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제성과 인승민도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도망칠 준비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수 있으니까.”한제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권해철도 맹수를 상대하지 못하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은 절대 맹수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가 나서주시겠어요? 전 저것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권해철은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뒤로 물러나세요.”조금 전 권해철은 천둥으로 맹수를 제압하려 했는데 그것은 꽤 좋은 방법이었다.그러나 문제는 권해철의 뇌검의 위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사자는 권해철이 물러나자 의기양양하게 으르렁댔다.진서준은 앞으로 몇 걸음 나서서 사자와 5미터 정도 거리에서 멈춰 섰다.진서준이 사자와 가까워지자 허윤진은 불안해졌다.다른 사람들도 진서준이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해 안색이 좋지 않았다.“이 산에서 백 년 동안 수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테니, 지금 당장 떠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진서준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은 대경실색했다.이렇게 건방진 말을 하다니, 진서준은 미친 걸까?그 사자는 백 년간 수련한 사자였다. 비록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경멸에 가득 차 있던 사자의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사자는 눈빛뿐만 아니라 표정에도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크르르!”사자의 울부짖음에 사람들은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아서 귀를 막았다.그러나 진서준은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사자를 바라보았다.“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야. 가지 않겠다면 나도 봐주지 않을 거야.”인승민은 온몸이 벌벌 떨렸다.“죽고 싶은 거면 혼자 죽지, 왜 우리 발목까지 붙잡으려 하는 거지?”사람들은 사자가 진서준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났음을 보아냈다.그들에게는 살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곧 이 숲속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진 마스터님을
인승민은 그 광경을 보더니 미간을 팍 찌푸리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는 종사가 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진서준이 시전한 강기 같은 것은 처음 보았다.형태도 없고 색깔도 없는 강기였다. 그것은 윤구주가 종사로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정말 20대 맞나?”인승민은 너무 놀라웠다.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진서준이 20대라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허공에서 내려오던 사자는 그 광경을 보자 흉악한 눈동자에 얼핏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곧 사자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으르렁댔고, 힘 있는 두 발이 진서준의 머리로 날아들었다.사자는 건방진 인간에게 자신을 화나게 하면 죽음밖에 없다는 걸 알려줄 생각이었다.쿵...사자가 내려오자 지면이 흔들리면서 먼지가 일어 진서준과 사자의 모습이 가려졌다.지면에는 20cm 정도 너비의 균열이 생겼다. 그것은 진서준이 있는 곳에서부터 거의 10m 가까이 쭉 뻗어져 나간 뒤에야 멈췄다.무시무시한 힘이었다. 미사일보다도 더 강한 수준이었다.“진 마스터님 죽은 건 아니겠죠?”한제성이 덜덜 떨면서 물었다. 그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했다.사자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라면 선천 대종사라고 해도 살 수 없을 것이었다.“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조금 더 기다려보죠.”권해철은 진서준에게 아주 큰 희망을 품고 있었다.먼지 속에서 진서준의 두 손이 담청색으로 감싸여 있었다.그는 두 손으로 사자의 두 앞발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고, 그가 서 있는 곳에 30cm 정도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사자는 온몸에서 강렬한 맹수의 기운을 내뿜었다. 그 기운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기절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사자의 실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힘만 봤을 때 선천 대종사는 사자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사자의 몸은 아주 단단했고 평범한 종사는 사자에게 상처조차 남길 수 없었다.그러나 사자는 동물이지 인간이 아니다.영성이 있다고 해도 절대 그 약점을 보완할 수는 없었다.
