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오늘은 하민규의 생일이고 이렇게 중도에 자리를 뜬다면 불만스러운 티를 내지는 않겠지만 분명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자, 그러면 두 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하민규가 있는 룸으로 돌아왔다.“서준 형님, 괜찮은 거예요?”하민규는 진서준이 돌아오자 한 마디 물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누군가 내 차를 부쉈더라고요.”진서준은 손을 저었다.사람들은 그 말을 듣더니 마치 큰 적이라도 만난 듯 순식간에 벌떡 일어났다.“젠장, 죽고 싶은가 보네요. 감히 서준 형님의 차를 때려 부수다뇨!”하민규는 식탁을 내리치면서 화를 냈다.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화를 내자 조해영도 따라서 욕했다.“그런 사람은 두 손을 부러뜨려야 해요.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말이죠!”다른 사람들도 진서준의 차를 부순 사람을 욕했다.“됐어요.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의 기분을 망쳐서는 안 되죠. 계속 술 마시자고요.”진서준은 웃으면서 앉으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이내 룸 안의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다.다른 한편, 권해철과 넋이 나간 우소영은 다른 룸으로 들어갔다.우소영은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권해철, 날 속이는 건 아니지? 저 젊은이가 정말로 진 마스터라고?”우소영의 말에 권해철의 안색이 달라졌다.“말조심해. 진서준 씨가 그 말을 들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권해철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나무랐다.권해철의 진지한 모습에 우소영은 서둘러 자신의 입을 막았다.“권해철,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 저 청년 대체 나이가 몇이야?”권해철은 손가락 두 개를 내밀더니 또 손가락 다섯 개를 내밀었다.“52?”우소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25!”“뭐라고?”우소영은 다시 한번 얼이 빠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25살에 선천 대종사급의 실력을 갖추다니, 인간이 맞을까?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수련할 수는 없을 것이다.우소영
플라잉 호텔에 도착한 뒤 허사연은 만신창이가 된 마이바흐를 보았다.진서준이 새로 바꾼 차라 허사연은 차 번호판을 봐도 그것이 진서준의 차임을 알지 못했다.“참나, 어이가 없네요. 어떻게 저런 사람을 채용할 수가 있어요? 저렇게 무식한 경비원을 왜 뽑은 거예요?”허사연은 매니저의 사무실에 도착해 그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사장이 화를 내도 매니저는 그저 듣고 있어야만 했다.허사연은 1분 내내 욕하다가 멈췄다.“그 사람이 내가 직접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한 거예요?”허사연이 미간을 구기고 물었다.“네, 사건과 연루된 경비원들을 자르는 것 외에 요구는 이것 하나뿐이라고 했습니다.”매니저가 서둘러 대답했다.허사연은 조금 망설였다. 지금 그녀는 예전과 신분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예전이었다면 차가 망가진 차주에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진서준이 공개한 여친이었다.그녀가 사과를 한다면 진서준이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닌단 말인가?“그 사람에게 사과 안 해도 되냐고 물어봐. 우리 호텔이 마이바흐를 새로 구해서 드릴 거라고 해.”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새 마이바흐를 구하려면 호텔 반년간의 수익이 들었다.호텔 매니저는 비록 마음이 아팠지만 대표가 지시한 일이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지금 바로 가서 물어보겠습니다!”매니저는 빠르게 진서준이 있는 룸에 도착했다.“고객님, 저희 사장님께서 도착하셨는데 따로 얘기 드려도 될까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고객님, 사실은 이렇습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직접 사과를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신 마이바흐 한 대를 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매니저가 조심스럽게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안 돼요. 제 차를 부순 사람에게 제 찻값을 보상하라고 할 겁니다. 그리고 호텔 측의 사과도 꼭 받아야겠어요!”진서준이 강경한 어조로 거절했다.진서준은 겨우 4억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이 호텔 대표의 성의였다.만약 상대방의 태도
