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67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화령문의 네 장로와 혈운 조직의 네 종사가 싸울 때 전해진 여파를 화령문의 제자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적지 않은 제자들이 제때 뒤로 물러나지 못해서 멀리 날아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권해철도 다가가서 도와주고 싶었으나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갔을 때 호산대진으로 인해 크게 다친 터라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 도와준다고 나서봤자 오히려 천경문 등 사람들에게 짐이 될 것이다.

누렁이는 호시탐탐 예준섭 등을 바라보았다. 누렁이의 눈동자에서 두려움이 보였다.

맹수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게다가 누렁이는 진서준의 검으로 인해 다친 적이 있었다. 비록 진서준이 치료해 주긴 했지만 아직 격렬한 운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권해철 어르신,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람들은 다 누구예요?”

허윤진이 달려왔다. 혈운 조직의 네 종사를 본 그녀는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혈운 조직의 종사예요. 진 마스터님께 복수하러 온 사람들이죠.”

권해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요? 혈운 종사라고요?”

허윤진은 겁을 먹고 깜짝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보운산에 있다는 걸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안 걸까요?”

“아마도 줄곧 우리 뒤를 밟은 것 같아요.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고요.”

권해철은 탄식하며 말했다.

혈운 종사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미행과 암살이었다.

진서준 등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미행하는 것은 그들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진서준 씨는요? 어디 있어요?”

허윤진은 불현듯 진서준이 그곳에 없다는 걸 발견했다.

권해철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 마스터님은 지금 수련하고 계세요.”

수련하고 있을 때가 방어력이 가장 약할 때였다.

만약 혈운 조직 사람들이 진서준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게 되면 진서준은 분명 죽을 것이다.

“뭐라고요? 왜 이럴 때 수련하고 있대요?”

허윤진은 초조해 보였다.

쿵!

한 사람이 싸우는 와중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68화

    그 제자들은 앞날이 창창했다.이렇게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장로들은 앞으로 무슨 면목으로 화령문의 역대 장문인을 마주한단 말인가?“너희들은 오늘 한 명도 떠날 수 없어!”변정선은 사장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차갑게 웃었다.“오늘은 화령문의 모든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 우리 혈운 조직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전부 알릴 것이다.”퍽퍽퍽!세 번의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경문 등 세 사람도 공격받고 날아가서 바닥에 세게 쓰러졌다.세 사람 모두 크게 다쳤다. 그중에서도 천경문의 상처가 가장 심각했다. 그가 입고 있는 도포는 다 찢겨나갔고 온몸에 검에 베인 흔적과 피가 가득했다.반대로 예준섭 등 네 명은 상처 하나 없고 숨조차 헐떡이지 않았다.그 광경에 사람들은 마음이 가라앉았다.천경문 일행은 그들에게 상처 하나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러니 그들의 제자들은 더더욱 불가능했다.혈운 조직 앞에서 천경문 일행은 아무런 승산도 없었다.“우리 제자들은 보내줘. 대신 진서준 씨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천경문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천경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특히 권해철과 허윤진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이때 진서준의 위치가 노출된다면 진서준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그럴 필요 없어. 당신들을 다 죽이면 천천히 찾아봐도 되니 말이야.”변정선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하나뿐이야. 그 자식이 날개라도 달리지 않은 이상 도망칠 수는 없어. 그리고 그 자식 여자 친구도 이곳에 있잖아?”허윤진이 그곳에 있으니 예준섭 등 사람들은 진서준이 나타나지 않고 몰래 도망치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당신들...”천경문은 예준섭 일행이 화령문 사람들을 전부 죽일 정도로 이렇게 악랄할 줄은 몰랐다.“크억!”뒤에서 계속 관전했던 누렁이가 갑자기 으르렁거리면서 펄쩍 뛰었다.그리고 몸 전체가 갑자기 커지기 시작하면서 털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누렁이는 마치 운석처럼 하늘에서 추락하며 예준섭 일행을 덮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69화

