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욱은 국안부 사람이에요. 권해철 씨와 한씨 일가가 나선다면 국안부에서는 분명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저 때문에 그런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었어요.”진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국안부의 강대함을 알게 된 진서준은 모든 일에 조심해야 했다.“서준 씨, 나 엄청 쓸모없죠?”허사연이 물었다.“왜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진서준은 의아했다.“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난 아무것도 못 하고 옆에서 지켜봐야만 하잖아요.”허사연은 미안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진서준은 허사연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뒤 허사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아뇨. 사연 씨는 아무것도 못 한 게 아니에요. 사연 씨는 내게 죽음을 마주할 용기를 주었어요. 난 사연 씨 덕분에 나 혼자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주진 못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은 힘이 되었다.가끔 사람의 의지는 엄청난 힘을 갖기도 한다.오늘도 그랬다.탁현수가 마지막으로 공격했을 때, 진서준도 사력을 다했다.그때 진서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가족들과 친구들이었다.그들이 있었기에 진서준은 탁현수의 그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서준 씨, 나도 수련하고 싶어요. 나도 서준 씨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허사연이 말했다.“좋아요. 서라를 구해내고 나면 우리 같이 서남 강주로 가요. 그곳에 은영과가 있어요.”진서준은 작게 말했다.“은영과가 있다면 사연 씨도 수련할 수 있어요!”“좋아요. 약속해요!”허사연은 기뻤다.“그래요.”두 사람은 그렇게 평온하게 서로를 안은 채로 서로의 숨결을 느꼈다.허사연이 갑자기 말했다.“서준 씨, 우리 결혼해요!”그 말에 진서준은 당황했다.그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고, 또 내년 3월 신농산의 약속을 완수하지 못했다.이제 내년 3월까지 7달 정도 남았다.진서준은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고, 신농산에서 돌아온 뒤 허사연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었다.“싫은... 거예요?”
유지수의 묘사를 들은 진서준은 머릿속에 한 영약의 이름이 떠올랐다.바로 옥선화였다.장철결에는 그 꽃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외형은 천산설련과 아주 흡사하지만 색깔과 그것의 약효는 천산설련과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게다가 그 약을 찾는 건 몹시 어렵다고 한다. 강주의 성약당에도 없을지 몰랐다.“유지수, 날 난처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대체 어디로 가서 옥선화를 찾으라는 거야?”진서준은 매우 분노했다.그가 보기에 유지수는 진서라를 돌려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어려운 미션만 주는 거로 생각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난 옥선화를 원해. 못 찾으면 각오해야 할 거야. 5일 줄게. 기한을 넘기면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뒤 유지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진서준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주먹에서 소리가 났다.옥선화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도 시도해 볼 수 있었다.그러나 문제는 옥선화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그날 밤, 진서준은 어떻게 진서라를 구해낼지 고민하느라 잘 자지 못했다....경성, 국안부.백발이 성성하지만 27, 28살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천의방 제40위인 최현우는 국안부 호국장군으로 청연진군으로 불렸다.마찬가지로 국안부 호국장군인 송경식은 천의방 제39위로 천자진군으로 불렸다.두 사람은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그들이 있어서 경성의 큰 가문들은 마구 날뛰지 못했다.“남주성에 대단한 놈이 나타났던데?”“맞아. 겨우 20대인데 실력이 무시무시하더라고. 아마도 경성의 한 대가문의 자식인가 봐.”점심에 진서준이 탁현수를 죽이고 9명의 종사를 죽인 일은 이미 사방팔방으로 소문이 났다.특히 소식이 빠른 국안부는 엄재욱 등 사람들이 죽은 후 한 시간 뒤 그 사실을 알았다.하지만 국안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가까이 있던 호국사를 보내 엄재욱 등의 시신을 수습했을 뿐이다.그들은 진서준의 일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었다.무도와 술법과 횡련, 거기에 검의까지 깨우친 인재라
