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의 강성철은 아주 공손한 태도로 얘기하고 있었다.“진 선생님, 제가 휴식을 방해한 건 아니죠?”어젯밤 진서준이 번개를 부리는 것을 본 강성철은 진서준을 진심으로 인정하게 되었다.그리고 이씨 가문의 연회에서 진서준과 심하게 싸우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진서준이 말하지 않아도 다른 세력들이 그를 죽이려고 들 테니.“아니요. 무슨 일이죠?”진서준이 물었다.“오늘 시간 되십니까? 제 몸에 깃든 피의 재앙을 해결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강성철이 얘기했다.“당연하죠. 아침을 먹고 회사로 찾아가죠.”진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알겠습니다. 그럼 회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강성철이 감격해서 얘기했다.아침을 먹은 후, 진서준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나 강성철의 호스텔 그룹으로 갔다.호스텔 그룹은 서울시의 남쪽에 있었는데 너무 외진 곳은 아니었다.20분 정도가 지나 진서준은 운전해서 호스텔 그룹으로 왔다. 15층의 빌딩이었는데 위의 7층은 호스텔 그룹이고 아래는 다른 개인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었다.진서준은 차에서 내려 빌딩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높은 층을 눌렀다.강성철은 사무실에서 오고 가면서 진서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사장님, 진 선생님이 오셨습니다.”한은호는 문을 열고 진서준을 데리고 들어왔다.진서준을 본 강성철은 다가가 바로 진서준의 손을 잡았다.“진 선생님, 안으로 드시죠. 얼른 차와 과일을 내와.”강성철이 비서에게 명령했다.진서준은 막지 않고 소파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사무실의 환경을 흘깃 쳐다보았다.“진 선생님, 어제저녁 연회장에서 보여준 도술은 정말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강성철은 바로 아부했다.“그저 간단한 도술일 뿐입니다. 자랑할 만한 실력도 아니고요.”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었다.그게 간단하다니?예전의 진서준이 이렇게 말한다면 강성철은 그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강성철은 진서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사무실에 이상한 물건이 있
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은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도술을 몇 년 수련한 사람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였다.그러니 강성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일반인이 아닌 게 분명했다.적어도 어제 만난 이승재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이승재처럼 유명한 사람은 이런 일을 맡아 하지 않을 것이다.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도 없고 발각되면 자기만 손해이기 때문이다.진서준이 불상에 손을 갖다 댈 때, 강성철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음산한 기운이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었다.“진 선생님, 해결해 주실 수 있는 거죠?”강성철은 놀라서 바로 진서준의 뒤로 숨었다.“이 불상을 해결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배후를 찾아내는 건 조금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진서준은 불상을 내려놓았다.이 불상에는 주문이 걸려 있었는데 바로 반경 3킬로미터 안의 원혼을 모두 이 불상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이 주문을 풀면 강성철의 살기는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배후가 눈치채고 도망칠 수 있다.그러면 상대는 또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강성철을 죽이려고 들 수도 있었다.무인을 건드리면 적어도 죽기 전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하지만 풍수술사를 건드리게 된다면 죽어서도 사인을 모를 것이다.“진 선생님,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강성철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진서준이 그한테 똥에 빠져야 한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다.“아내분이 돌아오고 다시 보죠.”진서준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담담한 진서준에 비해 강성철은 초조하고 두려웠다.그는 그와 함께 10년을 산 사람이 자기를 해치려고 들 줄은 몰랐다.10분 후, 스포츠카가 별장의 주차장에 들어왔다.차 문이 열리자 화려하게 입고 치장한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바로 강성철의 아내, 한지안이었다.10년 전, 강성철과 술집에서 만난 후, 한지안의 신분은 크게 바뀌었다.아무나 괴롭히던 직원에서, 수천 명이 우러러보는 사모님이 된 것이다
