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비 안은 조용했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떡 벌렸다. 이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조성우는 기세가 남다른 경호원들 십여 명을 데리고 왔다.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조카의 뺨을 때리더니 그의 조카를 때린 사람에게 사과를 했다.이 상황이 가장 믿기지 않는 건 조해영이었다.그녀는 큰아버지가 왜 진서준을 향해 사과하는지 알 수 없었다. 피해자는 그녀가 아닌가!“조금 전에 조성우 씨 조카가 나랑 허사연 씨 손을 부러뜨리고 우리를 거지로 만들겠다고 하던데요.”진서준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덤덤한 눈길로 조성우를 바라보았다.“전...”조성우는 몸을 흠칫 떨면서 공포에 질렸다.조해영이 건드린 사람이 진서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더라면 이미 사죄했을 것이다. 이렇게 경호원들을 데리고 찾아왔을 리가 없었다.조성우의 겁에 질린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했다.“큰아버지, 저런 젊은이를 왜 두려워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민규 오빠 친구일 뿐이에요! 그리고 저 여자는 5성급도 아닌 호텔의 가난한 주인일 뿐이에요!”조해영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아직도 뒤에서 화를 내고 있었다.조성우는 속으로 욕하고 있었다. 그가 진서준과 허사연의 진짜 신분을 모를 리가 없었다.“입 닥치라니까!”조성우는 고개를 돌려 화가 난 얼굴로 멍청한 조카를 노려보았다.진서준이 정말로 화를 낸다면 그뿐만 아니라 한지유의 회사까지 끝장이다.“큰아버지...”조해영은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었다. 그녀는 큰아버지가 이런 표정을 하는 걸 처음 봐서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정치인을 만날 때도 조성우는 이런 표정을 한 적이 없었다.“당장 여기로 와!”조성우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가득했다.만약 오늘 진서준과 허사연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었다.조해영은 그 광경을 보더니 내키지 않는 얼굴로 걸어갔다. 조금 전의 거만함은 전
한지유는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사람을 시켜 차를 준비해서 플라잉 호텔로 향했다.진서준은 냉소를 점점 회복하는 조해영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 정도 연기력이면 배우를 하지.”조해영은 진서준이 여전히 자신을 조롱하자 화를 내며 소리를 쳤다.“당신은 끝장이에요. 우리 큰어머니가 곧 올 거예요!”“네 큰어머니가 온다고 해도 넌 진서준 씨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해!”조성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말도 안 돼요. 큰어머니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조해영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조성우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진서준에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 제가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이렇게 자란 겁니다...”진서준은 손을 들어 조성우의 사과를 끊었다.“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조성우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한지유가 자기 경호원들을 데리고 호텔에 도착했다.“여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자기 조카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수 있어? 소문이라도 난다면 앞으로 해영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사람이 보이기도 전에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한지유의 목소리를 듣자 조해영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곧바로 한지유에게 달려갔다.“큰어머니, 드디어 왔네요!”조해영이 한지유의 앞으로 달려가서 억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 뺨은 누가 때린 거야?”한지유는 조해영의 맞아서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보더니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하나는 큰아버지가 때렸고 다른 하나는 저 여자가 때린 거예요.”조성우도 때렸다는 말에 한지유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 조성우를 찾았다.