용잡이 계획.그들은 화진이라는 이제 막 떠오르는 용을 죽이려고 했다.대가문의 자식들은 그들의 암살 목표가 되었다.화진이 번성하고 강대해진 뒤, 국안부의 호국장군 8명이 나라를 지킨 덕에 해외 세력은 잠깐 잠잠해졌다.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그놈들 정말 지독하네.”최현우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송경식이 말했다.“진서준이라는 놈이 진씨 일가의 사람인지 아닌지는 곧 알 수 있을 거야. 지금은 당장 진서준을 국안부로 끌어들여야 해. 우리 국안부라는 이름이 있어야 혈운 조직, 성약당, 강남 서씨 일가, 김씨 일가, 그리고 해외 세력도 전부 잠잠해질 테니까.”최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그 녀석 나이는 많지 않은데 사고는 정말 많이 치고 다니네.”“우리가 인재를 아끼지 않았다면 우리 국안부까지 적으로 돌렸을 거야.”조금 전 송경식이 말한 조직들은 전부 진서준과 악연이 있었다.진서준이 국안부로 들어온다면 성약당, 그리고 강남의 두 가문은 손을 쓰기 전에 본인들이 국안부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국안부의 호국장군 8명은 엄청난 자들이었으니 말이다....보운산 화령문.한 사람이 그곳에 나타났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 권시준이었다.화령문이 폐허가 된 걸 본 그는 예준섭 등 네 명이 이미 죽었을 거라고 짐작했다.“대체 누가 그들을 죽인 거지? 진서준이라는 자식일까? 아니면 화령문의 늙은이들일까?”권시준은 대체 누가 예준섭 일행을 죽인 건지 몰랐다.그러나 누가 죽였든 절대 진서준은 가만둘 수 없었다.이때 권시준은 문자 하나를 받았다.문자 내용을 확인한 권시준은 깜짝 놀랐다.“남주성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진 마스터가 설마 진서준은 아니겠지?”권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일단 진서준의 행방부터 찾아봐야겠어.”권시준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인천 공항.서남쪽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착륙했다.비행기 안, 한 사람이 아
창격이 죽었을 때 제마 법왕은 이미 그 사실을 감지했었다.당시 창격을 제자로 받아들였을 때 제마 법왕은 그의 체내에 흔적을 남겼었다.그 흔적으로 제마 법왕은 창격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창격이 죽는다면 그 흔적이 사라지게 된다.제마 법왕은 바로 그 흔적에 근거하여 창격을 찾아낸 것이다.어찌 됐든 창격은 마교 사람이었고 그의 제자였기 때문이다.제자가 살해당했으니 제마 법왕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생각이었다....같은 시각.손승호는 비행기를 타고 남조 한신으로 왔다.그는 서진의 박주신 형제가 죽은 사실을 박씨 일가에 알리러 온 것이다.그는 박씨 일가의 손을 빌려 진서준을 죽일 생각이었다.박씨 일가, 손승호는 박주신 형제의 아버지 박인성을 찾았다.박인성은 인의방 10위인 해외 강자였고 선천 1품이었다.“박인성 씨, 박인성 씨 두 아들이 화진의 진서준이라는 놈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 진서준이라는 놈은 박인성 씨 아들의 머리를 축구공으로 삼아서 가지고 놀았습니다!”손승호는 진서준을 극악무도한 사람으로 묘사했다.그리고 진서준이 박주신 형제의 시체를 마구 학대했다고 말했다.박인성은 그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앞에 놓여 있던 대리석 탁자를 단번에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손승호는 그 모습을 보고 몰래 기뻐했다.“진서준, 네가 이번에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박인성은 눈이 벌게진 채 손승호를 바라보았다.“내 아들을 죽인 범인은 어디 있어?”손승호는 박인성의 모습에 깜짝 놀라서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그는 감히 박인성과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지금 화진 남주성에 있습니다. 아마 집에 있을 거예요. 박인성 씨가 자기를 죽일 거라고는 꿈에도 모를 겁니다.”박인성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하인에게 화진 남주성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구하게 했다.내일 아침 일찍 그는 화진 남주성으로 가서 자기 아들을 죽인 놈에게 복수할 것이다....정월문.문희수와 경두진 두 사람은 이미 사문으로 돌아갔다.정민식은 두 사람이 폐인이 된 걸 보고 기쁘기
식사를 마친 뒤 한보영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옥선화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만약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된다면 10억을 상으로 줄 거라고 했다.돈을 준다는 말에 한씨 일가의 부하들은 미친 듯이 옥선화의 행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점심 때쯤, 한씨 일가에 두 명의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한서강이 직접 그들을 맞이했다. 그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설 종사님, 양 종사님!”두 사람은 국안부에서 보낸 정안사였다.