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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작가: 무가
“흥!”

조해영은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플라잉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팀장님, 이제 어떡해요!”

“일단 이 일을 사장님께 알려야 해.”

경비팀장이 어쩔 수 없다는 어조로 말했다.

조해영이 룸에 도착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도착한 상태였다.

비록 조해영은 진서준의 차를 박살 냈지만 진서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지 못했다.

“조해영,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말도 마. 주차장에서 어떤 멍청한 놈이 내 차를 막아놨지 뭐야?”

조해영은 자신의 명품 백을 소파 위로 던지며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어떤 사람이 감히 네 차를 막은 거야?”

“요즘엔 진짜 별별 사람이 다 있다니까.”

조해영은 물을 마시면서 투덜댔다.

진서준도 차가 막힌 적이 있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주차장에서 남의 차를 가로막는 사람은 확실히 머리에 문제가 있죠.”

낯선 남자 한 명이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조해영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저 사람 누구야? 난 본 적 없는데?”

조해영의 예의 없는 태도에 하민규와 황은비의 안색이 달라졌다.

“조해영, 이분은 진서준 선생님이야. 말조심해.”

“진서준 선생님?”

조해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우리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조해영은 왜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저렇게 존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진서준은 덤덤히 웃었다.

“그냥 편하게 불러요. 선생님이라고 부를 필요 없어요. 그렇게 부르면 오히려 제가 나이 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황보식과 명문가 가주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진서준은 자신에게 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진서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조해영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성우는 진서준의 용서를 얻은 뒤 곧바로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절대 진서준이라는 젊은이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다.

만약 진서준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가족이라고 해도 어림없다고 했다.