조성우를 본 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여보, 당신 친조카인데 어떻게 이렇게 심하게 때릴 수가 있어?”“걔가 누굴 건드렸는지 한 번 봐봐!”조성우가 불퉁하게 말했다.한지유는 조성우의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더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분노에 가득 찼던 한지유의 얼굴이 두려움과 당황함으로 물들여졌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해영이 두 무릎을 호텔 바닥에 꿇었다.호텔 로비가 정적에 잠겼다.“사과해!”조성우와 한지유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조해영은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마치 엄청난 굴욕을 당하는 것처럼 말이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진서준은 조해영이 여전히 내켜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내키지 않아 한들 뭘 어쩔 수 있겠는가?“거기, 이 여자 차 망가뜨려요!”진서준은 로비에 서 있던 경비원들을 향해 말했다.그 경비원들은 겁을 먹고 머리가 텅 빈 상태였다. 호텔 매니저가 그들을 불러서야 그들은 정신을 차렸다.“진서준 씨가 저 여자 차를 망가뜨리라고 하잖아요. 얼른 가요!”호텔 매니저가 날카롭게 말했다.“네...”그들은 헐레벌떡 호텔에서 달려 나가 조해영의 마세라티를 마구 부쉈다.이내 8억짜리 스포츠카가 만신창이가 되었다.상황을 알지 못하던 행인들은 그 광경에 가슴이 아팠다.“꺼져요. 앞으로 또 다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끝나지 않을 줄 알아요!”한지유 부부가 김연아와 사이가 좋았기에 이렇게 쉽게 조해영을 봐준 것이다. 김연아의 체면을 고려한 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렇지 않으면 조해영은 분명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얼른 진서준 씨께 감사하다고 해!”한지유가 옆에서 귀띔했다.스포츠카가 부서지고 무릎까지 꿇었는데 상대방에게 감사 인사까지 해야 하다니!조해영은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심지어 입술을 너무 짓씹어서 피가 흘렀다.“죽이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서준 씨!”조해영은 입가에서 흐르던 피를 삼키며 인생의 쓴맛을 느꼈다.“내키지 않는 건 알겠어요. 만약 실력이 있다면, 혹은 실력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면 얼마든지 복수해요!”진서준이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에요!”조성우가 서둘러 말했다.“진서준 씨, 제 조카가 워낙 제멋대로여서 그렇습니다. 제가 돌아가서 잘 타이를 테니
한지유에게 혼나자 조해영은 고개를 숙였다.‘진서준이 남주성 최고이고 모든 가문이 그를 존경한다고? 진서준이 뭐가 그리 잘나서? 난 진서준이 절대 당신들 생각처럼 대단하지 않다는 걸 똑똑히 보여줄 거야!’“여보, 연아 씨에게 연락해서 우리를 도와 진서준 씨에게 다시 사과해달라고 해.”조성우가 한지유에게 말했다.“응,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한지유는 전화를 꺼내 김연아에게 연락했다.한지유는 오늘 있었던 일을 김연아에게 대충 설명해 줬고 김연아는 그 말을 듣더니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알겠어요. 저녁에 진서준 씨랑 약속 잡을게요. 진서준 씨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어요.”만월호 일이 있은 뒤로 김연아는 진서준을 보지 못했다.진서준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떻게 진서준을 대해야 할지 몰라서였다.만월호에서 진서준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신호를 보냈다.허사연이 자기 여자 친구라는 걸 말이다.만약 그녀가 자발적으로 진서준에게 연락한다면 분명 루머가 돌 것이다.이번에는 진서준에게 연락할 이유가 생겼다.플라잉 호텔 안, 조성우 등 사람들이 떠난 뒤 진서준은 허사연을 호텔 입구까지 데려다줬다.“권해철 씨가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요. 사연 씨는 먼저 돌아가요.”진서준이 말했다.“네, 그러면 전 먼저 가볼게요.”허사연은 미련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다가 차를 타고 떠났다.허사연을 보낸 뒤 진서준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왔다.“죄송해요. 두 분 오래 기다리셨죠.”진서준이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문을 열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조해영의 일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괜찮습니다, 진 마스터님께서 오신 것만으로도 체면이 서는걸요!”권해철이 웃어 보였다. 그는 진서준이 늦게 온 걸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진서준이 자리에 앉은 뒤 권해철은 곧바로 진서준을 향해 우소영을 소개했다.“이분은 제 오래된 친구 우소영입니다. 무도를 수련했는데 종사가 된 지 꽤 됐습니다.”우소영이 종사라는 말에 진서준의 눈빛에 의아함이