그들은 진서준을 국안부에 영입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진서준 씨 이곳에 있나요?”설 종사가 물었다.두 사람이 진서준을 찾아온 걸 알게 된 한서강은 속으로 불안해했다.그는 그들이 진서준을 잡으러 온 건지, 아니면 뭘 하러 온 건지 알지 못했다.만약 진서준을 잡으러 온 거라면, 또 진서준과 충돌이 생기면 큰일이었다.“진서준 씨는 쇼핑하러 가서 집에 없습니다. 볼일 있으시면 제가 진서준 씨께 전해드리겠습니다.”한서강이 말했다.“아뇨, 저희는 여기서 진서준 씨를 기다리겠습니다.”설 종사와 양 종사는 진서준이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한서강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차를 내왔고 본인은 핑계를 대고 잠깐 자리를 비운 뒤 진서준에게 연락했다.“진서준 씨, 큰일이에요!”“무슨 일이죠?”진서준은 허사연 등과 쇼핑하고 있었는데 한서강이 큰일 났다고 하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국안부에서 종사 두 명이 찾아왔어요. 지금 우리 집에서 진서준 씨를 기다리고 있어요.”한서강이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덤덤히 웃었다.“기다리라고 해요.”“하지만... 하지만 저 사람들이 진서준 씨를 잡으러 온 거라면요?”한서강은 서둘러 말했다.“국안부는 제가 1품 대종사를 죽인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절 잡으려고 일반 종사를 보냈을까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한서강은 진서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진서준을 잡으려고 한다면 적어도 대종사 두 명은 필요했다.“그렇다면 진서준 씨는 그들이 무엇
한서강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국안부가 성립하고부터 지금까지 국안부의 요청을 거절한 무인은 없었다.국안부에 가입한다면 해당 지역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진정한 권력자들인 시장들도 그들을 존경하고 정중히 대해야 했다.수많은 사람이 국안부에 들어가길 원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그런데 진서준이 그 기회를 차버렸다.“진서준 씨, 잘 생각해 보세요. 국안부에 가입하면 정말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겁니다.”한서강은 서둘러 진서준을 설득했다. 그가 마음을 바꿨으면 해서 말이다.하지만 진서준은 확고했다. 한서강은 절대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두 사람에게 전하세요. 전 국안부에 가입하지 않을 거라고.”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전화를 끊었다.한서강은 한숨을 쉰 뒤 거실로 나갔다.“두 분, 진서준 씨는 곧 돌아올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죠.”한서강은 감히 그들에게 사실을 전하지 못했다.그는 진서준이 돌아온 뒤 다시 한번 그를 설득할 생각이었다.“빨리 오라고 하세요. 저희의 시간은 매우 귀합니다.”양 종사가 짜증스레 말했다.다른 한편, 진서준은 허사연 등과 쇼핑을 마친 뒤 호텔을 예약했다.그는 한서강이 말한 일을 완전히 잊었다.“서준 씨!”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한 여자가 진서준을 불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얼마 전 진서준이 구했던 그 연예인 배수정이었다.“정말 서준 씨네요!”배수정은 진서준인 걸 확인하고는 매우 흥분해서 빠르게 그에게로 다가갔다.“서준 씨, 배수정 씨도 알고 계세요?”옆에 있던 한제성은 배수정을 보자 눈을 빛냈다. 당장이라도 침을 흘릴 것 같았다.그는 배수정의 팬이었고 그녀가 출연한 모든 드라마를 다 봤었다.배수정 실물을 본 한제성은 흥분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한제성의 실없는 모습에 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얼마 전에 제가 구해줬거든요.”진서준이 설명했다.“네?”한제성은 당황했다.그는 배수정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 일은 강은우가 제멋
한씨 일가의 도련님이 연예인 앞에서 저렇게 저자세로 나가다니.한보영은 비록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예계가 얼마나 깨끗하지 못한지 알고 있었다.유명한 연예인 중 99%는 깨끗하지 못했다.눈앞의 배수정은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긴 했다. 그러나 한보영은 그녀가 틀림없이 성 상납을 한 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흥분한 한제성 앞에서 배수정은 아주 침착했다.그녀는 싱긋 웃었다.“좋아요.”배수정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자 한제성은 너무 흥분해서 기절할 것 같았다.한제성은 연달아 십여 장을 찍은 뒤 만족스럽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허사연은 배수정을 보면서 물었다.“배수정 씨, 고양시로 오신 건 새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서인가요?”“아뇨.”배수정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는데요. 저녁에 차 타고 강남 금운으로 갈 생각이에요.”“거기는 왜요?”한제성이 궁금한 듯 물었다.