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고요했다.사람들은 진서준과 허사연을 바라보았다.두려워하는 이들도 있고, 분노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기뻐하는 이들도 있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김연아는 너무 기쁜 나머지 눈시울마저 붉어진 채 진서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살아있으면 됐어. 살아있으면 됐어...”모든 걱정이 그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25살에 선천 대종사를 죽이고, 종사 9명을 죽였다.한씨 일가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그들 모두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처럼 기뻐했다.이번에 남주성에서 한씨 일가는 그 위상이 단번에 높아질 것이다.조씨 일가는 멸문되었고 황씨 일가의 두 종사도 진서준에게 살해당했다.이제 황씨 일가는 바람 앞의 등불과 다름없는 처지였다.한씨 일가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다른 가문들이 황씨 일가를 처단할 것이다.황영산과 황시훈은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두 사람은 황씨 일가가 망했다는 걸 직감했다.조해영의 눈빛은 어두웠다. 진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보였다.그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도 왜 진서준을 죽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쓸모없는 놈들!’진서준은 황영산의 곁으로 다가가서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조천무가 납치한 사람들은?”“얘기하면 우리 가족을 살려줄 거야?”황영산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남주성에서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그래!”황영산은 곧바로 한씨 일가 사람들을 데리고 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을 구하러 갔다.진서준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허사연과 함께 차에 오른 뒤 한씨 일가도 돌아갔다.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너무 피곤했다.이번 전투로 진서준 체내에 있는 영해와 혈해 모두 바닥났다.진서준의 의지가 굳건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명인 호수를 나서자마자 쓰러졌을 것이다.허사연은 진서준이 아주 크게 다쳤다고 생각해 황급히 권해철에게 살펴달라고 했다.권해철은 맥을 짚은 뒤 허사연에게 말했다
허윤진은 허리를 숙인 뒤 얼굴을 붉히며 진서준의 뺨에 짧게 뽀뽀한 뒤 도망치듯 방에서 나갔다.“윤진아, 서준 씨 아직 자고 있지?”허사연이 보약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오려고 했다.“응, 아직 자고 있어.”허윤진은 감히 허사연과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누렁이의 털을 쓰다듬었다.이번에 허윤진은 누렁이도 함께 데려왔다.전에 누렁이가 손승호가 고용했던 두 종사를 죽인 뒤 허윤진은 누렁이가 옆에 있으면 안전한 기분을 느꼈다.허사연은 보약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진서준이 이불을 덮고 있는 걸 본 허사연은 작게 웃었다.“윤진이 걔도 사람을 걱정할 줄 아네.”허사연은 진서준의 뺨을 살살 쓰다듬은 뒤 진서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댔다.그녀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진서준의 호흡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허사연은 아주 만족스러웠다.하지만 허사연은 앞으로 진서준이 상대해야 할 적이 더 강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진서준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진서준이 앞에서 싸우고 있을 때 뒤에서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수련을 해서, 더욱 강해져서 진서준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다.한참 뒤 1층 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입을 맞춘 뒤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서강은 유정과 고한영을 무사히 데려왔다.“유정아!”유정을 본 허사연은 매우 기뻤다.유정은 진서준의 의매니 그녀에게도 의매였다.“사연 언니, 미안해요. 제가 폐를 끼쳤네요.”유정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폐는 무슨. 나랑 서준 씨 때문에 두 사람이 피해를 본 거지.”허사연이 말했다.“저... 올라가서 서준 오빠 봐도 돼요?”유정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진서준이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큰 희생을 치렀다는 것을 짐작했다.“당연하지.”허사연은 유정에게 진서준이 있는 방을 알려줬다.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은 곧바로 진서준이