조해영은 당시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힐끗 보기만 해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우선 민규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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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방해를 받게 되자 하민규는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누구예요?”“호텔 매니접니다. 안에 있는 한 고객님께서 나와주셔야 할 것 같아서요.”플라잉 호텔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는 안에 있는 사람이 전부 돈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이름을 예약한 사람은 그가 건드릴 수 없는 재벌가 자제였다.조금 전 자기 부하가 마이바흐를 망가뜨린 걸 알게 된 호텔 매니저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룸 문이 열리자 호텔 매니저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안녕하세요, 하민규 고객님.”“누구를 찾아온 거예요?”하민규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매니저는 고개를 들어 쓱 훑어보더니 진서준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저분을 찾아왔습니다.”진서준은 권해철 등 사람들이 도착해 매니저를 시켜 자신을 데리러 온 줄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먼저 드세요. 제가 나가볼게요.”진서준이 매니저를 따라 룸에서 나왔을 때 매니저는 진서준을 데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그가 자신을 룸이 아니라 사무실로 데려가자 진서준은 조금 의아했다.“왜 여기로 온 거죠?”“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차가 박살 났어요.”호텔 매니저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네? 무슨 뜻이에요?”진서준은 눈빛이 달라지더니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그의 차는 주차장에 있는데 왜 갑자기 박살 났단 말인가?“저희 호텔 경비원이 고객님 차를 망가뜨렸습니다.”호텔 매니저가 대답했다.그 순간 진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여기 호텔 경비원은 고객의 차를 부수나요? 호텔이 좀 크다고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도 돼요?”진서준이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꽤 오래 살았지만 진서준은 이렇게 이상한 호텔은 처음이었다.“아닙니다, 고객님. 한 여자 고객님께서 시킨 일이라고 합니다. 차를 부수면 두당 200만 원을 주겠다면서요.”진서준의 엄청난 기세에 호텔 매니저는 겁을 먹고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진서준은 매니저의 말에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났다.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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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준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오늘은 하민규의 생일이고 이렇게 중도에 자리를 뜬다면 불만스러운 티를 내지는 않겠지만 분명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자, 그러면 두 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하민규가 있는 룸으로 돌아왔다.“서준 형님, 괜찮은 거예요?”하민규는 진서준이 돌아오자 한 마디 물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누군가 내 차를 부쉈더라고요.”진서준은 손을 저었다.사람들은 그 말을 듣더니 마치 큰 적이라도 만난 듯 순식간에 벌떡 일어났다.“젠장, 죽고 싶은가 보네요. 감히 서준 형님의 차를 때려 부수다뇨!”하민규는 식탁을 내리치면서 화를 냈다.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화를 내자 조해영도 따라서 욕했다.“그런 사람은 두 손을 부러뜨려야 해요.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말이죠!”다른 사람들도 진서준의 차를 부순 사람을 욕했다.“됐어요.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의 기분을 망쳐서는 안 되죠. 계속 술 마시자고요.”진서준은 웃으면서 앉으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이내 룸 안의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다.다른 한편, 권해철과 넋이 나간 우소영은 다른 룸으로 들어갔다.우소영은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권해철, 날 속이는 건 아니지? 저 젊은이가 정말로 진 마스터라고?”우소영의 말에 권해철의 안색이 달라졌다.“말조심해. 진서준 씨가 그 말을 들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권해철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나무랐다.권해철의 진지한 모습에 우소영은 서둘러 자신의 입을 막았다.“권해철,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 저 청년 대체 나이가 몇이야?”권해철은 손가락 두 개를 내밀더니 또 손가락 다섯 개를 내밀었다.“52?”우소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25!”“뭐라고?”우소영은 다시 한번 얼이 빠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25살에 선천 대종사급의 실력을 갖추다니, 인간이 맞을까?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수련할 수는 없을 것이다.우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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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잉 호텔에 도착한 뒤 허사연은 만신창이가 된 마이바흐를 보았다.진서준이 새로 바꾼 차라 허사연은 차 번호판을 봐도 그것이 진서준의 차임을 알지 못했다.“참나, 어이가 없네요. 어떻게 저런 사람을 채용할 수가 있어요? 저렇게 무식한 경비원을 왜 뽑은 거예요?”허사연은 매니저의 사무실에 도착해 그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사장이 화를 내도 매니저는 그저 듣고 있어야만 했다.허사연은 1분 내내 욕하다가 멈췄다.“그 사람이 내가 직접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한 거예요?”허사연이 미간을 구기고 물었다.“네, 사건과 연루된 경비원들을 자르는 것 외에 요구는 이것 하나뿐이라고 했습니다.”매니저가 서둘러 대답했다.허사연은 조금 망설였다. 지금 그녀는 예전과 신분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예전이었다면 차가 망가진 차주에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진서준이 공개한 여친이었다.그녀가 사과를 한다면 진서준이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닌단 말인가?“그 사람에게 사과 안 해도 되냐고 물어봐. 우리 호텔이 마이바흐를 새로 구해서 드릴 거라고 해.”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새 마이바흐를 구하려면 호텔 반년간의 수익이 들었다.호텔 매니저는 비록 마음이 아팠지만 대표가 지시한 일이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지금 바로 가서 물어보겠습니다!”매니저는 빠르게 진서준이 있는 룸에 도착했다.“고객님, 저희 사장님께서 도착하셨는데 따로 얘기 드려도 될까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고객님, 사실은 이렇습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직접 사과를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신 마이바흐 한 대를 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매니저가 조심스럽게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안 돼요. 제 차를 부순 사람에게 제 찻값을 보상하라고 할 겁니다. 그리고 호텔 측의 사과도 꼭 받아야겠어요!”진서준이 강경한 어조로 거절했다.진서준은 겨우 4억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이 호텔 대표의 성의였다.만약 상대방의 태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68화

