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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작가: 무가
최가희는 전혀 방어하지 않았기에 5, 6미터 밖으로 날아가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바닥을 뒹굴면서 괴로운 듯 연신 앓는 소리를 냈다.

“사람까지 때려? 당장 이놈 잡아넣어!”

반재윤은 매우 화가 났다.

경비원들은 곧바로 앞으로 나서서 공수철을 바닥에 제압했다.

“다들 이거 놔. 아버지한테 연락할 거야!”

공수철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웠다.

“네 아버지 만나게 해줄게.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반재윤이 차갑게 말했다.

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말했다.

“당신은 사람을 죽였어요.”

그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뭔 개소리예요? 당신이야말로 사람을 죽였겠죠!”

공수철이 분노하며 윽박질렀다.

반재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진 선생님, 공수철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살인할 용기가 있는 놈은 아닐 텐데요?”

진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뒹군 최가희를 가리켰다.

최가희의 두 다리 사이로 새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피가 계속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 여자 임신했었어요. 하지만 공수철에게 맞은 탓에 아이가 죽었어요.”

진서준은 조금 안타까운 어조로 설명했다.

최가희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녀의 아기는 죄가 없었다.

공수철은 자신의 아이를 발로 차서 죽였다. 그에게 있어서는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었다.

진서준의 설명을 들은 로비는 떠들썩해졌다.

공수철은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된다고요. 매번 피임약을 먹게 한 걸요!”

기분 좋아지려고 공수철은 콘돔을 쓴 적이 없었다. 그는 매번 끝난 뒤 최가희에게 피임약을 먹으라고 했다.

그러나 피임약을 몇 번 먹고 나니 몸이 좋지 않아 최가희는 병원에 갔었다.

그런데 의사가 피임약을 계속해 먹으면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게다가 최가희는 아이를 이용해 공수철과 결혼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근 최가희는 피임약을 먹지 않았다.

“내 아이, 내 아이가...”