    석벽에 파묻힌 누렁이를 본 허윤진은 두 손으로 자신의 옷깃을 꽉 쥐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누렁이가 처음에는 허윤진에게 많은 공포를 가져다줬었지만, 진서준이 누렁이에게 어수인을 남긴 뒤로 누렁이는 마치 애완견처럼 온순해졌고, 그로 인해 허윤진은 누렁이를 자신의 애완동물로 여겼다.그런데 그런 누렁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허윤진은 무척 초조해졌다.“그렇게 저 짐승이 걱정돼?”허윤진을 바라보는 변정선의 눈동자에서 음욕이 보였다.혈운 조직의 종사와 다른 무인들은 큰 차별점이 있었다.그들에게는 실력이 가장 주요했다. 그들은 약자들을 학살하면서 자신의 공허하고 무료한 생활을 채우려고 했다.살인, 강간, 악행이란 악행은 모두 저질렀다.네 종사의 나이를 다 더하면 200살이 넘지만, 다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짐승이 아니에요. 이름 있어요. 제 애완동물이에요!”허윤진은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애완동물?”변정선의 표정이 더욱 음흉해졌다.“그러면 너도 내 애완동물 해. 지금보다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변정선의 더러운 발언에 허윤진은 화가 나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그녀는 많은 무인들을 만났었고 다들 하나같이 고상했다.그러나 변정선은 그저 나이만 먹은 양아치였고 종사로서의 기품은 전혀 없었다.권해철은 화를 내며 말했다.“변정선, 입 간수 좀 잘해. 진 마스터님께서 나오면 네 입을 찢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변정선은 그 말을 듣자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그러니까 진 마스터 보고 빨리 나오라고 해. 안 그러면 진 마스터 여자 친구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야.”권해철은 바짝 긴장해서 낮은 목소리로 허윤진에게 말했다.“허윤진 씨, 어서 가서 진 마스터님을 찾으세요. 제가 이 네 사람을 붙잡아둘게요!”“다들 조심해요. 지금 당장 진서준 씨를 불러올게요!”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목욕실로 달려갔다.허윤진이 몸을 돌려 도망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70화

    예준섭은 상황을 보고 천천히 말했다.“남주성의 권해철은 풍수살술에 능통하다는 말은 들어봤었는데, 이게 바로 당신의 비장의 무기죠?”권해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말할 힘도 없었다.조금 전의 뇌전비검으로 그는 많은 진기를 소모했다.만약 보운산의 영기가 짙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풍수살술을 다시 쓰지 못했을 것이다.천경문 일행은 그때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곧이어 체내의 마지막 남은 진기를 사용하여 풍수살술을 설치했다.이 풍수살술은 화령문의 절학이었다.실력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무도 종사가 풍수살술을 마주하게 된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네 사람이 힘을 합쳐 포진하고 나니 곧 풍수살술의 진법이 나타났다.이 풍수살술은 기운을 물체처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각을 매혹시키는 수단이 있었다.“방심해서는 안 돼.”예준섭이 나머지 세 명에게 당부했다.“알아요. 하지만 저자들은 이미 심하게 다친 상태예요. 이 풍수살술의 위력 또한 크게 줄어들 거예요.”변정선이 덤덤히 말했다.말하는 사이 네 사람 앞에 갑자기 안개가 피어올랐다. 하나는 뱀이고 하나는 호랑이였는데 거의 3미터는 될 법한 흰색의 맹수가 등장과 동시에 울부짖었다.뱀과 호랑이는 겉모습이 흉악하고 실력도 예사롭지 않았다. 발톱으로 살짝 긁었을 뿐인데 바닥 석판이 소리가 나면서 부서져 산산이 조각났다.“둘이 하나씩 없애.”예준섭 일행은 동시에 두 개의 안개로 된 맹수를 향해 달려들었다.흰 안개 속에서, 풍수살술을 포진한 권해철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지 못했다.그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은근히 들려올 뿐이었다. 적지 않은 제자들이 그 소리에 귀청이 째질 듯한 기분을 느껴 서둘러 손으로 귀를 막았다.“파괴되어라!”예준섭은 장검을 들고 조금은 흐릿하게 보이는 흰 뱀의 머리를 잘랐다.그 순간 흰 뱀은 울음소리를 냈고 머리 위 비늘이 산산이 조각났다. 검기가 뱀의 머리에서부터 시작해 그것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흰 뱀은 순식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71화