    하지만 이렇게 마음의 빚을 지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빚진 돈을 갚기는 쉽지만 신세를 갚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됐어요. 하민규 씨를 귀찮게 할 필요는 없죠. 마이바흐 타고 다니는 사람을 내가 처리하지 못할까 봐 그래요?”허사연은 하민규에게 전화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그 사람에게 얘기하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양보는 2억을 더 배상하는 것뿐이라고. 동의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내 호텔 문 닫게 하는 걸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세요.”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지금 갈게요.”호텔 매니저는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달렸다.“또 무슨 일이에요?”다시금 호텔 매니저를 보게 되자 룸 안의 사람들은 짜증이 났다.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그냥 여기서 말해요.”“저희 사장님께서 2억을 더 배상해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최대라고 했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냉소했다.“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건가요?”하민규는 진서준이 한 말을 통해 누군가 진서준의 차를 부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런데 호텔 사장이 겨우 2억을 더 배상해 준다는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냈다.“2억이요? 누굴 거지로 아는 건가요? 우리 서준 형님이 돈이 부족해 보여요?”“그러니까요. 서준 형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호텔 더는 운영하지 못할 거예요!”가문의 사업에 별로 관여하지 않는 하민규는 이 호텔이 허씨 일가의 것이라는 걸 몰랐다.하민규는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거만하게 말했다.“지금 그쪽 사장 보고 당장 내려와서 우리 서준 형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점심에 문을 닫게 될 거니까!”호텔 매니저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 도착한 매니저는 곧바로 하민규 등이 한 말을 그대로 허사연에게 전했다.“하민규 그 사람은 이 호텔이 우리 허씨 집안 것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요? 아니면 이 틈을 타서 괜히 시비를 거는 건가요?”허사연은 미간을 구겼다.“내가 직접 가봐야겠어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69화

    조해영은 긴장한 얼굴로 호텔 매니저에게 물었다.“경비팀장을 지시한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요?”호텔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자랬어요. 마세라티 차준데 성격이 아주 불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쪼잔하대요! 차를 부수면 두당 200만 원씩 주기로 했는데 다 합쳐서 겨우 50만 원 정도 줬다고 하더라고요.”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경비원을 지시해 차를 부수게 한 여자를 욕했다.“정말 경위 없는 여자네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자기가 아주 잘난 줄 아나 보죠?”“오늘 반드시 그 경위 없는 여자를 잡아서 서준 형님을 위해 정의를 실현해야 해요!”“가요. 가서 그 여자의 마세라티를 부수자고요!”누군가 그 의견을 내자 다른 사람들도 동조했다.다들 재벌가 자제들이라 평소에도 막무가내였다. 게다가 지금은 술도 마셨고, 진서준과 하민규도 있어서 그들은 더 날뛰었다.조해영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만약 차를 부순 사람이 그녀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끝장이었다.진서준은 조해영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화를 했을 때 조해영의 목소리는 아주 날카롭고 또 화가 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지금 조해영은 목소리가 사근사근하고 말투가 부드러웠기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절대 그 두 목소리를 헷갈리지 않을 것이었다.“됐어요. 다들 앉아요. 호텔 측에서 그 여자를 잡은 뒤에 다시 얘기하죠.”진서준은 분개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하민규가 먼저 자리에 앉았고 다른 이들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얼른 형수님에게 자리를 내줘야지!”자리에 앉은 하민규는 허사연이 여전히 서 있자 진서준의 곁에 앉아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그 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일어나 허사연에게 자리를 내줬다.허사연은 그들의 호칭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냉정을 되찾고 보니 그들이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다.“그렇게 막 부르지 마요. 난 형수님이 아니에요...”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사연은 결국 자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70화

