.”도영광이 유정에게 얘기했다.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룸에 들어간 유정은 또 한 번 놀랐다.룸은 거의 100평이 되었다. 긴 식탁 테이블 외에도 노래방 기계와 당구대 등이 있었다.“진서준 씨, 이런 곳은 돈이 많이 들겠죠?”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렇긴 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눈치챘다. 이들이 유정을 호구 잡았다는 것을.“당신이 유정 씨네 팀 매니저입니까?”진서준이 걸어가 도영광에게 물었다.“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도영광은 짜증 섞인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돈만 있으면 다인 줄 알아? 난 네가 두렵지 않아!’“이곳이 얼마나 비싼 곳인지는 알죠?”진서준이 물었다.“당연하죠. 하지만 이 호텔은 유정 씨가 고른 곳이에요.”도영광이 눈썹을 까딱였다.“우리는 유정 씨한테 5성급 호텔을 고르라고 강요한 적 없어요.”“그러게 말이에요. 밥 얻어먹으러 온 주제에 무슨 말이 저렇게 많대.”한 여직원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진서준을 보며 눈을 흘겼다.그 여직원은 바로 아까 도영광의 팔짱을 낀 나지혜였다. 세일즈 팀의 사람들은 나지혜와 도영광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진서준 씨, 괜찮아요. 그저 한 끼 식사일 뿐이잖아요.”유정은 진서준의 팔을 끌며 도영광과 진서준이 싸우지 않기를 빌었다.“들었어요? 유정 씨가 괜찮다는데요.”도영광이 차갑게 웃었다.진서준은 나대는 도영광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었다.“진서준 씨, 됐어요. 몇백만 원쯤은 감당할 수 있어요.”유정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진서준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이 방의 규모를 봤을 때 몇백만으로는 모자
나지혜의 눈빛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매번 도영광과 할 때마다 그는 파란 캡슐 약 두 알을 먹곤 했었다.그런데 진서준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진서준이 정말 보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헛소리 그만해요. 도 매니저님 몸은 아무 문제 없어요!”나지혜는 마음속 충격을 억누르고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나지혜가 말하는 것을 듣고 다른 여성 판매원들도 진서준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당신들 내 말 안 믿어요?”진서준은 놀리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원한 것은 도영광이 믿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있다가 도영광을 놀려줄 수 없다.“애초에 당신이 한 말은 헛소리야!”도영광은 테이블을 치며 화를 냈다.하지만 진서준은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당신의 신장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나랑 주량을 대결해 보죠. 신장이 좋은 사람은 대사 노폐물 배출에도 문제가 없어서 보통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 않아요.”도영광은 진서준이 자신과 주량을 대결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도영광은 영업 관리자가 되기 위해 가족에게만 의지한 것이 아니라 말주변도 좋은 데다가 술도 잘 마셨다. 그에게 소주 한 근은 시작에 불과했다.“진심이에요?”도영광은 최서준을 바보 보듯 바라보았다.“물론이죠.”진서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유정을 해치려 했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진서라는 당황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속삭였다.“오빠, 무리하지 마!”진서라의 기억에 진서준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유정도 걱정이 되어 진서준에게 말했다.“서준 씨, 도 매니저의 주량은 아주 강해요. 대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저도 주량이 나쁘지 않아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아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이 말을 들은 주위의 사람들은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진서준은 웨이터를 바라보며 당장 몇천 원짜리 소주 두 상자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진서준 씨
룸에는 소파가 하나 있었다.두 웨이터는 기절해 쓰러진 도영광을 소파로 옮겼다.모두의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지만 진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람들은 소주 두 병을 꿀꺽꿀꺽 삼키고도 멀쩡한 진서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었다.인터넷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술을 마시는 스트리머들도 진서준만큼 용감하지 못했다.“나 쳐다보지 말고 빨리 먹어.”진서준은 웃으며 진서라에게 큰 랍스터를 건넸다.도영광이 없으니 식사자리는 훨씬 더 조용해졌고 사람들이 먹는 소리만 들렸다.나지혜는 어두운 표정을 한 채 외투를 손에 들고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방금 전 화장실에서 몸에 묻은 토사물을 닦고 나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진서준은 일부러 도영광의 신장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서 도영광을 도발해 그와 주량 대결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이런 꼼수를 피우다니!