    퍽퍽퍽...둔탁한 타격 소리와 함께 권해철 등 사람들은 피 안개가 나타나는 걸 보았다.지면을 보니 수많은 제자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어떤 이들은 칼에 맞아 죽었고, 어떤 이들은 검에 베여 죽었고, 또 어떤 이들은 목이 꺾여서 죽었다.겨우 3분 사이, 화령문 반 이상의 제자들이 혈운 조직 네 사람의 손에 죽었다.짙은 피비린내가 도관 안을 가득 메웠고, 도관 전체가 붉은색 살기로 뒤덮였다.예준섭이 들고 있는 장검에서 피가 끊임없이 뚝뚝 떨어졌다.권해철과 천경문 네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예준섭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눈빛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때 권해철은 그제야 혈운 조직이 정말로 소문처럼 잔악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다른 살아있는 제자들은 이 순간 저항할 의욕을 잃었다. 그들은 벌벌 떨면서 멍한 얼굴로 지옥과도 같은 광경을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얼른 나와요. 권해철 씨 사형제들이 전부 죽게 생겼어요!”허윤진은 목욕실 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힘껏 두드렸다.그러나 허윤진이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허윤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왼쪽에 창문 하나가 있는 걸 발견했다.그 창문은 나무판자와 샌드페이퍼로 만든 것인데 조금만 힘을 줘도 망가뜨릴 수 있었다.허윤진은 서둘러 나무 의자 하나를 가져와 창문 아래 내려놓고 창문을 뚫고 들어갔다.그런데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갈 때 발밑이 미끄러워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고 옷에는 먼지가 잔뜩 묻게 되었다.허윤진은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서둘러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진서준이 눈을 감고 욕조 안에 있는 걸 본 그녀는 급하게 달려갔다.“진서준 씨, 수련은 그만하고 얼른 나가요. 권해철 씨랑 누렁이 모두 죽게 생겼어요!”허윤진은 너무 초조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주먹을 너무 힘줘서 꽉 쥐는 바람에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그러나 진서준은 마치 석상처럼 꿈쩍하지 않았다.“진서준 씨, 왜 그래요? 왜 말을 안 해요?”허윤진은 상황을 살피다가 서둘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72화

    진서준은 이 용혈과로 몸을 단련할 수만 있는 줄로 알아서 영해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는 줄은 몰랐다.이때 진서준 체내의 영해는 조금 더 높아졌고 몸도 아주 단단해졌다.지금은 총알이라고 해도 진서준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왜... 왜 옷을 안 입은 거예요?”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허윤진은 갑자기 진서준이 나체라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부주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허윤진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예쁘장한 얼굴은 붉어졌다. 마치 여름날 밤의 노을처럼 말이다/진서준은 서둘러 나무 욕조 안에서 뛰쳐나와 황급히 옷을 입었다.“윤진 씨,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진서준은 옷을 입은 뒤 서둘러 물었다.“혈운 조직의 네 명의 종사가 우리에게 복수하겠다고 찾아왔어요. 권해철 씨가 지금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진서준 씨가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허윤진은 진서준이 진지하게 얘기하자 서둘러 그의 손을 잡고 도관 쪽 대전으로 달려갔다....“너희는 분명 죗값을 치를 거야!”바닥에 즐비한 시체들을 본 천경문은 가슴이 짓이기듯 아팠다.그 제자들은 화령문의 근간이었고, 그들의 아이들이기도 했다.천경문 일행은 아이들이 자라는 걸 직접 봐왔었다.그래서 제자들을 일찌감치 자기 친아들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제자들이 예준섭 등 사람들에 의해 도륙당한 걸 보니 가슴이 찢기듯 아팠다.“다음에는 당신들 차례야!”함영식은 칼 두 자루를 들고 천경문 일행을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그가 쥐고 있는 갈혈도는 이미 검붉은색이 되어 있었다. 위에는 두 개의 긴 용이 그려져 있었는데 아주 흉포해 보였다. 그저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들었다.천경문 일행을 바라본 권해철은 비분에 찼고, 미안했다.“죄송합니다. 사형. 모두 제 탓입니다!”“네 탓이 아니다. 이건 우리가 겪어야 했던 일이었어.”천경문은 슬픔에 찬 얼굴로 탄식했다.이 순간 그는 십 년은 늙은 듯했다.다른 세 명의 장로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지만 이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73화