    허사연은 자신이 진서준에게 속았음을 곧 눈치챘다.“이 망할 놈!”진서준의 허벅지를 만지던 허사연의 손이 다시 한번 진서준을 힘껏 꼬집었다.“아이고!”진서준은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억울한 얼굴로 허사연을 바라봤다.“왜 또 꼬집는 거예요?”“내가 왜 꼬집는 것 같아요?”허사연은 이를 악물더니 진서준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양 뺨에 홍조가 피어올랐다.진서준은 뻔뻔하게 말했다.“자기 남자 친구 다리를 마사지해 주는 건 여자 친구로서 의무 아닌가요?”“누가 서준 씨 여자 친구예요? 조금 전에는 순수한 사이라고 하더니...”허사연은 팔짱을 두르며 고개를 홱 돌렸다.“우리는 순수한 사이가 맞죠. 하지만 사연 씨는 제 여자 친구기도 해요. 화내지 말아요. 내가 다리 주물러줄게요.”말하면서 진서준은 손을 뻗어 허사연의 허벅지를 주물렀다.허사연의 허벅지에는 군살이 없었다. 다리 전체가 부드럽고 매끈하여 손을 떼기가 아쉬웠다.진서준이 갑자기 허벅지를 만지자 허사연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마치 술을 한 병 마신 듯 얼굴 전체가 불긋불긋했다.하지만 허사연은 진서준의 얄궂은 손을 쳐내지는 않았다. 진서준이 만지고 있어 허사연은 다리가 찌릿찌릿하고 무척 편안했다.사람들은 진서준과 허사연의 애정행각을 견디기가 힘들었다.“민규 형, 형 다른 볼일 있지? 우린 먼저 가볼게. 서준 형님이랑 형수님 방해하지 말자...”하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우리는 먼저 가자.”허사연은 그제야 룸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서둘러 진서준의 손을 쳐냈다. 그녀는 감히 다른 사람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서준 형님,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형님이랑 형수님 얘기 나누시는데 방해하지 않을게요.”하민규는 웃으면서 그들을 데리고 떠났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가봐요.”조해영은 그들과 함께 갈 수 없었다. 혹시나 경비원을 시켜 진서준의 차를 박살 낸 것이 본인이라는 걸 그들이 알까 봐서 말이다.“다들 먼저 가요. 난 화장실 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71화

    조해영은 화장실에 한참을 숨어 있다가 하민규가 위치를 보내주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러나 그녀가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경비원들이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얼른 저 여자를 붙잡아. 절대 저 여자가 도망치게 놔두지 마!”경비팀장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더니 조해영을 향해 달려들었다.조해영은 깜짝 놀라더니 몸을 돌려 위층으로 도망쳤다.그런데 그녀가 도망치기도 전에 경비원들이 그녀를 에워쌌다.“전부 당신 때문이에요. 우리는 돈도 못 받고 이젠 일자리까지 잃었어요!”“오늘 그 고객님의 돈을 배상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난 당신처럼 경우 없는 여자는 처음이에요. 정말 역겹네요!”조해영을 바라보는 경비원들의 눈동자에는 원망이 가득했다.그들은 지금 조해영이 죽도록 미웠다.만약 조해영이 아니었다면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이번 달 월급을 몰수당했다.조해영이 마이바흐 차주에게 배상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돈을 모아 배상해야 했다.경비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기에 5, 6명이 4억을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뭐 하는 거예요? 다들 꺼져요. 컴플레인 걸기 전에!”조해영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경비원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기를 바랐다.그러나 그들은 이미 호텔 매니저에 의해 잘렸다.“이미 잘린 마당에 어디에 컴플레인을 걸겠다는 거예요? 오늘 돈을 주지 않으면 여기서 못 떠날 줄 알아요!”경비팀장이 큰 목소리로 화를 내며 외쳤다.조해영은 흠칫하더니 이내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내 큰아버지는 조성우예요. 비키지 않는다면 큰아버지에게 연락할 거예요!”“조성우인지 뭔지 상관없어요. 오늘 당신이 누구를 부르든 반드시 배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떠날 생각 하지 말아요!”경비원들은 이미 모든 걸 잃었기에 조해영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경비원들이 강하게 밀어붙이자 조해영은 화가 났다.“좋아요. 그러면 지금 당장 큰아버지에게 연락하겠어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72화