2미터 높이의 사자는 또 50cm 정도 더 커졌다.체형을 보면 성년 코끼리와 다를 바 없었다.사자는 몸의 근육이 한껏 부풀어 올라서 단번에 산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그리고 금빛 털도 점차 붉은색으로 변했다.그 광경에 권해철 일행은 불안해졌다.“진 마스턴님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망설여서는 안 돼. 바로 도망쳐야 해.”인승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아요.”한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무시무시한 맹수라서 상대가 될 수 있을는지 알 수 없었다.국방부의 중무기로도 사자를 죽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저 용혈과가 하나만은 아니었나 보네. 전에 하나 먹었지?”어마어마한 기세를 내뿜는 사자 앞에서도 진서준은 의연했다.진서준의 왼쪽 손이 살짝 떨리자 천문검이 소리를 냈다.쿵!검과 발이 부딪히는 순간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사자의 두 발에서 흐른 피였다.사자는 곧바로 거리를 벌리려고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진서준은 검을 들고 서서 초라한 꼴의 사자를 바라보았다.“진 마스터님께서 저것을 상처입혔다니!”권해철은 깜짝 놀랐다.조금 전 그가 시전한 48개의 뇌검으로도 사자를 상처입힐 수는 없었다.그러나 진서준은 겨우 검 하나로 사자의 두 앞발을 피로 물들였다.그 순간, 권해철은 자신과 진서준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인승민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진서준을 얕봤음을 깨우쳤다.“크억!”사자는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광기에 사로잡혔다.사자는 눈이 벌게져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그 살기만으로도 인승민 일행은 등골이 오싹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 붉은 핏빛이 된 사자는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죽고 싶나 보네!”진서준은 그것을 바라보며 천문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엄청난 영기가 천문검 안으로 주입되었고, 진서준은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무지개 같은 검광은 하늘과 땅을 전부 가를 수
진서준이 이겼다.권해철 일행은 그렇게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심지어 처음에는 자기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인승민은 진서준의 모습을 바라보자 문득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그는 하마터면 사자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겨우 20대 청년인 진서준은 사자를 손쉽게 해치웠다.권해철은 경외심이 듦과 동시에 깊은 두려움도 생겼다.당시 만월호에서 그가 기세를 꺾지 않았더라면, 또는 몰래 진서준을 해치우려고 했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가장 기뻐하는 건 당연하게도 허윤진이었다.진서준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막지 못했던 사자를 제압했다.“내게 굴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진서준은 겨우 숨만 내쉬는 사자의 앞으로 걸어가서 평온하게 말했다.조금 전 진서준이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면 사자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사자의 눈빛은 조금 전처럼 사납지 않았다. 사자는 오히려 경외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애써 낮게 으르렁거렸다.“크르르...”사자는 이제야 자신이 눈앞의 청년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진서준은 천문검을 거두어들인 뒤 곧 손을 들어 사자의 머리 위에 놓았다.곧 장청의 힘이 사자를 감쌌고, 멈추지 않던 피가 멈추고 상처가 금방 나았다.수많은 검에 베인 상처도 아물기 시작했고, 어떠한 힘이 사자의 오장육부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조금 전 외부만 다치게 한 게 아니라 내부 기관까지 다치게 했다.진서준이 살려주지 않는다면 사자는 30분 안에 출혈 과다로 죽게 될 것이었다.진서준이 맹수를 치료해 주자 인승민과 한제성은 당황한 얼굴로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진 마스터님, 이놈을 왜 구해주는 겁니까? 이번에 따라온 무인 중 반이 이놈에게 죽었는데 말입니다.”인승민은 화가 난 얼굴로 사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사자를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말했다.“지금 날 가르치려 드는 겁니까?”인승민은 등골이 오싹해서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아뇨, 전 단지 화가 나서...”진서준의 조금 전 모