    분노, 슬픔, 자책... 여러가지 감정들이 진서준의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진서준은 자신의 출현으로 인해 화령문이 이렇게 큰 재앙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조금 전 그가 폐관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몰랐다.“진 마스터님, 부디 저희 제자들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천경문은 진서준을 보자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진 마스터님, 저희 화령문 제자를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싸늘한 시선으로 예준섭 일행을 바라보았다.“오늘 당신들 모두 죽어야 해. 그리고 내친김에 혈운 조직도 없애주지.”이것은 천경문을 향한 그의 약속이자, 죽은 이들을 위한 약속이었다.진서준의 목소리는 마치 심연 속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아, 예준섭 일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우리를 죽이려면 그럴 실력이 있어야지.”진서준의 일격에 예준섭 일행은 사실 아주 놀랐다.그러나 그들에게는 물러날 길이 없었기에 목숨 걸고 진서준과 싸워야 했다.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는 아무도 몰랐다.게다가 그들은 네 명이고 진서준은 혼자였다.“같이 덤벼서 저 자식을 죽이자고!”예준섭은 소리를 지르면서 두 발을 힘껏 굴렀다. 순간 발밑의 땅이 가루가 되었다.함영식 등 세 명이 그의 뒤를 바짝 따라서 진서준을 죽이려고 들었다.네 명의 대성 종사는 기세가 엄청났다. 먼 곳에서 관전하고 있던 허윤진은 입술을 깨물면서 손가락 관절이 희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진서준 씨, 꼭 무사해야 해요!”허윤진은 진서준을 위해 묵묵히 기도하고 있었다.기세등등한 네 명 앞에서 진서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체내의 장청의 힘을 동원했다.다음 순간, 진서준의 손바닥이 담청색으로 변했고 그의 손 뼈 또한 아주 또렷해졌다.그의 손바닥에 모여든 영기가 자주색의 번개로 변하여 네 사람을 향해 덮쳐들었다.천둥이 손에서 벗어났다. 마치 하늘 위 천둥처럼, 수백 마리의 자줏빛 뱀처럼, 예준섭 일행을 습격했다.“강기화이?”네 사람의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그것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74화

    “폭원단을 써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넷이 저 자식을 이길 수는 없어.”변정선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폭원단을 복용하면 단기간에 네 사람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네 사람은 원래 대성 종사라서 폭원단을 사용하면 아마 선천 대종사와 실력이 엇비슷해질 것이다.그러나 폭원단을 쓰면 큰 부작용이 있었다.예전에 유혁수가 그것을 복용했을 때 순식간에 30살 넘게 늙었다.“폭원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오늘 저 자식을 죽여야 해!”네 사람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폭원단을 꺼냈다.권해철은 상황을 보다가 서둘러 진서준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진 마스터님, 절대 저들이 폭원단을 복용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진서준은 그들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차갑게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폭원단을 복용한 뒤 예준섭 일행은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무 살 넘게 늙은 것 같아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처럼 보였다.허약하고 무기력했던 그들의 몸이 다시 전성기로 돌아왔다. 전성기보다 더 좋으면 좋았지 못하지는 않았다.쿵!폭발음과 함께 함영식은 자신의 갈혈도를 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기세가 전보다 훨씬 더 강했다.“네 피로 이 칼을 물들이겠어!”함영식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칼보다 50cm는 더 긴 듯한 붉은색 도강이 진서준을 향해 덤벼들었다.권해철은 참지 못하고 창백해진 얼굴로 몸서리를 쳤다.“혈운 조직이 이렇게 악랄할 줄이야!”네 사람은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진서준을 죽이려고 했다.마지막에 폭원단을 복용한 변정선은 한 번에 폭원단 세 알을 삼켰다.그의 실력은 폭원단으로 인해 선천 대종사와 엇비슷한 수준이 되었다.이렇게 무시무시한 진영이라면 선천 대종사라고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진서준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담청색의 영기가 그의 두 손을 뒤덮었고 함영식의 두 칼을 가볍게 두드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함영식의 공격이 해결됐다.그러나 나머지 세 사람이 진서준을 에워쌌다.자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75화

    진서준이 날아가는 순간 권해철 등 사람들은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허윤진은 미친 사람처럼 진서준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무너진 대전을 향해 달려갔다. “진서준 씨, 진서준 씨! 절대 죽으면 안 돼요!”허윤진은 마음이 아파 눈물을 줄줄 흘렸다.진서준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녀도 진서준과 함께 죽을 생각이었다.변정선 등은 악랄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이 바로 네가 잘난 체한 결과야. 우리 넷이 폭원단을 먹으면 진정한 선천 대종사라고 해도 우리 손에 죽게 돼 있어. 오늘 너희를 같이 지옥으로 보내주지. 길동무가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 거야!”퍽!허윤진이 반쯤 달려갔는데 폐허더미가 갑자기 폭발했다.진서준이 폐허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서준 씨가 무사할 줄 알았어요!”허윤진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났고 몸도 덜덜 떨렸다.“아직 살아있다고?”변정선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조금 전 변정선은 온 힘을 다해 발차기를 날렸다.폭원단을 무려 세 알이나 복용했기 때문에 그 위력이 선천 대종사가 사력을 다한 일격보다 절대 약하지 않을 것이었다.“이렇게 쉽게 죽지 않을 줄 알았어.”예준섭은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넌 오늘 반드시 죽게 될 거야!”함영식과 하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무기에서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의 등 뒤에 남았던 상처는 혈기의 작용 덕분에 서서히 사라졌다.조금 전 예준섭 일행과 근접전을 펼치면서 진서준은 영기를 쓰지 않고 조금 전 응집해 둔 혈해의 기운을 썼다.진서준은 영기와 비교했을 때 혈해가 훨씬 더 위력이 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조금 전 영기로 몸을 보호했다면 절대 함영식의 발차기에 상처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혈해의 기운 덕에 진서준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많아졌다.앞으로 정말 강적을 만나게 된다면, 영기를 다 소모한 상태에서도 혈해의 기운을 사용하여 상대와 육탄전을 벌일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2화