    잠시 뒤 호텔 매니저가 로비에 도착해서 경비원과 대치하고 있는 조해영을 발견했다.“매니저님, 바로 이 여자가 우리에게 차를 부수라고 지시했습니다!”“세상에!”매니저는 조해영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조금 전 하민규의 룸 안에 조해영도 있었다.설마 이 여자가 사장의 남자 친구와 사적인 원한이 있는 걸까?매니저가 자신을 알아보자 조해영은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날 알아봤으면 빨리 이 경비원들에게 비키라고 해요!”매니저는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만 아직 떠나실 수 없습니다.”“무슨 뜻이에요? 우리 큰아버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이거예요?”조해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우리 큰아버지는 조성우예요. 식견이 얕은 당신들이지만 설마 모르는 건 아니죠?”조성우라는 말에 호텔 매니저는 깜짝 놀랐다.그는 당연히 이 이름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성우 본인이 이곳에 온다고 해도 호텔 매니저는 조해영을 이렇게 보내줄 수 없었다. 허사연이 책임을 묻는다면 호텔 매니저를 그만둬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압니다. 하지만 떠나실 수 없으세요.”매니저가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조해영은 호텔 매니저가 말이 통하지 않자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을 쳤다.“그래요. 잠시 뒤에 우리 큰아버지가 와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나 지켜보겠어요!”말을 마친 뒤 조해영은 거만하게 자신의 앞에 있던 경비원을 밀치고 소파를 향해 걸어가서 그 위에 앉았다.“여러분은 여기서 저 여자를 지켜보세요. 전 사장님을 모시고 내려올 겁니다.”매니저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고 이내 하민규의 룸 앞에 도착했다.“사장님, 사장님!”진서준의 허벅지 위에 앉아있던 허사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옷을 정리했다.“전부 당신 탓이에요!”허사연은 얼굴을 붉히더니 원망스러운 눈길로 진서준을 힐끗 보았다.“사연 씨 탓이죠. 사연 씨가 너무 매혹적인 걸요.”진서준은 자신의 입가를 핥았다. 허사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애정이 가득했다.안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자 매니저는 노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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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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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3화

    “그럼 그 여자를 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맡겨.”진서준은 이 말을 끝으로 바로 문을 닫았다.그 행동에 은청준 일행은 분노가 치솟았다.“당장 문 열어! 안 열면 후회할 줄 알아!”은청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은청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다시 열렸다.진서준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은청준을 바라봤다.“너희가 어떤 불손한 짓을 하는지 한번 보자. 여기는 유씨 가문이지 너희 곤륜이 아니야. 너희가 멋대로 막 날뛸 수 있을 것 같아?”“유씨 가문이 뭐 어때? 사람 구하라고 하면 고분고분 구하기나 해. 이제 우리 종주님이 책임을 묻는다면 유씨 가문 가주라도 감당 못 할 거야.”은청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진서준과 눈을 맞추었다.은청준의 배후에는 곤륜이 있었기에 하찮은 서남 유씨 가문을 은청준이 공손한 태도로 대할 수 없었다.게다가 은청준은 경성 은씨 가문의 사람이기도 했다.어느 쪽 신분이든 모두 유씨 가문보다는 훨씬 더 고귀했기에 당연히 유씨 가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반면, 진서준의 신분은 단지 유씨 가문의 하찮은 경호원일 뿐이었다.은청준의 고함에 유기명이 놀라 달려왔다.“무슨 일이죠?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유기명이 급하게 소리 지르며 다가왔다.유기명은 진서준과 곤륜 사람들이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두 쪽 다 유기명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가주님, 저는 이 집의 경호원에게 후배의 병을 부탁하려고 왔는데 이놈이 자존심을 세우며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네요.”방귀 낀 놈이 화낸다고 은청준은 먼저 이번 소란의 모든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그 말에 진서준은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곤륜에서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이렇게 고함을 지르라고 배웠어?”은청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처음에는 좋게 좋게 말했잖아? 네가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자초한 일이지.”“됐어요, 다들 그만합시다.”유기명이 끼어들며 중재했다.“은청준 씨가 직접 와서 모시는 걸 보면 조 아가씨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2화