진서준과 강성철은 차에 앉아서 천조 그룹으로 향해갔다.“진 선생님, 이미 부하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모두 천조 그룹으로 오라고요. 오늘 내가 죽더라도 도진수를 지옥으로 데려갈 겁니다.”강성철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라이벌에게 아내를 뺏겼으니 강성철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 화를 풀 상대를 찾고 있었다.“부하를 돌려보내세요. 우리 둘만 있으면 되니까요.”진서준이 얘기했다.“그건...”강성철이 살짝 머뭇거렸다.“진 선생님, 실력이 강한 것은 알지만 도진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도진수의 부하는 거의 800명입니다. 우리가 가고 있으니 도진수도 준비를 해놓았을 겁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하는 것을 본 강성철이 이를 꽉 깨물었다.“좋습니다. 그럼 진 선생님의 말을 듣겠습니다.”강성철은 핸드폰을 꺼내 부하들을 다 돌려보냈다.진서준과 강성철은 어느새 천조 그룹 아래 도착했다.강성철의 호스텔 그룹과 다르게 천조 그룹은 혼자서 15층의 빌딩을 갖고 있었다. “진 선생님, 성철 형님.”한은호는 진서준과 강성철을 보고 달려왔다.“그년, 아직 안에 있지?”강성철이 물었다.“네. 들어간 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한은호가 얘기했다.“좋아. 진 선생님, 들어가시죠.”강성철이 진서준을 쳐다보았다.한은호는 바로 표정이 굳었다.“형님, 두 사람이 들어가겠다고요?”“괜찮아. 진 선생님이 계시니 도진수는 아무것도 아니야.”강성철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긴장했다.이번에는 정말 호랑이굴에 쳐들어가는 기분이었다.두 사람이 얘기하고 있을 때, 진서준은 이미 빌딩의 대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강성철은 한은호더러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을 데리고 지원하라고 했다.진서준과 강성철 두 사람만 들어왔다. 강성철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 오십여 명이 두 줄로 섰다. 그들의 중앙에는 강한 인상을 가진, 올백 머리를 한 남자가 앉아서 시가를 피
총성이 울리고 나서 총알이 방 밖으로 나와 진서준의 머리를 향해 곧장 돌진했다. 방 전체는 강한 화약 냄새로 가득 찼다.강성철의 마음속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일찍 알았더라면 사람들을 데리고 왔을 것이다.도진수는 마음속에 있던 증오는 풀렸지만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대한민국은 총기 관리를 매우 엄격하게 했다.오늘 그가 총을 쏴서 진서준을 죽인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 일에 대해 조사할 뿐만 아니라 황보 가문의 화를 불러올 것이다.하지만 일은 이미 끝났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러나 곧바로 모두가 깜짝 놀라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의 앞에 연한 하늘색의 장벽이 나타났다.장벽은 아주 얇았고 심지어 두께가 일반 백지보다도 두껍지 않았다.하지만 일격에 무너질 것 같았던 장벽은 고속으로 회전하며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냈다.홀 내부에는 정적이 흘렀다.강성철, 도진수, 한지안 그리고 지상에 있던 부하들은 전부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저 하늘색의 막은 뭐지? 지금 영화 찍나?툭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은 바닥으로 떨어졌다.진서준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몸 앞에 있던 하늘색 장벽이 사라졌다.역시 무도의 대가로 성장한 것인가?도진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면의 힘을 외부로 발산하는 건 무술 고수와 같은 괴물 외에는 오늘날 세계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었다.그리고 무술 고수들은 대부분 나이 50대를 넘은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진서준은 몇 살인가?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었다.무술 천재라고 해도 이렇게 강력할 수는 없었다.진서준은 양손을 내려놓고 평온한 표정으로 도진수를 바라보았다.“무릎 꿇고 빌면 네 목숨은 살려줄게.”목소리가 너무 차분해서 그 어떠한 동요도 없는 것 같았다.도진수는 이미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눈앞에 있는 젊은 고수가 그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쉬울 것이다.그 순간 도진수는 심연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한이 발끝부터 척추를
진서준이 별장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급 승용차 두 대가 별장 입구에 세워졌다. 이윽고 경호원이 차 문을 열어주자 양복 차림에 멋진 청년이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떠나기 전, 청년은 차 안에 있는 여자를 보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윤진아, 넌 여기에서 좋은 구경만 하면 돼.”그러자 허윤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차 문이 닫히고 청년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별장을 향해 걸어간 뒤, 허윤진이 준 별장 열쇠로 별장의 문을 열었다.그 시각, 진서라와 조희선은 마침 산책이라도 할 겸 바깥에 나가 한 바퀴 돌아볼 예정이었다.