“김씨 일가에서 파티를 주최하는데 제가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김씨 일가 가주님 딸이 돌아온 걸 축하해주기 위해서라고 하던데요.”배수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설명했다.그녀는 회사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딸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유로 파티를 열고 배수정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니?너무 사치스러웠다.그러나 김씨 일가에 대해 알아본 배수정은 금방 속이 후련해졌다.김씨 일가는 강남에서 두 번째로 대단한 가문으로 재력이 엄청났다.진서준은 배수정의 말을 듣자 안색이 바로 돌변했다.“김씨 일가 가주가 설마 김형섭인가요?”“네, 아세요?”배수정은 놀랐다.김씨 일가는 아주 대단한 가문이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당연히 김씨 일가를 알고 있었다. 며칠 전 김연아의 생일 파티 때 김형섭과 다툰 적도 있었다.김연아가 김씨 일가로 돌아가지 않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걸까?설마 김형섭이 김연아를 위협한 걸까?김연아는 진서준의 친한 친구였기에 진서준은 그냥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는 곧바로 휴대전화
“난 김씨 일가가 두렵지 않아요. 다만 서라가 걱정될 뿐이에요.”진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서라가 잡히지 않았더라면 그는 당장 김연아를 데려왔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유지수는 그에게 5일을 주었고, 진서준은 5일 내로 옥선화를 찾아야 했다.옥선화를 찾지 못한다면 유지수 그 미친 여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다른 이들도 근심 가득한 얼굴이었다.배수정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못했다.“무슨 일이에요? 제가 도울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배수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배수정 씨, 김씨 일가에 도착한 뒤 저한테 연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배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곧 배수정은 조금 원망스러운 얼굴로 말을 보탰다.“우린 친구인데 배수정 씨라고 부르니까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진서준은 무안한 듯 웃었다.“얼른 밥 먹죠.”진서준 일행이 식사하고 있을 때 손승호는 박인성 일행을 데리고 서울에 도착했다.“이곳이 바로 그 자식이 사는 곳입니다.”손승호는 진서준의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들어가서 찾아내!”박인성은 살기등등했다.그가 데려온 부하들은 별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가주님, 안에 사람이 없습니다!”박인성은 벌게진 눈으로 손승호를 바라보았다.“감히 날 속여?”그는 손승호의 멱살을 붙잡고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손승호는 숨 쉬는 게 힘들었다. 계속 이렇게 잡혀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전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진서준 그 자식은 정말 이곳에서 삽니다.”“그러면 그놈 어디 갔는데?”박인성은 화를 내며 말했다.“어디 한 번 설명해 봐!”“박인성 씨가 올 걸 알고 숨은 걸지도 모릅니다.”손승호가 해명했다.그도 답답했다. 진서준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혹시 본인이 박씨 일가를 건드린 걸 알고 몰래 도망친 걸까?“그 자식 행방을 알고 싶다면 허씨 일가로 가면 됩니다.”손승호가 서둘러 말했다.진서준이 도망쳤다고 해도 허씨 일가는 절대 도망치지 않았을
그러자 하문천은 돌아서며 말했다.“넌 일단 날 따라와.”진서준은 바로 하문천을 따라갔고 두 사람은 뒷마당에 도착했다.“앉아.”하문천이 자기 맞은편의 의자를 가리키자 진서준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네가 설표 특전대 교관 신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하문천의 질문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반쯤 교관이라고 볼 수 있죠. 전에 그 병사들을 가르쳤습니다.”“만약 일반인을 상대로 무도를 가르친다면 어떨 것 같아?”하문천이 갑자기 화제를 돌리자 진서준은 순간 멈칫했다.진서준이 이전에 가르친 설표 특전대는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중 하나였고 그곳 병사들은 전부 각 전구의 병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비록 종사급 고수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었다.진서준이 설표 특전대를 가르친 것도 사실 체질 강화 약재를 제공하고 몇 가지 필살기를 전수했을 뿐, 다른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다.이 두 가지 일은 쉬운 일인 것 같았지만 일반인이 배운다면 적어도 1년은 열심히 해야 겨우 성과를 볼 수 있을 터였다.