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은 진서준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진서준이 구했었다.그 때문에 진서준이 피부에 좋은 약을 만들어준다고 하자 유정은 매우 기뻤다.여자는 자신의 외모에 무척 신경 쓴다. 특히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더 많이 신경 쓰게 도기 마련이다.어젯밤 허윤진이 그랬다.“고마워요, 서준 씨.”유정이 활짝 웃었다.“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우리는 남매와 다름없으니까요.”조희선은 유정을 자기 딸처럼 여겼으니 진서준의 여동생이기도 했다.남매라는 말에 유정은 입을 비죽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침을 먹은 뒤 진서준은 용행 무관으로 향했다.용행 무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에 무관에서 나갔던 사람들도 다 찾아왔다.어젯밤 강옥산이 무관에 그보다 더욱 대단한 사람이 올 것이고, 내일 아침 원한을 갚을 거라고 했었기 때문이다.“정민식 씨, 오늘은 정문식 씨께 부탁드리겠습니다.”강옥산이 정중하게 말했다.“그럼요. 제 제자들로도 그 자식을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정민식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정민식이 보기에 강옥산 부자는 실력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종사인 그가 쉽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에게 손을 쓸 리가 없었다.그의 제자도 진서준을 이기지 못한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정민식의 거만한 모습에 강옥산은 말을 아꼈다.어차피 잠시 뒤 맞을 사람은 그가 아니라 정민식의 제자들일 테니 말이다.9시 15분, 진서준은 용행 무관에 도착했다.용행 무관에 들어서자 진서준은 남다른 눈빛을 감지했다.몇 개의 시선이 그의 등에 닿았다.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진서준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이상하네. 내가 착각한 건가?”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서준이 떠난 뒤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던 함영식 등 네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자식 실력이 심상치 않네. 우리를 발견했어.”“어느 정도 실력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어쩌면 정말 대성 종사일지도 몰랐다.“화진
강성준을 본 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내게 패배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말하는 거지?”진서준의 조롱에 강성준은 화가 나서 목까지 빨개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링 위로 올라가서 진서준과 싸우고 싶었다.“이 자식, 말싸움은 그만 해. 어차피 넌 오늘 반드시 질 거니까.”강성준의 한 사형이 말했다.“당신들이 먼저 공격해.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테니까.’진서준이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세 사람이 안중에도 없었다.솔직히 말해 진서준은 확실히 그들이 안중에 없었다.심지어 그들의 사부인 정민식도 안중에 없었다.진서준은 일개 종사를 괴롭힐 마음이 없었다.“이 자식, 넌 오늘 너의 거만으로 인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말을 마친 뒤 한 청년이 고함을 지르며 진서준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청년은 아주 빨리 움직였다. 링 아래 구경꾼들은 심지어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들었다.“세상에, 저 주먹에 맞는다면 소도 죽겠어!”“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소를 때려잡을 수 있겠어?”“그건 네가 강 코치님을 보지 못해서 그러는 거야. 난 코치님이 발차기 한 방에 나무판자 열 개를 부수는 걸 봤다고.”적지 않은 구경꾼들이 놀란 듯 소리를 지르며 진서준이 맞을 거로 생각했다.진서준은 맹렬한 주먹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주제 파악을 못 하네.”퍽...진서준의 주먹과 강성준 사형의 주먹이 부딪혔다.진서준과 주먹이 부딪히자 상대방은 마치 강 위에 홀로 외로이 떠 있는 배처럼 느껴졌다. 그는 진서준의 엄청난 힘에 밀려서 순식간에 날아갔다.컥컥컥...그는 착지하기도 전에 피를 몇 번이나 토하다가 바닥에 세게 쓰러졌다.그 광경에 사람들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진서준처럼 약해 보이는 청년의 실력이 이렇게 막강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정민식의 눈빛도 살짝 흔들렸다.조금 전 진서준이 때린 것은 그의 셋째 제자로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 정민식이라고 해도 그의 셋째 제자를 단번에 저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자기 제자가 진서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인 정민식이 젊은이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자 사람들은 전부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사람이 바로 강 관장님이 말한 고수인가? 아주 강해 보이는데?”“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야. 조금 전에 링까지 20여 미터 떨어져 있었는데 순식간에 도착했잖아.”“세상에, 저렇게 빠른 속도라면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을 따겠는걸?”정민식은 아래에서 들려오는 의논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진서준에게 정신을 집중했다.“네가 진서준이냐? 왜 예전에는 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지?”정민식은 진서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진서준이 조금 전 보였던 공격에 정민식은 큰 압박을 느꼈다. 그는 진서준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령 정민식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힘으로 주먹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이렇게 대단한 청년이 유명하지 않다는 건 불가능했다.“내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지 없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난 지금 바로 당신 앞에 서 있잖아요. 제자를 위해 복수하고 싶은 거 아니었나요? 어디 한 번 덤벼봐요!”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 하나를 뻗더니 정민식을 향해 까딱였다.정민식은 그 광경을 보고 눈빛이 차가워졌다.“네가 아주 강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내가 진지하게 나간다면 넌 내 상대가 되지 못해!”진서준은 조금 전 힘만 보여줬기에 정민식은 그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지 못했다.정민식은 진서준이 힘만 세지 속도는 느릴 거라고 예상했다.그래서 진서준에게 맞지만 않는다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면 한 번 덤벼봐요. 하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에요. 진다면 앞으로 무도를 하지 말아요.”진서준이 차갑게 경고했다.정민식 같은 사람은 한 방에 끝내야 했다.현장에 사람이 많으니 진서준은 당연히 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진서준은 정민식의 단전을 파괴하여 그를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무도를 수련한 사람에게 있어 단전이 파괴되