나지혜가 자리에 앉자 진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당부했다.“좋은 마음으로 말하는 건데, 앞으로 다시는 아이를 지우면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임신하기 바쁘거든요.”그 말에 룸 전체가 조용해졌다.나지혜는 깜짝 놀라 진서준을 노려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그쪽이 임신한 거 몰랐어요?”진서준은 웃으며 물었다.“당연히 알죠!”나지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여러 번 아이를 지우면 앞으로 다시 임신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겠네요.”진서준은 솔직하게 말했다.“헛소리 지껄이지 마요. 난 처음 임신했어요!”나지혜가 화를 내며 말했다.“처음이라고요?”진서준은 경멸하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그쪽이 처음이라면 처음인 걸로 하죠.”어차피 이제 말을 밖으로 내뱉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믿든 안 믿든 그와 상관없었다.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았고 나지혜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있었다.도영광이 매니저가 되기 전에 나지혜가 40대 중년 남성과 호텔을 드나드는 것을 본 사람이
식사를 끝낸 뒤 진서준은 진서라를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고 내친김에 결제까지 할 생각이었다.고한영과 유정은 진서준이 떠나려고 하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쫓았다.“서준 씨,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유정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계속 그렇게 감사 인사를 한다면 화낼 거예요.”진서준이 일부러 화난 척하며 말하자 유정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당황스러움이 보였다.그녀는 자기가 정말로 진서준을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오빠, 왜 유정 언니에게 겁을 줘?”진서라가 진서준의 팔뚝을 때리며 질책했다.“유정 언니, 오빠 농담한 거예요. 믿지 말아요.”“하하, 농담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유정 씨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유정은 서둘러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서준 씨, 앞으로 제가 필요하다면 그게 무슨 일이든, 물불 가리지 않고 도와드릴게요.”진서준의 친근한 모습에 고한영은 자신이 내렸던 결정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결제하려는데 호텔 매니저가 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진서준은 강요하지 않았고 진서라를 데리고 차로 돌아갔다.차에 오르자마자 유정의 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 유정입니다.”“네? 저희 엄마 상태가 악화했다고요?”“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갈게요.”유정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전화를 끊었다.“서준 씨, 절 정운 병원까지 데려다줄 수 있나요?”“조금 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저희 엄마 상태가 악화했다고 연락이 와서요. 언제든 돌아가실 수 있다고 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진서라에게 말했다.“서라야, 넌 고한영 씨와 함께 따로 차를 타고 돌아가.”진서라와 고한영이 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곧바로 액셀을 밟고 부리나케 정운 병원으로 향했다.2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지만 진서준은 약 10분 만에 도착했다.차를 세운 뒤 두 사람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유정의 어머니가 계
조금 전 진서준이 밖으로 끌어낸 중년 의사가 병원 경비원을 불러와서 문을 박차고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요즘 사람들은 정말 경우가 없다니까요!”“제가 그 여자 분명 죽을 거라고 했는데도 그놈이 글쎄 자기가 구할 수 있다는 게 아니겠어요?”중년 의사가 밖에서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유정은 어머니에게 옷을 입혀주었고 진서준은 문가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경비원은 곧바로 안으로 쳐들어와서 진서준을 제압하려 했다.진서준의 눈빛은 서늘했다.“뭐 하시는 거죠?”“뭐 하는 거냐고요? 제가 묻고 싶네요! 제 환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중년 의사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당연히 사람을 구했죠.”진서준이 불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당신이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나 봐요?”경비원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냉소했다.“이보세요, 황 선생님은 서울시에서 가장 뛰어난 내과 전문의예요!”“황 선생님도 환자가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했는데 당신이 어떻게 살린단 말입니까?”진기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살렸는지 살리지 못했는지 직접 보면 알겠죠.”황지욱은 진기준의 말을 듣고 코웃음쳤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무슨 의술을 안다고?”“황 선생님, 진기준 씨는 정말 제 어머니를 치료해 주셨어요.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와서 보세요.”유정이 다급히 말했다.황지욱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불쾌한 듯 말했다.“제가 말했죠. 환자분 어머니는 살릴 수 없다고요!”“하지만 제 어머니는 살았는걸요.”유정이 말했다.“우습네요. 이 청년이 환자분을 살렸다면 전 앞으로 의사를 하지 않겠어요!”황지욱은 차갑게 코웃음치면서 유정의 어머니가 누워있는 병상으로 향했다.환자의 안색이 좋아진 걸 본 황지욱은 깜짝 놀랐다.“이... 이럴 리가 없는데?”황지욱은 믿기지 않아서 곧바로 침대 옆에 놓인 기계로 유정의 어머니를 진찰했다.전면적인 검사가 끝난 뒤 황지욱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유정의 어머니는 신체 기능이 일반인보