저녁이 되어서야 진서준은 잠에서 깼다.진서준이 눈을 떴을 때 그의 침대 옆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그와 가장 가까운 것은 허사연 자매였다.두 사람은 침대 양옆에 각각 서 있었다.진서준이 깨어나자 허사연은 서둘러 물었다.“서준 씨, 목은 안 말라요? 배는 안 고파요?”예전 몸 상태였다면 하루 동안 안 먹어도 괜찮았다.하지만 오늘은 운동량이 많았기에 조금 배가 고픈 것 같았다.“조금 고프네요.”진서준이 말했다.“삼계탕 끓여놨으니까 얼른 먹어요!”그것은 허사연이 오후에 끓였던 삼계탕이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삼계탕을 데웠었다.“고마워요.”진서준은 감격했다.“나한테 뭘 그렇게 예의를 차려요?”허사연은 조금 불만스러운 듯 눈을 흘겼다.“침대 헤드에 기대요. 내가 먹여줄게요.”허사연은 한 손에는 그릇을, 다른 한 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진서준에게 국을 떠먹였다.그 광경에 여러 미인이 부러워했다.진서준은 조금 부끄러웠다. 방 안에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내가 알아서 먹을게요.”“안 돼요. 서준 씨는 지금 환자니까 내 말대로 해요!”허사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난 서준 씨 여자 친구인데 밥을 먹여주는 게 뭐 어때서요?”말을 마친 뒤 허사연은 국을 한 숟가락 떠서 진서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입 벌려요.”허사연이 부드럽게 말했다.진서준을 입을 벌려서 삼계탕을 마셨다.“안 뜨거워요?”허사연은 국을 먹인 뒤에야 온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걸 떠올렸다.그녀는 한 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온도는 괜찮았다.그녀는 계속해 진서준에게 국을 떠먹였다.진서준은 조금 흥분되었다. 허사연이 조금 전 숟가락을 썼기 때문이다.허윤진은 질투심 때문에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괜찮아 보이니 난 먼저 나갈게요.”진서준은 그제야 허윤진이 온 걸 발견했다.하지만 진서준은 그녀를 불러 세우지 않고 그녀가 나가게 내버려두었다.곧 한보영 등 사람들도 방에서 나갔다.“유정아, 조천무가 두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지?”진서준은 유정을 보
“엄재욱은 국안부 사람이에요. 권해철 씨와 한씨 일가가 나선다면 국안부에서는 분명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저 때문에 그런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었어요.”진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국안부의 강대함을 알게 된 진서준은 모든 일에 조심해야 했다.“서준 씨, 나 엄청 쓸모없죠?”허사연이 물었다.“왜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진서준은 의아했다.“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난 아무것도 못 하고 옆에서 지켜봐야만 하잖아요.”허사연은 미안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진서준은 허사연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뒤 허사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아뇨. 사연 씨는 아무것도 못 한 게 아니에요. 사연 씨는 내게 죽음을 마주할 용기를 주었어요. 난 사연 씨 덕분에 나 혼자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주진 못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은 힘이 되었다.가끔 사람의 의지는 엄청난 힘을 갖기도 한다.오늘도 그랬다.탁현수가 마지막으로 공격했을 때, 진서준도 사력을 다했다.그때 진서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가족들과 친구들이었다.그들이 있었기에 진서준은 탁현수의 그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서준 씨, 나도 수련하고 싶어요. 나도 서준 씨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허사연이 말했다.“좋아요. 서라를 구해내고 나면 우리 같이 서남 강주로 가요. 그곳에 은영과가 있어요.”진서준은 작게 말했다.“은영과가 있다면 사연 씨도 수련할 수 있어요!”“좋아요. 약속해요!”허사연은 기뻤다.“그래요.”두 사람은 그렇게 평온하게 서로를 안은 채로 서로의 숨결을 느꼈다.허사연이 갑자기 말했다.“서준 씨, 우리 결혼해요!”그 말에 진서준은 당황했다.그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고, 또 내년 3월 신농산의 약속을 완수하지 못했다.이제 내년 3월까지 7달 정도 남았다.진서준은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고, 신농산에서 돌아온 뒤 허사연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었다.“싫은... 거예요?”