“사실 이 일은 우리 호국장군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거야.”하문천이 천천히 설명했다.“우리는 대한민국에 무도 학원을 세워 무도에 재능 있는 사람들을 대거 모집하려 해. 지금의 대한민국은 무도가 쇠락하고 있어. 게다가 이전 대재난 때문에 재능이 뛰어난 무인을 대거 잃어버린 상태야. 몇십 년만 더 지나면, 대한민국 무도는 완전히 붕괴할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해외 강자들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야.”이는 하문천이 괜히 기우를 떠는 것이 아니었다.하문천이 젊었을 적에는 대한민국 무인 수량이 지금의 두 배나 되는 숫자였다.그러나 불과 백 년이 채 되지 않아 무인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이런 상태로 또 백 년이 지나면 대한민국에서 무인 존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었다.“윗선에서도 우리 계획을 승인했어.”하문천의 말에 진서준이 다소 놀랐다.“뭐라고요? 이미 승낙하셨다고요?”“맞아. 다만, 학원에 입학
“왜? 너무 부끄러워서 화가 나?”진서준의 분노 어린 눈빛을 보며 한창순은 자기가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아직 깨닫지 못했다.“내 말이 네 아픈 곳을 찔렀구나. 네가 진서훈이 깔끔한 퇴직 생활을 원한다면 스스로 국안부에서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진서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활처럼 몸을 구부린 채 한창순을 향해 돌진했다.한창순은 진서준이 대화를 포기하고 손찌검을 하려는 모습을 보고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비웃었다.“나랑 한 판 붙을 거야? 네가 어떤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지 생각해 봤어? 내가 널 폐인으로 망가뜨려도 진서훈은 아무 말도 못 할 거야.”한창순은 솔직한 생각을 그대로 내뱉고 있었다.진서준을 폐인으로 만든다면 아무리 진서훈이 진서준의 편을 들려고 해도 진서준은 국안부에 남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의 모습이 한창순 앞에 나타났을 때 그의 표정은 돌연 변했다.한창순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게 아니라 백 길이나 되는 거대한 산이 한창순을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선천강기가 한창순 앞에 모이고 맨눈으로 보일 수 있는 보호막이 나타났다.한창순이 국안부 상경이라는 신분이 있는 이상 그의 실력은 약할 수 없었다.한창순의 상운수는 기묘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고수가 넘쳐나는 명주시에서 같은 경지에서는 아무도 한창순을 이길 수 없었다.심지어 팔급 대종사도 한창순을 단시간에 죽일 수는 없었다.진서준의 손바닥이 한창순 앞의 강기 보호막에 떨어졌고 잇따라 둔탁한 소리가 나며 그 보호막이 종이처럼 찢어졌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창순은 끔찍한 힘이 자기에게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한창순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준의 힘이 순식간에 그를 벽으로 날려버렸다.순간 한창순은 내장이 전부 뒤틀린 것처럼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한창순의 몸은 벽에 강하게 부딪히며 벽에는 거미줄처럼 균열이 가며 곧 무너질 것처럼 위험해졌다.바닥에 엎드린 한창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한창
그러자 한창순이 한술 더 떴다.“귀로 들은 건 믿을 수 없고 눈으로 본 것만이 진짜야.”이때, 하문천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바로 이 두 여자인가?”“네, 황예은은 자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벌인 거였습니다.”진서준이 간단하게 설명하자 황예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문천에게 말했다.“모든 책임을 저에게 있어요. 부탁이 하나 있다면 제 동생을 살려주는 거예요.”하문천은 눈살을 찌푸렸다.“외적과 내통해 국가를 배반하는 건 중죄야.”그때, 옆에 있던 한창순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진서준이 맡은 이번 임무에 대해 한창순은 전혀 알지 못했다.대한민국 일인자 갑부의 딸이 외적과 내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창순의 첫 반응도 역시 당혹감과 경악이었다.진서준이 황예은을 두둔하기 시작했다.“하문천 어르신, 황예은은 죄를 씻고 공을 세울 기회가 있습니다. 멸용 조직 조직 사람들은 원하는 데이터를 손에 넣지 못했으니 이후에도 황예은에게 다시 연락할 겁니다. 그때 우리가 역으로 이용해서 멸용 조직을 단숨에 처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말도 안 돼!”한창순이 탁자를 쾅 치며 일어나며 단호한 말투로 진서준의 말을 반박했다.“다음에 이 여자가 외부 세력과 결탁했을 때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보장해?”한창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이 세상 모든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것과 여러 번 한 걸로 나눌 수 있다.