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21화

Author: 무가
호텔 매니저의 말에 공수철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는 갑자기 처장인 반재윤이 찾아와서 이 일에 간섭할 줄은 몰랐다.

공수철은 차장 아들이었기에 반재윤이 이렇게 하면 공수철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재윤의 태도를 보면 그래도 전혀 상관없는 듯했다.

“매니저님, 조금 전에는 장난이었어요. 정말 신고할 생각은 없었어요.”

공수철은 우는 것보다도 더 못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만약 호텔 측에서 정말로 공수철을 고소한다면 공수철이 패소할 우려가 컸다.

그렇다면 또 엄청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저희는 장난이 아닌데요. 그러니 오늘 호텔에서 쓴 비용을 지급하시죠.”

매니저는 차갑게 말했다. 그는 공수철의 체면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식약처 처장이 이곳에 있으니 공수철을 무서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진서준은 웃는 얼굴로 공수철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5성급 호텔에서 밥 먹으면 돈 안 내도 된다면서요? 매번 돈이 없으면 이런 수법으로 빠져나간 거예요?”

진서준의 말을 들은 공수철은 그를 죽어라 노려보았다. 마치 눈빛으로 진서준을 찢어 죽일 듯했다.

“당장 돈 내세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나가지 못할 줄 알아요!”

식약처 사람이 없자 경비원들은 곧바로 공수철을 단단히 에워쌌다.

장정들에게 둘러싸인 최가희와 그녀의 친구들은 겁을 먹어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자기야, 얼른 돈 내. 겨우 1억 2천만 원일 뿐이잖아. 자기한테 그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지.”

최가희는 공수철의 팔에 팔짱을 끼고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옆에 있던 반재윤은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공무원으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바로 횡령 같은 불법적인 일이었다.

공수철의 아버지는 감히 뇌물을 받지 못했지만 공수철은 아버지의 이름을 대가면서 이곳저곳 돈을 많이 받고 다녔다.

반재윤은 오늘 공수철이 이 엄청난 밥값을 낼 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만약 돈을 낸다면 반재윤은 감사팀에 연락해서 그가 처벌받게 할 것이다.

공수철은 최가희를 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2화

    최가희는 전혀 방어하지 않았기에 5, 6미터 밖으로 날아가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바닥을 뒹굴면서 괴로운 듯 연신 앓는 소리를 냈다.“사람까지 때려? 당장 이놈 잡아넣어!”반재윤은 매우 화가 났다.경비원들은 곧바로 앞으로 나서서 공수철을 바닥에 제압했다.“다들 이거 놔. 아버지한테 연락할 거야!”공수철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웠다.“네 아버지 만나게 해줄게.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반재윤이 차갑게 말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말했다.“당신은 사람을 죽였어요.”그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뭔 개소리예요? 당신이야말로 사람을 죽였겠죠!”공수철이 분노하며 윽박질렀다.반재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진 선생님, 공수철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살인할 용기가 있는 놈은 아닐 텐데요?”진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뒹군 최가희를 가리켰다.최가희의 두 다리 사이로 새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피가 계속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저 여자 임신했었어요. 하지만 공수철에게 맞은 탓에 아이가 죽었어요.”진서준은 조금 안타까운 어조로 설명했다.최가희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녀의 아기는 죄가 없었다.공수철은 자신의 아이를 발로 차서 죽였다. 그에게 있어서는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었다.진서준의 설명을 들은 로비는 떠들썩해졌다.공수철은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된다고요. 매번 피임약을 먹게 한 걸요!”기분 좋아지려고 공수철은 콘돔을 쓴 적이 없었다. 그는 매번 끝난 뒤 최가희에게 피임약을 먹으라고 했다.그러나 피임약을 몇 번 먹고 나니 몸이 좋지 않아 최가희는 병원에 갔었다.그런데 의사가 피임약을 계속해 먹으면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라고 했다.게다가 최가희는 아이를 이용해 공수철과 결혼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근 최가희는 피임약을 먹지 않았다.“내 아이, 내 아이가...”최가희는 자신의 배 속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3화