“죽어!”정민식이 크게 소리치면서 순식간에 진서준의 앞에 나타났다.종사가 만든 기운은 예리한 검보다 더욱 날카로웠다. 무관 안에서 공기가 찢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무시무시한 공격을 마주한 진서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정민식을 상대했다.쿵...마치 폭탄이 터지듯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서둘러 자기 귀를 막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서준과 정민식을 바라보았다.“이... 이게 인간의 힘이야? 정말 너무 무시무시한데?”“저 두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괴물이야, 괴물!”링 위, 정민식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의 눈동자에서 당장이라도 경악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그는 온 힘을 다해 공격했지만 진서준은 꼼짝하지 않았다.진서준은 오히려 태연한 표정이었다. 마치 정민식이 존재하지 않는 듯 말이다.“내가 말했죠.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 이번엔 내 차례예요.”진서준은 말을 마친 뒤 단전 안의 홍수와도 같은 영기를 오른팔에 집중시켰다.그의 오른손바닥 위에 청색 빛이 나타났다.빛은 점점 더 밝아졌고 마침내 정민식의 기운을 집어삼켰다.정민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손을 거두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힘이 그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곧이어 그 힘은 정민식의 방어를 뚫었다. 정민식은 순식간에 멀리 날아가서 링 변두리에 심하게 부딪혔다.무관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강옥산 부자는 벌벌 떨었다. 그들은 진서준에게 복수하겠다고 나댔던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피를 토하고 있는 정민식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게 바로 당신이 말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거예요?’정민식은 뻘쭘했다. 그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그는 이렇게 젊은 진서준이 자신보다 실력이 더 강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넌... 넌 실력이 확실히 아주 강해. 오늘은 내가 졌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지.”정민식은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는 서울에 1초라도 더 있고
진서준은 정민식이 어느 문파 사람이든 상관없었다. 오늘 그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절대 쉽게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그렇다면 목숨 걸고 싸워야겠군!”정민식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더니 온몸의 힘을 두 주먹에 집중했다. 주먹 위 기운이 조금 전보다 더 무시무시해졌다.“그래봤자 소용없는데 말이죠.”진서준은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는 정민식의 목숨을 건 공격이 안중에도 없었다.진서준이 보기에 그 주먹의 위력은 유혁수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이 공격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냥 보내줄게요.”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진서준이 자신의 공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안전히 보내주겠다고 하자 정민식은 곧바로 투지가 불타올랐다.정민식은 자신이 온 힘을 다하면 진서준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진서준을 다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곧 정민식의 안색이 백지처럼 창백해졌다.그가 본 진서준은 마치 왕처럼 도도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진서준을 경배하고 싶었다.진서준의 눈빛에는 카리스마 넘쳤고 청색 빛이 번쩍이는 손은 마치 푸른 산과 같았다.진서준은 모든 것을 단숨에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진서준의 손바닥과 정민식의 목숨을 건 주먹이 부딪히면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링마저 떨리는 것 같았다.쿵!정민식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해서 마침내 그를 완전히 집어삼켰다.진서준의 공격을 받은 정민식은 자신이 바닥에 있는 개미처럼 느껴졌다. 그의 생사는 그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그의 생사를 장악한 사람은 눈앞의 무시무시한 청년이었다.정민식은 다시 한번 날아갔다. 이번에는 링 위에서 곤두박질쳤다. 그는 허공에서 몇 번이나 피를 토하며 핏빛 곡선을 남겼다.엄청난 힘은 사라지지 않고 정민식의 팔을 타고 마치 태풍처럼 그의 몸속 곳곳에 휘몰아쳤다. “아...”정민식은 이번 생은 끝장이라는 걸 직감했다. 경맥이 여러 군데 끊겼