    김평안이라니, 아무도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곧 이 이름이 대한민국 무도계에 널리 퍼질 것은 분명했다.남주성 진 마스터가 등장한 데 이어 이제는 검선 김평안이 나타나다니, 대한민국 무도계는 요즘 정말 떠오르는 샛별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진서준과 김평안이 사실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현장 사람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혹시 김평안과 진 마스터가 만나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누군가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대단한 능력이 있잖아. 진 마스터는 강기와 술법에 능하고 김평안은 검도에 능하니 실제로 붙으면 막상막하일 거야.”한 종사가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답했다.“근데 이상하지 않나? 벌써 석 달이 넘었는데 진 마스터는 대한민국에서 증발한 것처럼 진 마스터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잖아.”“설마 김평안이 바로 진 마스터가 아닐까?”누군가 농담 삼아 말했다.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그 예상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진 마스터도 검을 쓴 적은 있지만 검도에 대한 이해는 그리 깊지 않다고 들었어.”“김평안의 검술은 섬나라 작은 검성을 순식간에 제압할 정도인데, 이는 대한민국 검존과 같은 수준일 거야. 진 마스터가 아무리 천재라 해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잖아.”주변 사람들의 찬사에도 진서준은 무심하게 지나쳤다.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오자 엘리사가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김평안 씨, 대회에서 우승한 걸 축하해요.”진서준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벌레 같은 놈 하나 베었을 뿐인데, 축하할 일도 아니죠.”“김평안 씨, 고시후는 벌레로 불릴 만큼 무능한 무인이 아닙니다. 고시후는 섬나라 작은 검성이자 고필두 다음 가는 실력자예요.”호창정는 흥분한 얼굴로 고시후에 관해 설명했다.김평안이 고시후를 단 한 칼에 쓰러뜨렸으니 고필두도 마찬가지로 이길 수 있다는 말 아닌가?현천진군이 도대체 어디서 이 막강한 실력을 갖춘 무인을 데려온 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1화

    이번 교류 대회는 결승전에서도 여전히 3판 2선승제였다.아까 고필두가 기권하면서 섬나라는 이미 한 판을 졌다.이제 진서준이 고시후를 이기기만 하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번 교류 대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이번 대회의 우승이 그렇게 쉽게 얻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고시후는 고필두만큼 명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그 또한 섬나라의 작은 검성이라 불리는 막강한 존재였다.고시후의 실력은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이번엔 누가 대신 죽으러 나왔나?”자신감에 차 있는 고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서준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죽을 사람은 바로 너야. 고필두가 체력 부족으로 네 목숨을 잠시 연장해줘서 고맙게 생각해. 고필두의 체력이 저 정도로 고갈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넌 이미 고필두의 검 아래 시체로 되었을 거니까.”고시후가 쌀쌀하게 웃으며 받아쳤다.진서준은 고시후를 무시한 채 사회자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시작해도 되나요?”“시작하세요!”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사실 진서준은 고필두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기권했기 때문에 이번엔 이 작은 검성이 고필두를 대신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당연히 진서준이 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진서준의 번개처럼 빠른 속도를 보고 모두 멍해졌다.“저 사람...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여러 겹의 잔상이 링 위에 차례로 나타났는데 이 속도는 아무리 봐도 육급 대종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심지어 조금 전의 해리스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벌려진 입으로 감탄하기도 전에 찬란하고 푸른 검광이 링 위에 나타났다.하늘조차도 그 푸른 검광의 참격에 의해 두 갈래로 나뉜 듯했다.이 참격은 오직 검의 수준에 맞먹을 뿐, 검세급에는 이르지 않았다.참격의 강도를 낮춘 이유도 간단했다.눈앞의 작은 검성으로는 진서준이 검세까지 사용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이 검의 대성 수준을 담은 검광을 휘두르는 걸 직접 목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0화