    진서라가 차에 오른 뒤 진서준은 반재윤에게 말을 건넸다.“반 처장님, 저희 올라가서 얘기 나눌까요?”“좋아요.”반재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곧 3층에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진서준은 반재윤이 자신을 찾은 이유가 단순히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도움을 필요해서일 거라고 짐작했다.자리에 앉은 뒤 반재윤은 일단 진서준에게 20여 명의 노인들을 구한 일에 감사를 드렸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가 아니었다면 전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을 겁니다.”반재윤은 진서준의 손을 잡으면서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20여 명의 노인들이 독에 당해 죽는 일이 일어났더라면 식약처 처장인 그도 틀림없이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별말씀을요. 제가 의술을 배운 이유가 아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인걸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부영권 씨가 숭배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의술도 뛰어나고 인품도 좋으시니 말입니다. 진서준 씨는 우리 서울시 의사들의 모범이군요!”반재윤이 칭찬했다.몇 마디 나눈 뒤 반재윤은 말머리를 돌렸다.“진서준 씨, 제 쪽에 특수한 환자가 한 명 있는데 진서준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반재윤이 말했다.식약처 처장이 직접 도와달라고 나설 정도의 사람이라면 신분이 엄청날 것이다.진서준은 이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말씀해 보세요.”“그 환자는 바로 저희 정무부시장입니다.”반재윤이 말했다.서울시 정무부시장이라니!진서준은 TV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다.“그분이 어떤 병에 걸리신 거죠?”진서준이 물었다.반재윤은 자기 심장을 가리키면서 한숨을 쉬었다.“심장 이식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올해부터 저희는 서울시 전역을 뒤져서 적합한 심장을 찾았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했습니다.”정무부시장의 상황이 심각하자 진서준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지난 몇 년간 서정훈 부시장은 우리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원래도 심장이 좋지 않던 사람인데 지금 상황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4화

    “아들을 구하고 싶다면 반 처장님을 찾아가라고 하세요!”그렇게 말한 뒤 진서준은 떠나려 했다.“잠깐만요!”소파에 앉아 있던 공윤석이 일어나서 진서준을 향해 다가왔다.“무슨 일이죠?”진서준은 몸을 돌려 평온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상대방의 신분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다.식약처 차장도 꽤 큰 직위였지만 진서준은 두렵지 않았다.“조금 전 일은 전해 들었습니다. 제 아들이 잘못했더군요.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공윤석이 미안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그러나 그의 미소에서 감춰진 살기가 느껴졌다.“젊은이들끼리 싸우는 건 흔한 일이죠. 별거 아닌데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일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나요?”공윤석이 말했다.“그쪽 아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요.”진서준이 평온하게 말했다.아들이 붙잡혀서, 이제야 그를 찾아와 사과하는 것으로 그냥 넘어가려 하다니. 불가능한 일이었다.진서준은 공수철을 가만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공수철이 벌을 받기를 바랐다.“알아요. 우리 아들이 나오면 다시 찾아가서 사과하라고 타이를게요.”공윤석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전혀 화가 난 것 같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사과한다면 그 사과를 받아줄 수는 있겠지만, 그중에는 평생 친구가 될 수 없는 부류의 사람도 있거든요.”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호텔을 떠났다.진서준의 단호한 모습을 본 공윤석의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번뜩였다.공윤석에게 아들은 공수철 하나뿐이었다. 그는 공수철을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 키웠고 그로 인해 공수철은 제멋대로에다가 이기적인 성격으로 자라났다.자기 아들이 뇌물을 받는 것에 대해 공윤석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쭉 모른 척했다.그런데 이번에 젊은 남자 때문에 들통날 줄은 몰랐다.“이렇게 무정하게 나오다니. 그러면 날 탓하지 마!”진서준이 차로 돌아왔을 때 진서라는 잠들기 직전이었다인기척이 들리자 그녀는 곧바로 눈을 떴다.“오빠, 왔어?”진서라는 눈을 비볐다.“내가 집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5화