최가희는 자신의 배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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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라가 차에 오른 뒤 진서준은 반재윤에게 말을 건넸다.“반 처장님, 저희 올라가서 얘기 나눌까요?”“좋아요.”반재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곧 3층에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진서준은 반재윤이 자신을 찾은 이유가 단순히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도움을 필요해서일 거라고 짐작했다.자리에 앉은 뒤 반재윤은 일단 진서준에게 20여 명의 노인들을 구한 일에 감사를 드렸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가 아니었다면 전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을 겁니다.”반재윤은 진서준의 손을 잡으면서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20여 명의 노인들이 독에 당해 죽는 일이 일어났더라면 식약처 처장인 그도 틀림없이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별말씀을요. 제가 의술을 배운 이유가 아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인걸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부영권 씨가 숭배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의술도 뛰어나고 인품도 좋으시니 말입니다. 진서준 씨는 우리 서울시 의사들의 모범이군요!”반재윤이 칭찬했다.몇 마디 나눈 뒤 반재윤은 말머리를 돌렸다.“진서준 씨, 제 쪽에 특수한 환자가 한 명 있는데 진서준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반재윤이 말했다.식약처 처장이 직접 도와달라고 나설 정도의 사람이라면 신분이 엄청날 것이다.진서준은 이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말씀해 보세요.”“그 환자는 바로 저희 정무부시장입니다.”반재윤이 말했다.서울시 정무부시장이라니!진서준은 TV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다.“그분이 어떤 병에 걸리신 거죠?”진서준이 물었다.반재윤은 자기 심장을 가리키면서 한숨을 쉬었다.“심장 이식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올해부터 저희는 서울시 전역을 뒤져서 적합한 심장을 찾았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했습니다.”정무부시장의 상황이 심각하자 진서준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지난 몇 년간 서정훈 부시장은 우리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원래도 심장이 좋지 않던 사람인데 지금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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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한마디에 이장로의 눈이 번뜩였다.“성 신의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종주님과 우리 장로들도 사실상 수년간 슬기 체내의 한기를 흡수해 왔습니다.”성동석은 수염을 쓸어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한기는 이미 환자의 몸에 쌓여 한독이 되었습니다. 이제 내가 귀문 13침을 사용해서 환자 체내에 쌓인 한독을 제거하면 환자는 무사히 깨어날 겁니다.”그 말을 듣자 곤륜의 모든 제자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역시 성 신의님입니다. 오자마자 바로 치료 방법을 제시하다뇨.”“맞아요, 누군가는 입만 살아서 나불대기만 했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때는 아무것도 못 했잖아요.”누군가가 진서준을 흘끗 보며 비웃었다.이렇게 진서준을 깎아내리자 성동석의 의술이 더욱 돋보이게 되었다.“성 신의님,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지금 바로 침을 놓아 우리 슬기를 구해주세요.”이장로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간곡히 부탁했다.“문제없습니다. 이제 내가 침을 놓아 환자의 한독을 깔끔하게 제거할 겁니다.”말을 마친 성동석은 은침을 꺼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조슬기의 발삼리와 명문 등 13곳의 주요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그 동작은 유려하게 이어졌고 물 마시듯이 자연스러웠다.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전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귀문 13침은 이 세상 99%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었고 성동석은 평생을 이 침 연구에 바쳤다.그러니 성동석의 귀문 13침에 대한 숙련도는 자연스레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13침이 꽂히는 순간, 다들 조슬기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빠져나오는 모습을 맨눈으로 확인 수 있었다.한기가 나오자 방 안의 온도도 급격히 내려갔고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하얀 차가운 기운이 방 안을 떠다녔다.“성 신의님, 대답합니다. 침을 놓는 순간 신의의 풍모가 물씬 나네요.”“이제 우리 후배는 드디어 깨날 수 있겠어.”“후배가 완치되면 우리도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이장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역시 신의님입니다. 이 침법은 세상 그 누구도 감히 따라 할 엄두도 못 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6화

    “성 신의라는 세 글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말하는 거야? 개뿔도 모르는 녀석이 나대긴 뭘 나대?”“성 신의님이 구할 수 없으면 뭐 네가 구할 수 있다는 거야?”곤륜 종문 제자들이 즉시 반발하며 진서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요? 당신 스승은 누구입니까? 말해 보세요, 혹시 내가 알지도 모르죠.”성동석은 진서준을 쳐다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성동석은 수십 년 동안 이 바닥을 누볐지만 그동안 그의 의술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그런데 오늘 얼핏 봐도 40대인 남자가 자기 의술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이 나이대의 사람은 성동석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40대 사람은 이 바닥에 몸을 담근 지 10년이 넘었으니 다들 본인이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착각하며 의술에 대한 자부심이 넘칠 것이다.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직 배워야 할 게 산처럼 많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저 녀석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무지한 놈일 뿐입니다. 성 신의님, 신경 쓰지 마세요.”은청준은 진서준을 향해 눈을 부릅뜨며 경고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썩 꺼져!”이장로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무슨 배짱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아까 우리가 내린 결정을 두고 그러는 거라면 지금 당장 나가세요.”유기명은 집사가 말한 성약당 장로가 왔다는 소식에 다시 방에서 나왔다.“내일 아침에나 온다고 하지 않았어?”유기명이 집사에게 물었다.“다 우연입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성약당 산 아래로 갔을 때, 마침 막 산에서 내려온 성 신의님을 만났습니다.”집사가 대답했다.성약당에 가려면 산을 오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큰 문제였다.하지만 비행기로 산 아래까지 가면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그렇군.”유기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고 곧 방에 들어갔다.방에 들어가자마자 유기명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무슨 일이죠?”유기명은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졌다.“가주님, 가주님이 초빙한 이 경호원이 너무 건방지네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5화