그때, 별장 거실의 대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리고 방금 허윤진과 얘기를 나누던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청년은 진서라와 조희선을 발견하자마자 눈빛으로 강력한 멸시를 드러냈다.“누구세요?”진서라는 갑자기 나타난 청년에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전 사연이의 약혼남입니다!”청년은 가슴을 쫙 펴고 고개를 쳐든 채 오만한 표정으로 답했다.“얼마 전에는 업무 문제 때문에 잠깐 출장을 간 거였는데 어제 돌아오는 길에 사연이가 이 별장을 당신들에게 넘겨줬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사연이가 당신들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 이유는 진서준 그 거지 같은 인간이 우연히 걔 아버지를 구해준 것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별장만 넘겨 준 거라면 우리 집도 이 별장 하나가 큰 대수는 아니니 나도 별말 안 하겠지만, 당신 집 그 진서준이 글쎄 은혜도 모르고 내 약혼녀한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잖습니까!”언성을 높여 따지던 청년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나갔다.“그 인간은 집에 거울도 없답니까? 거울 좀 들여다보고 자기 주제를 알라고 하세요. 진서준이 두꺼비 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도 두꺼비한테는 모욕일 지경이네요.”청년은 계속하여 진서라와 조희선을 날카로운 말로 모욕하며 조롱했다.모녀는 청년의 말을 듣고 안색이 파랗게 질려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비록 조희선이 이미 진서준더러 허사연에게 마음을 품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진서준은 차에 시동을 걸며 조희선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엄마? 무슨 일이에요?”조희선의 말투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서준아, 잠깐 집에 좀 들러봐. 엄마가 할 얘기가 있어.”“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진서준도 조희선의 조금 음산한 말투를 눈치챘고 집에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글라리아 별장 말고 우리 양철집에 와.”조희선은 진서준이 별장에 돌아갔다가 허사연의 약혼남이라도 마주쳐 괜히 마찰이 생길까 두려웠다.“양철집이요?”진서준은 순감 멈칫했고 다급하게 되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 왜 별장에서 나왔어요?”그러자 조희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돌아와서 얘기하자.”전화를 끊은 뒤 진서준은 서둘러 차를 몰고 조희선과 진서라가 살고 있는 양철집으로 향했다.곧이어 진서준의 차는 양철집이 위치한 길가에 멈춰 섰고 그는 다급히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잔뜩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진서라는 진서준이 돌아오자 간신히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 목마르지는 않아? 물 좀 떠줄게.”“목 안 마르니까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진서준은 조희선을 바라보며 다급히 물었다.“서준아, 엄마가 전에도 허씨 가문 아가씨한테 다른 마음 품지 말라고 타일렀잖니.”조희선은 한숨을 푹 내쉬며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 집안이 어떤 상황인지는 너도 잘 알잖아. 게다가 넌 감옥까지 다녀왔는데 어떻게 허씨 가문 아가씨와 어울리겠니?”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미세하게 변하더니 눈빛에 싸늘한 냉기가 스쳤다.“엄마, 혹시 누가 엄마한테 뭐라고 했어요?”“아니야. 그냥 엄마와 서라가 고민하다가 나오기로 결정한 거야.”조희선은 진서준의 의심에 연신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그녀는 진서준이 순간 화가 나 허사연의 약혼남을 찾아갈까 봐 두려웠다.그 사람은 돈과 세력을 한몸에 지닌 큰 인물인데 그들과 같은 일반 가정이 감히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어머니가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자 시선을
진서준은 이곳에서 유정을 다시 만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유정도 반가운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서준 씨는 오늘 집 보러 온 거예요?”“맞아요. 인터넷에서 유정 씨네 부동산이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작은 별장을 팔고 있길래 보러 왔죠.”진서준이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별장을 찾고 있다는 말에 유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구역 안에는 두 군데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앞뒤 정원까지 포함해서 120평 정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가격이 조금 비싸요.”유정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설명해주자 진서준도 싱긋 웃으며 답했다.“가격은 상관없어요.”유정과 진서준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다른 여사원들은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정 씨, 우수한 판매원으로서 고객을 가리는 뛰어난 안목이 있어야죠.”