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 권해철, 그리고 장도윤은 함께 기차역에 도착하여 금운으로 가는 KTX를 타기로 했다.운전하면 하루가 걸리지만 KTX는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어제저녁, 허사연이 이미 인터넷으로 진서준에게 새 차를 예약해 놓았고 오늘 아침에는 4S 점에서 금운 기차역으로 차를 배달해 주었다.진서준은 KTX에서 내려 바로 운전할 수 있었다.세 사람은 프레스티지석에 앉아 각자 한 자리씩 앉았다.기차가 출발하려 할 때, 진서준은 은은한 향기를 맡았다.진서준은 방금 차에 오른 사람을 힐끗 보았다.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화장하지 않았지만 물 위에 핀 연꽃처럼 청초하고 아름다웠다.긴 머리는 뒤로 묶여 있었고 은색 비녀 하나로 고정되어 있었다.요즘 시대에는 비녀를 쓰는 여자가 드물다.진서준도 현실 생활에서 이런 여자를 처음 만났다.여자는 진서준의 시선을 느끼고 살짝 미소를 지어 인사했다.그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워 모든 상처를 치유할 것 같았다.정말 부드러운 여자였다!진서준도 미소를 짓고는 눈을 감고 잠시 눈을 붙였다.여자는 아름다웠지만 진서준은 단지 감상할 뿐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허사연만 있었다.앞자리에 앉은 장도윤도 그 은은한 향기를 맡고 뒤돌아보았다가 순간 얼어붙었다.이번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신분 때문이었다.“서… 서지은!”장도윤은 정신을 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는 즉시 핸드폰를 꺼내 진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진 선생님 옆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셨나요?”핸드폰의 진동을 느끼고 진서준은 핸드폰을 꺼내 한 번 보았다.“봤어, 왜?”“그 여자의 신분이 매우 특별합니다!”“말해봐.”강남의 가문 랭킹 3위인 장도윤이 신분이 특별하다고 말할 정도라면 그 여자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그녀는 강남 서씨 가문 가주의 딸, 이름은 서지은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거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저도 연회에서 우연히 그녀를 본 적이 있을 뿐이에
두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목적지에 도착하자 진서준과 권해철은 KTX에서 내려 곧바로 기차역을 떠날 준비를 했다.서지은은 진서준 일행의 뒤를 따라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걸었다.진서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서씨 가문도 금운에 있었기 때문이다.기차역에서 나오자 진서준은 허시만이 예약해 준 고급 차를 찾았다.장도윤이 운전해서 장씨 가문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서지은이 탄 차가 그들의 차 바로 앞에 있었다.옥명산.서씨 가문, 김씨 가문, 그리고 장씨 가문, 이 세 개의 최고 가문의 장원은 모두 옥명산에 있었다.진서준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장도윤이 서지은에게 어떤 생각이 있는 줄로 생각했다.“장도윤, 내가 방금 KTX에서 했던 말을 잊었어?”“진 선생님, 오해하셨어요. 제가 그녀를 따라가는 게 아니에요. 우리 가문과 김씨 가문, 서씨 가문의 장원은 모두 이 길을 통해 가야 해요.”장도윤이 급히 설명했다.진서준은 이를 듣고서야 자리에서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쾅...갑자기 앞에서 큰 소리가 나며 장도윤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는 미끄러지며 5~6미터를 더 가서 멈췄다.진서준과 권해철은 눈을 떴다.“무슨 일이야?”진서준이 찡그리며 물었다.“진 선생님, 앞을 보세요!”장도윤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앞을 가리켰다.진서준과 권해철은 서지은이 타고 있던 롤스로이스가 여러 대의 무면허 차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어서 차에서 20여 명의 흉악한 남자들이 내려왔다.롤스로이스 안에서는 서지은과 두 명의 경호원가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이를 본 두 경호원는 즉시 차에서 내려 허리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경호원들이 총을 들기도 전에 흰빛이 번쩍이며 두 경호원의 총을 든 손이 순식간에 잘려 나가며 피가 튀었다.“아!”두 경호원는 비명을 질렀다.소리를 더 지르기도 전에 단검이 그들의 심장에 꽂혀 즉시 목숨을 잃었다.내공 무인인 서씨 가문의 두 경호원는 약하지 않지만 이 칼을 든 악당들도 보통 사람이 아닌 몸