유지수의 묘사를 들은 진서준은 머릿속에 한 영약의 이름이 떠올랐다.바로 옥선화였다.장철결에는 그 꽃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외형은 천산설련과 아주 흡사하지만 색깔과 그것의 약효는 천산설련과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게다가 그 약을 찾는 건 몹시 어렵다고 한다. 강주의 성약당에도 없을지 몰랐다.“유지수, 날 난처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대체 어디로 가서 옥선화를 찾으라는 거야?”진서준은 매우 분노했다.그가 보기에 유지수는 진서라를 돌려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어려운 미션만 주는 거로 생각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난 옥선화를 원해. 못 찾으면 각오해야 할 거야. 5일 줄게. 기한을 넘기면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뒤 유지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진서준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주먹에서 소리가 났다.옥선화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도 시도해 볼 수 있었다.그러나 문제는 옥선화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그날 밤, 진서준은 어떻게 진서라를 구해낼지 고민하느라 잘 자지 못했다....경성, 국안부.백발이 성성하지만 27, 28살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천의방 제40위인 최현우는 국안부 호국장군으로 청연진군으로 불렸다.마찬가지로 국안부 호국장군인 송경식은 천의방 제39위로 천자진군으로 불렸다.두 사람은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그들이 있어서 경성의 큰 가문들은 마구 날뛰지 못했다.“남주성에 대단한 놈이 나타났던데?”“맞아. 겨우 20대인데 실력이 무시무시하더라고. 아마도 경성의 한 대가문의 자식인가 봐.”점심에 진서준이 탁현수를 죽이고 9명의 종사를 죽인 일은 이미 사방팔방으로 소문이 났다.특히 소식이 빠른 국안부는 엄재욱 등 사람들이 죽은 후 한 시간 뒤 그 사실을 알았다.하지만 국안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가까이 있던 호국사를 보내 엄재욱 등의 시신을 수습했을 뿐이다.그들은 진서준의 일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었다.무도와 술법과 횡련, 거기에 검의까지 깨우친 인재라
용잡이 계획.그들은 화진이라는 이제 막 떠오르는 용을 죽이려고 했다.대가문의 자식들은 그들의 암살 목표가 되었다.화진이 번성하고 강대해진 뒤, 국안부의 호국장군 8명이 나라를 지킨 덕에 해외 세력은 잠깐 잠잠해졌다.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그놈들 정말 지독하네.”최현우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송경식이 말했다.“진서준이라는 놈이 진씨 일가의 사람인지 아닌지는 곧 알 수 있을 거야. 지금은 당장 진서준을 국안부로 끌어들여야 해. 우리 국안부라는 이름이 있어야 혈운 조직, 성약당, 강남 서씨 일가, 김씨 일가, 그리고 해외 세력도 전부 잠잠해질 테니까.”최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그 녀석 나이는 많지 않은데 사고는 정말 많이 치고 다니네.”“우리가 인재를 아끼지 않았다면 우리 국안부까지 적으로 돌렸을 거야.”조금 전 송경식이 말한 조직들은 전부 진서준과 악연이 있었다.진서준이 국안부로 들어온다면 성약당, 그리고 강남의 두 가문은 손을 쓰기 전에 본인들이 국안부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국안부의 호국장군 8명은 엄청난 자들이었으니 말이다....보운산 화령문.한 사람이 그곳에 나타났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 권시준이었다.화령문이 폐허가 된 걸 본 그는 예준섭 등 네 명이 이미 죽었을 거라고 짐작했다.“대체 누가 그들을 죽인 거지? 진서준이라는 자식일까? 아니면 화령문의 늙은이들일까?”권시준은 대체 누가 예준섭 일행을 죽인 건지 몰랐다.그러나 누가 죽였든 절대 진서준은 가만둘 수 없었다.이때 권시준은 문자 하나를 받았다.문자 내용을 확인한 권시준은 깜짝 놀랐다.“남주성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진 마스터가 설마 진서준은 아니겠지?”권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일단 진서준의 행방부터 찾아봐야겠어.”권시준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인천 공항.서남쪽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착륙했다.비행기 안, 한 사람이 아
창격이 죽었을 때 제마 법왕은 이미 그 사실을 감지했었다.당시 창격을 제자로 받아들였을 때 제마 법왕은 그의 체내에 흔적을 남겼었다.그 흔적으로 제마 법왕은 창격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창격이 죽는다면 그 흔적이 사라지게 된다.제마 법왕은 바로 그 흔적에 근거하여 창격을 찾아낸 것이다.어찌 됐든 창격은 마교 사람이었고 그의 제자였기 때문이다.제자가 살해당했으니 제마 법왕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생각이었다....같은 시각.손승호는 비행기를 타고 남조 한신으로 왔다.그는 서진의 박주신 형제가 죽은 사실을 박씨 일가에 알리러 온 것이다.그는 박씨 일가의 손을 빌려 진서준을 죽일 생각이었다.박씨 일가, 손승호는 박주신 형제의 아버지 박인성을 찾았다.박인성은 인의방 10위인 해외 강자였고 선천 1품이었다.“박인성 씨, 박인성 씨 두 아들이 화진의 진서준이라는 놈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 진서준이라는 놈은 박인성 씨 아들의 머리를 축구공으로 삼아서 가지고 놀았습니다!”손승호는 진서준을 극악무도한 사람으로 묘사했다.그리고 진서준이 박주신 형제의 시체를 마구 학대했다고 말했다.박인성은 그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앞에 놓여 있던 대리석 탁자를 단번에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손승호는 그 모습을 보고 몰래 기뻐했다.“진서준, 네가 이번에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박인성은 눈이 벌게진 채 손승호를 바라보았다.“내 아들을 죽인 범인은 어디 있어?”손승호는 박인성의 모습에 깜짝 놀라서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그는 감히 박인성과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지금 화진 남주성에 있습니다. 아마 집에 있을 거예요. 박인성 씨가 자기를 죽일 거라고는 꿈에도 모를 겁니다.”박인성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하인에게 화진 남주성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구하게 했다.내일 아침 일찍 그는 화진 남주성으로 가서 자기 아들을 죽인 놈에게 복수할 것이다....정월문.문희수와 경두진 두 사람은 이미 사문으로 돌아갔다.정민식은 두 사람이 폐인이 된 걸 보고 기쁘기