    이장로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참지 못하고 욕을 날렸다.“젠장!”가장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상황이 결국 발생했다.“이장로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신수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내공을 써서 슬기 체내 차가운 기운을 빨아낼 수밖에 없어.”이장로가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이 방법은 전에 곤륜산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내공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이었다.다행히도 그들 곤륜의 장로들과 종주는 내공이 꽤 깊었다.그렇지 않으면 슬기 목에 걸린 그 옥패 하나만으로는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저택에 이장로 하나만 있는지라 이 방법을 쓰는 게 별로 자신이 없었다.“이제 운에 맡길 수밖에 없어.”이장로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앉아 두 손을 펼쳐 선천강기를 모은 후, 조슬기의 옆에 놓고 조슬기 체내 한독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그러나 막 시작하자마자 이장로의 얼굴은 빨려 나온 한독에 얼어붙어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이 차가운 기운은 곤륜산이 내뿜는 기운보다 몇 배나 더 차가워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이장로조차 견디기 힘들어했다.그러니 지금 조슬기 같은 연약한 여자가 겪는 고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1분이 지나자마자 이장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즉시 한독 제거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안 되겠어.”이장로는 바로 일어나서 강기로 흡입된 한독을 체외로 밀어냈고 작은 얼음 조각 몇 개가 이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차가운 기운이 얼음처럼 결빙된 것이다.조슬기의 상태는 이제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한 상태였다.“이장로님, 그 건방진 경호원을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요?”은청준의 제안에 신수란은 순간 당황했다.“너 그 경호원이 치료하는 걸 결사코 반대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냐?”그러자 은청준은 천천히 자기 계획을 밝혔다.“우리 후배가 지금 위독한 상태인데 이제는 그놈에게 맡길 수밖에 없잖아. 그놈이 우리 후배를 기적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아무 문제 없이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1화

    은청준은 조금 짜증이 났다.유기명 딸이 이해 못 한다고 쳐도 유씨 가문 가주인 사람이 상황을 파악할 줄 모르다니, 너무나 어이없었다.경호원이 사람을 치료하게 허락하는 건 금시초문이었다.“가주님, 지금 하신 말, 설마 진심입니까?”은청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이장로도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한 티를 냈다.“제 목숨은 바로 김평안 씨가 구해준 겁니다. 그러니 김평안 씨 의술을 믿지 않을 수 없죠.”유기명은 곤륜 사람들의 표정에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가주님이 믿지만 우리는 전혀 믿을 수 없습니다.”은청준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들은 절대 진서준이 나서서 치료하게 놔둘 수 없었다.조슬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장로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터였다.현재로서는 성약당 장로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정 못 믿겠다면 저도 방법이 없네요. 조 아가씨가 진짜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건 다 당신들 책임일 겁니다.”유기명은 말을 끝내고 손을 휘저으며 나갔다.이장로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너희는 여기서 슬기를 지켜.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나에게 알려.”이장로도 말을 마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은청준은 유기명의 말에 냉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룻밤뿐인데, 하룻밤 동안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있나?”“너희 남자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얼른 다 나가!”신수란은 모두를 밖으로 내쫓았고 혼자서 조슬기 곁을 지켰다.진서준이 나오자 유기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동했고 유기명이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 조 아가씨 병을 치료할 방법이 있어?”“저 여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체내에 찬 한독이 너무 많아서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려면 하늘의 신이 내려와야 할 겁니다.”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오늘 밤 조 아가씨 병이 악화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유기명이 다시 물었다.유기명은 조슬기에게 자기 집에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0화

    그 말을 듣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곤륜 문주의 딸을 감히 죽이려고 하다니, 대체 어느 미친놈이 목숨을 걸고 이런 일을 꾸민 거지?“두목은 장강훈이라는 놈인데 서남 지역에서 악명 높은 악당이에요.”신수란이 한마디 더 보탰다.“뭐라고요? 그놈을 만났다고요?”유기명이 깜짝 놀랐다.“아는 사람이에요?”신수란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유기명을 쳐다봤다.“들어본 적은 있죠. 얼마 전 내 동생 유기태가 국안부에서 그놈을 추적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근데 이놈이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행방이 오리무중이라 찾기가 어려웠죠.”유기명은 신수란을 보며 물었다.“그래서 아가씨들은 어떻게 그놈 손에서 빠져나온 거죠?”신수란은 순간 머뭇거리며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누군가 우리를 구해줬어요.”“네? 누가 아가씨를 구한 거죠? 내가 알기로 장강훈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닙니다. 서남에서 그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유기명이 흥미를 보였다.서남 무도계의 강자들은 유기명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대다수가 유씨 가문에 초빙되어 가문의 귀빈으로 섬기고 있고 거절한 이들은 전부 세상과 연을 끊은 은둔 고수뿐이었다.설마 유기명이 모르는 강자가 더 있다는 건가?신수란이 곧 이름을 밝히려 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가 됐든 간에 그 강도가 죽었다면 된 거죠.”갑작스러운 개입에 신수란은 기분이 언짢아졌다.유기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흘끗 쳐다보고는 진서준의 말투를 곱씹으며 속으로 추측했다.이 여자들을 구한 건 진서준이 틀림없을 것이다.“이장로님, 그놈들은 단순히 아가씨를 납치하려 했을 뿐,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신수란이 상황을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그렇다면 그놈들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거겠군.”이장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설상가상으로 슬기가 이번에 우리랑 함께 하산한 걸 아는 사람은 종문 내부 제자들뿐이야. 그런데 곤륜에서 내려오자마자 그 소식이 그놈들 귀에 들어갔다고? 그렇다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9화

