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까지 자신을 조롱하자 구지범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닥쳐. 넌 여기에 끼어들 자격이 없어! 이 영감탱이가 널 보호하지 않았다면 아까 그 한 방에 넌 이미 죽었을 거야!”현재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너무 컸다.설사 진서준이 옥패의 힘을 사용한다고 해도 구지범에게 압도당할 뿐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이 조금만 더 강해져서 실력이 9급 대종사에 도달한다면 지선을 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실력이 구지범보다 못하다는 것을 진서준도 인정했다.“현재는 네가 한 수 위지만 너처럼 백 년 가까이 수련한다면, 그때 가서 네가 나에게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만약 그에게 백 년의 시간을 주어 수련하게 한다면 지선은 그의 눈에 그저 개미에 불과할 것이다.구지범의 얼굴은 푸르뎅뎅해졌다. 그는 진서준에게 그렇게 긴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아직 일 년도 안 되었는데 진서준의 성장은 너무 빨랐다.만약 그에게 조금 더 시간을 준다면 백 년이 아니라 삼오 년 후에는 지선인 그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구지범도 감히 먼저 진서준에게 덤비지 못할 것이다.“꺼져!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구창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에는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진서준은 구창욱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구지범이 계속 머무르면 구창욱은 진짜 손을 쓸 것이다.주먹을 움켜쥔 구지범의 손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고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좋아! 잘 보호하고 있어. 당신이 언제까지 이 녀석을 지켜주는지 두고 보겠어!”구창욱이 차갑게 말했다.“서준이가 지선에 도달했을 때 네가 죽이려고 한다면 난 막지 않을 것이다.”이 말에 구지범은 화가 나서 손등의 힘줄이 터질 듯했다.그가 수련하는 것은 위선법이지만 진서준은 진정한 선법을 익혔다!만약 진서준이 정말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른다면 구지범의 패배는 분명했다!이것이 바로 선법과 위선법의 차이로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영감탱이, 그게 사람이 할 얘기야? 그
“어르신,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요? 물어보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진서준은 텅 빈 주변을 둘러보며 무기력하게 외쳤다.그는 구지범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곧 죽게 될 자에 대해 진서준이 궁금해할 이유는 없었다.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 진요한에 관한 일이었다.구창욱이 과거에 아버지를 가르쳤던 만큼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터였다.그러나 구창욱은 진서준에게 진요한에 대해 알아갈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아까 소리 없이 왔던 것처럼 그는 지금 소리 없이 가버렸다.“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한숨을 내쉬고 산 아래로 걸어갔다.정상에서 내려와 보니 태성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당신이... 살아서 내려오다니!”태성민은 진서준의 몸에 상처 하나 없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떻게 이럴 수가.‘각주’는 지선 실력자가 아니었는가.그리고 방금 그 불 봉황도 각주가 거의 전력을 다했다는 증거였다.지선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는 자라면 동급의 지선뿐이다.그렇다면 이 진 마스터도 지선이란 말인가?그런데 너무 어리지 않은가?국안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듯이 진 마스터는 겨우 스무 살 초반에 불과했다.세상에! 대박!대한민국에 드디어 용이 나왔구나!태성민은 진서준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며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그의 앞에 가서 차분하게 말했다.“위에 있는 자는 가짜야. 천기각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나거든.”“네?!”태성민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자가... 가짜라고요? 그럼 그자는요?”진서준 혼자만 내려온 모습을 보며 태성민은 이상함을 느꼈다.혹시 진 마스터가 그를 처치한 건가?지선이 이렇게 죽을 수가?대한민국 전역을 통틀어 지선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판다보다 더 귀할 정도로 말이다.진서준은 태성민의 경악한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안 죽었어. 도망간 거야.”도망을 가?지선을 도망가게 했다고?이건 지선을 죽이
게다가 휴대폰과 같이 편리한 연락 수단을 누가 거부하겠는가?“각주님, 앞으로 어떤 지시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칼산과 불바다라 할지라도 저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을 겁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앞으로 내가 부탁하는 건 정말 칼산과 불바다일 수도 있어.”“괜찮습니다! 제 목숨은 옛 각주님께서 주신 거예요. 옛 각주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태성민은 이 말을 듣고도 후회하는 기색이 없었다.“각주님을 위해 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값진 일일 테죠!”태성민의 의리에 진서준은 속으로 기뻤다.구창욱의 안목으로 선택한 천기각의 인재들이니 인품이 나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구지범 그 인간은 왜 그렇게 악랄한 건지 진서준은 알 수 없었다.부친을 살해하는 것은 어떤 시대에도 용서받지 못할 큰 죄였다.하물며 구지범은 자신 아버지의 혈통을 위해 그런 짓을 했다니 너무나 잔인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그럼 먼저 가보겠다. 나중에 일이 생기면 연락하지.”“각주님, 제가 모셔다드릴게요!”태성민은 진서준을 산 아래까지 배웅했다.“참, 각주님. 앞으로 서북에 가시면 저에게 바로 연락하세요! 제가 서북에서는 어느 정도 지위가 있으니 반드시 만족스럽게 모셔드릴 겁니다!”태성민이 서북 출신이라는 말을 들은 진서준은 궁금한 것이 생겼다.“그럼 서북의 유씨 가문을 알아?”유연비에 대해 진서준은 아는 게 너무 적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고 예전에는 그녀의 손에 꼼짝도 못 했다.“알죠. 서북에서 으뜸가는 세가입니다. 유씨 가문은 대대로 횡련을 수련해온 가문으로 그들 조상이 횡련 지선이라고 들었습니다.”태성민의 표정도 점차 심각해졌다.“유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나? 이를테면 젊은 세대 말이야.”진서준이 물었다.태성민은 멍해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잘 모릅니다. 저도 유씨 가문의 이전 세대와만 접촉해봐서요. 다만 젊은 후배인 유천효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는 유