장도윤이 차에서 내렸을 때, 서 있는 사람은 진서준과 권해철 둘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목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으며 모두 땅에 쓰러져 있었다.이 20명 중에 종사가 없어서 진서준과 권해철에게 그들을 죽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진서준은 차 문을 열고 서지은을 안아 차에 태웠다.“왜 멍하니 있어? 빨리 출발해.”진서준은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장도윤을 향해 소리쳤다.“아, 네.”장도윤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차로 돌아와 출발했다.장도윤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 물었다.“진 선생님, 이 서지은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깨어나면 자연히 풀어줄 것이다.”진서준이 담담히 대답했다.권해철은 장도윤이 서지은을 아는 것에 약간 놀랐다.“장 도련님, 이 여자를 아시나요?”“네, 서씨 가문 가주의 딸인 서지은이에요.”장도윤이 설명했다.권해철의 얼굴이 약간 변하며 놀라 말했다.“서씨 가문 가주의 딸을 납치하려는 건 미친 거 아니야?”서씨 가문은 가문 랭킹 1위인데 가주의 딸을 납치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장도윤도 궁금해졌다. 정상적으로는 강남에 이런 멍청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진서준이 담담히 말했다.“납치는 무섭지 않다. 누군가가 고의로 누명을 씌우려고 하는 것이 더 무섭다.”이 말이 나오자, 차 안의 온도가 몇도 낮아졌다.“진 선생님, 이게 무슨 뜻이죠...”장도윤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곧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결혼하면 두 가문의 관계는 이전보다 더 가까워질 것이야.”“그중 하나를 건드리면 두 가문 모두를 건드리는 셈이야.”“다른 가문들이 이것을 원하지 않아. 아무도 계속 아래에 있고 싶지 않아.”진서준이 평온하게 말했지만 그 속에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선생님 말씀은 누군가가 서지은의 목숨을 이용해 두 가문의 결혼을 방해하려 한다는 뜻인가요?”장도윤의 얼굴이 급변했다.“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두 가문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장씨 가문을 제거하려는 것일 수도 있어.”진서
서지은은 막 깨어난 상태라 진서준 일행이 방금 했던 대화를 듣지 못했다.그리고 장도윤을 알지 못했기에 진서준 일행이 방금 길을 막았던 그 사람들과 한패인지도 몰랐다.“너희는 누구냐?”서지은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우리는 너를 구한 사람들이다.”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나를 구한 사람들?”서지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설명할 마음도 없이 곧바로 장도윤에게 말했다.“차를 세워라, 내려주자.”“네!”장도윤은 즉시 차를 멈췄다.서지은은 놀라며 진서준을 쳐다봤다.“정말로 나를 놓아줄 생각이야?”“문은 열려 있고 아무도 너를 막지 않을 거다.”진서준이 말했다.서지은은 진서준과 앞좌석에 앉은 권해철과 장도윤을 한 번 번갈아 쳐다보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렸고 곧바로 진서준 일행을 주시했다. 혹시 진서준이 그녀를 속인 건 아닐까 긴장한 채로.하지만 서지은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서준은 문을 닫고 차는 화살처럼 빠르게 떠나갔다.서지은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사람들이 정말 나를 구한 건가?”...방금 일어난 사고 현장은 전후로 길이 막혀 있었다.50여 명의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이 50여 명을 본다면 누구나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랄 것이다.대성 종사 8명, 선천 대종사 3명!그 사람들 중에 얼굴이 어두운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그 중년 남자는 바로 서지은의 아버지, 서광문이었다.그가 사람들을 데리고 도착했을 때 현장에는 시체만 널려 있었다.“아가씨는 행방불명입니다. 두 명의 내공 경호원도 죽었습니다. 총 한 발도 못 쐈습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일격에 사망했습니다. 이들을 죽인 사람은 분명 종사급 고수입니다.”집사 오하늘이 서광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서광문의 눈에는 살기가 맹렬히 피어올랐다.“이 20여 명의 신원을 확인해 냈어?”“아니요, 하지만 이들이 아가씨의 차를 멈춘 사람들임은 확실합니다. 경호원의 목에 있는 상처도