    저녁이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연락했다.“안 그래도 서준 씨에게 연락하려고 했어요!”허사연이 작게 말했다.“우리 텔레파시가 통한 걸까요?”진서준이 너털웃음을 쳤다.“얼른 우리 집으로 와요. 우리 집에 아주 고약한 놈이 찾아왔어요!”허사연이 짜증 난다는 말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곧바로 정색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진서준은 또 누군가 허사연을 희롱하려고 그녀를 찾아갔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허사연이 그를 바로 쫓아내지 못한 걸 보면 아마 신분이 범상치 않을 것이다.진서준은 이내 차를 타고 허씨 별장에 도착했다.허씨 별장 입구에 검은색의 아우디가 하나 있었다.비록 눈에 띄는 차는 아니었지만 번호판을 보니 깜짝 놀랐다.그건 부시장의 차였다.진서준은 곧바로 허사연이 왜 상대방을 쫓아내지 못했는지를 깨달았다.동시에 진서준은 화가 났다. 점심에 반재윤은 진서준에게 부시장이 좋은 사람이며 보기 드문 훌륭한 공무원이라고 했었다.그러나 이젠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차를 세운 뒤 성큼성큼 허씨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허사연과 낯선 젊은 남자가 정원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는데 허사연의 안색을 보니 굉장히 불쾌해 보였다.“서현욱 씨, 자꾸 할 일 없으면 우리 집에 찾아오지 말아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우리 사이를 오해할 거예요! 내 남자 친구도 이 모습을 보면 분명 오해할 거예요!”허사연은 미간을 구기며 차갑게 말했다.허사연의 말에 서현욱은 당황했다.“사연 씨, 사연 씨 언제부터 남자 친구가 있었던 거예요? 왜 난 몰랐죠?”서현욱이 곧바로 물었다.“당신이 뭐라고 내가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고 당신에게 보고해야 하는 거죠?”허사연은 단호히 반박했다.서현욱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허사연은 당장 경호원들에게 그를 내쫓으라고 했을 것이다.서현욱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곧 미소를 지었다.“사연 씨, 화가 나서 그런 말 하는 거 나 다 알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6화

    “네...”허사연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진서준의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저 사람 서현욱이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부시장이에요. 그래서 감히 내쫓을 수는 없었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허사연의 등을 토닥였다.“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곧이어 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정자로 걸어갔다.이때 서현욱의 안색은 한없이 어두워서 아주 무서웠다.서현욱이 보기에 허사연은 그의 미래 아내이자 그의 소유물이었기에 절대 다른 남자가 손을 대는 걸 참을 수 없었다.그런데 진서준으 손을 댔을 뿐만 아니라 서현욱의 앞에서 허사연과 뜨겁게 키스했다.“자기소개를 하죠. 전 진서준이라고 해요. 허사연 씨 남자 친구죠.”진서준은 허사연을 안고 서현욱의 맞은편에 앉았다.서현욱에게 그것은 도발이었다.“진서준 씨,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사연 씨는 내 친구예요!”서현육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제가 제 여자 친구랑 키스한 게 뭐 어때서요? 여기 부시장 아들이라고 다른 커플이 키스하는 것까지 간섭하는 건가요?”진서준은 차갑게 웃더니 일부러 허사연의 볼에 짧게 뽀뽀했고 허사연은 쑥스러워했다.“그만해요!”서현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서 탁자를 쾅 내리쳤다.“조금 전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사연 씨에게서 떨어져요. 사연 씨는 내 미래 아내니까!”서현욱은 진서준을 향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당신이 뭐라고 내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 거죠?”진서준이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우리 아버지가 부시장이거든요!”서현욱은 울컥해서 크게 소리쳤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하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아버지는 부시장이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당신이 부시장이 된다면 그때 다시 명령해요.”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다.그러나 서현욱을 보니 서정훈이 서현욱을 제대로 가르치지는 못한 듯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또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들은 일이 바빠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7화