식사를 마친 뒤 한보영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옥선화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만약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된다면 10억을 상으로 줄 거라고 했다.돈을 준다는 말에 한씨 일가의 부하들은 미친 듯이 옥선화의 행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점심 때쯤, 한씨 일가에 두 명의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한서강이 직접 그들을 맞이했다. 그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설 종사님, 양 종사님!”두 사람은 국안부에서 보낸 정안사였다.그들은 진서준을 국안부에 영입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진서준 씨 이곳에 있나요?”설 종사가 물었다.두 사람이 진서준을 찾아온 걸 알게 된 한서강은 속으로 불안해했다.그는 그들이 진서준을 잡으러 온 건지, 아니면 뭘 하러 온 건지 알지 못했다.만약 진서준을 잡으러 온 거라면, 또 진서준과 충돌이 생기면 큰일이었다.“진서준 씨는 쇼핑하러 가서 집에 없습니다. 볼일 있으시면 제가 진서준 씨께 전해드리겠습니다.”한서강이 말했다.“아뇨, 저희는 여기서 진서준 씨를 기다리겠습니다.”설 종사와 양 종사는 진서준이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한서강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차를 내왔고 본인은 핑계를 대고 잠깐 자리를 비운 뒤 진서준에게 연락했다.“진서준 씨, 큰일이에요!”“무슨 일이죠?”진서준은 허사연 등과 쇼핑하고 있었는데 한서강이 큰일 났다고 하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국안부에서 종사 두 명이 찾아왔어요. 지금 우리 집에서 진서준 씨를 기다리고 있어요.”한서강이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덤덤히 웃었다.“기다리라고 해요.”“하지만... 하지만 저 사람들이 진서준 씨를 잡으러 온 거라면요?”한서강은 서둘러 말했다.“국안부는 제가 1품 대종사를 죽인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절 잡으려고 일반 종사를 보냈을까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한서강은 진서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진서준을 잡으려고 한다면 적어도 대종사 두 명은 필요했다.“그렇다면 진서준 씨는 그들이 무엇
장조인은 그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진 선생님, 당시 제가 반드시 도와드리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협력 관계인 건 맞지만 저도 우리 장씨 가문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움직여야 했습니다.”장조인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뀐 걸 눈치채자 신민준과 우진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둘은 장조인 앞에 서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어제 진서준이 참격 하나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베었다는 소식은 이미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실력으로 진서준을 막는 건 어림없는 일임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조인에게 그들이 장씨 가문에 대한 충성을 보여줘야 했다.진서준은 장조인의 해명을 못 들은 듯, 권해철의 등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권 마스터님은 정상인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권해철도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권해철의 심각하게 부러진 뼈들이 기적처럼 모두 이어진 것이다.“진 상경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권해철은 흥분한 나머지 병상에서 벌떡 일어서 옷도 챙기지 않고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권해철을 붙들어 무릎을 꿇지 못하게 했다.“권 마스터님, 이럴 필요 없습니다. 권 마스터님이 구지범에게 당한 것도 저 때문이니 말입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권 마스터님, 일단 옷을 갈아입으세요. 저는 저 사람들과 밖에서 좀 더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네...”권해철은 그제야 자기가 알몸이란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진서준은 돌아서서 장조인을 힐끗 보고는 병실을 떠났다.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병실을 나선 진서준은 공원 뒤쪽 정원으로 걸어갔다.정원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미 많은 환자와 가족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장주호와 신민준은 이 청년이 왜 그런 허세 가득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즉시 깨달았다.진서준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진서준은 강남 서열 3위 가문 따위가 안 중에 있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진서준 한 사람만으로도 장씨 가문 내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장조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나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진 선생님, 제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던 장문주는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자기 시력에 문제가 생겨 헛것을 본 걸까,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깬 채 꿈을 꾸고 있는 걸까?.장씨 가문 가주가 한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다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더 끔찍한 건 장문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장조인이 진서준에게 사과한 걸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의 눈에는 장조인의 사과가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이미 숨이 끊어질 듯했던 장문주는 이 충격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허나 장문주의 죽음은 방 안의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들의 눈에 장문주는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개미 한 마리의 생사를 신경 쓸 리가 없었다.