설마 진서준이 경성 진씨 가문의 후예였다니, 그건 왕족이나 다름없는 신분이었다.“진서준 씨,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만족했다면 이제 어떤 정보를 살 건지 말해보시죠.”블랙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말했다.“진요천의 현재 위치입니다.”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건 좀 어렵겠는데 일단 해볼게요.”블랙은 도서욱과는 달랐다.먼저 일을 처리하고 그다음에 가격을 부르는 타입이었다.블랙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한참을 검색했고 이윽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쉽지 않네요. 가장 최근 정보가 두 달 전입니다. 진요한이 강남에 있었다고 나오네요.”“뭐라고요? 강남이라고요?”진서준의 눈이 번뜩였다.“맞아요. 하지만 그건 두 달 전 얘기입니다. 지금도 거기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블랙이 고개를 저었다.두 달이라면 꽤 긴 시간이었기에 이미 구지범에게 딴 곳으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컸다.“진요한은 혼자 있었나요? 아니면 누군가 같이 있었나요?”진서준이 다시 물었다.“정보에 따르면 처음엔 누군가 함께 있었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은 사라졌고 결국 강남엔 진요한 혼자만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이 안 되고요.”블랙은 어깨를 으쓱였다.“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 진요한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무조건 먼저 저한테 알려줘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 겁니다.”진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버지를 찾을 수만 있다면 돈이 문제가 될 리 없었다.“돈은 이제 별로 필요 없어요. 대신 당신이 용존이라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줘도 되나요?”블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뭔데요? 법률이나 도의에 어긋나는 거만 아니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요.”진서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강남 동성구의 깡패 조직 두목이 예전에 날 개 패듯이 팼어요. 저를 대신해서 그 자식 좀 혼쭐 내주세요.”이 말을 듣자 진서준은 순간 멈칫했다.“부탁이란 게 겨우 이것인가요?”대단한 일이라도 시키려나 했더니 고작 사람 하나 혼내주는 거였다.“이게 쉬운 일인가요?
“네?”도서욱은 얼이 빠졌다.‘아니, 예전에도 사람 죽이는 짓 많이 해놓고 오늘은 갑자기 사람 죽이라니까 그게 자기를 해치는 거라고?’“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는 있어?”도서욱의 멍한 표정을 보자 소 마스터는 이를 악물고 분통을 터뜨렸다.“모르는데요? 유명한 놈인가요?”도서욱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냥 좀 싸움 잘하는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 마스터님 상대는 절대 못 되죠.”도서욱은 애써 비위를 맞추려 했지만 이번엔 제대로 헛발질했다.“개소리 집어치워!”소 마스터는 도서욱의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나 같은 놈 백 명이 덤벼도 저분한테는 한 끗도 안 먹혀.”머리를 처맞은 도서욱은 화를 버럭 내려다가 그 말에 입을 떡 벌렸다.“네? 백 명이 덤벼도 안 된다고요?”“헛소리 말고 똑똑히 들어. 그분이 누군지 알아? 그분은 바로 전설 속의 용존이야. 단 일격으로 육급 대종사 둘을 처단한 괴물 같은 존재라고. 동북 지역을 주름잡는 두 명문대가조차 머리를 조아리게 한 절세 천재란 말이야. 그런 사람을 내가 죽이라고? 네가 미친 거야, 아니면 날 미치게 하려는 거야?”소 마스터는 혈압이 치솟아 도서욱을 한 대 더 패 죽여버리고 싶었다.“뭐라고요? 그놈이 바로 그 전설적인 용존이라고요?”도서욱은 말 그대로 정신이 아득해졌다.용존의 이름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그 전설적인 존재를 직접 봤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그 앞에서 행세하고 심지어 사기를 쳤다고?순식간에 도서욱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손등으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도서욱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었다.“소 마스터님, 그럼...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당장 사람 데리고 가서 무릎 꿇고 빌어. 용존께서 널 용서하지 않으면 넌 오늘부로 끝장이야.”소 마스터는 단호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바로 사람 모아 거기 가서 사죄드리겠습니다.”도서욱은 급히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너 대체 사람이야, 귀신이야?”진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차갑게 다가가기만 했다.