사원 중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여사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유정을 나무랐다.“어떤 사람들은 고객이 이곳에 집을 사러 온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여자 꼬시러 온 것인지 의도를 한눈에 알아낼 수 있다니까요.”산성 부동산에 여사원들이 모두 비교적 예쁘게 생겼기에 적지 않은 남자들이 부자인 척 가오를 부리며 조금 어리숙한 여자 꼬시러 왔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서준은 그 말에 숨겨진 가시를 알아냈기에 상당히 불쾌했다.“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당연히 말 그대로죠.”여사원이 경멸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지금까지 사기 치러 온 남자들은 적어도 연기라도 할 줄 알았지 당신은? 연기도 할 줄 모르면서 장애까지 있는 가족을 데리고 와 불쌍한 흉내나 내다니.”이 말을 듣자 진서라와 조희선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자 상황파악을 한 유정이 다급하게 그 여사원한테 해명해주었다.“한영 씨, 서준 씨는 저와 아는 사이에요. 우리를 속이러 온 사람이 아니에요.”“됐어. 저런 사기꾼들은 항상 너같이 착하고 어리숙한 여자애들만 골라서 사기 치잖아.”“그만!”진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그러자 현장
다른 별장이라니? 설마 별장을 두 개나 사려고?“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남은 두 별장은 가장 비싼 거라고요! 한 채에 16억이라고요! 선금만 낸다고 해도 6억을 내야 해요!”고한영은 놀라서 굳었다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아까 한 말, 지킬 수 있습니까?”“당연하죠!”고한영은 팔짱을 끼더니 얘기했다.“만약 정말 별장 두 채를 살 수 있다면 한 달이 아니라 평생 가정부를 할 수 있어요.”유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한영은 정말 잘못 걸린 셈이다.“유정 씨,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을 내러 가죠.”진서준이 유정을 보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진서준 씨.”유정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고한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약간의 불안함이 마음속에서 생겨났다.계약서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남은 것은 사인과 돈이었다.진서준은 은행카드 두 장을 꺼냈다.이 두 카드는 하규천과 황보식이 진서준에게 준 카드로 한도가 없었다.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쓸 수 있었다.진서준은 계약서에 사인했고, 유정은 바로 카드를 들고 재무부로 갔다.고한영은 더욱 초조해져서 물컵을 들고 있는 손이 바르르 떨렸다.설마 눈앞의 남자가 정말 그렇게 돈이 많은 부자란 말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유정이 환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돌아왔다.“진서준 씨, 두 별장은 이제 다 진서준 씨의 것입니다. 오후에 집문서가 나오면 바로 가져다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수고해 줘요.”“수고는 무슨. 진서준 씨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는데 제가 더 고마워해야죠.”별장 두 채, 모두 32억이다.유정은 거기서 1억 8천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그것 뿐만이 아니라 각종 성과금까지 합하면 이번 달의 월급은 거의 2억에 달한다.2억은 일반인이 편히 남은 생을 살 수 있게 한다.고한영은 그걸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닫히지 않았다.그녀는 이 남자가 정말 32억을 내놓을 줄은 몰랐다.진서준은 집 열쇠를 건네받고 고한영을 쳐다보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욱 두목님한테는 당연히 규칙이 있지.”경호원이 쌀쌀하게 대답했다.“나 시간 없어. 돈 줄 테니까 정보나 줘.”진서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사는 건데 저렇게 거만하게 구는 건 아무리 봐도 기분 나쁜 일이었다.김혜민이 진서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그만해, 진서준. 그냥 좀 기다려보자.”사실 김혜민도 여기 온 건 처음이었다.그저 친구한테서 도서욱의 정보력은 최고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허허, 성질 한번 급하구먼?”그제야 도서욱이 찻잔을 내려놓고 진서준을 바라봤다.“그래, 뭘 알고 싶은데?”“사람을 찾고 있어.”“누군데?”“진요한.”그 이름을 듣자 도서욱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설마 네가 찾는 진요한이 경성 진씨 가문의 그 사람이야?”이 반응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이 남자는 역시나 정보망이 있긴 한 모양이다.“맞아. 그 남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진서준의 질문에 도서욱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물었다.“너랑 그 사람이 무슨 관계인데?”