    이때의 조슬기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고 입술은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조금만 가까이 가도 조슬기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신수란은 조슬기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바로 옆방으로 달려가 따뜻한 물로 자기 체온을 되찾으려 했다.조슬기를 업고 오는 내내 신수란 또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조슬기의 체온은 거의 0도에 가까웠고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통에 신음하는 조슬기를 보며 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내가 일단 치료할게. 성약당 장로가 도착하려면 최소 내일 아침은 되어야 해.”“네가 치료한다고? 경호원 주제에 뭘 안다고 사람을 살린다고 지껄여?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썩 꺼져. 네가 뭔데 이렇게 나대?”은청준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누가 경호원이라고 해서 사람을 못 구한다고 했죠?”유정이 즉각 반박했다.은청준이 지속적으로 진서준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영 거슬렸는데 이제는 대놓고 모욕까지 하니 유정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유 아가씨, 경호원이 사람을 못 구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전 그냥 저 사람이 자격이 없다고 했을 뿐입니다.”은청준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겨우 억누르며 말했다.유정이 유 가주의 딸만 아니었다면 유정에게 욕설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아까 진서준과 대련하려고 할 때에도 유정 때문에 망신당했는데 지금은 또 저 하찮은 경호원 따위를 위해 유정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니, 이러다간 정말 곤륜 차세대 천재 일인자인 자기 체면이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유씨 가문의 경호원이 자기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니 기막힌 일이었다.“김평안 오빠는 우리 유씨 가문을 여러 번 구한 의술이 뛰어난 분입니다. 우리 아버지 목숨도 이분이 살리셨죠. 그런 분이 왜 자격이 없다는 거죠?”유정은 전혀 기죽지 않고 은청준과 눈을 맞추며 쏘아붙였다.은청준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유 아가씨, 아가씨는 제 후배 신분을 아나요? 제 후배는 우리 종문 문주의 따님입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8화

    하지만 두 검의 차이는 누가 봐도 너무나도 컸고 이건 진서준에게 손해 보는 장사였다.“이봐요, 은청준 씨, 곤륜 제자로서 이런 요구를 하는 건 곤륜 얼굴에 먹칠하는 게 아닌가요?”유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대놓고 면박을 줬다.은청준도 유정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는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유 아가씨, 그 말은 좀 심한 거 아닌가요? 제 검도 희귀한 명검 중 하나입니다.”은청준은 굳은 얼굴로 즉시 반박했다.“상관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하지.”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좋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바로 시작하자.”은청준은 진서준의 말에 바로 반응하며 유정이 더 이상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이 참선검은 반드시 자기 손에 넣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규칙은 간단해. 검이 먼저 상대의 몸에 닿는 쪽이 승리야, 어때?”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련이었다.“문제 없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막 대련이 시작되려던 그 순간, 갑자기 집사가 허겁지겁 뛰어왔다.“가주님! 조슬기 아가씨의 소식을 받았습니다!”“뭐라고? 아가씨가 어디 있어?”유기명이 즉시 반응하자 이장로가 손을 내저었다.“이 대련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먼저 슬기부터 찾자.”그 말을 듣자 은청준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일그러졌지만 이장로의 명령을 어길 수도 없었다.“김평안, 그 검 잘 보관해 둬라. 내가 반드시 가져갈 거니까.”은청준은 검을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리를 떠났다.“조슬기 아가씨가 이미 금도에 도착해서 우리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즉시 날 거기로 데려가 주세요.”이장로가 급히 말하자 유기명이 서둘러 제안했다.“이장로님, 제가 사람을 보내 아가씨를 모셔 오겠습니다. 여기서 쉬시는 게 어떠신지요?”“아닙니다,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하겠습니다.”이장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거절했다.조슬기가 과연 무사한지 이장로는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알겠습니다. 이봐, 즉시 이장로님을 모시고 출발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7화