“오지 마. 오면 쏠 거야.”도서욱은 허둥지둥 품에서 작은 권총을 하나 꺼냈다.총이 등장하자 김혜민은 깜짝 놀라 외쳤다.“진서준, 조심해.”총은 여러 무기 가운데서도 차원이 다른 위력을 가진 무기였다.보통 사람이라면 총구 앞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무술을 익힌 무인이라 해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맞으면 반응하기 어려웠다.“네가 아무리 강해도 총 앞에서는 꼼짝 못 하겠지.”도서욱이 비굴한 웃음을 짓자 진서준의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누군가 내 머리에 총을 들이대는 거야.”“그럼 당장 꺼져. 안 그러면 진짜로 쏠 거야.”도서욱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진서준은 미동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걸어갔다.“한번 쏴 봐.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진서준이 전혀 위축되지 않자 도서욱은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겼다.탕!총성이 울려 퍼졌다.“진서준!”겁에 질린 김혜민이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서욱과 김혜민은 동시에 얼어붙었다.고속 회전하며 날아가던 총알이 진서준의 눈앞에서 멈춰 선 것이다.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총알을 꽉 움켜쥔 것처럼 보였다.도서욱은 눈앞의 광경이 믿을 수 없어 말문이 턱 막혔다.사람이 어떻게 총알을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손을 뻗어 떠 있는 총알을 집어 들어 손끝에 힘을 줬다.우두둑!총알이 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그 순간, 도서욱의 정신도 완전히 박살 났다.도석욱은 바닥에 풀썩 주저앉더니 곧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형님, 제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총도 통하지 않는데 대체 무슨 수로 저 사람을 이길 수 있겠는가?결국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해야 했다.“이미 기회를 줬지만 네가 스스로 걷어찼지.”진서준이 싸늘하게 말했다.“형님,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 방금 속여서 가져간
“나쁜 결과를 감당하라고?”도서욱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이봐, 네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도서욱은 애초에 진서준과 김혜민이 둘뿐인 걸 보고 쉽게 한탕 해먹을 생각이었다.어차피 돈을 뜯어내도 저 둘이 어쩔 수 없을 것이다.설마 주먹으로 해결하겠다고?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도서욱 뒤에 서 있는 경호원 네 명은 내공 무인으로서 실격이 대단한 사람이었다.게다가 복도에는 무려 백 명이 넘는 경호원이 대기 중이었다.이 애송이가 미치지 않고서야 혼자서 이 모든 사람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내가 화내기 전에 네 여자 데리고 꺼져. 안 그러면 너희 둘 다 이곳에서 무사히 못 나갈 줄 알아.”도서욱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 진서준 뒤에 서 있는 여자는 꽤 탐나는 미모였다.하지만 도서욱도 너무 욕심부리는 타입은 아니었다.이미 400억을 손에 넣었으니 이런 돈이면 원하는 여자를 전부 구할 수 있었다.게다가 상대방이 순식간에 400억을 쏜 걸 보면 신분도 만만치 않을 터였다.괜히 사태를 심각하게 끌고 가 불필요한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었다.도서욱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네 명이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우락부락한 근육을 과시하며 진서준과 김혜민을 위협했다.그 모습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진짜 안 돌려줄 거지?”“계속 떠들어 봐. 곧 이 방을 기어서 나가게 될 테니까.”도서욱은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야, 우리 사장님 말씀 못 들었어? 당장 꺼져.”경호원의 호통에 진서준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결국 힘으로 설득할 때가 온 것이다.진서준은 앞으로 나서더니 갑자기 손을 휘둘렀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따귀를 맞은 경호원은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입안에서 이빨이 피와 함께 튀어나왔다.“이 개자식이 감히 먼저 공격한다고?”도서욱은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분노를 터뜨렸다.“저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욱 두목님한테는 당연히 규칙이 있지.”경호원이 쌀쌀하게 대답했다.“나 시간 없어. 돈 줄 테니까 정보나 줘.”진서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사는 건데 저렇게 거만하게 구는 건 아무리 봐도 기분 나쁜 일이었다.김혜민이 진서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그만해, 진서준. 그냥 좀 기다려보자.”사실 김혜민도 여기 온 건 처음이었다.그저 친구한테서 도서욱의 정보력은 최고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허허, 성질 한번 급하구먼?”그제야 도서욱이 찻잔을 내려놓고 진서준을 바라봤다.“그래, 뭘 알고 싶은데?”“사람을 찾고 있어.”“누군데?”“진요한.”그 이름을 듣자 도서욱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설마 네가 찾는 진요한이 경성 진씨 가문의 그 사람이야?”이 반응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이 남자는 역시나 정보망이 있긴 한 모양이다.“맞아. 