하지만 이렇게 마음의 빚을 지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빚진 돈을 갚기는 쉽지만 신세를 갚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됐어요. 하민규 씨를 귀찮게 할 필요는 없죠. 마이바흐 타고 다니는 사람을 내가 처리하지 못할까 봐 그래요?”허사연은 하민규에게 전화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그 사람에게 얘기하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양보는 2억을 더 배상하는 것뿐이라고. 동의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내 호텔 문 닫게 하는 걸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세요.”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지금 갈게요.”호텔 매니저는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달렸다.“또 무슨 일이에요?”다시금 호텔 매니저를 보게 되자 룸 안의 사람들은 짜증이 났다.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그냥 여기서 말해요.”“저희 사장님께서 2억을 더 배상해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최대라고 했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냉소했다.“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건가요?”하민규는 진서준이 한 말을 통해 누군가 진서준의 차를 부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런데 호텔 사장이 겨우 2억을 더 배상해 준다는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냈다.“2억이요? 누굴 거지로 아는 건가요? 우리 서준 형님이 돈이 부족해 보여요?”“그러니까요. 서준 형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호텔 더는 운영하지 못할 거예요!”가문의 사업에 별로 관여하지 않는 하민규는 이 호텔이 허씨 일가의 것이라는 걸 몰랐다.하민규는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거만하게 말했다.“지금 그쪽 사장 보고 당장 내려와서 우리 서준 형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점심에 문을 닫게 될 거니까!”호텔 매니저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 도착한 매니저는 곧바로 하민규 등이 한 말을 그대로 허사연에게 전했다.“하민규 그 사람은 이 호텔이 우리 허씨 집안 것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요? 아니면 이 틈을 타서 괜히 시비를 거는 건가요?”허사연은 미간을 구겼다.“내가 직접 가봐야겠어요
조해영은 긴장한 얼굴로 호텔 매니저에게 물었다.“경비팀장을 지시한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요?”호텔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자랬어요. 마세라티 차준데 성격이 아주 불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쪼잔하대요! 차를 부수면 두당 200만 원씩 주기로 했는데 다 합쳐서 겨우 50만 원 정도 줬다고 하더라고요.”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경비원을 지시해 차를 부수게 한 여자를 욕했다.“정말 경위 없는 여자네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자기가 아주 잘난 줄 아나 보죠?”“오늘 반드시 그 경위 없는 여자를 잡아서 서준 형님을 위해 정의를 실현해야 해요!”“가요. 가서 그 여자의 마세라티를 부수자고요!”누군가 그 의견을 내자 다른 사람들도 동조했다.다들 재벌가 자제들이라 평소에도 막무가내였다. 게다가 지금은 술도 마셨고, 진서준과 하민규도 있어서 그들은 더 날뛰었다.조해영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만약 차를 부순 사람이 그녀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끝장이었다.진서준은 조해영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화를 했을 때 조해영의 목소리는 아주 날카롭고 또 화가 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지금 조해영은 목소리가 사근사근하고 말투가 부드러웠기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절대 그 두 목소리를 헷갈리지 않을 것이었다.“됐어요. 다들 앉아요. 호텔 측에서 그 여자를 잡은 뒤에 다시 얘기하죠.”진서준은 분개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하민규가 먼저 자리에 앉았고 다른 이들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얼른 형수님에게 자리를 내줘야지!”자리에 앉은 하민규는 허사연이 여전히 서 있자 진서준의 곁에 앉아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그 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일어나 허사연에게 자리를 내줬다.허사연은 그들의 호칭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냉정을 되찾고 보니 그들이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다.“그렇게 막 부르지 마요. 난 형수님이 아니에요...”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사연은 결국 자리