황예은이 외적과 한 번 내통했으니 두 번째, 세 번째로 배신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한창순의 말대로 다음에 황예은이 외적과 손잡고 그들을 엿 먹인다면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진서준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황예은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내가 왜 이 여자를 믿어야 해?”한창순은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었다.“너 이 자식이 이 여자 미모에 빠져서 이 여자를 감싸는 거겠지.”한창순은 심지어 진서준을 꾸짖기 시작했다.“넌 네 신분을 잊지 말아야 해. 항상 자기가 국안
새벽이 다가오자 천하 유람선은 명주시 항구에 도착했다.“너희는 먼저 돌아가서 날 기다려. 난 이 두 여자와 함께 국안부에 잠깐 들를 거야.”“얼른 돌아와.”허윤진과 서지은은 차를 타고 떠났다.“가자.”진서준은 황예은과 바이올렛을 데리고 명주시 국안부로 향했다.가는 길에 바이올렛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진서준이 차 안에서 덤덤하게 말문을 열었다.“국안부에 도착하면 너희는 있는 그대로 진실만 말하면 돼. 난 너희가 죄를 씻고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차는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고 약 한 시간을 달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두 층 건물의 작은 저택 앞마당에는 꽃과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한 노인이 마당의 풀밭에 앉아 두 눈을 꽉 감고 명상 중이었다.진서준은 이 노인이 수련 중인 것 같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거기 서.”예상외로 명상 중이던 그 노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제 이름은 진서준입니다. 국안부 상경이고요. 진천진군을 찾으러 왔습니다.”진서준이 본인의 신분과 목적을 밝히자 풀밭에 앉아 있던 노인은 갑자기 눈을 뜨고 일어섰다.“네가 진서준이야?”노인이 다가와 진서준의 속내까지 꿰뚫어 보려고 하듯 유심히 살펴보았다.“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노인을 힐끗 쳐다보았다.노인은 칠급 대종사였고 실력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국안부 내에서도 명망 있는 인물임이 틀림없었다.“난 국안부 상경 한창순이야.”노인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한 어르신, 안녕하세요.”진서준은 공손하면서도 너무 자세를 낮추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넌 이 여자들을 데리고 뭘 하러 왔어?”한창순이 황예은과 바이올렛을 가리키며 물었다.“볼 일이 좀 있습니다.”진서준의 대답에 한창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한창순은 물론 진서준 일행이 볼일을 보러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무슨 일인데?”이들이 여기 온 목적이 뭔지 그것이 궁금했다.한창순은 황예은을 알고 있었다.지난번 명주시 거리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에서
만약 허윤진이 진서준의 말을 잘 듣고 진서준 옆에 있었더라면 교회 주교의 아들을 건드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진서준은 그런 허윤진을 보며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다시 그렇게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돼.”“앞으로 절대 그렇게 충동적이지 않을 거야. 다시는 도박도 하지 않겠어.”허윤진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말을 마친 순간, 허윤진의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고 진서준이 실수로 허윤진의 발을 밟았다.“앗!”허윤진이 가볍게 외쳤고 제대로 평형을 잡지 못하고 몸이 뒤로 넘어갔다.진서준은 그 상황을 보고 즉시 허윤진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쌌다.허윤진의 허리는 뼈가 없는 듯 부드러웠고 안을 때 부드러운 솜사탕을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괜찮아?”진서준은 허윤진의 허리를 잡고 그녀를 일으켰다.허윤진은 진서준의 힘을 빌려 머리를 진서준의 가슴에 묻었다.두 사람의 자세는 애매했다.진서준에서 나는 진한 남성의 향기가 바로 허윤진의 코끝에 닿았다.허윤진의 얼굴은 순간 술에 취한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괜찮아...”허윤진은 진서준이 자신의 이 부끄러운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계속 춤을 출 거야?”진서준은 허윤진이 허리를 삐끗해서 자기에게 기대고 있는 줄 알았다.“아니야, 춤추지 않을 거야. 그냥 잠깐 이렇게 조용히 있을게.”허윤진은 진서준이 떠날까 봐 두려워 그의 팔을 더 단단히 붙잡았다.무도장에 몰려오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지만 아무도 진서준을 방해하려고 하지 않았다.진서준이 천의방 강자를 처치하는 모습을 모두 목격했기 때문이다.다들 그렇게 강력한 인물이 이렇게 부드러운 면모를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이야, 시누이와 형부 사이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정말 헛소리가 아니었군요.”이세아는 무도장에서 두 사람의 애매한 모습을 보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서지은 씨, 당신과 진서준도 그런 관계인가요?”이세아가 서지은에게 물었다.“아니에요...”서지은은 거