    성약당의 장로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은청준은 얼굴에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아가 진서준을 밀쳐냈다.“비켜! 이제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은 필요 없어.”진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확인했다.“확실해? 잘 생각해. 나중에 다시 사람을 구해달라고 내게 빌면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만큼 간단하진 않을 거야.”은청준은 콧방귀를 끼며 차갑게 웃었다.“성약당 장로가 여기 있는데 너 같은 쓰레기가 나설 필요가 있겠어?”성약당의 명성은 대한민국에서 자자했다.그 당시 은청준은 아직 은씨 가문에 있었고 그 후 진서준이 성약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그 소란 때문에 성약당 장로들이 전부 바뀌었지만 그들의 의술은 여전히 뛰어났고 이전 장로들보다 훨씬 더 비범했다.곤륜의 이장로도 성약당 장로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청준아, 얼른 장로님을 맞이하러 가.”“알겠습니다.”은청준은 서둘러 대답하고 바로 돌아서서 장로를 맞이하러 갔다.“정말 내가 치료할 필요 없겠습니까?”진서준이 이장로를 보며 묻자 이장로가 에둘러 대답했다.“하나는 누구도 모르는 작은 인물,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약당 장로. 김평안 씨라면 어떻게 선택할 겁니까?”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어넘겼다.“적어도 난 이 무명의 인물한테 먼저 시도해 보라고 할 겁니다. 그게 적어도 말에 믿음이 없다고 떠들어대는 소리 듣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니까요.”이장로는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이봐요, 한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어떻게 함부로 시도하게 하겠습니까? 만약 당신 가족이 저렇게 누워 있다면 당신도 아무나 함부로 시도하게 내버려둘 수 있겠습니까?”“그럼 장로님은 어떻게 내가 사람을 살릴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겁니까?”진서준이 다시 되묻자 이장로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면박을 줬다.“그만하세요. 입 다물고 그냥 한쪽에 서서 구경만 하세요.”진서준은 이장로의 태도를 확인한 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한쪽에 서서 기다렸다.잠시 후, 은청준은 머리가 하얀 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4화

    “이장로님, 부탁은 했지만 이놈이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방금 내가 이놈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트집을 잡더군요.”은청준은 여전히 진서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하지만 이장로는 은청준을 잘 알고 있었다.이장로는 은청준이 거만한 태도로 행패를 부려서 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은 거라고 추측했다.“은청준,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이장로는 살기가 섞인 표정으로 최종 통보를 내렸다.그 말을 듣자 은청준은 순간 멈칫하며 마음속에서 불만이 피어올랐다.“제가 방금 말투가 좀 거칠긴 했지만 이놈의 태도도 별로였습니다. 심지어 주동적으로 나가서 나랑 한 판 붙자고 하더군요.”은청준은 여전히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부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기고 있었다.“은청준, 이젠 하다 하다 장로인 나까지 속일 거야?”이장로는 분노를 터뜨렸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지금 당장 김평안 씨에게 사과해!”은청준은 얼굴이 굳어졌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사과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우리 후배를 치료할 수 없다면 어떡하죠? 그럼 내가 당한 망신을 이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줘도 됩니까?”잠자코 지켜보던 진서준이 손을 들어 올리며 끼어들었다.“부탁이고 나발이고 그냥 없던 일로 해. 내가 뭐 하늘의 신이라도 돼? 난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만병을 고치는 능력도 없어.”이장로는 진서준이 은청준을 일부러 괴롭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은청준이 무슨 말을 하던 진서준은 반대로 대답하며 그를 괴롭히는 중이었다.물론 은청준을 괴롭히는 건 조금 전에 당했던 말도 안 되는 행패에 대한 복수였다.“김평안 씨, 걱정 마세요. 설령 슬기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더라도 이 자식이 김평안 씨와 따지지 않도록 약속하겠습니다.”이장로가 진심을 담아 진서준과 약속하자 진서준은 이장로를 흘끗 보고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말한 대로 하길 바랍니다.”“얼른 사과 안 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3화