허사연은 자신이 진서준에게 속았음을 곧 눈치챘다.“이 망할 놈!”진서준의 허벅지를 만지던 허사연의 손이 다시 한번 진서준을 힘껏 꼬집었다.“아이고!”진서준은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억울한 얼굴로 허사연을 바라봤다.“왜 또 꼬집는 거예요?”“내가 왜 꼬집는 것 같아요?”허사연은 이를 악물더니 진서준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양 뺨에 홍조가 피어올랐다.진서준은 뻔뻔하게 말했다.“자기 남자 친구 다리를 마사지해 주는 건 여자 친구로서 의무 아닌가요?”“누가 서준 씨 여자 친구예요? 조금 전에는 순수한 사이라고 하더니...”허사연은 팔짱을 두르며 고개를 홱 돌렸다.“우리는 순수한 사이가 맞죠. 하지만 사연 씨는 제 여자 친구기도 해요. 화내지 말아요. 내가 다리 주물러줄게요.”말하면서 진서준은 손을 뻗어 허사연의 허벅지를 주물렀다.허사연의 허벅지에는 군살이 없었다. 다리 전체가 부드럽고 매끈하여 손을 떼기가 아쉬웠다.진서준이 갑자기 허벅지를 만지자 허사연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마치 술을 한 병 마신 듯 얼굴 전체가 불긋불긋했다.하지만 허사연은 진서준의 얄궂은 손을 쳐내지는 않았다. 진서준이 만지고 있어 허사연은 다리가 찌릿찌릿하고 무척 편안했다.사람들은 진서준과 허사연의 애정행각을 견디기가 힘들었다.“민규 형, 형 다른 볼일 있지? 우린 먼저 가볼게. 서준 형님이랑 형수님 방해하지 말자...”하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우리는 먼저 가자.”허사연은 그제야 룸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서둘러 진서준의 손을 쳐냈다. 그녀는 감히 다른 사람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서준 형님,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형님이랑 형수님 얘기 나누시는데 방해하지 않을게요.”하민규는 웃으면서 그들을 데리고 떠났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가봐요.”조해영은 그들과 함께 갈 수 없었다. 혹시나 경비원을 시켜 진서준의 차를 박살 낸 것이 본인이라는 걸 그들이 알까 봐서 말이다.“다들 먼저 가요. 난 화장실 좀
조해영은 화장실에 한참을 숨어 있다가 하민규가 위치를 보내주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러나 그녀가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경비원들이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얼른 저 여자를 붙잡아. 절대 저 여자가 도망치게 놔두지 마!”경비팀장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더니 조해영을 향해 달려들었다.조해영은 깜짝 놀라더니 몸을 돌려 위층으로 도망쳤다.그런데 그녀가 도망치기도 전에 경비원들이 그녀를 에워쌌다.“전부 당신 때문이에요. 우리는 돈도 못 받고 이젠 일자리까지 잃었어요!”“오늘 그 고객님의 돈을 배상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난 당신처럼 경우 없는 여자는 처음이에요. 정말 역겹네요!”조해영을 바라보는 경비원들의 눈동자에는 원망이 가득했다.그들은 지금 조해영이 죽도록 미웠다.만약 조해영이 아니었다면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이번 달 월급을 몰수당했다.조해영이 마이바흐 차주에게 배상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돈을 모아 배상해야 했다.경비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기에 5, 6명이 4억을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뭐 하는 거예요? 다들 꺼져요. 컴플레인 걸기 전에!”조해영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경비원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기를 바랐다.그러나 그들은 이미 호텔 매니저에 의해 잘렸다.“이미 잘린 마당에 어디에 컴플레인을 걸겠다는 거예요? 오늘 돈을 주지 않으면 여기서 못 떠날 줄 알아요!”경비팀장이 큰 목소리로 화를 내며 외쳤다.조해영은 흠칫하더니 이내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내 큰아버지는 조성우예요. 비키지 않는다면 큰아버지에게 연락할 거예요!”“조성우인지 뭔지 상관없어요. 오늘 당신이 누구를 부르든 반드시 배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떠날 생각 하지 말아요!”경비원들은 이미 모든 걸 잃었기에 조해영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경비원들이 강하게 밀어붙이자 조해영은 화가 났다.“좋아요. 그러면 지금 당장 큰아버지에게 연락하겠어요!