    식사도 아직 하지 않았는데 분위기는 이미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유정은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쭉 진서준에게 머물렀다.진서준이 이따가 대련 중에 다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유씨 가문에 머무르는 동안, 유정은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예를 들면 곤륜을 비롯한 4대 은세 종문에 관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가장 오래 유지되어 온 은세 세력이었다.심지어 경성의 4대 가문조차도 이 4대 종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게다가 종문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괴물 같은 천재였다.은청준이 곤륜의 차세대 중에서도 뛰어난 인재로 손꼽힌다면 그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대단한 실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컸다.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만약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반면 진서준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고 전혀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태연한 모습이었다.진서준의 여유로운 태도에 은청준은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흥, 대련이 시작되면 네놈이 나와의 실력 차이를 뼈저리게 깨닫게 될 거야.’은청준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저녁 식사 내내 유기명과 이장로만 가끔 대화를 나눴다.곧 식사가 끝나자 곤륜의 다른 제자들도 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몰려왔다.다들 유씨 가문 저택 뒤편의 넓은 공터에 모여 구경하기 시작했다.“저 녀석 미친 거 아냐? 감히 은 선배와 대련하겠다고? 살고 싶지 않은 건가?”“은 선배는 이미 사급 대종사야. 선배의 실력은 끔찍할 정도로 강해. 웬만한 사람은 상대도 안 되지.”“내기나 해볼까? 저 자식이 선배의 검을 몇 번이나 막아낼 수 있을지?”“난 한 방도 못 버틴다고 봐. 선배는 이미 검의를 깨우쳤잖아.”곤륜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진서준을 과소평가했다.다들 은청준의 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또래 중에서 아무도 은청준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었다.반면, 진서준은 겉보기에는 40대로 보였지만 전혀 강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이런 사람이 실력자라고 한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6화

    “김평안 씨는 내가 엄청난 공을 들여서 모셔 온 분입니다.”유기명이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며 진서준을 자랑하기 시작했다.“겉보기엔 40대 초반처럼 보이지만, 그 실력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어마어마하다고? 그럼 나랑 한번 붙어볼래?”은청준이 비웃으며 말했다.은청준은 스물여섯 살에 이미 사급 대종사가 되었는데 반면 이 경호원은 체내에 강기가 거의 없었다.아무래도 겨우 종사의 문턱을 밟은 무인인 것 같은데 이런 쓰레기가 세속에서는 강자로 불리는 건가?유기명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은청준 씨와는 비교할 수 없죠. 하지만 김평안 씨 검술은 누구나 다 알아주는 실력입니다.”“마침 나도 검술이 특기인데, 한 번 겨뤄볼까?”은청준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청준아,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무도는 남과 다투라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이장로가 차분하게 말하자 은청준은 곧바로 태도를 고쳐잡고 공손하게 말했다.“이장로님, 저는 그냥 세속 무인과 가볍게 한 수 겨뤄볼 생각이었습니다.”이장로는 은청준을 흘긋 보았으나 그의 속마음을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은청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야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같은 종문 사람이니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진서준이 다시 강조하자 은청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봤다.이 녀석 왜 이렇게 말이 많지? 혹시 정신 상태가 이상한 건가?“은범은 내 사촌 동생이야. 네가 그 못난 동생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은청준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신농산에서 만난 적이 있어.”“뭐라고? 걔가 신농산에 갔다고?”이 말에 은청준은 흥미가 동했다.“그 녀석 실력으로는 신농산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들 텐데?”은청준은 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은범이 어떤 인물인지 은청준은 잘 알고 있었다.애매한 실력과 어중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은범이 은씨 가문에서 빛을 볼 일은 없었다.은청준과 은범의 격차는 눈에 보일 정도로 컸다.“그 녀석은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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