방금 일어난 요란한 소동 때문에 천하 유람선은 방향을 돌려 명주시로 향했다.진서준은 이세아에게 끌려 유람선의 10층으로 갔다.이 층의 인테리어는 호텔의 연회 스타일과 비슷했는데 중앙에는 아주 큰 무도장이 있었다.무도장 한가운데서 한 서양 청년이 부드러운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몇 쌍의 남녀가 무도장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사교춤은 아주 간단한데 허사연이 진서준에게 그 춤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은 이 자리에서 이세아와 춤추고 싶지 않았다.그 이유는 이세아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권력자들이 진서준과 이세아 사이의 관계를 오해할까 봐 걱정스러웠다.만약 그 소문이 허사연에게까지 전해진다면 진서준은 아무리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을 것이다.“난 진서준과 춤을 출 거야.”허윤진은 단호한 태도로 진서준의 팔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허윤진 씨는 진서준 시누이잖아요. 이런 자리에서 진서준과 춤추는 건 적절하지 않죠.”이세아가 부드럽게 귀띔했다.“왜 적절하지 않죠?”허윤진이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이세아와 같은 여우도 진서준과 춤을 출 수 있는데 왜 자기는 안 된다는 거지?허윤진은 이미 이세아를 적으로 간주했다.“난 진서준과 그냥 친구일 뿐인데 허윤진 씨와 진서준은 이제 가족이 될 거잖아요. 가족 사이, 특히 시누이와 형부 사이에서 이런 춤을 추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이세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당당하게 말했다.같은 여자라 이세아는 허윤진의 생각을 눈치챘다.시누이와 형부 사이는 누구나 다 흥미진진하게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관계였다.“난 다른 사람 오해 따윈 두렵지 않아요. 어차피 진서준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허윤진도 당당하게 나왔다.진서준은 이 둘이 자기 생각을 하나도 물어보지 않아 좀 답답했다.여자란 본래 이렇게 강압적인 동물인가?“그래요? 허윤진 씨가 뜬소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그럼 첫 번째 춤은 허윤진 씨에게 양보하죠.”이세아가 갑자기 시원시원하게 진서준을
“네게 기회를 줄게. 서울에 남아서 우리 가족 안전을 책임져.”진서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바이올렛을 쳐다보며 말하자 바이올렛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이제 내가 해외에 갔을 때 네 가족이 살아 있다면 내가 꼭 네 가족을 네게 데려다줄게.”진서준이 약속하자 바이올렛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고마워, 진서준.”바이올렛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진서준이 그녀를 처단하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주었다.“진 마스터님은 정말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강한 실력을 갖춘 것 같네요. 저 박서명은 진 마스터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이때 박서명이 급히 다가와 아첨하기 시작했다.박서명은 상인으로서의 눈매와 감각이 항상 예리했다.인터넷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박서명은 모든 자산을 전자상거래에 투자했다.그만큼 박서명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일화였다.“진 마스터님, 이제부터는 저희 박씨 가문 귀인이 되실 겁니다. 박씨 가문은 영원한 진 마스터님의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박서명은 명주시 모든 권력자 앞에서 대놓고 입장을 밝혔다.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씩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진 마스터님, 저는 경동 그룹 강시찬입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진 마스터님, 저는 행다 그룹 허준우입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진 마스터님, 저는...”수많은 사람이 진서준을 겹겹이 둘러쌌다.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들 상류사회의 권력자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다들 순서대로 진서준 앞에서 공손히 대했다.이것이 바로 절대적인 힘이 가져오는 영광이었다.진서준은 권력자들의 명함을 하나하나 받았다.이 명함들이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모든 사람이 흩어진 후, 진서준이 손에 들고 있던 명함은 20센티미터가 넘었고 그는 그 명함을 전부 허윤진에게 건넸다.“아버님에게 전해줘. 그분은 사업을 하시니 분명 이 명함들이 필요할 거야.”허윤진은 명함을 받아 들고 그 위에