잠시 뒤 호텔 매니저가 로비에 도착해서 경비원과 대치하고 있는 조해영을 발견했다.“매니저님, 바로 이 여자가 우리에게 차를 부수라고 지시했습니다!”“세상에!”매니저는 조해영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조금 전 하민규의 룸 안에 조해영도 있었다.설마 이 여자가 사장의 남자 친구와 사적인 원한이 있는 걸까?매니저가 자신을 알아보자 조해영은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날 알아봤으면 빨리 이 경비원들에게 비키라고 해요!”매니저는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만 아직 떠나실 수 없습니다.”“무슨 뜻이에요? 우리 큰아버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이거예요?”조해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우리 큰아버지는 조성우예요. 식견이 얕은 당신들이지만 설마 모르는 건 아니죠?”조성우라는 말에 호텔 매니저는 깜짝 놀랐다.그는 당연히 이 이름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성우 본인이 이곳에 온다고 해도 호텔 매니저는 조해영을 이렇게 보내줄 수 없었다. 허사연이 책임을 묻는다면 호텔 매니저를 그만둬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압니다. 하지만 떠나실 수 없으세요.”매니저가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조해영은 호텔 매니저가 말이 통하지 않자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을 쳤다.“그래요. 잠시 뒤에 우리 큰아버지가 와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나 지켜보겠어요!”말을 마친 뒤 조해영은 거만하게 자신의 앞에 있던 경비원을 밀치고 소파를 향해 걸어가서 그 위에 앉았다.“여러분은 여기서 저 여자를 지켜보세요. 전 사장님을 모시고 내려올 겁니다.”매니저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고 이내 하민규의 룸 앞에 도착했다.“사장님, 사장님!”진서준의 허벅지 위에 앉아있던 허사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옷을 정리했다.“전부 당신 탓이에요!”허사연은 얼굴을 붉히더니 원망스러운 눈길로 진서준을 힐끗 보았다.“사연 씨 탓이죠. 사연 씨가 너무 매혹적인 걸요.”진서준은 자신의 입가를 핥았다. 허사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애정이 가득했다.안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자 매니저는 노크를 했다.
진서준은 조해영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나 참회하는 기색이 전혀 없자 더욱 화가 났다.“왜 내 차를 부순 거죠? 내 차는 주차선에 맞춰 주차했는데요. 그 쪽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요!”진서준이 매섭게 따져 물었다.비록 조해영은 하민규의 친구이긴 했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하민규가 그의 차를 부쉈다고 해도 진서준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방해가 되지는 않았죠. 하지만 당신이 사람을 시켜 허머로 제 차를 막아놨죠!”조해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히려 진서준을 탓하기 시작했다.“만약 당신이 허머 세 대로 내 차를 막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 차를 부쉈겠어요?”허사연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진서준이 왜 조해영의 차를 막는단 말인가?“우습네요. 당신이 자기 차를 내 차 뒤에 세워놓고 내 길을 막았죠. 내가 두 번이나 연락했는데도 당신은 차를 옮기려 내려오지 않았어요.”진서준은 드디어 조해영이 왜 자기 차를 부쉈는지 알게 되었다.조해영이 바로 그 마세라티 차주였다.“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사나이가 돼서 여자한테 양보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진서준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났다. 그는 차갑게 조해영을 바라보았다."도리를 따지는 여자라면 당연히 양보해야죠.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 양보할 수 없어요!”어떤 사람들은 조금만 양보하면 사람을 만만하게 본다.그런 사람들에게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어오르려 한다.“하하, 조금 전에 당신이 민규 오빠 친구인 걸 몰랐다면 당신은 이미 내게 맞았을 거예요!”조해영은 전혀 양보하지 않으며 차갑게 웃었다.이번에는 진서준의 곁에 서 있던 허사연이 분노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새도 없이 곧장 조해영의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뻔뻔하군요! 당신이 잘못해 놓고 감히 내 남자의 문제라고 하는 거예요? 당신 두 손 잘라버릴 줄 알아요!”허사연이 조해영을 향해 소리쳤다.기세등등한 허사연의 모습에 조해영은 조금 주눅 들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