서광문 일행은 기세등등하게 남광로에 도착했다.남광로 입구에서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서지은을 발견했다.“지은아, 너 괜찮니?”서광문은 차에서 급히 내려 서지은에게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빠, 저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지은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로 안심시켰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넌 다른 일당에게 끌려갔다고 하지 않았니?”서광문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그 다른 일당이 지은이를 구한 것인가?그럴 리가 없는데?“그 일당이 저를 구한 사람들이에요.”서지은이 설명했다.“뭐라고?”서광문은 극도로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청년이 저를 내려주자고 했을 때, 그제야 그들이 정말로 저를 구한 사람들이란 걸 믿게 됐어요. 게다가 그 청년은 제가 KTX에서 만났던 사람이에요.”서지은이 말했다.서광문은 오정수에게 말했다.“즉시 저 일당의 신원을 조사하라. 찾게 되면 크게 보상할 것이다!”오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어 진서준 일행의 신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진서준은 진짜 신분을 숨기기 위해 KTX티켓을 가짜 신분증으로 구매했기에 서씨 가문 일행이 진서준 일행을 단시간 내에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지은아,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널 구한 사람들을 찾게 되면 내가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할 것이다.”서광문이 말했다.“네, 저도 그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서지은은 지금 진서준에 대해 큰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그는 왜 자신을 구했을까? 또 왜 구한 후에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놓아주었을까? 너무 이상했다. 그 남자는 자신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는 걸까?...이 시각, 진서준 일행은 이미 장씨 가문의 장원에 도착했다.장원은 매우 커서 누각과 인공 산과 호수까지 갖추고 있어 마치 옛 왕족이 거주하던 저택 같았다.이 화려한 장원을 보며 진서준과 무해청의 눈에도 놀라움이 떠올랐다.이곳이 단지 가문 랭킹 3위의 장원이라면
“자네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김씨 가문은 당신과 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더군다나 서씨 가문까지 있으니 말이야.”장조인이 말했다.권해철은 이 말을 듣고 약간 당황했다.장씨 가문은 도울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장씨 가문이 돕지 않으면 진서준이 약탈혼에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아버지, 방금 오는 길에 우리가 서지은을 구했어요.”장도윤이 급히 말했다.“그녀가 네 신분을 알고 있느냐?”장조인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모를 거예요. 저도 그녀를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으니까요.”장도윤이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말했다.“큰일 났어요. 그녀에게 제 신분을 알려줘야 했어요.”“넌 정말로 어리석구나.”장조인은 차갑게 욕했다.“네가 그녀에게 먼저 알렸다면 서광문 같은 교활한 사람은 분명 의심할 것이야.”“심지어 이것이 우리 장씨 가문이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의심할 것이다.”장도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자작극이라니, 너무 큰 대가를 치르지 않나요? 그 강도들은 스무 명이 넘는 무인이었는데 우리 가문이 그렇게 잔인할 수는 없어요.”장조인은 더 이상 자신의 멍청한 아들과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서씨 가문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만약 서씨 가문이 간섭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장씨 가문은 이미 수십 년 동안 3위 자리를 지켜왔다. 장조인이 장씨 가문을 물려받은 후, 장씨 가문이 김씨 가문을 넘어 강남 가문 랭킹 2위가 되기를 바랐다.그러나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혼인 관계가 있어서 장씨 가문은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성공하지 못하면 장씨 가문은 끝장날 것이다.“결혼식까지 열흘이 남아 있으니 이 기간에 생각해 보세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장조인은 손을 내저었다.“도윤아, 그들을 운대 A급 별장으로 안내해라.”“아버지, 왜 진 선생님을 여기서 머물게 하지 않나요?”장도윤은 이해하지 못했다.장조인은 설명하지 않았고 대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끗 보았