    “그럼 그 여자를 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맡겨.”진서준은 이 말을 끝으로 바로 문을 닫았다.그 행동에 은청준 일행은 분노가 치솟았다.“당장 문 열어! 안 열면 후회할 줄 알아!”은청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은청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다시 열렸다.진서준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은청준을 바라봤다.“너희가 어떤 불손한 짓을 하는지 한번 보자. 여기는 유씨 가문이지 너희 곤륜이 아니야. 너희가 멋대로 막 날뛸 수 있을 것 같아?”“유씨 가문이 뭐 어때? 사람 구하라고 하면 고분고분 구하기나 해. 이제 우리 종주님이 책임을 묻는다면 유씨 가문 가주라도 감당 못 할 거야.”은청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진서준과 눈을 맞추었다.은청준의 배후에는 곤륜이 있었기에 하찮은 서남 유씨 가문을 은청준이 공손한 태도로 대할 수 없었다.게다가 은청준은 경성 은씨 가문의 사람이기도 했다.어느 쪽 신분이든 모두 유씨 가문보다는 훨씬 더 고귀했기에 당연히 유씨 가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반면, 진서준의 신분은 단지 유씨 가문의 하찮은 경호원일 뿐이었다.은청준의 고함에 유기명이 놀라 달려왔다.“무슨 일이죠?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유기명이 급하게 소리 지르며 다가왔다.유기명은 진서준과 곤륜 사람들이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두 쪽 다 유기명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가주님, 저는 이 집의 경호원에게 후배의 병을 부탁하려고 왔는데 이놈이 자존심을 세우며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네요.”방귀 낀 놈이 화낸다고 은청준은 먼저 이번 소란의 모든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그 말에 진서준은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곤륜에서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이렇게 고함을 지르라고 배웠어?”은청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처음에는 좋게 좋게 말했잖아? 네가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자초한 일이지.”“됐어요, 다들 그만합시다.”유기명이 끼어들며 중재했다.“은청준 씨가 직접 와서 모시는 걸 보면 조 아가씨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2화

    이장로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참지 못하고 욕을 날렸다.“젠장!”가장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상황이 결국 발생했다.“이장로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신수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내공을 써서 슬기 체내 차가운 기운을 빨아낼 수밖에 없어.”이장로가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이 방법은 전에 곤륜산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내공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이었다.다행히도 그들 곤륜의 장로들과 종주는 내공이 꽤 깊었다.그렇지 않으면 슬기 목에 걸린 그 옥패 하나만으로는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저택에 이장로 하나만 있는지라 이 방법을 쓰는 게 별로 자신이 없었다.“이제 운에 맡길 수밖에 없어.”이장로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앉아 두 손을 펼쳐 선천강기를 모은 후, 조슬기의 옆에 놓고 조슬기 체내 한독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그러나 막 시작하자마자 이장로의 얼굴은 빨려 나온 한독에 얼어붙어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이 차가운 기운은 곤륜산이 내뿜는 기운보다 몇 배나 더 차가워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이장로조차 견디기 힘들어했다.그러니 지금 조슬기 같은 연약한 여자가 겪는 고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1분이 지나자마자 이장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즉시 한독 제거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안 되겠어.”이장로는 바로 일어나서 강기로 흡입된 한독을 체외로 밀어냈고 작은 얼음 조각 몇 개가 이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차가운 기운이 얼음처럼 결빙된 것이다.조슬기의 상태는 이제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한 상태였다.“이장로님, 그 건방진 경호원을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요?”은청준의 제안에 신수란은 순간 당황했다.“너 그 경호원이 치료하는 걸 결사코 반대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냐?”그러자 은청준은 천천히 자기 계획을 밝혔다.“우리 후배가 지금 위독한 상태인데 이제는 그놈에게 맡길 수밖에 없잖아. 그놈이 우리 후배를 기적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아무 문제 없이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1화