그 남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진서준의 질문에 도서욱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물었다.“너랑 그 사람이 무슨 관계인데?”“그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정보만 말해.”진서준이 단칼에 질문을 잘랐다.“이 정보 절대 싸지 않을 거야.”도서욱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비싸다고? 설마 그 남자가 아직 신농 금지구역에 있다는 말 하려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어라? 너 신농 금지구역까지 알고 있네?”이번엔 도서욱이 놀랄 차례였다.눈앞의 녀석이 생각보다 아는 게 많았다.“하지만 넌 아직 멀었어. 진요한은 더 이상 신농 금지구역에 없어.”도서욱이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뭐? 그럼 어디에 있는지 알아?”진서준의 심장이 요동쳤다.과연 그토록 찾고 싶었던 아버지의 단서를 잡을 수 있을까?“정보를 주는 건 좋은데 네가 얼마를 낼 수 있어?”도서욱이 노골적으로 물었다.“그건 네가 가진 정보 가치에 따라 다르지.”“난 항상 먼저 가격을 정하고 그다음에 정보를 줘.”도서욱의 대답에
하지만 상대가 예의를 차리게 된 건 진서준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김혜민은 어쨌든 김연아와 배다른 동생이었다.“사과할 필요 없어. 사실 너랑 큰 관계도 없는 일이야.”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떻게 관계가 없겠어?”김혜민이 즉시 되물었다.“나 때문이 아니었으면 너랑 리앙이 그렇게 깊은 원한을 맺을 일도 없었잖아.”김혜민은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너 없어도 나랑 그놈은 언젠가 부딪칠 운명이었어.”진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그 녀석의 목표는 애초에 진씨 가문이야. 내가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게다가 진서준은 그 개조인들이 분명 차이더리스 가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진서준의 말을 들은 김혜민은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다른 볼일 없으면 나 나가볼게.”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어디 가는데?”김혜민이 무심코 물었다.“사람 좀 찾아야 해서.”“누구 찾는데? 내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네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야.”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진서준이 강남에 온 목적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였지만 알고 있는 거라곤 이름뿐, 얼굴이나 키조차 전혀 몰랐다.이런 상태에서 아버지를 찾는 건 바다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내가 도울 수 없다고 왜 단언하는데?”김혜민이 발끈했다.“김연아랑 서지은까지 집안 힘을 총동원했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어.”진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강남을 주름잡는 두 가문이 찾아도 못 찾는 사람인데 김혜민이 무슨 방법이 있겠어?“흥, 내가 아는 정보 전문가가 있어.”김혜민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래? 누구인데?”진서준이 흥미를 보였다.“그 사람 별명이 서욱 두목이야. 강남에 한 번이라도 나타난 사람이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다 가지고 있어.”“진짜야? 그렇게 대단해?”진서준이 반신반의했다.“당연하지. 서욱 두목은 정보로 먹고사는 사람이야.”김혜민이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자 믿어볼 만한 것 같기
“왕안석에게 맡긴다면 내가 투항하는 거나 다름없어.”“하지만 난 네가 걱정돼. 차이더리스 가문에는 천의방 강자가 네 명이나 있다고 들었어.”서지은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걱정 마, 천의방 강자를 한두 명만 죽여 본 것도 아니야.”진서준은 여전히 태연해 보였다.하지만 천의방 강자를 죽일 때 진서준은 천용 반지의 힘을 빌린 거였다.지금은 아직 반지의 힘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천의방 강자와의 대결에서 이길지 질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이 이렇게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자 서지은도 더는 진서준의 기세를 누르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럼 꼭 조심해야 해. 절대 다치지 말고.”“응, 걱정 마.”“아참, 오늘 밤은 안 돌아갈 거야.”서지은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며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진서준은 이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상대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인데 이럴 때 머뭇거리는 건 남자답지 못한 일이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쉬는 게 좋겠지?”진서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래.”뜨겁고 바쁜 밤을 보낸 뒤, 서지은은 달콤한 잠에 빠졌다.진서준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확인해 보니 황예은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이 시간에 전화한 이유가 뭐지? 혹시 초아국 놈들이 또 뭔가 시킨 건가?”