장조인의 사과에도 진서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고개를 푹 숙인 장조인을 차갑게 쓱 훑어본 뒤, 더 이상 장조인을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집중했다.장조인은 허리를 굽힌 채, 진서준이 대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내심 의아해졌다.결국 장조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진서준은 자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장조인의 마음속에는 순간 분노가 피어올랐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본인은 당당한 장씨 가문의 가주 장조인이었다.진서준이 아무리
칼처럼 날카로운 그 기운이 순식간에 신민준의 강기를 찢어버렸다.이어 그 기운이 신민준을 지나쳐 장주호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다.푹!장주호의 한 쪽 귀가 시뻘건 피를 튀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파도가 일어날 때의 물보라처럼 대량의 피가 장주호의 귀에서 쏟아져 나왔다.병실의 하얀 벽은 순간 섬뜩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아악!”장주호의 입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민준은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즉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한쪽 귀밖에 남지 않은 장주호의 모습을 발견했다.난생처음 보는 광경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다.자기 강기가 이 청년 앞에서 힘없는 종이처럼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넌 도대체 누구야? 왜 우리 장씨 가문을 이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거야?”상황 파악이 빠른 신민준은 즉시 이 청년이 자기가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깨달았다.오직 장씨 가문 내 지의방에 오른 높은 인물만이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아까 분명 말했지? 장조인을 부르라고.”진서준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응했다.신민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바로 가주에게 알리겠어. 기다려 봐.”바닥에 누워있는 장문주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졌다.장주호와 신민준이 자기를 도와 복수해 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복수는커녕 장주호가 오히려 한쪽 귀를 잃게 되었다.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장씨 가문 가주가 직접 오게 된다니, 상황은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이 청년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신민준은 장주호를 데리고 병실에서 나가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고는 이내 장조인에게 전화해 장씨 가문의 대종사도 데려오라고 요청했다.장조인은 이 일을 듣고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그 사람이 국안부 사람은 아닐까? 혹시 국안부가 우리 계획을 눈치챈 건가?”신민준은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우리 장씨 가문 계획을 모르는 것 같
장주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사람의 복장으로 보아 청년인 것 같았다.요즘 청년들은 언제부터 장씨 가문을 하찮게 여길 정도로 이렇게 대담해진 건가?이제 장씨 가문의 강남 내 위치를 반드시 높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최근 형님이 연락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장주호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스쳤다.그 사람들과 협력해 작전에 성공한다면 장씨 가문은 서씨 가문을 제치고 강남에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장주호는 머리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을 접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살짝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인 건가?”진서준은 권해철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어 장주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장주호가 이 일을 해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장주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버럭 냈다.“내 말 들리지 않아? 귀먹었어?”장주호의 고함이 떨어지자 방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언성 높여 시끄럽게 떠들 거면 당장 꺼져.”진서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감히 장주호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다니, 장주호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야? 감히 내게 시끄럽다고 호통쳐? 오늘 네가 우리 장씨 가문을 건드린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이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건방졌다.장주호는 여태껏 장씨 가문을 이토록 이렇게 무시하는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다.옆에 있던 신민준은 이 청년의 목소리가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민준아, 네가 먼저 저놈 좀 혼내고 와.”장주호는 신민준에게 명령하며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신민준은 즉시 체내의 강기를 손가락 끝에 모으고 가볍게 튕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