진서준은 배로 돌아갔다.진서준을 바라보는 주변 권력자들의 눈빛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하룻밤 사이에 천의방에 오른 절세 강자 세 명이 모두 한 사람의 손에 죽었다.지선이 아닌 이상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까?더 무서운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혹시 이 앞에 있는 청년은 이미 지선 경지에 오른 건가?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것 같았다.진서준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황예은과 바이올렛 앞에 섰다.“날 죽여.”황예은의 눈은 흐릿하게 가라앉았다.나라를 배반하고 외부 세력과 결탁한 죄는 당연히 사형에 처해야 한다.진서준은 국안부 상경으로서 사후보고의 권한이 있었다.진서준이 여기서 황예은을 죽이지 않더라도 그녀가 명주시에 돌아가면 국가의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널 죽이면 황씨 가문은 어떻게 되지?”진서준이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다른 사람도 충분히 날 대신해 황씨 가문을 이끌 수 있어.”황예은은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하려고 했다.데이터를 넘기지 못했고 해외 조직도 천의방 강자 두 명을 잃었다.자기 아버지가 어떤 처지가 될지 상상만 해도 뻔했다.“그럼, 황현호는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죽으면 황현호는 과연 어떻게 될까?”진서준이 또 질문을 던졌다.황현호라는 단어에 황예은의 표정이 일시적으로 흔들렸다.황예은이 가장 염려하는 건 언제나 가족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나라를 배반하는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황현호가 막 부귀전승을 얻었는데 네가 황경영과 함께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녀석이 어떻게 할 것 같아?”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하자 황예은은 눈을 뜨고 무거운 말투로 대답했다.“당연히 원수를 찾아 복수하겠지.”“그렇겠지.”진서준이 말을 이어갔다.“왕권 부귀전승은 아무리 국내 4대 최강의 은세 종문이라고 해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비법이야. 그 전승이 세상에 드러나기라도 하면 상처 입은 사람이 바다에 빠진 것과 같아서 상어들이 끊임없이 몰려올 거야. 상황이 그렇게 번지면 황현호는
그런 레일린이 올림푸스 신전의 신왕과 힘을 합친 지금 이 청년을 이기지 못한다니, 너무나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가는 상황이었다.루도프도 마찬가지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편, 진서준의 뒤에 있던 네 마리 용이 우렁차게 울부짖으며 하늘을 누비다가 진서준의 등을 향해 모여들어 두 팔로 뻗어갔다.그러자 진서준의 두 팔꿈치에 각각 용 두 마리가 나타났다.“이제 내 차례야.”진서준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조금 전 그 일격은 진서준이 두 사람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이제 진서준은 반격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찌지직!순식간에 진서준의 옷이 찢어지며 완벽한 근육이 드러났다.진서준의 손가락에 낀 천용 반지는 더욱 눈부시게 빛났고 그 빛은 심지어 하늘의 달빛을 능가할 정도였다.진서준이 힘을 모아 주먹을 날리자 천지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주먹이 날아가는 동시에 진서준의 두 팔에 있던 네 마리 용이 동시에 레일린과 루도프를 향해 돌진했다.거대한 용이 하늘로 솟구치자 바다가 갈라지며 거센 파도가 일었다.모두가 이 장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저 녀석이 멸세급 강자도 아닌데 이런 실력을 갖췄단 말인가?”이 한 방에서 멸세급 강자 수준의 실력을 감지한 레일린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 힘은 산을 부수고 달도 짓밟을 수 있는 수준의 힘이었고 심지어 천지의 의지도 조금 응축한 것처럼 보였다.천지와 소통할 수 있는 건 오직 지선급 강자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눈 속에서 살기와 분노가 모두 사라지고 대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 남은 두 사람은 느닷없는 공포가 밀려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두 사람의 강기는 이 거대한 용 앞에서 종이처럼 쉽게 찢어졌고 곧이어 그 거대한 용은 두 사람의 가슴에 거세게 부딪혔다.쿵!다음 순간, 두 사람은 발사한 폭탄처럼 뒤로 날아가 요트에 그대로 부딪혔다.풍덩!요트는 두 사람의 충격에 그대로 뒤집혀 바닷속으로 침몰했다.용이 사라지자 하늘과 바다가 순간 깊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