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진서준은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그리고 별다른 일 없이 하룻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서지은은 진서준을 끌고 또 한바탕 아침 운동을 했다.한 번 제대로 맛을 본 소녀는 때로 남자보다도 더 탐욕스러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다행히도 진서준의 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에 버티는 데 문제는 없었다.여기 미녀가 서지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 일반 남성이었다면 정말 힘들 뻔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황예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진서준이 먼저 해명했다.“어젯밤에 바빠서 전화 못 받았어. 초아국 쪽에서 또 연락 왔어?”“아니야.”황예은
한순간, 강남으로 수많은 무인이 몰려들었다.이 무인들은 전부 진서준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이제 진서준의 이름은 무도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검을 휘둘러 단 일격으로 육급 대종사 두 명을 베어버린 괴물 같은 실력을 갖춘 자가 무도계에 더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이건 단순한 헛소문일 뿐이고 진서준을 띄워주기 위한 가짜 뉴스라고 믿었다.다들 진서준이 그렇게까지 강할 리가 없다고 믿고 싶었다.국안부 또한 이 소식을 접하자 즉시 사람을 보내 체육관 내부 링의 질서를 유지하도록 조치했다.그야말로 강남은 순식간에 온갖 무리가 뒤섞인 난장판이 되었다.“대장님, 저 녀석 그냥 내버려둬도 되나요?”성미영이 의혹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진서준이 걱정돼서라기보다는 서지은이 상처받을까 봐 신경 쓰였던 것이다.진서준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서지은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상상이 안 갔다.“우선 개조인들 문제부터 보고해야 해. 부전주께서 직접 내려오실 거야.”오영수가 차분하게 말했다.개조인 문제는 그들 둘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개조인은 인원도 많고 실력도 강했는데 심지어 오직 목을 쳐야만 완전히 죽일 수 있었다.전신전이 추가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면 이들 둘로서는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두 사람은 비밀기지로 돌아가 즉시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역시나 전신전 전주는 바로 부전주에게 지시를 내려 강남으로 지원을 보내게 했다.그날 밤.부전주 용홍권이 부상 상태에서 회복한 장국주, 양복준을 데리고 강남으로 출발했다.용홍권은 전신전에서 두 번째로 강한 사람이었다.온몸이 철처럼 단련되어 칼과 창이 뚫리지 않았고 심지어 총알조차도 뚫을 수 없을 정도였다.용홍권은 국안부의 지의방 순위에는 들지 못했으나 군의방 순위에서는 세계 10위에 올라와 있었다.이 순위는 전 세계 군대 내 최강자들만을 평가한 것이었고 대한민국에서 이 순위에 드는 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용홍권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셋은 함께 산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떠났다.“진씨 가문이라고 했어? 너 지금 진씨 가문에서 지낸다고?”성미영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성미영은 서지은과 베프였고 서지은이 진서준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진서준이 당당하게 진씨 가문에서 머물고 있다고 했다.“뭐, 문제 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되물었다.“당연히 문제 있지. 지은이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잖아?”성미영이 굳은 얼굴로 쏘아붙였다.“넌 남자로서 어떻게 그렇게 줏대 없이 굴 수가 있어?”이 말을 듣자 진서준은 더 이상 성미영과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진서준과 서지은, 그리고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는 확실히 좀 복잡했다.하지만 정작 서지은을 포함한 여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관계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역시 남자란 놈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다니까.”성미영이 콧방귀를 뀌었다.옆에 있던 오영수는 애꿎게 총 맞은 표정을 지었다.“미영아, 편견이 심하구나. 모든 남자를 한꺼번에 매도하면 안 되지.”오영수가 억울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대다수 남자가 저 녀석처럼 오는 여자 막지 않는 바람둥이잖아요?”성미영이 진서준을 가리켰다.“이 녀석은 철저한 기생오라비 유형이잖아요. 별 능력은 없으면서 여자 꼬시는 재주만 타고난 놈이죠.”성미영은 속으로 반드시 서지은을 설득해서 진서준과 갈라놓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가장 친한 친구를 이 끝없는 나락에 빠지게 둘 순 없었다.집에 도착하자 김연아가 마중 나왔다.“어라? 벌써 돌아왔어?”“아버지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어. 대신 길에서 이 둘을 만났어.”진서준이 뒤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김연아 씨, 이분은 저희 전신전 대장 오영수예요.”성미영이 오영수를 소개했다.“김연아 씨, 실례를 끼쳤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오영수가 정중하게 말했다.“괜찮아요. 그런데 다들 부상 입은 것 같은데요? 우리 집 뒤쪽에 병원이 있어요. 가서 치료부터 하세요.”김연아가 미소 지었다.“감사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