우소영이 자기 스승님을 아는 것 같자 진서준은 궁금한 듯 물었다.“우 종사님, 설마 저희 스승님을 본 적이 있는 겁니까?”옆에 있던 권해철이 끼어들었다.“우소영뿐만 아니라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문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전 구창욱 어르신을 마주쳤습니다. 지금 같은 실력을 갖춘 것도 어르신의 가르침 덕분입니다.”우소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 재능으로는 이제야 종사 경지에 이르렀을 겁니다. 심지어 제 스승님도 구창욱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곧이어 우소영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서준 씨 스승님이 구창욱 어르신이라니, 그렇다면 진서준 씨가 왜 이토록 강대한지 설명이 되네요.”진서준은 자기 스승님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스승님이 왜 감옥에 들어오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구창욱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다 부유해지거나 강해졌다.구창욱이 아무리 큰 죄를 저질렀어도 그를 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감옥에서 진서준과 함께 3년간 동고동락했다. 진서준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게 느껴졌다.설마 그의 스승님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특별히 감옥으로 와서 그를 가르친 걸까?그러고 보면 이상했다. 교도소의 교도관들은 진서준과 구창욱에게 유독 너그러웠다. 방을 검사할 때 두 사람이 없어도 굳이 묻거나 하지 않았다.조희선이 했던 말을 연관 지어 생각해 봤을 때 진서준은 구창욱을 만난 게 절대 우연이 아닐 거로 생각했다.“진서준 씨, 얼른 식사하시죠. 음식이 식겠어요.”권해철이 귀띔했다.“네.”진서준은 정신을 차린 뒤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반쯤 먹다가 진서준이 우소영에게 물었다.“전라도에 황씨 가문이 있죠?”진서라를 납치했던 두목이 황씨 일가 사모님의 지시를 받은 거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우소영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가에 묻은 음식을 닦아냈다.“네! 그 황씨 가문 만만하
“정보 감사드립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진서준이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새 마이바흐가 그의 별장 앞에 멈춰 서 있었다.조성우가 보낸 게 분명했다.진서준은 사양하지 않고 마이바흐를 받았다.오후에는 한가해서 진서준은 계속해 자기 방에서 수련했다....호텔 객실 안.“아버지, 저 여기 하루 종일 있었어요. 저녁에 사람들이랑 나가서 한잔하고 들어올게요.”이지성이 이혁진에게 말했다.“안 돼, 혹시나 진서준을 마주치면 어떡해?”이혁진이 사납게 말했다.저번에 이혁진이 진서준에게 애원해서야 진서준이 두 사람을 봐줬다.만약 이지성이 서울로 돌아왔다는 걸 진서준이 보게 된다면 절대 두 사람을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아버지, 서울이 얼마나 큰데 진서준을 만날 리가 있겠어요?”이지성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리고 만났다고 해도 바로 우 종사님에게 연락해서 진서준을 죽이라고 하면 되죠!”이지성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서울은 작은 도시가 아니었고 동서남북 네 구역을 나뉘며 인구는 400만쯤 되었다.이렇게 큰 도시에서 이지성이 진서준을 만나는 건 로또를 맞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었다.“아버지, 저 밖에 나가서 밥 좀 먹을게요. 저녁에 일찍 돌아올 거라고 제가 장담해요.”이혁진은 조금 흔들렸고 이지성이 말을 보탰다.“너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어떻게 나간다는 거야?”이혁진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이지성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사실 저 이제 지팡이를 짚고 밖에 나갈 수 있어요!”“지팡이? 확실해?”이혁진은 조금 걱정됐다.“당연하죠. 믿기지 않는다면 제가 한 번 보여줄게요!”말을 마친 뒤 이지성은 지팡이 앞으로 향했다. 그는 힘겹게 휠체어에서 일어나더니 지팡이를 짚으며 방 안에서 걷기 시작했다.비록 걷는 속도가 느렸지만 적어도 휠체어가 가지 못하는 곳은 지팡이를 이용해 갈 수 있었다.“그러면 나가. 명심해. 절대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돼!”이혁진이 당부했다.“걱정하지 마