    허성태는 진서준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진서준이 비싼 물건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아마도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보물일 것이다.서현욱이 준비한 백 년 된 동충하초 따위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비싼 것이면 뭐 어떻단 말인가? 허씨 일가에서도 충분히 돈 주고 살 수 있는데 말이다.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는 이미 확실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서준아, 넌 너무 겸손해. 네가 매번 준비한 선물은 날 놀라게 했으니까 말이야.”허성태는 진서준을 향해 웃으며 말한 뒤 서현욱에게 말했다.“현욱아, 네가 준 약도 고마워. 하지만 너무 비싸서 받기가 좀 그렇구나.”서현욱은 허성태의 말에 초조해졌다. 그는 허성태가 진서준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저씨, 이 동충하초는 아주 신통한 거예요. 상자를 열면 동충하초가 저절로 튀어나올 거예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웃음이 터질 뻔했다.동충하초는 아주 비싼 약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벌레이기도 했다.진서준은 서현욱을 놀려줘서 이참에 그의 낮은 지능을 제대로 조롱할 생각이었다.아버지가 부시장이 아니었더라면, 서현욱의 지능으로는 성인이 되지도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서현욱 씨, 이 동충하초 어디서 산 거예요?”진서준의 질문에 서현욱은 헛기침을 하면서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그는 같잖다는 눈빛으로 거만하게 말했다.“잘 들어요. 이 동충하초는 내가 강주에 있는 늙은 농부에게서 사 온 거예요. 우리 아버지가 부시장이라는 걸 그가 몰랐다면 이런 보물을 싼값에 나한테 팔지 않았을 거예요. 다른 곳에서 파는 동충하초들은 적어도 20억은 하거든요.”서현욱은 이 동충하초를 얼마나 주고 샀는지 명확히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자랑하는 듯한 말투를 보면 적어도 몇억은 쓴 것 같았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작게 웃었다.“강주라면 남주성이 아니네요?”강주는 남주성과 비교적 가까웠지만 남주성에 속해 있지는 않았다.남주성의 농부라고 해도 서현욱의 신분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남주성 밖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8화

    감옥에 있을 때 구창욱은 진서준에게 귀한 약재들은 천 년 이상 살게 되면 신통하게 영성을 띠게 된다고 한다.그러나 영성이 있다고 해서 달릴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허사연 부녀가 자신을 믿지 않자 서현욱은 초조해졌다..“안 믿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 바로 열어볼게요. 이 동충하초가 그렇게 신통한 물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게!”서현욱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자를 열었다.상자를 열자 빨간색 천이 그 밑의 물건을 가리고 있는 게 보였다.빨간색 천이 잠잠하자 서현욱의 안색이 달라졌다.설마 정말 그 농부가 그를 속인 걸까?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서울시 부시장의 아들이 아닌가.“왜 열지 않는 거예요? 도망칠까 봐 걱정되는 거면 내가 문을 닫고 올게요.”진서준이 조롱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서현욱은 진서준을 노려보더니 빨간색 천을 들었다.빨간색 천 아래의 물건을 본 순간, 서현욱은 얼이 빠졌다.그 밑에 있는 것은 신통한 동충하초가 아니라 나뭇가지 몇 개와 죽은 매미 몇 마리가 들어있었다.“하하하하...”진서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서현욱 씨, 속으셨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서현욱 씨 아버지는 명성이 자자하잖아요.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강주에 있는 그 사람을 잡으러 가면 되죠!”진서준이 통쾌하게 웃자 서현욱은 너무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그는 4억으로 죽은 벌레 몇 마리와 나뭇가지 몇 개를 샀다.가장 중요한 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체면을 잃었다는 점이다.“됐다, 현욱아. 이번에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해. 누구나 사기당할 때가 있는 법이지. 나도 예전에 사업할 때 사기당한 적이 있어.”허성태는 서현욱의 안색이 좋지 않자 곧바로 그를 달래주려고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서현욱은 진서준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선물은 뭔데요? 좋은 선물이에요?”서현욱은 진서준을 통해 자신의 체면을 되살리려 했다.서현욱이 보기에 진서준은 가난해서 비싼 선물을 준비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좋은 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9화