장도윤은 진서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머리 참 잘 돌아가네요...”장도윤은 불평하지 않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출소한 이후 진서준도 자신이 많이 변했음을 깨달았다.예전에는 한 가지 측면만 고려했지만 이제는 모든 측면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진서준도 이렇게 힘들게 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도 당일 밤 길거리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을 것이다.진정한 강자들은 결코 단지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머리도 매우 영리하다.곧 진서준 일행은 운대산 아래에 도착했다.문 앞의 경비원은 장도윤의 열쇠를 확인하고 말했다.“장 선생님, 별장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으니 방 마스터님께 연락해서 법식을 통해 귀신을 쫓아내도록 할까요?”장도윤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말을 마치자마자 장도윤은 가속 페달을 밟고 산 중턱으로 빠르게 달려갔다.장도윤 일행이 떠난 후 경비원은 즉시 이 사실을 팀장에게 알렸고 팀장은 다시 방홍진에게 알렸다.매번 방홍진이 법식을 행할 때마다 2천만 원 이상의 법식 비용을 받을 수 있으며 경비원들도 일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그래서 경비원은 장도윤에게 방홍진을 추천했던 것이다.방홍진은 자신에게 법식을 거부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냉소했다.“저녁이 되면 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될 것이다.”방홍진은 즉시 가지 않았다. 그는 진서준 일행이 귀신을 경험한 후에 자신을 초대하러 오길 기다렸다.그때 그는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지금 자신이 먼저 가면 상대방이 자신을 가볍게 볼 수도 있다.A급 별장 앞에 도착한 후, 진서준 일행은 차에서 내렸고 주변 온도가 훨씬 낮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장도윤은 닭살이 돋았다.그는 이곳의 소문을 생각하며 진서준을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진 선생님, 차고에 몇 대의 차가 있어요. 열쇠는 방 안에 있어요. 저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진서준은 산 중턱에서 한 번 훑어보며 이 별장 구역의 배치가 정교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이것은 마귀를 억제하고 귀신을 가두는 진법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장 구역 안에는 종종 귀신이 출몰했다.이는 운대산에 있는 귀신의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동시에 진서준의 추측이 더 확실해졌다. 이 운대산에는 영맥이 있다는 것이다.진서준과 권해철은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거의 5미터 높이의 큰 문이 산 정상과 별장 구역을 두 개의 세계로 나누고 있었다.문 자물쇠는 녹슬지 않은 상태였고 누군가가 이곳을 관리하는 것처럼 보였다.“마스터님, 계속 앞으로 나아갈까요?”권해철은 이미 주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술법을 수련하는 권해철은 이 산에 많은 사악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계속 가자!”그런 다음 그는 가볍게 발을 디디고 기러기처럼 문을 넘었다.권해철도 즉시 법술을 사용해 문을 뛰어넘었다.두 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주변의 숲과 초목이 점점 더 무성해졌지만 매우 황량한 느낌을 주었다.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매우 특이하고 오싹한 공포를 내뿜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멈춰! 누가 너희를 들어오라고 했느냐? 여기가 금지구역인 줄 몰랐느냐?”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앞쪽에서 들렸다.진서준과 권해철이 고개를 돌리자 백발노인이 두 사람을 찡그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금지구역인 것을 알고 들어온 것이에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노인은 듣고 나서 냉소하며 말했다.“빨리 떠나라. 여기는 너희가 힘자랑할 곳이 아니다. 진짜 위험에 처하면, 네 옆에 있는 술법 마스터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노인은 권해철의 실력을 직접 드러냈다.권해철은 놀라서 물었다.“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나는 호국사 류재훈이다. 명을 받아 이곳을 지키고 있다. 여기는 금지구역이니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류재훈은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평안 씨는 내가 엄청난 공을 들여서 모셔 온 분입니다.”유기명이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며 진서준을 자랑하기 시작했다.“겉보기엔 40대 초반처럼 보이지만, 그 실력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어마어마하다고? 그럼 나랑 한번 붙어볼래?”은청준이 비웃으며 말했다.은청준은 스물여섯 살에 이미 사급 대종사가 되었는데 반면 이 경호원은 체내에 강기가 거의 없었다.아무래도 겨우 종사의 문턱을 밟은 무인인 것 같은데 이런 쓰레기가 세속에서는 강자로 불리는 건가?유기명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은청준 씨와는 비교할 수 없죠. 