진서준의 설명을 들은 한제성은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진 마스터님, 그러면 제 누나를 구해주실 수 있으십니까?”한제성은 간절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 마스터님께서 제 누나를 구해주신다면 제가 평생 소가 되고 말이 되겠습니다.”진서준은 손을 저었다.“보운산에서 내려가면 전라도에 한 번 갈 생각이에요. 그때 치료해 드리도록 하죠.”친구가 한 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살길이 많아진다.한제성은 누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보운산에 와서 용혈과를 찾았다.진서준은 그의 용기를 높이 샀다.게다가 진서준은 전라도에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의 편이 생긴다면 조씨 일가에 손을 쓸 때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한제성은 감격한 얼굴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진서준 씨, 절 잊은 거예요?”허윤진은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씩씩거리면서 절벽 끝에 서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진서준은 그제야 그녀가 아직도 절벽 끝에 서 있다는 걸 떠올렸다.“살짝 뒤로 움직여요.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요.”허윤진이 위험한 곳에 서 있자 진서준이 당부했다.“그럴 리가...”허윤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발밑의 바위가 허물어졌고, 순간 중심을 잃은 그녀는 밑으로 추락하려고 했다.“윤진 씨!”진서준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다가갔다.추락하는 느낌에 허윤진은 두려움을 느꼈다.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보다도 더 큰 두려움을 말이다.그녀는 새된 소리를 질렀다.“진서준 씨, 어서 절 구해줘요!”위기일발의 순간, 진서준은 절벽 끝에 다다라서 두 손으로 허윤진을 단단히 잡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진서준에게 안긴 허윤진은 곧바로 두 팔로 그의 목을 감고 그를 꼭 안았다.“이제 괜찮으니까 손 놔요.”진서준이 나긋하게 말했다.“싫어요. 무서워요...”허윤진은 팔을 풀려고 하지 않고 그를 계속 안고 있었다.한제성 일행이 쳐다보고 있자 진서준은 뻘쭘해졌다.“그러면 계속 안고 있어요. 하지만 돌아가면 저
허윤진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이 맹수를 타고 산에 오를 거라니.비록 지금은 온순해 보이지만 어쩌면 잠시 뒤 그들을 죽이려고 들지도 몰랐다.혹시라도 벼랑 같은 곳에 도착해서 갑자기 돌변하여 그들을 떨어지게 한다면 어떡한단 말인가?허윤진의 망설이는 모습에 진서준은 웃었다.“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조금 전에 치료해 줄 때 체내에 어수인을 새겼거든요. 혹시라도 우리에게 살기를 품는다면,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게 돼요.”어수인은 장철결 중의 하나로 세상의 모든 동물을 다스릴 수 있었다.어수인이 새겨진 동물은 주인에게 굴복하고 주인을 두려워한다.눈앞의 이 사자가 이렇게 순해진 것도 어수인의 효과가 컸다.진서준의 설명을 들은 허윤진은 그제야 사자의 등에 올라탔다.2미터 높이의 사자 위에 타자 시야가 확 트였다.그러나 허윤진은 고소공포증이 있었고 혹시라도 떨어질까 봐 두려워 올라가자마자 진서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두 사람도 올라오래요?”진서준은 권해철 등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아뇨. 우리는 걸어서 올라가면 됩니다.”권해철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괜히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그러면 출발하자.”진서준은 출발해도 된다는 뜻으로 사자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컹...”사자는 낮게 울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깊은 숲속을 향해 뛰었다.권해철과 이승재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윤진 씨, 팔 좀 살짝 풀어주면 안 돼요? 너무 꽉 끌어안았어요.”조금 전 산으로 들어올 때, 진서준은 허윤진을 업고 있었고 발끝에 집중하느라 허윤진을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그러나 지금은 사자의 등에 타서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았다.그래서 등 뒤의 탄력있고 따뜻한 촉감이 더욱 뚜렷이 느껴졌다.사자가 달리고 있어 조금 흔들렸는데 허윤진도 따라서 흔들리며 진서준을 자극했다.허윤진은 얼굴이 빨개져서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진서준보다 느낌이 더욱 뚜렷했다.하지만 힘을 풀면 떨어질까 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안 돼요,