    세 가지 처방은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자라면 앞의 두 가지 약을 쓰고 남자는 뒤의 두 가지 약을 쓴다.하지만 어느 것이든 시장에 내놓는다면 아주 잘 팔릴 것이다.허사연은 진서준의 의술과 처방을 100% 믿었다.진서준이 흉터 제거 파우더, 주안 파우더처럼 이목을 끄는 이름을 지었다는 건 진서준이 준 처방으로 충분히 그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특히 흉터 제가 파우더는 세계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었다.사람이라면 몸에 흉터가 있기 마련이고 다들 그 흉터가 사라지길 바랄 것이다.병원에서 흉터 제거 수술을 받을 수도 있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서 일반인은 감당할 수가 없었다.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언제나 대중을 향한 것이다.일반 대중들도 살 수 있다면 벼락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그게 뭔데요?”서현욱은 못 알아들었다.“주안 파우더, 흉터 제거 파우더, 신장 강화 알약이요!”허사연이 다시 경멸 어린 어조로 반복했다.“못 알아듣는 것도 정상이에요. 서현욱 씨는 마른 나뭇가지를 몇억 주고 사는 사람이니까요.”허사연의 비아냥에 서현욱은 화가 나서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내가 속은 건 사연 씨 때문이죠! 사연 씨, 내가 사연 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연 씨도 알고 있죠? 나랑 만난다면 허씨 일가는 서울시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 될 거예요. 그러면 좋지 않아요?”허사연은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서현욱의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진서준이 준 세 개의 처방만으로 허씨 일가는 서울이 아니라 남주성, 심지어 전국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이 세 가지 약이 시판된다면 허사연은 허씨 일가가 1년 만에 국내 시총 순위 500위 안에 들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서현욱 씨, 똑똑히 얘기할게요. 난 남자 친구 있어요. 그러니까 이만 포기해요!”허사연은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서현욱을 바라본 뒤 그의 앞에서 일부러 진서준의 팔에 팔짱을 꼈다.“뭐 때문이죠?”서현욱은 미친 사람처럼 허사연을 향해 달려들며 그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2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1화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0화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9화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8화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7화

    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분위기가 다소 묘해졌다.조호의 머리는 미친 듯이 회전했다.‘이게 무슨 뜻이지? 설마 조상규의 아내를 탐낸다는 건가?’“진서준 씨, 농담이죠? 제 아내는 그저 다도 실력만 조금 괜찮을 뿐입니다.” 조상규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조상규, 거참 겸손하네. 네 아내는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좋고 얼굴은 요염한 여우처럼 매혹적인데?”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치파오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이 행동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오영수조차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서준이 도대체 뭘 하려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혹시 진짜 여자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건가?치파오 여자는 난감하게 웃으며 진서준의 손을 밀어냈다.“진서준 씨, 농담이 지나치네요. 저도 벌써 서른이 넘었어요. 젊은 아가씨들과는 비교도 안 돼요.”“맞아요, 진서준 씨. 혹시 여자가 필요하시면 잠시 후 가게 아가씨들을 전부 데려오겠습니다. 마음껏 고르세요.”조상규가 웃으며 말했다.“젊을 땐 숙녀의 매력을 몰라보고 철없이 어린 여자를 보물로 여긴다고 하지.”진서준의 손이 다시 치파오 여자의 허벅지 위에 올려졌다.“난 이렇게 성숙하고 섹시한 여자가 좋더라. 점심 식사 후에 네 아내 잠자리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보면 어떨까?”이 말을 듣자 조호 일행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겉보기엔 신사인 줄 알았던 진서준이 사실 이렇게 천하의 난봉꾼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남의 아내를 탐내는 것도 모자라 남편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아내를 달라고 하다니, 조상규가 격분해 목숨을 내걸고 싸우자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오영수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 진서준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오영수는 진서준이 절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진서준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게다가 진서준이 김연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진서준 씨, 정말 농담이 지나칩니다. 우선 차부터 드시죠.”조상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 분노를 억눌렀다.누구라도 이런 말을 직접 들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6화