“그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정보만 말해.”진서준이 단칼에 질문을 잘랐다.“이 정보 절대 싸지 않을 거야.”도서욱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비싸다고? 설마 그 남자가 아직 신농 금지구역에 있다는 말 하려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어라? 너 신농 금지구역까지 알고 있네?”이번엔 도서욱이 놀랄 차례였다.눈앞의 녀석이 생각보다 아는 게 많았다.“하지만 넌 아직 멀었어. 진요한은 더 이상 신농 금지구역에 없어.”도서욱이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뭐? 그럼 어디에 있는지 알아?”진서준의 심장이 요동쳤다.과연 그토록 찾고 싶었던 아버지의 단서를 잡을 수 있을까?“정보를 주는 건 좋은데 네가 얼마를 낼 수 있어?”도서욱이 노골적으로 물었다.“그건 네가 가진 정보 가치에 따라 다르지.”“난 항상 먼저 가격을 정하고 그다음에 정보를 줘.”도서욱의 대답에
하지만 상대가 예의를 차리게 된 건 진서준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김혜민은 어쨌든 김연아와 배다른 동생이었다.“사과할 필요 없어. 사실 너랑 큰 관계도 없는 일이야.”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떻게 관계가 없겠어?”김혜민이 즉시 되물었다.“나 때문이 아니었으면 너랑 리앙이 그렇게 깊은 원한을 맺을 일도 없었잖아.”김혜민은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너 없어도 나랑 그놈은 언젠가 부딪칠 운명이었어.”진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그 녀석의 목표는 애초에 진씨 가문이야. 내가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게다가 진서준은 그 개조인들이 분명 차이더리스 가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진서준의 말을 들은 김혜민은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다른 볼일 없으면 나 나가볼게.”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어디 가는데?”김혜민이 무심코 물었다.“사람 좀 찾아야 해서.”“누구 찾는데? 내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네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야.”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진서준이 강남에 온 목적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였지만 알고 있는 거라곤 이름뿐, 얼굴이나 키조차 전혀 몰랐다.이런 상태에서 아버지를 찾는 건 바다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내가 도울 수 없다고 왜 단언하는데?”김혜민이 발끈했다.“김연아랑 서지은까지 집안 힘을 총동원했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어.”진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강남을 주름잡는 두 가문이 찾아도 못 찾는 사람인데 김혜민이 무슨 방법이 있겠어?“흥, 내가 아는 정보 전문가가 있어.”김혜민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래? 누구인데?”진서준이 흥미를 보였다.“그 사람 별명이 서욱 두목이야. 강남에 한 번이라도 나타난 사람이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다 가지고 있어.”“진짜야? 그렇게 대단해?”진서준이 반신반의했다.“당연하지. 서욱 두목은 정보로 먹고사는 사람이야.”김혜민이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자 믿어볼 만한 것 같기
“왕안석에게 맡긴다면 내가 투항하는 거나 다름없어.”“하지만 난 네가 걱정돼. 차이더리스 가문에는 천의방 강자가 네 명이나 있다고 들었어.”서지은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걱정 마, 천의방 강자를 한두 명만 죽여 본 것도 아니야.”진서준은 여전히 태연해 보였다.하지만 천의방 강자를 죽일 때 진서준은 천용 반지의 힘을 빌린 거였다.지금은 아직 반지의 힘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천의방 강자와의 대결에서 이길지 질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이 이렇게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자 서지은도 더는 진서준의 기세를 누르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럼 꼭 조심해야 해. 절대 다치지 말고.”“응, 걱정 마.”“아참, 오늘 밤은 안 돌아갈 거야.”서지은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며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진서준은 이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상대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인데 이럴 때 머뭇거리는 건 남자답지 못한 일이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쉬는 게 좋겠지?”진서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래.”뜨겁고 바쁜 밤을 보낸 뒤, 서지은은 달콤한 잠에 빠졌다.진서준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확인해 보니 황예은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이 시간에 전화한 이유가 뭐지? 