    진서준이 고필두의 검을 쉽게 막아내자 관중들은 그제야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고필두가 항복한 게 당연하지. 아까 해리스랑 싸우며 힘을 다 소진했나 보지.”“아마 검을 내려치기 직전에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미리 항복한 거겠지.”“어휴, 이기긴 했지만 불명예스러운 승리잖아. 진 거나 다름없네.”다들 고필두가 항복한 이유가 아까 해리스와의 대결에서 체력이 과도하게 소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네 나약함이 네 목숨을 구했군.”진서준은 고필두의 요도를 집었던 두 손가락을 거두고 냉랭하게 말했다.고필두는 속에서 밀물처럼 몰려오는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 진서준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고필두가 항복을 외쳤을 때조차 비겁한 그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고 힘도 덜어내지 않았다.그런데 고필두의 요도는 진서준의 두 손가락에 꽉 잡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고필두는 요도를 거두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링을 내려갔다.“쓸모없는 놈, 사람 잘못 봤어!”고필두가 도망치듯 내려가는 모습을 본 황현호는 화가 나 이마에 핏대가 섰다.고필두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황현호가 상상할 수 없었다.“다행이네요. 저 섬나라 남자가 항복해서 정말 다행이네요.”조민영은 진서준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옆에 있던 조기강이 조민영을 보며 따졌다.“민영아, 김평안이 자기 실력에 대해 너한테 뭐라고 말한 적 있니?”조민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다만 장릉 마을에서 내가 사수에게 잡혔을 때, 그 악당을 공격 세 번 안에 제압했던 적이 있었어요.”사수를 단 세 번의 공격 만에 죽였고 또한 검세마저 대성이라니, 진서준의 실력은 조기강보다 한참 위일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왜 여태껏 이렇게 대단한 사람에 관해 아무런 정보도 들은 적이 없는지 조기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 김평안이라는 자가 봉호전에 참가했다면... 검존의 봉호가 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9화

    사회자가 아직 시작을 외치기도 전에 고필두는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필두의 속도는 이미 음속을 넘어섰고 손에 든 요도는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진서준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이 장면을 본 모두의 마음이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진서준의 머리가 날아가게 생겼다는 게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생각이었다. 물론 조기강도 이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이런 말 들어본 적 있나?”그 날카롭고 눈부신 검광을 마주하고도 진서준의 얼굴엔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시선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고 평온했다.“대한민국 무인 앞에서 칼을 휘두르겠다니, 어이가 없구나. 우리 조상들이 검을 다룰 때,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나무 위에서 원숭이처럼 바나나나 먹었겠지. 오늘 내가 너희 섬나라 사람들에게 진정한 검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마.”진서준의 목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이 녀석은 고필두의 심기를 완전히 건드릴 생각인 것 같았다.몇몇 관중들은 이미 눈을 감았다. 다들 곧 피범벅이 되어 피비린내를 풍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필두의 눈에는 잔인한 살기가 맺혔고 시선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처음에는 한 방에 진서준의 목숨을 끝내려 했지만 지금 고필두의 생각이 180도로 변했다.고필두는 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무인을 극심한 고통 속에서 허덕이다 죽게 하고 싶었다.고필두는 검의 방향을 바꿔 진서준의 왼팔을 겨냥했다.요도가 진서준의 몸에 닿기 직전, 진서준의 오른손이 앞으로 뻗었다.순간,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청색 검광이 공중에 번쩍였다.검광은 비록 얇았으나 그 순간 모든 이들의 마음에 거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짧은 순간 눈 부신 빛을 보이던 검광은 단순한 검광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천둥과도 같았다.아무런 방비도 없었던 고필두의 마음에 강렬한 위기감이 솟구쳤다.진서준의 오른손에는 눈부신 푸른빛을 발산하는 7척 길이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그 장검은 아무런 장식도 없었고 겉모습도 평범해 보였다.하지만 다음 순간, 청색 검신에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8화