김연아가 진서준에게 연락했을 때, 진서준은 수련 중이었다.벨소리 때문에 수련 중에 정신을 차린 진서준은 휴대전화를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김연아 씨가 왜 나한테 연락한 거지?”진서준은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곧 그는 점심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분명 조성우 부부가 김연아에게 다시 한번 진서준에게 사과를 전해달라고 부탁한 것일 테다.역시나 진서준이 연락을 받자마자 김연아는 다짜고짜 말했다.“진서준 씨, 저녁에 시간 있어요? 진서준 씨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요.”음식을 대접한다는 건 결국 다시 사과하기 위해서였다.“조해영 씨 일 때문이죠?”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네... 그런 셈이죠.”김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제가 그냥 보내줬다는 건 더 따지지 않겠다는 뜻이었어요. 조해영 씨가 목숨 귀한 줄 모르고 날뛴다면 모를까.”진서준은 앞뒤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조해영을 봐주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사람을 시켜 조해영이거나 조성우 부부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진서준 씨가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란 거 나도 알아요. 하지만 지유 언니랑 형부가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김연아가 말했다.“아직 밥 안 먹었죠? 저랑 같이 저녁 먹어주는 거로 생각해 줘요. 그래야 저도 지유 언니랑 형부가 안심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김연아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어디 가서 먹을 거예요?”“유일 호텔은 어때요? 김씨 일가에서 새롭게 오픈한 호텔이에요.”김씨 일가라는 말에 진서준은 그곳이 김연아가 운영하는 호텔인 줄 알았다.“김씨 일가요? 김연아 씨 집안에서 오픈한 곳인가요?”진서준이 물었다.“당연히 아니죠. 제가 무슨 돈이 있어서 호텔을 운영하겠어요?”김연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영운 그룹 대표 김풍 씨가 운영하는 곳이에요.”진서준은 서울에 비교적 큰 집안인 김씨 일가가 있다는 걸 그제야 떠올렸다.“네, 그럼 지금 갈게요.”“호텔 입구에서 봐요.”전화를 끊은 뒤 김연아는
행인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면서 진서준은 김연아와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야 김연아는 진서준을 놓아줬다.“혹시 화를 낼 생각은 아니죠? 전 다른 남자들이 제게 집적대는 게 싫어서 그런 거예요.”김연아가 자발적으로 말했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아뇨. 하지만 연아 씨도 이제는 남자 친구를 찾아야죠. 병이 완전히 나았잖아요.”김연아의 구궁한증은 진서준에 의해 완전히 치료됐다. 그녀는 이제 점점 다른 여자들과 같이 울 줄 알고 웃을 줄 알게 되었다.김연아의 재력과 외모라면 서울시 그 어떤 남자도 고를 수 있었다.“남자 친구를 찾을 때가 되긴 했죠. 하지만 제가 좀 까다로워서요. 가장 강한 남자가 아니라면 싫어요!”김연아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대꾸했다.“강하다는 건 어떤 뜻이죠? 설마 모든 걸 다 할 줄 알아야 하고 또 모든 것에 가장 강해야 한다는 건가요?”“그건 아니에요. 하나만 잘하면 돼요. 예를 들면 의술이나 무공이 아주 강해서 절 지킬 수 있으면 돼요.”김연아는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두 점은 분명 진서준을 가리키는 것이었다.적어도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진서준보다 의술이 강한 사람은 없었다.무공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만월호에서의 결투로 진서준은 큰 명성을 얻었다.진서준도 김연아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아서 대꾸하지 않았다.그에게는 이제 허사연이 있으니 다른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생각은 없었다.그렇게 한다면 유지수 그 여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김연아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엘리베이터가 멈춘 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김연아가 예약해 둔 룸으로 향했다.룸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말했다.“고객님, 음식은 지금 올리면 될까요?”“네, 지금 올리죠.”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종업원이 떠난 뒤 룸 안의 분위기가 조금 답답하고 어색했다.결국 김연아가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진서준 씨, 앞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