혹시 초아국 놈들이 또 뭔가 시킨 건가?”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진서준은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그리고 별다른 일 없이 하룻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서지은은 진서준을 끌고 또 한바탕 아침 운동을 했다.한 번 제대로 맛을 본 소녀는 때로 남자보다도 더 탐욕스러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다행히도 진서준의 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에 버티는 데 문제는 없었다.여기 미녀가 서지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 일반 남성이었다면 정말 힘들 뻔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황예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진서준이 먼저 해명했다.“어젯밤에 바빠서 전화 못 받았어. 초아국 쪽에서 또 연락 왔어?”“아니야.”황예은
한순간, 강남으로 수많은 무인이 몰려들었다.이 무인들은 전부 진서준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이제 진서준의 이름은 무도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검을 휘둘러 단 일격으로 육급 대종사 두 명을 베어버린 괴물 같은 실력을 갖춘 자가 무도계에 더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이건 단순한 헛소문일 뿐이고 진서준을 띄워주기 위한 가짜 뉴스라고 믿었다.다들 진서준이 그렇게까지 강할 리가 없다고 믿고 싶었다.국안부 또한 이 소식을 접하자 즉시 사람을 보내 체육관 내부 링의 질서를 유지하도록 조치했다.그야말로 강남은 순식간에 온갖 무리가 뒤섞인 난장판이 되었다.“대장님, 저 녀석 그냥 내버려둬도 되나요?”성미영이 의혹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진서준이 걱정돼서라기보다는 서지은이 상처받을까 봐 신경 쓰였던 것이다.진서준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서지은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상상이 안 갔다.“우선 개조인들 문제부터 보고해야 해. 부전주께서 직접 내려오실 거야.”오영수가 차분하게 말했다.개조인 문제는 그들 둘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개조인은 인원도 많고 실력도 강했는데 심지어 오직 목을 쳐야만 완전히 죽일 수 있었다.전신전이 추가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면 이들 둘로서는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두 사람은 비밀기지로 돌아가 즉시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역시나 전신전 전주는 바로 부전주에게 지시를 내려 강남으로 지원을 보내게 했다.그날 밤.부전주 용홍권이 부상 상태에서 회복한 장국주, 양복준을 데리고 강남으로 출발했다.용홍권은 전신전에서 두 번째로 강한 사람이었다.온몸이 철처럼 단련되어 칼과 창이 뚫리지 않았고 심지어 총알조차도 뚫을 수 없을 정도였다.용홍권은 국안부의 지의방 순위에는 들지 못했으나 군의방 순위에서는 세계 10위에 올라와 있었다.이 순위는 전 세계 군대 내 최강자들만을 평가한 것이었고 대한민국에서 이 순위에 드는 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용홍권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셋은 함께 산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떠났다.“진씨 가문이라고 했어? 너 지금 진씨 가문에서 지낸다고?”성미영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성미영은 서지은과 베프였고 서지은이 진서준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진서준이 당당하게 진씨 가문에서 머물고 있다고 했다.“뭐, 문제 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되물었다.“당연히 문제 있지. 지은이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잖아?”성미영이 굳은 얼굴로 쏘아붙였다.“넌 남자로서 어떻게 그렇게 줏대 없이 굴 수가 있어?”이 말을 듣자 진서준은 더 이상 성미영과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진서준과 서지은, 그리고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는 확실히 좀 복잡했다.하지만 정작 서지은을 포함한 여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관계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역시 남자란 놈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다니까.”성미영이 콧방귀를 뀌었다.옆에 있던 오영수는 애꿎게 총 맞은 표정을 지었다.“미영아, 편견이 심하구나. 모든 남자를 한꺼번에 매도하면 안 되지.”오영수가 억울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대다수 남자가 저 녀석처럼 오는 여자 막지 않는 바람둥이잖아요?”성미영이 진서준을 가리켰다.“이 녀석은 철저한 기생오라비 유형이잖아요. 별 능력은 없으면서 여자 꼬시는 재주만 타고난 놈이죠.”성미영은 속으로 반드시 서지은을 설득해서 진서준과 갈라놓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가장 친한 친구를 이 끝없는 나락에 빠지게 둘 순 없었다.집에 도착하자 김연아가 마중 나왔다.“어라? 벌써 돌아왔어?”“아버지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어. 대신 길에서 이 둘을 만났어.”진서준이 뒤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김연아 씨, 이분은 저희 전신전 대장 오영수예요.”성미영이 오영수를 소개했다.“김연아 씨, 실례를 끼쳤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오영수가 정중하게 말했다.“괜찮아요. 그런데 다들 부상 입은 것 같은데요? 우리 집 뒤쪽에 병원이 있어요. 가서 치료부터 하세요.”김연아가 미소 지었다.“감사합니