그러다 문득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진서준은 서둘러 허윤진의 두 손을 떼고 그녀가 멋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허윤진이 아무리 멍청해도 진서준이 왜 힘들다고 했는지 이젠 이해할 수 있었다.그 뒤로 허윤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진서준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진서준은 아직 허사연의 남자 친구였다.허사연이 곁에 없는 틈을 타서 진서준과 그런 짓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허사연을 마주하겠는가?그 뒤로 두 사람은 원수가 될 수도 있었다.진서준은 안도했다.그는 제멋대로인 허사연이 혹시라도 이성적이지 않은 행위를 할까 봐 걱정됐다.사자는 그렇게 30분 정도 더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누렁이 얘 왜 갑자기 멈춰 선 거죠?”허윤진은 사자가 멈춰 서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렁이요? 누렁이는 개 이름 아닌가요?”진서준은 피식 웃었다.“몸의 털이 다 누러니까 누렁이라고 부르는 건데 안 돼요?”사자는 허윤진이 자신에게 지어준 이름을 듣자 눈빛에 원망이 살짝 감돌면서 불만스러운 듯 울었다.진서준은 웃었다.“앞으로 널 누렁이라고 부를게!”주인까지 그렇게 말하자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티를 낼 수는 없었다.“앞에 사람 두 명이 있네요. 권해철 사문의 사람 같네요.”진서준은 먼 곳을 바라보며 평온하게 말했다.“사람이 있다고요? 전 안 보이는데요?”고개를 든 허윤진은 진서준이 말한 곳을 보았으나 흰 안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곳은 화령문과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영기가 아주 짙었다.진서준이 이 산에서 1년 넘게 수련했더라면 실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다.그러나 진서준은 이곳에서 홀로 수련할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와 동생이 집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내년 3월에는 신농산으로 가야 했다.“권해철 씨는 뒤에 있으니 일단 잠깐 숨어있다가 권해철 씨가 도착한 뒤에 다시 보죠.”진서준은 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 발각당할까 봐 사자에게 숨을 곳을 찾으라고 했다. ...진서준과 2km 정도 떨어진 곳
천경문과 차형석이 이번에 하산하게 된 것은 오씨 가문 가주 오정수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인천은 한동안 흉흉했고, 오정수는 그곳의 수장으로 당연히 사건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했다.그러나 오정수는 그저 무인일 뿐, 도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에 화령문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잠깐만!”천경문이 갑자기 멈춰 서서 경계 어린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왜 그러세요, 사부님?”차형석은 의아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앞에 사람이 있어!”천경문이 차갑게 말했다.“사람이 있다고요? 오씨 일가에서 사람을 보낸 걸까요?”차형석은 궁금한 얼굴로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그가 보기에 이때 보운산에 올 사람은 오씨 가문 사람을 제외하면 없었다.그러나 천경문은 고개를 저었다.“오씨 가문 사람은 아닐 거야. 우리랑 같은 사람인 듯한데.”“뭐라고요?”차형석은 흠칫 놀랐다.“설마 도술을 수련한 사람이란 말인가요?”말하는 사이 두 사람이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천경문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곧 표정에 노여움이 스쳤다.“권해철, 감히 다시 보운산으로 돌아와?”그 두 사람은 빠르게 진서준을 뒤쫓고 있던 권해철과 이승재였다.누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 권해철과 이승재가 사력을 다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그래서 권해철은 앞에 사람이 있는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럴 여유가 있었더라면 절대 이곳에서 천경문과 마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천경문을 본 권해철은 눈빛이 복잡했다.“사형,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이승재와 차형석은 서로의 사부님을 훑어보았다.특히 차형석은 사문에서 몇 년간 지냈지만 단 한 번도 권해철을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권해철이 천경문을 사형이라고 부르자 호기심이 생겼다.“닥쳐. 사부님은 이미 널 사문에서 내쫓았어. 너랑 난 이젠 더 이상 사형제가 아니야!”천경문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차형석은 자신이 왜 권해철을 본 적이 없는지 바로 이해했다.하지만 이승재는 많이 놀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