하지만 김평안 씨 검술은 누구나 다 알아주는 실력입니다.”“마침 나도 검술이 특기인데, 한 번 겨뤄볼까?”은청준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청준아,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무도는 남과 다투라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이장로가 차분하게 말하자 은청준은 곧바로 태도를 고쳐잡고 공손하게 말했다.“이장로님, 저는 그냥 세속 무인과 가볍게 한 수 겨뤄볼 생각이었습니다.”이장로는 은청준을 흘긋 보았으나 그의 속마음을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은청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야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같은 종문 사람이니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진서준이 다시 강조하자 은청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봤다.이 녀석 왜 이렇게 말이 많지? 혹시 정신 상태가 이상한 건가?“은범은 내 사촌 동생이야. 네가 그 못난 동생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은청준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신농산에서 만난 적이 있어.”“뭐라고? 걔가 신농산에 갔다고?”이 말에 은청준은 흥미가 동했다.“그 녀석 실력으로는 신농산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들 텐데?”은청준은 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은범이 어떤 인물인지 은청준은 잘 알고 있었다.애매한 실력과 어중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은범이 은씨 가문에서 빛을 볼 일은 없었다.은청준과 은범의 격차는 눈에 보일 정도로 컸다.“그 녀석은 테
진서준은 아버지 진요한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이렇게 닮은 꼴로 곤륜 사람들을 만나면 곤륜 장로가 진서준을 알아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진서준은 곤륜에 관해 잘 알지 못했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인피면구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목소리까지 완전히 변해버린 진서준을 보고 유정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진서준이 자기를 해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진서준이 하는 말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했다.“알겠어요, 진서준 오빠.”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름 잘못 불렀어. 지금 난 김평안이야.”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강조했다.“그냥 김평안이라고 부르면 돼.”“알았어요.”그렇게 진서준은 유정과 함께 거실로 향했다.인피면구를 쓴 진서준을 본 유기명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진서준이 슬쩍 보낸 눈짓을 보고 유기명은 즉시 이 사람이 진서준이란 걸 깨달았다.“유정아, 이리 와 앉아. 네게 소개할 사람이 있어.”유기명이 유정을 옆에 앉히며 말했다.이때, 곤륜의 이장로가 진서준을 흘끗 보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바로 유정에게 시선을 돌렸다.“가주님, 따님 건강이 막 회복된 것 같은데, 맞나요?”이장로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네? 이장로께서 어떻게 아셨습니까?”유기명은 깜짝 놀랐다.유기명은 아직 딸의 병에 관해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장로가 그냥 보는 것만으로 큰 병을 앓았다는 걸 눈치챘다.이건 거의 신의 영역 아닌가?“따님께서는 겉보기에 건강해 보이지만 눈에 피곤한 기운이 남아 있고 걸음걸이도 미세하게 불안정합니다.”이장로가 천천히 해명했다.“역시 곤륜 장로님이십니다.”유기명은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제 딸은 최근 큰 병에서 막 회복된 참입니다.”“따님을 치료한 의사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 같네요.”이장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큰 병인데도 이 정도로 빠르게 완치하다니, 의술이 보통이 아닐 텐데... 혹시 성약당 장로가 아닙니까?”유기명은 순간 멈칫하더니 곁눈질로 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젓는 것을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도 겨우 서른을 갓 넘긴 정도였다.“가주님, 이번에 찾아온 건 부탁할 일이 따로 있어서입니다.”이장로가 용건을 말하자 유기명이 시원하게 대답했다.“말씀만 하십시오. 우리 유씨 가문은 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곤륜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 그건 곧 곤륜이 유씨 가문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강 종문 중 하나였다.