강옥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정민식의 단전이 파괴된 걸로 진서준의 화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강옥산은 오늘 그와 그의 아들 중 단 한 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란 걸 알았다.그는 이미 늙었지만 그의 아들은 젊었다. 어쩌면 앞으로 그를 위해 복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강성준은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앞으로 꼭 복수해 드릴게요.”“됐어. 그만 얘기하고 얼른 떠나...”강옥산은 강성준을 사람들 사이로 밀었다.강성준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은 뒤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무관 밖으로 나갔다.진서준은 정민식에게 집중하느라 강옥산 부자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당신을 죽일 생각이었더라면 조금 전에 이미 죽였을 거야.”진서준은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난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야. 당신은 평생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 거야.”진서준은 아주 잔인했다. 하지만 진서준이 정민식의 상대가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진서준이었을 것이다.유지수의 복수로 진서준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적을 봐준다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 거란 걸 말이다.정민식은 그 말을 듣더니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지금 날 죽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사형과 사부님을 찾아가서 복수해달라고 하게?”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그래, 난 언제든지 괜찮아. 하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야.”정민식이 조금 전 말한 정월문을 진서준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사부님이 대종사면 뭐 어떤가?진서준은 이틀 전 우소영을 혼쭐냈고 그녀의 사부님도 반보 대종사였다.그러나 지금까지도 진서준은 전라도 쪽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다.“가자...”정민식은 세 제자에게 부축해 달라고 한 뒤 절뚝거리며 용행 무관을 나섰다.무관 안의 사람들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일반인인 그들은 오늘 견문을 넓힌 셈이었다. 다른 세계를 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진서
강성준은 용행 무관에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네 명의 사람들에 의해 가로막혔다.“비켜요!”강성준은 네 사람을 보더니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자신의 앞을 막은, 중간에 있는 짧은 머리 남자를 밀어내려 했다.그러나 아무리 힘을 써도 남자는 절대 밀려나지 않았다.“얼른 비켜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강성준은 얼굴이 빨갛게 됐다. 그는 진서준이 자신을 봤는지 보지 못했는지 알지 못했다.만약 진서준이 그가 몰래 도망친 걸 알게 된다면 큰일이었다.“아버지 단전이 파괴됐는데 그냥 이렇게 도망친다고?”하신우는 억울한 얼굴의 강성준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당신들은 대체 누구예요?”강성준은 서둘러 뒤로 물러나면서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하신우 등 네 명을 바라봤다.강성준은 눈앞의 네 사람과 척진 기억이 없었다.“여기서는 얘기하기가 불편하니 장소를 바꾸자고.”예준섭은 그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려 먼 곳으로 걸어갔다.“만약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우리를 따라 와. 복수하고 싶지 않다면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고.”예준섭 등 네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성준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들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조금 전에 그는 온 힘을 다해 하신우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마치 산처럼 꿈쩍하지 않았다.그렇다는 건 그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의미했다. 심지어 정민식보다 더 강할지 몰랐다.이건 기회였다. 물론 동시에 함정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어느 것이든 한 번 도박해 볼 생각이었다.강성준은 예준섭 등 네 명을 따라서 한 호텔에 도착했다. 룸을 하나 잡은 뒤 예준섭은 강성준에게 말했다.“앉아.”“우리 정체가 궁금하지?”예준섭이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당신들은 대체 누구죠? 난 당신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강성준이 긴장한 얼굴로 예준섭 등을 바라봤다.“우리 일찌감치 만났었더라면 지금쯤 네 무덤에 풀이 삼 미터까지 자랐을 거야.”변정선은 차갑게 웃더니 조롱 가득한 얼굴로 강성준을 바라봤다
“저야 당연히 좋죠. 그런데 정말 제가 가입해도 되나요? 전 종사도 아닌데...”“혈운 조직에 가입하면 전문적으로 훈련해 주는 사람이 있어. 네 재능이라면 1, 2년쯤 뒤면 종사가 될 수 있을 거야.”강성준은 당황했다.“1, 2 년 만에 종사가 될 수 있다고요?”그의 사부님인 정민식은 40여 년 동안 수련해서 겨우 종사 경지에 다다랐다.강성준은 정민식의 곁에 6, 7년 동안 배워서야 암경을 수련했다.“종사가 되기는 몹시 어렵지만 우리 혈운 조직에는 전문적인 수련 방법이 있어. 물론 그 전제는 네가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만.”함영식은 느긋하게 말했다.“버틸게요. 아주 위험하다고 해도 꼭 버티겠습니다!”강성준이 곧바로 장담했다.강성준에게 있어 이건 둘도 없는 기회였다.만약 2년 안에 종사가 될 수 있다면 아버지를 위해 복수할 기회가 생긴다.“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 실제 상황을 봐야 하니 말이야.”함영식은 계속해 말했다.“종사는 무도 길에 있어서 시작점에 불과해. 종점이 아니야. 우리 손에 죽은 종사만 해도 두 자릿수가 넘어.”강성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압니다...”혈운 조직은 종사를 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다.홀로 남겨진 종사라면 절대 혈운 조직과 마주치지 못했다.그들과 마주친다면 죽음뿐이었기 때문이다.“혈운 조직에 가입하려면 뭘 바쳐야 하나요?”강성준은 갑자기 그 문제가 떠올랐다.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당시 강옥산은 그를 정민식에게 많은 돈을 썼었다.그러니 혈운 조직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히 공짜는 아닐 것이다.“네 평생을 바쳐야 해. 넌 평생 혈운 조직을 배신할 수 없고, 평생 우리 조직을 위해 움직여야 해.”함영식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조직의 사람으로 살고 죽어서도 조직의 귀신이 되는 거야.”“문제없습니다. 할게요!”강성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다.“하지만 조직에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예준섭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을 죽이는 거?”“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