“성미영, 그리고 오영수?”진서준은 순간 멈춰 섰다.두 사람은 검은 마스크를 쓴 열댓 명의 무리에게 포위당해 있었다.상대의 실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지만 공격이 맹렬했는데 마치 목숨을 내던진 돌격대 같았다.“빌어먹을, 이놈들은 대체 왜 죽질 않는 거야?”성미영이 눈살을 찌푸렸다.“오 대장, 저놈들 약점이 뭔지 알아요?”아까부터 성미영은 여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의 심장을 단검으로 찔렀고 상대의 몸에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전혀 쓰러질 기미가 없었다.정말 골치 아픈 놈들이었다.“나도 이런 놈들은 처음 봐.”오영수가 고개를 저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머리를 가격하거나 아니면 아예 머리와 몸을 분리해.”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뭐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두 사람은 진서준을 발견하고는 순간 당황했다.“오영수 대장, 저 녀석을 아세요?”성미영이 물었다.“전에 동북에서 만난 적 있어. 별 대단한 놈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둘이 대화하는 사이, 검은 옷의 돌격대들이 또다시 몰려들었다.오영수와 성미영은 이미 체력이 바닥나기 일보 직전이었다.아무리 강한 실력자라도 이런 죽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순식간에 두 사람의 몸에는 새로운 상처가 여러 군데 생겨났다.이 모습을 본 진서준은 슬슬 나설 준비를 했다.“야, 너 빨리 여기서 도망쳐.”오영수가 소리치자 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도망치면 너희는 살아남을 수 없어.”“오 대장, 저 녀석 말대로 저놈들 목을 쳐보는 게 어때요?”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성미영이 제안했다.“그렇게 해보는 수밖에 없겠구나.”두 사람은 곧바로 공격 방식을 바꿨다.콰직!머리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고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머리가 떨어진 검은 옷 남자는 두 번 비틀거리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효과 있어. 그냥 저놈들 목을 쳐버려.”오영수의 눈빛이 번쩍였다.정말 신기하게도 진서준이 제안한 이 방법이 통했다.그러자 검은 옷의 남자 중 한 사
“하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서준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니까요.”올해 들어 진서준의 명성은 더욱 드높아졌다.강남에서 검을 휘둘러 단 일격으로 대종사 두 명을 참살하고 동북에서는 두 명문대가를 무릎 꿇게 했다.김태영은 진서준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고작 그런 애송이가 무슨 고수라는 거야. 그 개자식은 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리앙이 이를 갈며 분노를 터뜨렸다.“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아주 처참하게 죽여버릴 거야. 내가 받은 이 치욕을 백 배로 되갚아 줄 거야.”김태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리앙 씨, 솔직히 절세 고수를 데려오지 않는 이상, 그 사람 절대 못 이겨요.”“흥. 너희 대한민국 놈들은 괜히 겁먹고 호들갑 떠는 게 문제야.”그때,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금발의 중년 남성이 코웃음을 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고작 20대짜리 풋내기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김태영은 그 남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이분은 누구죠?”“우리 차이더리스 가문의 4대 고수 중 한 명인 아담이야.”리앙은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너희 대한민국 국안부에서 정한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지.”“네? 천의방 고수라고요?”김태영은 순간 얼어붙었다.이런 평범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천의방에 이름을 올릴 강자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아담이 젊어 보인다고 얕보지 마. 올해로 무려 99세야.”리앙이 한마디 덧붙였다.“아담이 직접 나선다면 그 자식은 반드시 처참하게 죽을 거야.”리앙의 소개를 듣자 김태영도 덩달아 자신감을 얻었다.천의방 강자라면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절대 고수였다.아무리 진서준이 하늘을 찌르는 재능을 가졌다 해도 상대가 될 리 없었다.“난 그 자식을 죽이는 걸로 끝내지 않을 거야. 끔찍한 치욕도 치르게 할 거야.”리앙의 표정이 음침하게 변하자 김태영은 눈을 굴리더니 제안을 내놓았다.“리앙 씨, 그냥 그 녀석을 공개적