    아까 고필두가 보여준 실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했다.조기강이 고필두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진서준이 고필두를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삼촌, 아저씨랑 저 섬나라 검객 중 누가 이길 것 같아요?”조민영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평안은 신농에 들어가지 않았어? 어떻게 다시 나왔지?”갑자기 등장한 진서준을 보고 조기강도 순간 멍해졌다.당시 조기강은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전부 정리하고 진서준을 신농으로 들여보냈다.그런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진서준이 다시 신농에서 바깥세상에 나온 것이다.“삼촌, 김 아저씨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나중에 물어봐요. 지금은 둘 중 누가 이길지 말해줘요.”조민영은 조기강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조르기 시작했다.“흔들지 마라. 네가 아무리 흔들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조기강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고필두는 지금 새 상대와 대결할 힘이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김평안을 이기기에는 충분해.”아까 고필두의 광자 참격은 조기강마저도 깜짝 놀라게 했다.조기강이 직접 저 링에 올라 대결한다면 고필두를 이길 수는 있겠지만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지금 링 위에 있는 김평안은 아예 승산이 없었다.조기강이 진서준에게는 승산이 없다고 하자 조민영은 초조해져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삼촌, 이따가 김 아저씨를 좀 도와줄 수 없어요?”“안 돼. 이건 국제 대회야. 내가 개입하면 우리 팀이 이기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거야. 그때는 윗사람들도 우리 조씨 가문을 탓하게 될 거고.”조기강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고 이내 속으로 대한민국 교류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형편없다는 걸 알았으면 자기가 직접 나섰을 거라며 한탄했다.엘리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속으로 진서준을 걱정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김평안의 등장에 당혹해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저 중년 남자는 누구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몰라. 저 남자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쯧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7화

    이 순간, 하늘과 땅 사이 모든 흐름이 한순간에 멈춘 듯했다.피가 졸졸 흐르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눈을 휘둥그레 뜬 엘리사는 눈앞에서 벌어진 황당한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엘리사의 친위대 대장이 한낱 섬나라 검객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패하다니, 너무나 경악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졌고 말문이 막혔다.육급 대종사인 해리스도 고필두의 광자 참격 앞에서는 이토록 무력했다니, 이 고필두의 실력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지금 상황으로 봐선 칠급 이상의 대종사만이 고필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호창정은 하얗게 질린 창백한 얼굴을 돌려 진서준에게 말했다.“김평안 씨, 차라리 이 대결을 포기합시다. 산을 남겨두면 언젠가 땔감을 얻을 기회는 또 있어요.”해리스도 이렇게 깔끔하게 당했는데 사급 대종사 경지에 불과한 김평안은 상대가 되기엔 턱도 없이 부족했다.대표팀 사람들은 김평안이 링에 올라가 봤자 고필두의 참격을 한 방도 견뎌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하지만 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걱정 마세요, 난 내 한계를 잘 알고 있어요.”고필두의 실력이 확실히 대단한 건 맞지만 지금 그는 온몸의 힘을 거의 다 고갈한 상태였다.아까 열세 번의 검광은 고필두 체내의 모든 강기를 거의 다 소모했다.지금 진서준이 이런 상태의 고필두를 이기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서둘러 주세요. 해리스 씨를 구해야죠.”엘리사도 정신을 차리고 즉시 자기 황실 친위대에게 해리스를 구하라고 지시했다.고필두는 해리스를 죽이진 않았다. 해리스가 용란 황실의 친위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고필두가 진짜 해리스를 죽이기라도 했다면 용란의 적대감을 살 게 분명했다.누가 섬나라의 진정한 적인지 고필두는 구분할 줄 알았다.하지만 고필두는 자기가 이 필살기를 보이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권할 것 같아서 내심 두려웠다.이런 밥맛 떨어지는 상황은 무조건 피하고 싶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6화

    “해리스도 만만치 않네. 강기를 사용해 고필두 요검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걸 보니 해리스도 대단한 실력이야.”“누가 이기든지 간에 다음 경기에서 우리가 질 게 뻔하구나.”누군가 한숨을 내쉬며 신세를 한탄했다.해리스와 고필두가 이렇게 강력한 모습을 보이자 아무도 자국 팀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주로 대한민국 대표팀 안에는 눈에 익은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대표팀 팀원들의 실력을 보니 솔직히 대종사 경지에도 못 미칠 것 같았다.대종사도 아닌 무인이 링에 올라가 저 두 사람과 대결하면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엘리사는 해리스가 전혀 다치지 않은 것을 보자 드디어 안심하며 긴장하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긴장이 풀린 엘리사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약간 자랑스럽게 말했다.“김평안 씨, 해리스 씨가 무조건 진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해리스 씨가 지금 이 섬나라 검객과 절대 밀리지 않는 상태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잖아요.”진서준은 그 말에 평온하게 대꾸했다.“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는 곧 알게 될 겁니다.”곧 알게 된다니, 엘리사는 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엘리사의 눈에 지금 기세가 절정 상태인 해리스가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쿵!엄청난 소리와 함께 고필두와 해리스가 각각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어느새 단단한 강철로 만든 링 위에는 검에 베인 자국이 수백 개 생겼다.이 검에 베인 자국들은 전부 고필두의 검기가 스쳐 지나간 후 생긴 것이었다.“애들 소꿉장난은 여기까지야.”말을 마친 고필두는 링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그 후 링 위에는 고필두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고 마치 수많은 고필두가 링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이 장면을 본 해리스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자기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해리스의 근육이 갑자기 급격히 부풀어 오르며 매끈한 정장을 단번에 찢어버렸다.한 줄기 강기가 해리스의 상반신을 감싸고 있었고 햇빛 아래서 해리스는 금빛으로 보호받고 있는 듯했다.“고필두가 광자 참격을 쓸 것 같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5화