“수정 씨, 여행하러 온 거예요?”배수정이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지난 만남 이후로 진서준과 배수정은 4개월 가까이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그동안 진서준은 수련에 전념하느라 다른 일에는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그 사이, 배수정은 진서준에게 카톡으로 수십 개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진서준은 하나도 확인하지 못했고 당연히 답장도 없었다.진서준이 이런 태도를 보이자 배수정은 깊은 상처를 받았고 진서준에 대한 마음을 접게 되었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배수정은 산을 오르며 여행을 통해 잠시 진서준을 잊어보려 했다.하지만 진산 기슭에서 진서준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했던 배수정이었지만 진서준을 보는 순간, 그녀의 가슴은 또다시 통제할 수 없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맞아요, 친구들이랑 진산에 놀러 왔어요.”배수정은 선글라스를 벗고 진서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배수정의 곁에는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 총 네 명의 청년이 함께 있었다.청년들의 분위기와 외모는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하긴, 국내 최고 핫한 연예인 배수정의 친구들이 평범할 리는 없을 터였다.배수정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한 청년이 배수정이 진서준을 바라보는 시선을 감지하자 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 청년의 이름은 양지천이었다. 양지천은 배수정의 추종자일 뿐만 아니라 경성 양씨 가문의 직계 자손이었다.양지천은 배수정을 오랫동안 따라다니며 추구해 왔지만 배수정이 이렇게 그윽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양지천이 눈앞의 이 진서준이라는 남자가 배수정과 각별한 사이임을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배수정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진서준은 어색하게 몸을 돌렸다.여러 여자의 관심을 받아본 적 있는 진서준이었기에 배수정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할 만큼 미련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진서준은 허사연과의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았다.“친구들이랑 잘 놀아요, 난 이만 가볼게요.”진서
그런데 배수정의 결연하고 슬픈 표정을 보자 진서준의 마음도 괴로워졌다.“수정아, 좀 천천히 가, 같이 가자.”양지천 일행은 곧장 배수정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배수정은 점점 더 빨리 걸었고 한 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양지천과 일행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그러다 그만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었고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배수정의 신음에 떠나려던 진서준은 즉시 뒤를 돌아보았다.배수정이 바닥에 주저앉은 것을 본 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달려갔다.“수정아, 괜찮아? 혹시 너무 빨리 걸어서 발목을 삐었어?”양지천 일행도 서둘러 배수정의 곁으로 달려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배수정은 서둘러 눈물을 훔쳤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눈물까지 흘리면서.”배수정이 흘리는 눈물이 발목 때문이라고 착각한 양지천은 마음이 아파서 어쩔 줄 몰랐다.“무슨 일이죠?”진서준도 이때 다가와 배수정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발목을 다친 거예요? 내가 좀 볼게요.”진서준이 다가오자 양지천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이봐요, 당신은 그냥 당신 갈 길이나 가세요. 수정은 우리가 돌보면 됩니다.”배수정도 냉담하게 한마디 보탰다.“그냥 발목을 삔 거예요. 서준 씨, 얼른 가보세요. 괜히 이런 사소한 걸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요.”진서준은 배수정이 자기에게 단단히 화난 걸 눈치채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지난번 김연아 사건 때 배수정이 정보를 주며 도와준 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그 은혜를 갚지 못한 채 이렇게 떠나자니 내키지 않았다.그래서 배수정이 아무리 자기를 원망하더라도 진서준은 배수정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괜찮아요. 아직 경성행 비행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어요.”진서준은 태연하게 양지천과 일행을 밀어내고 배수정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양지천은 진서준의 행동을 보고 몹시 불쾌해하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당연히 발목을 치료해 주려는 거
여자가 생각하는 가장 얄미운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바로 갖은 수단을 동원해 여자를 유혹해 은밀한 부위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마음과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야릇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갑자기 여자의 몸에서 일어나 이런 멘트를 던지는 남자였다.“아차,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각났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이어서 하자.”진서준이 바로 배수정에게 그런 남자였다.물론 진서준은 배수정의 진심을 갖고 논 것이지 신체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영웅이 미인을 구하는 장면은 흔한 클리셰지만 여자의 마음을 얻기엔 그만큼 효율적인 방법도 없었다.예전에 진서준이 절에서 배수정을 구해줬을 때, 진서준의 당당하고 든든한 모습은 배수정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만약 두 사람의 인연이 그 정도에서 끝났다면 배수정도 더 깊이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진서준과 마주치며 진서준은 매번 배수정에게 새로운 느낌을 안겨주었다.그래서 배수정은 진서준에게 점점 더 마음이 끌렸다.