    은청준은 조금 짜증이 났다.유기명 딸이 이해 못 한다고 쳐도 유씨 가문 가주인 사람이 상황을 파악할 줄 모르다니, 너무나 어이없었다.경호원이 사람을 치료하게 허락하는 건 금시초문이었다.“가주님, 지금 하신 말, 설마 진심입니까?”은청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이장로도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한 티를 냈다.“제 목숨은 바로 김평안 씨가 구해준 겁니다. 그러니 김평안 씨 의술을 믿지 않을 수 없죠.”유기명은 곤륜 사람들의 표정에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가주님이 믿지만 우리는 전혀 믿을 수 없습니다.”은청준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들은 절대 진서준이 나서서 치료하게 놔둘 수 없었다.조슬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장로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터였다.현재로서는 성약당 장로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정 못 믿겠다면 저도 방법이 없네요. 조 아가씨가 진짜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건 다 당신들 책임일 겁니다.”유기명은 말을 끝내고 손을 휘저으며 나갔다.이장로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너희는 여기서 슬기를 지켜.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나에게 알려.”이장로도 말을 마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은청준은 유기명의 말에 냉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룻밤뿐인데, 하룻밤 동안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있나?”“너희 남자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얼른 다 나가!”신수란은 모두를 밖으로 내쫓았고 혼자서 조슬기 곁을 지켰다.진서준이 나오자 유기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동했고 유기명이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 조 아가씨 병을 치료할 방법이 있어?”“저 여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체내에 찬 한독이 너무 많아서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려면 하늘의 신이 내려와야 할 겁니다.”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오늘 밤 조 아가씨 병이 악화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유기명이 다시 물었다.유기명은 조슬기에게 자기 집에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0화

    그 말을 듣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곤륜 문주의 딸을 감히 죽이려고 하다니, 대체 어느 미친놈이 목숨을 걸고 이런 일을 꾸민 거지?“두목은 장강훈이라는 놈인데 서남 지역에서 악명 높은 악당이에요.”신수란이 한마디 더 보탰다.“뭐라고요? 그놈을 만났다고요?”유기명이 깜짝 놀랐다.“아는 사람이에요?”신수란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유기명을 쳐다봤다.“들어본 적은 있죠. 얼마 전 내 동생 유기태가 국안부에서 그놈을 추적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근데 이놈이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행방이 오리무중이라 찾기가 어려웠죠.”유기명은 신수란을 보며 물었다.“그래서 아가씨들은 어떻게 그놈 손에서 빠져나온 거죠?”신수란은 순간 머뭇거리며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누군가 우리를 구해줬어요.”“네? 누가 아가씨를 구한 거죠? 내가 알기로 장강훈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닙니다. 서남에서 그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유기명이 흥미를 보였다.서남 무도계의 강자들은 유기명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대다수가 유씨 가문에 초빙되어 가문의 귀빈으로 섬기고 있고 거절한 이들은 전부 세상과 연을 끊은 은둔 고수뿐이었다.설마 유기명이 모르는 강자가 더 있다는 건가?신수란이 곧 이름을 밝히려 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가 됐든 간에 그 강도가 죽었다면 된 거죠.”갑작스러운 개입에 신수란은 기분이 언짢아졌다.유기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흘끗 쳐다보고는 진서준의 말투를 곱씹으며 속으로 추측했다.이 여자들을 구한 건 진서준이 틀림없을 것이다.“이장로님, 그놈들은 단순히 아가씨를 납치하려 했을 뿐,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신수란이 상황을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그렇다면 그놈들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거겠군.”이장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설상가상으로 슬기가 이번에 우리랑 함께 하산한 걸 아는 사람은 종문 내부 제자들뿐이야. 그런데 곤륜에서 내려오자마자 그 소식이 그놈들 귀에 들어갔다고?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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