    모든 사람은 숨을 죽이고 링 위에 서 있는 해리스와 고필두를 주시하고 있었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두 사람의 대결 중 하이라이트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김평안 씨, 해리스가 정말 고필두의 상대가 될 수 없는 건가요?”호창정은 여전히 믿기 힘들어했다.해리스는 육급 대종사였고 반면에 고필두는 사급 대종사에 불과했다.검수는 강기를 수련한 무인보다 강하긴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두 단계 대종사라는 큰 격차가 있었다.이 두 단계의 차이는 그렇게 쉽게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냥 조용히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진서준은 추가 설명 없이 해리스와 고필두를 평온하게 바라보았다.사회자가 시작 신호를 알리자 두 사람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선공이 강하다는 말은 고수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수 사이의 대결에서 일반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자가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었고 일단 빈틈이 보이면 패배할 확률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관중들이 슬슬 지루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날카로운 검 소리가 울려 퍼졌다.주위의 몇몇 검을 지닌 무인들은 자기 검이 방금 그 검 소리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고필두가 쥐고 있는 장검은 매미 날개처럼 얇았고 차갑고 섬뜩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고필두는 단순히 검을 들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풍겼다.“삼촌, 삼촌이 이 섬나라 사람과 대결한다면 누구 검술이 더 강할까요?”관중석에서 조민영이 궁금한 눈빛으로 조기강을 바라보며 물었다.조태희와 함께 동북으로 돌아가야 했던 조민영은 조기강에게 국제 무도 교류 대회를 보러 가자고 발을 동동 구르며 부탁했다.조태희는 결국 조민영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대신 대회가 끝난 후 조기강과 함께 동북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다.“고필두 실력은 내 아래야.”조기강은 고필두를 바라보며 천천히 한마디를 내뱉었다.조기강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조민영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왜냐하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54화

    “대한민국, 섬나라, 그리고 용란의 대표팀 팀장들은 올라와서 마지막 추첨을 진행해 주세요.”나머지 세 팀 중 두 팀이 대결하니 나머지 한 팀은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할 판이었다.호창정은 마음속으로 공석에 걸리기를 조용히 기도했다.동시에 해리스가 고필두를 이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 진서준이 살아남을 희망이 있었다.추첨을 받은 순간, 호창정의 손은 바르르 떨렸고 심장이 두근거렸다.“음? 또 부전승이네.”3번을 뽑았을 때, 호창정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섬나라의 그 팔자수염 남자가 호창정의 3번 추첨을 보고 비웃었다.“너희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런 더러운 짓밖에 못 하나 보구나. 하지만 괜찮아, 어차피 우리는 결승에서 만날 거니까. 너희가 결승전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팔자수염의 말에 호창정은 얼굴이 화끈해졌고 목이 바짝 말랐다.“당신들 대한민국 운이 참 좋군요.”해리스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한판 대결도 안 치르고 그대로 결승에 진출하다니, 하늘이 선택한 운명의 인물이거나, 아니면 암암리에 어떤 뒷거래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어찌 됐든 해리스의 목표는 달성됐다.섬나라의 이 검존과 아무런 걱정도 없이 정식으로 대결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경성에는 10명 이상의 용란 황실 경호원이 지금 주둔하고 있다.해리스가 심하게 다치더라도 엘리사를 혈수사의 손에서 지킬 수 있었다.“김평안 씨, 또 부전승이에요, 대박이에요.”호창정이 자리로 돌아와 격앙된 어조로 외쳤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미소 지을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해리스가 대결을 위해 링에 올라가려 할 때 진서준은 몸을 돌려 한마디 했다.“투항해야 할 때는 깔끔하게 투항해. 괜히 버티다가 목숨 잃는 짓 하지 마.”해리스는 그 말에 화를 내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건 무슨 말이야? 내가 고필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똑똑히 잘 들어, 나 해리스 사전엔 투항이라는 두 글자는 존재하지 않아. 우리 용란 황실 경호대 명예에 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