곤륜이 유씨 가문에 빚을 진다면 훗날 유씨 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우리 종주님 따님도 이번에 곤륜에서 내려왔습니다.”이장로가 말문을 열었다.“네? 조슬기 아가씨도 왔습니까? 근데 아가씨는 어디에...”유기명이 멈칫하더니 이장로가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단번에 깨달았다.“어제 하산할 때 슬기와 경호원 두 사람이 따로 움직였고 밤에 저희와 다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군요. 나중에 수소문해 봤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주님께서 슬기를 찾아주신다면 이 늙은 몸이 신세를 지는 셈 치겠습니다.”이장로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이장로님, 과한 말씀입니다. 제가 즉시 서남 지역 전체에 조슬기 아가씨를 찾으라고 명령하겠습니다.”유기명은 망설일 틈도 없이 즉시 지시를 내렸다.서남에서 유씨 가문은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고 있었다.명령이 내려가자 서남의 크고 작은 도시, 심지어 작은 마을까지도 조슬기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모두가 조슬기를 찾기 위해 분주한 사이, 진서준이 유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오빠!”진서준을 보자마자 유정이 반갑게 소리쳤다.“유정아, 몸은 좀 어때?”진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많이 좋아졌어요.”유정은 대답하며 진서준을 위아래로 살폈고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걸 보고서야 안심했다.혹시라도 진서준이 자기를 위해 묘강에 가서 복수라도 했던 게 아닌지 걱정했던 것이다.진서준이 앞으로 다가가 유정의 맥을 짚었다.“확실히 거의 다 나았네. 이틀만 더 쉬면 원래 상태로 돌
“가주님! 대문 앞에 중요한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유씨 가문의 집사가 황급히 유기명을 찾아 소리쳤다.“중요한 손님이라고?”유기명이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서남 지역에서 유씨 가문을 찾아 올 만한 중요한 손님이라면 꽤 오랜만이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씨 가문에서 중요한 손님으로 인정할 만한 인물 자체가 거의 없었다.설령 그것이 경성의 4대 가문이라고 해도 가주가 직접 방문해야만 중요한 손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누가 왔어?”유기명이 물었다.“곤륜의 이장로입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유기명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안으로 모셔 와야지!”유기명은 집사를 따라 급히 장원 입구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열댓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흰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사극에서 튀어나온 듯한 복장이었고 등에는 검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풍기는 기운도 비범했다.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느 극단에서 뛰쳐나온 배우들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이장로님, 이 유씨 가문이란 곳, 너무 무례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 우리를 대문 앞에서 기다리게 할 수 있습니까?”무리의 맨 앞에 선 잘생긴 청년이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다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우리 곤륜이 오랫동안 여기를 찾지 않은 건 맞지만 이런 대우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우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잖아요.”그들의 표정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이전에도 곤륜산에서 내려와 세속의 여러 가문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들은 어디를 가든 귀빈처럼 모시며 극진한 대우를 받았었다.하지만 유씨 가문이 이들을 이렇게 문 앞에 세워두고 있다니, 그 격차가 너무 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다 떠들었으면 이제 조용히 해.”그 순간, 백발의 이장로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장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순간적으로 모든 이가 입을 다물었다.“종주님의 따님이 사라졌는데 너희는 지금 대접 타령이나 하고 있어? 이번에도 슬기를 못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