박서명조차도 차를 따르고 담배를 권해야 하는 거물이라고?진서준의 신분이 이토록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된 뒤, 장주완 일행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밥 먹을 때 괜히 진서준을 비웃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진서준이라는 거대한 다리에 매달려 인생 역전을 꿈꿀 수도 있었을 터였다.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삶이 바로 코앞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세상에 후회약이 있을 리 없었다.진서준과 김혜민이 돌아가는 길에서 김혜민이 드물게 주동적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오늘 신세 졌어.”진서준은 순간 어리둥절했다.“너 지금 나한테 감사하는 거야?”“당연하지. 너 설마 내가 감사 인사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진서준의 표정을 본 김혜민은 어이없어 눈살을 찌푸렸다.어쨌든 김혜민은 제대로 된 가정에서 자란 규수였다.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지 않은 이상, 김혜민도 굳이 화를 버럭 내며 트집을 부리지는 않았다.진서준은 더 이상 김혜민을 조롱하며 비꼬지 않고 조용히 운전했다.차 안은 다시금 정적에 휩싸였다.잠시 후, 김혜민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 오늘 네가 리앙의 양팔을 부러뜨리고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게 했잖아. 저 사람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야.”“알고 있어.”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그 인간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복수하려 들 거야. 너도 꼭 조심해.”김혜민이 진심으로 진서준에게 경고했다.이번 일의 시작이 결국 김혜민이었기 때문에 진서준이 복수 당하면 김혜민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그 녀석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 이상, 그 녀석의 보복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한마디 보탰다.“하지만 복수할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진씨 가문에 도착한 후, 진서준은 대략적인 상황을 김연아에게 설명했다.“이제 곧 김태영이 네가 강남에 왔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러면 더 이상 그 녀석도 함부로 움직이긴 어려울 거야.”김연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본래 뱀을 구덩이에서 꺼내듯, 김태영을 유인해 증거를 잡고 깔끔하게 진씨
보라색 드레스 여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중년 남자도 입을 떡 벌린 채 굳어버렸다.자기 사장이 진서준에게 이렇게까지 깍듯이 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중년 남자는 자기가 대체 내가 어떤 존재를 건드린 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진서준 씨, 정말 죄송합니다. 이분들이 진서준 씨 친구인 줄 몰랐습니다.”박지호가 진심으로 사과했다.“오해하지 마. 이 사람들은 내 친구가 아니야.”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네?”박지호는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이 사람들은 김혜민이랑 같은 학교 다닌 동창일 뿐이야. 난 그냥 밥 한 끼 같이 먹으러 왔던 거고.”그러면서 진서준이 중년 남자를 가리켰다.“이놈이 김혜민까지 끌고 가려고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너희 일에 신경도 안 썼을 거야.”중년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 없이 창백해졌다.“제기랄, 이 눈먼 놈아! 네가 감히 진서준 씨를 건드려?”박지호가 분노하며 중년 남자를 거칠게 두들겨 팼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사장님과 이분이 친구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중년 남자는 필사적으로 잘못을 뉘우치기 시작했다.“친구라고?”박지호는 그 말에 급히 부인했다.“진서준 씨는 우리 박씨 가문에서 가장 귀한 손님이야. 말조심해.”“네?”중년 남자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두 사람이 친구 정도일 거라고만 예상했지 진서준이 박씨 가문에서 가장 귀한 손님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서준 씨에게 직접 사과해. 진서준 씨가 용서하지 않으신다면 넌 오늘 바다에 내던져져 물고기 밥이 될 거야.”박지호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진서준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 눈이 멀어서 미친 짓을 했습니다. 감히 진서준 씨를 건드리려 한 무지한 저를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중년 남자는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연신 사죄했다.“꺼져.”진서준은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서준 씨.”중년 남자는 바닥을 기어가듯 허겁지겁 방에서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