    “진서준 씨나 잘 모셔. 내가 당장 전화해 안배할 거니까.”조상규는 단호한 말투로 말하며 조호에게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알겠습니다.”조호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진서준 씨, 이쪽으로 오시죠.”휴게실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손짓하며 오영수를 가리켰다.“이쪽은 내 친구 오영수야.”“오영수요? 설마 그 오씨 가문 사람입니까?”조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맞아.”오영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호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오씨 가문은 르벨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가였고 감히 귀도파 따위가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괜찮아. 사실 나도 조상규 씨 같은 고수를 한 번 상대해 보고 싶었거든.”오영수가 담담하게 대응했다.조호는 이때다 싶어 슬쩍 말을 붙였다.“오영수 씨가 진서준 씨와 친구라면 이제부터 우리도 한 식구 아닙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하지만 오영수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난 집에 자주 가지도 않아. 나한테 잘 보여봤자 얻을 건 없을 거야.”오영수는 오랫동안 전신전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고 사람들의 속셈이 무엇인지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그러니 조호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목적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아, 아닙니다. 그냥 오영수 씨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을 뿐입니다.”조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자기 속내를 대놓고 들켜버리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조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참, 진서준 씨. 이따가 제 아들도 와서 직접 사과드릴 겁니다.”하지만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는 태도였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진짜 화났다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거야.”“네, 그 말이 맞네요.”조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조호는 아까 진서준이 조상규 같은 대종사를 가볍게 처치하는 걸 직접 확인했다.그러니 조호는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었다.쓸데없는 행동으로 진서준의 심기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5화

    체육관 안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믿을 수 없는 장면에 사람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귀도파의 최종 병기라 불리던 조상규가 진서준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얻어터질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조상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영수를 가볍게 쓰러뜨린 자였기에 실력 하나만 봐도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 결론만이 모두의 앞에 놓였다.지금 귀도파을 건드린 이 청년은 인간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와, 대박이야. 이 녀석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어? 야, 너 때문에 나 큰일 날 뻔했잖아.”늑대가 정신을 차리고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엄승현을 노려봤다.조상규 같은 고수도 진서준 앞에서는 그저 두들겨 맞을 뿐이었는데 늑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링에 올라가 진서준과 붙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 게 뻔했다.“늑대 형, 오해입니다. 저도 저 자식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어요.”엄승현이 기겁하며 변명했다.어제 진서준이 왜 무사하게 유흥업소에서 나갈 수 있었는지, 자기가 호랑이를 찾아갔을 때 호랑이가 왜 버럭 화냈는지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그 모든 이유는 진서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호랑이의 부하 중에 진서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멍때리지 말고 얼른 튀어. 이따가 저놈이 우리까지 상대하면 너도나도 여기서 뒤질 거야.”늑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다들 얼른 도망쳐.”엄승현도 체면 따위 집어치우고 그 뒤를 따랐다.링 위에서 조상규는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조상규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피까지 줄줄 흘러내렸다.“아까 네가 뭐라고 했더라? 내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다 하지 않았어?”조상규를 내려다보는 진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그 말에 조상규는 흠칫 놀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진, 진서준 씨. 살려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어 감히 진서준 씨에게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조상규는 머리를 박아가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4화

    하지만 조상규 앞의 보호막은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상규의 손바닥이 진동했다.그리고 산을 뒤엎는 듯한 힘이 오영수를 덮쳤다.그러자 오영수의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쿵!오영수의 몸이 바닥에 세게 내리꽂히며 몸속에서 우두둑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두가 넋이 나간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4대 천왕을 가뿐히 쓰러뜨린 오영수가 인간도륙의 한 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역시 인간도륙의 명성은 헛소문이 아니었다.“대박이야, 사촌 형 너무 멋져요!”조호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고 신나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이봐, 이제야 알겠어? 이게 귀도파의 진정한 실력이야.”늑대가 잔뜩 으스대며 자기가 오영수를 때려눕힌 것처럼 신나 있었다.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오영수에게 다가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장청의 힘을 체내에 흘려보내며 치료하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 저 사람 실력이 너무 강하네요. 제가 도저히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오영수는 깊은 자책감에 고개를 숙였다.적어도 몇 방 정도는 버틸 줄 알았는데 단 한 방도 막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저 사람은 노련한 대종사입니다. 대장님이 못 이기는 게 당연하죠. 이제부터는 제가 상대할게요.”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서서 링 위로 걸어갔다.“저 자식 미쳤나? 대체 뭘 믿고 올라가는 거야?”늑대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살려달라고 빌려는 건 아니겠죠?”엄승현이 비꼬듯 말했다.“끝까지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깡은 있네.”조호가 코웃음을 쳤다.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도대체 진서준이 올라가서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때, 링에 올라오는 진서준을 확인한 조상규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어라? 여기서 다시 보네.”그날, 서광문이 갑자기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조상규와 진서준은 이미 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