특히 진서준이 혼자서 진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맞섰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김연아를 구해낸 그날의 장면은 배수정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그 장면 이후, 배수정은 진서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더욱 확실해졌다.하지만 진서준이 운대산에 들어가 수련에 몰두한 이후, 진서준은 세상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듯 연락이 뚝 끊겼다.배수정은 매일 진서준에게 수십 개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배수정의 불처럼 뜨거웠던 마음은 조금씩 식어갔다.배수정이 진서준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그저 반응 없는 짝사랑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배수정은 진서준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기로 결심했다.진서준이 자기에게 주동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한, 자신도 더 이상 진서준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다음번에 또 우연히 만나더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처럼 대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진서준이
“다음에 얘기하자.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배수정은 지친 얼굴로 대답했다.“알았어, 그럼 넌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양지천은 나머지 세 사람을 한쪽으로 불러 모았다.“너희들은 방금 저 녀석의 정체와 배경을 알아봐.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저렇게 울린 대가를 반드시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어.”양지천의 눈에는 날카로운 살기가 스쳤다....진서준은 바로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전에 임배가 알려준 묘지를 들렀다.묘지에 도착한 진서준은 임배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묘지 안에서 그 보검을 찾을 수 있었다.7척 길이의 보검은 매미의 날개처럼 얇았다.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살짝 검의 윗부분을 튕겨 먼지를 털어내자 보검은 본래의 광채를 드러냈다.옅은 청색의 보검은 표면에는 아무런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았고 오직 검 손잡이 끝부분에 단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참선...”짧은 두 글자였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패기가 깃들어 있었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쥐고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아 천천히 검 속으로 흘려보냈다.그러자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옅은 청색이었던 참선검이 갑자기 청광을 내뿜으며 빛나기 시작했다.그 빛이 허공에 퍼지더니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화려한 화면이 나타났다.그 화면 속에는 한 남자가 참선검을 손에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구름 위에는 십여 명의 인물이 서 있었고 그들은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겼다.이 화면을 본 진서준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설마 이 검의 주인이 옛날에 혼자서 수십 명의 신선들과 싸웠다는 건가?”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지만 도무지 믿기 힘든 일이었다.진서준은 과거 스승님께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수사가 번개를 극복하고 승천에 성공하면 신선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선이 된 이후로는 인간계로 내려오는 것이 평범한 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고 했다.그 이유는 스승님도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참선검, 네 주인은 이제 없으니 앞으로는 내가 널 잘 돌봐줄게
그 귀싸대기 소리를 듣는 순간, 진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진서라는 바로 여기 살고 있었고 이 저택은 임씨 가문의 것이었다.진서준이 그동안 접해왔던 무례한 청년들을 생각해 볼 때, 임씨 가문의 후손들이 진서라를 괴롭힐 가능성이 컸다.그래서 귀싸대기 소리를 듣자마자 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하지만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자기 추측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맞은 사람은 진서라가 아니라 진서라 또래인 다른 여자였다.게다가 때린 사람은 손을 허공에 들어 올린 채 서 있는 진서라였다.동생이 맞지 않은 것을 확인한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항상 얌전하고 착하기만 했던 동생이 누군가의 따귀를 때리다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방 안에는 진서라와 맞은 여자 외에도 두 명의 젊은 남자가 있었다.하지만 이 세 사람은 진서준의 등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다들 진서라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이 망할 년이 감히 내 뺨을 때려? 오늘 넌 내 손에 죽어야겠어!”맞은 여자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진서라는 차가운 얼굴로 그 여자를 바라보며 쌀쌀하게 말했다.“먼저 욕한 건 너잖아.”“내가 욕하면 어쩔 건데? 넌 길바닥에서 주워 온 아이잖아. 말도 못 하게 할 거야?”여자가 거의 6cm 길이에 달하는 손톱을 쫙 펴며 진서라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손톱이 곧 얼굴에 닿는 순간, 허공에서 손이 나타나 그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다.“넌 누구야? 이거 당장 안 놔?”진서준이 갑자기 자기 손목을 잡자 분노가 폭발한 여자는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오빠.”진서준이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진서라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서라야, 오빠 왔어. 이제 넌 아무런 억울한 일도 당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진서라를 안심하게 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주워 온 년 오빠야? 역시 한 가족이라 수준이 똑같네, 당장 날 놓지 못해?”여